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06화 (406/506)

〈 406화 〉 악의 유혹

* * *

000

“흑마의 일족이랑, 그 메이드를 찾아라!”

골목의 너머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와 발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클레온에게 부탁받아, 그를 아다만트라는 골동품 점으로 옮기고 있는 중이었지만, 길목을 돌 때 마다 느껴지는 불길한 인기척에, 유스테스는 숨을 죽인다.

‘암살자…! 아직 포기하지 않은 건가…?’

아멜리아의 변모를 떠올리면, 확실히 지금은 클레온을 노리는 것이 상책일지도 모른다.

독에 당해, 가사상태에 빠진 그라면, 별 고생을 하지 않더라도 목숨을 빼앗을 수 있을 테니까.

등에 업은 클레온의 체온이 서서히 낮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녀의 마음은 조급해져만 갔다.

‘젠장… 알려준 가게까지 앞으로 조금인데…!’

행진의 행사장소에서 이곳까지, 아마 평생의 운을 다 써 버린 게 아닐 정도로.

암살자들에게 들키지 않고 이곳까지 올 수 있었지만.

미스틸테인이 반응하고 있는 마력의 기척은, 아다만트까지 가는 도중 도사리고 있는 암살자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할 수밖에 없는 건가…? 클레온을 지키기 위해… 암살자들과…!’

그렇게 생각하며, 허리춤의 성검에 손을 가져간다.

“이쪽이다! 핏자국을 생각하면, 녀석들이 근처에 있어!!”

“큭…!”

들려오는 암살자들의 목소리, 자신들의 앞으로 먼저 돌아간 것일까.

클레온이 흘리는 피를 등으로 받아내, 붉게 물든 메이드복으로 어떻게든 감춰온 유스테스였지만.

아무래도, 한계였던 모양이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땅에 떨어진 붉은 핏자국을 바라본다.

“...후, 후우… 좋아. 유스테스. 할 수 있어. 성검과 너 자신의 힘을 믿어.”

암살자들을 상대로 검을 휘둘러야 하는 사실이 부담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이겠지만, 지금은 클레온을 위해서도 싸워야만 할 때였다.

유스테스는 클레온을 벽에 기대도록, 땅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 허리춤에 걸린 검을 뽑았다.

숨을 죽이고, 정신을 집중한 채로 감각을 날카롭게 한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배틀메이드의 훈련에 어울리면서 꽤 대인전의 실력이 늘어났다고 자부하고 있던 유스테스이지만..

아까까지 루베라와 함께 행진으로 향하는 암살자들을 상대하면서 느낀바­

적의 공격을 막는 데에 급급해서, 자신이 주의를 끄는 사이에 루베라가 종횡무진으로 날아다니며 상대방을 모두 썰어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 혼자… 클레온을 지킬 수 있는 건, 나뿐! 지금이야말로, 받은 은혜에 보답할 때!’

올테면 와 봐라! 라는 자세로, 조금 허리를 낮춘 채 검을 양손으로 잡은 유스테스의 모습은.

마음가짐 만큼은 훌륭했지만, 자세는 조금 어정쩡해 보였다.

그리고, 길목의 너머에서 들려오는 암살자의 목소리.

“놓치지 않는다, 300만!”

“뭐!? 둘이서 나누면 150만이잖냐! 독차지할 생각인 거냐!”

“멍청아! 녀석의 목이 300만이란 거잖아!”

… 뭔가, 각오를 다진 채로 맞이하려는 유스테스의 의욕을 팍팍 깎아버리는 대화였다.

하지만,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그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었고.

그럴 수록, 어이없는 대화로 잠시 떨칠 수 있던 긴장을, 다시 한 번 불러온다.

“좋아! 거의 다 왔군!”

“내가 먼저 간… 아? 뭐야 너­

콰득! 콰직!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섬뜩한 소리가 그들이 다가오는 방향에서 들려왔다.

들리는 것만으로 보면, 뼈가 부러지는­ 아니, 부서지는 소리이다.

게다가 잠시 후, 파지직! 하는 스파크 튀어 오르는 소리와 함께 번갯불이 터져 나오면.

유스테스는 뒷걸음질치면서, 지금이라도 클레온을 데리고 뛰어가는 편이 좋지 않은가 생각한다.

하지만, 또각. 또각. 부츠의 힐 소리가 곧바로 자신 쪽을 향하면, 유스테스는 도주를 포기하고 역시 응전을 결심한다.

그 때, 골목 너머에서 나타난 것은­

“직접 찾지 않아도 암살자들이 찾아주니 편하네요. 안녕하신가요, 유스테스 우드녹커.”

화려한 드레스 위에, 흰색과 청색의 코트를 걸친 여성.

머리의 양쪽에 훌륭한 드릴의 금발을 달고 있는 그녀는, 딱 보기에도 귀족으로 보였다.

그리고­ 우드득, 하고 움직이는 한쪽 손에서는 아까 전, 엿보였던 번갯불이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볼에는, 누구의 것인지 궁금해지는 핏자국이 부착되어 있었다.

“...아가씨, 손수건을.”

“어머. 고마워요. 아스칼론.”

그리고, 그녀의 뒤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클레온과 비슷할 정도로 커다란 키를 가진 여성이었다.

먼저 나온 귀족 아가씨와는 정 반대의, 은발을 가지고 있는 그녀.

검은 색의 코트 안에 걸친 의상도, 남성용의 복장에 가까웠지만, 그녀도 충분히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겠지.

그녀가 건넨 손수건으로, 얼굴의 핏자국을 닦아낸 아가씨의 시선이 유스테스를 향하면서 싱긋 웃어 보인다.

“다, 당신들은… 누구지? 설마, 귀족 의회의…?”

“어머. 실례군요. 이 문장을 보고도 제가 누군지 모르다니… 그러고도 귀족인가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귀에 달린 금색의 삼각형 액세서리를 보여주는 그녀.

유스테스는 잠시 그 귀걸이를 바라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친다.

“아, 알카디아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정답이니 용서해 드리겠사와요.”

그렇게 말하면서 드릴 머리를 쓸어넘기는 아가씨­ 메르카 알카디아스.

클레온의 협력자 중 한 명이며, 아루루의 친구인 소녀이다.

그리고 동시에, 왕국의 특무조사관.

왕국의 번견이라고도 불리는, 뒤가 구려 찔리는 점이 있는 귀족들에게 있어서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유스테스의 아버지가 아직 살아있는 시절, 그는 알카디아스의 조사를 피하고자 엄청난 로비를 각각의 곳에 했다고 들은 적이 있다.

당시의 그로서는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잘 몰랐지만.

지금이라면, 알카디아스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 그리고 무서움을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

어딘가 겁을 먹은 듯한 유스테스의 모습에, 메르카는 오호호하고 귀족 아가씨 웃음을 울리면서 이야기한다.

“걱정하지 마시길! 예전의 우드녹커 가문이었다면 제 조사대상이겠지만. 이미 몰락해 버린 당신의 가문에는 관심이 없으니! 이미, 털어버릴 부분은 전부 털어버렸으니까요!”

“아가씨. 장본인을 앞에 두고 그것은 조금 실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조사한 바로는, 유스테스 우드녹커 씨­ 아니, 우드녹커 양은 한 사람의 귀족으로서 충분한 자각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머. 그랬네요. 과거의 인상이 너무나도 깊게 박혀 있던 터라 잊고 있었어요. 실례했습니다. 유스티나 양.”

“차례대로 호칭을 바꾸는 것은 그만둬… 아니, 지금 만담 같은 걸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유스테스는 그런 두 사람의 마이페이스한 대화에 휘말려서 기운이 쭉 빠졌다가, 퍼뜩 자신의 원래 일을 떠올리고 벽에 눕혀두었던 클레온에게로 다가간다.

“클레온! …이런, 몸 상태가 더 악화했어…!”

어떻게든 미스틸테인으로 그의 몸 상태가 더욱 안 좋아지는 것만큼은 막고 있었지만, 이제 그것도 한계에 가까웠다.

애초에 미스틸테인은 회복에 특화된 힘을 가진 성검인 것도 아니었고, 유스테스가 회복술을 사용할 줄 아는 것도 아니었으니.

그 때, 클레온의 몸 상태를 살피던 유스테스에게, 메르카가 다가왔다.

“행진 쪽을 주시하고 있던 조사원에게 들은 대로군요. 클레온… 정말로 이렇게나 다치다니…”

“역시, 당신도 클레온과 아는 사이인가…!”

유스테스는, 갑자기 나타나 암살자들을 정리한 그녀가, 혹시 클레온의 지인은 아닌가 예상했고, 아무래도 그것은 적중한 것 같았다.

“네. 여러모로 일이 있었죠. 그래서? 당신은 클레온을 어디로 데려가는 중이었던 거죠? 이쪽은 아무리 생각해도 신전으로 가는 길이 아닌데요.”

“클레온에게 부탁받아서… 골동품점 아다만트라는 곳으로 가는 중이야.”

“아다만트? ─혹시, 클레온이 무언가 코인 같은 것을 주지는 않았나요?”

메르카의 질문에, 유스테스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클레온에게서 건네받은 아다만타이트 코인을 꺼내 든다.

메르카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진품인 것 같네요. 확실히, 그곳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암살자로부터 습격받는 일은 없겠죠.”

“당신도 알고 있는 건가… 대체 어떤 곳이길래 그래?”

유스테스의 질문에 메르카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이야기한다.

“당신같이 순수한 사람과는 별 연관이 없는 곳이죠. 하지만… 좋아요. 아마 당신 혼자서는 못 들어갈 것 같으니. 제가 도와드리도록 하죠. 아스칼론? 미안하지만 잠깐은 모습을 감추는 게 좋을 것 같사와요?”

기억해냈다는 듯이 아가씨 말투로 자신의 파트너에게 이야기하는 메르카.

그러자, 아스칼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대로 모습을 바꾸어 단검의 형태가 된다.

“서, 성검?”

“뭘 그렇게 놀라시는 건가요? 당신이 허리춤에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인데. …자! 그러면 이 메르카 알카디아스가 당신을 안내하겠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메르카는 클레온을 집어들더니­ 그대로 어깨에 둘러업는다.

체구상 유스테스보다 조금 작은데도 불구하고, 근력은 그보다 훨씬 강한 듯했다.

“자, 잠깐!? 그렇게 엎으면…”

유스테스가 놀란 부분은, 클레온을 마치 밀가루 포대 들듯이 드는 그녀의 방법 때문이었지만.

“괜찮사와요. 아스칼론의 힘이 그를 보호하고 있으니까! 오­호호호!”

메르카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한 손을 입가에 가져간 채로 높게 웃는다.

“당신은 다른 암살자들이 다가오지 않나 살펴주시는 것이에요. 아시겠나요?”

“그, 그래. 알겠어.”

자신감이 넘치는 그녀에게 압도된 유스테스가 고개를 끄덕이면, 그녀는 영차영차 클레온을 업은 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001

“저, 정말로 여기가 맞는 건가?”

그리고, 도착한 곳은 어둑한 골목에 있는 낡은 골동품점.

이상한 물건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던 자신의 아버지라면 모를까 유스테스 본인은 이런 가게에 발을 들일 생각조차 하지 않겠지.

“네 맞아요. 이곳이 골동품점 아다만트. 저도 정보로만 파악하고 있었지 직접 찾아와 본 것은 처음이네요. 뭐라 하더라도, 이 코인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장소니까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유스테스에게서 건네받은 코인을 주머니에서 꺼내 보이면, 유스테스는 괜히 긴장되어 꿀꺽, 하고 침을 삼킨다.

“자, 들어가요. 정보가 맞더라면 안쪽에 있는 노인에게 이걸 건네고, 암구호를 말하면 될 테니까.”

그리고 성큼성큼.

‘실례하겠사와요!’라고 건강한 인사를 건네면서 안으로 들어가는 메르카를 뒤에서 불안하게 바라보던 유스테스는 정말로 그녀가 말한 대로, 가게의 안 쪽 카운터에, 점장으로 보이는 노인이 앉은 채 신문을 읽고 있는 것이 보였다.

“...소란스럽군.”

노인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어 찾아온 손님을 바라본다.

어깨에 피를 잔뜩 흘린 남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황하는 기색 없이 ‘찾는 게 뭐냐’라는 눈빛으로 그녀를 올려다보는 노인.

그 광경을 보고, 유스테스는 그 노인이 평범한 골동품점의 주인 같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 같은 맛이 나는 낡은 술을 찾고 있사와요!”

당당한 목소리로 그런 말을 외치며,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코인을 건네자, 노인은 그것을 받고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네 같은 사람이 원래 이런 곳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것을, 자각해 줬으면 좋겠군. 메르카 알카디아스 특무조사관.”

푸념하듯이 중얼거린 노인의 말에 메르카는 입꼬리를 올린다.

“범죄자의 소굴에 들어가는 것이 본래 조사관의 업무여요! 하지만 오늘은 별로 안쪽을 털어버리려고 온 게 아니니까 안심하시길! 재 어깨에 있는 이 남자를 치료하는 게 우선이니까요! 오호호!”

메르카의 말에, 노인은 고개를 저으면서 따라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두 사람을 안내한다.

“...저기, 알카디아스 양…”

“메르카로 괜찮아요. 유스티나.”

“... 그럼. 메르카 양. 이곳은 대체?”

아직까지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일단은 노인과 메르카를 뒤따라 카운터의 뒤쪽으로 향하는 유스테스.

그리고, 두 사람의 앞에 거대한 승강기가 모습을 드러내면 유스테스는 더욱 긴장한 듯이 침을 꿀꺽하고 삼킨다.

“이곳은 아다만트. 평범한 골동품점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그 실체는 왕국에서 유일하게 청부 살인 의뢰의 발주와 수주를 허락받은 ‘암살자의 집’. 즉, 암살자 길드여요.”

그녀의 말에 유스테스는 ‘헉’하고 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자, 잠깐 기다려! 그러면, 지금부터 암살자들이 가득한 곳에 클레온을 데리고 가겠다는 거야!?”

“대부분 암살자들은 지금 바깥에서 클레온을 찾고 있겠지만요. 안에도 상주하고 있는 인원들이 있겠죠?”

“무, 무슨 생각인 거야!? 싸울 수 없는 몸으로 적들의 소굴에 들어가려 하다니!”

승강기의 앞에 멈춰 선 유스테스를 바라보며 메르카는 이야기한다.

“걱정하지 말아요 유스티나. 암살자의 집 안에서의 전투는, 암살자의 규율에 따라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으니까요. 그것을 어기는 이는, 어떤 누구라고 하더라도 용서받지 못한답니다?”

“...그, 그런건가…”

유스테스는 그녀의 말에 조금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클레온은 독에 당한 것이겠죠? 암살자들은 독을 잘 다루는 인간들이니, 클레온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독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클레온이 이곳을 찾은 것도, 어찌 보자면 올바른 판단이라는 것이겠죠. 자, 타세요. 안쪽으로 들어가서, 어디 클레온을 구할 수 있는 명의가 있는지 살펴보자고요.”

그렇게 말하면서 승강기에 올라타는 메르카의 뒤를, 유스테스가 조심스럽게 따라서 승강기에 올라타면.

덜컹! 하고 한순간 흔들린 승강기가 빠르게, 지하로 두 사람을 데리고 내려간다.

승강기가 움직이는 동안, 유스테스는 긴장되어 한마디도 입을 열지 못했는데, 메르카는 그런 기색 없이 계속해서 유스테스에게 이야기 한다.

“원래 이곳은 왕국과 제국의 전쟁 전에 정보 기사들이 만들어서 사용하던 은신처 중 하나였는데, 종전 후, 금전상황이 악화하였던 기사단에서 이곳을 어느 악덕 갑부에게 팔았다는 것 같아요. 근데 그 갑부가 암살자들에게 암살되면서, 이 장소의 권리도 넘어갔다는 것이죠. 그 뒤로는 암살자들의 접선 장소로 잘 사용되고 있다고 하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네요~”

‘... …새, 생긴 대로 말이 많은 사람이네…’

“당신의 아버지도 이곳을 몇 번인가 애용했다고 하더군요. 그 과정에서 제국 출신의 암살자인 이블린과도 인연을 맺었다던가­”

갑작스럽게 자신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 것에 깜짝 놀란 유스테스가 자신도 모르게 반응한다.

“... … 이, 이블린? 설마, 루베라의 스승을 맡았던 그녀인가?”

“네, 그 이블린이에요.”

“...아버지가… 대체 얼마나 많은 정적을 암살하는 데…”

메르카는 유스테스의 말에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아아. 그런 데에는 힘을 빌려주지 않아요, 이곳에서 받을 수 있는 의뢰는, 어디까지나 왕국의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암살 의뢰니까요. 그런 사적인 욕망을 해결하기 위한 암살은, 이곳을 통하지 않은 개인 의뢰를 해야 하죠…. 그런 암살자와 만나기 위해 이곳을 사용했다고 한다면야. 뭐, 이블린이라는 암살자가, 당신 아버지의 의뢰를 전담 맡아서 하기는 했다지만요.”

“그, 그런 건가…”

죽은 뒤도, 죽기 전에도.

여전히, 유스테스는 자신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이었다.

“뭐… 이 앞은 말 그대로 왕국의 필요악을 모아놓은, 범죄자의 소굴. 규율이라는 목줄로 묶어두지 않으면 폭주해버릴 수 있는 인간들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 충분히 조심하도록 하죠. 죽어가는 클레온을 살리러 왔다가 저희가 죽어버리면 웃을 수 없으니까요.”

그런 메르카의 말에, 유스테스는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모르겠군. 어째서 그렇게… 여유가 넘치는 거지?”

“──”

유스테스의 말에 메르카는 두 눈을 깜빡이다가 얼굴에서 미소를 지운다.

“...분노는 나중을 위해서 챙겨두는 겁니다. 유스테스 우드녹커.”

갑작스럽게 차가워진 그녀의 목소리에, 유스테스는 흠칫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클레온을 이렇게나 몰아붙이고, 망가뜨린 범인을 찾아 철저하게 물어뜯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그러니까, 지금은 웃으면서 클레온을 회복시킬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빌도록 하자고요.”

“... 으, 응…”

이내 다시 메르카가 웃음을 띄워 보이면, 승강기가 덜컹! 하고 큰 소리를 내면서 멈춘다.

그리고, 천천히 열리는 문의 너머를 바라보면­

“... …”

붉은 머리에­ 안경을 낀 여성이 바에서 술잔을 잡은 채.

주변의 암살자들­ 심지어 바텐더마저도 무기를 꺼낸 채, 그녀를 겨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열댓명은 되어 보이는 그 암살자들의 살기에도 꿈쩍하지 않은 채, 얼음이 든 잔을 흔들어 보이는 여성.

그리고 그 여성을 본 순간 유스테스의 표정은 빠르게 굳어갔다.

“...이슈탈.”

“아아 유스테스. 그리고 왕국 특무조사관 메르카인가? 그쪽은.”

“악마 숭배 범죄 조직, 아스타로테 수장 이슈탈.”

메르카 역시 웃으면서 손은 어느샌가 허리춤에 성검으로 향해 있었다.

“그만하자고. 나는 여기에서 술을 마시면서. 너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야. 정확히는, 그 어깨에 있는 클레온과­”

이슈탈이 웃으면서 잔을 든 손을 올리면서­

검지손가락 만을 세우며, 유스테스를 가리킨다.

“네가. 제 발로 내 앞에 다시 나타나기를 말이야.”

“... …”

이슈탈은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바의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두 사람을 향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클레온을 살려줄게. 대신, 거래하지 않을래?”

─그것은 정말로,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