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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11화 (411/506)

〈 411화 〉 얕보이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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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동요한다.

릴림의 텅 빈 눈, 무언가에 조종당하는 듯한 목소리.

그리고, 어린아이답지 않은 차갑게 느껴지는 분위기.

사샤가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설마, 머큐리가 봉인한 그녀의 자아가 되돌아온 것인가?

하지만, 그렇다면 그녀에게서 본래 감지되어야 할 강력한 흑마력의 기운은 여전히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쿠온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질문한다.

“너는, 우리들과 싸웠던 릴림인거야? 클레온을 마검황제로 만들려고 했던…”

그런 쿠온의 질문에 릴림은 그녀를 돌아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언제부터 였죠? 설마, 함께 지내는 동안, 계속?”

이어지는 사샤의 질문에도, 릴림은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조용히 대답했다.

“바로 아까 전입니다. 왕도 전체를 크게 흔든, 그 진동이 일어났을 때.”

그럼, 릴림이 자아를 되찾은 것은 정말로 직전의 일이라는 것이다.

사샤로부터 훈련용 단검을 받아들고 계단을 뛰어오른 뒤의 이야기겠지.

“어째서 나올 수 있던 거죠? 당신의 기억은 그렇게 쉽게 깨어날 수 있는 건가요?”

당연하게도 이어지는 베아트릭스의 질문.

릴림은, 그녀의 질문에 잠시 입을 다물며 머릿속에서 정보를 정리하는 듯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어 진실을 고했다.

“평소에는 안쪽에서 나오지 않도록, 머큐리의 봉인이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만… 이번 사태에, 제가 깊게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에. 머큐리의 봉인 술식과 협상을 하여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보, 봉인 술식과 협상?”

사샤는 그녀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지만, 베아트릭스는 이야기한다.

“...자체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봉인 술식을 그녀의 안에 새겨두었던 것이겠죠. 기계적으로, 분별하지 않고 확실하게 봉인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그녀의 지식이나 기억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그녀가 아스타로테의 간부였다면, 분명 저희에게도 도움이 되는 정보를 가지고 있었을 테니까.”

베아트릭스의 설명에 릴림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쪽의 마법사­ 베아트릭스가 말한 대로입니다. 머큐리의 술식은, 저의 자아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봉인 술식을 구축했죠. 제 자아가 바깥으로 나오더라도, 이 펜던트 안에 봉인되어있는 흑마력을 해방하지 않는다면, 제가 악마로 되돌아갈 일은 없습니다. 지금의 저는,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는 있지만, 아스타로테의 릴림과도, 여러분과 함께 지내던 릴림과도 또 다른 제3의 존재라고 생각하여 주세요.”

기계같은 말투로 설명하는 그녀를, 일행은 조용히 바라본다.

플라로우스는 그런 릴림을 뒤에서 바라보면서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한 뒤 시선을 모았다.

“뭐, 저 녀석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았으면, 조금은 진정하자고. 의심을 거두고 말이야. 그보다도, 릴림. 너는 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겠지?”

“전부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해서, 부분적인 상황에 관해서라면.”

릴림은 그렇게 답한 뒤,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일행에게 이야기 한다.

“마식물(??物) 블랙 크리스탈 로터스. 이전, 아멜리아 왕녀와 처음으로 마주하였을 때 그녀에게 그 씨앗을 심었습니다. 그것이 성장하여, 개화한 것입니다.”

“블랙 크리스탈 로터스…?”

베아트릭스 조차 처음 듣는 식물의 이름에, 의문을 느끼면서 그 이름을 되풀이하면 릴림은 이야기 한다.

“지옥에서 자라는, 몇 안 되는 식물 중에서도 아주 희귀한 식물이죠… 사실, 식물이라기보다는 광석에 가까운 물질입니다. 동물을 숙주로 하여, 숙주의 부정적인 감정을 양분으로 자라나고, 꽃을 피우게 되죠.”

지옥에 서식하는 악마를 제외한 생물들은, 역시 지옥의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하여 평범한 생물들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특히 식물들은, 지옥의 땅은 척박한 것을 넘어 불모의 땅에 가까운 환경이다 보니 일반적으로는 주변의 다른 생물들로부터 양분을 얻기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했다.

그 중에서도, 블랙 크리스탈 로터스는 살아 움직이는 동물을 숙주로 삼는 기생식물이었다.

“...꽃을 피우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죠?”

“숙주와 융합하여, 더욱 많은 양분을 원하게 됩니다. 거기에 더하여, 숙주에게 엄청난 양의 흑마력을 부여하죠. 숙주를 보호함과 동시에, 좀 더 효율적으로 마력과 생명력을 모으기 위해서입니다. 블랙 크리스탈 로터스와 융합한 인간은, 처음에는 흑마력에 지배되었다가… 최종적으로는 고차원 존재로 승화하게 됩니다.”

“저, 전문 용어가 너무 많아서 어지러워요…”

사샤가 핑핑 돌아가는 머리에 손가락을 올리자, 그때 까지 조용히 침묵하던 칼리번이 입을 열었다.

[알기 쉽게 이야기하자면… 인간을 그만두게 된다는 거에요.]

“─그런!”

쿠온이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즉… 아멜리아 왕녀님에게 심었던 그 씨앗이 성장해서 꽃을 피웠고… 그 때문에, 그녀가 폭주하고 있는 상태라는… 건가요?”

베아트릭스가 조심스럽게 상황을 정리하여 이야기하면 플라로우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대로야. 지금은 아론다이트의 용사와 루베라라는 메이드가 그녀를 틀어막고 있지. 클레온은… 조금 다쳐서 말이야.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아멜리아를 막으러 가려고 하는 중이야.”

“라일라 씨는요?”

“그녀는 조금 다른 이유지. 일을 훼방 놓으려던 ‘추방 교단’과 엮여서… 뭐, 이번 일은 그만큼 여러모로 복잡하게 얽혀 있으니까 말이야.”

일행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어두워지면, 사샤의 귀가 쫑긋 움직이더니, 이내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쉰다.

“인간들의 욕망이 얽히고설켜, 결국은 사단을 이루어내고 마는군.”

“...루벤님.”

사샤의 말투가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쿠온은 눈을 조금 크게 떴다가, 이내 그 말을 하는 주체가 사샤가 아닌 그녀의 안에 있는 마랑의 신, 루벤이라는 것을 눈치챈다.

“너희 살아있는 인간과 달리, 순수한 정령체에 가까운 이몸은 아직도 클레온 님의 기척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서서히 돌아오는 중이야.”

“...다, 다행이네요. 그건…”

클레온이 회복 중이라는 이야기를 보장하는 루벤의 말에, 베아트릭스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악마였던 계집이여. 그대는 그 왕녀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방법에 대해서도 짐작 가는 바가 있는 것이겠지?”

루벤의 말에, 릴림은 고개를 끄덕인다.

“블랙 크리스탈 로터스와 숙주의 융합을 해제하는 방법은, 단 하나.‘그분’의 지배의 각인을 이용하여 육체를 조종하는 힘을 통해 강제적으로 분리하는 것뿐입니다.”

“...클레온의…”

쿠온은 그녀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지배의 각인을 이용한다는 것의 숨겨진 의미를, 그녀는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한 가지 더. 어째서 우리들이 이 도시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이지?”

루벤이 이어서 플라로우스에게 질문하면, 플라로우스는 대답한다.

“그야, 생각해 봐. 그 남자… 클레온의 성격상, 일이 마무리 되면 아멜리아를 그대로 내버려둘까?”

“...절대로 아니지. 무슨 일이 있어도 데리고 도망치려 할걸…”

“바로 그거야. 기사단과 백성들이 아멜리아 왕녀를 쫓을 텐데, 클레온이 그녀를 보호하면. 당연하게도 그와 함께하는 너희들도 무사할 수 없을 테고…”

“왕도의 안에 있는 한, 어디에서든 노려지게 된다는 거네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쿠온.

“그럼. 저희는 선배와 아멜리아 왕녀님이 도망칠 수 있도록 그 길을 만드는 게 좋겠어요.”

“응… 베아트릭스가 있어줘서 다행이야.”

쿠온이 한숨을 내쉬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면, 베아트릭스도 손에 들고 있던 아리아드네를 바라본다.

“네! 맡겨만 주세요!”

“납득해 준 것 같아서 다행이네. 뭐, 도망치는 건 두 사람뿐만이 아니라 너희들도 함께여야 하니까.”

플라로우스의 말에, 일행은 서로의 눈을 마주친 뒤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릴림은 그런 세 사람을 잠시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플라로우스에게 다가간다.

“플라로우스. 저를 아멜리아 왕녀가 있는 광장으로 데려다 주세요.”

그녀의 말에, 루벤을 밀어내고 겉으로 튀어나온 사샤가 깜짝 놀라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잠깐, 릴림!? 이야기를 들었잖아요!?”

“네. 하지만 그것은 여러분에게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저는 ‘그 분’과 함께 왕녀를 막아야 합니다. 그녀가 폭주하게 된 원인인 블랙 크리스탈 로터스를 심은 것은, 바로 저니까요. 그 책임을 지겠습니다.”

“흠. 기특한 마음가짐이다. 그쪽이 악마로 변이하면서 잃어버린 네 마음보다도, 원래의 마음에 가까웠던 것이겠지만…”

릴림의 대답에 플라로우스가 고개를 끄덕이면, 사샤는 고개를 젓는다.

“...저, 클레온 씨에게 릴림을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릴림은, 그 분을 아버지라 부르며 따르는 릴림이지요. 지금의 저와는 다른 존재입니다.”

사샤는, 그렇게 말하는 릴림의 팔목을 붙잡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요! …어느 쪽의 릴림이더라도, 클레온 씨는 분명 지키려고 할거에요.”

“...그 분에게 있어서, 저는 소중한 아멜리아 왕녀를 상처입힌 장본인이며, 왕국의 수많은 인간을 괴롭게 만들고. 이슈탈과 함께 악행을 저질러온 악인입니다. 비록 악마로서의 자아와 분리되어, 기억을 봉인 당한다 하더라도 그 사실은 사라지지 않죠.”

“...그렇다면, 저도 같이 갈게요. 릴림 혼자서만 보낼 수는 없어요. 애초에 지금의 릴림은 악마도 아니고, 마법도 쓸 수 없잖아요.”

그런 사샤의 말을 들은 릴림은 사샤의 팔을 풀어내고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펜던트에 손을 올렸다.

“...판도라.”

그렇게 중얼거리자, 펜던트에서 검은 손잡이가 튀어나오더니, 곧이어 어둠의 마력으로 구성된 그녀의 키보다도 거대한 대검이 뽑혔다.

“마검 황제의 마검…!”

이전, 아리아드네의 미궁에서 보았던, 아루루의 공포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환상의 마검 황제.

그 마검 황제가 휘둘렀던 검의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강력한 마검의 형상을 보며, 베아트릭스는 몸을 움츠렸다.

릴림은 판도라를 아무런 문제 없이 휘두르며, 그 손잡이를 놓자, 흑마력의 대검은 그대로 허공에 흩어져 사라진다.

“이 검은, 제 몸 안에 있는 판도라의 분신. 본래의 힘보다는 뒤떨어지지만, 그 분과 함께 왕녀를 막기에는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사샤, 당신은 아멜리아 왕녀에게 활을 겨눌 수 있습니까?”

“...읏…”

“저와 함께 가서, 그분과 함께 싸운다는 것은 그런 것을 의미합니다. 당신은 같은 편과 싸우는 것에 대한 저항감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는 부류의 인간입니다. 그런 사람이 가봤자, 방해될 뿐입니다.”

“... …”

매정하게도 그렇게 내뱉은 릴림은 천천히 몸을 돌려 플라로우스를 향한다.

“나의 사역마를 붙여줄게. 그 녀석을 따라가면, 아멜리아 왕녀가 있는 거리로 나갈 수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플라로우스. 그럼, 안녕히. 사샤. 그리고 여러분. 무사히 왕도를 빠져나가실 수 있기를 빌겠습니다.”

작별인사에 가까운 말을 하고, 통로의 너머로 사라져가는 릴림.

쿠온도, 베아트릭스도 조용해져 버린 사샤도 그런 그녀의 뒤를 쫓지 못한 채로 서 있다가­

“─하:”

갑작스럽게 목소리를 낸 사샤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하, 하아아아아아!? 바, 방해!? 내가 클레온 씨한테 방해가 된다고요!? 리, 릴림에게만은 듣고 싶지 않아요! 뭘 잘난 척 하는 거에요!? 자기가 저지른 일의 책임을 지러 간다면서!!”

“사, 사샤…?!”

사샤의 태도가 험해졌어!? 반항기인가!? 같은 느낌의 표정을 짓는 쿠온.

베아트릭스도 조금 멍한 표정으로 사샤의 화내는 모습을 바라본다.

평소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릴림이 사샤의 머리를 잡아당기면서 놀거나, 꼬리를 밟는 일이 있어도 ‘하, 하하…’하고 곤란해하면서도 웃어넘기는 그녀가.

이렇게나 큰 소리를 내면서 털이 곤두서도록 화를 내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저, 역시 따라가야겠어요! 확실히, 아멜리아님을 쏘는 것은 마음에 걸리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분명 저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에요! 그렇죠? 칼리번?”

[응? 아…응. 그렇네요.]

어딘가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대답이었지만, 그 부분은 사샤에게 있어서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닌 듯했다.

“플라로우스 씨! 괜찮죠!?”

“흐음… 아아. 그렇네. 한명 정도는 괜찮을지도.”

“잠깐만요!?”

베아트릭스도 그런 무책임한 플라로우스의 대답에 당황해 하지만, 사샤는 플라로우스가 소환한 또 하나의 사역마를 따라 통로를 뛰어간다.

“가, 가버렸어… 어떻게 하죠 쿠온…?”

“으응… 확실히 걱정되긴 하지만. …사샤라면 괜찮을 거야. 우리 파티에서 가장 감이 좋은 아이니까.”

쿠온이 그렇게 말하면서 뒤를 돌아보면, 그 너머에서 무언가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쿠온.]

“응… 아무래도 추격자들이 따라온 것 같네.”

베아트릭스도, 쿠온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확실히.

지하 수로의 너머에서 들려오는 무수한 발소리.

“...싸울 수밖에 없는 것 같네요…!”

전투의 의지를 다지며 마검 아리아드네의 실을 풀어내면 어둠속에서 ‘후, 후, 후’하고, 리듬을 새기듯이 끊어지는 웃음을 흘리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럴수가 이럴수가. 크흠. 설마, 빛을 보지 못하는 제가. 크흠.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될 줄이야.”

검은색의 로브를 뒤집어쓰고, 뼈가 앙상한, 노인인지 청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하게 비틀린 모습을 하는 그 남자는, 손뼉을 치면서 쿠온과 베아트릭스의 앞에 섰다.

그리고, 두 사람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그 남자­ 암살자의 곁과 뒤에 서 있는 기괴한 형태를 한 존재들.

썩어 문드러져 가는 살점과, 안쪽의 변색한 뼈들이 보이는 것을 보아, 시체를 매개체로 한 무언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기관지가 좋지 않은 것인지 말을 할 때마다 기침 소리를 섞으며, 쇳소리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그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였다.

“사령술사인가요…!”

베아트릭스가 목소리를 높이면, 남자는 다시 한 번 ‘크흠’하고 헛기침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네에, 네에. 바로 그렇습니다. 크흠. ‘뷜헬름’이라고 하옵니다. 윌헬미나 계파의 사령술을 독자 전승한, 크흠. 이 세계에 몇 남지 않은 사령 술사입니다. 이번의 암살 대상에는, 크흠. 성직자가 있다고 하여 조금 걱정하였는데… 후, 후, 남은 것이 마법사와 성직자라고 한다면 저에게도 질 이유는 없군요.”

스스로를 뷜헬름이라 소개한 남자가 말하는 대로, 사령 술사들이 부리는 언데드들은 신성 마력에 취약하여서 성직자에게는 매우 약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것도 성직자가 영창을 하는 동안 앞에서 지켜줄 사람이 있을 때의 이야기.

뷜헬름이 보기에, 쿠온도, 베아트릭스도, 전위직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겠지.

“헌데, 뒤에 계신 분은. 크흠. 암살의 대상이 아닌 듯하군요? 보수를 받지 못하는 살인은, 크흠… 하지 않는 것이 규칙이기에… 이대로 돌아가 주신다면… 크흠. 못 본 척을 해드릴 수는 있습니다.”

“응? 아아. 나를 이야기 하는 건가. …그렇네. 확실히 나는 클레온의 동료라거나, 파티의 일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완전히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라서 말이야. 뭐. 네가 없더라도 너 정도는 두 사람이 처리할 수 있겠지만.”

플라로우스가 웃으면서 농담하듯이 이야기 하면, 뷜헬름은 입가에 머금었던 미소를 지우더니, 오른쪽 손을 치켜들었다.

“그것은, 그것은 좋지 않은 이야기군요. 크흠. 제 언데드 군단이, 고작. 성직자와 마법사들에게 당한다니. 크흠. 마침, 저도 새로운 언데드의 재료로서 시체가 필요하던 참이었습니다. 크흠. 두 사람의 주검을 이어서, 새로운 병사를 만들도록­”

다음 순간, 강렬한 화염이 남자의 옆을 스쳐 지나간다.

그것은 단순히 열기뿐만이 아니라, 화염에 섞여 있는 신성 마력 덕분에.

그의 옆에 서 있던 보기에도 강건해 보이는 거대한 언데드가 그 화염에 휩싸여 재가 되어 흩어져간다.

“무무무 무스으은!?”

“확실히. 실력을 얕보이면 조금 화가 난다는 건, 사샤에게 공감이려나.”

다음 순간, 그곳에 서 있던 것은 아까까지 성직자의 예복으로 몸을 감싸고 있던 성녀 쿠온이 아닌­

흰색과 붉은색의 조화가 이루어진 신성한 갑주를 몸에 걸친, 신염의 용사, 쿠온이었다.

“그, 그것은 대체!? 서, 성검!? 당신, 성직자가 아니라 용사였던 것입니까!?”

쿠온을 경악하며 바라보는 뷜헬름.

하지만, 그의 경악은 바로 다음으로 이어졌다.

뷜헬름의 오른쪽에 서 있던 또 다른 언데드­

팔에 사마귀의 낫과 같은 칼날이 달린, 얄상한 외모의 언데드가, 그 자리에서 주사위 스테이크와도 같은 고기조각이 되어 잘려나가는 것이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고 단단한 은색의 실이, 휘리릭 하고 풀리면서 베아트릭스에게 돌아온다.

“뭐야!? 당신들, 대체 정체가 무엇입니까!?”

“글쎄요… 일단은, 다른 암살자들이 소란을 듣고 몰려오기 전에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죠? 쿠온.”

“응. 그렇네. 플라로우스 씨는 뒤에 물러나 계세요.”

쿠온과 베아트릭스가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두 사람이 걸을 때마다, 각각 신성한 화염과, 푸른 마력의 화염이 발자국에 남는다.

“성스러운 화염이 당신의 죄를 태우겠지요.”

“그리고, 푸른 화염이, 벌을 집행할 것입니다.”

성녀이며 용사인 소녀와, 아카데미의 정의를 집행하는 소녀가 언데드의 군단을 향해 힘을 휘두르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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