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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14화 (414/506)

〈 414화 〉 존재 부정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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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부른 아멜리아의 목소리에, 클레온은 그녀에게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대답했다.

흔들리는 동공, 빛이 거의 깃들지 않았던 그녀의 눈동자에 잠깐이지만 빛이 깃들은 다음 순간이었다.

그녀의 머리를 묶는데 사용되는 흑수정의 꽃이 검은빛을 내더니, 다시 한 번 아멜리아의 표정은 어두워진다.

“클레온…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아멜리아가 웃으면서 그렇게 다가오기 시작하면, 클레온은 천천히 몸을 돌려, 루베라와 아루루에게서 떨어지듯이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저, 클레온을 치료하기 위해 이렇게나 많이 힘을 모았어요… 클레온이 건강해졌으니, 이제는 이 힘으로 클레온을 지켜줄게요…”

떨리는 팔을 천천히 들어 올리면, 마치 그녀의 육체를 대신 하듯, 남아있던 흑수정들이 모여들어 거대한 인간의 팔의 형태를 이룬다.

“...그러니까 이제, 저에게서 떨어지지 마요. 클레온에게 다가오는 해충은, 내가 전부 죽여버릴 테니까.”

다음 순간, 그 팔이 주먹을 쥐면­

일대에 퍼져있던 마력이 순식간에 그 주먹으로 모여들면서, 싸움 속에서도 겨우 살아남아 있던 풀, 나무, 꽃들이 순식간에 말라 비틀어진다.

이제, 그녀의 의지하에 주변 공간에 있는 마력의 흐름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클레온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그를 중심으로, 마력의 막이 형성되어 주변을 감싼다.

반구 형태의, 반투명한 결계.

강력한 흑마력으로 구성된 그것이, 클레온과 아멜리아를 안에 집어넣으면­ 동시에, 바깥과 안이 단절된다.

‘마력 결계의 소영역…’

아멜리아는 자신들을 감싼 것을 살피며 잠시 조용히 있다가, 이내 입꼬리를 올린다.

“...제 마음을 알아준 거군요? 클레온.”

소영역은 전개자의 법칙으로 세계를 덮어씌워 만드는, 자신만의 영역.

바깥에서의 침입도, 안에서부터 나가는 것도 전개자의 마음대로이다.

방법이 있다면, 전개자를 쓰러트리거나, 더욱 정교하고 강렬한 소영역을 안쪽에서 펼치는 것뿐.

아멜리아는 클레온이 결계를 펼친 이유가, 자신과 함께 있기 위해서라는 형편 좋은 쪽으로 상황을 정의한다.

“...그래. 아주 잘 알고 있어.”

아멜리아의 말에서부터 조금 시간이 지난 후,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아멜리아는 웃으면서 그를 향해 걸어가려다가.

다음 순간, 클레온이 허리춤의 갈라테아를 뽑아드는 것을 보고 마치 돌이 된 듯이 멈춰 섰다.

“...어, 어째서…?”

“아멜리아. 나는 너를 멈추기 위해 이곳에 돌아왔어. 네가 울고 있는 이유도, 화를 내고 있는 이유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저와 함께해야죠…! 클레온, 부탁이에요. 검을, 내려 주세요. 저, 저는 클레온과는…”

떨리는 목소리로 머리를 스스로의 자아를 지키려는 듯이 머리를 감싸는 아멜리아.

자신에게 남은 소중한 것들이, 자신을 떠나간다.

왕국도, 백성도, 동료도, 루베라도 자신을 손가락질했다.

그리고 이제는, 클레온마저도 자신에게 검을 겨눈다고 한다면, 자신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만 한다는 것인가.

“하아… 하아…!”

가슴이 턱 하고 막혀와서 숨이 차오른다.

심장이,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이 답답했다.

자신이 존재할 의미를, 가치를 부여받은 것은, 모두 자신이 세인트 프린세스라는 존재였기 때문.

누군가를 지킬 힘을 가지고, 그것으로 정의를 행하여.

왕도를 백성을, 그리고 동료를 지킬 수 있기 때문에, 설령 반역자의 핏줄이라고 손가락질받으며.

왕궁 내에서도 저주받은 인간 취급을 당하더라도 이 존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생각했는데.

그 모든 것이 자신에게서 등을 돌린다.

자신에게 손가락을 겨누고, 칼을 겨누고.

비난의 목소리를 던지고, 돌을 던지고.

등을 돌리고, 마음을 돌리고.

결국, 부정당한다.

아멜리아 칼데아리스라는 존재는 처음부터 필요 없던 것이라고.

안 쪽에서 부풀어오른 불안이, 작은 그녀의 몸을 가득 채우면 불길한 마력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와, 그녀의 주변을 감싼다.

클레온은 그것을 보고 눈을 찌푸렸다.

검은 마력의 바람이 불어와, 클레온의 시야를 가리면서 아멜리아와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클레온에게 거절당한 것이, 그렇게나 큰 충격이었던 것일까.

아멜리아의 몸은, 스스로 만들어낸 흑수정의 폭풍에 상처 입으며 피부가 찢겨나가고 있었다.

“아멜리아! 그만둬! 계속해서 그 힘을 썼다간, 네 몸이 더이상…!”

허나 클레온은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알아채는 것이다.

더이상, 아멜리아 본인도 스스로의 힘을, 충동을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있다는 것을.

그녀의 몸을 지배하는 것은, 그녀의 부정적인 감정이 트리거가 되어 폭발적으로 성장한, 마력핵.

즉, 머리 장식처럼 달려있는, 위험한 빛을 내뿜는 검은 수정의 꽃이었다.

그것이, 이전 자신이 그녀의 가슴에서 각인으로 봉인했던 상처에서 느껴지던 불길한 기운과 같다는 것을 떠올린 클레온은 그녀에게서 물리적인 방법으로, 강제적으로 마력핵을 분리해 내는 순간­

‘아멜리아의 심장이… 마력 분리 현상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버리고 말게 분명해…!’

머리속에 재생되는 끔찍한 환상.

그런 불길한 예언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저은 클레온은 그녀를 구해내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자신의 각인의 힘을 이용해 그녀의 몸과 수정의 연결을 완전히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다음 순간 아멜리아의 눈이 붉게 빛나면서, 그녀의 팔이 움직인다.

그러자, 그녀의 몸을 갉아 먹던 흑수정의 폭풍이 새로운 형태를 이루어낸다.

한번 그녀의 몸을 스쳐 지나간 수정의 조각들이, 그녀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으면서 모여들고 하나로 뭉쳐져 간다.

노출도가 높은 의상을 위에서부터 덮어가듯이, 아멜리아의 핏물을 접착제 삼은 듯.

검고 울퉁불퉁한 표면은, 또 다른 수정으로 깎여나가면서, 사이사이에 붉은색의 선이 들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아멜리아의 몸을 덮은 것은 검은색의 갑주였다.

터져버릴 것 같은 감정을, 마치 두꺼운 껍질로 감싸듯이.

그와 동시에, 클레온이 펼친 소영역처럼 자신과 바깥을 단절하듯이.

어딘가, 아루루가 입고 있던 용사 예복과도 비슷하게 드레스와 같은 예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검은 갑주는, 세인트 프린세스로 변신했을 때의 아멜리아와도 어딘가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끼릭, 끼릭.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하면.

그녀의 머리 위에, 남아있는 수정의 파편이 고리로 된 형태를 빚으며 마치 톱니바퀴처럼 회전하고 있었다.

“클레온이 저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강제로라도 당신을 제 곁에 두겠어요. 다리를, 팔을 자르더라도. 절대로 떠날 수 없도록…”

축 늘어졌던 몸을 일으키며, 그녀는 지금까지는 사용하지 않고 있던 거대한 낫을 붙잡는다.

다음 순간, 그녀의 몸이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거대한 날개를 펼친 채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그 흉악한 날을 클레온에게 내려찍는다.

“큭…!”

폭발적인 가속과, 마력으로 강화된 신체 능력이 만들어낸 상상 이상의 충격.

순간적으로 갈라테아를 머리 위로 들어 검을 막아내지만 콰직! 하고 발을 딛고 있던 부분의 지면이 그 충격으로 가라앉으며 금이 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아멜리아는 세인트 프린세스로 싸우던 시절에도 클레온보다 훨씬 더 파워풀하게 싸우는 것이 주특기였다.

지금은 그보다도 더욱 많은 마력과 강화된 신체능력으로 싸워오니, 정면승부에서의 힘겨루기는 클레온이라고 하더라도 피하는 것이 상책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갈라테아에게서 대량의 마력을 끄집어내 자신의 몸으로 흘러들어오게 한다.

그것은, 클레온의 몸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표면을 흐르면서 클레온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나가듯.

그리고, 눈앞의 아멜리아가 그렇게 했듯이, 갑주의 형태가 되어 클레온의 몸을 보호한다.

투구가 씌워지며, 얼굴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은 하얗게 달아올라 반짝이는 백색의 안광뿐.

다음 순간, 아멜리아와 동일하게 마력으로 강화된 클레온의 팔이, 크게 휘둘러지면서, 아멜리아의 무기와 함께 그녀의 몸을 떨쳐낸다.

쿵! 하는 충격이 공기 중으로 퍼지면서 그녀의 가벼운 몸도 위로 튕겨져 올라가면.

그 뒤를 쫓듯이, 클레온은 다리에 힘을 넣어 크게 도약한다.

그녀의 몸에 있는 각인은, 이전 자신이 새겨둔 장소인 어깨의 밑 부분에 있을 것이다.

몸을 감싸고 있는 흑수정의 갑옷이 있는 한, 그 부분에 닿지 않으면 그녀의 몸에 있는 각인을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클레온은 우선 그녀의 갑옷을 부수기로 한 것이다.

반면, 공격이 튕겨져나온 충격으로 몸을 제어하기 위해 등 뒤의 날개를 움직이는 데에 신경을 쏟던 아멜리아는 갑작스럽게 눈앞에까지 뒤따라온 클레온에게 놀라면서도 팔을 움직여 클레온의 검을 막아낸다.

그의 공격은, 정확하고, 날카로웠으며 한 번씩 합을 부딪칠 때마다 조금씩 아멜리아의 습관을 파악하고 그녀의 방어가 약한 부분을 찔러온다.

‘어째서…!? 아루루도 루베라도, 둘이 함께하더라도 밀리지 않았는데…!’

아까 전의 여유로웠던 전투­

아니, 전투라기보다는 일방적인 유린에 가까웠던 상황에서도 어째서 자신이 승리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가, 단순히 아멜리아가 강해진 것이 원인이 아닌, 아루루도 루베라도.

그녀의 폭주로부터 주변의 사람들을 지키고, 아멜리아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을 주저한 덕분이라고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만약 그 둘이, 아멜리아를 틀어막는 것이 아닌.

주변의 피해를 생각하지 않고, 아멜리아를 죽이는 것에 전력을 다했더라면 아멜리아와 동귀어진하는 정도의 결과를 이끌어냈을지도 모른다.

허나 두 사람은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고 할 수 있겠지.

아루루는 오렐리아와 함께 아멜리아를 봐온 사람으로서, 그녀의 근본이 선한 인물이고 이 폭주가 일시적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기에, 용사임에도. 아니 오히려 진정한 용사이기에 마음에 남아있는 ‘정’이라는 것에 이끌려.

단순한 천칭이 되지 않고, 맹목적인 정의의 집행자가 되지 않고.

사람을 지키는, 왕국의 방패로서의 소명을 다했다.

루베라도 마찬가지였다.

기구한 운명을 가진 소녀와 함께하는 동안, 그녀가 보여준 모습에, 루베라는 생각보다도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복수를 끝마친 그녀에게 남은 ‘일족의 부흥’이라는 목표와 더불어.

누군가와 함께 지키고 싶은 존재.

그런 존재를 직접 베어내는 것을 루베라는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스승이 본다면, 비웃음을 쏟아내겠지만, 루베라는 자신이 아멜리아를 베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를 바로잡아줄 가장 적합한 사람을, 루베라는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클레온은, 그 두 사람의 의지를 이어 아멜리아의 앞에 서 있다.

그녀의 껍질을 깨부수고, 안에 있는 그녀에게 닿기 위해. 아멜리아를 막기 위해서 검을 휘두른다.

하지만, 그 공격에는 루베라와 아루루와 마찬가지로 살기라는 것이 담겨있지 않았다.

이 전투는 결국, 아멜리아를 다치지 않게 하고, 동시에 아멜리아를 감싸고 있는 마력의 갑주를 제거한다는 어찌 보면 극악의 난이도를 가진 두 가지의 목표를 동시에 이루면 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최대한 막아내며, 각인을 제어할만한 체력과 의식을 남겨놔야 한다.

‘...전부 해내지 않으면 아멜리아를 구해낼 수 없다는 게, 가장 어려운 것이지만­’

이 어려운 일을 해내는 데에는, 클레온의 영원한 파트너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다음 순간.

키기긱! 하는 소리가 들리면, 갈라테아에서 일어난 마력의 섬광이, 아멜리아가 휘두른 낫에 작렬하면서 그 부분에 균열이 생겼다.

[깨우는 방법이 너무 난폭하지 않아?]

[일어나서 바로라 미안하지만­]

다음 순간, 초승달과 같은 검은 마력의 참격이 양옆에서 클레온을 노리고 휘둘러져 왔다.

공중전에서의 싸움은, 날개와 같은 비행기관이 존재하는 아멜리아 쪽이 유리.

클레온의 비행 마법은 라일라 만큼 정교하지는 않았기에, 비행 도중의 근접전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마력을 분사하는 것으로 검은색의 잔상을 남기면서 클레온의 몸이 재빠르게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면.

클레온을 노리던 마력의 참격이 서로 충돌하면서 소멸한다.

땅으로 착지한 클레온이, 공중에서 숨을 몰아쉬는 아멜리아를 바라보자, 갈라테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 아이를 구하고 싶은 거잖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않아.]

갈라테아의 어딘가 불만인듯한 목소리에, 클레온은 입꼬리를 올린다.

[질투인가?]

[당연해. 클레온, 너 죽을 뻔했어. …아­아­. 나도, 클레온에게 자기 목숨을 던져질 정도로 걱정 받고 싶어.]

클레온은 그런 투정을 내뱉는 검의 손잡이를 잡으면서, 다시 한 번 마력을 끌어 올렸다.

[너를 신뢰하고 있으니까.]

[흥.]

아멜리아를 중심으로 소영역을 전부 감쌀 정도로 흉악한 마력의 폭풍이 몰려오며, 갈라테아와 클레온은 그 중심을 향해 뛰어드는 것이었다.

001

“...으으. 불길한 마력…”

소녀가 몸을 떨자,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마도서가 빛을 낸다.

“아, 알고 있어요! …이건, 블랙 크리스탈 로터스의 힘이죠… 스승님?”

그렇게 대답하면, 마도서는 다시 한 번 빛을 내더니 이내 잠잠해지는 것이다.

“응­ 좋지 않은걸. 클레온과 연락할 방법을 완전히 실념하고 있었어. 어디로 가야 찾을 수 있을까?”

창을 등에 얹은 채 거리를 내려다보는 검은 피부의 엘프.

그리고 그 옆에는 지붕에 걸터앉은 채 불타는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고 있는 여전사가 있었다.

“역시 그 도마뱀에게 안내해달라고 하는 게 좋지 않았냐?”

“다른 드래곤에게 붙잡혀 갔으니까… 물어볼 틈도 없었지.”

엘프와 여전사의 대화 사이에 한숨이 들려오면.

다음 순간, 하늘에서 거대한 사슴벌레가 내려온다.

[찾았다.]

“정말이야? 역시 도움이 된다니까~!”

[클레온 님은 저 검은 소영역의 안에 계신다. 냄새로 느낄 수 있어.]

“역시, 저런 소란을 일으키는 건 그 남자 정도란 거군… 하! 좋아. 나도 당장 싸움에 끼어야겠어!”

“싸, 싸움에 낀다니…”

유약한 성격으로 보이는 소녀의 말에, 엘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이야기한다.

“그렇네. 클레온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우리가 돕는다. 그런 약속이었잖아? 적어도 그는 지금, 혼자서 싸우고 싶어하는 것 같으니까. 우리는­”

쿵! 하는 폭발음이 다시 한 번 일어났다고 생각하면.

왕도의 땅을 뚫고 무언가가 솟아오른다.

그것은 식물의 줄기였다. 그 표면이 흑수정 같은 것에 덮여 있어서, 마구잡이로 주변의 마력을 흡수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조금 장관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것들이, 몇 개나 왕도의 이곳저곳에 솟아오르고 있었으니까.

“와오. 프레이야의 친척인가?”

“브, 블랙 크리스탈 로터스의 줄기에요! 아마, 숙주가 마력이 부족해져서, 그걸 보충하려고…”

“뭔지 모르겠지만, 위험한 느낌인걸… 파괴하는 게 좋으려나?”

다크 엘프의 말에 거대한 사슴벌레가 고도를 낮추어 그녀의 발이 있는 지붕의 높이와 같은 곳까지 내려온다.

[서두르자. 저 식물에게서는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 분명, 수액도 나오지 않을 거다.]

“... 뭐. 그렇네.”

“어이 꼬맹이, 너는 나랑 간다.”

화염의 여전사가, 유약해 보이는 마법사 소녀를 끌어당기면, 엘프는 사슴벌레의 위에 올라타는 것이다.

“정말,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걸. 그 남자의 주변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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