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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15화 (415/506)

〈 415화 〉 허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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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테아가 의식을 되찾으면서, 클레온은 아멜리아와 마찬가지로 사각이 존재하지 않는 감각을 손에 넣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검의 감각은 인간보다도 뛰어나고, 시각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영적인 눈으로 주변을 살필 수 있다.

그것은, 클레온의 주변에 아주 얇게 펼쳐지는 마력의 실들이 촘촘하게 그를 둘러쌓아, 그 실에 닿은 것의 정체를 파악하여 곧바로 클레온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능한.

말하자면, 클레온 전용의 레이더 시스템인 것이다.

아멜리아는 아까 전의 교전으로 클레온과 근접전에서 싸우는 것은 너무나도 불리하다는 것을 파악한 것인지, 자신의 기동력을 살려 거리를 벌린다.

그리고, 흑수정의 꽃이 반짝일 때마다, 바람의 마력과 흑수정이 섞여있는 참격들이 형태를 갖추어 클레온을 향해 날아들면.

클레온은 갈라테아의 도움을 받아 그것을 쳐내는 것을 반복하며, 조금씩이지만 그녀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타이밍을 엿본다.

[성가실 정도로 마력을 펑펑 써대네. ...저 수정 꽃이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물건인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어딘가에서 마력을 끌어오고 있는 건가?]

그런 무의미한 신경전이 몇 번이고 반복되면, 질린듯한 갈라테아가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녀에게 보이는 보이지 않는 마력의 선은, 확실히 흑수정과 연결되어있는 아멜리아의 몸을 확인하지만.

그와 동시에, 지면으로도 뻗어있는 그녀의 마력통로가 어디로 향해있는지를 알아내기에는 정신을 집중할만한 시간조차도 주어지지 않았다.

쿵! 하고 다시 한 번 먼지가 올라오면, 클레온의 몸은 뒤로 크게 물러나면서, 자신의 머리 위에서 떨어진 흑수정의 길로틴을 바라본다.

파직, 하고 그의 몸을 덮고 있던 마력 갑주의 형태가 순간 무너질 뻔 한다.

마력량의 공급이 순간적으로 부족해졌던 것이 원인이었다.

역시,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부리는 상대를 그 출력을 따라가려고 하면, 반드시 상대적으로 평범한 쪽인 클레온의 마력이 먼저 동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자연스럽게 혀를 차는 클레온과, 그 모습을 바라보며 사고를 전환하는 갈라테아.

[어떻게 할래? 이대로 시간만 끌어도 바뀌는 건 없어. 여기서는, 확실하게 아멜리아를 붙잡을 수단을 쓰는 게...]

[...있는 건가? 그런 방법.]

클레온의 질문에 갈라테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이야기한다.

[뭐야. 알고 있었지만, 아멜리아가 다칠까 봐 안 쓰는 줄 알았더니.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거였어?]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갈라테아의 목소리에 클레온은 갈라테아를 내려보며 잠시 대답을 하지 못하지만.

[클레온! 앞!]

다음 순간, 바로 정면에서 날아들어 오는 거대한 흑수정의 창들이, 마치 라일라의 마법처럼 비가 되어 쏟아진다.

[마력 장벽으로 받아내지 마! 저 양을 전부 마력으로 막으면, 그 뒤에 싸울 마력이 없어지니까!]

"큭, 어쩔 수 없지...!"

갈라테아의 말에 클레온은, 재빠르게 갈라테아와, 다른 한 손에 검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검을 만들어낸다.

양손에 검을 하나씩 쥐고, 자신에게 명중할 궤도 위에 있는 창들을 빠르게 팔을 휘둘러 쳐낸다.

클레온의 무기와 창들이 부딪혀, 쾅! 하는 폭발음이 울릴 때 마다 사방으로 파편들이 흩날린다.

검이 휘둘러지는 속도가 너무나도 빨랐기에, 검의 잔상이 마치 막을 만들어내는 것 처럼 보일 정도였다.

다만, 그럼에도 사람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빗물을 손과 팔로 전부 쳐낼 수 없듯.

어깨가 젖는 것 처럼, 클레온의 어깨나 발목으로 흑수정의 창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 창들은, 클레온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갑주를 갉아내면서, 동시에 피부의 위를 꿰뚫는다.

콰직! 하는 소리가 들리면 핏물이 튀어 땅으로 스며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이 정도의 양을 만들어내는 아멜리아 역시,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서 마력의 제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듯, 곧바로 클레온에게 달려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마치 1개 궁병단의 집중 사격이 서서히 끝나가면, 피어올랐던 먼지 속에서 클레온은 겨우겨우 스스로를 방어해 낼 수 있었다.

"큭, 하아..."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면서 손에 만들었던 무기를 소멸시키고 갈라테아를 든 채, 아멜리아를 바라본다.

아멜리아 역시, 조금 전의 공격은 꽤나 소모가 컸던 것인지, 낫으로 자신의 몸을 지탱한 채 거칠게 호흡을 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여 뛰어들어가는 것도 방법이었겠지만, 소모는 양쪽 모두 극심했기에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부상을 당한 것은 일방적으로 클레온의 쪽이었다.

그 모습을 살피던 갈라테아는 조심스럽게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낸다.

[역시... 저 아이, 흑수정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마력은 그렇게 큰 양이 아니야. 물론, 일반적인 인간의 마력회복량보다는 훨씬 높지만... 지면에서 마력을 끌어올리고 있어.]

[설마, 이 왕도에 흐르고 있는 영맥의 힘을 쓰고 있는건가?]

왕도에 흐르는 4속성의 영맥이 교차한 지점.

당연하게도, 영맥의 마력을 자유자재로 끌어 올려 쓸 수 있다고 한다면, 인간의 기준으로 보기에도 신에 가까운 마력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 흑수정에 그정도의 힘이?

하지만, 정말로 그렇다고 한다면, 아멜리아의 몸은­

"윽...!?"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아멜리아의 몸이 크게 흔들리면, 그녀가 입을 한 손으로 감싼 다음 순간.

기침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검고 진득한 무언가가, 그녀의 손가락의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아멜리아!?"

클레온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비명과도 같이 내지른다.

'빌어먹을, 갈라테아의 예상대로인 건가...!'

"커흑... 큿..."

구역질이 나는 듯한 악몽과도 같은 고통을 참으며, 아멜리아는 그 액체­

자신의 내장이 으깨져서 만들어진 것 같은 혈액을 토해낸다.

클레온은 이전, 영맥에 관한 설명을 라일라에게서 들었던 것을 떠올린다.

'영맥에 흐르는 마력을 인간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면, 모두가 그렇게 했겠지... 그렇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어.'

언제나 처럼 안경을 끼고, 칠판에 분필로 적어가며 설명하던 라일라의 모습.

'영맥의 마력은, 인간이 사용하기에는 너무나도 순수한 마력이야. 영맥에 깃들어있는 죽은 생명체의 영혼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력 기생충들... 그야말로, 자연 그 자체에 가장 가까운 마력.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사용하기에는 불순물이 너무 많은 거야. 그렇기에 영맥에서 마력을 끌어다 쓰기 위해서는 무언가의 매개체를 거쳐야 해. 일종의 필터 역할이지.'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예로 든 것은, 베아트릭스의 아리아드네이다.

'아리아드네는 조금 특별한 마검이기는 하지만. 원래의 설계부터가 영맥의 마력과 동조해서 구조물을 만들 수 있게 되어 있어. 클레온의 갈라테아나 루베라의 바리사다와는 다르게 말이야. 아마, 그런 역할이 부여되어있다고 말하는 게 빠르겠지만...'

그렇게 말하던 라일라에게, 클레온은 질문했다.

'뭐? 영맥의 마력을 직접 끌어다 쓰면 어떻게 되냐고... 흐음... 그렇네. 클레온은 바닷물을 직접 마시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바닷물에는 인간이 마실 수 있는 물과 다르게 불순물이 잔뜩 섞여 있잖아? 그것과 똑같아. 인간의 마력기관은 순수한 영맥의 마력을 받아들일 수 없어. ...평범한 몸으로 그런 짓을 했다간­'

"아멜리아의 마력기관이... 전부 갈가리 찢겨나갈 거야."

회상의 끝을 마무리하며 클레온이 그렇게 중얼거리면, 갈라테아는 잠시 입을 다문다.

[그러면 더욱 서둘러서 저 애를 막아야지.]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여는 그녀의 목소리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인다.

[방해가 들어오기는 했지만, 아까 이야기의 계속이야.]

[아멜리아를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인가.]

분명, 자신이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그녀는 이야기했다.

[그래. 나 없이 싸우던 기간이 너무 길었나봐. 이거는, 특별 강화 기간이 필요하겠는데. 클레온과 나, 단둘이서만 어디 외딴 섬에 가서 수련한다든가­]

[갈라테아. 결론만.]

클레온이 그렇게 재촉하면, 갈라테아는 또다시 한 번 침묵했다.

어째서일까, 클레온의 머릿속에 볼을 부풀리는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미안.]

솔직하게 사과를 전하는 클레온의 말에, 갈라테아는 화악! 하고 마력을 내뿜으며, 클레온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검은 갑주의 형태를 변화시켰다.

몸 전체를 뒤덮고 있는 형태에서 일변하여, 팔꿈치에서 손바닥까지. 무릎에서 발바닥까지 이어지는 형태이다.

[방어력을 포기하고, 추진력과 스피드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형태야. 갑옷이라는 건, 꼭 통짜가 아니어도 되잖아.]

[그야 그렇다만... 이런 형태로는 싸워본 적이 없는걸.]

클레온은 갈라테아의 말에 긍정하면서도 갑작스러운 형태변화에 당황해 할 수 밖에 없었다.

[무게를 줄이고, 남아있는 마력을 전부 분사로 돌리면 저 아이의 움직임에 따라잡을 수 있어. 물론, 살인적인 가속에 클레온의 몸도 다칠 거고... 충돌한 순간, 저 아이에게도 큰 충격이 가겠지만.]

"...상처없는 승리는, 있을 수 없단 건가."

[그래. 저 아이도, 너도 말이야.]

클레온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갈라테아가 새롭게 만들어준 그의 건틀릿과 부츠에는, 애초에 마력을 분사하여 비행할 것을 고려한듯한, 마력 분출구가 만들어져 있었다.

순수한 마력으로 이렇게까지나 정교한 형태를 빗는 것이 가능한 것은, 역시 갈라테아의 실력이라고 할 수 밖에 없겠지.

클레온 혼자서라면, 분명 불가능한 수준의 마력제어능력이다.

그 사이 흘려대던 피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낸 아멜리아는 다시 한 번 마력이 되돌아온 것을 느낀 뒤 클레온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마력의 갑주가 사라지면, 지금까지 자신이 싸우던 것이 클레온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슬픈 얼굴을 한다.

클레온, 클레온을 가지고 싶어.

하지만 어째서? 클레온은 소중한 동료. 가족과도 같다고 하더라도, 소유욕을 느끼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아멜리아 본인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겠지만, 그 욕망은 아멜리아 본인만의 감정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기생한 블랙 로터스 크리스탈.

그것은 숙주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증폭하고, 왜곡하여 숙주에게 더욱 흑마력에 대한 적성이 높아지도록 유도한다.

아까 전, 피를 내뱉고 나서부터 계속해서 시야가 흔들린다.

몸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것 같고. 검게 물든 손에서, 검은색이 제대로 빠지지 않는 것 처럼 보였다.

머리는 지끈거리며, 안쪽에서 나는 소리가 점점 커져만 간다.

그것은 자신의 목소리인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것만 같았다.

그 목소리가 속삭인다.

[불쌍한 클레온... 분명, 클레온은 나와 함께하고 싶어할 텐데... 주변의 벌레들이 그를 도망치지 못하게 하고 있어...]

'아아, 그런 건가, 역시... 그런 거였어.'

[특히나, 저 검은... 성가셔. 클레온과 영원히 함께해야 하는 건, 바로 나인데... 영혼의 파트너라고 주장하지만... 결국은 검. 사람도 아니잖아...?]

'그렇다면, 내가 지키지 않으면. 클레온을, 저 마검으로부터 구해내지 않으면.'

[그래. 아멜리아 칼데아리스는, 누군가를 지키고 있을 때만, 존재할 가치를 가지는 법이야.]

'그렇기에, 이 충동은 절대로 틀리지 않은 것이고.'

[지금까지 잃어버린 모든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되찾더라도]

'정당함은 나에게 있다는 것을...'

그 감정은, 그야말로 추악하고 끈적끈적한 독점욕과, 자기 합리화를 한꺼번에 불러일으킨다.

그 어둡고 검은 감정이야말로, 아멜리아와 흑마력 사이의 친화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다.

"아아아아!!"

몸을 좀먹어오는 타락의 파도에, 아멜리아는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면서 마력을 폭발시켰다.

다음 순간, 클레온을 향해 날아드는 것은, 거대한 흑수정의 파도이다.

아니, 잘 보면 그것은 수많은 흑수정의 줄기들이 뭉치고 뭉쳐서 전 방위를 휩쓸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히익!]

꿈틀거리면서 자신들을 향해 몰려오는 줄기들의 존재에 갈라테아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내지른다.

클레온은 재빠르게 비행마법에 더불어 마력을 분사하여 하늘로 솟아오른다.

하지만, 뒤를 쫓아오듯이 함께 솟아오르는 줄기들을 피하고자, 공중에서 가속하며, 팔과 다리를 이용해 자세를 제어한다.

"큭...!"

갈라테아가 말했던 대로, 살인적인 가속력에 의한 풍압이 그의 몸을 짓누른다.

슬쩍 시선을 돌려보면, 그녀의 몸의 주변을 감싸듯이, 줄기들이 뭉쳐 구의 형태를 만들고 있었다.

[저걸로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건가...! 저게 닫히면 성가시겠는걸...!]

[그 전에 본체를!]

갈라테아의 외침에, 클레온은 소영역의 내부를 질주한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고 창공을 도는 맹금류와 같이.

눈을 반짝이며, 자신들을 노리고 쇄도하는 흑수정의 줄기들의 사이로 틈을 찾아낸다.

쾅! 하고, 소영역의 벽에 그 줄기들이 부딪힐 때 마다 나는 큰 소리가 몸과 머리를 흔들지만.

그는 그 때 마다 날카롭게 박힌 그것들이, 소영역의 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고정되면서 영역 내부에 자라난 기둥처럼 영역을 메꾸어 가는 것을 본다.

덕분에, 더는 움직이지 않게 된 줄기들의 사이를 날아다니다 보면 마침내.

클레온의 눈이 빠른 속도로 벽에서 벽으로, 줄기에서 줄기 사이로 이동하며.

반짝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루트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보였다...!"

화륵! 하는 소리와 함께 마력의 불꽃이 튀어 오르면, 클레온의 몸은 나아가던 방향으로 전진하던 것을 멈추고, 급선회하여 아멜리아를 향해 강하한다.

1m 앞으로 나아갈 때 마다, 그녀를 지키기 위해 사방에서 흑수정들이 쏟아져 오지만, 클레온은 그것들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 더욱 가속하고.

그 결과, 양팔과 다리에 생성되어있던 마력 분사구들이, 마력 고갈 때문에 사라져 자세를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그와 동시에 클레온의 강하하는 부분을 막기 위해 모여드는 장애물들.

─하지만.

"아멜리아아아!!"

클레온이 그렇게 외친 순간, 아멜리아의 몸이 움찔, 하고 떨리면서 클레온을 향하던 줄기들이 순간적으로 정지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만들어진 틈으로, 클레온의 몸이 스쳐 지나가며­

그의 검이 드디어 아멜리아에게 닿았다.

"갈라테아!"

[알고 있어!]

클레온의 검신에, 남아있던 모든 마력이 끌어모아 진다.

그것은, 갈라테아를 강화함과 동시에, 절삭력을 낮춰 마치 둔기와도 바꾸는 용도였다.

파직! 하는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갈라테아와 클레온의 정신이 하나로 이어진 순간.

아멜리아는,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지던 흑수정의 고치에서 유일하게 비어있는 부분.

머리 위로 클레온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의 몸이 허공에서 빙글, 하고 돌면서.

검은 잔상을 남기며, 검은 초승달이 그려졌다.

"하늘 기둥!"

루베라의 검과 클레온의 검이 이어지며, 아멜리아의 목을 향해 내려쳐 진다.

콰앙!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아멜리아의 몸은 커다란 충격을 받고.

"클, 레온..."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앞으로 쓰러지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를 감싸려던 구체도, 소영역의 안을 가득 채우던 흑수정의 기둥들도 사라져간다.

"큭, 하아...!"

클레온은, 땅에 떨어질 때 제대로 착지를 하지 못할 정도로 탈진하여, 비틀거리면서 그 자리에 쓰러졌다.

갈라테아 역시 마력이 고갈된 것은 마찬가지였는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 아멜리아의 각인을...!"

클레온은 움직이지 않는 다리 대신, 몸을 비틀어 기어가서라도 아멜리아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앞으로 쓰러져 등을 보이던 그녀의 몸을 뒤집어, 가슴께를 향해 손을 뻗는다.

'...아직 각인은 살아있어. ... 이걸로, 그녀의 몸과 이 수정꽃을 분리해내면...!'

클레온이 그렇게 생각하며 아멜리아의 각인을 제어하려 한다.

그 다음 순간까지는.

[클, 레온!]

갈라테아의 부름이 울려 퍼졌기에, 클레온은 재빠르게 몸을 구를 수 있었다.

무언가, 섬뜩한 것이 자신의 목을 노리고 날아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까까지 아멜리아가 손에 쥐고 있던 '수정의 낫'이었다.

"큭...!"

설마, 아직도 수정의 힘이 남아있던 것인가.

숙주가 기절하더라도?

부족한 마력에 흐려진 사고에 고개를 들은 다음 순간, 클레온의 눈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멜, 리아...!?"

클레온이 떨어진, 아멜리아의 몸은 선명하게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그 이유는 분명했다.

클레온의 눈앞에서, 아멜리아가 자신의 그 대낫에­

심장이 꿰뚫려 있었으니까.

"아멜리아!!!"

클레온의 목소리가 소영역의 안에 메아리친다.

허나, 죽는 것이 당연한, 멈추는 것이 당연한 아멜리아의 몸이 끼긱, 하고 움직인다.

그녀의 머리 위에 떠오른 '검은 헤일로'는 아직도 회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그것은 지금까지의 클레온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아멜리아의 몸을 빌려, 웃음 짓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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