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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16화 (416/506)

〈 416화 〉 도착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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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박쥐를 섞어 놓은 듯한, 기괴한 형태를 갖춘 플라로우스의 사역마는 푸른색의 빛을 내면서 릴림의 앞을 날아간다.

흔들흔들 거리면서 그리 안정되지 못한 비행궤도를 그리는 그것을 따라가는 것은, 어딘가 걱정될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다.

지하수로의 입구를 안내해 줄 때까지는, 그 믿음직스럽지 못한 길잡이의 뒤를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계적인 사고방식을 하는 지금의 릴림이라도 어딘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 ...'

하지만, 발을 멈추는 것을 불가능했다.

자신이 사모하는 '그분'의 영혼을 이어받은 그 남자.

클레온.

솔직히, 그에 대한 감정을 릴림은 확실하게 정할 수 없었다.

기억을 잃었을 때의 릴림이 그를 아버지라고 부른 이유는, 어디까지나 가까운 곳에 있는 가장 안심되는 존재였기 때문.

말하자면, 동물들의 각인 현상과 비슷한 것이다.

그 안심감이 어디에서 오는가... 조금만 생각하면 바로 알 수 있었지만.

클레온의 안에 있는, 영혼의 형질, 색, 그리고 냄새.

오직 릴림만이 느낄 수 있던, 운명지어진 반려의 존재.

그녀에게 제대로 된 감정이 다시 일어나 있었더라면, 지금쯤 질투에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수천년의 세월을 얼음의 관 속에서 지내면서 견뎌왔는데도 받지 못했던 사랑을.

누군지도 모르는 여성들이, 나누어 받고 있다는 사실에 버티지 못하고 뇌가 파괴되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에게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고, 봉인의 술식이 그녀에게 필요 이상의 감정을 가지도록 허락하지도 않은 덕분에 그런 참사가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어차피, 나에 대한 그의 감정이 좋아질 일은 없을 테니.

그야말로, 그가 죽고 다음 몸으로 전생하지 않는 한­

"... ..."

릴림은 문득, 그런 생각을 하다가 발을 멈췄다.

쉽게 이번의 그를 포기하고, 다음의 그와 만나는 것을 노리는 생각을 하는 한, 그와 마음이 이어지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라 다시 한 번 자각한다.

다시 한 번, 봉인 술식에 감사한다.

자기 혐오라는 깊은 늪을 아주 조금만 느끼게 해준 덕분에, 다시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되었으니까.

객관적으로 자신을 판단하면, 코미디가 따로 없었겠지만.

기구한 인생은 원래,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였다.

그것이 업이라고 한다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겠지만.

그 정도로, 릴림이 쌓은 악행은 쉽게는 용서될 수 없다는 것이겠지.

'...계속해서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되는군요. 이 상태의 저는. 악마가 아닌 저는, 이렇게나 음울한 인간이었던 것인가요.'

스스로의 한심함에 나오는 한숨을 참지 못하며, 후우 하고 숨을 내뱉은 순간.

쿵! 하고 땅이 다시 한 번 울리는 것을 느끼며, 넘어질 뻔하게 되는 릴림.

"큭...!"

이번의 진동은 아까보다도 가까웠고, 그 충격도 커다랬다.

악마로서의 힘을 되찾지 못한 평범한 흑마의 일족의 소녀인 그녀에게, 이 진동 속에서 멀쩡히 서 있을 만한 신체능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자신의 앞­ 이어진 지하수로의 벽을 꿰뚫고 흑수정의 줄기가 튀어나온다.

"!"

그 줄기는, 거목의 기둥과도 같이 굵었으며, 꿈틀거리면서 마력을 쫓아 움직여 그녀의 앞을 나아가고 있던 사역마를 그대로 꿰뚫어 소멸시킨다.

"사역마가...!"

플라로우스가 만들어준 길잡이를 잃게 되면, 앞으로는 감에 의존해서 나아가야만 한다.

아니, 물론 그것도 문제였겠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읏...!"

튀어나온 줄기가 그대로, 그 끝 부분을 꺾어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

아마, 그녀가 가지고 있는 더 큰 마력을 탐내고 있는 것이겠지.

릴림은 어떻게든 움직여서 물러서려고 하지만, 조금 전의 충격으로 쓰러진 이후로 떨리는 다리와 손에 의해 몸이 제대로 일으켜지지 않는 것을 느낀다.

'겁을 먹은 건가... 몸이...?'

아무리 기억이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이 몸은 어린 소녀 릴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인격과는 다르게, 몸은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적을 만난 것에 공포를 느껴, 그 자리에 고정된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젠장...!"

어떻게든 한쪽 팔만이라도 움직여, 펜던트로 손을 가져가 판도라를 실체화시켜보려고 하지만, 그것마저도 둔해진 몸으로는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집어삼키려는 듯, 입을 쩌억 벌리는 흑수정의 줄기.

벽이나 천장을 긁어대면서 큰 소리를 울리며, 드디어 먹음직한 먹이를 붙잡으려고 한 그 순간­

"하아앗!"

뒷 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와 동시에, 그녀의 머리 위로 몇 발의 화살이 날아가 흑수정의 줄기에 박힌다.

"엎드려요!"

그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반응하여 몸을 숙이면­

"눈의 화살!"

시동어와 함께, 박혀있던 화살에 새겨져 있던 마법문자가 그 효력을 발휘하면서 수정을 타고 냉기가 퍼져 나갔다.

그 냉기는 순식간에 흑수정의 줄기를 얼어붙게 하였으며, 그 움직임을 멈추게 한다.

끼기긱...하고 귀를 거슬리게 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그 줄기는 릴림의 얼굴 바로 앞에서 멈추는 것이었다.

"...사샤."

자신의 위로 떨어지는, 얼음 조각의 차가움을 느끼면서 릴림은 고개를 든다.

사샤와 눈을 마주치면, 어딘가 조금 껄끄러운 분위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째서 따라온 건가요."

"릴림은 제가 방해된다고 이야기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클레온 씨를 도울 거에요."

그리고 그렇게 말한 그녀는 화살을 하나 더 걸어서 멈춰있는 흑수정의 줄기에게 발사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지의 기운을 머금고 날아간 화살이 얼어붙은 흑수정의 사이사이에서 진짜 나무 덩굴들이 자라나더니, 얼어붙은 흑수정들을 분쇄하여 막혀 있던 길을 뚫는 것이다.

"그리고, 제가 없었으면 위험할 뻔했죠?"

릴림에게 다가가 손을 건네는 사샤.

릴림은 그런 사샤를 올려다 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녀의 손을 잡는 것이었다.

"... 감사합니다."

"헤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솔직하게 감사를 표하는 릴림의 앞에서 머리를 긁적이면서 웃어 보이는 사샤.

그녀에게는, 자신에게 심한 말을 한 릴림에 대한 호승심이라던가, 조금 화가 난 부분은 있더라고 하더라도.

그녀를 싫어하게 된 것 같지는 않았다.

그것이 사샤라는 소녀가 가진, '선함'과 '순수함'이라는 것이겠지.

릴림에게는, 태양과도 같은 소녀의 모습이 조금 눈부시게 보였다.

"어라, 릴림의 사역마는요?"

"아아... 방금 그 나무 줄기에게 당했어요. 곤란하여졌네요."

릴림이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찌푸리면, 사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허리춤에 달려있던 작은 랜턴을 들어 올렸다.

"플라로우스의 사역마."

"맞아요, 멋대로 날아가 버리면 위험하니까, 이렇게 랜턴 안에 넣어서 나아가려고 하는 방향을 보고 길잡이로 쓰는 거에요."

그녀의 말에 릴림은 조금 놀란 듯이 그 랜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모험에 익숙한 것 같네요."

"아하하... 클레온 씨에게 도움이 되려고, 이것저것 배웠으니까요..."

그녀의 말에 릴림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듯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뜬다.

그리고, 사샤에게 공손한 태도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아까의 말은, 사과 드릴게요. 사샤라면 분명, 그 분께 도움이 될 거에요. 여차할 때 움직일 수 없었던, 저보다도."

그런 그녀의 말에, 사샤도 무언가를 생각하듯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조금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릴림도 클레온 씨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야, 물론."

"그렇다면, 분명.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할 때, 자신이 생각하던 것보다도 몸이 가볍게 움직이는 걸 알 수 있을 거에요. 제가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요."

그렇게 말하며, 나머지 한 손으로 릴림의 손을 꼭 잡는 사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그녀의 손은, 차가운 자신의 것과 비교하면 죽은 사람과 살아있는 사람의 차이처럼 느껴질 정도로 따뜻했다.

아아, 그렇구나.

그녀가 자신과 다르게 클레온의 곁에 있을 수 있던 이유는, 바로 이런 그녀의 따스함. 온기 덕분이라고 릴림은 깨닫는다.

"하지만, 진동이 더 심해졌네요... 가까이 가고 있다는 증거겠지만, 방금 같은 흑수정의 줄기가 지상에도 있다고 생각하면...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샤의 말에, 릴림은 고개를 끄덕인다.

"분명, 블랙 크리스탈 로터스가 마력이 부족한 마력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낸 수족입니다. 저들에게 흡수당한 마력은 전부 아멜리아 왕녀에게 흘러가고 있을거에요. ...이 기세를 보면 누군가가 그녀를 몰아붙이고 있는 것 같군요."

"설마, 클레온 씨가?"

"... ..."

사샤의 말에 릴림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다.

"...아멜리아 왕녀도 그 분도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서둘러야겠어요. 무언가, 지름길이 있다면..."

"바로 옆에 있지 않으냐."

릴림의 말이 이어지던 도중, 사샤의 입에서 다시 한 번 분위기가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동공이 조금 변화하여, 거만한 표정의 루벤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릴림은 입을 다물면서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본다.

바로, 자신을 노리고 들어온, '줄기'가 통과해온 '구멍'.

"...확실히 이 줄기는, 아멜리아 왕녀가 있는 곳 주변에서 만들어졌을 테니... 이 구멍을 따라가면, 더 빨리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조금 어둡긴 하겠지만, 사샤의 소매라도 붙잡고 따라와라. 이 녀석의 사냥의 각인이라면, 이 정도의 어둠 따위는 쉽게 꿰뚫어 볼 수 있을 테니까."

릴림은 그런 루벤의 말에 조금 머뭇거리다가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 소매를 잡는다.

그리고 두 소녀는 조심스럽게 구멍의 안으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001

"...루베라... 루베라...!"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다리로 다가온 아루루가, 쓰러진 루베라의 몸을 살핀다.

그녀의 몸은 상처 투성이었고, 마력도 전부 고갈되어 있었으며, 간신히 숨만 쉬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

고갈된 체력은, 이렇게 길거리에 방치된 동안에는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클레온이 안으로 들어간 지 5분... 그 뒤에는 나타나기 시작한 흑수정의 줄기들... 클레온이 이기고 있다는 징조라면 좋겠지만, 이대로 가다간...'

자신의 마력도 거의 남아있지 않아, 루베라를 혼자서 지킬 수 있을지 걱정하는 아루루.

지금 걸치고 있는 용사 예복이 주는 마력 회복 효과로도, 아론다이트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마력을 전부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다음 순간, 구구구구...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의 흔들림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파편을 튀기면서 가까이에서 솟아오르는 흑수정의 줄기.

"큭...!"

흑수정들은 주변의 마력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은 깊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뻔했다.

바로, 자신과 루베라의 남아있는 마력을 흡수하려는 것이겠지.

아루루는 재빨리 한쪽 팔로 아론다이트를 치켜들었다.

마력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았지만, 아론다이트를 매개체로 자신의 주변에 마력 장벽을 펼치면, 조금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버틴다고 해서, 무언가가 바뀔까...'

그 아루루에게서 조차,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을 만한 상황.

귀족들조차 왕성으로 돌아가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덕분에 왕국병들이 몰려가 있어서, 일반 시민을 구할 수 있는 병사들조차 부족했다.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이 왕도를 구할 수 있을까.

지금의 자신의 부족한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일까.

...아니, 지금은 포기할 수 없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포기가 용서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는 용서되지 않는 것이 바로 포기이다.

너의 노력은 무의미하다고 이야기 하는 듯한, 압도적인 전력차 속에서도 자신 만큼은, 주저 앉아서는 안됐다.

아루루는, 치켜들었던 아론다이트를 땅으로 찍어 내리면서, 그것에 몸을 기대듯이 일어섰다.

다리가 끊어질 것같이 아팠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아아아...!"

그리고, 천천히 자신에게 남아있는 모든 마력을 쏟아내, 사방에 흩어져있던 푸른 수정의 조각들을 한군데로 끌어모은다.

타인의 아이디어를 모방하는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뭉치고 뭉친 푸른 수정은, 거대한 창의 형태가 되어 아루루의 등 뒤에 떠오른다.

그 창끝은, 아루루와 루베라를 노리는 줄기를 향해 있었다.

아루루의 한쪽 팔이 들어 올려지면, 그 거대한 창은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꿰뚫어 부숴라! 아론다이트!"

번개와도 같은 호령, 팔이 내려짐과 동시에 돌진하는 푸른 수정의 창.

자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모두 꿰뚫으며 나아가는 푸른 섬광은, 이내 스스로의 몸을 갉아내면서도 흑수정의 줄기와 맞부딪힌다.

그리고 그것은, 사방에 수정의 파편을 흩뿌리면서 서로를 좀먹듯이 부서지며­

이내, 큰 폭음과 함께, 완벽하게 서로를 박살낸 뒤, 소멸하는 것이었다.

"하아... 하아..."

지상에 선 채로, 마지막 일격을 다한 아루루.

그녀도 루베라와 마찬가지로, 마력이 고갈되어 정신이 흐릿해진다.

"...클레온... 아멜리아, 님..."

부디 두 사람이 무사하기를 바라면서, 그 자리에서 쓰러지면.

조금 전, 그녀가 파괴한 흑수정의 줄기가 만들어낸 구멍에서, 두 사람이 기어 올라오는 것이었다.

"...다, 다행이네요. 위에가 막혀 있어서, 구멍에 갇혔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의 안의 신이 이야기했을 때는 좋은 생각이라 생각했는데... 하마터면 도착하지 못할 뻔했어요."

릴림과 사샤 두 사람이었다.

루벤의 아이디어대로, 흑수정의 줄기가 만든 구멍을 지름길 삼아서 올라온 것은 좋았지만, 도중에 다시 생성된 줄기가 그 구멍을 틀어막아 버린 덕분에.

위로도 아래도 나아가기가 힘들어진 것이었다.

안쪽의 구멍에서 날뛰다간, 천장이 무너져 흙에 깔려 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에, 아까와 같은 얼음과 식물 줄기의 화살은 물론이요, 판도라도 휘두를 수 없었다.

"...시간을 지체했네요. 그 분과 아멜리아 왕녀는..."

릴림이 그렇게 두리번 거리면, 검은 반구 형태의 결계가 펼쳐져 있는 것을 본다.

"...소영역. 아마, 이 안에..."

"...잠깐!"

그 결계로 다가가려는 릴림을 제지한 사샤는, 자신들이 나온 구멍 바로 옆에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달려갔다.

"루베라 씨... 아루루 씨...!"

맥을 확인하고, 죽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사샤.

릴림도, 그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이야기한다.

"아멜리아 왕녀를 막으려다가, 힘이 다한 것이겠죠."

"... 이대로 두면 위험할 것 같아요... 이걸..."

사샤는 그렇게 말하며 모험가용 가방에서 작은 결계석을 꺼내 든다.

이전, 아난시에게서 몰래 건네받은 적이 있는, 수도원의 비품이라는 것 같았다.

"...그런 물건을 가지고 다닌 건가요."

"혹시라도 필요할까 봐요... 저라도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고 했으니..."

사샤는 루베라와 아루루의 곁에 그 결계석을 내려놓은 뒤, 시동어를 읊어 결계를 발동시킨다.

반투명한 막이 생성되어, 그 두 사람의 곁을 덮었다고 생각하면. 이내 결계는 색을 잃고 투명해졌다.

"좋아! 이제 됐어요!"

사샤는 안심했다는 듯이 몸을 일으키더니, 결계의 곁으로 다가간다.

릴림도, 결계를 바라보면서 이 안으로 들어가려면 판도라를 꺼낼 수밖에 없나. 라고 생각하지만.

[흐아...음. 겨우 도착했네요.]

칼리번이 그렇게 이야기 하자, 다음 순간 그녀의 모습이 빛나면서 단검에서 평소에 취하는 천사와도 같은 소녀의 모습으로 바뀐다.

그리고 손을 수도처럼 만들어서 엑스자로 결계의 표면을 베어내면­

그 자리에, 공간을 잇는 통로가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클레온이 사용할 때와 같은 장검의 모습으로 바뀌며 그 구멍 안으로 들어간다.

사샤도 릴림도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구멍이 닫힐 것 같은 기색을 보이자 재빠르게 그 구멍으로 뛰어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소영역의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본 것은­

아멜리아에게 목을 붙들린 채 공중에 떠 있는, 클레온의 모습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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