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17화 (417/506)

〈 417화 〉 연꽃 악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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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멜리아는, 수정 꽃이 개화한 뒤에 변화한 아멜리아의 모습보다도 훨씬 뒤틀려 있었다.

변해버린 머리카락의 색과 눈의 색을 제외하면 아직 저것이 유폐 성녀라고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가까이 가서 보지 않으면 누군지 식별하기 힘들 정도였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피부의 색이었다.

새하얀 눈밭과 같이 반짝이던 피부는, 햇볕에 탄듯한 옅은 갈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눈은 더욱 진한 붉은색으로, 머리카락은 연보라색에서 거의 핑크에 가까운 수준으로 물들어 있었으며­

눈에 띄는 것은 이마에서 자라난 두 개의 검은 뿔과 머리에 떠오른 검은 헤일로이다.

중요한 부분은 아무 곳도 가리고 있지 않아, 완전히 노출된 아멜리아의 가슴과 음부 덕분에, 정말로 인간형의 마물로 전생해 버린 것은 아닐까 착각하게 된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여체이지만, 변해버린 피부의 색과, 가슴 위에 떠오른 각인 지배의 각인이 변형된, 이형적인 문양.

거기에 더불어, 엉덩이의 위에서 자라난 꼬리.

두꺼운 도마뱀의 꼬리와 같은 것이, 지금까지 일행을 괴롭혀온 흑수정의 줄기와 비슷한 재질로 솟아나서 허공에서 진자운동을 하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수정들이 팔과 다리 부분와 같은 몸 일부분을 감싼, 마물과 인간의 융합체와 같은 형태가 되어버린 아멜리아는, 날개가 없는데도 하늘에 떠있는 상태로.

가볍게, 한 손으로 클레온의 목을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클레온 씨!"

사샤는 비명과도 같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활에 화살을 건다.

그녀의 눈­ 사냥꾼의 각인은 더는 눈앞에 있는 소녀를 '아멜리아'라고 인식하지 않았다.

저것은, 아멜리아의 몸을 지배한 지옥의 마물이었다.

클레온을 향해 날아가려던 칼리번도 그를 붙잡고 있는 아멜리아를 확인하고는 멈춰 서며 단검의 모습으로 다시 바뀌어서 사샤의 허리춤에 걸린다.

[위험하네요 저건~ 멋대로 날아갔다면 도중에 막혀서 꼼짝없이 붙잡힐지도~]

그런 칼리번의 말에, 사샤도 침을 삼키면서 몸을 바짝 긴장시킨다.

"응?"

아멜리아 역시 그런 사샤의 목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돌려 소영역에 침입한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 ..."

릴림과 눈을 마주치면 아멜리아는 입을 크게 벌리며 웃어 보였다.

"아아. 누군가 했더니, 나를 이 소녀의 몸에 심었던 악마...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것은... 사샤... 였나?"

그녀의 자아는 완전히, 블랙 로터스 크리스탈에 먹힌 듯이 자신을 '아멜리아'로 칭하지 않는다.

"숙주와 완전히 융합했습니까..."

릴림이 눈쌀을 찌푸리면, 아멜리아는 기분이 좋다는 듯이 꼬리를 흔든다.

"아아. 당신이 선택한 숙주는 최고의 그릇이었습니다. 작은 몸 안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어둠을 품고 있었죠. 그것을 방출하는 방법조차 모르고, 주위의 기대에 짓눌려서 스스로 망가졌습니다."

"클레온 씨와 아멜리아 왕녀님을 돌려주세요!"

사샤가 자신을 겨눈 것을 보며, 아멜리아는 큭큭 웃으면서 그녀를 내려다본다.

"돌려줄 리가 없잖습니까. 이 숙주도... 그리고, 이 남자도. 이제 제 것이 될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손에는, 작은 씨앗 같은 것이 들려져 있었다.

"저희 같은 기생 악마는, 어쩔 수 없이 숙주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지금의 저는... 그렇군요. 아멜리아 왕녀의 기억도 자아도 온전하게 가진 '악마'라고 생각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이 몸이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게, 이 남자­ 클레온을 원하는 것도. 숙주의 영향이죠."

"그렇게 하게 두지는 않겠습니다."

다음 순간, 릴림이 가슴의 펜던트에 손을 가져가자, 거대한 흑마력의 대검인 판도라의 그림자가 튀어나온다.

아까와는 다르게, 팔이나 다리가 떨리지는 않았다.

그런 릴림의 행동을 보자, 아멜리아는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면서 이야기한다.

"당신이 저를 이 몸에 심어놓고, 인제 와서는 저를 막겠다고요? 얼마나 제멋대로인 걸까요. 아무리 악마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역시 원래 인간이었던 존재는 어쩔 수 없는 건가..."

"이야기는 거기까지입니까."

다음 순간, 판도라의 검신 부분이 불꽃처럼 터져 나오면서 릴림의 몸을 순간적으로 가속한다.

덕분에 크게 도약한 릴림의 몸이, 그대로 그녀­ 아멜리아에게까지 질주하여, 공중에서 1회전 함과 동시에 그녀의 팔을 내려치는 것이다.

쾅! 하는 충격의 소리가 들리면 무언가가 릴림의 검을 틀어막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큭...!"

"약해... 이 정도의 힘밖에 없는 상태에서 대체 뭘 하겠다는 건가요."

아멜리아는 싱겁다는 듯이 릴림의 대검을 바라본다.

그 검을 막은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흔들리고 있었던 아멜리아의 꼬리였다.

생긴것과 마찬가지­ 아니, 그 이상으로 단단한 그녀의 꼬리는 판도라의 그림자 정도는 그저 가져다 대는 것 정도로 막을 수 있을 정도로 흉악한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몸은 굉장하네요... 몇 번이고 영맥에서 끌어올린 마력을 그대로 몸에 쑤셔 넣었는데... 완전히 망가지지 않고. 덕분에, 저도 무럭무럭 자라나서 더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어요."

그녀는 클레온의 각인이 새겨진 젖가슴을 만지작거리면서, 음탕한 웃음을 짓는다.

"그러니, 이제 번식을 할 차례이죠... 방해하지 말아 주시겠어요?"

판도라를 막은 꼬리가, 그대로 꿈틀대더니 마력의 검을 꽈악 쥐어짜면 그대로 허공에서 소멸하며 흩어지고 만다.

"읏...!"

그와 동시에 자신을 지탱하던 힘이 사라진 릴림은 곧바로 중심을 잃고 땅으로 떨어지게 된다.

재빨리 자신의 몸을 받아낼 수 있도록 마력의 장벽을 몇 겹으로 펼쳐서, 충격을 완화하며 떨어지지만.

그것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아멜리아의 손이 움직였다.

그러자, 거대한 검은 망치가 나타나, 그녀를 위에서부터 찍어 내리려는 듯이 떨어진다.

"아하하하!"

아멜리아의 비웃음과 동시에, 망치가 떨어지면.

다음 순간, 망치를 향해 거대한 마력을 머금은 화살이 날아왔다.

"만월의 천정!"

소녀의 외침과 동시에, 그 마력이 터져 나가면, 화살 촉 안에 봉인되어있던 루벤의 마력이 터지면서 거대한 만월 형태를 한 원반이 망치를 반으로 절단해버린다.

덕분에 릴림은 땅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었고, 피어오르는 먼지 속에서 콜록 이면서도 대검으로 이어지는 추격에 대비해 스스로의 몸을 보호한다.

"하아..."

아멜리아는 자신의 망치가 갈라지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화살을 쏘았을 소녀에게로 시선을 향한다.

물론, 그것을 행한 것은 사샤였다.

[세 발 중에서 벌써 두 발을 써버렸군. 마지막 하나는 좀 더 신중하게 써야 할 것이다.]

사샤의 안쪽에서 그녀를 위한 루벤의 조언이 들려왔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릴림을 구하기 위해 쏘았던 '눈의 화살'.

그리고, 방금 전 망치를 가르는 데 사용한 '달의 화살'.

이 둘은 모두, 며칟날에 걸쳐서 루벤이 마력을 주입하여 만들어낸, 사샤의 비장의 화살 세 가지 중 두 개이다.

나머지 하나는 아직 화살 통의 안에 잠들어있지만... 그것마저 써버리고 나면, 저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아멜리아에게 유효한 타격을 줄 만한 수단이 사라지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어떻게 하죠...? 칼리번..."

[그렇네요~ 일단, 클레온을 회복시키는 것이 우선이니. 클레온 씨를 저 아멜리아 왕녀를 뒤집어쓴 악마에게서 구해내는 게 먼저일 것 같아요~ 그 뒤에는 저에게 맡겨주세요~]

말은 느긋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이야기 한 대로, 클레온의 비장의 수이기도 했다.

특히나, 상대가 흑마력을 저렇게나 강하게 다룬다면, 칼리번이 가진 신성마력이 반드시 클레온의 도움이 되리라.

그러는 사이 아멜리아는 사샤를 조금 흘겨 보면서 이야기한다.

"사샤... 당신, 저한테 클레온 씨를 빼앗기는 게 무서워서 방해하는 건가요? 그러면 당신도 저와 함께 이쪽으로 오면 돼요. 물론, 그쪽의 여자­ '릴림'은 죽여야겠지만."

"누가...! 당신, 아멜리아 왕녀님의 흉내는 그만 해요! 아멜리아 왕녀님이, 그렇게 말할 리 없잖아요!"

당연하게도 발끈해 하면서도 서둘러 다리를 움직여 땅으로 굴러떨어진 릴림의 쪽으로 달려가는 사샤.

그러자­

"그래요. 그럼, 당신도 같이 죽어요."

아멜리아의 잔혹한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사샤를 향해 무언가가 뛰어들어와 참격을 휘둘렀다.

"으에엑!?"

사샤는 자신을 향한 갑작스러운 공격에 재빨리 몸을 숙여, 그 공격을 피해내지만, 만약 반응하지 못했다면 그대로 머리가 반으로 갈라져 죽었을 것이다.

"칫."

아멜리아의 노골적인 아쉬워함. 그리고 몸을 굴리듯이 자신을 공격한 대상과 거리를 벌리는 사샤.

그곳을 보면, 흑수정이 인간의 형태를 이루고, 손에 외날 검을 든 채로 삐걱 거리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흐, 흑수정이 이번엔 인간 모습을... 그보다, 그 모습... 설마, 루베라 씨?"

[인형 놀이인가요~]

칼리번의 흥미롭다는 목소리가 들려오면, 끼긱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흑수정의 루베라가 다시 한 번 사샤를 향해 검을 휘둘러왔다.

몸놀림은 원본에 비하면 조금 둔했지만, 위협적인 그 움직임에 사샤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몸을 굴려댄다.

"사샤. 지금 돕겠습니다."

릴림도, 대검을 들고 흑수정 루베라를 치기 위해 다가가려 하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를 노리고 날아오는 수정의 칼날들.

"치잇..."

릴림이 혀를 차면 자신을 노린 것이 루베라와 마찬가지로 흑수정으로 이루어진 아루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변에 몇 개나 되는 검은 아론다이트들을 띄운 채 그녀와 대치하는 흑수정의 아루루.

아멜리아는 흑수정의 인형들과 대치한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입가로 손을 가져가며 이야기 한다.

"바깥에 있는 것들은 쓸모가 없어졌으니까요... 뭐, 그런 인형들로도 당신들을 상대하기엔 충분하지만..."

끼릭끼릭 거리는 소리가, 아멜리아의 손가락 근처에서 울렸다.

마치, 리듬을 타듯이 흔들리는 그녀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아루루와 루베라의 인형들이 움직이면서 릴림과 사샤를 몰아붙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었다.

"자, 잠깐...! 우와앗!"

사샤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루베라의 칼을 종이 한 장 차이로 겨우 연속으로 피하면서, 활에서 근접 무장으로 교체할 기회를 잡지 못한다.

[그나저나, 저 악마. 자만심에 찌들어 있어서 다행이로군. 우리들을 상대하느라 클레온 님의 몸에 씨앗을 심지 못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정말로 자만심일까요? 어쩌면, 진짜로 이쪽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일 수도 있죠. 이렇게나 정교한 인형을 조종하느라...]

"제, 제 머릿속에서 둘이서 이야기하지 마시고, 무언가 방법을!"

느긋하게 상황을 분석하며 담화하는 루벤과 칼리번.

사샤의 머릿속에는 두 사람이 소파에 앉은 채로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장면이 떠오른다.

[어쩔 수 없네요~]

그러면, 그런 목소리가 울린 다음 순간, 사샤의 허리춤에서 스스로 뽑히더니 튕겨져나가듯이 흑수정 루베라의 심장 부근을 향해 날아가는 칼리번.

콰직! 하는 소리가 들리면 간발의 차로 흑수정의 루베라가 그것을 막아내지만, 그것은 명명백백한 커다란 '틈'이었다.

다음 순간, 루베라는 재빨리 활에 몇 개의 화살을 걸어 하늘 위로 발사했다.

"창천의 유성우!"

화살은 공중에서 마력을 머금고 몇 개로 불어나면서 실체를 가진 화살과 마력의 화살로 나뉘어서 움직임이 묶인 루베라를 향해 쏟아진다.

어떻게든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 한순간, 그녀의 주변에 떨어진 화살들의 사이에 번쩍이는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선이 이어지면.

"발을 묶는 소나기!"

그대로, 구속 술식이 발동되면서, 흑수정의 루베라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수많은 화살의 비에 얻어맞으면서 몸이 깎여나가다가 검을 들고 있는 팔 부분이 깨져 나가면서, 그녀의 몸은 쓰러진다.

"해, 해냈다! 생각보다 쉬웠어요!"

[잘했어요 사샤~ 칼리번 포인트를 1점 드릴게요~!]

그리고 사샤의 허리춤으로 돌아오는 칼리번.

"카, 칼리번 포인트? 1점?"

[그보다도, 저 쪽을 봐라.]

칼리번의 페이스에 휘말려 의미 모를 단어를 중얼거리던 사샤는, 루벤이 강제로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릴림 쪽을 보게 된다.

릴림은, 흑수정의 아루루를 상대로 수세에 몰린 채 싸우고 있었다.

흑수정의 아론다이트들은, 릴림을 노리고, 사방팔방을 비행하면서 그녀의 몸을 집요하게 노리고 있었으니까.

"릴림이...! 구해주지 않으면!"

[아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군.]

아멜리아는 사샤가 자신의 인형을 부숴버렸다는 것에도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즐겁게 릴림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아­! 즐겁네요 약한 벌레를 짓밟는 건...! 당신이 이런 기분으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던 것이군요! 제 안의 아멜리아도 당신을 죽일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는 게 느껴져요!"

"... ..."

그녀의 공격은 점점 더 거세지면서, 릴림의 한쪽 무릎을 꿇게 할 정도의 폭풍으로 성장하지만 릴림은 꾹 참으면서 판도라로 어떻게든 그것들을 막아낸다.

정확힌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검이기에, 그 형태를 무너뜨려 자신을 감싸는 막으로 만드는 것 정도는,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막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고요? 저의 마력은 무한에 가까운데... 클레온도 그런 식으로 시간을 버티다가 마지막 발악으로 저에게 한 방 먹이고 쓰러져 버렸죠. 뭣하면 그 펜던트를 부숴줄까요? 당신의 봉인을 풀어서 다시 악마로 만들어 줄 수도 있는데. 그러면, 저에게 협력해 주려나요? 아하하! 이쪽에서 거절이지만!"

유쾌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듯이 이야기하는 그녀를, 사샤는 어떻게든 멈추기 위해 활을 겨누지만­

다음 순간, 계속해서 공격을 방어하던 릴림의 마력 장벽이 꿈틀거린다.

"...먹어치워라, 판도라."

다음 순간, 릴림의 마검이 지금까지의 받은 공격을 되돌려 주듯이 거대화하더니.

순식간에 수평으로 휘둘러져 흑수정의 아루루의 몸을 베어낸다.

"하아!? 큭..."

아멜리아는 자신의 인형이 그런 무식한 공격으로 망가졌다는 사실에 어이없어하면서도 분한 듯 주먹을 쥔다.

"판도라는 자신을 향하는 살의, 위협을 막아치우고 스스로의 힘을 강화하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저에게 감정이 있다면 그것을 매개체로 조금 더 빨리 이 힘을 쓸 수 있었겠지만."

"하! 하지만 그런 한번 사용하고 나면 또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하는 힘으로, 이것들을 이길 수 있을까?"

릴림의 말에 아멜리아는 표정을 험악하게 굳히면서, 양팔을 들어 올린다.

클레온의 몸은 어느샌가, 허공을 떠다니는 흑수정의 십자가에 매달려있는 상태였다.

그런 아멜리아의 움직임에 맞추어, 검은 수정들이 땅의 밑에서 튀어나와 또다시 인간의 형태로 합쳐진다.

이번에는 루베라와 아루루, 둘 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아멜리아가 만나 왔던 사람들을 모방하여 만들어낸, 대량의 군단이었다.

"으으..."

[이건 좀 위험할지도~]

그 압박에 눌린 사샤, 그리고 중얼거리는 칼리번.

"두 사람밖에 만들지 않은 건, 어디까지나 당신들을 천천히 괴롭히면서 죽이려고 했던 것 뿐... 승리가 확정된 상황에서 전력을 다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나 죽고 싶다면, 저도 자비를 베풀어 드리죠. 이 나라의 왕녀로서 말이에요."

아멜리아의 그런 말을 들은 릴림은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대검을 바로잡고 흑수정들과 대치하여 선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등 뒤에 서듯이 사샤와 등이 붙는다.

"...처형을 명합니다."

그녀가 왕녀로서의 위엄을 담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그녀들을 둘러싼 인형들이 동시에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큭... 이건..."

그 순간, 소란 때문에 눈을 뜨게 된 클레온.

클레온은 자신의 밑에서 인형들에게 공격당하고 있는 사샤와 릴림을 본다.

"사샤!? 그리고, 릴림까지!?"

"아핫♡"

아멜리아는 눈을 뜬 클레온을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면서 달콤한 웃음소리를 내뱉었다.

무언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자신의 혀 위에 아까 그에게 심으려 했던 씨앗을 올리더니­

그대로, 클레온의 입을 덮치듯이 자신의 입술로 막아버리는 것이었다.

"읍...!?"

"하읍... 츄♡ 르릇...♡ 흐음...♡ 베...♡"

클레온은 그것에 저항하려 하지만, 마력도, 체력도 고갈되어있는 데다가, 배의 상처까지 터진 덕분에 피가 흐르는 상태에서.

팔까지 묶여있는 그의 몸으로는 아멜리아의 강제적인 키스에 저항할 수도 없었다.

그림만 본다면, 성인 남성을 역으로 제압해서 억지로 입술을 틀어막은 소녀의 모습이지만.

마치 악마와도 같이 변한 아멜리아의 모습 덕분에, 그 사태가 이상 사태라는 것을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한다.

끈적하게 혀를 섞으면서, 클레온의 입을 강제로 열고.

그리고 그 사이로, 자신의 씨앗을 넘겨 삼키게 하는 아멜리아.

이윽고, 클레온의 입과 천천히 떨어진 그녀는 상기된 얼굴로, 자신의 입술을 혀로 핥아냈다.

"큭... 아멜, 리아... 무엇을..."

클레온은 당황해 하면서 자신의 안으로 들어간 그것에 위화감을 느낀다.

"나에게 심어졌던 씨앗과 같은 것이에요. 어떻게 하면 빨리 개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아멜리아는 큭큭 웃으면서 자신의 아래를 가리킨다.

"릴림과 사샤를 동시에 당신의 눈 앞에서 쳐죽여 버리면... 그것만으로도 꽃이 피지 않을까요?"

"뭐, 라고..."

크게 당황해 하는 클레온의 얼굴을 보며, 아멜리아는 정말로 기분 좋다는 듯이 몸을 비틀었다.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액체의 감촉을 느끼며, 아멜리아는 지휘하듯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자... 사샤와 릴림... 저와 클레온을 위한, 거름이 되어주세요. 아하... 하하하...! 아하하하하!!"

악의 힘에 완전히 물들어버린 소녀의 목소리가, 소영역의 공간 안에 울려 퍼진다.

"─사샤는..."

하지만, 그때. 클레온의 입이 열리면서 조용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멜리아는 표정이 굳으면서 클레온의 쪽을 돌아보면, 클레온은 조용히 그리고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아멜리아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사샤는, 저런 인형들에게는 지지 않아."

"...하아? 너무 다쳐서 머리가 이상해졌나요? 저 아래 있는 것들의 숫자만 해도 수십에 가까운데... 저런 미숙한 계집애가 뭘 할 수 있다는 건가요?"

"─네가 못하는 걸 할 수 있지. ...기생 악마."

클레온의 말에 아멜리아는 과장된 움직임을 뚝, 멈추면서 클레온을 돌아본다.

"나를 악마라고 부르지 마."

"아니, 너는 아멜리아의 기억을 뒤집어쓰고, 그녀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인 악마다. ...갈라테아가 가르쳐줬지."

다음 순간, 그녀의 몸에서 흑마력이 폭발하면서 클레온을 덮친다.

몇개나 되는 검은 손이 그의 몸에 달라붙어 목을 조이거나 팔을 부러뜨리려는 듯이 이곳저곳을 비틀어 고통을 선사한다.

"나는 아멜리아야! 아멜리아 칼데아리스라고!! 나를 배신한 모든 것에게 정당하게 복수할 권리를 가진...!"

"큭..."

본인이 아니라면 내뿜을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한 분노.

하지만, 갈라테아는 클레온에게 이야기했다.

'마력 매개체'를 힘의 근원으로 삼는 아멜리아와, 그녀에게 기생한 기생 악마­ 머리를 묶는 곳에 달린 흑수정의 꽃.

그것 역시, 일종의 마력 매개체이기 때문에, 아멜리아와 상상 이상으로 상성이 좋은 덕분에 필요 이상으로 서로가 섞여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날뛰고 있는 것은, 그 꽃이 가지고 있는 인격.

진짜 아멜리아는, 육체의 안­ 정신의 깊은 곳에 갇힌 채 잠들어 있는 것이었다.

"...뭐어 좋겠죠. 클레온이 뭐라고 하더라도, 두 사람은 죽을 겁니다. 그 때가 되면, 당신도 당신이 아니게 되겠지만요."

그렇게 단언하는 아멜리아­ 아니, 블랙 로터스 크리스탈의 악마는 조용히 턱을 괸 채 허공에 앉는 자세를 취하며 지상을 내려다보는 것이었다.

릴림과 사샤가 죽는 순간을 기다리며, 클레온에게 심은 씨앗이 발아하기를 기대하며.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사샤가 정말로, 클레온이 말한 대로 강한 소녀인 것을.

그리고­ 그녀와 함께하고 있는 릴림 또한.

클레온을 위해서라면, 스스로가 어떻게 되더라도 상관없다고 각오를 마친 상태인 것을.

그저 아멜리아의 감정을 자신의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악마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으니까.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전력을 다한다는 것은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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