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9화 〉 순백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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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등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이 죽기 직전, 자신의 삶을 환상으로서 되돌아본다는 그것이다.
누군가는 삶의 직전에 자신의 잘못이나 후회를 살펴보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주장하고.
누군가는 인간의 형편 좋은 '~했으면 좋겠다'가 또다시 움직여,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이야기하며 주마등의 존재를 부정한다.
그 이야기의 진실이 어느 쪽이든 간에, 그녀의 눈에 지금. 바로 당장.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 속에 흔들리는 시야의 너머로.
자신의 과거가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브의 실험실에서, 짝이 되는 흑마의 일족의 조정역으로 만들어져서.
불타오르는 대지의 밑, 지하 깊은 곳에서 원초 세계의 멸망을 겪었으며, 그 뒤에는 냉동 수면에 들어가 카인과 만날 때까지는 오로지 어둠과 냉기 속에서 지내왔다.
그리고, 운명적인 만남.
소녀는 소년과 만나, 그와 함께 대륙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쳤고.
소년은 황제가 되어가며 서서히 소녀를 곁에 둔 채 악으로 변해갔다.
지금 생각하면, 릴림의 인생이라는 것은, 이 부분에서 실패해 버린 것이다.
그녀에게 주어진 사명, 그녀가 만들어진 이유.
흑마의 일족이라 불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결점을 가지고 있는 일족을 제어하기 위한 목줄, 고삐의 역할.
그들이 필요 이상으로 폭주하지 않기 위해, 그들의 감정을 제어하고, 선천적인 결함을 제거한다.
피를 섞어, 유전자를 섞어.
아담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한, 이상적인 핏줄을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낸다.
허나 카인은 그런 릴림의 사명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자신의 길, 자신의 방식으로 아담을 저지하겠다는 듯이 대의를 펼치려다가
그것이 너무 과하여, 타인의 목숨을 등한시 여기고, 수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한 결과 세계의 적이 되어버린 탓에.
용사라는, 세계의 바이러스를 정화하기 위한 시스템의 개입 때문에, 모든 것이 무너지면서 그들의 꿈도, 계획도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담은 릴림이 잠든 사이, 카인이 세계를 전쟁의 불꽃으로 몰아넣는 사이 조금씩 목표를 향해 나아가 이제 손을 뻗기 직전의 상황까지 닥쳐있었다.
운명은 갈기갈기 찢기고, 카인의 죽음과 함께 사명은 달성할 수 없게 되었다.
그가 전생하여 새로운 전생자가 탄생한다고 하더라도, 릴림은 그 사이에 몇년을 더 혼자서 지내야 할까.
십년? 어쩌면 백 년의 단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자신은 그와 달리, 새로운 모습,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다시 태어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죽을 수 없었다.
카인을 옆에서 말리지 못한 것에 대한 자괴감도, 후회도 전부 묻어버린다.
다음에야 말로 맡겨진 일을 다하기 위해, 세계의 희망으로서 그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인간의 마음도, 육신도 버려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릴림은 메기도의 일족의 비술을 이용하여 악마가 되었다.
다시 태어날 전생자를 기다리면서, 동시에 아담을 적대시하는 이슈탈의 곁에서 그녀를 도왔다.
이번에야 말로 그 사람의 곁에서, 그 사람과 정해진 대로의 사랑을 속삭이며, 그 사람과 영원을 약속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옷의 마지막 단추가, 옳은 구멍에 들어갈 리 없는 것이었다.
업보가 돌고 돌아, 그녀의 목을 베어냈다.
'선'으로서 존재하지 못했기에 '악'에 물들었던 그녀의 몸에 걸맞은 최후였다.
릴림은 머리속으로 떠올렸다.
이 모든 과거를 보면서, 그녀는 지금의 자신에게 감정이 있었더라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후회 했을까, 아니면, 억울해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절망, 슬픔을 쏟아내며 죽기 싫다고 발버둥쳤을까.
아멜리아에게 사과를, 자신 때문에 슬픔의 구렁텅이로 밀려들어 간 모든 희생된 이들에게 사죄의 말을 내뱉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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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림은, 실이 끊긴 꼭두각시 인형처럼 추욱 늘어지며 하늘에서 지상으로 떨어졌다.
그리 높은 위치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몸은 중력에 의해 자유 낙하하면서, 철퍼덕 하는 소리를 내면서 지면과 충돌한다.
아무런 낙법도 움직임도 취하지 않은 그녀의 몸이 지상에서 어떻게 되었을지는, 가까이 가면 살필 수 없었겠지만.
이제, 그 몸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목에서 뿜어내는 피의 양은 즉사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양이었고, 지면에 퍼져 나간 피가 꽃처럼 지상을 물들였다.
"릴, 림..."
클레온을 받아낸 사샤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릴림을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자신이 지금 환상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클레온도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사샤의 시선이 향한 곳을 바라본 뒤 표정이 굳었다.
[... ...]
루벤도, 칼리번도 그녀의 처참한 몰골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을 내뱉지 못했다.
오직 아멜리아 아니, 그녀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블랙 로터스 크리스탈의 의지만이,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면서 손에 묻은 핏물을 털어낸다.
"쓸데없는 짓을... 덕분에 클레온이 풀려나 버리고 말았잖아요."
그녀는 괜한 짓을 해줬다는 듯이 경멸의 시선 섞인 눈빛으로 릴림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
다음 순간, 사샤는 자신의 전신의 털이 거꾸로 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 악마였던 릴림은 용서할 수 없는 악인이다.
그녀 때문에 지금 이 참상이 벌어졌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걸 이해하고 있는 자신과, 기억을 잃고 순수한 어린아이가 되었을 시절의 릴림에 대한 기억이 사샤의 머릿속에 교차하면서 어쩔 수 없는 분노가 그녀의 몸을 덮쳤다.
지금 눈앞에서, 생명을 잃은 것은 어느 쪽인가.
릴림이 악마인 채로 죽은 것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슬픔은 지금보다 덜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샤는 일행 중 누구보다도, 어린아이 릴림의 곁에 지내면서 그녀와 교감했던 것이다.
정이 붙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수밖에 없었다.
"큭, 하아... 하아...!"
그렇기에, 사샤는 만감이 교차하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려고 했다.
지금의 자신이 화가 난 것은, 그녀의 피해자들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겨우 14살의 소녀이고, 이성으로 감정을 억누르고, 늘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만한 나이도 아니었다.
인간이 그렇지 못한 존재라는 것은 차치해두고 생각하더라도 말이다.
그 때, 비틀 거리면서도 몸을 일으킨 클레온의 손이 그녀의 머리 위에 올라갔다.
평소의 클레온이 의도적으로라도 누군가의 머리를 쓰다듬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클레온의 그런 행동은 사샤의 감정선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괜찮아, 사샤... 너는 네 감정에 솔직해 지면 돼.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니까."
"으읏...!"
상냥함을 인간의 무른 부분이라고 한다 하더라도, 클레온은 그런 사샤의 무름을 존중한다.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클레온의 손에, 사샤는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녀는, 아직 동료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칫..."
울음소리를 내는 사샤를 바라보며, 아멜리아는 불쾌하다는 듯 그녀를 내려다보고.
클레온은 마력이 남지 않은 몸과, 터져버린 자신의 상처를 내려다본다.
숨이 차오르고, 정신이 몽롱해지지만.
어쨌든, 해야 하는 일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블랙 로터스 크리스탈에 지배당하는 중인 아멜리아를 제압하고, 그녀와 수정꽃을 분리해낸다.
"칼리번."
"네에"
클레온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사샤의 허리춤에서 뽑혀나온 성검이 빛을 내며 인간형의 모습을 드러냈다.
금발의 벽안, 흰색의 아무런 장식도 달려있지 않은 원피스를 걸친 맨발의 소녀.
그리고, 등에서 자라난 날개가 상냥하게 사샤와 클레온을 감싼다.
동시에, 사샤와 클레온의 몸을 치유하는 치유력의 결계가 펼쳐지며, 두 사람의 몸에서 잔 상처들이 조금씩 사라져 간다.
"성가신 성검의 힘..."
아멜리아는 그런 성검의 힘을 위에서부터 짓누르기 위해, 다시 한 번 흑마력을 끌어모은다.
[...위험하군 클레온 님]
그리고 그 기척을 느낀 루벤이 귀를 쫑긋이며 클레온에게 그 목소리를 전달하면, 클레온은 천천히 자신을 죽이기 위해 힘을 부리려는 아멜리아를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 클레온 씨, 저..."
사샤가 무언가를 이야기하려 하면, 클레온은 괜찮다는 듯 그녀의 어깨를 두드린 뒤 칼리번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칼리번. 힘을 빌려 줘."
"후후~ 그건, '지금까지 보다도 더'라는 뜻인가요~?"
칼리번의 말에 클레온은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알고 계시죠~? 본래, 성검의 힘과 흑마의 일족의 힘은, 서로에게 반발을 일으킨다는 것을~ 클레온이 성검인 저의 출력을 늘릴 때마다, 클레온의 몸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날 거에요~"
"알고 있어."
클레온은 칼리번의 경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만 갈라테아도 흑수정에 봉인되어, 마력이 고갈된 지금.
자신보다도 많은 양의 흑마력을 구사하는 아멜리아를 막기 위해서는, 성검인 그녀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세계를 구할 용사가 아니라, 혼돈을 불러오는 흑마의 일족이라 미안하지만... 칼리번. 네 모든 힘을 나에게 빌려 줬으면 해."
머리 위에서 흑마력이 모여드는 지금, 클레온의 각오를 굳힌 얼굴을 본 칼리번은 평소와도 같이 조금 느긋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으응... 그런 말은 조금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네요~ 진지하다고 한다면, 그것이 클레온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 ..."
칼리번의 말에 클레온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 되어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계약도 약속도 필요 없어요. 당신이 흑마의 일족이라 하더라도 상관없어요. 당신이 저의 이름을 부른 그날, 이미 모든 것을 정했으니까. 저는, 당신이 저를 필요로 해준다면"
칼리번은 그렇게 말하며, 클레온에게 다가가, 발꿈치를 들어 올리며, 클레온의 얼굴을 향해, 스스로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다.
"제가 왜 당신의 비장의 패인지. 적들에게 알려줄 테니까."
속삭이듯이 이야기하는 그녀의 목소리.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에는 이윽고, 압도적인 양의 흑마력과 수정이 뭉쳐서 만들어진 거대한 망치가 완성되었다.
이대로라면, 그들의 찍어 누르면서 종잇장보다도 얇게 만들어 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칼리번. 네가 필요해."
"후후... 필사적인 클레온의 얼굴... 좋아해요~"
다음 순간, 아멜리아의 망치가 그들을 향해 떨어진다.
결계를 통째로 일그러트리고, 부숴버리면서.
클레온과 칼리번, 그리고 그 밑에 있는 사샤를 동시에 짓누르는 것이다.
콰즈즉! 하는, 무언가가 으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멜리아는 무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다가, 이내 아차 하는 듯싶어 자신의 입가를 가린다.
"...클레온은 죽이면 안 됐는데."
릴림에게 방해당한 것이 너무나도 화가 났던 탓에, 씨앗을 심은 숙주인 클레온마저도 죽여버리고 말았다.
설마, 이렇게 쉽게 죽어버리다니.
하지만, 뒤이어, 아멜리아는 무언가가 이상하단 것을 느끼고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싼다.
'─어라, 나, 어째서. 클레온을 죽였는데도...'
분명, 자신이 지키려고 한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 죽여버린 클레온이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그 뒤에는, 그를 이 상냥하지 못한 세상에서 지킬 수 있도록.
이렇게나 강력한 힘을 얻고, 그리고 또 방해되는 모든 것을 치워버리고 있던 것인데.
"어째서, 클레온을 죽였는데도... 전혀 슬프지 않은 거야...?"
목적과 모순된 감정선에 위화감을 느끼면서, 아멜리아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 아아아... 싫어. 틀려 나는...!"
분노로 인해 묻혀있었던, 자신의 뒤틀림을 눈치챈 아멜리아는, 스스로를 정의할 수 없게 된 듯이 괴로워하면서 고통에 몸부림친다.
'나는 정말로, 클레온을 위해서... 그와 함께, 영원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그러면 그 순간, 그녀는 떠올린다. 클레온이 자신에게 했던 이야기를.
자신은, 아멜리아 칼데아리스가 아니라고.
그녀에게 기생하고 있는, 검은 수정꽃의 자아가, 아멜리아의 감정에 잡아먹혀 스스로의 정체성을 착각하고 그녀의 기억을 이용하여 그녀를 흉내 내고 있을 뿐이라고.
"그럴 리, 없어... 나는, 아멜리아 칼데아리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이 세계에 정당하게 복수할 권리를 가진, 존재...니까...!"
보이지 않던 경계선이 보이기 시작하면 스스로의 자아가 무너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공포에 떠는 그녀.
하지만, 다음 순간 그보다도 더욱 커다란 위화감에 그녀는 떨던 몸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본다.
'술자인 클레온이 죽었는데도... 소영역이 유지되고 있어?'
정확히는 클레온이 아닌 갈라테아의 힘이라고 하는 편이 옳겠지만.
그 갈라테아 조차도, 주인이자 계약자인 클레온이 없어진다면 힘을 잃고 소멸하는 것이 당연한 이야기이다.
순간, 그녀의 시선이 자신이 봉인해 땅바닥에 쳐박아둔 갈라테아에게로 향했다.
그러면, 그 자리에는 아직까지도, 사라질 낌새조차 보이지 않은 채 덩그러니 놓여있는 갈라테아의 모습이 보일 뿐이었다.
"──?"
그렇게, 지워지지 않는 위화감에 사로잡혀, 집중이 흐트러진 다음 순간.
콰직... 하는 소리가 밑에서 들렸다고 생각하면.
다음 순간, 황금의 참격이 쇄도하여 날아들어 온다.
"!?"
당황한 그녀가 꼬리로 방어하며 몸을 꺾지 않았더라면
서걱! 하고 잘려 나가는 꼬리와 함께 몸통이 잘려나갔을지도 모른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잘려나간 꼬리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흑마력을 모으려 하더라도, 그 상처에 남아있는 '신성마력의 잔향'이 재생을 방어한다.
부숴진 검은 망치마저도, 마력으로 흩어져 가며 그 밑에 움츠리고 있던 이들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클, 레온...!"
아멜리아는 그곳에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경악한 듯이 말을 내뱉었다.
그 자리에는, 클레온이 성검 칼리번을 손에 든 채 당당히 서 있었다.
방금 전의 망치는 그들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한 듯했다.
다만,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클레온의 모습.
신성 마력이 흐르는 순백의 갑주.
그리고, 손에 든 칼리번과 같은 장식.
머리와 눈의 색이, 원래의 검은색에서 색이 빠져나간 듯이 흰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흑발 흑안이 아닌, 백발 백안의 검사가 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아멜리아는, 자연스럽게 아까까지 자신을 상대하였던 '아루루'와 어딘가 닮아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아니, 정확하게는 아루루가 아닌 '용사'라는 개념 그 자체이겠지만.
"칼리번의 힘을 전부 받아들인 건가요...! 클레온!"
쿠온이 그러하듯, 성검의 힘을 전부 받아들였을 때 나타나는 갑주현현.
성검과 정식으로 계약을 마친 용사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사용하는 힘이기도 했다.
각성한 성검과 오랫동안 교감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깨우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력이 긴 용사라면 사용하더라도 문제가 없겠지만
그것이 클레온이라면, 역시 문제가 있었다.
바로 그가, 신성마력과는 극도로 상성이 좋지 않은 '흑마의 일족'이라는 것.
게다가, 마검사인 그는, 흑마력으로 몸을 적시듯이 생활하기 때문에 신성마력이 몸을 뒤덮으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당연했다.
"... ..."
실제로, 갑주 밑의 클레온의 피부는 조금씩 신성마력에 의해 타들어 가고 있었다.
상처를 낫게 하는 회복마법이 동시에 발동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서서히 클레온의 몸을 좀먹어가는 상처일 것이다.
그런 고통도, 상처도 클레온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심호흡을 한 뒤 사샤에게 이야기한다.
"사샤. 릴림의 곁에 있어줘."
"네? ...네!"
사샤는 클레온의 변화에 조금 당황한 듯이 그를 올려다보다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장비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 릴림의 몸이 늘어져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네요, 클레온."
"... ..."
아멜리아는 그런 클레온을 내려다보며, 조금은 진정한듯이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안심되지 않는 자신의 가슴에 여전히 모순을 느낀다.
오히려, 불안이 가속하면서 그를 어떻게든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본능에 따라 머릿속을 지배한다.
그런 아멜리아의 머리속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듯.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면서 장검으로 아멜리아를 겨눈다.
"슬슬 그 몸을 아멜리아에게 돌려줘."
"... ..."
아멜리아의 표정은 단번에 험악해진다.
"이 몸은 제거에요. 누구의 것도 아닌, 나 아멜리아 칼데아리스의 것이라구요."
"그래. 그 몸은 아멜리아의 것이다."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몸을 낮추며 자세를 잡았다.
"그러니까, 네 것이 아니라는 거다."
그와 동시에, 백색의 섬광이 되어 뛰쳐나가, 허공에 떠 있는 그녀를 향해 육박한다.
"윽!?"
그 폭발적인 스피드에 아멜리아가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 방어가 늦어진다.
"...이제, 손대중은 하지 않는다."
그것은, 검은 수정꽃에 대한 사형선고에 가까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