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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22화 (422/506)

〈 422화 〉 산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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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검이 만들어낸 빛이 꺼져가고, 그 충격 때문에 철거된 소영역의 안에서 클레온은 아멜리아를 껴안은 채로 지면에 주저앉아 있었다.

칼리번의 참격은, 아멜리아의 몸을 베어낸 것이 아닌, 그녀의 안에 있던 악마, 파비야를 베어내어 분리하였고.

그 결과, 그녀의 머리에 붙어있던 흑수정의 연꽃은 떨어져나와, 땅바닥을 굴러다녔다.

"하아... 하아..."

[저... 조금 쉴게요...]

마력을 쏟아낸 덕분에, 탈진한 칼리번의 목소리.

클레온의 몸을 뒤덮고 있던 신성마력으로 이루어진 갑주도 사라지면, 아다만트에서 빌려 입었던 천으로 된 옷이 드러난다.

본래 흰색에 가까웠던 그 옷은, 클레온의 피를 대량으로 빨아들인 덕분에, 이제는 분홍이나 빨강에 더 가까운 색이 되어 있었다.

"아멜리아...!"

클레온은 품에 껴안은 아멜리아의 상태를 살핀다.

몸 이곳저곳에 상처를 입고 있었고, 수정에 침식된 부분은 흑마력에 의해 오염되어 있어서 검게 변색하여 있었지만.

이차원의 마력에 침식된 것과는 다르게, 어디까지나 치료해낼 수 있는 상처였다.

정신을 잃고 있었지만, 숨소리가 불규칙적이었고, 입가에 흐르는 피가 그녀가 내상을 입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맥의 마력을 직접 빨아들인 영향인가...!'

파비야에 의한 행위였지만, 그 부담이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멜리아 본인의 육체이다.

서둘러서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나 앞으로의 그녀의 육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사샤가 서둘러 뛰어온다.

한 손에는 해방된 갈라테아를 든 채, 등에는 마찬가지로 큰 상처를 입은 릴림을 업은 채이다.

"클레온 씨! 괜찮으세요!?"

"아아... 고마워, 사샤. 네가 와준 덕분에 아멜리아를 구할 수 있었어."

클레온은 그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갈라테아를 바라본다.

칼리번과 마찬가지로, 갈라테아 역시 마력고갈에서 쉽게 회복되지 못한다.

게다가, 그 곁에 쓰러진 아루루와 루베라를 지키고 있는 결계도 조금 전의 충격으로 부서진 것인지 두 사람 모두 길거리에 엎어진 채로 방치되고 있었다.

'어떻게든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라고 생각하면 되나. 하지만 이대로라면 아멜리아가...'

클레온이 그런 걱정을 하며 호흡을 고르고 있는 사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생각하면.

자신들이 있는 광장을 둘러쌓고, 몇몇 왕국 국민이 모여들어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끄, 끝난건가?"

"저, 저 흑마의 일족은 아직 멀쩡한 것 같은데..."

클레온을 경계하면서, 사태가 해결된 것을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스스로의 몸을 지키기 위해 손에 몽둥이와 같은 무기를 들고 있는 자들도 있었다.

클레온은 그들을 돌아보면서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아직, 이 왕도에서 안심하기에는 이른 듯했다.

공기가, 무겁고 찐득하여, 도저히 승리했다는 실감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이, 이봐... 당신! 품에 안고 있는 거... 아, 아멜리아 왕녀인가?"

모여든 시민 중, 클레온에 가까이 있던 인물이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래."

클레온이 그렇게 대답하면, 시민은 조금 놀란 듯이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물어온다.

"주, 죽었나?"

"... ..."

클레온은 그의 말에서 '자신의 말이 맞기를'이라는 감정이 섞여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클레온은 그런 남자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 살아있다.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제, 젠장! 아직 살아있는 거냐고!"

사람들의 사이에서 술렁거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들은, 아직 겁에 질려 있었다.

아멜리아에 대한 공포, 그리고 아멜리아가 만들었던 참상이 다시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의한 것이다.

클레온은 그들의 공포를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을 게워내고 싶을 만큼의 역겨움을 느꼈다.

그들은 아멜리아에게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그들이 보기에는, 아멜리아는 언제 다시 일어나서 폭주할지 모르는 위험인물, 혹은 악마, 마녀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니까 클레온은 그들을 직접 탓하지 않는다.

그저, 분을 삭이면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자, 잠깐!"

그 때, 다시 한 번 클레온을 향해 말을 걸었던 남자가 클레온을 제지하듯이 입을 벌렸다.

"그, 그녀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하는 거지? 설마, 치료해줄 생각인 건가?"

"... ..."

클레온의 행위가 걸린 것인지, 그들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클레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답할 의무는 없다."

"아, 아니! 대답해 줘! 그녀는 위험해! 치료하는 것 보다, 이대로 죽는 편이 왕국의 미래를 위해서 더 나아!"

"... 큭..."

클레온은 그들의 멋대로인 말에 손에 주먹을 쥔다.

자신이 칼리번을 쥐고 있지 않아서, 갈라테아가 눈을 뜬 상태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그들은 인간인 자신보다도 인간의 악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니까.

겉잡을 수 없는 대립의 불길이, 다시 한 번 타오르려 하고 있었다.

그들도, 이렇게나 다쳐 있다면, 모험가라고 하더라도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다들, 너무헤요...!"

[그것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공포의 원인이 되는 대상은 어떻게 해서든 배제해야 하는 존재이다. 특히나, 힘없는 존재들에 의해서는 말이다.]

사샤의 말에 루벤이 그렇게 답하면, 클레온은 고개를 젓는다.

"당신들과 싸울 생각은 없다. 하지만 아멜리아 왕녀는 내가 데려가겠다."

"큭... 말이 안 통하는 흑마의 일족 같으니라고...! 그렇게는 두지 않는다!"

그리고, 시민들은 각자 무기를 들고 천천히 걸어나와, 클레온을 막으려 했다.

사샤는 그런 시민들의 행동에 당황해 하면서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그 때이다.

끼릭, 하는 소리가 들리면, 땅을 긁는 듯한 금속음과 함께, 쓰러져 있던 루베라가 바리사다를 땅에 박으면서까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녀는 지친 얼굴로 바리사다를 잡은 채, 입가를 닦아내는 것이다.

"루베라...!"

"조금... 자서 회복했습니다. 클레온... 아멜리아를 구해낸 거군요."

"...아직이야.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때까진."

시민들은 또 다른 흑마의 일족인 루베라가 일어나는 것을 보자, 더욱 당황하고 경계하는 표정이 되었다.

"사샤, 이곳으로 오는 데 사용한 루트는?"

"...저 구멍으로 들어가면 돼요. 지하수로로 이어져 있어서, 쿠온 씨와 베아트리스 씨가 탈출 경로를 만들어 두셨을 거에요."

"그런가."

그렇다면,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먼저겠지.

클레온이 그렇게 생각하면, 타이밍을 봐서 그 구멍에 뛰어들기 위한 신호를 사샤와 루베라에게 보낸다.

그 때였다.

절그럭. 절그럭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무언가가 자신들을 향해 가까이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클레온도 루베라도, 그곳을 향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엄청난 마력압.

이 감각은, 아까 행진에서 잠깐이지만 느낀 적이 있었다.

그곳을 바라보면, 시민들이 길을 열어주면서 양쪽으로 갈라지는 것이 보였다.

천천히, 천천히.

용을 본뜬 갑주를 입고 다가오는 것은, 용의 기사 드레이크이다.

그는 붉게 빛나는 안광을 번뜩이면서 클레온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드레이크...!"

"용의 기사님이시다! 아멜리아 왕녀를 잡으러 오신 게 틀림없어!"

클레온은 용의 기사를 보고, 식은 땀을 흘렸다.

만전인 상태에서라면 대등하게 겨룰 수 있겠지만, 지금의 클레온은 거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상태.

더군다나, 사샤나 릴림, 아멜리아처럼 지켜야 하는 존재들을 곁에 둔 채, 드레이크와 전투를 벌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제가 막겠습니다."

그 때, 루베라가 비틀거리면서 바리사다를 들어 드레이크를 겨누고, 클레온을 지키듯이 섰다.

"안 돼 루베라. 지금의 너로는 그와 합을 겨룰 수 없어."

"... ..."

클레온의 말에 루베라는 잠시 그를 돌아보았다가 이야기한다.

"몇 초 정도는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몇 초는 큰 의미가 없어 루베라. 진정해. ...저 구멍을 통해서 지하로 도망치고, 입구를 막는다면­"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갑작스럽게 시민 중 누군가가 목소리를 높인다.

"녀, 녀석이 도망치려고 한다! 용의 기사님을 도와서 저 흑마의 일족이 도망치는 걸 막아!"

클레온과 루베라의 시선이 동시에 그곳을 향하면­

그곳에는, 흰색의 머리를 가진 여성...

그 창관에서 본적이 있는 '레밀리아'라는 여성이 입꼬리를 올린 채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목소리가 신호탄이 된 듯이,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클레온을 향해 쏟아져 나왔다.

"큭...!"

클레온은 사샤가 가리켰던 구멍을 바라본다.

거리는 그렇게까지 멀지 않았지만, 다친 다리로 그곳까지 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 전에, 시민들이 자신들을 둘러싸면 다치지 않게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동시에 판금 갑주를 입은 드레이크가 자신들을 향해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루베라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바리사다를 들고 그 공격을 받아낼 준비를 하지만.

클레온은 그 용의 기사를 잠시 바라보더니, 눈을 크게 뜨고 루베라에게 외친다.

"안 돼! 루베라! 드레이크와 검을 부딪치지 마!"

"네...?"

시민들 사이로 뛰어들어온 드레이크는, 이윽고 루베라가 잠시 주저하는 사이에 일행들의 바로 옆까지 다가오더니­

그 창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땅에서 불길이 치솟으며, 넓은 원으로 클레온의 일행을 둘러싼다.

마치 불의 벽을 만들어낸 것 같았다.

클레온도 루베라도, 그 모습을 바라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불의 벽 때문에, 시민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되었고, 안에서 바깥이, 바깥에서 안이 보이지 않게 되었으니까.

"어째서..."

클레온은 드레이크를 바라본다.

그가 루베라에게 드레이크와 전투를 벌이지 말라고 한 것은, 뛰어오는 그에게 살의나 공격의 의도 같은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라."

그리고, 드레이크는 클레온에게 이야기한다.

그 목소리는, 투구에 가려져 변조되어 있었기에 안에 있는 인물을 전혀 짐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카시우스 전하의 명령인가."

클레온이 그렇게 되물으면, 드레이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클레온도 지체할 필요는 없었다. 이 불길의 벽이 사라지기 전에, 지하 수로로 들어가야만 했다.

"...고맙다."

클레온은 용의 기사의 곁을 지나면서 그렇게 이야기하며 일어선다.

문득, 루베라의 옆에 쓰러져있던 아루루가 보였다.

그녀는 아직 정신을 잃은 채, 다리에 입은 상처는 여전히 심각해 보였다.

클레온은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붙잡고 말을 남겼다.

"...미안, 아루루. 또 보자."

다시 만나게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태에서 건네는 작별의 인사.

그녀가 그것을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사샤, 루베라와 함께 흑수정의 줄기가 만들어낸 구멍을 통과하여 광장에서 사라진다.

용의 기사 드레이크는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더니. 주변에 널부러져 있는 부숴진 잔해 중 가장 거대한 것을 들어 올려, 구멍을 막아버린다.

불의 장벽이 사라진 곳에 남아있는 것은 용의 기사와 쓰러진 아루루.

그리고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왕국의 시민들 정도였다.

001

[그럼, 왕도에서 나가는 게 먼저란 거네?]

지하수로로 내려온 클레온은, 사샤가 들고 있는 사역마 랜턴의 안내를 받으며 그 안을 나아가고 있었다.

[그래, 너도 왕도로 오지 말고, 우리들과 바깥에서 합류하는 게 좋겠어. 향할 곳은 아직 안정해졌지만... 우선 왕국의 영토에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아카데미는? 그곳이라면 왕국도 멋대로 할 수 없잖아.]

[...아카데미에 분쟁거리를 가지고 가는 것은 좋지 않아. 그리고, 너무 가까워.]

클레온은 라일라와 복귀된 마력 통로를 이용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앞으로의 일을 의논한다.

[...합류를 하고 나서 결정하자.]

클레온은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지하 수로를 걷다가, 루베라를 돌아보았다.

"루베라. 너는 상황을 봐서 아루루에게로 돌아가."

"... ..."

클레온의 말에 루베라는 잠시 눈을 감으며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한다.

"또 저를 두고 가겠다는 겁니까?"

"...그게 아니야. 아멜리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나와는 다르게, 너는 아직 트로메이야 가문의 배틀 메이드로서 지낼 수 있어. ...게다가, 네가 없어지면 왕도의 악마들이 활개를 칠 테니까."

"이유는 그럴싸하네요."

루베라의 가시가 돋친 목소리에, 클레온은 조금 지친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알고 있잖아. 우리와 함께 행동하면 너도 왕국으로부터 쫓기게 된다는 것. ...그렇게 되면, 언제 다시 왕도로 돌아올 수 있게 될지 몰라. 아스타로테를 쫓을 수 있는 건 너와 배틀메이드 뿐이야."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분풀이... 당신과 헤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까지 구시렁대는 것으로 생각해주세요."

루베라의 말에 클레온은 입을 다물었다.

"...미안."

그 말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더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루베라는 감정의 정리를, 클레온은 앞으로의 일을 더욱 깊게 생각해야만 했다.

아멜리아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뒤에 사건이 조금 진정되고 나서, 무언가 오해를 풀지 못하면 아멜리아는 영원히 이 왕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담이나 아스타로테의 것들을 생각하면, 왕도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은 필수 사항이기도 했다.

무언가, 방법을 생각해내지 않으면.

"여어. 클레온."

그 때, 앞쪽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

푸른색의 불빛이 감도는 사역마들을 주변에 대동한 채 나타난 것은 안대를 쓰고 있는 장신의 여성.

메기도의 일족, 플라로우스이다.

"그리고 루베라. 오랜만이네. 두 사람."

"플라로우스..."

루베라도 그녀를 보면 이전의 일이 떠오른다는 듯이 눈을 찌푸리지만, 우선 클레온은 그녀에게 이야기 한다.

"...사샤와 모두를 도와줬다고 들었어. 고마워."

"뭘. 사태가 급하게 돌아가고 있었으니, 나도 너를 도와야지. 그런 약속이었으니까."

클레온과 나눈 계약은 유효하다는 듯 플라로우스는 이야기 한다.

"쿠온... 그리고 그녀와 함께하던 여자아이는 지금쯤 그녀의 마검의 힘을 이용해서 왕도의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열어서 나가고 있을 거야. 조금 서두르면 도중에 마주칠 수 있겠지."

"...그런가, 알려줘서 고마워."

클레온이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고, 서둘러 쿠온과 베아트릭스를 따라잡기 위해 움직이려고 하면­

"루베라."

플라로우스는 루베라를 불러세운다.

반사적으로 루베라도 클레온도 발을 멈추며 그녀를 돌아본다.

"지금 너에게 전해 주지 않으면 안될 이야기가 있다. ...이슈탈을 사냥할 수 있는 건, 지금뿐이니까."

"... ...!?"

루베라는 그녀의 말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플라로우스를 돌아보았다.

"흑마의 일족이 어디에 갇혀있는지 알고 있는 것은, 오직 그녀뿐이야.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그녀를 사냥할 기회가 찾아올지 몰라."

플라로우스의 담담한 말에 루베라는 조금 진정하고 싶다는 듯이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막았다.

"... 이슈탈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어째서 그걸 알고 있는거죠?"

"뭘. 나는 지상에도 여러 눈과 귀를 두고 있어. 그것을 통해서 알아내고 있는 것뿐이야."

그녀의 사역마들 중, 쥐의 생김새를 하는 악마들이 찍찍댄다.

"... 자, 잠깐만요? 이슈탈은 분명, 아스타로테라는 악마숭배 집단의 수장인거죠? 루, 루베라 씨는 너무 다치셨는데..."

사샤가 그녀를 걱정하면서 이야기하자, 플라로우스도 '아.'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그 녀석이 지금 다쳐있다고 하더라도, 네가 입은 피해가 더 크네. 그렇다면, 무리하지 않는 편이 좋으려나."

"장난하지 마시죠. 빨리 이야기하세요. 그녀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루베라의 목소리가 험악해지면, 플라로우스는 장난이었다는 듯 웃고, 사샤는 겁을 먹은 듯 클레온의 뒤로 숨는다.

"'노블즈 레어'. ...화룡 프로미스가 만든 사교 클럽에서 지금쯤 마녀와 싸우고 있지."

"마녀... 포츈! 그녀가 이슈탈과?"

실례라고 생각될지는 모르겠지만, 포츈의 실력으로는 이슈탈과 대등하게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뭐. 이슈탈 녀석도 뭔가 좋지 않은 것과 만나서 여러모로 다친 모양이고... 덕분에 시간이 질질 끌리고 있는 것 아니겠어?"

루베라는 그러면 클레온을 돌아본다.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칼리번에 남아있는 마력을 거의 모두 사용하여 루베라에게 조금이지만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치료 마법을 사용했다.

"... 동족을 부탁해. 루베라."

"... 감사합니다 클레온."

클레온에게 그렇게 이야기 한 루베라는 플라로우스에게 이야기 한다.

"노블즈 레어로 가겠습니다. 길잡이 용 사역마를 내놓으세요."

"맡겨놓은 듯이 말하는구먼... 뭐, 그럴 생각이었지만."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루베라에게 박쥐 형태의 사역마를 빌려주면 루베라는 그 사역마를 따라서 지하 수로를 달려나갔다.

"루, 루베라 씨, 괜찮을까요?"

"... 그녀라면 괜찮을 거야. 우리들도 서두르자. 아멜리아와 릴림을 치료해야 하니까."

그런 루베라를 걱정하는 사샤를 달랜 뒤, 클레온은 플라로우스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 하고 반대방향으로 달려나갔다.

이제, 왕도에서 해야 하는 남아있는 일은 얼마 남지 않았다.

001

"어라!? 클레온 없어졌어!"

"뭐어!?"

다크엘프의 목소리가 높이 울리자, 불타오르는 머리카락을 가진 여전사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뭐하는 거야!"

"아, 아니... 아까 빛이 올라왔을 때 혹시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가까이 갈수가 없었잖아. 그 사이에 사라진 것 같아..."

다크엘프의 말에 한숨을 내쉬는 알비노 소녀, 손에 들고 있던 마도서가 펄럭이는 것이 꼭 웃음소리 같았다.

"어떻게 하죠...? 또 클레온 씨랑 만나려면, 왕도에서 빠져나가야 하나요?"

[네가 가진 클레온 님의 각인을 이용해서, 연락을 취해보는 것은?]

거대한 사슴벌레의 조언에,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정신을 집중한다.

"윽... 뭔가 벽 같은 것에 가로막혀서 제대로 연락이 안 돼요."

"결계인걸까? 하지만 왠만한 방해 결계는 아까 다 해제한 것 같았는데..."

다크 엘프도 그렇게 이야기 하면, 화염의 여전사는 무너져 내렸던 잔해를 들어 올려 치우고, 그 밑에 깔렸던 인간을 끌어내서 구해낸다.

"가, 감사합니... 히, 히익!"

"아!? 기껏 꺼내줬더니 뭐냐 그 태도는!"

시민은 일행의 비정상적인 외모들을 보더니 겁을 먹고 곧바로 몸을 일으켜 도망친다.

그런 시민에게 화를 내는 여전사를 보며, 다크 엘프는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사람들 겁주지 마."

"열을 받게 하잖냐!"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아까도 비슷한 일을 겪었던 다크엘프이기에, 어깨를 으쓱한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할까. 이렇게 되면, 누군가 클레온을 알고 있는 사람과 만나고 싶은데."

실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슴벌레.

사슴벌레라 고개가 존재하는지는 둘째치고 이다.

"어이! 이봐, 당신들!"

그 때였다.

누군가가 손을 흔들면서 당신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저 인간은... 아까 모험가들을 이끌고 사람들을 구하러 다니던 대머리..."

다크엘프는 한창 정신없을 때에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더니 조금 경계하는 표정으로 그를 마주한다.

"후우... 다행히 아직 이 근처에 있었군. 아까 돌아다니는 걸 봐서 말이야. ...당신, 다크엘프인가?"

"뭐. 그렇지. 나는 실프. 당신은?"

"램파트다. 이봐, 사람을 찾고 있는데. 흑마의 일족 검사다. 키가 크고, 조금 무뚝뚝하게 생긴... 분명 어딘가에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그의 말에 일행은 잠시 서로를 돌아보다가 입을 벌렸다.

"클레온 씨라면 벌써 없어지셨어요. 아마, 아멜리아 왕녀님을 데리고 도망치셨을 거에요."

"뭐!? 진짜냐... 그 녀석, 도와주려고 했는데 빠르기도 하군..."

비록 모험가들을 호위 임무에 붙여주지는 못했지만, 그 후에 발생할 일에서 클레온을 도와주려고 했던 램파트는 아쉬움 반, 안심 반으로 후우 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보다 당신들, 클레온과 아는 사이인가? 꽤나... 개성적인 조합이군. 다크 엘프의 벌레 술사에, 그쪽의 종족은 대체 뭐야?"

"뭐야 이 대머리 왜 친한 척이야?"

"무스 씨...! 너무 무례해요!"

알비노 소녀는 무스에게 그렇게 말한 뒤, 램파트에게 이야기 한다.

"...저희도 클레온 씨의 동료에요."

"오 그러냐! 그렇다면 나와도 동료란 이야기지. ...뭐, 좋아. 당신들, 분명 왕국군과 마주치면 조금 성가시게 될 테니까. 우선 길드로 가서 이야기 하자고. 클레온과 연락할 방법도 찾아야 하니까 말이야."

램파트가 그렇게 이야기 하면, 사슴벌레는 조용히 실프에게 속삭인다.

[괜찮은가? 믿을 수 있나?]

"뭐... 나쁜 사람인 것 같지는 않으니까. 클레온과도 아는 사이라고 하고... 믿어보자고."

이차원에서 건너온 클레온의 동료들은, 램파트를 따라서 모험가의 길드로 향한다.

그들과 클레온이 합류하게 되는 것은, 조금 더 뒤의 일이 될 것처럼 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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