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3화 〉 외통수
* * *
000
"윽... 으으..."
유스티나가 정신을 차렸을 때, 몸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것과, 머리가 무거운 것 때문에 눈을 뜨고 나서도 일어설 때 까지 시간이 걸렸다.
기억하고 있는 것은, 이슈탈에게 완벽의 결정을 건네준 뒤, 몸이 변화했던 것과.
메르카가 클레온에게 해독약을 먹이려고 했던 것.
"...일어났나."
그런 유스티나를 바라보는 아다만트의 수장, 카들레이.
그녀는 입에 담뱃대를 문 채로, 소파에 누워있던 유스티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스티나는 이마에 손을 가져간 뒤, 주변을 둘러보다가 클레온이 누워있던 침대가 사라진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
"클레온은...?"
"그 녀석은 이미 지상으로 나갔어. 소란이 조금 잠잠해진 것을 보니... 아멜리아 왕녀를 막는 것에는 성공한 모양이군. 이미 지상은 엉망이 되었지만."
"그런가..."
유스티나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완벽의 결정이 빠져나간 뒤, 자신의 몸이 완전히 여자로 변하여 정착되었다는 것에는 아직 위화감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움직일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투에 관해서는... 조금 자신이 없었지만 말이다.
유스티나는 자신의 옆에 놓여있던 미스틸테인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나도 가보도록 하겠다."
"별로 말릴 생각은 없지만... 클레온과는 만나지 못할거다. 그 녀석은 지금쯤, 이 왕도를 빠져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테니까."
카들레이의 말에 유스티나는 그녀를 바라본다.
"...클레온과 만나지 못하더라도, 나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어. 그건, 완벽의 결정이 없어진 지금도 변하지 않아. 곤란해 처해 있는 사람들을 돕는 거다."
그러냐, 라고 카들레이는 짧게 대답한다.
유스티나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승강기를 향해서 걸어간다.
손에 들고 있는 미스틸테인은, 육체가 변화한 유스티나에게는 조금 무겁게 느껴졌다.
많은 일이 있었고, 자신 나름대로 성장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하지만, 유스티나는 생각한다.
그녀의 몸은 무겁고, 움직임은 둔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신의 깊은 부분까지 변한 것은 아니다.
자신은 어떤 모습이 되고, 어떤 몸이 되더라도 자신 나름의 신념을 지키고 용사로서 선을 행한다.
클레온을 따라갈 수 없는 지금, 자신에게 가능한 것을 한다.
유스티나는 자신의 전장으로 향하기 위해, 승강기에 몸을 실었다.
001
"카시우스 전하. 폐하께서 의식을 되찾으셨습니다. ...전하를 모셔오라고 하십니다."
루시우스를 치료하기 위해 그의 방에 들어가 있던 어의가 나와, 카시우스를 부른다.
"알겠다."
드레이크로부터의 보고를 기다리고 있던 카시우스는 그런 어의의 말에 조금의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아버지이자 왕의 부름에 따라 왕의 침실로 향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아버지 루시우스는 이전에도 몇 번인가 병세 때문에 쓰러져 침실로 실려 들어간 적이 있었다.
아직 나이가 50을 조금 넘긴 수준인 그였기에, 겉으로는 60을 넘긴 것처럼 노화가 심한 그의 몸 상태는 빈말로도 좋은 상태라고는 할 수 없었다.
다만, 그때 마다, 자신도 아버지의 곁을 지켜보려 했지만, 왕은 왕세자에게 자신의 방에 들어오지 말 것을 명령했었다.
"아버님. 루시우스 입니다."
"...들어와라."
안 쪽에서 들리는 쇠를 긁는듯한 목소리.
평소의 목소리보다도, 훨씬 더 힘이 없고 또, 연령이 높은 노인의 목소리였다.
카시우스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 안에는 침대에 등을 기댄 채 앉아있는 자신의 아버지, 루시우스.
그리고
"...세토스 경? 어째서 당신이... "
"그는 내가 부른 것이다. 문을 닫고 가까이 오거라."
카시우스는 세토스 트로메이야가 자신보다도 먼저 이 침실에 도착해 있었다는 사실에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며 루시우스의 곁으로 다가간다.
"...몸 상태는 어떠십니까?"
카시우스에게 있어서 그의 아버지인 루시우스 칼데아리스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남자였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왕.
대륙의 모든 나라에게 왕국의 힘을 보여주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덕분에 왕국은 일대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맹주의 위치를 굳건히 할 수 있었다.
그 뒤, 신하들과 힘을 합쳐서, 대륙에 평화를 가져온 것은 틀림없는 그의 성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여러가지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많았다.
암살자들을 기용하여 신하들과 귀족들을 숙청하고, 필요하다면 민간인마저 어둠에 묻어버렸다.
전쟁에서 귀족의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귀족의 신분을 암암리에 돈으로 거래하는 일을 허락했기 때문에, 우드녹커 같은 상인 출신의 신흥 귀족들이 마음대로 날뛸 수 있었다.
또, 아멜리아를 희생양으로 삼아 국민들의 악의를 한군데로 모으는 민심조작마저 이루어냈다.
자신은 그를 존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절대로 그와 같이는 되지 않겠다고.
카시우스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또, 루시우스는 자신에게 다가온 카시우스를 바라보면서 그가 얼굴에 쓰고 있는 가면을 본다.
"크크... 멋들어진 가면이구나."
너무나도 뜬금없는 말에, 카시우스는 당황해 하면서 자신의 가면을 어루만졌다.
그 아래는, 이차원의 침식으로 뒤틀려 버린 얼굴이 있었다.
루시우스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을 터.
"대현자 소피아... 그 여자는, 네가 '그릇'의 후보가 되리라는 것을 예측하고, 너에게 가호를 맡겼었던 것이겠지. 그 가호마저도, 이차원의 마력 침식에 당하여 사라져 버렸지만 말이다."
"...아버님!?"
그의 말에 카시우스는 황급히 루시우스에게서 떨어지려 했다.
그가 말하는 것은, 분명히 '아담'... '만물의 아버지'에 관한 것이다.
카시우스가 그렇게 몸을 일으키려 한순간, 턱! 하고 그를 뒤에서 붙잡는 이가 있었다.
"폐하의 말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왕세자 전하."
카시우스가 황급히 뒤를 돌아보면, 그곳에는 동물의 가면을 뒤집어쓴 인물이 서 있었다.
회색의 로브를 뒤집어쓰고, 올빼미의 가면을 한 그 존재가 추방 교단의 일원이라는 것을, 카시우스는 알 수 있었다.
곧바로 마법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려 하지만, 남자의 손에 닿아있는 부분에서부터 카시우스의 마력이 사라져가며,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큭..."
"성급해하지 마라. 카시우스. 너는 이미, 우리들과 같은 존재이니까."
"무슨... 소리를... 역시 아버님께서도 아담에게 정신을 지배당하신 겁니까!"
"음? 아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루시우스가 그렇게 이야기하며 카시우스를 붙잡은 추방 교단에게 이야기하면,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추방 교단이 손을 휘저으면...
루시우스의 모습이 바뀐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루시우스에게 걸려있던 환영이 벗겨져 나갔다.
"...!"
카시우스는 루시우스의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곳에는 자신과 똑 닮은 모습의 젊은 청년의 모습을 한 남성이, 침대 위에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이전 초상화로만 본 적이 있던 젊은 시절의 루시우스, 그대로였다.
"카시우스... 나는 비록 완벽한 존재는 아니더라도, 한 나라의 왕이다. 예로부터 왕은, 신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존재하는 이로서 추앙받았지. 나는, 그분과 거래를 한 것뿐이다."
루시우스의 목소리도 아까와는 다르게 젊어진 상태였다.
"이 늙지 않는 육체도, 그 거래의 결과로 손에 넣은 것이다. 그분께서는, 절대로 쇠락하지 않는 인간의 낙원을 열어주신다고 하셨다. 이 왕국을 중심으로 말이야."
카시우스가 무언가 말을 하려는 순간, 그의 목소리는 마치 보이지 않는 것에 지워진 듯이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인간은 그의 자손이며... 그들에게는 조금씩이나마 그분의 존재가 섞여 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는 그 분께 거스를 수 없지. 무의식적으로, 그분의 의지에 거스르는 존재들에 대해 혐오를 표한다. 예를 들면... 흑마의 일족이라던가. 아멜리아와도 같은 돌연변이들 말이다."
"... ...!"
루시우스의 말에 추방교단의 남자는 이야기한다.
"모르시겠습니까? 카시우스 님께서도 이미, 조금씩이나마 그 분의 의지에 순종적으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것이 자신의 의지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현실은 다른 법입니다."
"이차원의 너머에서 돌아오자마자 네가 벌인 일들... 그 모든 것이 아멜리아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루시우스는 손을 뻗어 카시우스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린다.
아버지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이 아닌, 목사가 신자에게 세례를 하려는 듯.
강하게, 그 머리를 위에서 누르는 것이었다.
"잘해 주었다. 카시우스. 네 덕분에, 아멜리아는 이 왕국에서 설 곳을 잃었도다. 세인트 프린세스라는, 방해되는 존재가 사라진 것이다. 아아, 동시에 그 '전생자'도 함께 말이다."
카시우스의 동공이 크게 흔들린다.
그를 조금이나마 지키고 있던 정신의 방벽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려고 하고 있었다.
"기반을 잃은 아멜리아 왕녀는, '의식'이 시작되더라도 섣불리 왕도로 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이 왕도에서 저희를 방해할 수 있는 존재는 남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카시우스. 너는 실패한 것이 아니야. '만물의 아버지'... '아담'의 그릇으로서 최고의 일을 해 준 것이다."
카시우스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분함, 무력함, 그리고 절망 때문에 스스로 아랫입술을 깨문 결과였다.
"너에게 세례를 내리마. 이제, 너는 우리와 함께 그 분의 나라를 이 땅에 세울 새로운 목자가 되는 것이다."
루시우스는 자신이 끼고 있던 반지 하나를 꺼내 들어, 카시우스의 손가락에 강제로 끼워 넣는다.
그 순간, 카시우스의 정신은 무언가에 의해 뒤덮이면서, 풀썩... 하고 그 자리에 쓰러지는 것이었다.
"네가 다시 깨어났을 때가 기대되는구나. 카시우스."
루시우스는 그런 카시우스를 자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세토스를 바라본다.
"세토스. 흑거성들을 추적해서 그들을 전부 없애버려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폐하."
세토스가 그렇게 이야기 하면, 추방 교단의 올빼미 가면은 이야기 한다.
"만물의 아버지께서는, 더욱 완벽한 그릇을 원하실 겁니다. 세토스 경. '그릇'의 준비는 어떻게 되어갑니까?"
"...물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 아들이 그 분의 그릇이 될 수 있다면. 이보다 큰 영광은 없을 테니까요. 의식에 참여할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말에, 루시우스도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검의 수를 맞추지 않으면 안 되겠군. 왕국에서 성검을 가지고 있는 용사들의 수를 파악해서, 적당한 구실로 왕도로 불러들여라. 물론, 네 조카인 아루루 트로메이야도 참여하게 될 것이다."
루시우스는 그렇게 명령한 뒤, 세토스에게 카시우스를 방으로 옮길 것을 명령한다.
"폐하. 도망친 흑마의 일족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세토스가 카시우스를 들어올려 방을 빠져나가면, 올빼미 가면은 질문한다.
"그것이 살아있다면, 흑거성이 녀석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살려 둔다고 한다면, 그 정도의 가치는 있겠지... 이차원의 틈에 던져두었더니 이상한 존재들을 끌고 되돌아온 녀석이다. 그렇게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건 아닐 테니, 조금 더 기회를 엿본다."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그렇다면 저도 준비를 해두도록 하겠습니다."
올빼미 가면은 그렇게 이야기를 한 뒤, 다시 한 번 루시우스의 몸에 원래처럼 늙고 병든 노왕의 모습을 덧씌운다.
그리고, 차원의 문을 열어 그 자리에서 사라지면.
왕의 침실에 남은 루시우스는 낮은 웃음을 흘리는 것이었다.
002
덜컹! 하는 소리가 들리면, 지면에 생겨난 출입구가 활짝 열렸다.
"돼, 됐다! 이번에야말로 왕도 바깥이에요!"
베아트릭스가 출입구를 가장 먼저 빠져나와 주변을 둘러보면,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굳건히 서 있는 왕도의 성벽이 보인다.
그 뒤를 따라, 쿠온, 클레온, 그리고 사샤가 계단을 올라오면.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쿠온과 합류한 덕분에, 아멜리아와 릴림의 상처는 어느 정도 치료가 되었지만, 아직 안심은 할 수 없었다.
"좋아. 라일라에게 좌표를 전달할게."
"그럴 필요 없어."
다음 순간, 클레온의 바로 옆에서 차원문이 나타나, 라일라가 지팡이를 든 채 나타났다.
...전신에 재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기껏 자랑스러운 붉은색 머리가 거뭇거뭇한 상태였지만.
"라일라!? 괜찮아!?'
베아트릭스가 그런 라일라에게 다가가면, 라일라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괜찮아 괜찮아. 심하게 다친 곳도 없고."
과보호인 친구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몸을 움직여 보이는 라일라.
그 모습을 보며 쿠온과 사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이다.
"그보다 클레온.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아마, 엘레시아로도 돌아갈 수 없어. 왕도의 국경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국경 검문소에도 이미 연락이 갔을 거고... 차원문을 사용하고 싶지만, 이 인원을 동시에 움직이면 반드시 포착될 거야."
"... ..."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고민한다.
그 때였다, 클레온은 멀리서 마차의 행렬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차...? 왕도의 검문소는 모두 봉쇄되었을 텐데..."
라일라가 고개를 갸웃하고 의문을 표하면, 클레온이 추측하여 대답한다.
"봉쇄되기 전에 빠져나왔다는 건가?"
"어라, 저 마차..."
그 때, 베아트릭스만이 그 마차의 장식을 보고 그 주인을 눈치챌 수 있었다.
"제가 리오메스 양과 함께 타고 온 마차에요!"
"그렇다면... 동방 왕국의 마차라는 건가."
클레온은 순간적으로 다시 한 번 아리아드네를 사용하여 지하에 숨어야 하나 고민했지만, 베아트릭스의 말에 약간의 안심을 느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클레온이 있는 곳까지 도착한, 다른 마차보다도 한 단계 커다란 마차에서, 한 남자가 내린다.
"리오메스가 말한 대로군. 이쪽에서 그대의 기척이 느껴진다고 하더니. 그 아이가 말하던 '각인'의 이끌림인가?"
"...미염공."
동방국의 주인이자, 리오메스의 아버지. 그리고, 카시우스가 신뢰하고 있던 무인.
그 거대한 몸집에 어울리는 거대한 마차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는, 리오메스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클레온을 내려다본다.
"타실 텐가?"
"... ..."
클레온은 미염공의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잠깐이지만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들의 마차는 외교특권으로 검문소의 검문을 받지 않고 통과할 수 있다네. 게다가, 동방국에는 왕국인들이 잘 찾아오지 않지. 몸을 숨기기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하네만."
"도, 동방국 까지 가는 건가요!?'
사샤는 놀란 듯이 목소리를 내지만, 라일라는 턱에 손을 올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응. 그게 좋을지도 모르겠네. 아예 왕국에서 벗어나는 게 방법이라면, 그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 까지."
"하지만... 그러면 동방국의 여러분께도 피해가 가는 것은 아닌가요?"
쿠온이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면 미염공은 쿠온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젓는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나는 그저, 여자아이가 신세를 지고 있던 배움터의 강사와 그 동료분들을 손님으로서 맞이하고 싶은 것일 뿐이네."
"...감사합니다. 미염공."
클레온이 그렇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표하자, 미염공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는다.
"그렇다면 서둘러 마차에 타시게나. 왕도는 더욱 소란스러워질 것일세. 그 틈에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일행은 각각의 마차에 나누어 올라탄다.
베아트릭스는 리오메스의 마차에, 쿠온, 사샤, 라일라는 미염공의 부인이 타고 있는 마차에.
정신을 잃고 있는 아멜리아를 품에 안은 채, 클레온은 미염공이 타고 있던 거대한 마차에 올라탔다.
그곳이라면, 의자라고 하더라도 아멜리아의 작은 몸을 눕힐 수 있겠지.
"릴림은 우리가 데리고 있을 게. ...아멜리아가 눈을 떴을 때 눈앞에 릴림이 있으면, 일단은 자길 그렇게 만든 가해자가 같이 있는 거잖아."
"...아아. 그러네. 부탁할게."
릴림과 아멜리아를 떨어트려 놓는 것이 좋겠다는 라일라의 말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의 원인은, 다름 아닌 릴림이었으니까.
그리고, 클레온이 그 마차에 올라타면, 문득 누군가가 마차의 가장 안쪽 자리에 앉아서,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고양이도, 그 여성도 클레온은 전에 본 적이 있었다.
"피의 냄새..."
문득, 그 여성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클레온은 황급히 대답한다.
"...죄송합니다."
"아아. 아니요.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당신이 클레온... 이군요? 바하무트를 찾아주셨다는..."
그녀는 띄어지지 않는 눈으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상냥한 목소리로 클레온에게 이야기 한다.
"잘 부탁드립니다. 클레온 님. 헤르티라고 합니다. '암룡(??)상회'를 이끄는 상인이옵니다."
그녀의 인사를 받은 클레온은, 어째서 그날, 아다만트에서 있었으며, 카들레이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었는지.
그런 것들을 물어보고 싶어졌지만, 우선은 그런 말들은 자신의 안에 담아두기로 했다.
옆에 있는 미염공에게 알려지고 싶지 않은 일일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출발하도록 하지."
미염공이 그렇게 말하자, 마차는 다시 움직인다.
덜컹거리며 왕도에서 멀어지면, 클레온은 문득 아카데미에서 이곳을 향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렇게까지 먼 과거가 아닌데, 너무나도 그립게 느껴질 정도이다.
아멜리아가 일어났을 때.
그녀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으면, 쌓여있던 피로와 함께.
클레온은 정신을 잃었다.
003
"큭... 하아... 하아..."
사교 클럽 노블즈 레어의 주변은, 이미 폐허와도 같이 변해 있었다.
식물을 조종하는 마녀 포츈과, 아스타로테의 수장인 이슈탈.
두 사람의 전투가 길게 이어지면서, 서로의 체력과 마력을 뺏고 빼앗은 결과
"이슈, 탈..."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포츈의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마력고갈에 의한 탈진. 마법사에게는 치명적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다만, 그보다도 이슈탈은 더욱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이딴 여자에게 이렇게까지나 시간을 뺏기다니... 역시, 소피아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게 틀림없어. ...젠장...!'
분노에 몸을 떨면서, 이슈탈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노블즈 레어의 사유지를 벗어나 골목길로 들어간다.
아까 전, 하늘에 치솟은 빛의 기둥.
그것은 아마, 클레온이 사용한 성검의 힘.
그렇다면 그가 아멜리아를 데리고 도주했을 테니, 적어도 지금 클레온의 동료와 마주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단은 아지트로 돌아가서, 몸을 회복하지 않으면... 흑마의 일족 몇 명의 목숨을 빼앗는다면, 이 상처도...'
그렇게 생각하며, 골목을 돌아가려는 그 때.
또각... 또각... 하는 구두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이슈탈의 몸은 턱, 하고 무언가에 가로막힌 것 처럼 멈췄다.
그것은, 이슈탈의 뒤쪽에서 들려오고 있었으며, 명백하게 자신을 쫓아오는 것이다.
'누구지...!? 설마, 포츈이 일어난 건가?'
제대로 마무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느끼며, 이슈탈은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몸을 움직인다.
하지만 다음 순간.
파직, 하는 스파크가 튀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자신이 돌아가려고 하는 골목의 앞으로 이동해 있었다.
여기저기 헤진 배틀메이드의 제복, 그리고 검은 장갑을 낀 채.
손에는 외날의 아름다운 검을 든 채로.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검게 빛나는 눈을 뜬 채로.
도망치려고 하는 적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슈탈을 노려보며 그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이슈탈."
호흡조차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고, 또 깊은 어둠 속에서 끌어올려 지는 목소리.
이슈탈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면서, 자신의 앞에 나타난 그녀에게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겨우... 이렇게 1:1로 다시 만나게 되었군요."
"루, 베라..."
어째서 그녀가 지금, 자신의 앞에...?
"당신을 이곳에서 잡아서... 마력기관이든 뭐든... 베어 준 다음에... 자백제를 써서라도... 흑마의 일족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알아내겠습니다."
의문으로 가득해지는 머릿속에서 이슈탈은 루베라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두 사람의 사이를 흔들거리며 비행하는 푸른 색의 박쥐.
아니, 박쥐와도 같은 형태의 사역마.
"플라로우스...? 설마, 그 년이...!"
경악으로 물드는 이슈탈.
그렇다면 이 싸움 조차, 어디선가 플라로우스가 관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도망칠 수 있는 길은, 없다.
"각오를. 아스타로테의 반인반마."
"플라로우스... 루베라아아아아아!!!"
이슈탈의 분노의 외침이 울려 퍼진다.
그 순간, 루베라의 바리사다가 섬광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