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27화 (427/506)

〈 427화 〉 협객과 무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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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룡 상회를 나서, 정문의 바깥으로 나오면 클레온은 데미스에게 질문한다.

"무녀들이 지내는 건 신전이라고 했지. 복숭아를 키운다는 것은... 꽤 큰 곳인가?"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것은 왕도에 있는 대신전이다.

클레온도 그곳만큼 큰 신전을 본 적은 없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안에 정원을 가꾸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는 없었기에 상회의 건물과 마찬가지로 왕국과는 다른 건물 양식을 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네. 이 동방국의 수도에서도 1, 2위를 다툴 정도로 넓은 곳이죠."

데미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팔을 들어 올려 저 멀리­ 검지로 한쪽을 가리킨다.

그곳을 따라가면, 클레온의 시선이 향하는 것은 역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마치, 하늘에 닿을 것 같이 거대한 '나무'이다.

거대한 몸통과, 거기서 뻗어나온 줄기.

그리고, 나무를 주변으로 몇 겹의 원이 떠올라 있어서, 천천히 회전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면 그 나무는 딱 보기에도 평범해 보이지는 않았다.

"아스테리스의 신전은 저곳에 있습니다."

"...설마, 세계수는 아니겠지."

"세계수...? 아니요, 저것은 '신목'이라고 불리는 나무입니다. 아주 오래전, 이 세계에 처음으로 싹을 틔운 나무라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확실히, 저것이 세계수라고 한다면, 무언가 의지 같은 것이 느껴져야겠지만.

데미스가 가리킨 신목에서는 어떠한 독립된 의지도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세계수라면 주변의 환경을 자신의 세계로 덮어씌워 가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인간의 마을이나 도시 같은 것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저것은 안전한 것으로 생각해도 되는 것이겠지.

"저 신목을 지키고, 신목을 섬기는 집단이 바로, 아스테리스의 무녀와 신관 분들입니다. 신목은 아스테리스를 지키는 결계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바깥에서 사악한 의지를 가진 존재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주고 있습니다."

데미스의 말대로, 아스테리스에는 왕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결계가 존재한다.

그 대신이라고 하면 뭐하겠지만, 왕도처럼 거대한 성벽이 존재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형태로 아스테리스의 경계는 희미하게 끝이 난다.

길목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샌가 아스테리스의 안에 들어와있다. 라고 생각될 정도이다.

이야기를 마친 두 청년이 길을 걸어가면, '인간'으로 넘쳐나던 왕국의 길거리와는 다르게 동방국의 거리는 수많은 인종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수인도 그러했고, 왕국에서는 엄연히 마물로 취급받는 '고블린' 이나 '오크'와도 같은 제 2 아인종들마저 멀쩡하게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오랜 기간, 왕도에서 모험가로서 활동해왔던 클레온은 무언가 손끝이 간지러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괜찮은 건가? 저들은..."

"아아. 괜찮습니다. 동방국은 예로부터 아인종들과의 교류와 교화에 힘을 쓰는 편이었으니까요. 아버님께서도, 거인족의 피를 진하게 물려받은 분이시니까요."

"그러고 보니 그랬군."

미염공의 그 건장함을 뛰어넘어 압도되는 체격은, 그가 이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거인족의 특성이 강하게 발현된 것이었다.

평범한 인간과는 동떨어진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사람을 차별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한 나라의 왕족이 그런 피를 진하게 물려받고 있다는 것에 대한 저항심을 없애기 위해서는 아인종이나 수인족들을 받아들이는 정책 역시 필요했을 것이다.

특히나, 과거에는 더욱 그런 경향이 강했겠지.

상회의 주변에서 벗어난 길거리에는 저택과 상점이 구분 없이 배치되어 있었으며, 그 사이가 길로서 기능한다.

깍듯이 정렬되어,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는 왕도와는 역시 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길거리 곳곳에 보이는 무기를 찬 행인들.

바로 옆을 지나가면, 루베라가 사용하던 것과 비슷한 외날 검을 허리에 찬 무인들이 몇몇 보인다.

다만, 그들은 전부 제각각의 복장을 하고 있었기에 이 아스테리스의 경비나 정규군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에 들은 이야기를 들으니, 이 나라에는 '모험가 길드'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모험가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저들은 어째서 무기를 차고 다니는 것일까, 대체 무엇을 위하여?

그런 클레온의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데미스는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이야기한다.

"이 나라에서는, 민간인이 무기를 가지고 다니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강사님."

"민간인이?"

왕국에서는 어딘가의 길드에 소속되어 있지 않거나, 국가 기관에 소속되어있지 않은 인물이 무기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무장을 하고 있는 인물은, 그에 따른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위법으로 취급되지 않는 것이다.

시골 구석인 엘레시아까지 내려가면, 그런 법률을 지키는 사람들의 수는 조금 줄어들지만­

어찌되었든, 왕도에서만큼은 꽤나 확실하게 지켜지고 있는 법 중 하나였다.

"아시다시피, 이 나라에는 마법이라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주술, 술식이라고 불리는 것을 다루는 것은 무녀나 신관들 정도. 마력에 관한 것도, 아카데미에 다니는 저나 누님, 그리고 다른 나라를 여행한 적이 있는 여행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그 존재를 마력이라고 인식하지 않습니다."

"그런가. 그러고보니, 동방국에서는 체력과 마력을 전환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했었지. 그것이, 성학과의 학문과도 잘 맞아서, 그곳에 다니게 된 거라고..."

클레온의 말에 데미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네. 체력­ 즉, 생명력이라는 것은 만물에 존재하는 것. 일부의 존재들만이 다룰 수 있는 마력과는 다르게, 인간은 누구나 살아 숨 쉬고 있으니까요. 그 생명력을 단련하는 것이 곧, 이 동방국에서는 당연한 것이 되는 겁니다."

"...과연. 그 방법이라는 게, '무술'이라는 건가."

클레온은 그의 말에 조금 이해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무술, 어떤 무기를 다루건 간에 모든 일에 기초가 되는 것은 결국 체력이다.

육체를 단련하고, 자신의 '생명력의 그릇'을 넓힌다.

데미스는 이것을 '내공'이라고 하였다.

아무리 아인종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이 나라라고 하더라도, 말이 통하지 않는 마물들은 있었을 것이고, 순수한 인간의 힘만으로는 극복하지 못하는 장애물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인간들은 '마력'혹은 그에 준하는 힘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생명력을 가공하여 마력을 짜내는 것이 보편적인 이 나라에서, 무술을 단련하는 것은 단순히 호신술을 배우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마법사가 단순히 마법을 전투용의 기술이 아닌 학문으로 탐구하는 것처럼.

이 나라에서는, 무술을 이용해 자신의 가능성을 넓혀가는 것을 미덕으로 취급한다.

"이 나라에서는 학자들도 검술이나 궁술, 기마술을 배웁니다. 모두, 자신들의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서이죠."

"...그런가. 탈체크가 좋아할 만한 곳이군."

클레온은 조용히, 자신의 스승에 관한 것을 떠올리다가, 이내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치안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 ...무술을 단련하여 힘을 쌓은 인간 중에는, 그 힘을 시험해 보려고 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그것은 괜찮습니다. 왕국과 마찬가지로 저희 나라에도 치안을 유지하기 위한 정규군이 있을뿐더러... '힘을 시험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으니까요."

"...힘을 시험하는 방법이라고?"

그 때였다.

우당탕! 하는 큰 소리가 들리면, 클레온과 데미스가 걸어가던 길의 옆에 있던 주점에서, 식탁 하나가 튀어나왔다.

식탁이 튀어나왔다­ 라는 표현이 조금 이상했을지도 모르지만, 말 그대로였다.

그대로, 클레온과 데미스의 앞을 가로지르듯이 날아간 그것은, 건너편의 가게의 벽에 날아가 부딪혀서 박살이 난다.

"... ..."

클레온도 데미스도 그것을 보고 잠시 놀란 얼굴이 되어, 고개를 돌려 주점을 돌아보면.

클레온보다 머리 하나가 큰 거한(대머리)가 잔뜩 화가 난 채로 걸어나오는 것이었다.

"감히 날 개무시해!? 이 썩을 년이!"

씩씩 대면서 웃옷을 벗어 던지고는, 허리춤에 매고 있던 가시가 달린 곤봉 두 개를 꺼내 든다.

"...피부가 하얀 오크로군."

클레온이 그렇게 중얼거리면, 데미스는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클레온이 그를 말리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려 하면, 데미스는 그를 말리는 것이었다.

"방금 말한 것의 의미를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데미스의 말에 클레온은 잠시 몸을 멈추더니, 다음 순간­

"아­아­. 뭐 하는 거야, 술이 전부 엎질러졌잖으냐 이 망할 자식아..."

삿갓을 뒤집어쓴, 검은 도포를 입은 여성이 천천히 걸어나온다.

허리춤에 검을 꽂은 채,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는 자세히 보지 않아도 그녀가 취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끄윽."

트름까지 해대는 그녀의 모습에, 데미스도 조금 예상 밖이었다는 듯이 굳은 얼굴이 되지만.

그런 데미스의 시선 따위는 상관 하지 않고, 남자는 곤봉을 동시에 휘두른다.

순간, 클레온의 눈에는 그의 몸에 갑작스럽게 마력이 생성되면서, 정제된 힘이 팔에서 무기를 통해 흐르는 것이 보였다.

'방금 것이, 생명력에서 마력을 전환한 것인가.'

우락부락한 생김새와, 무식해 보이는 무기와는 다르게, 수련은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하지만, 다음 순간, 여성의 몸이 빙글 돌면서 공중으로 뛰어오르면.

그대로, 사뿐한 발걸음으로 남자의 곤봉 위에 올라서는 것이었다.

"뭐야, 그런 조잡한 공격이 '무적의 쌍곤'이냐? 참나, 무적이 울고 가겠군. 그런 걸로 나한테 하룻밤 시중을 들라고 한 거냐...?"

여성은 크게 하품을 하지만, 그녀의 몸의 어느 곳에도 그녀가 뛰어올랐다는 흔적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머리에 쓰고 있는 삿갓은 흔들리지 않았고, 도포는 주름 하나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내려앉은 상태.

마치 잔잔한 물 위에 서 있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주변에서는 '오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니 잠깐, 어느 새에 이렇게 구경꾼들이...!"

클레온은 어느샌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동방국의 행인들의 무리에 당황한다.

"이런 싸움을 구경하는 것도, 동방국의 문화 중 하나입니다."

"...싸움 구경이 재밌다는 건 어느 나라나 같은 것인가..."

"네. 특히, '협객'의 싸움은 말이죠."

남성은 자신의 곤을 회수하기 위해 팔을 당겨보지만, 어째서인지 그녀의 가벼워 보이는 몸과는 다르게 꿈쩍도 하지 않는 자신의 무기에 당황해한다.

"뭐... 그런 꼬라지를 보아하니, 밤일도 그리 기대할 수 없겠다만은..."

"이, 이 년이...!"

그리고 결국, 무기에서 손을 놓아 맨손으로 여성에게 달려들려고 하면­

여성은 어느샌가 손에, 철로 된 부채를 꺼내 들고 서 있었다.

"예의 없는 녀석."

그리고, 그 철로 된 부채를 접어, 툭. 하고 달려든 남성의 이마를 향해 두드리듯이 가져다 댄다.

그러자­ 그녀의 부채의 끝에서 순식간에 모여든 마력이 구의 형태를 띄우더니­

팡! 하는, 풍선 터지는 것과 같은 소리와 함께 터져나간다.

그러자, 남성은 이마에서 피를 흘리더니, 정신을 잃고 그 충격에 뒤로 고꾸라지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주변에서 '오오­!'하는 목소리가 올라오면, 박수와 함께 엽전들이 그녀를 향해 날아간다.

그녀는 헤헤, 하고 웃으면서 날아온 엽전들을 주워들더니, 바람과 함께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었다.

"...무언가, 길거리 공연 같군."

"비슷합니다. 그녀는, 협객. 저희 나라에서 말하자면... 정의를 위해 자신의 힘을 쓰는 존재입니다."

"아까 말했던, '힘을 쓰는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였군. ...힘을 욕망을 위해 쓰는 자와, 정의를 위해 쓰는 자가 있고. 그걸로 인해 치안이 지켜진다는 것인가."

클레온의 말에 데미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맞습니다. 저희는 매일 같이, 이런 '권선징악'의 영웅극이 펼쳐지는 도시에서 자라나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연히 저도, 어린 시절에는 협객이 되는 것을 꿈꾸었습니다. 아, 물론 누님도요."

데미스는 그런 말을 한 뒤 클레온을 바라본다.

"...자신의 정의를 위해 타인의 시선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을 보면. 동경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클레온은 그런 데미스의 눈을 똑바로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후,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 ... 과대평가다."

"겸손도, 협객의 미덕이죠."

데미스의 그런 말에, 클레온은 무언가 반론을 하고 싶어지는 기분이 샘솟는다.

자신이 이곳에 있는 것은, 바로 힘이 부족해서 소중한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자신에게, 타인의 존경이나 동경을 받을만한 자격은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분명 상냥한 청년인 데미스는 그런 클레온을 열심히 위로해 주겠지.

그것은 또,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길이 정리됐으니까, 다시 신전으로 향하자."

"...알겠습니다."

우선,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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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는 별다른 일 없이 신전에 도착하여, 쿼츠로부터 건네받은 증표를 입구의 문지기에게 보여주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클레온을 뒤로 통과시켰다.

신전의 안은 바깥보다도 훨씬 맑고 깨끗한 공기로 가득하였으며, 붉은색으로 칠된 '거대한 문'을 중심으로 펼쳐진 결계의 앞까지 당도할 수 있었다.

'인식 왜곡의 결계... 바깥에서는 안쪽이 보이지 않게 되어 있는 건가.'

클레온은 그 결계의 정체를 눈치채고, 문의 너머로는 나아갈 수 없다는 것과, 이곳에서 기다리면 무녀가 나타날 것이라는 데미스의 말에 그 자리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다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붉은 문의 너머에서 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결함을 상징하는, 백색을 기조로 하여, 붉은색의 줄무늬가 들어간 무녀의상.

그리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보라색의 머리카락.

얼굴에는 '여우'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키는 클레온의 가슴보다도 밑 정도 까지 밖에 되지 않았기에, 나이는 상당히 어린 것 처럼 보였다

클레온은 그런 그녀의 가면을 보고,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저런 가면을 보면 추방 교단을 떠올리게 되는군.'

추방교단들도, 그녀가 쓰고 있는 것과 비슷한 '동물을 본떠 만든 가면'을 착용하고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쿼츠님의 증표를 가지고 오신 분이 맞으십니까?"

클레온이 잠시 침묵하고 있으면, 무녀 쪽에서 먼저 목소리를 낸다.

가면에 의해 조금 먹먹하게 들리는 목소리였지만, 역시 생각했던 대로 상당히 어린 목소리이다.

"아아. 맞다. 여기."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며 증표를 건네면, 소녀는 그것을 받고 잠시 고개를 끄덕인 뒤에, 손에 들고 있던 분홍색의 주머니를 클레온에게 건네준다.

"분명히 받았습니다. 천도종이 들어있는 주머니옵니다."

클레온이 그것을 받아들면, 무녀는 잠시 클레온을 바라본다.

가면에 나 있는 구멍 너머, 마치, 어딘가 신기한 것을 보고 있는 듯했다.

"...왜그러지?"

"...아닙니다. 이방인 분께서 이곳까지 오시는 것은, 꽤나 드문 일이었기에. ...헌데도, 저희들과 어딘가, 비슷한 듯한 기척이 느껴져서..."

클레온이 그렇게 질문하면, 그녀는 핫 하고 퍼뜩 정신을 차리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스스로도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자각이 있는지, 뒤로 갈수록 말소리도 작아지는 것이었다.

"...나한테서?"

"네. 혹시, 평소에 가까이 지내시는 분 중에, '무녀'가 계신 겁니까?"

어린 무녀의 질문에,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보니­ 쿠온은 원래, 자신이 살던 마을에서는 '성직자'가 아닌 '무녀'로서 지냈다고 했었다.

엘레시아에 오고 나서, 치유술을 수련하기 위해 신전에 다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성자의 가호 교단과 가까워졌고.

그 후에는 성검의 신탁을 받으면서, 완전히 성녀­ 즉, 성직자로서 인정받게 되었을 뿐.

게다가, 그런 것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결계의 안에 우뚝 선 채로 하늘을 덮을 정도로 거대하게 자라난 나무­

'신목'에서도 연관성을 느낀다.

분명, 쿠온의 마을에도 비슷한 '신성한 나무'­ 아니, 정확히는 생명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생명의 나무'가 있어서.

그것을 지키는 것이, 그녀의 선조를 비롯한 무녀 일족의 숙명이라고 이야기했었다.

여기까지 오면, 쿠온과 이 도시의 무녀와의 연관성을 떠올리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아아. 한 명. '쿠온'이라는 여자아이가..."

"쿠온...? 그 분, 성함이 쿠온이라고 하시는 건가요?"

클레온이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쿠온이라는 이름은, 이 대륙에서도 조금 특이하게 느껴지는 이름이기도 했다.

무녀의 이름은 대대로 고대의 언어 중 한 계파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했던가.

이전에, 쿠온이 자신과 클레온의 이름을 고대어로 써보이며 '클레온과 자신의 이름은, 고대어로 쓰면 한 글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라고 조금 쑥스럽게 이야기하던 것을 떠올린다.

"참고로, 너는...?"

"어, 앗. 나, 나기... 앗..."

그녀­ 나기라는 이름을 가진 어린 무녀는 클레온의 질문에 얼떨결에 대답하더니 자신의 입을 손으로 가렸다.

"...어, 어린 무녀들은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자신의 '무녀로서의 이름'을 가르쳐주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부디 이번 일은, 잊어주시길 바랍니다."

"그, 그래..."

클레온은 그런 그녀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문의 너머에서 다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언제까지 결계를 열어둘 거야? 재료를 건넸으면 빨리 돌아와!"

"네, 네!"

아마, 그녀의 윗사람이 되는 인물이겠지.

"...그럼, 살펴 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쿠온'이라는 분께는,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신사로 찾아와 주셨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시겠습니까?"

그렇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나면,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뛰어 '붉은 문' 너머로 사라져버린다.

"상당히 어린 무녀도 있군."

클레온이 그렇게 중얼 거리면, 데미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클레온에게 이야기했다.

"아까 이야기 했던 것의 연장입니다만­ 이 나라에도, 선천적으로 커다란 마력을 가진 사람들은 태어납니다.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았더라고 한다면 '마법사'가 되었겠죠."

데미스의 말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이 나라는 마법이 존재하지 않고, 커다란 마력은 '신이 내린 힘'이라고 생각되어 그 재능을 신을 위해 쓰게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옳은 방법으로 마력을 제어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아야 하므로, 재능이 있다고 판단되면 아이 때부터 신전에 들어가 무녀로서의 교육을 받는 것입니다."

"...과연."

하지만, 그렇게까지 한다면 역시 당연한 의문이 생긴다.

학자이며 동시에 강력한 군사력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마법사의 존재는, 국가에서도 커다란 이익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왕국을 비롯하여 여러 나라에서는 마법사들이 중요시 여겨지며, 재능있는 이들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이 나라는 그런 일은 없고­ 마치, 마법 그 자체를 위험시하는 듯한 느낌마저 받고 있었다.

클레온은 그것에 대해 데미스에게 물어볼까 했지만, 이내 그런 의문을 자신의 안으로 집어삼켰다.

나라마다 문화라는 것이 다른 것은 당연했고, 왕국과 동방국은 그 생활양식의 차이만큼이나 여러 가지 속사정을 품고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하나하나 파고들어 차이점을 비교하는 것은, 그다지 어른스러운 행동이 아니었다.

그런것보다도 지금은,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 쿼츠에게 아멜리아를 치료하기 위한 약의 재료를 전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목적으로 했던 천도종도 손에 넣었으니, 이제 아멜리아가 무사히 회복하는 것만을 기도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신사의 부지에서 나와, 신사를 찾아올 때 통과했던 길로 되돌아가기 직전.

"어이, 그쪽의 형씨."

뒷 쪽에서 들려오는 껄렁한 목소리에 클레온은 움찔하고 발을 멈추며 두 눈을 감았다.

"방금, 신사에서 나왔지. 손에 들고 있는 거... 천도종인가?"

"...그렇다만."

몸을 돌리지 않은 채 그렇게 대답하면, 데미스 또한 클레온을 슬쩍 바라보면서 손가락을 우드득, 하고 풀어놓는다.

"얌전히 이쪽으로 넘기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그리고, 또 한명의 인기척이 나타나면서 조금 전 이야기 하던 인물과는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면서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하는 것이었다.

"거절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아픈 꼴을 봐 줘야겠다!"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들을 향하는 공격의 기척을 느낀 클레온, 자연스럽게 허리춤에 손이 가지만, 갈라테아와 칼리번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에 비무장 상태로 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칫...'

속으로 혀를 차면서 곧바로 체술로 바꾸어 몸을 회전시키려고 하면­

"지금입니다! 누님!"

"하하! 잘했다! 받아라 멍청한 외지인!"

부스럭,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위쪽에서 누군가가 떨어지면서, 커다란 쇠몽둥이를 자신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 오는 것이었다.

얼굴에 복면을 쓴 채로, 대낮에 강도짓을 하는 그녀를 슬쩍 클레온이 올려다보면­

다음 순간, 데미스의 몸이 유연한 물결처럼 움직이면서, 클레온과 자신을 향했던 두 남자의 공격을 각각 한 손으로 막아낸다.

그리고, 클레온은 몸을 돌리려던 힘을 이용하여, 다리를 공중을 향해 차올려, 자신을 덮치려던 몽둥이를 발로 차 날려버리는 것이다.

쿠웅! 하는 무거운 충격과 함께 마력이 깃든 일격이 몽둥이와 부딪히면,

"끄악!"

하는 소리를 내며, 하늘에서 떨어지던 여성은 그 일격에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듯이 땅으로 굴러떨어지는 것이었다.

"누, 누님!?"

"이, 이 녀석!"

경악하는 부하들로 보이는 홀쭉한 남자와 뚱뚱한 남자를, 데미스가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면.

클레온도, 땅을 구른 여성을 잠시 내려다본다.

"크으..."

몽둥이로 몸을 지탱하며, 어떻게든 일어서는 그녀.

풀어진 복면 밑에 보이는 것은, 라일라 정도의 외견으로 보이는 소녀였으니까.

연녹색의 머리카락이 조금 특이한 방법으로 묶여서, 경단을 중심으로 세 줄기의 뒷머리가 위쪽으로 솟아오른 그녀는.

어딘가 앳돼 보이면서도, 날카로운 눈빛만큼은 일류의 무법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만, 그런 젊어 보이는 외견보다도 클레온을 놀라게 한 것은­

"...뿔?"

그녀의 이마 부근에 솟아난 '두 개 한 쌍의 뿔'이다.

붉은색의 각질과도 같은 15cm 정도 되는 뿔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듯이 자라난 것이었다.

"...뿔... 귀인(?人) 인가..."

데미스는 그런 소녀를 슬쩍 돌아보며 눈을 날카롭게 했고, 소녀는 땅에 떨어진 복면을 주워들더니 황급히 입가를 가린다.

"이, 이 녀석... 내 맨 얼굴을 봤겠다..."

"아니, 그런 얇은 천이면, 그냥 서 있더라도 보인다만..."

클레온의 말에 소녀는 두 눈을 깜빡이다가, 얼굴을 붉힌다.

"시, 시끄러워! 네 녀석은 이 '아이샤'님이 직접 때려눕혀 주겠다!"

"각오해라 멍청한 이방인!"

"쭉정이!"

클레온을 향해 날아오는 질 낮은 매도.

당사자인 클레온은 입을 다문 채 크게 한숨을 내쉰다.

"...데미스. 둘은 맡겨도 될까."

"물론입니다. 원래는 손님인 강사님을 싸우게 할 수는 없으니, 제가 전부 상대하려 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중요하니까요."

데미스도 막고 있던 그들의 무기를 밀어내 튕겨내면서, 다시 자세를 잡는다.

"1분도 안 걸릴 겁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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