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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30화 (430/506)

〈 430화 〉 아침과 고백

* * *

000

다음 날 아침, 클레온은 자신의 방에서 눈을 뜬다.

모험가가 되고 난 후 몸에 익은 것은, 어디에서도 잘 수 있는 능력이라.

침대가 바뀌더라도 한 번 잠이 들면, 외부의 자극이 없는 한 숙면에 가까운 잠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뭐, 그것도 요 몇 달 동안은 계속 푹신한 침대에서 잠이 들다 보니, 그런 감조차 모두 죽어버릴 것만 같지만...

클레온이 그렇게 생각하면, 묘하게 좁게 느껴지는 침대의 공간, 그리고 새근새근 들려오는 숨소리에서­

또 누군가가 자신의 침대에 숨어들었나, 하는 생각에 한숨을 내쉰다.

황금경의 저택에서 지낼 때부터, 몇 번인가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은.

대체로, 갈라테아나 칼리번. 아니면 사샤... 그리고 릴림이 그 주인공이다.

클레온은 일단, 그 중 누가 나오더라도 놀라지 않은 자신이 있었기에, 잠시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슬쩍 돌린다.

그러면 그곳에는­

"... ...."

생각보다도 가까운 거리에, 자신에게 몸을 밀착시킨 채 잠이 든 여성의 얼굴이 보였다.

눈을 감고 있는 것은 평소와 같은 일이었지만, 머리카락이 중력을 따라 내려와 있었다.

그리고, 조금 천이 얇아 속이 비칠 것만 같은 연보라색의 잠옷이 만들어내는 곡선은, 도저히 사샤나 릴림의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머리카락이 갈색이었으니, 그들 중 누구도 아니었겠지만.

클레온의 시선이 스스로는 안된다고 알고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슴 쪽으로 향한다.

검은색의 어른스러운 란제리를 걸친 그녀가­ 이내, 암룡상회의 주인이자, 자신들에게 숙소를 제공해주고 있는 여성.

'헤르티'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클레온은 벌떡 하고 상체를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온다.

"큭...!?"

거의 뛰어내리듯이 침대에서 내려온 탓에, 우당탕하는 소리가 나버리고.

그 소리에 깬 것인지, 헤르티는 몸을 잠시 움찔, 하더니 고양이처럼 몸을 움츠렸다가­

이내, 부스럭하는 소리와 함께, 상반신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녀의 어깨에 걸쳐있던 이불과 함께, 잠옷의 어깨가 스르륵, 하고 밀려 떨어지면, 검은 속옷과 함께, 클레온의 손을 집어넣어도 전부 잠길 것 같은 기다란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어라... 이곳은..."

헤르티는 여전히 반쯤 꿈나라 속에 정신을 두고 있는 듯, 비몽사몽 한 얼굴로 멍하니 있다가­

이내, 다시 풀썩, 하고 클레온의 침대로 쓰러지는 것이었다.

"... ...아니, 이상하지. 그건...!"

클레온은 쓴 물을 들이켜는 심정으로 헤르티에게 다가가 그녀를 침대에서 일으키려 한다.

이런 모습, 실수로라도 누군가에게 보였다간, 오해를 받기에 딱 좋은 것이었다.

동방국에 온 지 이틀 만에, 동료나 상회의 누군가에게 차가운 눈으로 보이는 것만큼은 피해야 하는 일이었다.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어내고, 그녀의 어깨를 흔들기 위해, 그 부드러운 피부에 손을 올리면­

다음 순간.

"클레온 님!"

하고, 자신의 이름을 큰 목소리로 부르면서 침실의 문이 드르륵! 하고 열렸다.

클레온이 몸을 움찔하고, 돌아보면, 그곳에는 칼리아가 양손으로 문을 열어젖힌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클레온이 헤르티를 향해 몸을 가까이 가고, 어깨를 만지고 있는 그 순간에 말이다.

클레온의 몸이 얼어붙었다.

아니, 어쩌면 얼어붙은 것은 이 공간이나 시간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클레온은 그 상태로 정지되어, 헤르티의 부하인 칼리아에게 있어서 상사의 몸을 탐하려 하는 은혜 모를 놈 인것 처럼 보일 것이다.

이 숙소에서도 쫓겨나게 되겠지.

"...아아, 역시. 이곳에 계셨군요."

헌데, 칼리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곤란한 표정과 함께 한숨을 내쉰다.

마치, 이런 일이 익숙하기라고 하다는 듯이.

"으응... 칼리아...?"

칼리아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겨우 다시 정신이 든 것인지 클레온의 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몸을 일으킨다.

"...좋은 아침입니다아..."

"네, 헤르티님. 좋은 아침입니다. 저희는 헤르티님이 또 침실에서 없어지셔서 난리가 났지만요..."

"어라라...?"

헤르티는 주변을 살피듯이 손으로 앉아있는 곳을 이곳, 저곳 짚다가­

침대의 끝 부분에서 손이 미끌어지며, 몸의 균형을 잃어버리고, 그 밑으로 떨어질 뻔 한다.

"헤르티님!?"

칼리아가 비명같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 그것을 바로 옆에 있던 클레온이 아슬아슬하게 몸으로 받아낸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얼굴이 클레온의 가슴­이라고 해야할까, 배 같은 부분에 닿아서 '후븝'하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그리고 그, 커다란 두 개의 마시멜로가 클레온의 허벅지에 닿은 감촉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하기 위해, 진땀을 흘린다.

클레온은 그녀를 천천히 침대 위에 돌려놓고,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런 클레온의 식은땀 흘리는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헤르티는 이제 잠이 좀 깼다는 듯이, 턱에 손을 올렸다.

"어라라... 이 냄새는, 클레온 님... 저, 설마 또 밤에 걸어나온 걸까요..."

'또'라는 단어에, 클레온이 칼리아를 돌아보면. 칼리아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젓는 것이다.

"헤르티님은... 몽유병이 있으셔서. 마음에 든 냄새­ 크흠, 향기가 있는 방향을 향해서 움직이시는 버릇이 있으십니다. 평소에는 저나, 바하무트가 있는 곳을 향해 가시지만..."

'냄새...'

클레온은 자신의 팔을 들어 올리고 슬쩍 냄새를 맡아보지만, 그런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의 냄새만큼이나, 알아채기 힘든 것은 없다고 하지만.

어째선지, 렘파트의 '아빠, 냄새나'이야기가 또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헤르티 님께선, 클레온님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하신 것 같으셔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였군요. 죄송합니다, 아침부터 소란스럽게 해드려서..."

칼리아가 고개를 꾸벅 숙이면, 헤르티도, 침대 위에서 꾸벅, 양 손을 침대의 이불 위에 대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헤르티 님. 그쪽은 창문이 있는 방향입니다. 클레온 님이 있는 방향은, 헤르티 님의 오른쪽 입니다."

"아아. 그렇군요..."

헤르티는 칼리아의 말을 듣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클레온이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숙이려 하자, 클레온은 일단 헤르티를 제지하는 것이었다.

"아, 아니.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지병이라면, 어쩔 수 없지. 그보다도, 그 차림으로 자꾸 몸을 들었다 내렸다 하지 말아 줬으면 하는데..."

"음...?"

헤르티 본인, 자신의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적이 없을 테니, 클레온이 어째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칼리아도 클레온의 말에 그녀의 차림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헛기침을 하면서, 자신이 입고 있던 겉옷을 헤르티에게 다가가 걸쳐 주는 것이었다.

"크, 크흠. 헤르티 님. 클레온 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입니다. 잠옷차림으로 그렇게 계속 있으시다가는 감기에 걸리실 거에요. 자아.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방으로 돌아가시죠."

칼리아의 말에 헤르티는 고개를 끄덕이며, 겉옷이 떨어지지 않게 손으로 붙잡은 채로 조심스럽게 클레온의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칼리아의 곁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클레온 님. 이번 일은, 부디 비밀로..."

"아, 아아... 물론."

칼리아의 부탁에, 클레온도 고개를 끄덕이면 그녀는 헤르티를 데리고 조용히, 복도를 걸어서 나가려는 것이었다.

'...현관 문, 제대로 잠갔던 기억이 나는데...'

클레온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침부터 일이 꼬였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아, 그렇지. 전언을 잊을 뻔했습니다."

그 때, 갑자기 돌아오는 칼리아에 의해, 클레온은 다시 한 번 움찔하고 어깨를 떨며 그녀 쪽을 본다.

"...전언?"

"네. 왕궁에서­ 미염공의 전언입니다. 앞으로의 일을 논의할 필요가 있으니,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왕궁으로 와줬으면 한다고 하십니다."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알겠다는 대답을 한다.

그러면, 이번에야 말로 정말로 칼리아가 숙소를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

"헤­ 클레온은 동료가 아닌 여자가 자고 있는 도중에 침대로 들어와도 눈치 못 채는구나­"

뒷 쪽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얄미운 마법사의 목소리에, 큭. 하고 침음을 내뱉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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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리스의 왕궁은, 이 도시에서도 가장 커다란 건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렇겠지, 미염공의 몸의 크기를 생각하면, 과거에는 그보다도 더욱 컸을 선대 왕들의 몸의 사이즈에 맞추어서 건물을 지었을 테니.

나무와 돌, 그리고 종이로 만들어진 이 거대한 왕궁은 동방국의 긴 역사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 역사는, 지금의 왕국이 세워지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클레온의 일행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릴림을 제외하고.

어젯밤, 치료의 성과 덕분에 드디어 움직일 수 있게 된 아멜리아와 함께, 그들은 아스테리스의 왕궁.

미염공의 거처를 찾았다.

왕궁에 도착하고 나면, 그들을 안내하는 것은­

"...우와."

라일라는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을 내뱉었다.

눈앞에 서 있는 여성­ 푸른색의 머리를 어떻게 한 것인지도 모르게 복잡하게 땋아서, 아름답게 내리고.

몸의 라인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노출은 최소한으로 줄였으며,

어딘가, 무인의 복장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것은 '청룡의 의복'이라고 불리는 동방국에 대대로 내려오는 '여성 무술가'를 위한 복장이라고 한다.

묻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떠들은 것은, 그것을 몸에 걸치고 있는 미염공의 딸이자, 성학과의 수석이며 강사인 클레온을 사모해 마지않는 리오메스이다.

아카데미의 제복도, 평범한 사복도, 그리고 사교회에서 입고 있던 드레스도 보았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리오메스는, 그 어떤 복장을 하고 있을 때보다도 '그녀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분위기도 그러했지만, 평소의 색을 탐하는 모습은 일종의 연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분하고, 정갈하게 다듬어진 '마력'­ 아니, 그들의 단어로 이야기하면 '기'가 흐르고 있기에 그런 것이겠지.

"어느 쪽이 진짜 리오메스인거야? 평소의 그건 연기?"

라일라는 그런식으로 물어보지만, 리오메스는 그저 웃으면서 라일라를 돌아볼 뿐이었다.

"어느 쪽도 제 진짜랍니다. 아카데미에서는 조금 더 자유롭게 지내고 있을 뿐."

"흐응..."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왕궁의 안을 나아가다 보면 아멜리아는 어딘가, 이차원의 틈에서 방문했었던 서리 여왕의 성을 떠올린다.

그곳도, 서리 거인에게 맞는 사이즈로 제작된 장소였기에, 인간이 지내기에는 모든 것이 거대했다.

그래도 이곳은, 지금도 사람이 살아가는 장소.

건물 자체는 무지막지한 크기를 자랑했지만, 그 안에 배치된 것들은 사람들이 평범하게 쓸 수 있는 크기로 조정되어 있었다.

"베아트릭스, 지금쯤 무사히 아카데미에 도착했겠지?"

라일라가 그렇게 말하면, 리오메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네. 아까 전, 마도 전서구로 연락이 왔습니다."

베아트릭스와는, 도중까지 함께 이동하다가 마차를 나누어서 아카데미로 향했다.

그녀까지 동방국으로 향하게 되면, 아카데미에서 왕국의 동향을 살피는 일이 어려워질뿐더러, 그녀 본인도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클레온과 너무 함께 다니게 된다면, 말이다.

리오메스의 대답에, 라일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 그러고보니 어제, 데미스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어요. 클레온 강사님, 벌써 마을에서는 협객으로 '이명' 이 붙었다는 것 같아요."

"...이명?"

클레온은 리오메스가 꺼낸 이야기에 무언가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일단은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네. 이 나라의 협객들은 유명해지면, 사람들로부터 이명이 그럴듯한 이명이 붙거든요. '천수관음'이라던가, '빙제'라던가... 왕국에서는 모험가들에게 칭호 같은 것이 붙잖아요? 그런 거에요."

"아­ 그렇지. 뭐, 우리는 그렇게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 파티니까 칭호 같은 것은 없었지만."

라일라의 말에 쿠온은 볼을 긁적인다.

일단은, 이 파티에서 공식적인 칭호를 가지고 있는 모험가는 그녀 한 명뿐이었으니까.

그것도, '견습 성녀'라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단순한 칭호였다.

"이명은 활약이나 사용한 기술을 보고 사람들이 멋대로 지어내요. 그러니까­ 음. 조금 생각하는 것과 다르더라도 기분 나빠하지는 말아주세요."

"... 그 말을 들으면 더욱 불안해지는데."

그런 클레온의 이야기에, 리오메스는 쓴웃음을 짓지만­

궁금즘을 참지 못하는 사샤가 입을 열었다.

"클레온 씨의 이명은 어떤 건가요?"

"아­ '흑마(??)'라는 것 같아요."

"...흑마라니, 그대로잖아. 임팩트도 별로 없고... 뭔가 단순하네."

라일라의 말에 클레온은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쉰다.

"처음에는 다들 짧아요. 그 뒤에 수식어가 점점 늘어가는 게 보통이라... 그리고, 흑마는 흑마의 일족이 아닌, 말 그대로 검은 악마. 라는 뜻이니까요. 맹약을 사용해서 불한당을 복종시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나­"

리오메스의 말에, 라일라는 믿기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이 당황해 한다.

"하아!? 클레온, 너 맹약 마법을 쓴 거야!?"

"...뭔가, 잘못됐나?"

클레온 본인은, 별로 그런 의식 없이 사용한 것이기에, 라일라의 외침에 의문을 느꼈다.

"그야 당연하지! 맹약 마법은 원래 악마들의 마법이야! 인간이 사용했을 때 아무런 대가가 없을 리 없잖아!?"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걸."

라일라는 클레온의 대답에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클레온을 향해 이야기한다.

"그건, 네가 맹약으로 계약을 맺은 대상이 '허접한 녀석들'이었기 때문! 맹약으로 묶으려는 녀석들이 강할수록, 네 영혼의 용량을 소모한다고 생각해! 맹약은, 네 영혼에 데미지를 주는 마법이야. 알았으면, 앞으로는 함부로 쓰지 마."

정말이지, 이러니까 초보자들은...!

하고 화를 내는 라일라.

클레온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미안, 다음부터는 조심할게."

"완전히 부부네요."

"네에..."

리오메스의 말에,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쿠온.

그리고, 아하하... 하고 쓴 웃음을 보이는 사샤.

아멜리아는 조금 풀이 죽은 듯한 클레온을 바라보면서 그에게 이야기 한다.

"괘, 괜찮아요 클레온?"

"아아. 괜찮아. 라일라가 말한 대로야. 잘 알지 못하는 마법을 쓴 내 잘못이니까."

진심으로 반성하는 듯한 클레온의 모습에, 아멜리아는 의외의 모습을 봤다는 듯이 두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작게 웃어 보였다.

"클레온도, 그런 표정을 하는군요."

"... ..."

클레온은 그런 그녀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금세 평소의 얼굴로 돌아온다.

"아앗."

"슬슬 아버님이 계신 방이에요. 정말, 쓸데없이 넓다니까요, 이 왕궁은."

리오메스의 웃기 힘든 불평 같은 농담에, 일행이 곤란해하고 있으면.

드디어, 리오메스가 멈춰선 방문 앞에, 일행도 함께 멈춰 선다.

리오메스는 문을 향해 조용히, 그리고 정확한 발음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클레온 강사님과 아멜리아 왕녀님. 그리고, 그 일행분들을 모셔왔습니다. 아버님."

"음. 안으로 들어오라."

중후한 목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방을 가리고 있던 문이 드르륵 하고 양쪽으로 열린다.

그 곳은, 왕의 집무실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였으며, 아마, 이 왕궁에서 알현실 다음으로 큰 방이었을 것이다.

거대한 책상의 앞에 앉은 채 붓을 들고 무언가를 써내려가던 그는 자신의 딸이 클레온을 데리고 온 것을 확인하더니, 그 붓을 내려놓는다.

"왔군. 클레온 공. 그리고, 아멜리아 왕녀."

"거듭된 실례와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미염공. 부디, 용서해 주시길."

아멜리아는 그렇게 인사를 하였지만, 미염공은 고개를 저었다.

"그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그들에게 이미 설명을 들었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구려."

"...감사합니다."

미염공은 그렇게 이야기한 뒤, 리오메스에게 눈길을 주어 그들을 자리에 앉게 한다.

"우선. 우리 동방국은 그대들을 환영하오. 왕국에서 일어난 모든 불의를, 나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오. 맹주인 왕국이 그런 실태를 벌이고 있는 한, 왕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은 언젠가 금이 갈 것이고. 대륙은, 평화를 잃게 될 것이 틀림없으니."

"... 그것 만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아멜리아가 주먹을 쥐고, 고개를 숙인 채 이야기 하면 미염공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카시우스 전화와도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명백하오. '만물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존재 ­'아담'을 막는 것. 그를 위해서, 이 동방국에서 힘을 기르며 동시에, 왕국으로 돌아갈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소. 하지만, 그 전에­"

미염공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더욱 근심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나라에도, 만물의 아버지의 수족­ 추방 교단의 마수가 뻗어와 있다는 사실에 대해, 그대들에게 알려주고 싶소."

"... ...!"

클레온은 그의 말에 조금 놀란 얼굴이 된다.

클레온 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이들도 마찬가지였겠지.

추방교단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에 계속해서 개입해 온 조직이었다.

그들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있다고 하면 이상한 것이겠지만­

동방국에 마저 그들의 손길이 닿아있다고 한다면, 반드시 클레온과 아멜리아를 노려올 것이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이 안에서만 오가는 것임을, 명심해 주었으면 하오."

미염공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클레온과 일행들에게 어째서 자신이, 카시우스 왕세자와 함께 추방교단에 관한 것을 조사하고, 그들과 싸우게 되었는지를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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