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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32화 (432/506)

〈 432화 〉 선물과 얼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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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이 있는 곳에서 거리로 나아가면, 쿠온은 아까부터 마주치는 행인들로부터 이상한 반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쿠온의 얼굴을 보고 '흠칫'하고 놀란 이들은, 이내, 그녀의 가슴을 바라보더니,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지나가는 것이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고, 실례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들이 무언가 악의를 가지고서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느낄 수 있었다.

"뭔가. 모자라도 써서 얼굴을 가려야 하는 걸까?"

쿠온은 괜스레 조금 부끄러워져서, 앞머리를 슬쩍 만져 보인다.

혹시, 자신의 얼굴이 동방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상한 것처럼 보이는 것일까.

자연스럽게 그런 걱정을 하게 되지만, 클레온은 그런 쿠온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시선이 부담된다면 그래도 될 것 같은데..."

물론 시선이 모이는 것은 쿠온 뿐만이 아니라, 그 곁을 걷고 있는 클레온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물론 흑마의 일족이며 이방인이라는 것도 원인이었겠지만, 아까 전, 리오메스가 이야기했던 대로 이미 '흑마'라는 이름의 협객으로서 이름이 알려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어제 그 오크 같은 남자를 쓰러트린 여성... 머리에 삿갓을 쓰고 있었지.'

어쩌면 협객이 된 이들은,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머리에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일지도 모른다.

"클레온은 괜찮아?"

쿠온이 무언가 생각하는 표정이 된 클레온에게 질문하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문제없어. 시선을 받는 것은 어디든 마찬가지니까. 오히려, 왕도에서 느끼던 그 부정적인 시선들보다, 그저 신기한 것을 바라보는 듯한 이곳이 더 낫다고 생각될 정도야."

동방국은 제국과의 싸움에서도 그렇게 큰 피해를 입지 않은 나라였고, 흑마의 일족과는 역사적으로도 그렇게까지 엮이지 않은 곳이었다고 들었다.

그러니, 왕국인이라면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 흑마의 일족에 대한 공포나, 분노 같은 감정과는 거리가 먼 것이겠지.

"...그렇구나. 클레온은, 왕도에서도 늘..."

쿠온은 그런 클레온의 이야기를 듣더니 조금 고개를 숙였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으응. 역시 모자는 괜찮아. 나도 이대로 다닐래."

"...그런가."

쿠온이 그 짧은 시간에 무슨 생각을 하였을지, 클레온은 조금 상상이 되었지만, 그녀의 호의에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본격적으로 지나다니는 사람의 수가 많은 번화가와 같은 거리에 들어서면, 의외로 사람들의 수가 많아졌음에도 클레온과 쿠온을 향하는 시선은 줄어들었다.

각자 바쁘게 자신의 일상을 보내면서, 길을 걸어 다니거나, 가게에서 상품을 손에 들고 호객행위를 하거나.

낮부터 술을 한 병 들이키는 한량이나, 망치를 두드리는 대장장이들.

그야말로 구분 없이 뒤얽힌 인간군상 속에서, 쿠온은 조금 압도되는 것 같았다.

"한 나라의 수도지만, 왕도라기보다는 엘레시아에 가까운 것 같네. 뭐, 엘레시아는 이만큼 사람이 많지 않은 촌구석이었지만."

클레온의 말에 쿠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아스타로테에 의해 밤마다 정기를 빼았기던 탓에 어딘가 조금 기운 없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던 왕도와는 다르게, 아스테리스의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눈에 생기가 가득했다.

그만큼, 생명력이 넘쳐 흐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것이 과연, 이 땅의 영향인지, 아니면 '기'를 단련하고 있는 것이 원인인지, 지금은 알 수 없었지만.

모두들, 지금을 살아가는 데에 온 힘을 다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렇게 거리를 둘러보면서, 어제 데미스와 함께 걸었던 길을 나아가고 있으면 쿠온은 무언가를 생각해냈다는 듯이 손을 마주쳤다.

"침! 그러고보니, 일단은 초대받은 건데, 빈손으로 가도 되는 걸까?"

"어디까지나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와줬으면 한다고 한 거니까, 초대 받은 거랑은 다르지 않아?"

"그래도, 예의는 차려야지. 신전은 왕궁과 비슷한 정도로 사람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고 있는 무녀분들이 지내시는 곳이라니까."

쿠온의 그런 말에 클레온도 '그런 건가' 같은 감상이 되었지만, 워낙에 막살아오던 인생이었던 탓에 그런 선물을 고르는 센스는 거의 없는 것이 클레온이라는 인물이다.

"이 근처에서 무언가 사가자. 과일 같은 것이 좋으려나..."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쿠온.

그것까지는 좋았지만, 클레온은 문득 무언가를 깨닫고는 그녀에게 이야기한다.

"... 하지만 돈이 없잖아."

"... 아."

그래. 왕도에서는 지낼 때에는 모험가 시절에 모아둔 저금이나, 트로메이아 가문의 원조를 받았기에 골드를 사용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 이곳은 동방국.

당연하게도, 사용하는 통화는 골드가 아닌 다른 엽전이었다.

"마, 맞다... 우리, 지금 무일푼이나 다름없는 상태였지..."

쿠온도, 클레온의 말에 기억해냈다는 듯이 얼굴이 어두워졌다.

파티의 가계부를 책임지던 그녀답게 지금 당장 수중에 쓸 수 있는 돈이 없다는 사실이 공포로 다가온 듯했다.

"아아. 하지만 골드라면 암룡 상회에서 환전할 수 있지 않을까? 왕국과도 거래하고 있으니까, 분명 골드와 동방국의 돈을 교환할 수 있을 거야."

"그, 그렇네!"

클레온이 그런 쿠온을 안심시키기 위해 일단 생각해 낸 것을 이야기하고 나지만, 여전히 지금은 손에 돈이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럼, 결국 빈손으로 가야 하는 것이 되나.

같은 생각을 하며, 클레온이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절그럭, 하는 감촉이 손에서 느껴졌다.

"응?"

주머니에 무언가를 넣었던가, 클레온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잡혀있던 것을 꺼내 손에 들어 보이면­

"아아. 그러고보니 어제..."

아이샤라고 하는 여자와, 그 부하들을 제압했을 때, 본의 아니게 협객의 흉내를 내게 된 클레온에게 날아들어 왔던 엽전이다.

그것을 본능에 따라 잡아서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것을 떠올린다.

이것이 얼마나 하는 가치를 가졌는지는, 클레온 본인도 알 수 없었지만.

"쿠온. 일단은... 이게 있긴 한데."

그렇게 말하며 쿠온에게 클레온이 돈을 보이면, 쿠온도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클레온에게 이야기한다.

"어? 어찌한 거야? 이거."

"이야기하면 조금 복잡한데..."

클레온은 어제 데미스와 함께 신전에 다녀왔을 때에 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러자 쿠온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엽전을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뭔가 거리공연을 하는 음유시인들이 받는 공연료 같네."

"...확실히. 그거에 가까울지도."

쿠온의 말에 클레온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하지만, 이걸로 무언가 살 수 있는 걸까?"

"일단은 물어볼까. 마침, 저쪽에 과일 가게가 있는 것 같으니까."

클레온이 손가락을 들어 거리에 나와 있는 과일가게의 노점을 가리키면, 쿠온도 '응'하고 가볍게 대답하면서 그곳으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어서옵쇼 어서옵쇼! 왕도에서 막 들어온 신선한 과­"

과일 가게의 점주는, 클레온과 쿠온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손님을 맞이하는 문구를 내뱉다가­

이내, 쿠온의 얼굴을 보더니 크게 당황해 한다.

"무, 무녀님!?"

"엇, 아, 아뇨... 저는 왕도에서 왔는데요..."

쿠온도 당황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이내 점주는 쿠온의 대답을 듣더니 자연스럽게 그 시선이 쿠온의 풍만한 흉부 장갑으로 향한다.

그러더니 이내 휴,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웃어 보이는 것이다.

"사람을 착각했군!"

"잠깐, 방금 어딜 봤던 거냐."

클레온은 그런 점주에게 조금 험악한 표정이 되어 이야기하지만, 쿠온은 그런 클레온을 말리듯이 손을 들어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면, 클레온의 표정을 본 점주가 조금 겁을 먹은 듯이 어깨를 움츠리며 마찬가지로 클레온을 진정시키려는 듯이 양손을 들어 보인다.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리는 것을 보아하니, 꽤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 미안 하군. 자네의 연인이었나. "

"그래."

클레온이 그렇게 대답하면, 쿠온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지지만, 점주는 우선 그런 클레온에게 사과하듯이 가판대에 놓여있던 과일 중 사과를 잡아 들어 클레온에게 건내는 것이었다.

"자, 이, 이건 사과의 뜻을 표하는 사과라네. 하하..."

웃을 수 없는 농담에, 본인도 무리수였다고 생각했던 것 같지만, 클레온 역시 한숨을 내쉬면서 화낼 기분이 사라졌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 것이었다.

"그, 그래서? 뭘 찾으시나? 자네 둘은 보아하니 왕국인인 것 같은데, 왕국의 과일들을 찾는 건가?"

점주도 헛기침하며 장사를 재개하려고 하면, 쿠온은 음, 하고 조금 고민하는 듯하다가 이야기한다.

"실은, 신전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되어서... 빈손으로 가기에는 뭐해서 과일을 사 가려고 하는데요."

"오오. 신전에? 이방인이 신전에 초대를 받는 경우는 정말 드문데 말이야……. 하지만, 신전에 과일인가."

점주는 조금 곤란하다는 듯이 으음. 하고 고민하는 표정이 된다.

"뭔가, 곤란한 이유가 있나요?"

"아아, 곤란하다기보다는, 신전의 안에 과수원이 있다는 사실은 아나?"

점주의 말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복숭아를 기른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씨앗이 약재료가 된다는 사실도."

"아아, 천도로군. 맞아. 복숭아도 있지만, 다른 과일들도 기르고 있지. 말하자면, 과일은 신전의 특산품인 거야. 게다가 최근에는 신전의 과수원도 흉작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외국의 과일을 가져가는 것은 조금..."

점주의 말에, 쿠온도 '아하' 하고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그럼 과일을 사가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 그렇지. 뭐, 그 과일을 팔아야 하는 장사치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신전에 과일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야."

"그럼, 따로 무언가 추천할만한 것은 없나?"

클레온이 그렇게 질문하면, 그는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더니, '아아'하고 노점의 뒤에 있는 수레를 뒤진다.

그러더니, 조금 고급진 포장에 쌓여있는 작은 상자를 꺼내 들었다.

"자네들에게는 익숙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왕국에서 들여온 과자. '쿠키'라고 하던가? 이런 왕국에서나 수입해 오는 물건이라면, 좋을지도 모르지."

"...어째서 과일 가게의 수레에 쿠키가?"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하는 클레온의 말에, 점주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하. 나는 암룡 상회의 소속이니까. 딱히 과일만 파는 것은 아니야. 우선은, 팔 수 있는 기간이 짧은 과일을 먼저 팔고 있을 뿐이고, 이 과자도 언젠간 노점에 전시할 생각이었어."

"암룡 상회 소속이었나..."

어딘가, 왕국인을 상대하는 태도에서 익숙함이 느껴지던 이유를 알게 된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점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음? 그러고보니 어제 왕국에서 헤르티 님이 돌아오실 때, 흑마의 일족을 데리고 왔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아아. 맞아."

클레온이 그렇게 대답하면 점주는 다시 한 번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이런! 설마 자네가 그 손님이었을 줄이야."

"그리 당황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그럼 그 쿠키를 사고 싶다."

거기까지 이야기 하고 난 뒤, 클레온은 자신이 들고 있던 엽전을 보인다.

"...이걸로 살 수 있나?"

"응? 아아... '협객전'인가."

클레온은 그의 말에 또 이상한 단어가 나왔다고 생각하여 인상을 찌푸렸다.

"협객전?"

"그래. 주민들이 협객에게 엽전을 던져주는 문화는 꽤 오래되었지만, 그때 마다 진짜 돈을 던지는 게 아무리 그래도 도덕상 좀 그렇지 않느냐­ 하는 의견이 나와서 말이야. 몇 년 전부터, 만들어진... 협객들에게 던져주기 용의 엽전이라고 생각하면 돼."

클레온은 그 말에 자신이 들고 있던 동전을 바라본다.

"...그럼 진짜 돈은 아니란 건가?"

"아니! 일단은 가치를 가지고 있지. 이 도시의 평화를 위해 힘써준 사람들에게 아무런 보답도 하지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니니까 말이야. 다만, 정해진 가치는 가지고 있지 않고, 그것을 받는 점주가, 그 협객전의 가치를 정하는 거야. 그 대상이 마음에 들었다면, 협객전 한 닢으로도 가장 비싼 방을 내어주는 여관도 있고, 반대로 협객전을 10닢 내더라도, 차 한잔 내놓지 않는 가게도 있지만 말이야."

"헤에~ 재밌는 전통이네요."

쿠온도 고개를 끄덕이지만, 클레온은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뭐. 자네들이 헤르티 님의 손님이고, 이미 협객으로서 이 도시에 공헌했다면. 나야 마다할 리 없지. 그 협객전 하나로, 이 쿠키를 팔겠네."

"...괜찮은건가?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닌가."

클레온이 조금 걱정스럽게 물어보면, 점주는 웃으면서 대답하는 것이었다.

"물론, 손해를 볼 생각은 없네. 모든 것이 '물질적인 가치'로 이루어지는 세상은 아니니까 말이야."

"...그런가."

클레온은 그의 말을 듣고, 조금은 알겠다는 듯이 끄덕이며, 그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엽전을 넘긴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조금 전까지 점주가 들고 있던 쿠키의 상자가 놓이는 것이다.

"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시길!"

"네! 여러모로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해요! 또 올게요!"

쿠온이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클레온과 함께 가게에서 멀어져가면.

거의 보이지 않을 때까지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는 점주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다.

"착한 분이셔서 다행이네."

"그래. 그리고... 장사도 잘하는 것 같아."

클레온의 말에 쿠온은 고개를 갸웃한다.

"단골을 둘이나 잡았으니까 말이야."

"아하... 후후. 그렇네."

쿠온도 알겠다는 듯이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이제, 준비도 마쳐졌으니 드디어 신전으로 직접 향해야 할 때였다.

001

"무, 무녀님!?"

시선이 아래로 향한다.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진다.

"또 이 패턴인가..."

다행히 이번에는 신전의 문을 지키고 있는 것이 여성이었기에, 아까와 같이 클레온이 험악한 표정을 짓지는 않았지만, 쿠온은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자신의 가슴 부분을 양팔로 가린다.

"크, 크흠. '이방의 무녀'가 방문할 경우, 안쪽으로 안내하라는 말을 받아두었습니다. 혹시 당신이 '쿠온'님이십니까?"

"아, 네... 맞아요. 클레온이 이야기 했던 무녀가 바로 저에요."

경비를 서던 여성에게 쿠온이 그렇게 대답하면, 여성도 고개를 끄덕인다.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안내하는 무녀분이 있으실 겁니다. 그분을 따라서, '본당'으로 가주시길 바랍니다."

여성의 말에, 두 사람이 손에 들고 있던 창으로 막고 있던 입구를 열어젖히면, 클레온과 쿠온은 그 안을 통과하여 계단을 오른다.

어제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거대하고 붉은 문을 중심으로 인식을 방해하는 결계가 처져 있었고, 오직 그 문의 아래로만 안과 바깥을 오고 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 그곳에는 어제 클레온에게 천도종을 건네주었던 어린 무녀와 같은 인물로 보이는 무녀가, 얼굴에 여우 가면을 쓴 채로 얌전하게 서 있었다.

"... ..."

그녀는 쿠온의 얼굴을 보더니, 다른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조금 놀란듯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인사하는 것이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쿠온님.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네, 네에..."

그렇게나 정중한 인사에, 쿠온도 얼떨결에 허리를 숙여 답하지만, 그녀 본인도, 이 정도로 정중한 대접을 받을 이유가 짐작조차 되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어린 무녀는 고개를 들어 보이더니 두 사람에게 이야기한다.

"결계의 안 쪽으로 들어오셔도 됩니다. 클레온 님도, 함께 부탁합니다."

"...나도 인가? 뭐,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지만.

원래는 안된다는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이겠지만, 우선은 클레온도 쿠온도 그녀의 말에 따라 결계의 안 쪽으로 들어가면­

"와아...!"

쿠온이 조금 놀란 듯이 변화한 주변의 풍경에 목소리를 내었다.

바깥의 인식 왜곡 결계 때문에 알 수 없었지만, 결계의 안은 땅을 가득 메우듯이 여러 가지 꽃을 활짝 피운 나무들이 빼곡히 서 있었다.

그것들 전부가, 과일을 열매 맺는 나무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흉작이라는 것이 예상되지 않을 정도로, 어딘가 이세계와 같은 풍경이다.

"이쪽으로... 나무들이 많으니 길을 잃으시면 안 되고. 돌로 된 길을 따라오셔야 합니다."

"아, 네...넷!'

어린 무녀는 넋을 잃을 정도로 풍경을 바라보던 쿠온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일정한 속도의 발걸음으로 앞서 나아가며 클레온과 쿠온을 유도했다.

수많은 나무들의 그림자를 지나, 그 꽃의 향을 맡고 있으면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져만 가는 것 같았다.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틀림없을 나무들이었지만, 마치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 처럼 손을 흔드는 것만 같았다.

그것들에게 유혹당해 끌려가지 않도록, 강하게 정신을 붙들고 있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지금 당장에도, 길 바깥에 있는 작은 꽃밭들을 향해 몸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는 것이었다.

"쿠온."

클레온이, 그런 쿠온의 손을 강하게 잡아 주었다.

쿠온의 시선이 조금 흔들리는 것을 느낀 것이겠지만, 쿠온은 그것만으로도 빠르게 현실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아, 응... 고, 고마워, 클레온."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거지?"

결계의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 몇 분 정도 걸었지만,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았기에 클레온이 그렇게 질문하면.

어린 무녀는 휙 하고 뒤를 돌아보며 대답한다.

"거의 다 왔습니다. 조금만 참으시길."

"...네. 괜찮아요."

쿠온은 이마에 난 땀을 닦으면서 그렇게 대답했고, 어린 무녀의 말대로 어느 정도 나아가고 나면 그곳에는 이곳까지 오면서 보았던 결계 내의 건물 중에서도 한 단계 더 커다란 건물의 앞에 선다.

입구는 장지문으로 되어 있어서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이 본당...?"

클레온은, 그 안쪽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마력의 기척에,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만다.

적대하는 일...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경계를 풀 수는 없었다.

어린 무녀는 잠시 그 앞에 서서 심호흡하더니 이야기 한다.

"대무녀님. '쿠온' 님을 모셔왔습니다."

그러자, 잠시 뒤, 본당의 문 너머에서 조금 성숙한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알겠다. 그들을 안으로 들라 하고, 너는 수행을 하러 돌아가거라."

"알겠습니다."

대무녀라는 존재로 추정되는 여성의 말에, 어린 무녀는 보이지도 않는 대상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더니, 이내 클레온과 쿠온을 돌아본다.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대무녀님께서 여러분을 맞이하여 주실 것입니다."

"...대무녀는 어떤 사람이지?"

"...직접 만나시면, 아실 겁니다."

클레온의 질문에, 어린 무녀는 조금 대답하기 어렵다는 듯이 시선을 피하며 이야기했다.

그것이 신전 내의 규율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던 것인지는 판단할 수 없었지만.

클레온과 쿠온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면.

어린 무녀를 지나쳐, 본당이라는 건물의 입구를 열어젖힌다.

그러자­

휘익­!

공기를 가르는 소리.

무언가 바람인지 인력인지 모를 기운에 몸이 당겨진 두 사람은, 어느샌가 커다란 방 안에 있었다.

전형적인 동방국 양식의 방은, 땅바닥에 앉는 것이 기본인지, 방석이 두 개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방석의 건너편에는 붓글씨를 쓸 수 있는 종이와 붓이 놓인 책상이 하나.

또, 그 너머로 시선이 옮겨가면.

양쪽 무릎을 꿇은 채로, 정좌를 하는 무녀가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어린 무녀와 마찬가지로 '여우'를 본뜬 듯한 가면이.

양쪽 손은, 무릎 위에 올려진 채, 가면 밑의 시선을 '쿠온'에게 고정한다.

그녀의 무녀복은, 아까 보았던 무녀의 것보다도 훨씬 화려하고, 많은 장식이 달려 있었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면서 침묵이 이어지면.

그 무녀로부터 목소리가 나왔다.

"잘 왔네, 쿠온. 인사가 늦어져서 미안. 솔직히­ 놀라고 있었거든."

생각보다도 격식 없는 말투에, 쿠온과 클레온도 의외라는 듯이 놀란 얼굴이 된다.

"당신이 대무녀인가."

"그래 맞아. 그리고 당신이, 어제 쿼츠 할머님의 증표로 재료를 받아간­ 아니, 이런 소개문구는 조금 이상한가."

그녀는 잠시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 이야기 한다.

"가여운 왕녀의 운명을 어둠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싸운 마검사. 클레온. 맞지?"

"... 맞다."

헤르티가 누군가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 클레온.

그렇다면, 이건 그녀가 독자적으로 알아낸 것이겠지.

그렇기에 부정하지 않고,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면.

그녀는 이내, 자신의 손을 쓰고 있는 가면을 향해 가져간다.

"이 가면은, 신의 땅 안에서는 '개인'으로 있을 수 없다는 신전의 가르침에 따라서 쓰고 있는 물건이야. 하지만 이걸 쓰고 있으면 도저히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가면을 고정하고 있던 끈을 풀어헤치고.

이내, 여우 가면을 내리는 것이었다.

"... ...!"

쿠온도, 클레온도 그녀의 얼굴을 보고 놀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벌어진 입도, 열린 동공도 쉽사리 닫히지 않는 이유는­

그 가면 밑의 얼굴이 '쿠온과 쌍둥이처럼 닮은 소녀'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머리카락마저도 쿠온과 같은 녹색 그리고, 푸른 색의 눈.

정말로, 동일인물이 아닌가 하고 의심이 될 정도로 같은 얼굴.

그제서야, 클레온은 그녀­ 대무녀의 가슴 부분으로 시선이 향했다.

그곳에는, 여성임이 확실하지만 조금의 융기조차 보이지 않은 평평한 '평지'만이 있었다.

"... ...대체, 이건­?"

쿠온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여 입을 손으로 가리고 그녀에게 질문한다.

그러자, 대무녀는 웃어 보이면서 자신의 입에 검지와 중지를 가져가며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우선, 자기소개를 하게 해줘. 나의 이름은, 토코요."

클레온의 시선을 눈치챘다는 듯이, 그와 눈을 마주친 토코요는 윙크를 하면서 가벼운 분위기로 대답하는 것이다.

"이 신전의 현재의 대무녀이며. 신목과 동방국을 사악한 것들로부터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존재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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