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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33화 (433/506)

〈 433화 〉 열매와 자매

* * *

000

얼굴을 밝힘과 동시에, 이름을 알린 그녀의 소개에 클레온과 쿠온은 여전히 놀란 표정을 지울 수 없었다.

"후후. 놀라고 있네. 뭐, 그럴 만도 하지. 나도 놀라고 있어. 설마,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 있을 줄이야. 이것은 어쩌면, 왕국 쪽의 마물로 유명한 '도플갱어'라는 녀석은 아닐까? 하고 말이야."

대무녀­ 토코요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앉아있는 자세를 정좌에서 풀어, 편안하게 앉는다.

"너희도 편히 앉아도 좋아. 할 이야기가 많으니, 그렇게 무릎을 꿇고 앉아 있으면 힘들 테니까."

"... 가, 감사합니다."

쿠온이 그렇게 말하면서, 다리를 풀면서 자리에 앉으면 대무녀는 흐음, 하고 턱에 손을 올린 채로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는 쿠온의 흉부를 바라보더니 '호호오...'하고 흥미로운 듯한 목소리를 낸다.

"... ..."

쿠온 역시, 그 시선에는 눈치를 챘는지, 슬쩍 자신의 팔로 가슴 부분을 가리면서 얼굴을 붉히지만, 그 가녀린 팔에 전부 가려질만한 물건이 아니었기에 대무녀는 그저 입가에 미소를 띨 뿐이었다.

"얼굴은 똑같지만... 젖가슴의 크기가 이렇게나 다르니, 가면을 벗고 있어도 구분하기는 쉽겠네."

으하하! 하고 통쾌한 웃음을 지으면서, 자신의 무릎을 손으로 내려치는 토코요.

과연, 그녀와 쿠온은 얼굴의 생긴 것과 머리카락, 눈의 색을 제외하면 꽤나 다른 인물인 것에는 틀림이 없었다.

쿠온의 얼굴은, 소녀다운 부끄러움 따위는 갖추고 있지 않은듯한 그녀의 말을 듣고 수치심에 좀 더 붉어졌지만 말이다.

어찌되었든, 쿠온도 클레온도 편한 자세로 앉아 이야기할 준비가 마쳐지면, 토코요는 턱에 손을 괸 채로 쿠온을 향해 질문한다.

"쿠온. 쿠온이라고 했지. '영원'이라는 뜻이 담겨있는 고대어. 그리고, 왕국령의 출신임에도 '무녀'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소녀. 너는 대체, 누구이지?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하며 성장해 왔는지.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

어딘가, 흥미로운 옛날이야기를 재촉하는 듯한 아이 같은 태도로, 토코요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쿠온은 작게 심호흡을 한 뒤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태어난 곳은 '베르가'라고 하는 작은 마을이에요. 마을에는, 신성한 나무가 있어서, 저는 어머니의 일족의 전통대로 그 나무를 지키기 위한 '무녀'로서 자라났습니다. 베르가라는 지명을, 들어 보신 적은 있나요?"

"아니. 없는걸. 처음 듣는 이름이야. 내가 알고 있는 해외의 지명이라고 한다면... 왕도 정도일까..."

그녀는 흐음, 하고 머리속을 뒤적이다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그 지명보다도 신경 쓰이는 것은 역시­

"신성한 나무... 인가."

"네. 아스테리스에 있는 것 만큼 커다랗지는 않지만요. 저희 마을에 있는 것은 그냥 조금 큰 나무 정도에요. 그래도, 신성한 기운을 품고 있어서, 마을을 주변의 마물로부터 지켜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응. 그 이야기를 들으면 대충 알 것 같아. 쿠온과 나의 관계. 그리고, 그 '베르가'라는 마을과 이 신전과의 관계도 말이야."

토코요는 그렇게 말하더니, 턱에 대고 있던 손을 떼어내며 자세를 바로잡는다.

조금 진지해진 그녀의 얼굴에, 쿠온도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딱딱해지며 등을 똑바로 펴고 앉게 되었다.

"고대어로 지어지는 무녀의 이름. 신성한 나무를 지키는 무녀. 그리고, 이렇게나 닮은 얼굴. 이게 모두 우연의 일치라고 한다면, 신님께서는 장난을 너무 심하게 좋아하시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역시 무언가 있다는 거로군."

그 때 까지 조용히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클레온이 입을 열자, 토코요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이야기 하면 조금 길지만... 쿠온과 나는, 아마 먼 친척이야."

001

과거, 아스테리스는 물론이고, '동방국'이라는 국가가 만들어지기도 전의 고대.

마물들을 피해 정착할 땅을 찾아 떠돌아다니던, 몇몇 인간들이 이 땅에 찾아왔을 때, 이곳에는 거대한 나무 한 그루와 그 주변에 한없이 펼쳐진 초원만이 있었다.

당시의 인간들은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세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적었고.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도, 군대를 조직할 사회적 기반조차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런 도중에, 마물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는 지역을 발견하였으니, 사람들은 당연히 그 자리를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나무에서 어렴풋이 느껴지는 신성한 기운이 만들어주는 가호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감쌌으며.

마물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고, 대화할 수 없다고 여겨지던 아인족들 조차 나무의 가까이에서는 온순해지며.

사람들은, 그들과 힘을 합쳐서 작은 마을을 만들었다.

그것이, 지금의 아스테리스의 전신이며, 동방국의 뿌리가 되는 마을이었다.

당연하게도 사람들의 생활의 중심이 되는 것은 신비한 힘을 가진 거대한 나무였다.

그 나무는, 어느샌가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싹을 튼 나무'라고 여겨지게 되었고, 이내, '신이 깃든 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따라서, '신목'. 자신들이 이 험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모두 신목의 덕분이라고 여겨지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신목과 더욱 가까워지고 싶었다.

정말로 나무에 신이 깃들어 있다면, 기도를 올리고 공물을 바치는 것으로, 신들의 목소리를 듣거나, 더욱 많은 가호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의 소망이 모여, 신목을 지키고, 사람들을 대표하여 신목에게 기도를 바칠 인물로 한 쌍의 자매가 선택되었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신비한 힘이 있었으며, 그것이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사람들은 두 소녀를 마을의 무녀로 삼아, 신목과 사람을 잇는 중간 다리로 삼았다.

자매들 역시, 신목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때때로, 무언가의 의지가 느껴지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들이 마을 사람들의 삶에 공헌할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기쁘게 그 역할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물론, 몇백 년이 지난 후에는 그 두 명이 가지고 있던 신비한 힘이라는 것이 마력이었고, 만약 두 사람이 무녀가 되지 않고 마법을 배웠다면 마법사로서 대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이 연구되었지만.

당시에는 마법은 '악마와 마물들이 부리는 사악한 사술'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던 신목의 마을의 사람들에게는, 그녀들의 힘은 '신과 통하는 힘'이라고 하여 '신통력'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두 자매를 시작으로 한 '두 사람의 무녀'라는 시스템은 이후 대대로 언니 쪽의 혈통에서 '자매'가 태어나기 시작하면서 이어져갔다.

마치, 신목이 그 형태를 원하는 듯이, 모든 대에서 자매가 태어나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신의 존재를 더욱 강하게 믿기 시작했다.

어느 시대에도, 두 사람의 무녀가 함께 힘을 합쳐 신목을 지키고.

그 무녀를 지키기 위해서 관군이 생겨났으며.

점점 커져가는 세력에서 자연스럽게, 경제활동의 주축이 되는 상인들이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지금의 '신전' '왕궁' '상회'의 삼위일체로 유지되는 동방국의 지배층의 형태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까지나 이 평화가 유지되면서, 태평성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신목의 마을에 모인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았다.

어느날, 신목에 열매가 열리기 전까지는.

마을이 만들어지고 나서 몇백년이 지난 뒤, 신목에는 열매가 열렸다.

매년, 대량의 꽃이 피었다 지는 것을 목격해 온 마을 사람들이었지만, 그 후에 신목에서 열매가 열리는 것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당연하게도, 신전도, 왕궁도, 심지어 상회마저도 그 열매에 대해서 열띤 논쟁을 펼쳤다.

이것은 신이 자신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고, 그 열매를 모두가 함께 나눠 가져야 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는 어느샌가 '열매'의 소유주에 관한 이야기로 변질하여 있었다.

열매가 열리기 전, 꽃이 지는 날에 이루어지는 축제의 날까지만 하더라도 웃으면서 식탁을 둘러싸고 앉아있던 마을의 지도자들이, 서로 자신이 열매를 가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며.

당대의 무녀 자매는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결국, 신이 만들어낸 평화 같은 것은, 계기만 존재한다면 인간의 욕심에 의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려버린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자매는 함께 신전의 본당에 틀어박혀, 며칠 밤낮을 오직 기도만을 바쳤다고 한다.

지금까지, 어렴풋하게 느껴지던 신목의 의지가, 그녀들에게도 강하게 전달되어 왔기 때문이었다.

'신목은 인간들끼리 자신의 열매를 두고 다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신이 정말로 존재하고, 그 존재가 선한 존재라면.

인간의 욕망이 폭주하여 동족의 상잔을 벌이는 것을 그저 두고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기도의 끝에서 신목의 계시가 내려졌다.

그것이 정말로 신목이었는지, 아니면 며칠 동안 아무것도 마시지도 먹지도 않은 끝에 보였던 환상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두 자매는 똑똑히 본 것이다.

전신이 밝게 빛나는 소녀의 모습을 한 신이, 두 사람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 '자매 중 한쪽이, 나무의 열매를 가지고 이 마을에서 떠나라'라는 계시를 내린 것이었다.

신의 모습을 직접 본 자매는 당장에 그 사실을 신전의 장로들, 왕궁의 왕족들, 그리고 상회의 상인들에게 알렸다.

물론, 욕심에 눈이 먼 그들은 자매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지만, 평소에 조용하고 상냥한 성격이던 언니 쪽의 무녀가.

전혀 마을의 평화 따위는 생각하고 있지 않은 세 사람에게 크게 호통을 쳤을 때.

그녀의 뒤에, 밝게 빛나는 날개를 가진 존재가 나타나, 그녀에게 후광을 내렸다는 전승이 남아있다.

결국, 사람들은 자매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 진짜로 계시를 받았다는 것과, 신의 존재를 확실시하면서 그 열매를 무녀 자매에게 맡기게 되었다.

원래는, 마을 사람들에게 인망이 더 적었던 여동생 쪽의 무녀가, 열매를 가지고 마을을 떠나려 했지만.

그 역할은, 언니 무녀 쪽이 맡게 되었다.

언니 무녀는 동생에게 '분명 자신보다도 훌륭한 무녀가 될 수 있을 것이며, 그때가 되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너를 좋아해 줄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며, 마을을 맡기고, 몇 명의 수행원들만 대동한 채.

열매와 함께, 마을을 떠났다고 한다.

열매가 사라지자, 자신들의 추태를 후회한 마을의 지도층은 반성하는 의미로 삼아 마을을 세 기관이 힘을 합쳐, 지금보다도 훨씬 더 평등한 조건 아래 통치하기로 뜻을 모았고.

신전의 장로들은 완전히 일선에서 물러나, 그 이후로는 남은 여동생의 무녀가 '대무녀'라는 직위를 자기게 되며 신전을 대표하게 된 것이다.

무녀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신의 계시를 받은 남성과 짝이 되었으며, 다음 무녀를 낳아 대를 이어갔다.

그 전까지는, 반드시 '자매'가 태어나던 아스테리스의 대무녀 혈족이었지만.

언니 쪽의 무녀가 떠난 뒤로는, 오직 한 사람의 '아이'만이 태어났다고 한다.

마치, 자매로서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쳤다는 증거라는 듯이.

002

토코요의 이야기가 모두 끝나면, 그녀는 어느샌가 클레온에게서 받은 쿠키를 입에 물면서 한 손으로는 차를 찻잔에 따르고 있었다.

"...그러면, 그 열매를 가지고 떠난 언니 쪽의 무녀님이..."

"그래. 정황상, 쿠온의 선조. 그리고, 그들은 동방국에서 아주 먼 곳 까지 가서, 열매를 심어 새로운 나무가 자라나게 된 것이겠지."

토코요의 말에 쿠온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쿠온이 아스테리스의 대무녀의 일족의 후예라는 건가."

"응. 보아하니 나이도 가깝고... 아, 내가 조금 밑이려나?"

"어, 어째서 가슴을 보면서 이야기하시는 건가요...?"

토코요의 시선과 말에, 쿠온이 다시 한 번 당황해 하면서 대답하면, 그녀는 손에 묻은 부스러기를 털어내면서 대답한다.

"하지만, 쿠온에게서는 무녀로서의 주력보다도, 이질적인 신성마력의 기운이 더 강하게 느껴져. 마치, 원래 피었어야 할 줄기에서 꽃을 잘라내어, 다른 줄기에 접목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양 손을 이용하여 바닥을 기듯이, 쿠온에게 다가온 토코요.

킁킁, 코를 울리면서 쿠온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다가가게 하면, 마치 거울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무녀로서 일한 건 언제가 마지막?"

"...3년... 아니, 슬슬 4년 전 쯤...이려나요? 사실, 저는 견습이라 부르기도 뭐했고 아직 어머님이 무녀로서의 일을 맡아서 하고 계셨으니..."

"늦는걸... 신전에서는 5살 때부터 견습 무녀로서 일을 시작하는데."

토코요는 이상하다는 듯이 쿠온에게서 고개를 떨어트린다.

그러면, 쿠온은 '...아'하고 무언가 떠올렸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그건, 아마. 제 외사촌 때문에... 그쪽을 돌봐줘야 하니까, 무녀 수행은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이라는 것이 되어서."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에 보았던 쿠온의 과거는­ 알베인에게 휘둘려 다니느라 치료술의 공부정도만 할 수 있었고, 그 외의 무녀로서 해야 할 수행 같은 데는 전혀 집중할 수 없던 것이다.

"외사촌!? 어머니한테 형제자매가 있었던 거야?"

하지만 토코요는 쿠온에게 외사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 네... 어머님의 여동생이..."

그녀는 쿠온의 그 말에 '그건 이상한데...'라고 다시 한 번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한 얼굴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클레온이 조금 보충 설명을 하려는 듯이 토코요에게 이야기했다.

"쿠온은 그 뒤에, 그 사촌 동생과 함께 모험가가 되기 위해 마을에서 나왔어. 그러니, 무녀로서는 거의 수행을 못 받은 게 맞아."

토코요는 클레온의 말을 듣고도 잠시 더 고민하더니, '아아' 하고 스스로 이해했다는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과연. 응. 그러면 어쩔 수 없네. 조금 예상 밖이지만 말이야."

"예상 밖...?"

클레온은 반대로, 토코요가 무엇을 예상하고 있었는지가 궁금하다는 듯이 질문했다.

"아­ 응. 실은, 지금 이 도시­ 아스테리스의 신목에도 조금 문제가 생겼거든. 혹시 들었어? 영맥에 마력이 너무 많이 쌓여있다는 사실."

"아아. 그거라면 바로 조금 전에, 미염공 폐하로부터 들었어요."

쿠온이 그렇게 이야기 하면, 토코요도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이 땅에 마력이 잔뜩 쌓이게 되는 것은 이전부터 수백 년을 주기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 같아. 하지만 그것을 처음에는 무녀의 자매가 의식을 행하여서 방출할 수 있었다고 해."

"...하지만, 자매 무녀는 없어진 것이겠지? 언니 쪽이 열매를 가지고 떠나면서 말이다."

클레온의 지적에, 토코요는 '끄응'하고 아픈 곳을 찔렸다는 소리를 내면서 다시 한 번 긍정한다.

"맞아. 그런데, 언니 무녀가 마을 떠나고 몇 년 뒤에, 발송인을 알 수 없는 짐이 여동생 무녀에게 도착했는데, 그것이 바로 '대사의 보주'였다고 해. 조금 커다란 구슬인데, 그것을 사용하면 땅에 과도하게 마력이 쓰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 국가의 보물로서 여겨졌었어."

"어쩌면, 언니 무녀가 보낸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그 대사의 보주를 쓰면 되는 것 아닌가?"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 하면, 토코요는 이마에 손을 얹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 대사의 보주가 수십 년 전, 이 땅에서 사라졌어. 보관되어있던 곳에서, 흔적도 없이 말이야."

"...도, 도둑이라도 맞은 걸까요?"

"그럴지도... 어쨌든, 대사의 보주는 미염공과 상회 측에서도 계속해서 수색하는 중이고, 우리들은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는 거야. 바로, '두 명의 무녀가 행하는 의식' 말이야."

토코요의 말에, 쿠온은 침을 꼴깍 삼키면서 무언가 긴장한 표정이 됐다.

"거기. '그러면 신전에 있는 다른 무녀들이랑 하면 되지 않느냐는 표정 하지 마.'"

"...잘 알고 있군."

토코요가 클레온을 가리키면서 그렇게 이야기 하면, 클레온은 딱히 부정은 하지 않았다.

"...힘의 파장...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의식이라. 대무녀인 나와 상성이 맞는 무녀의 도움이 필요해. 아쉽게도, 그런 사람은 거의 없어서­"

"...피의 힘. 같은 혈족의 힘이라면 혹시나. 라고 생각한 건가."

클레온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쿠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런 이야기­ 상냥한 참견쟁이인 쿠온이라면 쉽게 넘어갈 수 있을 리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녀는 무녀로서는 아주 초짜이고, 성직자로서 오히려 더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는 것.

하루 아침에 무녀가 되라고 해서,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무녀로서 경험을 쌓는 이 신전의 무녀들은 무엇이 된단 말인가.

"...그래서 말인데 쿠온. 혹시, '무녀'로서 수행을 해 볼 생각은 없어? 이 신전에서 말이야."

"네?"

토코요는 조금 당황한 쿠온의 손을 덥썩 붙잡으며 이야기한다.

"무녀로서의 기술을 몸에 익히면, 분명 앞으로 더욱 많은 게 가능해질 거야! 단순히 마력으로 신성마법을 행하는 것 보다, 부적 술이라던가, 호신술도 함께 배우게 되니까. 아! 그리고, 방중술도 원한다면­"

"자, 잠깐만요! 그렇게 갑자기..."

쿠온은 토코요의 제안에 식겁해 하면서도 조금 흥미가 있다는 얼굴이었다.

그도 그렇겠지. 그녀가 무녀로서 수행을 받지 못한 것은 본의가 아니라, 알베인 때문이었으니까.

게다가, 어쩌면 파티의 전력으로서도 성장할지 모른다는 이야기였으니, 사실 거절할 이유가 없긴 하다.

"분명, 나와 같은 혈족이니까 금방 배울 거야! 제발 부탁이야! 겨우 만난 여동생의 부탁을 들어준다는 심정으로!"

"여, 여동생..."

쿠온은, 토코요의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확실히, 키는 거의 차이 나지 않지만, 목소리도 비슷하고 얼굴도 똑 닮아있었으며.

차이가 가장 크게 나는 것은 가슴의 일부분뿐.

피가 이어져 있기까지 하니, 먼 친척의 여동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괜찮지 않을까? 쿠온. 어차피 우리들은 이 도시에 신세를 지고 있는 것이니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클레온도, 그런 쿠온의 기색을 조금 보더니 그 등을 밀어주기 위해서 그렇게 이야기 한다.

"오! 멋진 말을 하잖아 쿠온의 남자친구! 맞아, 이건 내가 아니라 이 도시 전체를 위한 일이니까!"

"으, 응... 알았어요. 그러면, 무녀로서의 수행... 받아보도록 할게요."

"좋아! 이걸로 결정이네!"

쿠온이 고개를 끄덕이자, 토코요는 뛸 듯이 기뻐하면서 자신을 도와준 클레온의 손도 붙잡고 흔들어 보인다.

"자,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그러면, 바로 오늘부터 시작해볼까!"

"오늘부터인가요...? 저녁 준비 시간까지는 돌아갈 수 있어야 할 텐데..."

쿠온이, 라일라와 사샤가 남아있는 저택을 걱정하자, 토코요는 '아, 괜찮아. 오늘은 어디까지나 토대 만들기를 할 거니까'라고 대답하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지금까지 토코요가 자신들을 맞이하기 위한 응접실과 같은 방에서, 어느샌가 자신들이 머무는 숙소의 침실과도 비슷한 공간으로 이동해 있었다.

그리고, 그 방의 가운데에는­ 두 사람이 누워도 충분할 것 같은 크기의 이불과 베개가 놓여있는 것이었다.

"그럼. 거기에 두 사람이 누워서. 지금부터 '정화의 의식'을 시작하도록 할까!"

"...정화의 의식?"

무언가, 불안한 느낌에 클레온이 그녀에게 되묻듯이 돌아보면.

그곳에는 토코요가 한 손으로 검지와 엄지를 이어 만든 원에­ 다른 손의 검지를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이었다.

"무, 무슨!?"

"걱정하지 마 방중술이니까!"

어디에서 걱정을 안 해야 하는지,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쿠온도 클레온도, 경직된 얼굴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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