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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36화 (436/506)

〈 436화 〉 유령과 마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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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가 끝나고, 축 늘어진 토코요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던 두 사람이었지만, 곧이어서 그들이 있던 방의 문이 드르륵. 하고 열렸다.

"실례합니다. 여러분들을 욕실로 모시라는 명령...을..."

어린 무녀­ 아마, 클레온과 처음 만나서 일행을 여기까지 안내했던 그 무녀인 것 같았지만, 안에 있던 참상에 이어나가던 말을 차마 이어내지 못한다.

그도 그렇겠지, 벌거벗고 있는 남녀가 둘. 아직 속옷도 제대로 챙겨입지 못한 상태이다.

그런 상황에서, 쿠온의 밑에는 신전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대무녀, 토코요가 옷을 입은 채 실금을 한 채로 움찔대고 있는 것이다.

"대, 대무녀님이 레이프 당했다...!?"

"트, 틀려!"

클레온이 진심으로 당황해서 그렇게 말하면, 쿠온이 축 늘어진 토코요의 위에서 일어나서 그녀를 들어서 보여준다.

"보, 보세요. 옷은 제대로 입고 있고. 그저 기절했을 뿐이지, 아직 처녀이세요."

굳은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들을 변호하는 쿠온이지만, 그녀가 팔에 들고 있는 토코요는 흰자를 보인 채 입을 벌리고 침이 턱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무리 보더라도, 정상은 아닌 상황이었다.

"... 그럼, 어떻게 하셨길래 대무녀 님이 그 지경이 되신 겁니까...?"

"... 그, 그건..."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한 어린 무녀의 반응에 쿠온이 당황해 하지만, 이내 어린 무녀는 밀폐되어있던 방에서 흘러나온 음기에 윽, 하고 가면 위를 손으로 가리더니 이야기한다.

"...어찌 되었든. 욕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남성분은, 아까와 같이 다른 신관이 찾아올 테니. 조금 기다려 주세요."

"그, 그래..."

더이상 이 방에 오래 있고 싶지 않다는 것인지, 그녀는 무녀에 대한 걱정도 잠시 접어두고, 우선 쿠온과­ 쿠온이 들고 있는 토코요를 데리고 어린 무녀의 뒤를 따라가게 되면.

클레온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파고들어 온 쌀쌀한 바람에, 체온을 빼앗겨 살짝 몸을 떨었다.

'...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바람이 불 수 있나?'

하지만, 잠시 뒤 클레온은 스스로에게 일어났던 상황에 조금 의문을 느끼면서 숨을 죽였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방 온도가 정상적인 것보다도 훨씬 낮아져 있다는 것.

그리고­ 흑마력과는 다른, 음침하고, 또 음울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는 것.

이 방에,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있다.

그렇게 확신한 클레온은 일단 자신의 몸을 조금이라도 보호하기 위해, 벗어두었던 옷을 몸에 걸치면서 손끝에 마력을 집중시킨다.

혹시라도, 여기까지의 일이 자신들을 속인 신전의 함정이었다고 한다면, 그들의 손 위에서 놀아난 것이 된다.

누가, 어느 방향에서 나타나더라도 곧바로 마법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신을 집중하고 있으면.

"...이.. 이...꺼이..."

어딘가에서, 서글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 ...하?"

클레온은 그런 상황에 자신도 모르게 얼빠진 목소리를 내고 말지만, 순간적으로 강한 돌풍이 불면­

방 안을 밝히던 유일한 광원이었던, 촛불이 그 바람에 의해 꺼지고 만다.

그런데도, 방의 안에는 여전히 불꽃에 의한 빛이 보이고 있었다.

그것이­ 촛불의 '붉은 불'이 아닌, 허공에 떠오른 '푸른 불'이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꺼­이꺼이꺼이..."

그리고, 그 불이 점점 그 수를 늘려가고, 그 크기를 크게 만들수록 귓가를 울리면서 착각이라고 생각했던 울음소리도 커져만 갔다.

클레온은, 방의 한쪽 구석에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 불을 바라보며, 손에 마법을 준비시킨다.

'언데드인가...? 아니면, 동방국에만 서식하는 마물? 어찌되었든, 어째서 신전 안에 이런 것이...'

그리고, 서서히, 서서히. 그 불꽃의 사이에서 반투명한 사람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우리 아이가 이렇게 늠름한 짝을 찾다니... 꺼이꺼이꺼이..."

그곳에는, 쿠온과 토코요와 아주 닮은 얼굴을 가진, 반투명한 인물이 선 채로 울고 있는 것이었다.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이 보이는데, 땅바닥으로 떨어지기 전에 그 눈물은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그녀의 울리는 목소리와, 주변에 떠다니는 음산한 마력에서­

그녀가 살아있는 인물이 아닌, '유령'­아니, '망령'의 부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

다만, 신경 쓰이는 것은 방금 그녀가 입에 담은 단어였다.

방금, 뭐라고? 우리 아이?

그렇게 생각하며 머리속이 정지된 사이, 그녀는 스르륵, 하고 땅 위를 슬라이드 하듯이 다가오더니 클레온의 바로 앞까지 와서 그 손을 잡는 것이다.

"우우우... 클레온 이라고 하였죠... 저, 토코요의 어미 되는 '토와'입니다.."

분명 유령일터인 그녀의 손에서 감촉이 느껴지는 것에, 클레온의 정신이 현실로 되돌아오게 된다.

"... 토코요의 어머니?"

"네... 아, 선대의 대무녀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클레온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되묻자, 그녀는 고개를 꾸벅 숙여온다.

그 정중함에, 클레온도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지만, 이내­

"아, 아니! 잠깐. 어째서 토코요의 어머니인 당신이 이 방에 유령으로 존재하는 겁니까!"

그녀가 토코요의 어머니라는 사실­ 그 자체는 그다지 의심하지 않아도 될것만 같았다.

느껴지는 분위기부터, 얼굴의 생김새나, 입고 있는 옷은 토코요가 입고 있던 무녀복과 같은 것이다.

이상하게 젊어 보이는 것은, 그녀가 살아있는 인간이 아닌 이미 영체가 되어있기 때문이겠지.

상당히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더나... 많은 나이에 죽었더라도, 마음만큼은 젊었다거나. 어느 쪽이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말에 설득력을 가져다주는 것은, 그녀의 딸인 토코요가 아까 장난삼아 말했던 것 같은 자신의 모계는 다들 가슴이 평평하다는 것­

실례인 것은 알았지만, 자신을 토와라고 소개한 유령 무녀의 소개를 듣고 그곳을 바라보고만 클레온은 약간의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어째서 대무녀의 어머니가 자신 앞에 유령으로서 모습을 드러낸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토코요를 너무 어린 시절에 두고 목숨을 잃었던지라. 이 신전의 안이라면, 저 같은 무녀의 영혼도 영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가능하답니다. 그래서, 토코요가 걱정되어서 지금까지 살펴보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오늘은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는 것을 듣고..."

"... ..."

즉, 자신들의 정사를 모두 지켜봤다는 것인가, 이 유령은.

"설마, 토코요가 남자를 자신의 방에 데리고 올 줄이야. 어머니로서는 감격할 일입니다. 부디 저희 딸을 잘 부탁해요."

그렇게 다시 한 번 허리와 고개를 숙이는 토와.

물론, 눈 앞에 있는 남성이 아까까지 쿠온과 함께 토코요에게 했던 짓을 생각하면, 이렇게 온건하게 대해주는 것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오늘 하루 일어난 상식 밖의 일에 지친 클레온이 조금 핼쑥한 얼굴이 되었다.

그것을 본 토코요의 어머니­ 토와는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어 클레온의 안색을 살피는 것이다.

"어머... 굉장히 피곤한 얼굴인데... 괜찮나요?"

당신과 당신의 딸 때문이다. ...라고 하는 것은 너무 실례인 이야기일까.

클레온은 그러면 억지로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녀에게 이야기 한다.

"아, 네... 그... 조금. 고민거리가 많아서."

"어머. 그렇군요. 저는 또, 토코요와 저 때문에 피곤해진 것인 줄..."

혹시 전부 알고서 말하는 것은 아닐까? 이 여성은.

하지만, 그녀의 눈은 토코요의 그것보다도 순수해 보였다.

어딘가,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귀한 집의 아가씨처럼 보이기도 했다.

선대 대무녀라는 것은, 그녀 나름대로 세상의 일에 깊게 관련해 왔다는 것일테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어딘가 초연한 분위기.

그 분위기를 느끼니, 토코요가 어째서 그렇게나 자유분방한 성격이 된 것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차분한 목소리는 어딘가, 클레온의 마음을 조금은 안심시키는 것이었다.

그것이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일종의 '매력'이라고, 클레온은 느낀다.

토와는 아무런 말도 없는 클레온의 가까이로 다가가, 그가 입고 있는 옷의 매무새를 다듬어 주더니, 이불 위에 앉아 통통. 하고 자리에 앉아보기를 권유한다.

"저도 일단은 대무녀였던 몸. 사람의 고민을 듣는 것은 익숙한 일이랍니다.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마음 놓고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필요한 건 아닐까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말에, 클레온은 조금 망설이다가 자리에 앉았다.

어디까지나, 변명­ 아니, 임시 방편용으로 말했던 '고민'이라는 것을 그녀는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어른으로서, 대무녀였던 자로서.

신의 말을 받아, 사람의 세상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의 관록을 보이며 클레온에게 상냥한 눈빛을 보낸다.

클레온의 머리가, 지끈. 하고 울렸다.

그녀에게서 '에스카 톨로지'와 비슷한 무언가를 느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것은 과거의 에스카 톨로지겠지.

실수로라도 아멜리아를 죽이기 위해, 자신의 부하를 보내는 지금의 그녀와는 다르다.

하지만­ 자신에게 진지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바라보는 순간, 클레온은 그녀에게서 도망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다.

그렇기에, 천천히 그녀가 원하는 대로 자리에 앉는다.

어쩌면 그녀가 말했던 대로...

명확한 답을 되돌려받지 않아도 좋다.

지금의 자신들의 처지를,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고.

클레온은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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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클레온은 그녀에게, 왕도에서 있던 일과 자신들이 어째서 이 동방국에 오게 되었는지를 천천히 모두 이야기했다.

무언가를 감출 생각은 없었지만, 이야기를 시작하기 직전 그녀가 이렇게 말해주었던 것에, 클레온은 적잖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저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난 유령. 딸의 친구인 당신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어딘가에 퍼뜨릴 생각 따위는 없답니다. 그러니까, 안심해 주세요."

확실히, 유령인 그녀라면.

클레온이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시작한 이야기가, 끝을 맺었을 때.

토와는 천천히, 클레온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었군요."

"...아멜리아가 겪은 것에 비하면 제 고생은 별거 아닙니다. ─다만..."

클레온은 잠시 그녀가 잡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어쩌면. 이 세계 모두가 우리들을 싫어하는 것이 당연한 거고. 그 안에서 억지로라도 살아가려고 하는 우리들의 쪽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같은 생각을 한 적은 있네요."

그것은, 흑마의 일족으로 태어난 클레온이 어린 시절부터 느꼈던 것이다.

자신의 출생. 자신의 전생. 자신이 짊어진 업.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환경.

소중한 동료들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대부분 인간은 흑마의 일족인 클레온에게 두려움의 감정을 가진다.

게다가, 레시아의 흔적을 쫓게 되면서 알게 된, 아담과의 악연.

이 세계를 뒤에서부터 지배해 온 그 터무니 없이 깊은 어둠이 '지금'을 만들었다면.

그 지금에 어울리지 않은 자신들이야말로, 모난 돌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때때로 엄습하기도 한다.

만약 클레온이 혼자였다면, 그런 감정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의 일­

아멜리아는 물론이고, 라일라에게는 추방 교단이, 쿠온과 사샤에게는 암살자들의 흉수가 뻗어왔었다.

그렇게나 많은 적이 자신들의 도처에 깔렸다는 걸 느끼니, 마치 세계에서 거절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동료들의 앞에서는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그의 나약한 부분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은.

신기하게도, 전혀 서로의 속사정을 몰랐을 '남'인 토와였다.

이야기 하기 쉬운 상대.

그녀는, 클레온이 말한 것을 분명 마음에 깊게 담아두지 않고 훌훌 털어내 줄 것이다.

"뭐. 제 고민은 이런 겁니다. 시시하죠."

"그렇지 않아요. 사람의 고민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그 무게란 것이 다른 법입니다. 게다가... 세계가 당신을 미워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 ..."

어딘가, 확신이 섞인 듯한 토와의 대답에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냐. 라는 눈빛이네요."

"... 죄송합니다. 역시 쉽게 납득할 수는 없어서."

클레온의 생각을 눈빛으로 읽었다는 듯, 토와가 그렇게 이야기 하면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 한다.

"적어도 저는,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두려워하거나, 혐오하지 않았어요. 그건, 토코요도 마찬가지였죠. 동방국의 사람들이, 당신을 두려워하던가요?"

"...그건­"

흑마의 일족인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테니까.

라고 말하려뎐 클레온이지만, 토와는 이어서 이야기 한다.

"동방국은 분명, 제국과의 싸움에서 비교적으로 피해를 덜 받은 곳이긴 합니다. 하지만 왕국과의 동맹이었기에 관군들을 비롯한 여러 협객이 왕국과의 싸움에 참여해서 마검 황제와, 그 휘하의 마검 기사단들과 혈투를 벌였습니다. 이 나라에도 분명, 흑마의 일족이 가진 힘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리면서 '저도 그렇고요'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같은 일을 저지를 것이라는 이야기는 되지 않습니다. 똑같이 무를 갈고 닦아 사람을 돕는 협객이 되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이 되기도 하는 이 동방국에서는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아니, 사실 어느 세계에서나 당연한 이야기이죠."

클레온은, 데미스와 리오메스에 관한 것을 떠올린다.

...이상한 학과였기에 조금 감각이 마비되어 있었지만.

분명, 그 둘은 자신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자신에 대한 편견 없이 대해준 사람들이었다.

"분명히 이 세계에는, 당신의 장소를 빼앗으려고 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결코 '이 세계' 그 자체인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그 세력이 거대하고, 끈질기더라도 말이죠."

그리고. 그녀의 손가락은 그대로 클레온의 가슴을 향해. 그의 단단한 가슴을 손가락으로 툭. 찌르듯이 가져간다.

"당신의 세계는, 클레온이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곳.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동료들이 또다시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곳. '모든 것에서 사랑받을 필요' 같은 것은 없다고.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신이 지키려고 하는 것은, 용사 레시아 처럼 거창하게 이 대륙이라던가, 이 세계 전체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동료.

오래되거나, 새로운 인연들.

"감사합니­"

"아, 그렇지! 클레온이 정 그렇게 걱정된다면. 주변으로부터 무조건 사랑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한 번 알아볼까요?"

"... ...응?"

얌전히 감사를 표하려던 클레온이 하던 말을 멈추고, 그녀의 안색을 살펴보면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검지를 들었다.

그리고, 클레온의 얼굴을 향해 무언가를 퓨웅! 하고 손에서 푸른 불꽃과도 같은 것을 쏘아 넣는 것이다.

"큭!?"

갑작스러운 일격에 클레온이 당황하여 손을 얼굴로 가리지만, 그것은 생긴 것과 다르게 아무런 열도, 그리고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몸속으로 약간의 마력이 파고드는 느낌.

그것이 끝나고 나면, 클레온은 무엇을 당한 것인지 알 수 없어서 눈을 깜빡이며 팔을 내린다.

"무, 무슨 짓을..."

"말했잖아요. 흐흥~. 모두에게 사랑받는 다는 게 어떤 일인지 알게 될 거라고. 거울을 한 번 확인해 보세요."

"거울...?"

클레온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방 안에 놓여있던 거울의 앞으로 가까이 가, 자신의 얼굴에 무언가 변화가 생겼는지 살핀다.

그러자­ 그곳에는 클레온의 눈 위에­ '무언가 하트를 닮은 문양'이 떠올라 있는 것이 보인다.

"... ..."

그것이 자신에게 본래 존재하지 않던, 마력 깃든 눈동자. 즉, 마안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참(charm). 매료의 마안이에요. 당신과 눈을 마주친 인간은, 당신에게 매력을 느끼고 흥분하게 되죠. 뭐. 첫눈에 반하게 된다고 해야 할까... 눈을 마주 보고 있으면 두근거리게 된다고 할까."

부가 설명을 하는 토와에게 클레온은 눈을 크게 뜨더니 곧바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무녀의 주술이에요~! 사람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는 주술~!"

클레온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자, 그녀는 최대한 클레온과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이야기 한다.

"괜찮아요. 그렇게까지 강한 물건은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계기! 계기를 만들어주는 정도랍니다~!"

"이, 이 모녀는...!"

클레온은 토코요와 마찬가지로 막무가내인 토와의 행동에 어이가 없다는 듯, 자신의 각인으로 마안을 지워보려 하지만.

"아, 그거. 제가 아니면 지울 수 없으니까요. 적당한 때가 되면 지워 드릴게요~"

그리고, 그녀는 클레온에게서 도망치듯이 오호호호~ 하고 웃음을 흘리면서 반투명한 몸을 완전히 투명하게 하는 것이다.

클레온은 자신의 손에서 사라져가는 그녀의 감촉에 팔을 휘적이지만, 이내 그녀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고.

"...다, 당했다..."

완전히, 당해버렸다.

클레온은 자신의 눈 위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감촉에, 이대로는 제대로 된 생활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어떻게든 해서, 이 마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그 때였다,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드르륵 하고 아까와 같이 문이 열리는 것이다.

"클레온 님. 욕실로 모시러 왔습니다."

클레온은 정신이 어지러운 탓에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면.

그곳에는 아까 자신을 데리러 왔던 신관과 비슷한 또래의 소년 신관이 이쪽을 바라보며 있었다.

아까도 느낀 것이지만, 이곳의 신관, 무녀들은 전부 미소년 미소녀들이어서­ 특히 신관들은 중성적으로 보이는 소년들이 많은 것이다.

그리고. 눈이 마주친 순간.

키잉­! 하는, 무언가 마력이 통과하는 감촉과 함께.

신관 소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진다.

"윽...?"

"아..!"

클레온은 그제야 마안이 정말로 발동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눈을 가린다.

'같은 성별에게도 통하는 거냐, 이거...!'

소년 역시 머리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두 세 번 저은 뒤, 클레온의 곁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기분 탓이 아니겠지만, 조금 호흡이 거친 것 같았다.

"죄, 죄송합니다. 그, 그럼. 욕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띄엄띄엄 말을 이어나가는 소년의 상태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었기에, 클레온은 눈을 손으로 가린 채로 그에게 손을 내민다.

"미안한데... 이대로 데려가 줄 수 있을까."

"아, 알겠습니다. 부디, 발밑을 조심해 주세요."

클레온의 눈을 본 순간 자신이 이상해진 것을 깨달은 신관이었기에, 클레온의 행동에 일단은 납득하면서, 소년은 클레온을 이끌고 욕실로 향하는 것이었다.

'이 눈... 라일라에게 뽑아달라고 해야 하나...'

정말로 방법이 없을 때를 생각하며, 클레온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난에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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