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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39화 (439/506)

〈 439화 〉 요리와 식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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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저녁.

쿠온이 조금 지친 기색으로 신전에서 돌아와 식사를 준비하려고 하면, 클레온과 사샤가 그녀를 뜯어말리면서 우선은 조금 쉬라고 하는 것이었다.

"하, 하지만 그러면 저녁 식사가..."

"괘, 괜찮아요! 언제나 쿠온 씨가 만들어 주시니까, 오늘은 저희가 대접할게요!"

"그래. 오늘은 처음으로 신전에서 수행을 했을 테니까 조금 쉬어."

결국, 두 사람의 권유에 이기지 못한 쿠온이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방으로 향하면, 사샤와 클레온은 눈을 마주친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매를 걷으면서 주방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앞치마를 두르고, 손에서 휘리릭 하고 식칼이 회전한다.

두 사람 모두, 가사에서는 형태부터 갖추는 사람이다.

"클레온 씨가 요리하는 모습, 왠지 오랜만이네요! 엘레시아나 아카데미에서는 쿠온 씨를 도와서 셋이서 같이 주방에 서기도 했죠."

"아아. 그랬었지."

클레온은 그 시절이 조금 그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왕도에 오고 나서부터는, 밤의 순찰 때문에 만성 피로에 시달렸던 탓에 가사에는 그다지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것을 떠올린다.

그것을 몇 년 동안 매일매일하고 있던 아멜리아가 존경스러워질 정도이다.

"그러면... 뭘 만들까요?"

"재료가 뭐가 있는지도 모르니까. 쿠온이 첫날에 와서 이것저것 사다가 집어넣은 것 같기는 한데..."

이제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마법을 이용하여 물건을 차갑게 만드는 상자'를 열어젖히면, 과연 쿠온이 엄선해 온 식재료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달걀... 배추... 그리고, 파와 양파... 아, 이거는 닭고기인 것 같아요."

사샤가 뒤적거리면서 재료들을 구분해내면 클레온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 정도라면, 꽤 여러 가지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저희는 쿠온 씨만큼 요리를 잘하는 게 아니니까, 우선은 종류 수보다 맛을 중시하도록 해요!"

"그것도 그런가."

클레온과 사샤가 그렇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요리를 만들까를 고민하고 있으면­

빼꼼, 하고 주방의 입구에서 아멜리아가 얼굴을 내밀어 두 사람을 바라본다.

그런 아멜리아의 존재를 눈치챈 클레온이 그쪽을 돌아보면 아멜리아는 그와 눈을 마주쳤다가 조심스럽게 질문해온다.

"저기­ 도와드릴 건 없나요?"

가만히 신세를 지는 것이 싫었던 것일까, 아니면 클레온과 사샤의 즐거운 모습에 무언가를 느낀 것일까.

어쨌든 두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느낌을 팍팍 풍기면서 자신들 쪽을 바라보면, 클레온은 쓴웃음을 짓는 것이다.

"물론. 도와준다면 고맙지. 내일 향할 유적지를 사전에 조사하겠다고 방에 틀어박혀서 책만 읽는 누군가와는 다르게 말이야."

에취! 하고 먼 곳에서 재채기 소리가 들려온다.

"아하하..."

사샤도 그런 클레온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면, 아멜리아는 쭈뼛거리면서 주방의 안으로 들어온다.

"저, 사실은... 요리를 해본 적이 없어서."

"뭐. 그건 예상했어.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 안에 조리기구 같은 건 없었으니까."

애초에 그녀가 유폐 왕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요리나 청소, 가사 같은 것을 배웠을 리는 의문이지만.

"뭐. 그렇게 어려운 요리를 할 생각은 없으니까. 우리를 옆에서 도와주면 돼."

"잘 부탁해요! 아멜리아!"

클레온과 사샤의 말에 아멜리아는 '힘낼게요...!'라고 외치면서 양 손을 꼭 쥐고는 잔뜩 기합을 넣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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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그거는 설탕이야! 소금이 아니라!?"

"자, 잠깐 아멜리아? 혹시 여기 있는 간장... 다 넣었나요?"

"꺄악! 냄비에서 불이!"

"어라? 아까 누가 오븐 켜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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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레온과 아멜리아, 사샤는 모두 입을 다물고 주방에 벌어진 참사를 바라본다.

1시간 가량 씨름을 해서 만들어진 것은, 설탕이 잔뜩 들어가서 달아져 버린 스프, 간장의 색으로 빛나는 칠흑의 고기 조림, 그리고 탄 냄비에 달라붙어 있는 두부 조각들이다.

게다가 제일 처음에 오븐에 넣고 굽고 있다고 생각한 빵은, 사실 오븐에 불이 들어가지도 않은 상태여서 아직 밀가루 반죽인 채이다.

"죄, 죄송해요..."

덜덜덜 떨면서 양 손을 모은 채로 고개를 숙인 아멜리아의 얼굴은 창백함 그 자체였다.

자신이 끼어들어서 괜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무사히 일행을 위한 식사의 준비가 완료되어 있을 터였다.

그런데, 자신은 클레온과 사샤 두 사람을 도와주기는커녕 모든 요리를 망치기까지 한 것이다.

"아... 저기, 응. 괜찮아요. 요리가 처음이었다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사샤가 필사적으로 아멜리아를 위로하려고 하면, 클레온도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어린 시절에 혼자서 요리를 배우려고 할 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으니까. 너무 그렇게 자책하지 마."

"하, 하지만. 그러면 오늘의 저녁은 어떻게 하나요...? 라일라도 쿠온도 기대하고 있을 텐데..."

아멜리아가 말한대로, 이대로라면 오늘의 저녁은 이 음식 폐기물들을 처리하는 지옥의 만찬이 될 것이다.

라일라야 워낙 저녁에 신경을 안 쓰는 타입에, 심지어 때때로 거르기까지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녁을 제대로 준비를 안 하는 것은 한 지붕 밑에 사는 동료이자 가족으로서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

"... 무언가 방법이..."

클레온은 턱에 손을 올린 채로 주방을 둘러보고 있으면­

문득, 주방의 구석에 두루마리에 휘감긴 폭죽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지, 저거."

클레온은 어째서 주방에 폭죽이?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곳으로 가까이 가서 펼친다.

사샤도 아멜리아도, 그런 클레온의 등을 눈으로 좇으면­

클레온은 그 두루마리에 적혀있는 것을 보더니­

"이, 이건...!"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눈을 휘둥그레 뜨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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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통통통! 하고 클레온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왔다."

클레온과 사샤가 조금 걱정되는 표정으로 거실에 앉은 채로 기다리고 있었지만, 정말로 현관문이 울린 사실에 사샤는 안도하고, 클레온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클레온은 약간의 돈을 쥐고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한다.

그리고, 심호흡한 뒤 그 문을 열어젖히면­

"주문 감사합니다! '진미당'입니다~!"

하고, 기운차게 인사를 하는 소녀의 얼굴이 보이는 것이다.

그녀는 손에 나무로 된 커다란 가방을 든 채로 생글생글 웃으면서 클레온과 눈을 마주친다.

머리의 양쪽에 경단이 달라붙은 듯한, 갈색 머리가 특징적인 귀여운 인상의 여자아이였다.

나잇대는 라일라와 비슷할까.

"정말로 왔군..."

"와! 이방에서 오신 손님이셨네요!"

클레온이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그렇게 이야기하자, 소녀는 클레온의 발음을 듣고 그가 왕국 출신이라는 것을 눈치챈 것인지 살갑게 반응한다.

"그래... 어찌 됐든. 부탁한 물건은 준비됐나?"

"아하하~ 물론이에요. 주문 하신 대로, 진미당 특제 저녁식사 코스 일식(一?). 무사히 가지고 왔답니다!"

소녀는 여전히 웃으면서 들고 있던 가방을 현관 앞에 내려놓더니, 슬라이드 하는 목판을 움직여, 그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보여준다.

그곳에는, 몇 사람이 먹더라도 충분하고도 남을 양의 음식들이, 각각 그릇에 담긴 채로 가지런히 고정되어 있었다.

꽤나 양이 되는데, 이 소녀가 혼자서 가져온 것일까.

게다가, 내용물이 단 한 방울이나 한 톨도 흘려지지 않은 것에, 그녀의 운반기술에 감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응. 주문한 대로야. 그럼, 계산을."

"다 해서 30은전입니다! 아, 골드로도 받아요! 외국에서 오신 분들은 대부분 골드밖에 가지고 계시지 않으시니까요."

그녀의 말에 클레온은 손에 들고 미리 준비하고 있던 대로, 10전짜리 은전을 3장 그녀의 손에 건네는 것이다.

'선금을 받아두어서 다행이군.'

낮에 헤르티와 계약서를 작성할 때, 동방국에서 생활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도록 선불의 보수금을 받아두었던 것이 벌써 도움이 되었다.

암룡 상회에서는 골드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역시 현지에서는 현지의 화폐로 생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클레온에게서 건네받은 은전을 살피더니 이내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30은전 확실히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진미당을 자주 이용해주세요! 클레온 님!"

그리고, 현관 안으로 들어와, 가방 안에 들어있는 음식들을 한둘씩 꺼내 놓는다.

순식간에 일행 전부가 부족하지 않게 먹을 수 있는 만큼의 양이 놓이지만, 클레온의 관심사는 조금 다른데에 있었다.

"...어떻게 내 이름을?"

그녀가 당연하게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그녀는 받은 동전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대답한다.

"그저께 신전 앞에서 불량배들을 제압하시면서 협객 데뷔하셨잖아요? 그 근처에 있었거든요. 협객전은 어떻게 쓰시는지 배우셨나요?"

그 때 데미스가 부르는 것을 들었던 것일까...?

클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재밌는 시스템이더군."

"그렇죠? 저희 가게에서는 협객전도 사용하실 수 있어요. 혹시라도 앞으로 이름난 협객으로서 활동하실 거라면, 부디 저희 진미당의 홍보 모델이 되어주세요!"

이어서, '이국 협객의 혀마저도 사로잡은 진미당! 이라는 문구도 괜찮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클레온은 피식 웃어 보인다.

"우리 집 밥맛을 이길 수 있다면 말이야."

"으윽! 그건 좀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자신 있으시다니... 하지만 때때로라도 좋으니까 이국의 맛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꼭 다시 찾아주세요! 아, 저는 '야나'라고 해요!"

그녀는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마지막에 자신의 이름을 입에 담은 뒤, 인사를 마치고는 쌩하고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면서 클레온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이었다.

"클레온 씨 정말로 음식이 도착했나요?"

그 때, 거실에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민 사샤. 그리고 그 뒤에서 조금 훌쩍이는 아멜리아.

클레온은 그 둘을 돌아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응. 제대로 도착했어. 조금 양이 되니까 같이 옮겨줄래?"

그렇게 말하면 세 사람은 야나가 가지고 온 진미당의 음식들을 차례대로 식탁으로 옮겨가는 것이었다.

클레온이 주방에서 발견한 것은 동방국의 유명한 식당, '진미당'의 메뉴가 적혀있는 두루마리와, 폭죽이었다.

처음에는 그 둘이 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지 파악하는데에 애를 먹었지만, 곧 그것이 진미당에 배달을 의뢰하기 위한 용도라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배달 받고 싶은 메뉴에 동그라미를 치고, 그것을 폭죽에 묶어서 날아 올리면 진미당에서는 그것을 알아채고 배달을 한다는 시스템.

폭죽이 펑 터질 때의 모습으로 어떤 메뉴를 주문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는데, 그 부분은 전문가가 아닌 클레온과 일행들에게는 아무것도 구분되지 않았다.

그리고 정확히 30분이 되기 직전에 도착할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다.

아무래도, 이 저택에 전에 살던 사람이 챙겨두었던 것이 그대로 방치되었던 것이겠지.

클레온은 그 전 사람에게 감사를 하면서 식사가 준비되었다고 쿠온과 라일라를 부르는 것이었다.

라일라는 처음 보는 음식들의 종류에 눈을 반짝이지만, 쿠온은 조금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 어떻게 된거야? 이 음식들은?"

쿠온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호화스러운 상차림을 보게 되자, 먼저 입으로 내뱉은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자신이 준비해두었던 식재료의 범주를 넘어가는 것들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사실은­"

클레온이 그렇게 주방에서 있었던 참사를 이야기하고 나면, 아멜리아는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쿠온은, 그런 아멜리아를 바라보더니 작게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에게 다가가, 아멜리아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괜찮아요 아멜리아. 잘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를 도와주려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을 일이니까."

"...하지만, 저 때문에 쿠온이 사온 식재료들을 망쳐버리고 말았어요..."

아멜리아의 자신감 없는 목소리에, 쿠온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젓는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니까요. 다음에는 제가 가르쳐 줄게요. 아멜리아가 뭐든지 열심히 하려는 것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쿠온의 말에, 아멜리아는 볼을 붉히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흠... 감동적이네."

그런 아멜리아와 쿠온을 바라보면서, 라일라는 한발 먼저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튀긴 것을 손으로 집어 먹는다.

"라일라 씨..."

아무리 그래도 예의가 없다는 듯, 사샤가 라일라를 바라보며 눈을 흘기는데, 사샤의 손이 자기 멋대로 움직이며 라일라가 탐하고 있는 것 과 같은 음식을 향한다.

"자, 잠깐 루벤님! 알겠으니까요! 있다가 잠시 몸을 바꿔 드릴 테니까...! 손을 멋대로 움직이는 것은 멈춰 주세요!"

클레온은 그런 사샤의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다가,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쉰다.

"... 아멜리아. 도와주려 해서 고마웠어. 하지만, 너무 무리해서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아도 돼. 일시적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들은 동료고, 한 지붕 아래서 같이 사는 가족이야. 각자에게 역할이 있으면서,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자."

"... 가족... 네! 저, 저도. 클레온과 가족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할게요!"

방금 전의 이야기를 듣고도, 역시 아멜리아는 누군가의 도움이 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을 쉽게 그만둘 수는 없는 듯했다.

그것이 그녀의 장점이었고, 그녀다움이라는 것이겠지.

클레온은 그런, 다시 한 번 기합이 잔뜩 들어간 아멜리아를 바라보면서 웃어 보였다.

"아. 내일은 아침 일찍 마차를 타고 나갈 거야. 기억하고 있지? 클레온."

그 때, 라일라가 우물거리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그녀를 돌아본다.

"그래. 모두 함께 가는 거야."

클레온이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면, 다른 일행들도 알겠다는 듯,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왕도에서는 파티의 일행끼리 너무 따로 지냈던 것을 떠올린다.

알게 모르게 거리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험가의 파티는 역시 함께 지내는 것이 가장 좋은 형태이다.

위험한 모험에도­ 승리의 즐거움에도.

바로 옆에 있을 때,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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