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41화 (441/506)

〈 441화 〉 야적과 뒷배

* * *

000

"대장님... 저 녀석, 아까부터 혼자서 삽질하고 있는데... 새 조사단원인 걸까요. 리스트에는 없습니다만."

조사 캠프가 설치된 곳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열댓 명의 남자들이 로브를 뒤집어쓴 채로 황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명령 받은 대로, 조사 캠프에서 조사를 진행하려고 하면 그것을 방해하는 일을 몇 주 째 반복하고 있었지만, 녀석들은 질리지도 않고 또 조사하러 나온 듯했다.

대장이라고 불린 거구의 남자는, 갈고 있던 도끼를 땅에 내려놓은 채 자신에게 보고하는 부하에게 다가가 그가 들고 있던 망원경을 뺏는다.

"...호오. 정말이군. 흑마의 일족인가? 응? 하지만 뒤에 있는 건..."

남자는 부하가 말한 대로 삽질을 하는 검은 머리의 남성과, 그런 그를 뒤에서 지휘하고 있는 듯한 남색 머리의 여성을 발견한다.

"안경에 백의... 남색 머리. 저 여자는 낯이 익은데."

"아. 저 여자는 그거입니다. 조사대의 대장이었나... 마티스인지 아티스인지 하는 그 여자입니다."

"뭐라고!? 지금까지 캠프에만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던 거물이잖나! 이 멍청아! 그걸 먼저 말하란 말이다!"

남자가 버럭 소리를 내지르면, 그는 당장에 땅에 내려두었던 도끼를 어깨에 짊어진다.

"보스가 말했던 '100만 골드'짜리가 바로 저 여자다."

"배, 백만...!"

도끼남의 말에, 주변의 부하들이 술렁거리며 침을 꿀꺽 삼킨다.

"그래! 우리들이 지금까지 몇주동안 이곳에서 뼈 빠지게 고생을 했던 것도 바로 저 여자 때문이다! 저 여자 하나면, 모든 고난을 끝내고 거대한 봉급과...! 우리들도 정식으로 보스의 부하로서 일할 수 있는 거다!"

"우오오오오!!!"

우렁차게 목소리를 높이는 그들.

"얼간이들아! 그러다가 저 녀석들에게 들키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냐!"

"죄, 죄송합니다 대장님...!"

분명히 남자의 목소리가 제일 크지만, 그의 말에는 거스를 수도 반박을 할 수도 없었다.

철저하게 상하로 나누어진 야적집단.

그곳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힘에 의한 계급 관계였을 뿐이니까.

만약 말대꾸하거나 반항적인 태도를 보였다가는, 피에 굶주린 붉은 도끼자 곧바로 날아와 자신의 머리와 목 아래가 분리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 공포에 사로잡힌 부하들은 충성스러웠고, 동시에 맹목적이기도 했다.

"좋아! 오늘도 한탕 해보자! 말을 데려와라!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그 녀석'도 준비해 둬라!"

"네, 네!"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황야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 끝.

그곳에서 열심히 삽질을 하고 있는 남자가, 자신들의 인생을 단단히 꼬이게 할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001

"앞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면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나를 노리는 걸로 조사된 야적 단의 대장이야. 이름은 볼포스. 37세 독신. 30세까지 무직 한량으로 지내다가 어느샌가 야적이 되어있던 남자다."

"그런 개인 정보는 아무래도 좋아. 마법사는 있나?"

클레온의 질문에 아티스는 무읏. 하고 얼굴을 찌푸렸다가 고개를 저었다.

"시골 야적단에 그런 고급 인력이 있을 리 없지."

"그럼 이걸로 충분하겠군."

아티스의 대답에, 클레온은 허리춤에 걸어두었던 칼리번 대신에, 손에 들고 있던 삽을 쥔다.

"호오. 인간 병기의 손에서는 평범한 조사도구도, 사람을 해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라는 건가."

아티스가 흥미롭다는 듯이 클레온의 선택에 중얼거리면, 역시 태클을 거는 것을 참을 수 없던 클레온이 그녀에게 대답했다.

"... 딱히 삽은 누가 들더라도 사람에게 내리치면 위험하단 생각이 드는데."

"... 그냥 해본 말이야. 무기는 어떤 거라도 상관없지. 저 바보 녀석들을 혼내줄 수만 있다면 말이야."

클레온이 족족 자신의 말의 흥을 방해하는 대답을 하자, 그것이 불만이라는 듯 아티스는 양쪽 다리를 흔들거린다.

뭐. 그런 것은 둘째치고... 중요한 것은 눈앞에 있는 야적들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맥스웰의 때에 비하면 상당히 직접적이군. 회귀 자마다 성향이 다른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삽을 쥔 채로 가만히 서 있는 클레온을 본 도끼남­ 볼포스는, 그가 공포에 몸이 굳어버린 것으로 생각한 건지

"여자는 내가 맡겠다! 너희들은 저 남자를 상대해라!"

"예!"

그대로 클레온을 지나가, 아티스를 노리려고 말의 머리를 돌리지만­

다음 순간, 클레온이 삽을 크게 땅에 찍으면서, 전력으로 위로 휘둘러 올리면,

대량의 흙먼지와 자갈들이 튀어 오르면서 도끼남이 타고 있던 말들의 눈과 다리를 때려댄다.

덕분에 그 남자의 말은 당황함과 고통에 앞다리를 들어 올리고­

"어, 이, 으아!"

도끼남은 꼴사나운 목소리를 내더니 스스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말에서 굴러떨어진다.

"대, 대장님!"

"너희 걱정이나 하시지."

대장을 걱정하며 자신들도 모르게 말을 멈춰버린 야적들.

하지만, 말을 타고 있으면서 그 기동력을 스스로 잃어버린다는 치명적인 실수를 자신들이 저질렀다는 사실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클레온의 중얼거림이 울렸다고 생각하면 그의 몸이 화살처럼 그 자리에서 튀어나와, 우왕좌왕하고 있는, 말을 탄 야적들과 같은 높이까지 솟아올랐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양손으로 꽉 쥐더니­

쾅!

하는 소리를 낼 정도로 강렬한 일격으로, 부하 중 하나의 몸통 부분을 가격한다.

"끄아아악!"

낙마하여 땅을 구른 뒤, 비명을 내지르는 야적.

클레온은 공격을 마치고 착지하여 그 야적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본다.

"일부러 팔을 맞췄으니까 죽지는 않았겠지. 뭐, 그 팔은 몇 달은 못 쓰겠지만."

"하하! 좋아! 아주 잘하고 있어 클레온! 그 기세야! 조져버려!"

야적이 당하는 것이 기분이 좋다는 듯이 팔을 치켜드는 아티스, 응원이라고 받아들여도 좋은 것일까.

하지만 그런 식으로 타인의 주목을 끌었다가는­

"큭...! 이 녀석, 뭔가 위험해! 일단 저 여자를 데리고 도망치자!"

"그, 그래!"

그나마 재빠르게 상황판단을 해낸 야적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말의 고삐를 잡지만­

"뭐, 뭐야? 말이 움직이지 않아!"

어째서인지, 그들이 탄 말이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다.

무언가가 말들의 뒷다리를 붙잡고 있는 듯, 말들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더라도 그 자리에 묶여 있었다.

"이, 이게 뭐야!?"

그리고, 그들이 서로의 말을 보면서 발견한 것은, 말들의 뒷다리에 하나씩 묶여있는 검은색의 사슬이다.

물리적인 것이 아닌, 마력으로 된 것이었지만.

물론, 그것은 클레온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검은색으로 된 사슬은, 그와 같은 색으로 된 검은 쐐기에 묶인 채로, 클레온이 서 있는 땅에 박혀 있었다.

본래는 화염 마력으로 행하는 마법이었지만, 이것은 클레온의 순수한 흑마력으로 만들어져 있기에, 다리가 묶인 말들에게는 전혀 피해가 가지 않는다.

결국 야적들은 자신들이 들고 있는 칼과 창으로 사슬을 가격해 보지만, 마력이 부여되지 않은 그것들로는 클레온의 사슬을 풀어낼 방법이 없었다.

"크으... 이 녀석, 마법사였나...!"

비틀 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남자가, 자신의 도끼를 쥐면.

그 도끼의 머리 부분에 박혀있던 붉은 마석이 마력을 흘려보내면서 도끼 전체가 붉게 물드는 것이었다.

"이 피도끼의 볼포스님을 이렇게나 화나게 한 것은, 7년 전의 그 여자 이후로 처음이다!"

크게 포효를 하는 볼포스.

도끼의 힘인지, 로브 밑에 있던 남자의 근육이 크게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근력 증강의 마법이 부여된 마석인가. 피도끼라니, 웃기지도 않는군.'

클레온은 마석중에서도 가장 하급 중에 하나인 신체 강화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마석­ 그것도 아마 그다지 질이 좋지 않은 것을 사용하면서 거창한 이명을 내뱉는 볼포스의 작태에 한숨을 내쉰다.

거기에 추격을 가하듯이, 아티스가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아­ 그 여자. 자기 어머니 이야기야. 너무 일을 안 해서 쫓겨났거든."

"다, 닥쳐!"

"너는 어떻게 이 야적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고 있는건데...?"

순수하면서도 당연한 의문이 클레온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이쪽도 일이라서 말이야. 화나게 하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지."

그리고, 자신들을 노려보는 야적단을 향해 그렇게 이야기 하면, 볼포스는 쿵 하고 도낏자루를 땅에 내려찍으면서 입꼬리를 올린다.

"삽을 든 마법사라니, 웃기지도 않는 녀석이로군."

"그야 누구라도 너희들과 비교하면, 남을 웃기는 재능이 없다는 생각을 하겠지."

"... ...그건 지금 우리가 웃긴 녀석들이라고 말한 건가?"

"그렇다만?"

볼포스와 클레온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죽여주마!!"

격분한 볼포스가 도끼를 크게 땅에 내려치면, 강화된 근력과 마석의 힘인 것인지, 땅을 타고 강력한 충격파가 클레온을 덮쳐온다.

쿵, 쿵, 쿵!

다가올 때마다 점점 커지는 충격파는 어느샌가 클레온의 키보다도 높게 흙먼지가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범위가 넓어, 옆으로 피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해 보였다.

"어떠냐! 어제도 네 동료들을 묻어버린 나의 도끼의 힘은! 크하하하!"

클레온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을, 기술에 압도된 것이라고, '또다시 착각'한 것인가.

볼포스는 곧바로 우쭐해져서는 웃음을 터뜨리지만.

클레온은 그 충격파를 향해, 똑같은 방식으로 마력을 실은 일격을 내리치더니­

볼포스가 만들어낸 충격파와 같은 것이, 더욱 크고, 더욱 넓게.

그대로 볼포스의 충격파를 삼켜버리더니 그대로 야적들을 향해 뻗어 간다.

"뭐, 뭐야!?"

"대, 대장님의 기술을 베껴­ 으아악!"

충격파에 당해 하늘 높이 떠버리는 그들은, 그대로 낙법도 취하지 못한 채 중력의 힘에 이끌려서 땅으로 다시 떨어지는 것이다.

볼포스만이 그 자리에서 도끼와 스스로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커다란 충격에 다리가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몸의 균형을 잃는다.

"큭... 이, 망할 자식이...!"

볼포스가 어떻게든 태세를 정비하여 클레온을 다시 한 번 노려보려고 하지만­

"튼튼한 녀석이군."

이미, 클레온은 볼포스와의 거리를 좁힌 상태였다.

충격파를 사용하고 순간적으로 팔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는 볼포스와 다르게, 클레온은 그런 페널티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충격파가 만들어내는 흙먼지의 뒤에 숨어 그대로 다가와, 그대로 볼포스를 향해 들고 있던 삽의 머리를 부분을 내려치는 것이었다.

퍼억! 하고 무거운 소리가 들렸다.

볼포스의 왼팔에 강렬한 충격이 일었지만­

"...!"

클레온은 그의 팔이 여전히 움직일 수 있는 것과, 찢어진 로브 밑에서 반짝이는 갑옷을 보고는 재빨리 거리를 벌린다.

"치잇... 역시 방해되는 군 이 로브는!"

그렇게 말하면서 찢어진 로브를 한 손으로 잡아 뜯듯이 벗어던지면­

그 밑에 가려져 있던 미스릴 아머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다.

전신을 감싼 풀 플레이트의 미스릴 아머는, 그 장착자를 상상을 초월하는 방어력을 자랑하는 이동 요새로 바꾸어줄 정도로 강력한 방어성능을 가진 장비였다.

게다가 마법에 관해서도 내성을 가지니 미스릴 장비를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았다.

다만, 워낙에 희귀한 금속 중 하나이다 보니, 당연하게도 가격이 하늘을 꿰뚫는다.

"... 유스테스 정도인데. 그런 어이없는 장비를 쓰는 걸 본 적이 있는건."

클레온은 유스테스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야적이 전신 미스릴 갑옷을 입는다고? ...뒤에 스폰서가 있는 것은 틀림없군. 그렇다면 역시, 회귀자들인가.'

"크크... 놀라서 입도 안 열리나 보군. 네 녀석은 이 몸을 이길 수 없다. 왜냐하면, 이 몸의 비장의 수는, 이 미스릴 갑옷뿐만이 아니기 때문이지."

그리고는 목에 걸려 있는 피리를 잡아 그것을 불려고 하는 순간­

"멍청이냐 너?"

"오."

아티스의 감탄. 클레온의 주먹이, 남자의 얼굴을 강타했다.

"커억..."

강렬한 일격이 제대로 꽂힌 볼포스는 그대로 다시 한 번 땅을 구르지만, 그것을 놓치지 않고 추격을 하기 위해 뛰어든 클레온.

그대로, 미스릴 갑주를 입은 곰 같은 남자의 몸을 땅에 고정한다.

미스릴 자체가 마법을 막아주지만, 그렇다면 마법이 아니면 되는 것이다.

바로 클레온 본인의 몸에 무게를 증가시키는 마법을 걸어 남자의 몸 가슴 위에 걸터앉아. 주먹을 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볼포스의 안면을 내려치는 것이었다.

퍼억! 하는 소리가 다시 들리면, 이빨이 부러지고 코가 부러진다.

"그, 그만..."

볼포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아픔에 클레온을 멈추려 하지만, 팔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클레온이 다시 한 번 남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치면.

그대로, 그는 정신을 잃고 기절해 버리는 것이었다.

"전신을 미스릴로 감싸놓고 왜 투구를 안 쓰는거야?"

클레온은 손을 털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남자가 불려고 했던 피리가 묶여있던 끈을 뜯어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으으..."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아까 전의 충격파로 하늘로 띄워졌다가 땅에 떨어져 어딘가가 부러지거나, 기절해버린 볼포스의 부하들이 널브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클레온은 양손을 툭툭 털면서 땅에 내려 놓아두었던 삽을 집어 든다.

"정보를 캐낼 거지? 죽이지는 않겠다만."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아티스에게 가까이가서 이야기 하면,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대답한다.

"아아. 이 정도면 괜찮아. 후후.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 해줬어. 클레온."

대단히 만족했다는 듯이, 걸터앉아있던 상자에서 일어나, 그것을 여는 아티스.

의외로 그 안에는, 족쇄와 밧줄 정도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나는 결계 발생장치라도 넣어둔 줄 알았는데."

야적들이 클레온을 무시하고 아티스를 노리려 했을 때, 그녀가 너무나도 여유로워 보였으니까.

분명히, 현명한 그녀라면 그녀 나름대로 몸을 지킬 방법을 준비해 두었을 것으로 생각했던 건데.

아무래도, 클레온의 예상은 빗나갔던 것 같았다.

"그런 건 필요 없어. 아니, 있었으면 조수들을 지키는 데 썼겠지."

아티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밧줄과 족쇄를 클레온의 손에 건넨다.

"네가 알아서 처리해줄 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 지키는 입장에서는, 조금 더 주의해 줬으면 할 뿐이야."

야적들이 멍청했기에 다행이었지, 만약 좀 더 영악한 놈들이었더라면 클레온의 발을 묶고, 말의 기동력을 살려 그대로 아티스를 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 만약 그 정도의 녀석들이라고 알고 있었더라면, 클레온도 칼리번을 사용하여 전력을 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늦게 내는 가위바위보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해답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나오질 않는 상황에 클레온은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이 녀석들을 포박하면 되는 건가?"

"맞아. 볼포스 녀석을 제외하면 모두 관군에 넘겨서 수도로 보내버릴 거야. 감옥행이지."

이런 야적 집단의 부하들이 쓸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리 없으니, 그들은 빠르게 처리해버리는 것이 정답이었다.

다만, 미스릴 갑옷을 걸치고, 하급이라지만 마석 도끼를 휘두르는 남자.

볼포스는 분명히, 거대한 후원자를 두고 있는 남자였다.

클레온이 족쇄와 밧줄을 손에 든 채 몸을 돌려 야적 집단을 구속하려고 하면­

"아. 클레온."

아티스가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클레온이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그녀 쪽을 돌아보면.

다음 순간, 아티스가 클레온의 볼을 향해 입술을 가져가, 부드럽게 부딪혔다가 떨어진다.

그녀가 피우던 특별한 담배의, 쓰면서도 달콤한 향기가 클레온의 콧가를 스쳐 지나갔다.

"... ..."

클레온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당황­ 하지는 않았지만, 뭐라 못할 기분을 느끼면서 안경을 고쳐 쓰고 뒤로 물러난다.

"아. 조금 얼굴이 붉어졌나?"

아티스가 입꼬리를 올리면서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훔치면, 클레온은 그녀에게 물어본다.

"...뭐 하는 거야."

"지켜준 것에 대한 감사. 라고 해야 할까?"

"돈을 받고 하는 일이야."

아티스는 알고 있어. 라고 대답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뒤.

빙글 몸을 돌린다.

백의가 그 움직임에 맞추어서 펄럭이면, 그녀는 고개만 살짝 돌려 클레온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안 고마운 건 아니지."

"... 이상한 녀석이군. 정말로."

"녀석들을 구속하면 캠프로 돌아가자. 오늘 일은 그걸로 끝이야!"

콧노래를 부르면서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클레온은.

'으으...'하면서 몸을 일으켜 도망치려 하던 야적 부하 중 하나의 몸에 마나 쇼크를 때려 넣고는.

그대로 일을 마저 하러 움직이는 것이었다.

002

"자­쳤­어­"

라일라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클레온 일행에게 준비된 천막은, 조사 본부의 바로 옆에 새롭게 설치되었다.

칼리아가 일각수 마차에 짐을 잔뜩 집어 넣은 게 무엇인가 했더니, 바로 그들 용의 천막을 건설하기 위한 것이었다.

덕분에,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지낼 수 있었던 것이지만, 천막의 안에서는 일단은 각자의 잠자리를 커튼으로 나누어 둔 것이다.

그런데, 라일라의 구역은 분명 다른 곳일 텐데 몸을 씻고 돌아온 클레온의 구역 안으로 들어오더니, 그대로 클레온에게 무릎베개를 해달라고 부탁해 온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어리광쟁이인 그녀에게 무릎을 빌려준 클레온은, 침대에 등을 기댄 채로 라일라를 내려다보았다.

"일이 힘든가?"

"힘든 건 아니야... 귀찮고 자잘한 게 많을 뿐. 조사원들도 동방국의 사람들이라, 최신식의 설비가 잔뜩 있는 조사 캠프라고 하더라도,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면 고물일 뿐이야."

"아아..."

클레온은 무슨 말인지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 조사대의 설비 세팅이라던가, 사용법에 대한 강의를 해주느라 힘들었어. 아티스 그 여자. 조수들한테 그런 것도 안 가르친 거냐고..."

명색이 전 교수인데...

같은 불평을 남기면서 라일라는 클레온의 무릎에 얼굴을 묻는다.

그리고는 스­하고 숨을 들이쉬는 것이었다.

"클레온 냄새."

"샤워는 했는데."

"으응. 클레온에게서만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어."

얼굴을 묻은 채로 중얼거리는 라일라를 곤란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클레온이었지만, 그녀는 이내 다시 몸을 뒤집으며 클레온을 올려다본다.

조용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라일라의 손이 뻗어와 클레온의 얼굴에 닿았다.

"...뭔가. 낮부터 묘하게 거리가 가깝지 않아?"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서 라일라의 손을 잡으면, 라일라는 시선을 슬쩍 돌렸다가.

이내 쓴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으응­? 아아. 그럴지도. 주변에 새로운 여자들이 너무 많아서, 클레온을 빼앗겨 버리진 않을까­ 하고 말이야."

"...직설적인걸."

"그야 직접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을 테니까."

클레온은 그런 라일라의 말에, 머리를 긁적인다.

"괜찮아. 라일라를 내버려두지는 않아."

그 대답에 라일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면서, 얼굴에 닿아있던 클레온의 볼을 살짝 꼬집는 것이다.

"증명할 수 있어?"

"기회를 준다면."

잠시, 두 사람 사이에서 침묵이 흐르면­

라일라는 클레온을 바라보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인 뒤.

클레온의 양팔이 자신의 등과 머리 뒤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는 것에 몸을 맡긴다.

"응..."

그리고, 부드럽게 닿는 두 사람의 입술.

얼마만일까. 이렇게 두 사람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입을 맞추는 것은.

붙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부드럽게 떨어지고 나면, 클레온은 조용히 그녀에게 질문한다.

"방음 결계는?"

클레온이 물어보자, 라일라는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하는 것이다.

"들어올 때 쳤어."

"준비가 철저하군."

"좋은 여자는 그런 법이야."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클레온의 상반신을 향해 자신의 무게를 실어.

그와 함께 침대로 쓰러지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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