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5화 〉 마수와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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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주변의 숲... 그 안에, 우리들의 주둔지가 있다. 그곳에... 라플라스가 쓰라고 넘겨준 비장의 패도 함께 있지."
모든 것을 이야기한 뒤, 볼포스가 엎드린 채로 클레온에게 털어놓은 것은 그런 문장으로 시작되었다.
"비장의 패?"
그러고보니 그를 쓰러트리려고 할 때도 비장의 패라고 하면서 무언가, 피리 같은 것을 불려고 했었지.
푸른색의 유리 같은 것으로 만들어진 그 피리는, 클레온이 그를 때려눕힐 때 그 충격으로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라플라스가 넘겨준 비장의 패라... 그리 좋은 예감은 들지 않는걸? 자신이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키메라인가?"
아티스도 그런 볼포스의 말에 귀찮다는 듯이 새로운 막대사탕을 손에 들면서 머리를 긁적인다.
"하하... 그런 어설픈 녀석이 아니야..."
하지만, 볼포스는 아티스의 말이 마치 가소롭다는 듯이 허탈한 웃음을 흘리더니, 고개를 들어 올리면서 이야기한다.
"그 녀석이 우리에게 맡긴 것은 '그리폰'이다."
"──"
그 말에, 클레온의 몸은 정지하고, 아티스의 눈은 크게 떠지면서 손에 들고 있던 사탕이 땅에 떨어진다.
빠직, 하고 사탕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두 사람 모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폰이라고!? 제1 위험종에 속하는 특급 마수잖냐...! 어째서 그런 걸 사람들이 사는 마을 근처에 끌고 온 거야!"
격분한 클레온이 볼포스의 멱살을 잡아 올리면 볼포스는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어, 어디까지나 우리들이 상대하기 힘든 녀석이 나오면 쓰라는 거였다... 네 녀석 같은 강한 녀석에 말이야...!"
"네 녀석들이 마수를 다룰 수 있는 실력이나 기술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아티스도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결국 사탕 대신에 담배를 입에 문다.
"그, 그래서 '그 피리'를 사용하려던 거였어...! 라플라스가, 그 피리를 이용하면 그리폰을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주기적으로 피리를 불어야, 날뛰지 않고 우리들을 말을 들어준다고 말이야..."
클레온은 그제야 그가 불려고 했던 피리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한다.
"...마수 조종의 피리인가. 아티팩트였군, 그 피리도."
어떠한 짐승이라도, 피리소리로 그 자유의지를 뺏고 마음대로 부릴 수 있게 된다는 피리.
그리 흔한 물건은 아니지만, 몇 점인가가 아주 고가에 시장에 돌아다니고 있는 종류의 물건이다.
다만, 재질도, 생김새도 크기도 모두 제각각인데다가, 그 구조나 제조법은 여전히 발견되지 않은 채.
편익의 반지와 마찬가지로, 고대 유적이나 던전등에서 발견되는 B급의 아티팩트이며, 취미가 독특한 귀족이라면 거금을 들여서 구매하는 정도이겠지.
다만 유스테스의 아버지가 회귀자들과의 커넥션을 사용하여 고대 유물들을 수집하던 것을 생각하면
회귀자인 라플라스 역시, 비슷한 루트를 통해 그러한 아티팩트, 그리고 마수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
아티스는 작게 한숨을 내쉰 뒤, 다시 한 번 볼포스에게 질문한다.
"녀석을 넣어둔 우리는 특별히 제작된 물건인가?"
"아, 아니... 그냥, 철제로 된 물건이다. 서커스 단에서 사자 같은 것을 넣어 놓는 데에 사용하는..."
"그렇다면 제정신만 차리면 충분히 탈출할 수 있겠군. 그리폰은 원래, 인정한 상대가 아닌 인간에게 지배당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자존심 높은 녀석들이야."
아티스는 그렇게 중얼거린 뒤, 잠시 생각에 잠기듯이 입을 다물었다가.
"아티스. 지금은 생각할 때가 아니라 직접 움직여야 할 때야."
클레온이 그런 아티스의 생각을 끊듯이 끼어들어 온다.
그녀 역시 클레온의 말에 퍼뜩 현실로 돌아온 뒤, 입에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이었다.
"...네 말이 맞네. 클레온. 지금은 일단 그리폰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야. 사냥, 혹은 포획. 녀석이 우리에서 탈출해, 숲을 장악하기 시작하면. 당연하게도, 주변의 마을, 통행인은 물론 이 캠프마저도 위협받게 돼."
둥지를 틀어버린 성체 그리폰은, 더더욱 상대하기가 힘들어진다.
"미안하지만, 클레온, 대응해 줘. 이 조사대에, 그리폰을 상대로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인간은 너희 일행밖에 없어.'
아티스의 말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인 뒤, 바로 출발하겠다며 천막을 나선다.
"어째서 말한거지? 볼포스. 넌... 원한다면 말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티스는, 남겨진 천막 안에서 구속되어 엎드려있는 볼포스를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 ... 상상에 맡기지."
볼포스는 침울한 얼굴로 그렇게 대답하고, 아티스는 그런 그를 멀뚱히 잠시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리는 것이었다.
"그래. 상상했어. 역시 내가 조사한 대로의 바보 녀석이로군. 너는."
"... ..."
아티스의 비웃음에, 볼포스는 이번에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자신의 잘못과, 이제는 만날 수 없게 된 어머니를 떠올리며,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001
황금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앞발톱이, 크게 휘둘러졌다.
세갈래로 찢어진 참격과 함께, 무게를 이용한 타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격이다.
노리는 것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선, 검은 머리를 가진 인간.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자신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라는 것을, 그리폰은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인간이 자신의 공격을 방어하지 못할 궤도를 노려서 방어의 사각을 노린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면, 쿵! 하고 땅을 울릴 정도로 강렬한 충격이 클레온을 덮쳤다.
칼리번이 만들어낸 빛의 마력 방패가 그를 노리고 휘둘러진 그리폰의 앞다리를 막아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충격은, 방패를 뚫고서도 클레온의 팔과 몸을 흔들리게 하는 것이었다.
"큭...!"
물리적인 근접전에서, 체급은 곧 무기였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폰은 거대한 사자의 몸 위에 또 다시 거대한 독수리의 몸이 얹혀진 형태이다.
게다가, 그 커다란 몸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날쌔고 또 영리한 짐승이다.
철창에서 풀려난 그리폰은, 자신들을 가두어두고 종으로 부렸던 인간에게 분노해 있는 듯했다.
"클레온 씨!"
그런 클레온을 구하기 위해, 사샤가 곧바로 뒤에서 지원 사격을 가하려고 시위에 화살을 걸지만
"안 돼 사샤! 내가 이야기 할 때까지 활은 쏘지 마!"
클레온은 그런 그녀의 행위를 막는다.
[그래 사샤. 그리폰은 영리한 동물이야. 만약 네가 활을 쏴서, 자신이 하늘을 날 때도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걸 알면, 곧바로 클레온 님을 무시하고 널 공격하려 할 거다.]
루벤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사샤는 아랫입술을 물고는 클레온과 그리폰이 힘겨루기하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키기기긱!
하고, 금속을 긁어내는 기분 나쁘고 소름 끼치는 소리가, 마력 방패의 위에서 울린다.
[소, 소리가~]
칼리번이 그 소리에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목소리를 올리면, 그녀가 만들어낸 빛의 방패가 흔들리고, 쩌적, 하고 갈라지는 것이 보였다.
'마력 방패를 뚫으려 하는 건가!? 순수한 발톱의 힘으로!?'
아무리 마수가 마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 그리폰의 발톱에는 그런 마력이 깃들어있는 흔적이 보이질 않았다.
'힘겨루기를 하는 건 불리한가...!'
그렇게 판단한 클레온은 왼손에 들고 있던 마력의 방패에 추가로 마력을 더 불어넣더니
"터져라!"
다음 순간, 마력의 방패가 강렬한 빛을 내면서 그리폰의 눈을 향해서 섬광을 발한다.
"KIRAAAAAA!"
그 섬광에 제대로 직격당한 그리폰이 눈을 질끈 감으면서, 앞발을 크게 들어 올리고 날개를 퍼덕이면, 강렬한 돌풍이 일면서, 뒤로 물러난다.
오감이 사람보다도 훨씬 예민한 그리폰에게, 방금 것은 실명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일격이었을 것이다.
"큭...!"
클레온 역시, 그렇게 물러나 시각이 마비된 그리폰에게 추격을 가하고 싶었지만, 마구잡이로 휘둘러지는 규칙성 없는 앞다리와.
강력한 바람을 일으키는 날갯짓이 계속되면, 가까이 가고 싶어도 가까이 붙을 수가 없는 것이다.
"클레온 씨, 괜찮으세요...?!"
그 사이, 사샤도 클레온의 곁으로 다가와, 그리폰과 붙어있던 그의 왼팔을 바라본다.
분명, 마력 방패로 막고 있었음에도, 꿰뚫린 발톱의 끝에 닿은 그의 팔 보호대가 깊게 찢겨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 보호대가 있어서 다행이었지, 없었더라면, 손목이 나갔을 거야."
클레온은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칼리번을 양손으로 다시 잡았다.
사샤는 그런 클레온에게서 시선을 돌려, 서서히 시력을 되찾아가는 그리폰을 바라보며, 활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폰... 굉장히 흥분해 있어요, 그리고... 어딘가 긴장해 있는 것 같아요."
"인간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게 느껴져. 마수의 피리로 강제로 조종당하던 건, 녀석에게 있어서 상당한 굴욕이란 거겠지."
클레온의 말에, 사샤도 고개를 끄덕이지만.
'...정말로, 그것뿐일까?'
눈앞에 있는 마수에게서는, 어딘가 다급함마저 느껴지는 것이었다.
"사샤. 부탁할 게 있어. 해줄 수 있겠어?"
"네, 네...! 맡겨만 주세요."
그리폰에게서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에 잠시 정신이 팔렸던 사샤이지만, 클레온의 부름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폰의 몸은 그 가죽부터 깃털까지가 강철 이상의 강도를 보유하고 있어. 일격에 베어내는 것은 거의 힘들 정도야. 하지만... 단 한 곳. 녀석에게도 약점이 되는 부분이 있어."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서 가리키는 것은, 제자리에서 날뛰고 있는 녀석의 '등'부분이었다.
"등의 정 중앙. 단 한곳. 독수리와 사자의 몸의 경계선이 되는 부분이, 그리폰의 약점이야. 그 부분을 정확하게 꿰뚫으면. 녀석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드, 등인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녀석은 네발로 땅에 서서, 날개로 등을 보호하고 적과 싸울 때는 절대로 등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그 약점을 찌를 수 있는 것은, 녀석이 비행을 위해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올랐을 때.
녀석보다도 더 위에서 덮치는 것만이 방법이다.
"그, 그런 게 가능한가요...!?"
클레온의 설명을 들은 사샤는, 하늘을 날 수 없는 자신이 과연 비행하는 그리폰보다도 높은 곳에 있을 수 있을 것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지만,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아. 사샤의 활 솜씨라면 가능해. 내가 알고 있는 한, 누구보다도 뛰어난 명사수니까."
태어나면서부터 사냥꾼으로서 길러지는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도 수많은 적을 활로 꿰뚫어 온 사샤.
근접전에서의 단검을 다루는 실력도 많이 늘어났지만, 역시 그녀의 활의 실력이 향상하는 것에는 비할 데가 되지 않는다.
그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상냥한 성격과, 자신감이 부족한 것을 극복할 수 있다면
[클레온 님, 녀석이 정신을 차린 것 같군.]
"직접 마법을 때려 박고 싶지만... 드래곤 만큼은 아니어도 마법에 저항력이 강한 녀석이야. 섣불리 마법을 썼다간 마력만 낭비할 수도 있어. 어떻게 해서든, 내가 녀석의 틈을 만들게. 사샤, 너는 내가 만든 틈을 노려서 활을 쏘는 거야. 알겠지?"
"...네!"
클레온의 작전에 동의한 사샤도 고개를 끄덕인 뒤, 뒤로 물러나 기척과 몸을 숨긴다.
최대한, '그리폰'의 시야나 사고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그리고, 시력이 회복된 그리폰은 당연하게도 아까보다 더욱 분노하며 크게 포효했다.
"KAAAAAAA!!"
독수리의 얼굴, 부리로 된 입에서 공기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사자의 울음소리가 튀어나오면, 클레온은 몸을 바짝 긴장시킨 뒤, 그리폰과 대치한다.
"...인간을 미워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하지만, 나도 당해줄 수만은 없다. 네가, 이 이상 인간을 해치기 전에 말이야."
클레온이 말하는 것을, 녀석은 알아듣고 있는 것일까.
그리폰은 자신의 눈을 멀게 할뻔한 인간을 날카로운 안광으로 노려보더니.
이내 양쪽 날개를 펼친다.
"KWAE!"
"... ...!"
그 순간, 클레온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녀석의 날개에서 몇몇 깃털들이 자신을 향하도록 그 각도를 꺾더니, 갑작스럽게 그 깃털들 위에 날카로운 얼음이 덧붙여진다.
'빙결 마법...!'
클레온은 그것이, 다른 누구도 아니고 그리폰이 사용한 마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녀석이 날개를 크게 휘두르면, 얼음으로 된 굵은 송곳들이 클레온을 향해서 쏟아지는 것이었다.
[우와~ 우박이네요~]
"감탄할 때가 아니야...!"
칼리번의 느긋한 목소리가 울리지만, 클레온은 흩뿌려진 얼음송곳들이 풀이나 땅에 닿자마자 그곳이 얼어붙는 것을 확인한다.
살의가 담긴 일격은, 머리나 가슴, 목과 같은 급소를 노리는 것은 물론이고.
검을 휘두르는 데 필요한 어깨나, 팔꿈치, 손목들도 적극 노리는 것이다.
게다가, 시간차를 두어서, 클레온의 검의 움직임이나, 다리의 움직임에 맞추어서 엇박자로 날아드는 얼음덩어리들은 성가시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클레온도 그저 그런 사냥감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폰은 곧바로 깨닫게 된다.
클레온이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갈 때 마다 날아오는 얼음의 송곳을, 칼리번은 마치 예측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이 그곳으로 휘둘러지며 막히는 것이다.
깔끔하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그리폰의 마법을 막아내는 클레온의 검은, 단 한 번의 유효타도 그리폰에게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움직인다.
게다가, 본래라면 어떤 검이라고 하더라도 그리폰의 마법과 부딪힌 순간 꽁꽁 얼어붙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송곳과 부딪힌 순간,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히 부서져야만 했다.
하지만, 클레온의 성검 칼리번은 평범한 검이 아니었을뿐더러.
그 검신의 위에는, 얇지만 확실하게 붉은색의 일렁거리는 마력의 흐름이 존재했다.
[따뜻하네요~]
'파이어 인챈트...'
라일라의 화염 마법 중에서도, 비교적 스케일이 작지만 유용함을 따지자면 한 손안에서도 꼽을 정도의 마법이다.
효과는 단순하게, 무기의 위에 화염의 힘을 덮는 것이지만, 그것이 라일라 정도의 술사의 마법이라고 한다면.
아무런 특징 없는 철검조차도 화염의 마법검으로 만들어버린다.
클레온의 걸음에 맞추어, 조금씩 뒤로 거리를 벌리려 하던 그리폰이었지만, 이내 이 방법으로는 눈앞의 인간을 쓰러트리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겠지.
곧바로 날개를 접더니, 아까와 같은 근접전으로, 그 공격 방법을 바꾸려 하는 듯 했다.
"KAAA!!"
그리고, 녀석이 다음으로 취한 방식에, 클레온은 크게 당황한다.
촤악! 하고 자신을 향해 흩뿌려지는 자갈과 흙더미.
클레온과의 거리가 좁혀진 순간, 녀석은, 아래에서 위로 발톱을 휘두르더니, 땅바닥을 깊게 파서 흙먼지를 날려 클레온의 시야를 가리는 것이었다.
마치, 아까의 섬광공격의 복수라는 듯, 그 녀석은 클레온이 눈가를 한 손으로 가리고 틈이 보이게 되자, 곧바로 치켜들었던 발톱을 다시 클레온을 향해 내려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카앙!
하는 소리가 다시 한 번 울리면, 눈을 감은 채인 클레온의 팔이 스스로 움직여, 그 공격을 받아내는 것이다.
"KA!?"
그리폰은 그런 클레온의 행동에 당황해 하지만, 천천히 눈을 뜨는 클레온과 눈을 마주치면 그대로 부리를 이용해 클레온의 머리를 내려찍으려고 한다.
다음 순간, 클레온은 곧장 자신의 주먹을 꽉 쥐더니, 그대로
퍼억! 하는 소리가 나도록, 녀석의 턱주가리를 주먹으로 쳐올려서 공격을 막는 것과 동시에, 그리폰에게 한 방 먹이는 것이었다.
뇌에도 진동이 전달될 정도로 강렬한 충격이었는지, 휘청거리는 그리폰.
하지만, 클레온의 주먹에서도 피가 흘러나온다.
날카로운 녀석의 털가죽에, 끼고 있던 장갑 사이로 파고든 가시들, 그리고 인간의 수십 배는 강한 그리폰의 골격에 클레온의 손도 적잖은 데미지를 입은 것이었다.
그런 가운데, 칼리번이 클레온에게 경고하듯이 이야기한다.
[칼리번의 자동방어도, 검이 닿는 곳에만 효과가 있어요~]
"아아. 알고 있어. 하지만, 역시 억세군 저 녀석..."
씨익, 씨익 거리면서 크게 흥분한 듯한 그리폰.
하지만, 클레온이 그리폰을 상대하면서 지금까지 명심하고 있던 것은, 절대로 그 녀석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는 것이었다.
전투가 계속되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눈을 가려졌던 아까의 공격을 제외하고.
클레온의 눈은 계속해서 마수의 눈을 정면에서 바라보면서 자신이 오히려 포식자라는 듯이 그리폰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폰은, 그런 클레온에게 드디어 기 싸움에서 패배한 것을 인정한 것인지, 혹은 이제 클레온과 직접 싸우는 것으로는 승부가 나기 힘들 것으로 생각한 것인지.
다시한번 크게 날개를 펼치지만, 마법을 사용하려던 아까와는 달랐다.
"...!"
클레온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재빨리 녀석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곧장 달라붙으려 하지만
"KIEAAA!"
크게 내질러지는 포효에 주변의 공기가 쩌억, 하고 얼어붙는다.
"무슨...!"
클레온은 그 말도 안 되는 마력방출에, 자신의 발 밑 아까 전, 녀석이 흩뿌려두었던 송곳이 박혀있던 장소에서 얼음이 번져나가며 클레온의 다리를 붙잡는 것을 확인한다.
'이 녀석... 정말로 단순한 그리폰인가!?'
그 때, 클레온은 아티스가 이야기했던 것을 생각한다.
'라플라스... 생물과학자... 키메라...'
그리고, 그때가 돼서, 눈 앞에 있는 그리폰의 정체가 어쩌면, 라플라스가 개조를 거쳐서 강화한 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다리가 묶인 사이에 하늘로 떠오른 그리폰이
처음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 전 체중을 실어서 클레온을 향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폰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눈빛은, '이제 너는 끝이다' '아무것도 못 한다' '나의 승리다'와 같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클레온 씨!"
사샤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지만, 클레온은 주저하지 않고 발을 비틀어, 얼어붙은 지면을 강제로 깨부순다.
한쪽 손의 부상은, 생각보다 큰 핸디캡으로 다가오겠지만, 피하기에는 늦었다.
그렇게 생각하여, 클레온도 부상을 각오하고 칼리번을 쥔 다음 순간.
피융! 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두 개의 화살이 그리폰을 향해 날아갔다.
"!"
당연하지만, 그것을 쏜 것은 사샤이다.
[사샤! 클레온 님의 말을]
"아뇨...! 이걸로 괜찮아요!"
다음 순간, 사샤가 손가락을 튕기면
[AWW!]
두개의 화살에서 은빛의 연기와 같은 것이 튀어나오더니 그 모습을 은색의 늑대로 바꾸어.
떨어지던 그리폰을 향해 달려드는 것이었다.
"마랑의 이슬비."
[너... 어느새...]
본래, 루벤의 권능이었던 화살이나 나이프에 마랑의 힘을 담아 날려보내, 그 환영을 불러내 적을 공격하는 기술이었지만.
루벤과 일체화하면서 점점 그녀의 힘의 사용법을 배우고 있는 것인지, 그녀의 도움 없이도 사샤는 환영을 불러내는 것에 성공한다.
그리고, 마랑은 그대로 그리폰의 목덜미를 물더니, 그 몸에 매달리듯이 달라붙는 것이었다.
"KWAWA!!"
그리폰은 실체 없는 마랑의 공격에 당황한 것인지, 낙하를 멈추고 녀석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몸부림을 치며 다시 한 번 하늘로 펄럭이며 올라갔다.
클레온이 녀석을 하늘로 올라가게 하여, 전력을 다한 일격을 유도하지 않았더라면, 화살이 몸에 닿기도 전에 경계 당해서 쉽게 떨쳐냈겠지만.
녀석은 이미 '클레온을 죽였다고 확신'. 즉 방심했었다.
핫, 하고 클레온은 퍼뜩 정신을 차리며 사샤를 돌아본다.
그러면, 사샤는 클레온을 향해서 달려오고 있었고
클레온은 한쪽 손을 내밀어 사샤를 위한 발판으로 한다.
"... 사샤!"
클레온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자신의 손 위에 올라탄 사샤의 몸을 전력을 다해 하늘로 뛰어 올렸다.
마치, 그녀의 몸 자체가 화살이 된 것처럼, 거센 공기저항을 받으며 하늘로 떠오른 사샤의 몸.
그리고, 그녀의 몸은 어느샌가 그리폰이 있는 고도를 거쳐
그 등을 위에서부터 바라본다.
사자와 독수리의 몸이 연결되는 정 가운데.
그 부분이 보인 순간.
끼기긱 하고, 활에촉이 없는 화살을 건다.
'... 이게, 옳은 것인지는 몰라. ...하지만'
사샤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한 뒤.
태양을 가리고, 그리폰의 몸 위에 그림자를 만들면서.
하늘과 땅의 제왕의 몸에.
그 화살을 때려 박는 것이었다.
휘익 하고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울리면.
아무리 촉이 없다지만, 사샤의 장궁과 활솜씨에 의해선, 마치 창에 꿰뚫린 것 같은 충격이 전달되어 오는 것이었다.
"K...W..."
그리고, 그리폰은 약점을 공격당한 것에 그대로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지상으로 추락하듯이 떨어진다.
"후...우우우아아아!?"
그 모습을 보면서 한시름 놓았다고 한숨을 내쉬던 사샤.
자신 역시 하늘을 날 수 없는 날개 없는 몸이었기에, 그대로 지면을 향해 자유낙하를 한다.
버둥대면서 나뭇가지라도 잡으려고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곳에는 손이 닿지 않는 상황.
하지만, 그런 사샤를 도중에 덥썩 붙잡는 것은
"...휴우."
한숨을 내쉬면서, 미소를 지어 보이는 클레온이었다.
"...훌륭했어 사샤. 네 덕분에 나도 무사할 수 있었어."
"...에, 에헤헤..."
두 사람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쿵! 하고 그리폰의 몸이 땅에 완전히 떨어지면서 커다란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