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6화 〉 학자와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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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의 힘 없이 땅으로 떨어진 그리폰은, 고스란히 그 충격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커다란 구덩이가 생길 정도였고, 당연하게도 흙먼지가 일어나 주변을 뒤덮는다.
거대한 몸을 달리는 격통, 약점을 찔렸기에 몸은 말을 듣지 않았으며, 독수리의 상반신과 사자의 하반신이 마치 따로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Ki... Kia..."
어떻게든, 그 자리에서 일어나보려고 하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비틀거리면서 몇 번이고 쓰러지기를 반복한다.
클레온과 사샤는, 그런 그리폰을 바라보면서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클레온은 눈을 한번 강하게 감았다 뜬 뒤, 칼리번을 다시 잡는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회복해서 다시 날뛰겠지. ...지금, 사냥해 두어야 해."
그의 말에, 사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클레온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한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 그리폰... 무언가, 이상해요."
"...이상하다고?"
클레온이 사샤의 말에 그녀를 돌아보면, 사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가락을 들어 그리폰의 부리 부분을 가리킨다.
"그리폰의 부리나 깃털에, 피가 묻어있지 않아요. 시체의 상태를 본다면, 무언가가 뜯어먹은 흔적이 있는데..."
"... 그러고 보니...!"
만약 그리폰이 강가에서 핏물을 씻겨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숲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격되었어야만 했다.
게다가, 시체의 흔적에서 느껴지는 그들이 죽은 시간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아티스에게 들은 바로는, 이 숲에 사람을 잡아먹을 정도로 위험도가 높은 동물은 살고 있지 않다.
기껏해야, 위험해지면 흥분해서 달려드는 멧돼지 정도가 위험한 정도이다.
그렇기에 주변에 널브러진 시체를 만든 것은, 그리폰 외에는 생각하기 힘들었지만
사샤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기에, 클레온에게 그리폰의 목을 베는 것에 대한 주저함이 생기자.
사샤는 조용히 그런 그리폰의 곁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사샤!"
그런 사샤의 돌발적인 행동에, 클레온이 그녀의 팔을 붙잡지만.
사샤는 그런 클레온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아요, 이 아이... 어째서, 그렇게나 신경이 날카로웠는지... 알 것 같아요."
그런 사샤의 말에, 클레온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사냥꾼의 각인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은 그녀뿐.
그런 그녀가, 사냥꾼으로서 아니, 동물신의 그릇으로서 마수인 그리폰에게 무언가를 느꼈다고 한다면.
그것은, 클레온 자신의 감이나, 예측보다도 훨씬 신빙성이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클레온은 사샤를 혼자서 그리폰의 곁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나도 함께 가자."
클레온의 말에, 사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클레온이 선도하여 그리폰에게 다가가면.
당연하게도,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두 사람을, 그리폰은 거부하듯이 날개를 펄럭이며 바람을 일으키려 한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빙결 마법도 사용하지 못하고, 날개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인지, 녀석의 날갯짓은 조금 강한 부채 정도의 바람을 일으키는 데에서 그치고 마는 것이다.
덕분에, 사샤는 아무런 위험 없이 그대로 그리폰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등 부분 자신이 촉 없는 화살을 쏘아 넣은 부분에 손을 올렸다가.
그대로, 옆구리 쪽으로 손을 내려가며, 이내 배 부분을 만지는 것이다.
그러자 그 안에서 느껴지는, 무언가 단단한 감촉.
동시에, 그녀가 자신의 배를 만지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사샤를 쪼거나, 발톱을 휘둘러 쫓아내려고 하는 그리폰을 클레온이 어떻게든 힘으로 붙잡아 두는 것이다.
사샤는 눈을 크게 뜨면서, 클레온을 돌아보며 이야기 한다.
"...역시! 알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도, 곧 태어나도 이상하지 않아요."
"알이라고...?"
그리폰이 날카로웠던 이유, 그리고 어딘가 긴장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비단 사람에 대한 적대감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몸 안에, 거대한 알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곧 세상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성장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녀석은... 산란하는 것을 방해받을까봐, 우리를 공격한 것인가?'
그리폰은 영리한 짐승이다.
클레온과 사샤가, 자신을 가두었던 야적단과 같은 종류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산란 시기가 다가온 그리폰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고, 하루라도 빨리 둥지를 만들어, 자신의 알을 낳아야만 했었다.
"...잠깐. 그러면, 어째서 하늘을 비행하고 있던 것이지? 이 주둔지에라도 둥지를 틀어서, 알을 낳았어야만 할 텐데."
클레온이 당연한 의문에 도달하면, 다음 순간 사샤의 코가 '킁'하고 울리면서 그녀의 표정이 다급하게 변한다.
"피 냄새... 사람의 것이에요."
"─주둔지에 있던 야적들을 공격한 녀석인가!"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며, 사샤가 돌아본 곳과 같은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부스럭, 하는 소리를 내면서. 그것은 수풀에서 걸어나왔다.
검은색의 털달린 짐승의 모습을 한 그것은, 마치 걸어 다니는 토끼와도 같았다.
크기가 인간의 성인과 비슷한 정도에, 손에는 강철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칼날과도 같은 손톱이 달려 있었고.
붉은 눈의 밑, 붉은색으로 칠해진 입 주변에 묻은 것이 '인간의 피'라는 것을, 클레온과 사샤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아."
그리고, 그것은 클레온과 사샤를 보더니 낭패라는 듯이 입을 벌리며 멍청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KIAAA!"
그리폰은, 그 검은 토끼를 보더니 크게 소리를 지르며, 녀석을 공격하려는 듯했지만, 그녀에게는 더는 그럴만한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아하하. 약점을 공격당했나 보구나. 너희가 한 건가?"
그렇게 그리폰이 발버둥치는 모습을 본 토끼는, 재밌다는 듯이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생각보다도 낮은, 중년 남성과도 같은 목소리였다.
"... ..."
클레온도 사샤도, 그 검은 토끼를 경계하며 답을 해주지 않으면, 그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슬프다는 듯이 거짓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사람이 질문하면 답해줄 수도 있지 않나? 슬픈 일이야, 요즘 젊은이들은 노인 공경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라플라스인가."
그런 그의 말을 무시하듯, 클레온이 그의 정체를 추리하여 이야기하면.
그는 뚝, 하고 울음을 멈추더니.
이내 팟, 하고 손을 양옆으로 펼치면서, 눈을 까뒤집고 혀를 내밀면서 대답하는 것이었다.
"딩동댕동~! 정답정답! 100 라플라스 포인트 증정해 드립니다~! 아하하하하!"
마치, 광대와도 같이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높은 목소리를 내면서, 제자리에서 춤을 추는 그 '검은 토끼'.
그것이, 라플라스 본인의 육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아마, 그가 만들어낸 키메라에, 의식을 전송시켜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겠지.
사샤는 그 몸짓과 목소리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쾌함과 뒤틀림을 느낀 것인지 양손을 꽉 쥐면서, 자신도 모르게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하지만, 토끼는 펄쩍펄쩍 뛰면서 격렬하게 춤을 추다가.
이내, 클레온과 사샤에게 등을 보이고, 양쪽 허리에 손을 올린 상태에서
목만을 180도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보며 이야기 한다.
"놀라운걸, 이렇게도 빨리 내가 직접 개조한 그리폰의 약점 부분을 공격해 무력화시키다니."
눈을 크게 뜬 채로 입이 움직이면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마치 인형탈과 같은 움직이지만, 저것이 '호흡을 하고 있고' '맥박이 있다는 사실'만이 위화감처럼 다가온다.
"볼포스가 당했다는 것을 확인해서, 그리폰을 회수하러 왔는데. 이, '보팔 래빗'의 성능도 테스트할 겸해서 말이야. 야적의 잔당 녀석들을 찢어 죽이는 동안, 저 녀석이 하늘로 올라간 바람에 쫓기가 힘들었거든."
머리가 돌아간 채로 이야기를 계속하는 라플라스 그리고, 그 육체. 보팔 래빗을 바라보면서 클레온은 칼리번을 양손으로 쥔다.
"...부하들을 죽인 건가."
"정확히는, 죽이고 잡아먹었지!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손으로 브이 자를 만들어 눈 옆에 가져가며 대답하는 라플라스.
클레온은 다시 한 번, 그에게 질문한다.
"... 어째서 그런 짓을 한 거지?"
"말했잖아? 성능의 테스트라고. 이 보팔 래빗은 내가 지금까지의 연구를 바탕으로 쌓아올린 데이터로 만들어낸, '살인용 마수'. 얼마나 빨리. 그리고 효율적으로 사람을 죽이는지를 확인해 보려 한 거야. 뭐. 쓰레기 같은 야적들로는 한계가 있었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목을 그대로 둔 채 몸을 다시 한 번 돌려 클레온 쪽으로 돌리는 보팔 래빗.
"그래서, 말인데. 부탁이 있는데."
그 녀석은, 네 개의 손가락에 달린 칼날을, 마치 손가락의 끝처럼 부딪히며, 우물쭈물해 한다.
"... ..."
그 기분 나쁜 모습에, 클레온도 잠시 입을 다물면.
"성능 테스트를 위해, 너희를 좀 '해체'해도 될까."
"사샤!"
클레온이 그렇게 외친 순간, 보팔 래빗의 몸이 잔상을 남기고 사라졌다.
마치, 그림자가 기어가듯이, 땅을 질주한 그것은 모습을 거의 남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곧장 클레온의 곁을 지나쳐가 뒤에 있던 사샤를 노린 것이다.
"우선, 약한 녀석을 좀 찢어둘까~"
가속한 몸과, 당장 눈앞에 닥쳐온 위험.
그리고, 그것과는 어울리지 않게 시간을 느리게 한 듯이 들려오는 느긋한 목소리.
라플라스는, 자신의 손톱이 어렵지 않게 사샤를 찢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선고한 뒤.
날카로운 손톱을 휘두른다.
분명 이 소녀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겠지.
그 증거로, 보아라. 그녀의 눈은 조금 전까지 자신이 서 있던 수풀 쪽을
끼릭. 하는, 태엽이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것은 날카로운 보팔래빗의 감각이, 생물의 근육, 신경, 그리고 골격이 움직이는 소리를 감지한 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이 감지한 것은 쓰러져있던 그리폰의 날개가 움직여, 보팔래빗을 덮치려는 것이었다.
라플라스는 그대로 그런 그리폰의 날개를 손톱으로 찢어버린다.
그리고, 그것에 감싸지듯이 보호받던 사샤의 몸통도, 찢어져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하?"
그 틈, 그리폰의 날개 때문에 생긴 작은 틈이 만들어낸 0초와 1초 사이의 찰나의 시간.
사샤의 눈만이 마치 다른 생물인 것 처럼 움직여, 자신의 바로 앞까지 닥쳐온 보팔 래빗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눈동자의 위에 반짝이는 각인과 함께 말이다.
다음 순간, 보팔 래빗의 손이 사샤를 찢는 것보다도 먼저, 사샤의 허리춤에서 단검이 뽑혀 나오며, 그 발톱을 막아낸다.
캉! 하는 소리가 울리면서, 보팔 래빗의 가벼운 손톱이 퉁겨져 나온다.
사샤의 손은 그대로 표정 하나 바뀌지 않으면서, 보팔래빗의 목 부분을 향해 단검을 쑤셔 넣는 궤도로,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 몸을 황급히 돌렸던 클레온 조차, 그런 그녀의 단검 실력에 잠시 넋을 놓지만.
검은 토끼는, 백 텀블링을 하여 그녀로부터 거리를 벌리는 것으로 급소를 찔리는 것을 피하는 것이었다.
"...어!? 어, 어라!?"
그 찰나의 순간, 시간으로 치자면 몇 초가 되지 않는 사이에 벌어진 공방이 끝나고 나서야.
사샤는 자신이 나이프를 뽑아 적의 공격에 대응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당황하여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휴우...]
안쪽에서 루벤이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온다.
"KIAAA...!"
하지만, 그리폰의 날개는 반쯤 절단되어 커다랗게 피를 뿜었다.
"그, 그리폰!? 어째서...!"
사샤는, 그리폰이 어째서 자신을 지키려 한 것인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라플라스는 그런 사샤를 보더니 그 붉은 눈을 반짝이면서 헛웃음을 짓는 것이었다.
"허, 하하. 뭐야, 그 애? 안에 뭔가 있잖아? 마수? 아니, 좀 더 고차원의 다른 무언가군."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다음 순간, 클레온의 목소리가 그의 뒤에서 들렸다고 생각하면.
라플라스는 사샤에게 정신이 팔렸던 것을 후회함과 동시에, 그 몸이 뒤쪽에서 크게 베이는 것을 느낀다.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옆구리를 향해, 사선으로 심장 부근을 다칠 정도로 깊은 일섬이었다.
"뭐야? 언제 다가온 거야? 기척도 안 느껴졌는데... 하하!"
재밌다는 듯이, 클레온에 의해 몸이 반쯤 잘려나가 너덜거리는데도 웃음을 터뜨리는 라플라스.
녀석은 비틀비틀, 한걸음, 두 걸음, 옆으로 쓰러질 뻔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듯 휘청거린다.
"흥미롭네... 아주 좋아. 클레온 군. 그리고 사샤. 그래야 '맥스웰'의 계획을 망치고 '절계수'를 토벌한 영웅이지."
"우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건가."
"아주 말단의 쓰고 버릴 녀석들을 제외하면 모두 너에 대해 알고 있어 클레온. 아아. 그리고 네가 우리에게 있어서 아주 매력적인 존재라는 것도 말이야."
"... ..."
이내, 주륵. 하는 소리가 들리면, 녀석의 몸은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어, 하반신은 풀썩하고 쓰러지고 상반신만이 땅에 누운 채 이야기 한다.
"내구도 면을 조정할 필요가 있겠네. 아무리 성검이라지만 단번에 회복 기능이 마비되어 그대로 절단 당하다니."
라플라스는 자신의 피조물에 대한 평가를 그렇게 내리더니 클레온에게 고개를 돌린 채 이야기한다.
"클레온. 너는 네가 아담의 대적자로서 지금까지 전생해 온 영혼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겠지. 그렇다면, 네 안의 영혼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과거의 흔적'들이 존재할까."
"네 녀석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게다가, 나는 이미 전생 인자를 파괴했다."
클레온의 대답에 라플라스는 입에서 피를 뿜어댈 정도로 크게 웃어 재꼈다.
"그런 것은 네 몸을 해부해보면 알게 될 일이야 클레온... 네가 원한다면, 용사 레시아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줄 수도─"
다음 순간, 클레온의 검이 다시 한 번 휘둘러지면. 녀석의 머리를 코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절단되는 것이었다.
뇌수가 흘러나오는 녀석의 머리를 바라보며, 클레온은 잠시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을 하였다가 검을 허리춤으로 되돌렸다.
"클레온씨! 그리폰이!"
클레온은 다급하게 자신을 부르는 사샤의 목소리에, 죽어버린 보팔래빗에게서 눈을 돌려 사샤에게 다가간다.
그곳에는, 한쪽 날개를 반으로 잘려나가, 피를 철철 흘리는 그리폰의 모습과.
그런 그리폰에게 한번 지켜져, 다치지 않을 수 있었던 사샤가 어쩔 줄 모르는 것이었다.
"─칼리번, 치유 마법을"
그렇게 말하면서 칼리번을 부르지만
[...이건, 치유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종류의 상처에요.]
칼리번의 그 말에 클레온도 그 상처에서 보이는 보랏빛의 무언가를 확인하고 눈을 찌푸렸다.
"...독인가."
[네. 아마, 특수하게 배합된 독이겠죠.]
칼리번의 듣기 드문 진지한 목소리에, 클레온도 눈을 감았다가 뜨며 고개를 젓는다.
사샤는 그런 클레온의 대답에 슬픈 표정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폰의 몸에는, 이미 보팔 래빗의 손톱에 발려져 있던 맹독이 침투해 약화한 그녀의 전신을 서서히 좀먹어가고 있었다.
독을 분석해서 해독제를 만들어내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상황.
그리폰은, 자신의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한 것인지, 헐떡대는 몸을 일으키더니 그 머리를 움직여 사샤를 바라본다.
그 행위에, 적의나 살의는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무언가를 사샤에게 호소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녀석은, 사샤가 들고 있는 단검을, 머리로 툭 툭, 치더니, 고개를 푹 숙여, 자신의 가슴 부분을 부리로 찔러댄다.
그저, 그런 단순한 행동을 했는데도 독이 더욱 빠르게 퍼진 것이겠지.
녀석은 비틀 거리면서 다시 땅에 쓰러진다.
배를, 옆으로 빼낸 자세로.
"...무엇을"
사샤는, 그것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클레온은 문득,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설마, 자신의 알을 적출해내달라는 건가...?"
"!"
그의 말에 사샤는 눈을 크게 뜨며, 자신의 단검과 그리폰의 가슴 정확히는 가슴의 밑
알이 위치한 배 부분을 바라본다.
[독이 전신으로 퍼지게 되면, 산란을 할 수도 없고. 몸 안에 있는 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거다. 그 전에, 녀석의 몸에서 빼내는 편이, 더욱 안전하겠지.]
루벤도, 클레온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사샤에게 이야기 하면, 사샤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단검을 내려다본다.
"...하지만, 분명 지금 상태에서 배를 가르면..."
"...그래. 죽게 될 거다. 녀석은..."
클레온은 사샤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겠다는 듯이, 그녀에게 다가간다.
"...사샤. 네가 굳이 녀석의 목숨을 뺏을 필요는 없어. ...필요하다면, 내가 하지."
그렇게 말하며, 사샤의 단검에 닿으려는 순간.
"잠깐, 클레온 님."
루벤이 사샤의 몸을 차지하며, 그 눈빛을 바꾸어 클레온을 바라본다.
"... 그리폰은 사샤를 인정하고, 사샤에게 부탁했어. 그리폰을 하늘에서 떨어트린 것은, 사샤가 한 일이니까. ...하늘과 땅의 제왕이라 불리는 마수의 프라이드를, 꺾지 말아 줬으면 해."
고개를 숙이면서, 자신에게 부탁해오는 루벤의 말에, 클레온은 그녀와 사샤를 동시에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알겠다는 듯이 몸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루벤이 다시 사샤의 안으로 들어가면, 사샤는 두 눈을 깜빡였다가.
조용히, 손에 들고있던 단검을 쥐었다.
"혈액에 독이 섞여 있을 수도 있어. 최대한 조심해라."
"...네. 동물을 해체하는 것은, 익숙하니까요."
그녀는, 사냥꾼이다.
모험가가 되기 전에는, 다양한 동물들을 사냥하여, 그 고기와 가죽을 취한 경험이 있었다.
그녀가 그리폰을 찌르는데 주저하는 것은, 이것이 고기나 가죽을 얻기 위한 '사냥의 결과'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왕은 사샤를 자신의 죽음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독에 당해, 그 몸을 완전히 썩혀서 죽는 것이 아닌
자신의 알을 낳아, 제왕의 핏줄을 이어 나가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사샤는 역수로 단검을 쥐고 조용히 그리폰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심시키듯 머리를 쓰다듬은 뒤
그녀의 가슴을 향해, 나이프를 내려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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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클레온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주둔지에 있던 도끼를 이용해 모은 장작의 위에 죽은 그리폰의 시체를 올렸다.
그녀의 몸에 안에 있는 독을 정화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땅에 묻는 것은 불가능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화장하는 편이, 가장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수로라도 클레온과 사샤가 사라진 후, 그리폰의 시체를 파먹는 동물이 나타나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사샤는, 그런 클레온을 도운 뒤, 품에 그녀의 얼굴보다도 조금 큰 붉은색과 상아색이 뒤섞인 무늬를 가진 알을 들고 있었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그것은, 거대한 바위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명실상부한 제왕의 알이었다.
클레온이 장작에 손가락을 올리고 화염의 주문을 외우면, 순식간에 장작 사이로 화염이 퍼져 나가면서, 그리폰의 몸과 함께 타들어 간다.
숲으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펼쳐둔 결계의 안에서, 그 몸이 재가 되어가는 것을 바라보던 사샤는, 클레온을 바라본다.
"분명, 그리폰이 라플라스라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우리가 싸우는 일도, 그리고 그녀가 목숨을 잃는 일도 없었을 거에요."
사샤는, 마수를 소모품으로 부리고, 또 키메라를 만들어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인하고, 식인까지 하는 모습에 상당한 분노를 느끼는 듯 했다.
그것은, 클레온도 마찬가지였다.
회귀자라는 것들은, 결국 제멋대로인 자신의 지식욕을 위해서 세상에 혼란을 불러오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머지 않아 다시 만나게 되겠지. 녀석은, 유적을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며 손에 쥔 지도를 바라본다.
그것은, 아주 오래되었으면서도, 이 근방에 원래 존재했던 고대의 시설들을 가리키는 지도였다.
야적단이 가지고 있었던 것을 보면, 이것 역시 라플라스의 것이겠지.
침울해 있는 사샤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클레온은 사샤에게 이야기 한다.
"...마지막을 지켜보고, 캠프로 돌아가자. 모두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네."
클레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은 불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조금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이었다.
분명, 자신들의 목숨을 노렸던 그리폰이었지만, 마지막에는 사샤를 위험에서 지켜주었다.
인간과 엮이지 않았다면 분명 언제까지나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었을 마수는.
그렇게, 육신에서 해방되고 나서야, 다시금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결말을 맞이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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