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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48화 (448/506)

〈 448화 〉 집사와 저택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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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시선을 빼앗는 가게들의 거리를 천천히 나아가면, 어느 순간 상점들의 구역을 지나서 코를 간지럽히는 비린내가 강해진다.

그곳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들을 처리하는 처리장이나, 그렇게 처리된 신선한 해산물을 직거래하는 시장.

에라투스에 들어온 무역품을 보관하는 커다란 창고들이 몇 개나 항구를 따라서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은, 험한 바다를 나아가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대한 배들이다.

상선, 그리고 그 상선을 호위하는 호위선들, 유람을 목적으로 하는 호화여객선 등.

항구에는, 동방국의 깃발을 단 다양한 배들은 물론, 개중에는 '왕국'을 비롯한 타국의 깃발이 걸려있는 배들도 있었다.

"읏."

아멜리아는, 그중에서도 왕국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는 선박을 보더니 긴장한 기색이 되어 몸을 움츠렸다.

"... 아멜리아."

클레온이 그런 그녀를 돌아보며,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 아멜리아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괜찮, 아요. 클레온."

클레온의 부름에, 아멜리아는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구부렸던 등을 피고는 크게 심호흡을 한다.

"...긴장한 기색을 보이면 더 의심 받을 테니까요. ...차라리, 당당해하고 있는 편이 눈에 띄더라도 괜한 의심을 받지 않을 거에요."

"무리하지 않아도 돼. 조금 서둘러서 데카르트 가의 저택으로 향하자."

사샤도 클레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이동하여 클레온의과 함께 아멜리아를 사이에 두듯이 움직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디에 있는 거지? 이 주변에 있는 것들은 죄다 창고, 조선소... 선박 관리 사무소 같은 건물들인데."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면, 사샤의 귀가 움찔하고 떨리면서 그녀의 고개가 돌아간다.

"...클레온 씨."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클레온이 사샤가 고개를 돌린 곳을 바라보면, 그곳에는­

왕국에서도 볼 수 있는, 집사들이 입는 듯한 집사 복을 몸에 걸친 채,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머리카락의 색은 바다의 표면과 비슷한 맑은 푸른색, 아니, 하늘색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런 웨이브지 머리카락을 짧은 꽁지머리로 묶은 그녀는, 큰 키 덕분에 조금 중성적으로 보였지만.

커다란 밤색의 눈이나, 오똑한 코. 그리고 부드러운 입술이 반짝이는 모습은 화장기 없으면서도 충분히 미녀라는 말이 나올 것 처럼 아름다웠다.

검은색의 슈트 밑에는, 흰색의 셔츠. 그리고 허리춤에 사슬에 묶인 회중시계를 착용한 그녀의 직업이 '집사'라는 것을, 클레온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다만, 그런 특징적인 복장보다도 그들의 눈에 띄는 것은, 그녀의 목 부분에 보이는 특이한 자국.

목의 양옆에 존재하는 세 갈래의 그것은, 분명히 사람처럼 보이는 그녀의 몸에는 어울리지 않는, '호흡기관'처럼 보였다.

마침내, 그녀가 클레온의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오면, 그녀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숙여 클레온에게 인사를 한다.

"잘 오셨습니다, 세상의 끝. 에라투스에. 클레온 님, 사샤 님. ...그리고­ 왕국에서 오신 영애분. 조금 전, 아티스님으로부터 전보를 받았습니다. 새롭게 조사대에 합류하신 분들이, 에라투스에 찾아오신다고."

아멜리아를 배려한 인사, 그리고 적의가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태도에 클레온은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였다.

이미, 자신들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한다면, 그녀가 데카르트 가문의 사람이라는 것은 틀림없겠지.

"저는 데카르트 가문을 위해 일하고 있는, 크샤트라고 합니다. 플뢰르 아가씨께서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정중하게 자신을 소개하며 세 사람을 안내하려는 크샤트에게, 사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이야기한다.

"감사합니다! 데카르트 가문의 저택을 찾고 있었는데, 그럴듯한 건물이 눈에 띄지 않아서 헤매고 있던 참이에요."

"후후. 처음 이곳에 오신 분들은 모두 그러신답니다. 데카르트 가문의 저택은, 정말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으니까요."

그녀가 웃어 보이면서 입을 벌렸을 때, 그 안쪽에서 보이는 날카로운 톱니와도 같은 이빨.

아멜리아는 조금 놀란 듯하지만, 클레온은 그녀의 정체를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어인인가.'

동방국의 수도 아스테리스에는 수인들이 사람들과 섞여서 문제없이 살고 있었다.

그렇다면, 항구 도시인 에라투스에 어인들이 사람과 함께 살고 있더라도 이상하지는 않겠지.

크샤트에게 안내를 받으면서, 부둣가를 걷다 보면 뱃사람들로 보이는 인물들이 열심히 짐을 배에다 옮겨놓거나, 내리거나 하는 장면들이 몇 번이고 눈에 들어온다.

마법을 이용한 집게가 배에서 내려오면, 짐의 위치를 집게에 맞추어, 그대로 배에 적재한다.

항구도시에서는 흔한 풍경이었지만, 사샤도 아멜리아도 그 광경이 조금 신기한 듯이 집게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게 된다.

"두 분께서는, 바닷가에 오신 것은 처음이신가요?"

"아, 네...! 원래, 산속에서 살았던 터라."

크샤트의 질문에 사샤가 그렇게 대답하면 여집사는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오늘은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을 하실 수 있겠군요."

"...특별한, 경험인가요?"

아멜리아가 그녀의 말에 숨은 뜻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면, 사샤도 눈을 반짝이는 것이었다.

"클레온 님께서는?"

클레온에게도 화제를 돌리면, 클레온은 조용히 대답한다.

"바다에는 몇 번인가. 횟수가 많지는 않지만, 대부분 의뢰 때문이었지."

"바닷가 마을에서 의뢰인가요. 모험가라고 들으셨으니,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군요. 참고로, 주로 어떤 의뢰를?"

"...육지로 올라온 머로드들의 퇴치가 대부분이었어. 정기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 마을이었지."

"아아."

클레온이 조금 떨떠름하게 대답하면, 크샤트 역시 쓴웃음을 지으면서 자신이 실수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사샤가 아멜리아에게 속삭였다.

"...왜 저러시는 걸까요?"

"아마, 어인과 머로드의 관계, 때문이겠죠."

머로드들이란, 해저에서 서식하는 마물들로, 사람과 인간을 섞어놓아서 그 모습을 흉측하게 일그러트린 존재들이다.

모험가들 사이에서는 바다에 사는 고블린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그 성질이 난폭하고, 수가 많으면서, 제대로 된 경비병력이 존재하지 않는 작은 마을에서는 재앙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머로드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어인들이라는 사실은 지식인들과 조금 경력 있는 모험가들 사이에서도 많이 퍼져 있는 이야기이다.

때때로 머로드들을 이끌고 나타나는 어인들의 모습이 목격된 적도 있으며, 머로드들에게서 어인들이 사용하는 해저광물의 무기들이 발견되는 것도 역시 그 설에 무게를 실어준다.

어떤 이들은 머로드가 때때로 인간들을 납치하는 이유가, 더 많은 머로드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추측을 벌이기도 한다.

"그럼, 어인들은 인간들과 적인 건가요...?"

"동방국에서는 모르지만... 적어도 왕국에서 어인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좋지 않다고 들었어요. 저는, 직접 본 적이 없기에 그런 판단은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지만요."

아멜리아의 대답에 사샤는 고개를 끄덕이고 크샤트를 바라본다.

어딜 보아도, 악인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오해를 풀어드리기 위해 말씀드리자면... 어인들도 여러 가지 분파가 있어서. 저와 같이 인간들과 함께 사는 것을 선택한 어인도 있으면, 지상을 정복하자고 하는 어인들도 있습니다."

"아니. 딱히 당신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야. 이쪽도 미안하군, 괜히 신경을 쓰게 만들어서."

클레온이 그렇게 대답하면 크샤트는 감사합니다, 라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다.

그렇게 말하는 사이, 네 사람은 어느 건물의 앞에 멈추어 섰다.

그 건물이, 저택처럼 보였는가 하면 그것은 또 아니었지만.

마치, 잘 관리된 작은 창고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것의 입구에는 두 명의 경비가 서서, 사람들이 멋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 크샤트 님."

그리고, 그 경비들은 여집사를 보자마자 인사를 한다.

"손님들을 모셔왔습니다. 문을 열어주시겠나요?"

"알겠습니다."

크샤트의 부탁에, 경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이 지키고 있던 문에 걸려있던 잠금장치를 해제한다.

그러자, 철컥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겉으로는 나무판자로 되어있던 것 같은 문이 스스로 열리더니­

그 안은, 순수한 목재가 아닌 기계들이 곳곳에 설치된 것이었다.

클레온도 아멜리아도, 그 모습에 놀라지만 사샤는 마냥 신기하기만 한듯 눈을 빛낸다.

안쪽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마력등의 빛.

크샤트는 일행을 돌아보면서 '자, 안으로.'라고 세 사람을 건물의 안으로 들여보낸다.

일행이 모두 들어오면, 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동으로 닫히는 작은 건물의 문.

주변을 둘러보면, 이렇다 할만한 가구는 놓여 있지 않고, 정체나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계장치들이 건물의 곳곳에 설치된 채로, 마력등의 불을 빛내고 있었다.

"동방국에 와서 몇번 놀라게 되는군."

"동방국에서도 이런 곳은, 이곳 뿐일 겁니다."

클레온의 말에 웃어 보이는 크샤트는, 건물의 중앙에 있는 발판의 위로 일행을 안내한다.

"승강기인가."

"잘 알고 계시네요. 역시, 모험가답게 식견이 넓으시군요."

"아니, 얼마 전에 비슷한 것을 본 덕분이지."

클레온이 그렇게 대답하자, 사샤도 아멜리아도 조금 긴장한 듯한 표정이 된다.

"걱정하지 마세요. 흔들리거나 갑자기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크샤트가 손님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렇게 이야기하며, 승강기에 붙어있는 패널을 조작하면.

발판이 스르르, 움직이면서 지하로 이동하게 된다.

그 골동품점에 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인원이 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전혀 진동이나 소음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아.

이 승강기가 훨씬 더 신식의 모델이라는 것을, 클레온은 알 수 있었다.

아니라면, 기술력의 차이라던가.

"이 승강기로 저택으로 향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데카르트 가문의 저택에 초대받을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의 사람들뿐이죠. 영주님은, 대부분 손님을 바깥에서 만나십니다."

"아티스의 소개가 없었더라면, 우리도 그랬겠군."

"후후. 과연 그랬을까요?"

클레온의 말에 의미심장한 대답을 남기는 크샤트.

지하로 내려가는 도중, 기계로 된 벽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사샤는, 문득, 위가 아닌 어디선가 빛이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본다.

"...설마­"

아멜리아 역시, 사샤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일까.

긴장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내, 기계로 된 벽이 끝난 듯, '유리'로 된 투명한 관에 돌입한 승강기가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아래로, 아래로 향하게 된다.

"... ...!"

클레온의 눈도, 조금 놀란 듯이 커지면, 두 소녀는 '와아...!'하고 입에서 탄성을 내뱉는다.

일행이 탑승한 승강기는 바닷속을 이동하고 있었다.

본래, 태양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어두워야 할 해저는, 곳곳에 설치된 마력등을 통해 빛을 내면서, 마치 해수면과 다를 바 없는 밝기를 유지하고 있었고.

저 밑­ 해저에 존재하기에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동방국 풍의 건물이 거대한 돔과 같은 것에 둘러싸여 진 채 위치한 것을 클레온은 확인할 수 있었다.

"굉장하군."

"감사합니다."

클레온의 순수한 감상에, 크샤트가 웃으면서 대답하자, 클레온은 그녀를 바라본다.

싱글벙글한 표정이, 마치 그런 일행의 반응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뿌듯한 표정인데?"

"후후. 그런가요? 실제로 뿌듯하답니다. 데카르트 가문의 저택을 처음 찾으신 분들은, 모두 놀라시거든요. 그중에는, 승강기가 이 구역에 돌입하면 숨을 못 쉰다! 라고 날뛰시는 분도 계셨지만요."

"... ..."

확실히, 그런 장면은 조금 보고 싶을 듯할지도 모르겠군.

같은 생각을 하면서 기다리다 보면.

일행이 탑승한 승강기는 이내, 해저에 있는 지면에 닿게 되면서, 서서히 정지한다.

크샤트는 한발 먼저, 승강기에서 내려 승강기와 아까 보았던 저택을 연결하는 통로에 내려선다.

"이 통로를 통과하면, 에라투스의 지도자 '데카르트 가문'의 저택에 도착하게 됩니다. 여러분들, 부디 바깥의 풍경에 발걸음을 멈추지 말아 주시길."

익숙한 태도로 일행에게 주의하고 나면, 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바닷속의 안, 사람이 평범하게 숨을 쉴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을 걸어가게 된다.

통로들도 마찬가지로, 유리로 되어있다 보니 주변의 바닷속의 풍경이 훤히 드러난다.

저 바깥에는, 각종 해양생물이 헤엄치고 있었으며, 해초들의 일렁거림들이나, 산호의 숲 같은 것이 보이고 있었다.

사샤도 아멜리아도, 그런 낯선 풍경에 시선이 옮겨가는 것을 어떻게 하지 못하지만, 크샤트가 당부했던 대로 발걸음을 멈추지는 않는 것이었다.

그런 와중, 클레온만이 진지한 표정으로 걷다보면, 사샤가 그를 올려다보면서 이야기한다.

"...괜찮으세요?"

"응? 아아. 괜찮아. ...라일라를 안 데려온 게 다행일지, 아니면 조금 후회하게 되었을지 생각 중이야."

"아하하..."

이 풍경에 흥분해 하고 있을 모습은 물론이고, 각종 기계에도 관심을 내비칠 것이 뻔했기 때문에.

혹시라도 실수나 해프닝이 벌어지지는 않았을까.

클레온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이 사샤도 웃음을 내뱉으면, 아멜리아는 크샤트에게 질문하는 것이었다.

"이런 시설을 건설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이 동방국에 있었을 줄이야. 마치, 고대 유적 같네요. 수도인 아스테리스에도 이런 곳이 있는 걸까요?"

"아뇨. 동방국에서도, 이 정도의 시설을 갖춘 것은 저희 데카르트 가문의 저택 정도입니다. 해룡 상회는, 암룡 상회보다 비록 그 규모가 작더라도 기술력만큼은 아카데미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클레온은 그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면, 이 기술을 동방국 전체에 나누지 않는 것에는, 무언가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대 유물을 발굴하는 데에, 데카르트 가문이 연관된 것에도.

"클레온 님."

그런 클레온의 생각을, 표정에서 읽은 것일까.

크샤트는 슬쩍 그를 돌아보고는 아까와도 같은 미소보다는, 조금 진중한 태도의 얼굴이 되어 이야기 한다.

"무엇을 생각하고 계시는지,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희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디, 영주님과 이야기를 나눠주셨으면 합니다. 그때까지는... 판단을 보류해주시길."

"...그래."

클레온의 짧은 대답에, 크샤트도 고개를 끄덕인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게 된 일행들의 사이에서, 모두가 조용히 걷게 되면.

승강기에서 보였던, 통로의 끝에 있는 저택의 건물에 도착하는 데까지는, 그렇게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이었다.

"어서오세요. 저희들의 '용궁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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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슈­ 코오­ 푸슈­ 코오­

하는, 독특한 호흡음이, 방 안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샤도 아멜리아도, 이 상황에 쉽게 진정하지도, 적응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인지.

머리속에 의문부를 잔뜩 띄운 채로, 자신들의 앞에 놓인 찻잔만을 응시한다.

다만, 그것은 클레온도 마찬가지여서.

자신의 건너편에 앉은 그녀­

분홍색의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리고, 동방국 특유의 하늘거리는 디자인이 특징적인 비단옷을 걸친 여성.

등에서는, 중력을 무시한 채 반투명한 천이 나풀거리고 있었고.

얼핏 보면, 인간이 아니라 동방국의 설화에서 등장하는 선녀와도 같은 청아한 분위기를 내비치는 것이었다.

'얼굴'을 제외한다면.

크샤트에게 안내받아 도착한 곳은, 영주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장소.

회의실과 같은 방에는, 긴 탁자와 그 옆으로 놓인 몇 개의 의자들.

아가씨를 모셔오겠습니다, 하고 방을 나서면서, 앉아서 기다리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얌전히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보면­

다시 돌아온 크샤트는, 한 명의 여성을 데리고 돌아온 것이었다.

플뢰르 데카르트.

아티스는 '나이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동안 미소녀'라고 이야기하였지만.

정작, 그녀의 얼굴은 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특수한 가면을 얼굴에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커다란 렌즈로 된 눈 부분은, 안쪽이 보이지 않도록 가공처리 되어 있었고.

입가에는 무언가 통과 같은 것이 두 개, 양 옆에 붙어 있었으며.

덕분에 호흡할 때마다, 특유의 소리가 울리는 것이다.

게다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는 그녀의 목소리에, 일행 모두가 당황해 하고 있으면.

옆에 서 있던 크샤트가 헛기침을 하여 일행의 시선을 주목시킨다.

"...이 도시의 영주 되시는, 플뢰르 데카르트님이십니다."

그녀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푸슈­하는 소리를 내는 플뢰르.

그리고는 허리를 펴서, 자신의 옆에 있던 크샤트의 소매를 두 번 당긴다.

크샤트는 그런 그녀의 입가에 귀를 가져다 대고는 고개를 두 세 번 끄덕이더니.

"...처음뵙겠습니다. 클레온 님. 그리고 아멜리아 왕녀님.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정말로 영광입니다. 라고 하십니다."

"... ..."

클레온이 그런 두 사람의 만담과도 같은 행태를 잠시 지켜보다가, 이내 그녀의 가면을 뚫어지라 쳐다보면­

다시 한 번, 크샤트를 자신의 입가까지 끌고 와, 속닥속닥 거린다.

"가면은 신경 쓰지 말아주시길. 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니, 어떻게 신경 쓰지 말란 거야..."

클레온이 느낀바를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플뢰르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저희의 사이에, 가면과도 같은 사소한 것을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는, 이 나라, 나아가 대륙의 평화와도 관련된 이야기일 테니까요."

"─라고 하셨습니다."

결국 또 말을 전달하는 크샤트.

클레온은 그런 크샤트를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면서 이야기 한다.

"일단 그렇게 집사의 입을 빌려서 말하는 것부터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데..."

"죄송합니다. 아가­ 영주님은 어릴 적부터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시는 걸 싫­ 어려워하셔서..."

"... ..."

고개를 끄덕이는 플뢰르 장본인을 바라보며, 클레온은 한숨을 내쉰다.

본인으로서는, 악의가 없다는 것이 잘 전달되어오지만­

아무래도, 이 회담은 상당히 피곤한 것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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