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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49화 (449/506)

〈 449화 〉 가문과 가면

* * *

000

아티스에게서 건네받은 소개장을 읽은 플뢰르는 잘 알겠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크샤트를 가까이 당겨서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크샤트는 역시 아까와 마찬가지도 두 세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작게 미소를 지으면서 몸을 일으켜 클레온에게 이야기한다.

"평원 구역의 발굴 작업에 대한 허가를 해주시겠다고 하십니다. 아티스 님께 필요한 허가서를 작성하여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고맙군. 이걸로, 회귀자들보다 먼저 발굴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겠어."

클레온의 그런 말에, 크샤트도 플뢰르도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서로를 바라본다.

그러면, 크샤트는 잠시 쓴웃음을 지은 뒤 다시 클레온을 돌아보며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역시, 클레온 님께는 숨기지 않고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십니다."

"─무엇을?"

클레온은 그녀의 말의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했다는 듯이 되물어보지만, 크샤트는 의미 모를 미소만을 지으며 클레온에게 질문한다.

"클레온 님께서는 회귀자 들과 적대하고 있는 관계..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십니까?"

"아아... 그렇지. 엘레시아에서부터 이어진 악연이야. 녀석들은, 내가 살던 도시의 소중한 사람들을 자신들의 지식욕을 채우는 데 사용하려 했으니까."

엘레시아의 살아있는 숲에, 절계수를 불러내어 거대한 재앙을 일으키려 했던 맥스웰.

그리고, 그 계획에 동참했던 우드녹커 후작과... 스승, 탈체크.

결론적으로 주모자라고 할 수 있는 세 사람이 죽는 것으로, 절계수를 불러내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조직이고, 또 심상치 않은 영향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한동안은 엮이지 않았었지만, 동방국에 와서 또 이빨을 드러낸 그들.

"...방치하게 되면, 더욱 큰일이 날 수 있어. 너희도 그들을 막기 위해 암룡 상회­ 나아가서, 아티스와도 협력하고 있는 것이겠지?"

"... ..."

클레온은 바로 대답이 돌아올 것으로 생각한 질문에, 크샤트가 생각보다도 뜸을 들이자, 조금 이상하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플뢰르가 다시 한 번 크샤트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때가 돼서야, 그녀는 클레온을 향해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제가 섬기고 있는 데카르트 가문은, '회귀자'의 스폰서입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충격적인 발언에, 일행 전부가 멍한 표정이 되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심지어 사샤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트릴 정도로 놀란 표정이다.

"으앗...!"

다행히, 컵이 사샤의 옷 위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튀어 오른 차 일부가 옆에 앉아있던 클레온의 옷에 묻게 된다.

"크, 클레온 씨!? 죄송해요!"

"아, 아니. 괜찮아. 그보다 사샤, 다친 곳은 없어?"

그러자, 플뢰르도 놀란 듯이 재빨리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손수건을 클레온에게 건넨다.

클레온은, 그런 그녀의 손수건을 받아, 자신의 옷을 닦아낸다.

"─농담이라면 질이 나쁜데."

그리고 그 사이에, 어떻게든 정신을 수습한 클레온이 이야기하면, 크샤트는 진지한 얼굴로 클레온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한다.

"...사실입니다. 데카르트 가문은 오랫동안 회귀자들과 협력하였습니다. 아니, 데카르트 가문 자체가 회귀자들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라플라스 녀석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을 포섭하려 하는 건가?"

클레온의 인상이 찌푸려지면, 플뢰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다릅니다. 아가씨께서도 회귀자들이 벌여온 악행을 알고 계시기에 그들과 인연을 끊고, 가문의 업을 청산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크샤트의 그런 목소리는, 거짓을 고하고 있는 사람 특유의 떨림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크샤트의 곁에 있는 플뢰르의 어깨는 자신들의 비밀이 클레온에게 전해지는 것에 걱정을 느낀 것인지, 그 불안에 어깨를 떨고 있었다.

클레온에게는 그녀가 가면 밑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아가씨를 대신하여, 데카르트 가문의 과거와 현재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시겠습니까? 클레온 님."

그리고, 그런 주인을 대신하여 클레온의 오해를 풀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 충실한 집사.

클레온은, 그런 그녀들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사람을 보는 눈이 어긋나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잘못일지도 모르겠지만­

클레온이 아멜리아와 사샤를 돌아보면, 두 사람도 그녀들이 자신들을 속이려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좋아. 들어보도록 하지."

001

데카르트 가문의 시작은, 약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영지의 영주를 맡은 가문이라고 하기에는, 그 역사가 그렇게까지 긴 가문은 아니었다.

당시, 뱃사람이었던 올드번 데카르트는 항해의 도중에 폭풍우를 만나 모든 재산을 잃어버리고 간신히 목숨만 건진 채 살아가는, 불운한 인간이었다.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몸뚱어리와 항해 지식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바닷속의 유물을 탐사해서 건져 올린다는 배에 일꾼으로 올라탄 그를 맞이한 것은.

회귀자들이라고 불리는, 당시에도 악명 높은 도굴꾼들이었다.

그들은 그 악명과는 다르게, 올드번을 신사적으로 대하였다.

찾아야 하는 유적은 바닷속에 있었고, 그들 중에는 항해에 대한 지식이나, 바다에 대한 지식을 갖춘 인간이 없었기에 올드번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겠지.

올드번은 몇 번인가 그들을 도와서 유물을 건져 올리는 데에 성공했고, 그 역시 회귀자들과 같이 고대의 유물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이끌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그것들을 몇 점 팔아치울 때마다, 폭풍을 만나기 전의 자신이 가졌던 돈보다도 많은 돈이 되돌아오게 되니.

유물들이 내뿜는, 지식욕과 물욕을 자극하는 그 독기에 당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회귀자들로서도, 바닷속의 유물들은 지상의 유물들 보다도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들이었으니, 어떻게 해서든 올드번을 완전히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었을 것이다.

올드번 데카르트를 회귀자의 일원으로 맞이한 그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은, 그를 이 도시의 지배자로 만드는 것이었다.

회귀자들과 엮이기 전부터 성실한 청년으로 주변에 알려졌던 올드번이, 회귀자들과 함께 부를 불려 나가게 되었고.

그 부를 이용하여 점차 자신의 권한을 늘려나간 그는, 곧 에라투스에 '해룡 상회'라는 상회를 만들어, 에라투스를 아스테리스 못지않은 부유한 도시로 만들겠다는 선언과 함께.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도시를 발전시킨 공적을 인정받아 중앙 정부­ 즉, 왕궁에서 데카르트 가문에게 에라투스의 가문에 대한 관리를 맡기게 된다.

본래 영주 없는 작은 부둣가였던 에라투스는, 올드번이 영주가 되자마자 빠른 속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상회의 일과 유물을 발굴하여 벌어들인 막대한 부의 일정부분은, 항상 회귀자들을 향해 흘러들어 가게 된다.

그리고 그 회귀자들이 바로 몇십 년 전에 벌인 것이, 아스테리스의 거대한 신목을 불태우려고 했던 사건.

결국, 계획은 실패하고 말았지만, 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 것도 바로 데카르트 가문이었던 것이다.

올드번 데카르트는, 지금의 영주인 플뢰르 데카르트의 조부이다.

플뢰르의 어머니는 젊은 시절, 플뢰르를 낳은 뒤 사망하였고 아버지 역시 모습을 감추었다.

덕분에 올드번은 자신의 손녀인 플뢰르에게 집착하기도 하였고, 그녀에게 상당히 무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그럼에도, 회귀자들의 악행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아 온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플뢰르가 영주가 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올드번은 그대로 플뢰르에게 에라투스의 영주 자리를 물려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형식적이고, 아직도 데카르트 가문 대부분의 재산은 올드번이 관리하고 있으며.

해마다, 회귀자들에게 지원되는 금액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돈들이 그들의 악행에 이용된다는 것도.

어린 시절부터, 회귀자들에 대한 공포를 배워온 플뢰르였지만, 다행히 그녀는 조부인 올드번과는 달랐다.

비록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하지 못할 정도로 내성적이지만, 옳지 못한 일에 대해 저항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은 인간이었던 것이다.

플뢰르는 올드번에게는 비밀리로, 회귀자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며, 그것을 아티스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분명, 자신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친구인 크샤트, 그리고 아티스와 함께 조부의 그늘에서 벗어나겠다고 맹세했다.

그를 위해 회귀자들의 악행을 멈추고, 조부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002

크샤트의 이야기가 끝나면 클레온은 그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정리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플뢰르, 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데카르트 가문과 회귀자들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도 잘 알았어."

클레온의 말에 플뢰르는 다행이라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어째서 그 사실을, 동방국의 중앙­ 왕궁에 알리지 않은 것이지?"

클레온이 이야기 한대로, 이 사실을 중앙에 전달한다면, 왕궁은 당장에라도 올드번 데카르트를 잡으러 와서, 강제로라도 그에게서 정보를 캐내려 할 것이다.

어쩌면, 아티스와 협력하지 않더라도 회귀자들을 처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건... 왕궁에도, 회귀자들과 내통하고 있는 인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클레온의 질문에, 크샤트가 대답한다.

"...확실한건가?"

"네. 게다가, 상당한 고위의 관리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채로 이 사실을 중앙에 전달하면. 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회귀자들을 감싸려 들거나, 그들에게 정보를 흘릴 것이라고..."

크샤트의 말에, 클레온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나라에도, 자신의 지위를 악용하여 타인의 희생 위에 권위를 누리려는 자들이 있는 법이다.

그런 인물이 있다는 것 자체는, 놀라운 것도 아니었다.

왕국은 더하다는 사실을, 이미 클레온은 뼈저리게 알고 있었으니까.

아멜리아 역시, 그에 대해 느낀 바가 있는지 조금 어두운 얼굴이 되었다.

"...이야기 해줘서 고마워. 숨기려고 한다면, 숨길 수 있었을 텐데."

클레온이 조금 상냥한 표정이 되어 그렇게 이야기 하면, 플뢰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보였다.

"아가씨께서는, 상회의 대표로서, 가문의 당주로서, 그리고... 이 에라투스를 다스리는 영주로서. 만인에게 진실된 자세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십니다."

크샤트는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올린 뒤, 그런 아가씨를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듯, 자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낯을 심하게 가리시는 것만, 조금 고쳐주셨으면 좋겠지만 말이에요."

"...하하."

클레온이 그런 그녀의 말에 웃어 보이면, 플뢰르는 크샤트의 옆구리를 양손으로 투닥투닥 때리는 것이었다.

"너희의 의지는 잘 알았어. ...가족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는 건, 분명히 어려운 일일 거야. 하지만 너희의 그 의지가 확고하다면, 나에게도 부디 돕게 해줘."

둘이 목표로 하는 것은, 정확히는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회귀자'들과의 싸움을 피할 수 없다고 한다면.

클레온으로서도, 플뢰르와 함께하는 것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무엇보다­

가문에서 부여한 자신의 운명에 거스르려는 그녀를, 가만히 둘 수 없었다.

"클레온 님..."

크샤트는, 그런 클레온의 말에 다행이라는 듯이 가슴을 쓸어내렸으며.

플뢰르는 잠시 고민하다가, 자리에서 우물쭈물, 일어선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클레온을 향해 오른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긴장으로 호흡이 빨라진 것인지,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어진 것이 들려왔다.

클레온은 그런 플뢰르의 어색한 자세를 보며 쓴웃음을 지은 뒤,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녀의 손이 긴장으로 흐른 땀에 절여져 있었지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아주 아주 작은 목소리로

"가, 감사합니다..."

라는 목소리가 들려온 것을, 클레온은 놓치지 않았지만.

굳이, 그것을 지적하지 않는 것이었다.

003

그 뒤, 크샤트가 준비해 온 서류를 받아 저택을 나서려는 일행.

배웅을 하겠다는 크샤트를 기다리면서, 저택의 입구 근처에 서 있는 것이었다.

데카르트 가문의 비밀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지만, 그들의 의지가 선한 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에, 클레온은 만족하고 있었다.

"...굉장하네요, 플뢰르 님."

아멜리아는, 그런 생각을 하는 클레온의 곁에서 중얼거리듯이 입을 열었다.

"그래. ...조금 부끄럼이 심한 것은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들이 하려는 것은 힘든 것이야. 심지어 플뢰르는, 자신의 가족­ 올드번과 직접 척을 져야 하니까 말이야."

올드번은, 플뢰르에게 있어서 그저 사악한 악당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플뢰르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가족이었고, 그녀를 애지중지 길러온 부모의 대신이기도 하였다.

과보호 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경위나, 딸이 죽고, 사위가 사라진 것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플뢰르 역시, 그런 조부를 완전히 미워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올드번을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그런 결단을 내렸기에, 그녀는 그와 맞설 각오를 한 것이다.

"...저도, 언젠간 왕궁의 사람들과 싸우게 되는 걸까요?"

"... ..."

아멜리아의 말에는 슬픔이 섞여 있었다.

왕궁의 사람들이 아담에게 지배를 받고 있다면, 그들은 분명 앞으로도 클레온과 아멜리아를 방해해 올 것이다.

세뇌를 푸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면, 당연하게도 검을 부딪치고, 무기로 싸우게 되겠지.

다치는 사람도, 어쩌면, 목숨을 잃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다.

"아멜리아."

"...죄송해요 클레온. 각오는, 하고 있으니까요."

자신을 걱정시킨 것에, 아멜리아가 웃어보이면서 대답하면 클레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자신이 말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각오도. 그녀가 말한 대로 한 것이겠지.

분명, 거기까지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르지만.

그녀 역시, 플뢰르와 마찬가지로 힘든 길을 선택한 굉장한 소녀라고, 클레온은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에 잠기며 클레온이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무언가, 습기를 띄고 있는 것이 손에 만져지자, 조심스럽게 그것을 꺼내 든다.

"아."

클레온이 그런 목소리를 내자, 사샤와 아멜리아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그가 주머니에서 꺼내 든, 차의 얼룩이 묻어있는 손수건이 보이는 것이었다.

"아아. 조금 전에..."

아멜리아도 데카르트 가문 이야기의 충격이 너무 커서 조금 잊고 있었지만, 사샤가 흘린 차를 닦은 데 사용한 것이었다.

"어, 어떻게 하죠?"

"원래라면 세탁해서 돌려주는 게 맞겠지만... 언제 또 올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면서 두 사람에게 이야기한다.

"금방 가서 돌려주고 올게. 잠시 기다려 줘."

"아, 네...! 크샤트 씨가 오면 전해드릴게요!"

사샤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그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 아까 전의 회의실로 향한다.

'그나저나, 안쪽은 전형적인 동방국의 건물인데, 바깥은 기계들로 가득하군. ...유물을 발굴해내서 얻어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것인가.'

동방국에서의 목표가, 이곳에 존재하는 유물들을 회수하여 추방 교단­ 나아가 아담에 대항할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플뢰르를 도와서 회귀자들을 무너트리면, 그들이 지금까지 모아온 유물이나 지식들도 함께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를 위해선 중앙의 내통자도 찾아내야 하나.'

그 미염공이 악인을 용납하고 있을 리 없으니, 스스로의 정체를 숨기는 데 능통한 자라는 것이겠지.

무언가, 그를 쫓을 수 있을 단서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생각하며, 마침내 회의실에 도착하여 그 문을 열어젖히면­

004

"후아..."

크샤트와 클레온 일행이 방을 나서고 나면, 그 자리에 남은 플뢰르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집의 안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는 반드시 가면을 쓰지만, 플뢰르 본인도 이 가면을 그렇게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는 것이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서 갑갑하고, 더워서 땀도 난다.

차를 마시려면 빨대를 써야 하고, 숨소리도 커져서 이상한 사람처럼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없어지고 나면, 그녀는 자신의 가면에 손을 올리고.

귀의 가까이에 있는 양옆의 버튼을 누르자.

철컥, 하는 기계적인 소리가 울리면서, 그 가면이 벗겨진다.

그 안에서 들어난 것은, 호박색의 눈동자가 반짝이는 10대 후반, 많이 쳐도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여성의 얼굴이었다.

사실은 그녀가 클레온보다 몇 살이나 연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동안이다.

"...클레온 님... 아티스가 말했던 것보다 상냥한 사람이어서 다행이야..."

아티스에게서 받은 전보에는, 무뚝뚝한 흑마의 일족이 찾아간다고 적혀 있었기에, 그를 만나기 전부터 상당한 긴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지만.

직접 만난 클레온은, 플뢰르의 마음을 이해해 주었고, 또 자신들을 도와주겠다고까지 했다.

아까 전, 땀이 가득한 손으로 악수했던 것을 조금 후회하지만,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그와 함께 데카르트 가문의 어둠을 걷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응. 크샤트가 돌아오면, 곧바로 다음 대책을 생각해봐야겠어."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향하면 그때.

문이 바깥에서부터 철컥, 하고 열리면서­

클레온이 안으로 들어와, 플뢰르와 눈이 마주치고 만다.

"... ..."

"...으에?"

안경을 쓰고 있던 클레온과, 가면을 쓰지 않은 플뢰르.

두 사람이 잠시 서로를 바라보고 있으면­

"으야아아아아아아!!"

플뢰르가 높은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물러서려다가­

덜컹, 하고 의자에 다리가 걸려 뒤로 넘어질 뻔 하게 된다.

"프, 플뢰르!"

그것을, 클레온이 재빨리 뛰어와 그녀의 등을 받치면, 넘어지는 것은 면하지만­

가면을 쓰지 않은 상태로 클레온과 몸이 닿았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란 플뢰르가 손을 위로 치켜드는 탓에.

그가 쓰고 있던 안경이, 튕겨져나가는 것이었다.

다음 순간.

플뢰르가 자신의 실수를 눈치채면서 클레온에게 사과하기 위해 그의 눈을 바라보면.

'두근.'

"──??"

무언가가 그녀의 마음을 파고드는 감각.

어째서인지,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게 될 정도로 심장이 빠르게 뛰어올랐다.

클레온은 재빨리 자신의 눈을 가린 채, 그녀의 몸을 일으켜준다.

"미, 미안.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아, 아... 네, 네..."

더듬더듬, 어떻게든 개미 같은 목소리를 내던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가면을 다시 뒤집어쓰더니.

크게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조금 진정한 듯이, 땅에 떨어진 클레온의 안경을 주워서, 그의 손에 들려주는 것이었다.

"괘, 괜찮아, 요. 크, 클레온 님은..."

"...나도 괜찮아. 사실은, 이걸 돌려주러 온 거라."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서 손수건을 그녀에게 건네면,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손수건을 받아든다.

"...그, 그럼. 이걸로."

"아, ...네, 네..."

너무나도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클레온은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난다.

방의 바깥으로 나가면, 크샤트의 '비명이 들렸습니다만, 괜찮습니까?'라는 말이 들려왔지만.

클레온의 괜찮다는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져 가는 것이었다.

"하아. 하아..."

그리고, 그 목소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플뢰르는 다시 한 번 자신의 가면을 벗었다.

가면의 밑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붉어진 채로, 플뢰르는 거칠게 숨을 쉬고 있었다.

"어, 어째서...? 이렇게 가슴이... 우으..."

심장의 박동이 전혀 진정되지 않는 것에 괴로워하면서, 그녀는 클레온이 건네준 손수건을 바라보더니­

그것에, 얼굴을 묻는 것이었다.

'설마... 이것이...'

그리고,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나 알 수 있었던­ 인간에게서 떼어놓을 수 없는 특별한 감정에 자신이 눈을 뜬 것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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