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3화 〉 창조주와 피조물
* * *
000
쿠아앙! 하고 맥스웰의 악마가 크게 울부짖었다.
소리가 소리 다 보니, 고양이의 울음소리 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지만.
몸집이 거대해져서, 목소리의 크기와 거기서 터져 나오는 충격파만큼은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클레온도, 아멜리아도 사샤도.
포효의 충격으로 인상을 찌푸리면서 뒤로 저절로 밀려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방심할 수 없는 상대인 것 같네요."
아멜리아가 신중한 표정이 되어 자신의 망치를 양손으로 쥐면, 사샤도 고개를 끄덕인다.
"클레온 씨. 아까처럼 너무 앞에 나가시면 안 돼요."
"알고 있어. 아무리 그래도 보스한테까지 그렇게 하진 않는다구."
클레온은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치고는 지금 당장 앞으로 뛰어나가고 싶어하는 것만 같았다.
양손으로 쥔 목검 칼리번에는 이미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마력이 감긴 상태였다.
불안함을 지울 수 없는 두 사람은, 그대로 클레온에게서 시선을 돌려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고 선 악마를 바라본다.
"너희 전원, 이 세계의 거름으로 만들어 주겠다~!!"
맥스웰의 악마가 그렇게 외치면서, 날개를 양옆으로 크게 펼치지만
몸에 비해서 날개는 그렇게까지 커지지 않은 탓에 이렇다 할만한 위압감은 주지 못한다.
오히려, 작은 날개가 몸에 달라붙어서 파닥파닥 거리고 있어도 귀여운 인상을 줄 뿐이었다.
하지만
그다음 순간, 고양이 악마의 거대한 몸 앞에 몇 개나 되는 보라색의 원이 떠올랐다.
그 원은 서서히 복잡하고 기하학적인 문양을 그리면서 몇 겹이나 겹쳐지기 시작하더니, 원을 중심으로 마력을 집약시키는 것이었다.
"이, 이 마력량은 심상치 않아요!"
아멜리아가 그렇게 외치면, 사샤는 재빨리 마법진을 향해 화살을 발사하지만
사샤의 화살이 날아가면 동시에 마법진들이 빠른 속도로 어지럽게 움직이며 도저히 조준할 수 없게 만든다.
"으엣...!?"
화살이 빗나간 것도 충격이었지만, 마법 준비 중인 마법진이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듯 아멜리아가 당황한 목소리를 내면.
"이럴 땐 본체를 노리면 되는 거야!"
클레온이 그런 말을 외치면서 단순명쾌한 답을 향해 돌진한다.
바로 마법진을 무시하고 눈앞에 있는 거대한 악마의 몸을 향해 목검을 휘두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 거대한 몸집이 '슉'하는 얼빠지는 효과음과 함께 사라지더니
이내, 일행들의 뒤편에서 나타나는 것이었다.
"다, 단거리 순간이동 마법!?"
그것도 무영창으로 해낸 모습에 클레온이 당황해 하며 몸을 돌려 태세를 정비하려 한 그 순간.
아멜리아도 사샤도, 클레온도 재빨리 몸을 옆으로 굴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 전부를 가리고도 남을 정도로 크기가 커진 마법진의 앞에 서 있는 것은, 아무리 그들이라고 하더라도 버틸 수 없었을 테니까.
그리고, 맥스웰의 악마는 이렇게 외치면서 다시 한 번 날개를 펼치는 것이다.
"데스 레이!"
완성된 마법의 이름이 외쳐지면, 그 커다란 마법진과 같은 굵기를 가진 보라색의 마력포가 그대로 옥좌의 공간을 휩쓴다.
경로상에는, 마왕의 옥좌도 있었지만, 옥좌 자체에 무언가 방어마법이 펼쳐진 것인지, 아니면 이것도 맥스웰의 악마가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옥좌에서만 빔이 퍼져 나가면서 옥좌에 앉아있는 인간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클레온, 아멜리아, 사샤로서는 방금 방금 것에 명중했다가는 재도 남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말 그대로 죽음의 광선.
닿게 되면 시체도 남지 않을 것이다.
"... ..."
빛이 사그라지고 나면, 대리석으로 된 땅이 말 그대로 거대한 무언가에 긁혀나간 듯이 움푹 파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 세계의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진짜 대리석이 아닐 수도 있었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 입을 다물어 버린 세 사람을 향해, 맥스웰의 악마는 외친다.
"이게 바로 나의 최강의 마법! 하하하! 겁먹은 듯하구나 인간들! 하지만 인제 와서 사과하거나 빌어도 늦었다!"
세 사람이 자신의 마법의 힘에 압도 당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기세등등해져서 높게 선언하는 악마를, 세 사람은 다시 돌아보더니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샤도 아멜리아도 그런 적을 보고서 포기할 리가 없었기에, 사샤는 재빠르게 화살 통에서 화살을 꺼내 들어 시위에 건다.
"아멜리아! 제가 원호할게요!"
"네!"
짧은 대화 끝에, 간단한 진형을 갖추고 곧바로 악마를 향해 달려가는 아멜리아.
손에 든 거대한 망치가, 신성한 마력을 머금은 채로 악마를 향해 휘둘러진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공격을 방해하듯이, 맥스웰의 악마가 서 있는 곳의 발밑에서 마력으로 이루어진 손들이 튀어나와 아멜리아를 붙잡기 위해 달려든다.
"우읏...!"
그 수가 상당했기 때문에, 망치로는 전부 떨쳐낼 수 없었던 아멜리아가, 발목을 붙잡히는 감각과 함께 자신의 발밑을 내려다본 순간.
휘익! 하고 날아온 사샤의 화살이 그녀를 방해하던, 악마가 불러낸 손을 꿰뚫어 소멸시킨다.
거기에 더해, 클레온까지 어느샌가 아멜리아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를 지키듯이 검을 빠르게 휘둘러서 손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두 사람 덕분에 악마로 향하는 길이 열리면
아멜리아는 그대로 자신의 전투망치를 크게 휘둘러, 악마의 배 부분(몸이 전부 얼굴이나 다름없었기에 어디가 배인지 알 수 없었지만, 편의상 가장 밑부분)을 강하게 때리면
콰드득! 하고,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하하하!"
하지만, 울려 퍼지는 것은 악마의 웃음소리
아멜리아도 사샤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는 것은, 분명 봉제인형 같은 질감을 한 악마의 몸에 망치가 부딪치자
망치가 그것을 악마의 몸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이 부숴지는 것이었다.
"어, 어째서!?'
"알려줄 것 같냐!"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를 내뱉으며, 맥스웰의 악마가 그렇게 외치자,
그 쪼끄마한 날개가 채찍처럼 뻗어오더니 아멜리아를 공격하려 하는 것이었다.
사샤가 그중 하나를 재빨리 화살로 쏘아서 궤도를 바꾸는 데에 성공하지만
남은 하나가 아멜리아의 바로 앞, 얼굴을 노리면서 파고들어 왔다.
'윽...!'
어딘가 방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클레온에게 그렇게 이야기해놓고, 적의 생김새에 마음을 놓고 있었던 것이겠지.
그래도 모험가로서 경력이 있는 사샤나, 상대방이 누구든 기죽지 않는 클레온이라면 하지 않았을 방심이었을 것이다.
아멜리아는 스스로의 어리석음, 미숙함의 대가를 치르게 된 것에 후회와 함께, 이것을 아픈 교훈이라 받아들여야겠지.
눈을 감지 않고, 피할 수 없는 각도로 파고드는 그것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감기지 않으려는 아멜리아의 눈을 무언가가 가리듯이 옆에서 끼어들어 오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클레온의 팔이었다.
촤악! 하는 소리가 들리면, 클레온이 입고 있는 천 옷으로는 어쩔 수 없이 방어력이 부족한 것인지, 그 팔을 후려치고 지나가는 채찍의 뒤로 그의 피가 튀어 올랐다.
"클레온!?"
강렬한 타격에 피부와, 안에 있는 핏줄이 함께 터져나간 것인지, 꽤나 많은 양의 출혈이 발생하면 클레온은 얻어맞은 왼쪽 팔을 추욱 늘어트리면서 아멜리아를 바라본다.
"괜찮아? 아멜리아."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서 아멜리아를 돌아보면, 비록 키는 작아졌지만, 그 쓴웃음과 함께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은 어른 시절의 클레온과 다를 바가 없었다.
"저, 저는 클레온 덕분에 괜찮아요... 가 아니라! 그건 제가 해야 할 말이에요! 괜찮나요 클레온!?"
그런 클레온을 치유하기 위해 그의 팔을 잡으려는 아멜리아지만, 클레온이 그것을 말린다.
"치유는 시간이 걸리니까, 나중에. 괜찮아. 어디 부러진 곳은 없어. 피가 많이 나는 것처럼 보일 뿐이야."
"클레온..."
아멜리아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그렇게 이야기 하는 클레온.
그리고, 사샤도 얼굴이 어두워져서, 계속해서 맥스웰의 악마에게 화살을 날려보지만.
아멜리아의 공격과 마찬가지로, 그 몸에 닿은 순간, 화살이 부서져서 사라져 버린다.
여유를 보이려는 것인지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고 일행을 바라보는 악마.
그리고, 그런 맥스웰의 악마를 조용히 바라보는 클레온.
그런 클레온을 보면서, 악마는 내심 웃고 있었다.
'좋아 좋아... 겁먹은 듯하군. 이렇게 내 말을 듣게 하여서. 다시 한 번 성을 처음부터 공략하게 하면'
생각에 정신이 팔려서 웃음을 지은 다음 순간, 타타탓! 하는 경쾌한 발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면.
악마는 자신의 머리 위에 그림자가 지는 것을 확인하고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목검을 쥔 클레온이 목검을 위로 치켜든 채 악마에게 달려들고 있는 것이었다.
"뭐, 뭐야!?"
정확하게 자신의 미간을 내리고 달려들고 있는 것을 본 악마.
지금에라도 데스 레이로 요격할까?
아니, 그 마법은 시간이 좀 걸린다.
굳이 상대해줄 필요는 없다. 유리한 것은 분명 이쪽이니까.
이곳은 자신이 침식한 거울 세계이고, 자신의 역할은 마왕과 용사가 싸우기 전, 용사의 힘을 빼놓기 위해 만들어진 강력한 파수꾼이다.
게다가, 던전 마왕성 안에 존재하는 특정한 아이템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무한히 체력이 회복하게 되어 있었다.
'거기에 더하여! 어느 정도의 공격이라면 피해를 무효로 할 수 있지...! 후후 멍청한 인간 녀석!'
아멜리아의 망치가 부서진 것도, 사샤의 화살이 통하지 않은 것도 모두 그 힘 덕분이다.
당황해 할 건방진 인간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웃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하는 맥스웰의 악마.
'좋아. 네 녀석도 무력함을 맛보고 절망하도록 해라...!'
분명 저런 목검으로 얻어맞아 봤자, 하나도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오히려 날개를 펼치고는 클레온의 공격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자세를 보이자, 아멜리아도 사샤도 눈을 크게 떠서 그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마침내.
하늘에 떠올랐던 클레온의 검이, 무게를 실은 채 그의 미간 바로 조금 위에 적중한다.
'거봐, 하나도 안 아'
콰지지지직! 하는 소리가 들리면, 목검이 인형의 미간 부분을 정확하게 찢어갈기면서 중력에 따라 밑으로 떨어져 간다.
"아파아아아아!"
대량의 부풀어 오른 솜털들이 찢어진 곳을 통해서 터져 나온다.
클레온은 땅에 착지하더니, 목검을 들어 그 솜들을 휘익, 뽑아내더니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피하지도 않으려고 하고 있길래,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서 주머니에서 꺼내 든 것은, 작은 크리스탈이었다.
"그, 그건! 공략 아이템! 어째서!? 중간 과정을 전부 건너뛰고 왔을 텐데!"
바로, 자신을 쓰러트리기 위해 이 성에 준비해 놓았던 크리스탈.
하지만 그것을 클레온이 가지고 있는 것은 이상했다.
크리스탈을 얻기 위해서는 하루로는 도저히 끝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퍼즐을 풀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레온은 어깨 위에 걸친 목검을 일정 리듬으로 툭, 툭. 마치 어깨를 마사지하듯이 두드리면서 대답한다.
"여기에 오기 전에 네 부하들을 조금 협박해서 얻어냈지. 너와 다르게 그 녀석들은 프로 의식 같은 게 없더라고. 조금 겁을 주면 바로 불어버리니까."
바로, 오는 길에 만났던 부하들에게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여준 결과, 그들이 클레온에게 바친 것이었다.
"아니. 겁이 많은 건 너도 마찬가지였던가? 그렇다면 창조주를 닮은 것이 되는군."
도발도 잊지 않는 클레온.
그러자, 맥스웰의 악마의 몸은 솜이 빠져나간 결과인지 점점 작아지기 시작한다.
"안돼! 안돼! 상처가 낫질 않아! 솜이 빠져나가고 있어!"
절망한 목소리를 내뱉는 그를 보면서, 클레온은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
"어떻게 할래? 이 이상 계속하겠다면, 다음에는 핵 부분을 박살 내 주겠다만..."
클레온의 말에 맥스웰의 악마는 꼬리와 날개로 자신의 눈을 가리고 어떻게든 벌어진 부분을 닫아보려고 한다.
"싫어... 싫어 죽고 싶지 않아..."
그 처량한 모습에, 아멜리아도 사샤도 조금은 마음이 약해지지만, 클레온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거래다. 네가 알고 있는 회귀자에 대한 정보를 모두 이야기 해. 녀석들이 어디에 모여있는지. 구성원은 어떻게 되는지 말이다. 맥스웰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너도 어느정도 그들에 대한 것은 잘 알고 있겠지?"
클레온이 그의 이름을 입에 담은 순간, 맥스웰의 악마는 '핫'하고 눈을 크게 뜨면서 클레온을 바라본다.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은, 그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순간의 기억이다.
'유물 속에 잠들어있던 인격 핵을 사용한 호문클루스의 제조... 간단한 방법으로 만들어보았지만 이건 기대 이하로군요... 당신의 능력은 기록상의 것보다도 훨씬 낮습니다.'
자신의 창조주가, 자신을 부정하는 목소리, 실망의 눈초리, 그리고 흥미가 없어졌다는 듯 손으로 자신을 집어 구석의 상자에 집어넣는 동작.
'절계수를 세계에 강림시키기 위해선, 역시 강력한 좌표의 힘이 필요한 것인가... 당신으로는 부족하군요. 당신이 '진'정도의 '악마'라도 되어줬다면 좋았을 탠데.'
그가 주입한 지식으로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진이라는 것은, 악마화한 정령.
인간의 영혼을 대가로 무엇이든지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녀석이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악마도 아니었다.
그저, 창조주인 맥스웰에 의해서 만들어진, 구식의 호문클루스일 뿐.
자신을 필요 없다고 한 그와, 그 뒤로는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다.
어느샌가 그가 모아두었던 유물과 함께 어딘가로 팔려나가게 되었을 뿐.
아아, 나는 정말로 필요 없는 존재구나. 라고 다시 한 번 자각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거울 세계로 통하는 루이스의 거울을 발견하여, 관리거울을 제압하고 거울의 제어권을 빼앗았다.
실험삼아 가까이에 있던 인간 하나를 집어삼켜 그의 소원을 이루어주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의 힘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고, 이것을 통해 세계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맥스웰이 언젠가 자신을 다시 필요로 해줄지도 모른다고.
자신을 만들어준 존재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해왔는데...
"으아아아아아!"
다음 순간, 맥스웰의 악마는 크게 몸을 펼쳤다.
덕분에, 솜털은 더욱 빠져나가, 그 사이에 반짝이는 핵이 보일 정도가 된다.
하지만, 그 몸의 주변을 감싸듯이 몇겹이나 되는 마법진들이 나타나면
사샤도 클레온도 아멜리아도 눈을 크게 뜬다.
피할곳이 없는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하죠!?"
사샤의 당황한 외침에 클레온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바로. 점장이 앉아있는 옥좌이다.
"아멜리아! 사샤! 옥좌의 뒤로 뛰어가서 숨어!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자신을 보호하는 거야!"
클레온의 그런 외침에, 두 사람은 정신보다도 몸이 먼저 반응해서 옥좌의 뒤로 숨어 들어간다.
하지만, 클레온은 그런 두 사람과 다르게, 옥좌의 앞에 서서 맥스웰의 악마와 대치하고 선다.
"클레온 씨!"
사샤가 뭘 하려는 거냐고 묻듯이 클레온의 이름을 부르면 클레온은 슬쩍 그녀를 돌아보며 이야기 한다.
"걱정하지 마, 사샤. 무모한 짓은 안 하니까."
"추, 충분히 무모해요!"
아멜리아도 사샤를 거들어 클레온을 지키려 하지만, 이내 마법이 완성되어 일행을 향해 발사되려 하자.
클레온은 양손으로 칼리번을 잡고 몸을 낮게 숙인 채 앞으로 돌진해 나갔다.
파직, 하는 전류가 흘렀다고 생각하면 클레온의 몸에 비틀림이 일어난다.
"데스 레이!!"
다시 한 번 죽음의 빛이 마왕성 전체를 삼킬 기세로 사방팔방에서 뻗어져 오면
클레온도, 옥좌도. 그리고 그 공간 자체를
거대한 마력의 불빛이 태워버리는 것이었다.
"클레온!!!"
그저, 사샤와 아멜리아의 목소리가 그 안에서 울려 퍼졌다.
001
성이 붕괴하여 잔해가 남은 자리에서, 사샤도 아멜리아도 옥좌 뒤에 웅크렸던 몸을 일으켜 주변을 바라본다.
마왕성은 정말로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큰 피해를 본 것인지, 주변에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성의 폐허와
그 와중에 옥좌와 그곳에 앉아있던 남자는 멀쩡한 것이었다.
"크, 클레온!?"
그리고, 클레온의 무사를 확인하기 위해 그들이 발을 내디디면.
"후우..."
그곳에는, 손으로 맥스웰의 악마를 움켜쥐어서 더는 솜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클레온의 모습이 보였다.
"으으..."
그리고, 마력을 한계까지 소모한 맥스웰의 악마는 더이상 아무런 말도 못한 채 축 늘어져서 클레온의 손에 붙들려 있었다.
아멜리아도 사샤도,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클레온에게 달려가지만.
클레온의 몸에도 이곳저곳에 그을린 흔적이 있었다.
마치, 아까 전 마왕성의 정문을 때려 부쉈을 때처럼 말이다.
"클레온, 괜찮나요?"
"괜찮아 괜찮아. 녀석의 마법의 틈에서 틈 사이로 왜곡을 연속으로 사용해서 피해 갔으니까. 조금 스친 것뿐이야."
"그, 그 마법에 조금 스친 건 치명상인데요!?"
사샤가 당황해서 목소리를 높이지만 클레온은 괜찮다는 듯이 그녀에게 대답하고 손에 들고 있는 맥스웰의 악마를 내려다본다.
"이봐. 아직 말할 수 있냐?"
"젠장... 맥스웰 님의 원수에게 당하다니... 분하다...!"
죽기 일보 직전이라는데도, 꽤나 유창하게 말을 하는 녀석을 바라보며 클레온은 대답한다.
"... 녀석은 너를 버린 것 아니었나?"
"... 그걸 어떻게..."
맥스웰의 악마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클레온은 머리를 긁적인다.
"마검사의 안 좋은 부분이지. 알고 싶지 않은 상대의 과거라도, 마력이 교차하는 순간 조금 엿보게 되니까. 원래라면 각인이 필요한데... 너는, 호문클루스라 조금 특이한 것 같군."
"... ..."
클레온의 말에 맥스웰의 악마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그를 노려보았다.
"그래! 네 말대로 나는 맥스웰님에게 버려졌다!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거야! 그분은 내 창조주야! 나는 그분을 위해서라면 어떤 노력이라도 할 수 있어!"
"... 그럼, 녀석을 배신할 수는 없다는 건가?"
"...그래!"
조금 뜸을 들이지만, 이내 결의한 태도를 보이는 악마에게,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었다.
"널 만든 건 맥스웰이 아니야."
"...어?"
하지만, 클레온의 대답에 맥스웰의 악마는 두 눈을 크게 뜬다.
무슨 소릴 하는거지? 라고 하듯이 악마가 클레온을 바라보면, 그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이야기 한다.
"...너는 원래 다른 곳에 깃들어있던 마도핵의 인격이야. 맥스웰은, 그걸 초기화해서 지금 네가 쓰고 있는 봉제인형에 넣은 것에 불과해."
클레온의 말에, 악마는 다시 한 번 맥스웰과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유물속에 잠들어있던 인격 핵을 사용한 호문클루스의 제조... 간단한 방법으로 만들어보았지만 이건 기대이하로군요... 당신의 능력은 기록상의 것보다도 훨씬 낮습니다.'
그것이 그런 의미였던 건가, 하고 악마가 경악한 표정이 되면 이내 고개를 젓는다.
"어, 어째서... 그런 걸 네가 알 수 있는 거야?"
"마검사의 능력은, 본인이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도 읽어낼 수 있어. ...아무리 그래도 접촉한 시간이 짧아서 그 이상은 무리였지만."
"그, 그런..."
지금까지, 자신의 맥스웰의 피조물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맥스웰의 악마는 혼란스러운 듯이 풀이 죽어있었다.
"...클레온 씨. 그러면, 이 마물 아니 호문클루스는, 원래 어떤 존재였나요?"
"응? 아아... 원래는 무언가의 계산을 돕기 위해서 만들어진 물건이었던 것 같아."
사샤의 질문에 클레온이 그렇게 대답하면 맥스웰의 악마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클레온을 올려다본다.
"...혹시, 내 진짜 이름도 있었어? 그 기억 속에."
"그래."
클레온의 대답에 호문클루스는, 존재하지 않는 심장이 두근 하고 뛰어오르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알, 았어. ...너희들에게, 협력할게. 내가 알고 있는 회귀자들에 대한 정보, 그리고 그들이 어디에서 누구와 무얼 하려 했는지도 이야기할게. 대신에, 내 이름을 먼저 알려줬으면 해."
그리고,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고민의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조용히 클레온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클레온은 그의 부탁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이름을 되돌려준다.
"...네 이름은, '슈뢰딩거'야."
"슈뢰딩거... 슈뢰딩거! 그래 맞아! 그게 내 원래 이름이었어! ...그렇다면 정말로, 나는 맥스웰 님 아니 맥스웰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란 말이야!"
그가 기쁜 듯이 클레온의 손에서 꿈틀대면, 벌어진 상처에서 솜털이 빠져나오려고 한다.
"진정해. 그 이상 하면 솜이 다 빠져나갈 거다."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나서야, 겨우 움직이는 것을 멈춘 슈뢰딩거.
"고마워... 고마워 인간! 아니, 클레온이라는 이름이지!"
"...그래. 어디까지나 거래니까 이야기해줬을 뿐이야."
클레온은 슈뢰딩거의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그대로 그를 붙잡은 채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면, 이제 네가 대답할 차례야. 회귀자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지만, 그 다음 순간.
슈뢰딩거를 손에 들고 있던 클레온의 몸에서 힘이 빠지더니 뒤로 쓰러져 버린다.
"크, 클레온 씨!?"
"인간!?"
사샤가 재빨리 그를 받아내지 않았더라면, 머리부터 부딪혔을지도 모른다.
아멜리아가 재빨리 그에게 다가가, 그의 몸 상태를 살피면
"마력 고갈이에요! 루베라의 왜곡을 그렇게 연속으로 썼으니... 지금 당장에라도 마력을 회복시켜야 해요. 어딘가에서 조금 쉴 수 있는 공간이"
그렇게 말해나가던 아멜리아가, 클레온의 손에 들려있는 슈뢰딩거를 바라보며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어쩌죠?"
아멜리아가, 지금에라도 거울 공간을 빠져나가야 하나 이야기하면, 사샤는 고개를 저으며 슈뢰딩거에게 이야기 한다.
"... 거울 세계라면, 어떤 공간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었죠? 슈뢰딩거?"
"... 그, 그런데?"
사샤의 말에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눈치챈 듯, 슈뢰딩거가 더듬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멜리아도 사샤를 바라보면서,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면
"...만들어 줬으면 하는 공간이 있어요."
조금, 낮은 목소리로 얼굴을 붉히는 사샤의 말.
그리고, 잠시 뒤, 아까까지 마왕성의 폐허가 있던 곳에
작은 방 하나가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