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6화 〉 긍지와 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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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하고 거울이 흔들렸다고 생각하면, 금색 테두리의 거울의 표면이 빛나면서 누군가의 손이 쑤욱 하고 빠져나온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클래온으로, 주변을 슬쩍 살피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창 밖을 내다보면 아직 밝은 것이어서, 안에서 보냈던 시간을 생각하더라도, 그다지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좋아. 노인도 없는 것 같아."
클레온이 그렇게 밑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면서 몸을 완전히 바깥으로 꺼낸 뒤, 다시 한 번 손을 그 안으로 넣으면.
그 손을 붙잡는 작은 손.
아멜리아는 아래에서 사샤에 의해 밀어 올려지며, 클레온에 의해 끌어올려 진다.
바깥으로 조심스럽게 나온 그녀의 한쪽 손에는 밧줄을 들고 있었다.
그 밧줄의 끝에는, 아직도 잠들어있는 가게의 점장이 묶여 있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사샤는 가볍게 점프하여, 자신의 힘으로 거울을 잡고 빠져나온 뒤.
클레온이 아멜리아가 들고 있던 밧줄을 끌어당기는 것으로 점장의 몸을 거울에서 빼낸다.
"고맙다 거울! 이걸로 거울 세계는 다시 안정이다 거울!"
"잘 있으세요 관리 거울씨."
감사의 인사를 표하는 관리 거울에게, 사샤가 손을 흔들면.
파문처럼 일렁이던 거울의 표면이 다시 평범한 유리로 바뀌면서 세 사람의 모습을 비추는 것이었다.
"회귀자들에 관한 것은 캠프로 돌아가서 듣도록 하지. 슈뢰딩거."
"알았다구... 대신, 도착하면 제대로 꿰매줘야 해."
그리고, 클레온의 주머니 속에서 얼굴을 빼꼼 내미는 슈뢰딩거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뒤, 점장을 카운터에 기대게 두는 것이었다.
"가서 노인과 이야기를 하고 올게. 두 사람은 여기서 그가 일어나면 사정설명을 해 줘."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 하면, 아멜리아와 사샤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가게의 바깥으로 나가면, 문의 옆에는 노인이 계단에 앉은 채로 멍하니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 것을 들은 것인가, 그가 클레온을 바라본다.
"뭐냐. 안쪽에서 조금 덜컹거리더니. 끝난 거냐?"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그의 눈은 조금 의심의 눈초리였지만.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네. 마물은 이제 없습니다. 그리고... 점장도 찾았습니다."
"뭐!? 그 녀석을 찾았다고!?"
그의 말에 깜짝 놀란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건물 주인은 허겁지겁 계단을 마저 오르더니 문 너머를 바라본다.
그리고 클레온이 말한 대로 가게의 점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기절해 있는 것을 보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된다.
"이걸로 의뢰는 완수입니다. 약속한 대로, 안에 있는 물건을... 음. 하지만, 점장이 멀쩡히 있으니, 사는 것은 그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까요?"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야...?"
노인은 정말로 예상 밖이었다는 듯 클레온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가게 안에 숨어 있었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루이스의 거울에 관한 것이나, 그가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다고 이야기해도 됐겠지만, 사람을 빨아들이는 거울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그런 거울을 위험시해서 유물을 파괴할 우려도 있었다.
관리 거울은 이제, 거울의 문을 닫아놓는다고 했으니 그렇게 쉽게 사람이 빨려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슈뢰딩거도 남자의 거울에 빨려 들어갔다는 기억을 지워서, 정말로 가게에 숨어있었다는 기억으로 바꿔두었다고 했다.
슈뢰딩거에 관한 것이 알려지면, 여러모로 귀찮아질 것이 뻔했으니까.
"그 녀석... 내가 혹시라도 가게에 숨어있을까 봐 가게를 샅샅이 뒤졌는데... 끄응... 아니, 뭐. 어쨌든 돈을 낼 녀석이 돌아온 것은 사실이니 기뻐할 일이지만..."
노인은 복잡한 심경으로 팔짱을 낀 채 끙끙대다가, 이내 클레온을 돌아본다.
"...어쨌든. 네 말대로 의뢰는 완수한 것 같구나. 게다가, 저 녀석까지 찾아오다니. 시킨 일 이상을 해냈어."
조금은 클레온을 인정하는 듯, 말투나 목소리가 온화해지는 것이었다.
클레온은 그런 노인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답할 뿐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겪어왔던 여러 의뢰인 중에서는, 의뢰가 시작하기 전부터 클레온의 종족을 보고 거만한 태도, 또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며.
클레온의 무사히 의뢰를 완수해서 당초의 목적을 이뤘음에도, 매도나 비난을 서슴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는 보수를 주지 않겠다고 버티기도 했겠지만, 그런 인간은 클레온이 손을 대지 않더라도 길드 사무소에서 강력한 제재가 들어간다.
그런 이들에 비하면, 눈앞의 노인은 조금 보수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지만, 남의 공적을 인정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좋아. 약속은 약속이다. 저 안에 있는 물건 중 하나를... 끄응... 그냥 가져가라."
원래의 계약이라면, 노인에게서 사야 한다는 것이었겠지만, 노인은 조금 고민하는 눈치를 보이더니 클레온에게 그렇게 이야기한다.
"...괜찮은 겁니까?"
"말했잖냐. 시킨 일 이상을 해줬다고. 그렇다면 보수도 약속한 것 이상을 주는 게 맞겠지. 저 녀석을 붙잡아 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해라."
노인의 말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바깥에서 기다릴 테니, 물건을 가지고 빨리 떠나라고 재촉한다.
클레온은 알겠다면서, 노인의 투덜댐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가게 안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방금 그 노인이 이 건물의 건물주야?"
슈뢰딩거가 주머니에서 얼굴을 내밀면서 그렇게 물어보면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원래는 이 가게에 있는 마물을 상대해주는 조건으로 물건을 하나 구매할 예정이었거든."
"흐응, 그렇구나. 그 노인, 엄청 안심해 하던데."
"그야, 건물세를 안 내고 도망간 점장이 잡혔다고 하니까, 그런 거 아닐까? ...원인을 따져보면 너 때문이야."
슈뢰딩거에게 클레온이 손가락을 올리자 슈뢰딩거는 '실밥이! 솜이!'하는 식으로 비명을 질렀다.
"클레온 씨, 그러면 이제 케이지를 살 수 있나요?"
슈뢰딩거와 문 앞에 서서 대화를 나누던 클레온에게, 사샤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 반, 기대되는 표정 반으로 다가온다.
"응. 정확히는, 그냥 준다고 하셨어. 이 남자를 되찾아온 보답이라면서 말이야."
클레온이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대답하면, 사샤의 얼굴이 단번에 환해지는 것이었다.
"다행이네요, 사샤."
"네!"
아멜리아도 그런 사샤에게 이야기하고, 사샤가 기운차게 대답하면.
"끄윽... 윽... 여기는..."
그 때 카운터에 기절해 있던 점장이 천천히 눈을 뜨는 것이었다.
"아. 일어났군 저 녀석."
슈뢰딩거가 그렇게 중얼 거리면, 재빨리 주머니 속에 숨는다.
원래의 기억 대신에, 가게 내에 숨어있다가 클레온에게 들켜 도망치려 했다는 기억을 심어두었기에.
기억을 조작한 슈뢰딩거 본인의 모습이 보이면, 암시가 약해질 수도 있었다.
"일어났나."
"너, 너는! 아까 내가 도망치려는 걸 막은 녀석!"
"... 그래."
정확히는 구해준 것이지만, 회귀자와 연결되어 있는 이 남자에게 클레온은 좋은 인상은 없었다.
"너, 알고 있어... 분명, 클레온이라는 이름의 흑마의 일족 모험가지... 네가 어째서 여기에!"
"...나도 네 정체를 알고 있다. 휴즈 우드녹커 후작의 부하 혹은 그와 함께 회귀자와 일을 하던 녀석이지?"
"큭...!"
클레온의 짐작과 지적은 정확한 것이었는지, 남자는 클레온에게서 휴즈의 이름을 듣고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그래... 네가 그 분을 돌아가시게 하고 난 뒤, 나는 아주 큰 일이 났었다고! 지금까지는 그분이 소개해주시는 커넥션으로 유물을 팔아넘기는 중간상의 역할을 하는 걸로 벌어 먹고살았는데...!"
"우와..."
사샤는 그런 말을 자랑스럽게 내뱉는 점주를 보더니 조금 식겁한 얼굴이 되어서 그를 바라본다.
클레온 역시 차가운 표정이 되어 남자를 바라본다.
"네가 다루는 물건은 단순한 장물이 아니야. 잘못 다루면 끔찍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다."
"하, 하아!? 귀족들이 그런 걸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다들 그걸 알고 있어도 사가는 거야!"
남자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느냐는 듯, 클레온에게 대답한다.
더이상 들을 이야기가 없다는 얼굴이 되어, 클레온이 고개를 저으면.
아멜리아가 그에게 질문한다.
"당신, 왕국 출신인가요?"
"뭐? 그, 그렇다만... 잠깐. 네 얼굴...?"
남자는 가까이 다가온 아멜리아의 얼굴을 보고 그녀가 누군지 알아챈 것인지 놀란 얼굴이 되어 눈을 크게 뜬다.
"...아가씨, 상대하실 필요 없습니다."
클레온이 빠르게 개입하여 그녀의 얼굴을 가리려 하지만, 아멜리아는 고개를 젓는 것이었다.
"아뇨."
아멜리아는 조금 단호하게 이야기하더니 남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 한다.
"당신이 한 일은, 왕국뿐만이 아니라 다른 주변 국가에도 위험을 낳아 잘못하면 국가적인 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것을, 이익을 위해서 귀족들에게... 당신에게는 상인으로서 물건을 다룬다는 프라이드 같은 것은 없나요!"
"그, 그런 걸 나에게 말해도...! 나는 그저, 시킨 대로 일할 뿐이었다고! 회귀자들과 거래하던 건 후작님이야! 내가 아니라!"
철썩!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아멜리아의 손바닥이 남자의 뺨을 후려친 결과였다.
10살 소녀.
성령의 힘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 힘은 또래의 여자아이들과 비교해서 조금 강한 편이니.
남자의 머리는 강한 충격으로 울리면서 돌아갔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 스스로가 옳지 못한 일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아멜리아의 분노한 목소리가 가게 안에 울리면, 클레온도 사샤도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다.
"...당신이 번 돈의 일부는, 분명 휴즈 후작에게 돌아갔겠죠. 그리고, 그것이 또 회귀자들에게 흘러갔을 것이고. ...당신이 한 짓은 결국, 세계에 위험을 낳는 이들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데에 일조한 것입니다."
"왕국의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이런 곳에 가게를 낸 것도, 왕국 내에서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겠지."
클레온의 말에 남자는 얻어맞은 볼에 손을 올린채로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본다.
"...뭐, 남은 돈이 없다면, 어느 쪽이든 그 노인이 너를 알아서 하겠지."
"자, 잠깐. 노인? 무슨"
남자가 몸을 일으켜 가까이 있던 아멜리아를 붙잡으려고 하면, 클레온이 재빨리 그의 몸에 뇌격을 박아 넣었다.
마나 쇼크에 의해 다시 한 번 정신을 잃은 남자가 힘을 잃고 쓰러지면 클레온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몸을 돌린다.
"가자, 아멜리아. 사샤. 우리는 케이지를 가지고 가면 돼."
"... 네."
클레온의 말에 아멜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사샤도 그 뒤를 따랐다.
슈뢰딩거는 슬쩍, 얼굴을 내밀어 다시 한 번 남자를 보고는, 다시 클레온의 주머니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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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 + 인형 하나가 캠프로 돌아왔을 때는, 해가 서서히 수평선 너머로 넘어가기 시작할 때였다.
주황색으로 물든 하늘 밑에, 쿠온이 캠프 바깥까지 나와서 일행을 맞이했다가, 마차에 연결된 짐차에 실려있는 케이지를 보더니 놀란 얼굴을 하는 것이었다.
"커, 커다라네... 그리폰의 알도 크지만, 우리도 저렇게 큰 게 필요하구나..."
"마수용이니까 말이야."
마차에서 내린 클레온은 돌아오는 도중에 잠든 사샤를 조심스럽게 등에 업는다.
여러모로 지쳐있을 테니, 그녀는 오늘 일찍 쉬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아멜리아."
그리고 돌아오는 도중 조금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던 아멜리아의 이름을 부르면 그녀는 천천히 클레온을 돌아보았다.
"...괜찮아?"
"네. ...괜찮아요. 될 수 있으면, 왕국군에 넘기는 것이 좋았겠지만."
"...녀석의 고객리스트는 챙겨왔어. 이걸 나중에 쓸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서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것은, 클레온이 가게를 나오기 전에 대충 뒤지더니 찾아낸 고객들의 서류였다.
그 남자는, 자신의 고객들이 얼마나 거물인지 알면서도, 그것을 눈에 띄는 곳에 보관해 둔 것일까.
한숨이 나오는 이야기였지만, 그 안에 쓰여있는 귀족들의 이름이나, 상인들의 이름.
또 몇몇은, 성씨에 '칼데아리스'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인물들 즉, 왕족이었다.
그런 리스트가 동방국의 시골 도시에 있는 잡화점에서 발견된 것이다.
"제가 ..."
아멜리아는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이내 그만두고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쓴웃음을 지으면서 마차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죄송해요 클레온. 걱정 끼쳐 드려서."
"아멜리아 정도의 나이의 어린이는 어른에게 걱정을 끼쳐도 괜찮아. 그리고 그런 걱정이라면 언제든지 해줄 테니까."
클레온이 장난 스럽게 이야기 하면 아멜리아는 작게 볼을 부풀리더니, 이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저도 먼저 씻으러 가볼게요."
클레온에게 작게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를 하고 천막 근처에 있는 간이 샤워룸으로 향한다.
"여기, 욕실이 없으니까 샤워 밖에 못하는 게 조금 불편하지?"
클레온이 그런 아멜리아를 시선으로 쫓으면서 쿠온에게 이야기 하면 쿠온은 응? 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아 하하.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어. 엘레시아에 있을 때도 숙소가 숙소다 보니까, 샤워만 할 때가 많았으니까. 오히려, 목욕을 못해서 불편해하는 건 라일라가 아닐까? 그 약탕 욕조 말이야."
"...아아 그것도 그런가."
클레온도 쿠온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케이지를 설치할 테니까, 쿠온을 침대로 옮겨줄래?"
"응. 알았어. 알은 지금 라일라와 아티스 씨가 같이 보고 계셔."
조심스럽게 클레온에게서 사샤를 넘겨받은 쿠온이 그렇게 이야기 하면, 클레온도 알겠다고 대답한 뒤 그녀가 마차의 곁을 떠나면서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슈뢰딩거에게 말을 걸었다.
"슈뢰딩거. 지금부터 만나러 갈 사람들은... 조금 위험한 녀석들이다. 너를 보자마자 해부해 버리려고 할지 몰라."
"뭐!? 그런 녀석들이랑 만나야 하는거냐고!"
슈뢰딩거가 단번에 겁에 질려서 주머니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으려고 하면 클레온은 이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네가 회귀자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그 정보를 넘겨주겠다고 그 녀석들에게 직접 이야기 하면. 그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거다."
"오, 오우... 알았어. 하지만, 내 몸을 꿰매는 건..."
"미안하지만, 그 뒤야."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면서, 짐마차에서 케이지를 조심스럽게 땅으로 내린뒤, 라일라와 아티스가 있을 조사본부 캠프로 향했다.
입구를 대신하는 천막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좋아! 그 각도야 그 각도! 아니, 오른쪽으로 1도 틀어졌잖아! 똑바로 해!"
"죄, 죄송합니다! 라일라 치프"
"너는 거기서 뭐 하고 서 있어! 세팅이 왜 이따구야! 1번과 3번 마도석의 배치가 거꾸로잖아!"
"히익! 죄송합니다 치프!"
의자 위에 올라간 채, 다른 조사캠프의 직원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잠시 고개를 슬쩍 내밀어 캠프의 안 쪽을 보면
조사캠프의 사람들이 다 같이 그리폰의 알에 달라붙어 주변에 무슨 장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치프?"
클레온이 그녀를 부른 조사대의 호칭을 빌려서 목소리를 내면.
라일라가 의자의 위에 선 채로 클레온을 돌아본다.
"뭐야! 빨리 돌아왔네 클레온?"
어디서 난 것인지 눈에 선글라스까지 낀 채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라일라의 모습이 보였다.
"왜 치프라고 불리고 있는 거야?"
"몰라? 그냥 이것저것 지시하다 보니까 그렇게 불리던데?"
아무래도, 라일라의 귀신같은 위압감에 자신들도 모르게 상사 취급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면서 슬쩍, 다시 그리폰의 알을 바라보더니 라일라에게 질문한다.
"...뭐하고 있는거야?"
"발굴 허가가 날 때 까지 조금 시간이 나서 말이야. 그리폰의 알을 좀 더 건강한 개체가 태어날 수 있도록 부스팅하고 있었어."
"...그런 게 가능하단 말이야?"
클레온의 질문에 라일라는 폴짝, 의자에서 내려오면서 이야기 한다.
"물론이야. 어떤 생물들 특히 마수라면 더욱 그렇지만. 태어나기 전의 환경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금 하고 있는 건, 인공적인 엘리멘탈 크로스를 만들어서, 알 상태에서도 마력 흡수량을 올릴 수 있는 마도구를 제작하는 중이었어. 아, 그러고 보니 케이지는?"
"바깥에. 우리들 텐트 옆에 설치해 뒀어. ...그보다도, 할 이야기가 있는데. 아티스는?"
"저 쪽."
클레온이 아티스의 행방을 묻자, 라일라가 한쪽을 가리킨다.
그러면 그곳에서, 아티스는 느긋하게 국수를 먹고 있는 것이었다.
"...자기들 부하가 라일라에게 부려지고 있는데 태평하군."
"뭘. 자기가 할 일을 내가 대신해주고 있는 거지."
라일라는 어깨를 으쓱인 뒤, 직원들에게 이야기 한다.
"나머지는 설계도 보고 해. 나는 클레온이랑 이야기를 하고 올테니까. 8번 공정까지 마쳐놔."
"네 치프!"
목소리에서 긴장과 존경, 그리고 충성심이 절로 묻어나는 듯한 그들의 목소리에 클레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라일라와 함께 아티스가 있는 곳으로 간다.
"돌아왔구나 클레온. 데카르트 아가씨는 어때?"
국수의 국물을 들이킨 뒤, 푸하, 하고 따뜻한 숨을 내뱉은 아티스가, 반쯤 뜬 눈으로 클레온을 올려다보며 묻는다.
그녀의 표정, 만면의 미소는 아니었지만, 어딘가 클레온의 반응을 기대하고 있는 듯했다.
"별일 없었다. 데카르트 가문에 관한 것도 들었고."
클레온이 일부러라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으려 하자, 그녀는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면서 턱을 괸다.
"쳇, 재미없게 굴기는."
"그리고... 네가 추천해 준 케이지를 구입한 가게."
"아아, 거기. 신기한 유물이 많았지?"
"...그 가게의 정체도 알고 있던 건가?"
클레온의 질문에 그녀는 휘파람을 한 번 분다.
"내가 신고해서 어떻게 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왕국인이거든. 그러면 동방국이 개입하기 힘들어지니까 말이야. 게다가, '보호받고 있던 녀석'이잖아? 그 녀석."
"... ..."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한숨을 내쉬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슈뢰딩거의 실밥이 터지지 않도록 그를 손 위에 올려서 두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응...? 뭐야 그 녀석? 사역마?"
클레온이 손에 든 것을 본 라일라가 먼저 관심을 보여서 얼굴을 가져가면
"아니. 이 감각은 호문클루스네, 하지만... 핵이 조금 이질적이라고 할까."
아티스 역시, 슈뢰딩거의 모습이 흥미롭다는 듯이 안경을 고쳐 쓴다.
"자, 잠깐."
그리고, 슈뢰딩거가 그렇게 말하면서 물러나려고 하자, 라일라와 아티스의 얼굴이 동시에 '히죽'하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머어머어머! 귀여운 인형이네! 클레온, 이거 선물이야?"
"안에는 뭐가 들었을까! 꺼내보고 싶네~"
라일라와 아티스가 동시에 슈뢰딩거를 향해 손을 뻗지만, 클레온이 그것을 제지한다.
"...기다려. 이 녀석은 너희들의 장난감이 아니야."
"뭐?"
"체엣."
클레온은 그런 두 사람의 대답에 한숨을 내쉬고는 이어서 이야기 한다.
"...이 녀석은 회귀자 맥스웰에 의해 만들어진 호문클루스야. 하지만, 그 핵은 좀 더 고대에 다른 것을 위해 만들어진 핵을 유용한 것이지. ...우리들에게 회귀자들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로 약속했어. 그렇지? 슈뢰딩거."
"그, 그래. 아가씨들. 나는 이 쪽의 무서운 형씨가 보호해주는 몸이니까.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말아!"
클레온온의 팔에 달라붙은 채 오들오들 떨면서 대답하는 고양이 인형을, 라일라와 아티스는 바라보면서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네"
"알겠습니다"
하고, 느릿하게 대답하는 것을 보며, 클레온은 속으로 혀를 찬다.
절대로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슈뢰딩거. 그러면, 말해줘. 네가 알고 있는 회귀자들에 관한 것을."
"아, 아아... 알았어."
클레온의 부탁에, 슈뢰딩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세 사람을 향해 입을 연다.
그의 안에 있는 정보는, 클레온들에게 유용할 것인가.
그 뚜껑을 열어볼 때 까지는, 아직 완벽하게 판단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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