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7화 〉 이용 가치와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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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먼저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말해줄 테니까 잘 들어."
슈뢰딩거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 앞에 앉아있는 세 명의 인간을 돌아본다.
라일라도 아티스도, 아까까지는 어떻게 하면 슈뢰딩거를 분해해서 연구해 볼 수 있을까 고민하며 히죽거리고 있었지만, 이야기가 시작되려고 하면 진지한 표정이 되어 슈뢰딩거를 바라본다.
그 부분만큼은 안심할 수 있겠지, 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니까.
"나를 만든 맥스웰을 포함하여, 회귀자에는 네 명의 간부가 존재해. 맥스웰이 죽어버렸으니, 지금은 세 명이 되어 버렸지만 말이야."
"맥스웰, 라플라스. 그리고... 데카르트. 마지막 한 명의 이름은 모르겠는데."
라일라가 그렇게 대답하면, 아티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슈뢰딩거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마지막 한 명은 '다윈'이라고 불리는 여성이야. 본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다윈... 다윈.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야."
슈뢰딩거의 말에 라일라가 곰곰히 생각하는 듯이 하고 있으면, 아티스는 자신의 안경을 고쳐 쓰며 대답한다.
"다윈은 본명이야. 성과 이름은 다윈 슬라이넨."
"슬라이넨...?"
클레온이 그녀의 대답에 아티스를 돌아보면, 아티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맞아, 나와 같은 가문 출신의 학자야. 약 700년 전의. 나에게 있어서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큰이모. 정도 되려나?"
"맞아! 다윈 슬라이넨...! 진화학을 연구했던 학술원 출신의 천재!"
"하지만, 700년 전이라니. 그녀는 엘프라도 되는 건가?"
클레온이 그렇게 질문하자, 아티스는 고개를 젓는다.
"아쉽게도. 순수한 인간이야. 그녀가 만약에 아인종이나 장수족과의 혼혈이었으면, 나도 조금은 오래 살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 ..."
어깨를 으쓱, 하고 대답하는 그녀의 말에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그녀에게 질문한다.
"그녀에 대한 것은, 알고 있던 건가?"
"물론이야. 다윈 슬라이넨은 나 이전의 슬라이넨 가문이 배출한 사상 최고의 천재 과학자였어. 덤으로 엄청난 미녀였다는 것 같아서, 귀족들로부터 구애 섞인 스폰서 제의를 많이 받았다는 것 같아. 뭐. 그 덕분에 우리 가문은 지금까지도 유복하게 사는 것이지만 말이야."
후후, 하고 아티스가 안경을 다시 한 번 고쳐 쓰지만, 그녀의 입가는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알고 있어 클레온. 너는, 내가 그녀가 회귀자인지를 알고 있었냐고 물어본 것이겠지?"
"아아. 알고 있었다면, 어째서 알려주지 않은 것인지를 듣고 싶었을 뿐이야."
"그렇다면 대답해줄게. 다윈이 회귀자의 일원인 줄 알고 있었는가. 물론, 알고 있었어. 그렇다면 어째서 대답하지 않았는가. 정말 그것밖에 몰랐기 때문이야."
아티스는 너무나도 당당한 태도로, 그녀에 대해 아는 게 없었으니까 알려주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오해하지는 말아 줘.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만큼은 알고 있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700년 전의 사람이야. 슬라이넨 가문도 그녀가 회귀자라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연을 끊고 지내고 있고. 나도 직접 만난 적은 없어. 옛날 동화에 나오는 조상님 같은 사람이지. 내게 있어선."
그렇게 이어서 말하고는, 클레온을 조용히 바라보면서 이야기한다.
"그러니, 의심하지 말아줬으면 해. 나도, 회귀자 녀석들은 싫어하니까 말이야."
"...아아. 물론이야. 의심은 하지 않았어. 의문이 있었을 뿐이야."
클레온이 그렇게 대답하면 라일라는 헛기침을 하며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없앤다.
"뭐, 뭐어. 어쨌든. 그 다윈이 회귀자라는 사실은 놀랍네. 지금 살아있다는 것은 더 놀랍고."
"진화학. 이라고 했던가. 처음 듣는 학문이군."
그 질문에 라일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야 물론이야. 정확하게 말하자면, 진화학이라는 것은 역사상에서 다윈 혼자만이 연구했던 학문이거든. 그 목적은, 인간의 강제적인 진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인간을 인간에서 더욱 고차원의 무언가로 바꾸는 것을 연구한 거야."
"...수상한 걸. 전생의 의식 같은 것인가?"
"맞아. 하지만 보통 그런 것을 연구하는 이들이 과학이면 과학, 마법이면 마법. 한쪽에 의존하던 것에 비해, 그녀는 과학과 마법을 융합시킨 인체 실험을 반복했다고 해. 지금에 와서는 완전히 아웃이지만... 그때는 그런 게 허락되던 시절이었거든."
같은 연구자로서, 인간의 윤리 도덕을 무시한 연구를 반복했던 다윈에게는 라일라도 혐오를 느낀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린다.
"그래서 표면적인 역사에서 그녀는 잘 등장하지 않아. 학문에 관심이 있으면 생물학의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한 번은 눈에 들어오는 이름이지만 말이야."
"뭐. 나도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는 한번도 못 들어본 이름이었지."
라일라가 아티스의 말에 맞장구를 치면 슈뢰딩거는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한다.
"그, 그 정도로 대단한 할머니였던 건가... 그 노파..."
"다윈에 관해서는 잘 알겠어.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겠지?"
"무, 물론이야!"
클레온에게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처리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목소리를 떨면서 대답하는 슈뢰딩거.
"나는 맥스웰이 있던 회귀자들의 본거지인 '회귀의 관'에 있었어. 그러니까, 그 곳의 위치를 알고 있다구."
"드디어 좀 눈이 따질 만한 정보가 나왔네.ㅇ"
라일라가 슈뢰딩거의 말을 듣고는 눈을 빛냈다.
"회귀의 관이라는 지명은 처음 듣는걸. 어디에 있고, 어떻게 해야 갈 수 있는 곳이지?"
"동방국에는 수많은 산이 존재하는 거 알고 있지? 그 중에서도, 거대한 지룡의 시체가 산맥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는 '사룡산맥'이 있어."
슈뢰딩거의 말에 아티스는 곧바로 탁자 위를 움직이더니, 전과 같이 환영으로 이루어진 지도를 띄운다.
이전에는 이 주변만을 표시하고 있었지만, 배율을 변경하면 동방국 전체의 지도로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동방국에서도, 수도인 아스테리스의 북쪽에는, 사람이 발을 들이기 힘들 정도로 굽이지고, 험난해 보이는 산맥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길이는 동방과 왕도의 국경 부분에서 시작해서, 쭈욱 이어져, 에라투스의 북쪽. 즉, 동방국 동쪽 끝으로 향한다.
아티스는 들고있던 펜으로 그 산맥을 가리키며 이야기 한다.
"이게 사룡산맥이야."
"여기! 심장 부분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슈뢰딩거가 꼬리로 가리키는 것은, 왕도의 북서쪽.
드래곤의 몸으로 보더라도, 심장이 있는 부근이었다.
"내 생각에, 녀석들은 사룡산맥에 묻혀있는 드래곤 하트를 노리는 게 아닐까? 드래곤 하트의 엄청난 마력이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과연... 일리는 있네."
슈뢰딩거의 말에 라일라도 그럴듯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지만 아티스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이야기 한다.
"사룡 산맥의 밑에 묻혀있는 것은 '드래곤'의 시체가 아니야."
"... 그럼, 전설이 잘못되었다는 거야?"
"그래. 전설이라는 것은 고고학자들에게 커다란 단서가 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선입견을 만들어서 진실을 알아내는 데에 방해를 하고는 하지."
어느샌가 가슴팍에 달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들어 입에 문 그녀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뒤지는 듯하다가.
화륵, 하는 불꽃과 함께 자신의 담배 끝에 불이 붙는 것을 바라본다.
클레온의 검지에서 만들어진 작은 불꽃이, 그녀의 담배에 불을 붙이면, 아티스는 입꼬리를 히죽 올리면서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사룡 산맥의 밑에 묻혀 있는 것은, 기계야. 원초 세계 시절에 만들어진 기계적 구조물. 그 잔해의 위에 수없이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혹은, 인공적으로. 돌과 흙들이 쌓이면서 산처럼 되어버린 것이지."
"저, 저기 묻혀 있는 게, 기계라고?"
클레온은 물론이고, 라일라조차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로 그 아래 있는 것이 기계라고 한다면, 너무나도 거대한 구조물이었으니까.
계승 세계의 고대 문명 중 가장 기술력이 발달했던 태양왕의 왕국에서조차, 저 정도의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동방국에서 가장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바로 저 사룡산맥이야. 당연히, 묻혀있는 유물의 수도 가장 많을 것이고... 고고학자들이 눈독을 들일만한 요소는 차고 넘치지. 저 안에 살고 있는 마물들의 위험도가 너무 높아서, 대부분 실패하지만 말이야."
아티스는 그렇게 이야기 한뒤, 연기를 한번 폐의 깊숙한 곳까지 빨아들였다가, 후우 하고 크게 내쉬면서 이야기했다.
"내 아버지도 사룡 산맥을 조사하다가 목숨을 잃었어. 그때 나한테 상속된 게, 같은 조사대의 사람들이 겨우 구해온 아버지의 노트야."
"... ..."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아티스를 잠시 바라보면, 아티스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한다.
"뭐. 거기에 회귀자가 엮여 있을 수도 있다고 조금은 생각하지만 말이야. 안 그래도 사람의 목숨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곳이었으니, 죽음을 각오했다고 생각해. 그 사람도. 어쨌든, 아버지의 노트에는 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알아낸 사룡 산맥의 정보가 있었어. 산맥의 쌓여있는 바위들의 밑에는, 거대한 기계 뱀이 존재한다고."
"거대한, 기계 뱀...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인 거지..."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아티스는 두 눈을 깜빡이면서 클레온에게 묻는다.
"...잠깐, 지금 건 비웃어도 될 부분이야. 고고학자라는 사람이 믿는 것이, 아버지가 남긴 노트이고, 자신이 확인한 것은 아니라는 건 말이야. 실제로 학회는 인정하지 않았고, 살아남은 아버지의 동료들도 입을 다물었으니까. 아직도 저 밑에 묻혀 있는게 드래곤의 시체라는 게, 일반적인 정설이라고?"
아티스가 자책하듯이 이야기 하면, 클레온은 그녀를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웃어줬으면 한 건가?"
"... ..."
전혀 웃음기가 없는 클레온의 대답에, 아티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나는 네가 한 말을 믿는다. 네가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 게다가, 회귀자들로서도 드래곤의 시체보다 원초 세계의 유물인 쪽이 더욱 의미가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그곳에 그들의 본거지가 있다는 것도 이해가 돼."
클레온의 대답에 아티스는 조용히 안경을 고쳐 썼다.
"뭐. 그렇지."
짧은 대답, 하지만, 어째서인지 조금 눈을 돌리고 있는 그녀를 보며 라일라는 한숨을 내쉬면서 이야기 했다.
"뭘 부끄러워하는 거야. 이 녀석이 그런 남자라는 건 당신도 이 며칠 사이에 알았잖아."
"아니... 응. 미안."
클레온이 두 사람의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하면, 슈뢰딩거는 입을 열었다.
"어, 어쨌든! 이걸로 나는 쓸모 있다고 판단된 거지?"
"뭐. 그러네. 적어도 회귀자들의 본거지가 어디 있는지를 안건 크다고 생각해. 이곳에서의 일이 끝나면, 직접 쳐들어갈 수도 있고 말이야."
슈뢰딩거의 확인에 라일라가 그렇게 대답하면, 봉제 인형 호문클루스는 안도의 한숨을 푸욱 내쉬다가 솜이 흘러나오는 것에 식겁한다.
"하지만 더 알고 있는 게 있는 거 아니야? 지금 말해버리는 편이 나중에 '그러고 보니!'라고 떠올리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인상 좋다구"
라일라가 그런 슈뢰딩거의 벌어진 실밥 틈으로 자신의 팬을 꾹 꾹 누르면서 이야기하자, 클레온은 슈뢰딩거를 잡아 올리면서 라일라에게 이야기 한다.
"그만 둬. 이 녀석은 일단 쿠온에게 맡겨서 수리해야 해."
"나한테는 안을 조사하게 해주지 않으면서!"
"수리와 조사가 같을 리가 없잖아."
라일라가 불만인 듯이 소리를 울리면 클레온은 당연하다는 듯이 짧게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일부터 황야를 발굴하는 건가?"
"맞아. 그를 위한 준비는 모두 마쳐놨어. 네가 챙겨온 지도 덕분이야."
아티스는 클레온의 질문에 대답하고는 클레온과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다가간다.
클레온은 조금 불안한 마음에 재빨리 그녀가 얼굴을 들이밀기 전에 한 발짝 물러나지만.
그 행위가 재미있다는 듯, 아티스는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경계하지 마 클레온. 그런 실례한 일은 더는 안 할 테니까."
"... 그런가."
클레온도, 아티스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조용히 멈춰서 미소를 지으면 아티스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의 불을 휴대용 재떨이에 비벼 끄고 이야기한다.
"고마워."
"지도인가. 뭐, 그 편이 일이 일찍 끝날 거로 생각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아티스는 클레온의 예상과 다르게 고개를 좌우로 저은 뒤 이야기한다.
"아니. 내 이야기를 믿어줘서 말이야."
"... ..."
"내가 고고학자가 된 것. 아카데미에서 쫓겨나듯이 뛰쳐나와 동방국에 온 것. ...전부, 아버지의 노트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야. 사룡 산맥의 탐색은 위험하다고 아직까지 미염공의 허락을 받지 못했지만... 이거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아티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클레온에게 손을 내민다.
악수를 청하는 것이라고 느낀것인지, 클레온이 그녀의 손을 마주 잡으면 아티스도 클레온처럼 미소 지으면서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 때는 꼭, 나를 도와줬으면 해. 사룡 산맥에 묻혀 있는 것을 확인하고... 회귀자들을 막기 위해서."
"─물론이야."
두 사람의 손이 작게 위 아래로 흔들렸다.
라일라는 그 모습을 턱을 괸 채로 바라보다가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아니. 아카데미에서는 쫓겨나듯이 아니라 진짜로 쫓겨난 거잖아."
"뭐 그건 그렇지만 말이야!"
그리고, 그와 동시에 클레온의 팔을 휙 끌어당기더니.
갑작스러운 배신으로 당겨진 클레온의 볼에 다시 한 번 아티스의 입술이 닿았다.
어디까지나 쓰디쓴 담배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면, 클레온은 멍한 표정이 되어 그녀를 바라보고.
"아~ 티~ 스~!!"
라일라의 지옥의 악마와도 같은 목소리와 함꼐, 아티스가 클레온에게서 떨어지면서 이야기 한다.
"지금 건 감사의 키스야!"
장난스럽게 웃는 소녀와 같은 그녀가 라일라를 피해서 도망친다.
"마검사 형씨... 당신... 꽤 하네."
슈뢰딩거는 조금 존경한다는 듯한 말투로, 클레온의 손에 쥐어진 채 칭송하는 것이었다.
001
사샤도 아멜리아도, 오늘의 원정은 조금 지치는 일이었는지 일찍 잠들어 있었고.
라일라는 아직도 아티스를 쫓아 다니는 것인지 천막에 돌아오고 있지 않으면.
클레온과 쿠온 두 사람은 천막의 안에서 조용히 마주 앉은 채, 쿠온이 슈뢰딩거를 위해 바느질을 하는 것을 지켜본다.
"헤에, 이런 호문클루스도 있구나. 왠지, 아카데미에 있는 라일라가 만들었던 이니스가 생각나네."
"아아. 나도야."
쿠온이 웃으면서 이야기 하면, 클레온도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쯤, 아카데미에서 라일라가 없는 저택을 지키면서 잘 있는 것일까.
베아트릭스를 도우면서 지내고 있다는 것은, 라일라와 베아 본인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 호문클루스라는 것을 알고도 다가오는 이들도 있었지만, 전부 '파파'가 있으니까 안 돼. 라고 매몰차게 거절해 버리는 듯 했다.
"...이니스 말고도, 많은 사람이랑 만나고, 헤어지고.. 엘레시아에서 평범한 모험가로 지낼 때 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을 만났던 것 같아."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엘레시아는 시골이었으니까 말이야. 멀리까지 갈 기회는 거의 없었지."
"응.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여행이 계속되면 또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겠지?"
쿠온의 말에, 클레온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엘레시아에서의 인연, 아카데미에서의 인연. 그리고 왕도에서의 인연. 그 모든 인연이 언제까지고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금의 쿠온은 잘 알수 있었다.
그것이 싫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만남에서 시작된 헤어짐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조금 슬픈 일이다.
"...아, 미안. 클레온. 아하하..."
괜히 분위기가 가라앉는 이야기를 한것일까, 라고 걱정하듯이 쓴웃음을 지어 보이는 쿠온.
하지만, 클레온은 그런 쿠온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 그런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언제든지 가능해. 동료니까."
"─응. 고마워. 하지만 정말로 괜찮아. 조금, 아카데미에서 사귀었던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으려나... 라던가. 엘레시아의 수녀님들은 건강하시나. ...같은 게 생각났을 뿐이니까."
편지를 보내서 안부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지금의 클레온과 쿠온 일행은, 왕국이 수배령을 내린 상태였다.
당연하지만 왕도에 있는 이들에게 편지를 보내면, 도중의 검문에 걸리게 될 것이다.
이렇다 할만한 방법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클레온이 골똘히 생각하고 있으면
"됐다. 이걸로 괜찮으려나?"
어느샌가, 바느질을 마친 쿠온이 손 위에 슈뢰딩거를 들어 올렸다.
"오오! 멀쩡해! 솜도 튀어나오지 않고!"
슈뢰딩거는 날개를 파닥거리면서 기쁜 듯이 날아올랐다.
"고마워 성직자 누님! 이걸로 나도 완전 부활이야!"
"완전히 부활한 너는 뭐가 가능한데?"
클레온이 순수한 의문을 품고 슈뢰딩거에게 그렇게 질문하면, 슈뢰딩거는 두 눈을 깜빡이다가 대답한다.
"... 생쥐나 벌레 정도는 잡을 수 있으려나..."
"고양이냐고..."
클레온은 그런 슈뢰딩거의 대답에 쓴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젓는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몸통도 만들어 볼까? 그러면 정말로 고양이처럼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몰라?"
쿠온이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이야기 하면 슈뢰딩거도 빙글 하고 돌았다가 클레온의 머리 위에 올라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명안인걸!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인간형이 좋을 것 같은데..."
"에? 하지만 고양이 쪽이 귀여운걸."
슈뢰딩거가 슬쩍 자신의 소망을 내비치지만, 쿠온은 고개를 갸웃 이며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는 듯이 대답할 뿐이었다.
"... 그, 그렇지~ 고양이 쪽이 귀여우니까~"
"응 응. 자, 그러면 우리들도 슬슬 쉬는 편이 좋을 것 같아. 내일은 새벽 일찍부터 발굴 작업을 한다고 했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쿠온, 클레온은 슬쩍 메인 캠프가 있는 곳을 바라본다.
'...늘 밤늦게까지 깨 있는 것 같던데, 캠프의 조수들... 대체 언제 자고 있는 거지?'
생각해선 안될 부분에 생각이 미치고 나면, 이내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는 사실에 고개를 젓는다.
클레온도,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에 슈뢰딩거를 올린 채로 자신의 천막으로 향한다.
"잠깐. 나는 형씨랑 같이 자는 건가!?"
"당연하지. 실수로라도 다른 곳으로 가지 마."
클레온은 그렇게 슈뢰딩거에게 못 박은 뒤, 자신도 옷을 갈아입고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하는 것이었다.
002
"...씨... 형씨!"
늦은 밤, 클레온은 자신의 귀에서 울리는 소리에 몸을 뒤척이다가 눈을 떴다.
잠을 방해받은 것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슈뢰딩거가 자신의 눈앞에서 조용히,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막 밖에 누가 와있어. 나야 잠을 잘 필요가 없으니까 조금 지켜봤는데... 아무래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
"어떤 녀석이지?"
"...그게, 잘 모르겠어. 인간인지 아닌지... 어쩌면 인공생명체...일지도 몰라. 캠프 주변을 돌면서 뭔갈 살피고 있었어."
클레온은 그 말에 몸을 일으킨다.
인공생명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틀 전, 자신들이 상대했던 보팔 래빗이라고 불리는 라플라스가 조종하던 녀석이다.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인 뒤, 쿨쿨 자고 있던 칼리번을 허리에 차고 천막을 나섰다.
그러자 그곳에는 슈뢰딩거가 말한 듯이 누군가가 로브를 입고 천막의 바깥에서 안쪽을 살피려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로브의 인물은, 클레온을 보자마자 몸을 경직시킨다.
하지만, 클레온이 바람처럼 다가가, 그 인물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팔을 붙잡으면 그 여파로 분 바람에, 로브의 후드가 벗겨지는 것이었다.
그 안에 있는 인물을 본 순간, 클레온의 눈이 커진다.
적갈색의 머리카락, 눈은 어두운 푸른색.
로브의 밑에 숨겨져 있는, 긴 머리가 풀려나오면서, 땅바닥까지 내려온다.
"아♡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격렬하네. 파파♡"
귀여운 프릴 메이드복을 걸친 그녀는, 웃으면서 클레온에게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굴은 어디까지나 무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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