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59화 (459/506)

〈 459화 〉 접시와 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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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하고, 이 세상의 것과는 어딘가 동떨어진 듯한 진동소리가 계속해서 주변에 울리면, 비행하는 원반접시들은 자신의 양쪽에 전개한 무기에서, 주변에 보이는 인간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발포를 시작한다.

생김새는 착실하게 대포이지만, 사람의 허리둘레보다 조금 넓으면서도 넓기는 프라이팬만 한 원반들에 달라붙은 채 그들이 문제없이 비행하는 것을 보면 사실은 장난감이 아닐까에 대해 의심하게 되지만.

쾅, 쾅! 하고, 폭발음이 울릴 때마다 터져 나오는 땅바닥의 흙더미들과, 라일라가 펼친 마력 장벽이 떨리면서, 그 표면에 불꽃이 튀어 오르면 사람이 저것에 맞으면 어떻게 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침입 대상 배제. 침입 대상 배제.]

아까부터 같은 소리를 반복하고 있는 원반 접시들이 가장 격렬하게 공격하고 있는 것은, 석판을 만진 뒤 나타난 비행 접시들에게 가장 먼저 쓰러져 비틀거리고 있는 이니스였다.

"으으... 아파~!"

"괘, 괜찮나요? 이니스."

자신을 일으키려는 아멜리아의 손을 붙잡으며 칭얼거리는 소리를 내는 호문클루스.

대포의 공격이 제대로 적중하기 직전, 발에 돌이 걸리는 바람에, 포탄이 그녀에게 맞지 않았다는 점은 행운이었지만.

"다, 다친 곳은... 없는 것 같네요."

"머리 뒤에 혹 났어요~"

이니스는 그런 말을 하며 자신의 머리 뒤를 문지르지만, 그때, 자신과 아멜리아를 노리고 빠르게 접근해 오는 비행물체를 보더니­

"아멜리아님! 숙이세요!"

그렇게 말하며, 피와 화염을 융합하여 만들어낸 화염의 플람베르쥬를 이용하여 자신을 괴롭히는 원반접시를 과감하게 베어버린다.

서걱!

마치, 뜨겁게 달군 나이프로 버터라도 잘라내는 듯한 거침없는 일격.

그 기세만큼이나, 당연하다는 듯이 접시는 표면에서부터 안쪽까지, 그리고 거기서부터 반대쪽의 표면까지를 일직선으로 막힘없이 절단당하면서 땅에 떨어지더니­

이내, 자신들이 사용하는 대포만큼이나 강렬한 폭발을 일으키며 잔해조차 남기지 않는 것이었다.

"으악!! 원형 접시가 폭발했다!"

라일라의 마력장벽 안에 있던 청년 조수가 그렇게 외치면 다른 이들도 비명 같은 것을 내지른다.

"호들갑 떨지 마! 저 녀석들의 폭발은 이 장벽 안에까지 들어오지 못하니까!"

"그게 아니라요! 저 안에 얼마나 많은 비밀과 기술들이 숨겨져 있을 텐데!"

"아... 그게 걱정인 거야...?"

라일라는 그런 조수들의 행동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어깨를 축 늘어트린다.

"가, 감사합니다, 이니스."

"후후. 뭘요! 마스터! 나는 아멜리아 님을 지키는 데에 집중할 테니까!"

손을 붕붕 흔들어 보이면서 라일라를 향해 소리치면, 라일라는 이마에 핏줄이 돋아나며 이니스를 향해 버럭 소리친다.

"이 사고를 누가 친건데!? 너는 끝나고 나서 벌 확정이야!"

"싫어~!!"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플람베르쥬를 들고 불꽃의 검무를 추듯이, 불의 검이 궤적을 그리면 마치 하루살이들처럼 떨어지는 비행접시들의 향연이 벌어진다.

"전투 출력이 꽤 높네."

다른 조수들과 함께 라일라의 마력 장벽 뒤에 숨은 아티스는, 이니스의 성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더니, 라일라를 올려다보며 이야기한다.

"그것뿐이야... 집안일도 좀 하는 것 같지만. 성격이 저렇고 너무 덤벙대는 건 메이드 호문클루스로서는 실격이라구. ...미안. 저 녀석 때문에, 너희가 방해받아서..."

라일라는 조금 분한 듯이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만약, 이 중에서 다치는 사람이 나온다면, 이니스를 만든 사람으로서,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자신의 피조물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한심함이, 표정으로 묻어나는 듯했다.

아티스는, 그런 라일라를 바라보면서, 머리를 긁적이고는 이야기한다.

"너무 그렇게까지 저 아이를 탓하지 않아도 돼. 이런 게 튀어나올 거라곤,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고."

아티스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오른손의 검지와 엄지를 써서 원을 만들어, 마치 망원경처럼 안경 앞에 가져간다.

그리고, 이니스와, 그녀를 노리고 달려드는 원형 접시들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어쩌면, 우리가 조사하더라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었어. 오히려, 너희들이 곁에 있을 저것들이 나타나서 다행이지."

"하지만­"

"게다가 말이야. 우리들의 조수들이 열심히 삽질하던 곳과는 정 반대의 곳을 파서 한번에 맞춘 거잖아? 운인지 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쓸만하다고? 저 아이. 그렇지 조수들?"

크크크, 하고 웃어보이는 아티스의 웃음소리에, 조수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몸을 부르르 떤다.

"정말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이야. 당신은."

"그런가? 나는 의외로 나 자신이 알기 쉬운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말이야. 그보다, 클레온을 도와주지 않아도 돼? 네 마법이라면 저 녀석들 쯤은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런 질문을 받은 라일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전장을 살피다가, 이내 한숨을 내쉰다.

"이곳은 유적 위잖아? 혹시라도 위력이 너무 높은 마법을 썼다가, 그 유적까지 휘말려 버릴 수도 있고... 뭣보다. 너희들 전원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려면, 준비나 계산에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마법사도 의외로 힘든 직업이네."

"의외는 필요 없는 수식어야."

라일라는 아티스의 말에 퉁명스럽게 대답하면서 한숨을 내쉬고는, 역시 조금은 클레온이 걱정된다는 듯이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등을 붙인 채로, 손에 지팡이를 들고 있는 소녀, 쿠온 역시.

"하아... 하아. 클레온, 괜찮아?"

쿠온은, 마력 장벽에 들어가지 않고, 클레온을 바로 옆에서 보조하며, 바람을 일으켜 비행접시들을 비틀거리게 하거나, 그의 몸 주변에 방어막을 씌워서 그의 몸을 보호한다.

마력 장벽과 다르게, 클레온의 몸에 씌워지는 쿠온의 방어 마법은, 클레온의 움직임을 제한하지 않고, 피해에서만 보호해 주었지만, 그만큼 마력의 소모가 큰 편이어서.

라일라 만큼 마력이 넘쳐나는 것은 아닌 쿠온이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마법은 아니었다.

"쿠온. 나는 괜찮으니까, 방어마법은 너에게만 사용해."

"그럴 수는... 없어."

클레온은 검을 휘둘러 자신에게 달라 붙는 비행접시를 격추하면서 쿠온에게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쿠온은 고개를 젓는다.

"아무리 클레온이라도 저런 공격에 당하면 위험해. 나도 클레온이 배에 구멍 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이야기하는 그녀의 걱정은, 물론 당연하였지만 클레온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지만, 표정은 밝아지지 못한다.

'수는 확실히 줄어들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지상의 녀석들뿐. 하늘 위를 돌아다니면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녀석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아.'

땅을 낮게 날아 다니는 녀석들이 있는 가 하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고도로 올라가서 지상을 향해 폭격을 하는 녀석도 있었다.

라일라의 마력 장벽이나, 쿠온의 방어막이 없었더라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사샤가 그 중 몇을 화살로 떨어트리지만, 고도가 너무 높으면 화살의 위력도 줄어드는 데다가, 클레온 일행의 움직임을 학습하는 것인지 반응속도도 좋아지고 있었다.

무언가, 녀석들을 단숨에 끝장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하고, 클레온이 방법을 모색하던 찰나­

"좋아... 알아냈어. 이 녀석들은 '드론'이라는 녀석들이야."

조용히, 자신의 노트를 훑고 있던 아티스가 그렇게 이야기 하면, 그녀가 어느샌가 입에 담배를 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라일라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되묻는다.

"드론이 뭔데?"

"쉽게 말하자면, 고대인들이 사용하던 오토마타의 아류야. 아니, 조금 더 구시대의 물건이지. 녀석들은 오토마타와 다르게 마력대응 능력 같은 것은 없어."

고대의 전쟁에서, 인간이 마법사들에 대항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기계 병사들.

확실히, 드론과 오토마타는 기계라는 점에서 닮아있었지만, 그 오토마타보다도 더욱 오래된 존재들이라는 것에 라일라는 고개를 저으면서 조용히 되물었다.

"멈추는 방법은?"

"관제 시스템이 있을탠데... 보통 시설 내에 있겠지. 뭐. 잠시만 기다려, 내가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 말이야. 거기 사샤? 잠깐 나 좀 도와줄래?"

아티스는 입에서 '흐음'하는 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이내 주변에서 활을 쏘면서 달리고 있던 사샤를 보더니 입꼬리를 오리며 그녀를 부르는 것이었다.

"저, 저 말인가요!?"

사샤는 질주하던 자신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면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여 앞으로 몸이 쏠리던 것을 겨우겨우 제어해내고, 발을 멈추어 그녀를 돌아본다.

"그래, 사샤가 너 말고 또 있어?"

그런 그녀의 말에 사샤는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가까이 가면, 그녀는 유독 낮게 비행하고 있는 원형 접시들을 가리킨다.

"드론들은 비행에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원을 사용해. 저렇게 낮게 날아다니는 녀석들은, 남아있는 에너지가 적어서 고속기동이 불가능한 녀석들이야. 저 녀석 중 하나를 내 앞으로 데려와 줄래? 사샤를 좀 빌리려는데, 괜찮겠지? 클레온."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가 꺼내 든 것은, 설명할 때 늘 들고 있는 그녀의 펜이었다.

"뭐든지, 이 녀석들을 멈출 수 있다면 상관없어."

클레온이 흔쾌히 허락하면,

"아, 알겠습니다!"

사샤도, 그런 기운차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금세 활에 거는 화살을 바꾼다.

그것은, 끝이 갈고리처럼 되어 있었으며, 몸통의 깃보다 뒤에는 밧줄이 묶여 있는 특수한 화살이었다.

시위를 당기는 그녀의 손가락에서부터 시작하여, 팔­ 어깨, 등의 순으로 힘이 들어가면.

팽팽하게 당겨진 장궁의 끝, 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움직이는 속도가 순간적으로 늘어지는 듯한 착각이 일어난다.

숨을 멈추고, 감각을 집중하면 그것은 어느때 보다도 더욱 강렬하게 망막의 신경을 곤두세우며.

이내, 자신이 뻗어낸 선의 끝에, '사냥감'이 닿은 그 순간.

손가락의 힘을 풀어냄과 동시에, 화살이 그녀의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화살의 궤도는 한없이 수평에 가까운 직선 궤도, 곡사하지 않은 것은, 조금이라도 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사샤의 눈에 새겨진 사냥꾼의 각인­ 아니, 그녀가 쌓아올린 사냥꾼으로서의 감각이 만들어낸 계산의 결과대로.

갈고리 화살은, 땅의 위를 낮게 비행하던 드론에 '철컥'하는 소리를 내면서 걸리면서, 그 몸을 붙잡는다.

[비행 방해! 비행 방해!]

갑작스럽게, 자신의 몸에 걸린 갈고리에 드론이 몸부림을 치려고 하면 대포를 발사하여 포구에 걸쳐있는 밧줄을 잘라내려고 한다.

"읏...!"

사샤로서는 지금, 갈고리에 걸려있는 밧줄이 끌려가지 않도록 붙잡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기에, 그 발포를 막지 못할 거라 생각한 찰나­

"하아앗!"

기합음과 동시에, 무겁고 둔탁한 '캉!'하는 소리가 울리면, 녀석의 포대가 몸에서 떨어져 나간다.

그 드론을 가격한 것은 이니스의 플람베르쥬가 아닌, 그저, 단순한 '삽'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들고 돌진한 것은­

"아멜리아!"

클레온이 놀란 얼굴로, 전장에 뛰어든 아멜리아를 바라보면, 아멜리아는 나머지 한쪽의 대포도 삽으로 내려쳐서 박살 내버린다.

"사, 사샤! 이걸로 괜찮나요!?"

"──아, 네! 네!"

사샤도 멍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다가, 황급히 드론을 밧줄로 끌어당겨 자신의 앞으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정말~! 멋지지만 그렇게 멋대로 뛰어들어가면 내가 지키기 힘들어져요!"

아멜리아의 곁으로 이니스가 이동해 오면, 아멜리아를 향해 발사된 포탄을 그 자리에서 잘라낸다.

"죄, 죄송해요."

"후후. 다음에는 말하고 같이 가요! 이니스도 그런 거 좋아하니까."

아멜리아의 사과에 이니스가 웃으면서 대답하면, 아멜리아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라일라도, 클레온도 저절로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물론, 양쪽 모두, 안도의 한숨이었지만.

그 사이, 아티스의 주문대로 드론 하나를 붙잡은 사샤가 장벽 너머로 아티스의 앞으로 가져가면 아티스는 캠프에서도 늘 사용하던 펜을 꺼내든다.

늘 환영 지도에 붉은색의 점을 그릴 때 사용하던 펜이었지만, 아마 그것도 아티펙트의 일종이라고 라일라는 생각하고 있었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이것도 '통할 탠데'..."

어떻게든 사샤의 밧줄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드론.

하지만, 아티스가 펜의 끝을 드론에 조준한 채로 달린 버튼을 누르더니, 펜의 끝에서 붉은빛이 반짝임과 동시에, 드론의 움직임이 '뚝'하고 멈추는 것이었다.

"어, 어라, 멈췄어요!"

사샤가 놀란 얼굴이 되어 이야기 하면 아티스도 후후하고 웃어 보인다.

"성공!"

아티스가 손에서 펜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입을 히죽이면, 그녀의 앞에 반투명한 푸른색의 환영이 나타난다.

"그거..."

라일라는 놀란 얼굴이 되어, 그녀의 앞에 펼쳐진 환영을 바라본다.

고고학에 있어서는 비록 아티스보다 밑일지도 모르지만, 라일라 역시 천재라 칭송받는 연구자이며, 고대어 정도는 읽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아티스의 앞에 펼쳐진 환영이 눈앞에 있는 드론의 설계도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던 것이다.

"그 펜으로 뭘 한 거야?"

"문을 연거지. 나는 이걸 '키 펜'이라고 불러."

아티스는 부럽지?라고 말하는 듯이 펜을 한 바퀴 더 돌린 뒤, 가슴의 주머니에 넣고 이제 양손으로 눈 앞에 펼쳐진 반투명한 환영을 빠르게 살핀다.

[해킹 감지! 해킹 감지! 즉시 불법적인 접속을 멈춰주십시오!]

하지만, 그것을 다른 드론들도 눈치챈 것인지, 다 같이 접시의 머리 위에서 붉은빛을 내면서 높은음을 울린다.

상당히 귀에 거슬리는 소리였기에, 클레온을 포함하여 그 주변에 있는 일행들 전원이 귀를 손으로 틀어막게 되면­

[목표의 배제를 최우선으로 변경합니다!]

드론의 최후통첩 같은 말과 함께 그들이 한꺼번에 라일라가 지키고 있는 마력 장벽을 대열을 맞추어 둘러싼다.

"자, 잠깐!? 사샤 안으로 들어와!"

라일라도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였다가, 바로 뒤에 일어날 일을 예상한 것인지. 최대한 마력을 쏟아부어 마력 장벽을 강화하며 사샤를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다음 순간, 귀를 멀게 할 정도로 커다란 폭발음이 마력 장벽을 둘러싸고 일어났다.

마력 장벽의 안에 있는 아티스를 제거하려는 듯한 집중포화.

클레온과 다른 이들이 채 손을 쓰기도 전에 시작된 그 일제 사격은, 땅을 울리고, 폭음과 폭풍을 일으켜 제대로 그 주변에 다가가기도 힘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라일라! 사샤!"

클레온이 안쪽에 남아있는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어떻게든 드론들을 멈추기 위해 칼리번에 마력을 쏟아부으려고 한 그 순간.

[... ...]

대상이 재가 되더라도 멈추지 않을 것 같던 포격이 멈추더니, 드론들이 하나, 둘씩 빛을 잃으면서 땅으로 떨어졌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건가요?"

아멜리아도 그 광경을 보고 상황을 판단할 수 없는 것인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 하면, 먼지 구름이 가라앉으면서 마력 장벽의 뒤에 있던 이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하아... 하아...!"

그곳에는, 라일라가 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어떻게든 장벽을 유지한 채로 서 있었고, 아티스가 손에 들고 있던 홀로그램 환영을 구기듯이 움직이면.

마지막으로, 머리 위의 귀를 꾹 누른 채로 몸을 움츠리고 있던 사샤의 무릎 위에 올려져 있던 포획한 드론이 빛을 잃고 땅바닥으로 굴러떨어지는 것이었다.

[제어권, 상실... 전원 종료 명령... 이행...]

드론들이 내뱉는 단어에, 아티스는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좋아! 드론 녀석들의 제어권을 빼앗아서, 전부 꺼버렸어! 이걸로 이 녀석들은 이제 고철 덩어리야!"

"... ..."

라일라는 아티스의 말에,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더니.

비틀, 하고 몸에서 힘이 빠지면서 앞으로 쓰러지는 것이었다.

"우왓!? 라, 라일라 씨!"

"라일라!"

사샤를 비롯해 다른 일행들이 쓰러진 그녀에게 다가가면, 라일라는 눈을 가늘게 뜬 상태로 만족한 표정을 하는 아티스를 올려다본다.

"두고, 보자..."

삼류 악당 같은 대사를 내뱉으며, 마력탈진이 될 정도로 마력을 쏟아부은 라일라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마는 것이었다.

001

"라일라는?"

"텐트 안에서 쉬고 있어요. 쿠온 씨의 무릎 베개를 받으면서요."

클레온의 질문에, 사샤가 그렇게 대답하면 그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 정도라면 조금 쉬면 나아질 것 같네."

"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라일라 씨니까요."

그녀의 마력 회복력을 생각하면, 한꺼번에 마력을 너무 많이 쓴 것이 문제일 뿐이지, 하루도 안돼서 금방 원상태를 회복할 것이다.

그리고, 클레온의 앞에는 이니스가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힝힝..."

그리고, 얼굴은 무표정인 채로 입에서 우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면, 클레온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움직이기 전에 생각할 것. 아무리 자유분방한 것이 개성이라지만, 이번 것은 도를 넘었어."

"죄, 죄송합니다... 파파..."

라일라를 대신하여 그녀를 혼내고 있는 클레온을 바라보며, 아멜리아는 정말로 클레온이 이니스의 아버지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뭐 뭐. 그 정도로 해 둬. 그 아이도 반성하고 있고, 결과적으로는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그런 이니스를 변호하듯이 아티스가 가까이 오면, 클레온은 아티스에게도 한숨을 내쉬면서 이야기 한다.

"결과론이잖아? 과정이 개선되지 않으면,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같은 결과가 나올거란 보장이 없어."

"뭐. 그것도 그렇지만 말이야. 호문클루스의 성격 교정이라니. 클레온도 별난 사람이야. 참."

"...이니스는 충분히 하나의 인격체고, 동료니까."

"파파...!"

클레온이 그렇게 대답하면, 이니스는 감동한 듯 어제처럼 눈을 반짝이며 클레온을 올려다본다.

그 때, 클레온의 주머니에서 슈뢰딩거가 빼곰 머리를 내밀며 이야기 한다.

"그런 부분이 별난거라니까. 형씨."

"오~ 어제의 인형. 아직 있었구나. 아까 전투 중에는 안 보였던데."

아티스는 그런 슈뢰딩거를 바라보며 여전히 흥미롭다는 듯이 얼굴을 가까이하고, 슈뢰딩거는 클레온의 주머니 속으로 다시 들어가며 이야기 한다.

"그, 그거야 싸움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말을 걸면 방해가 될 뿐이니까."

"뭐.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네."

아티스도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면, 고양이 인형은 얼굴을 찌푸린 채로 다시 주머니에서 기어 나왔다.

"...아무튼. 선배 호문클루스로서 이야기하자면, 너같은 인간형 호문클루스들은 다른 인간들도 자신처럼 튼튼하거나, 조금 다쳐도 죽지 않는다는 착각을 하는 녀석이 많으니까 말야. 우리들과 다르게, 형씨나 네 마스터 같은 아가씨는 팔다리가 절단되면 잘 낫지 않고, 머리가 날아가면 죽어."

"그, 그건 알고 있지만..."

이니스는 슈뢰딩거의 말에 조금 풀이 죽은 듯 양손의 검지 끼리 마주하면서 조용히 대답한다.

"그러니까. 최대한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행동하라는 거야."

"네에..."

흐응, 하고 콧김을 내뿜으며 잘했느냐고 클레온에게 표정으로 묻는 슈뢰딩거.

클레온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 뒤, 이니스에게 일어나도 좋다는 허락을 하는 것이었다.

"뭐. 그쪽의 딸 교육이 끝났으면, 이번에는 우리들도 본격적으로 시설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중이거든. 입구 개방식, 볼래?"

"볼래요!!"

이니스가 조금 전의 훈계는 어디로 간 것인지 곧바로 손을 들며 흥분하면, 사샤도 아멜리아소 쓴웃음을 지으며.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002

조사대원들은, 이니스가 발굴해낸 강철의 문 주변을 마저 파내어서, 그 전모를 드러나게 한다.

드론들이 튀어나온 구멍들도 있었기에, 파내는 것 자체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지만­

"하하. 뭐야 이거."

아티스는 조금 어이가 없다는 듯이, 전부 파내고 나서 드러난 지붕의 넓이가, 교역선 같은 배 한 척이 가뿐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을 파악한다.

이니스가 처음 발견해낸 문과는 조금 다른 형태였지만, 사이에 갈라진 부분이 있는 것을 보면, 그 넓은 지붕 역시 '문'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도 문인건가?"

클레온이 확인을 위해 아티스에게 질문하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아무래도, 비행선이 출입했던 것 같아. 이쪽의 커다란 문은. 그리고­ 이니스가 발견한 것은, 사람용의 출입구겠지. 이거, 안에 뭐가 있는지 정말 궁금한걸?"

아티스가 입꼬리를 올리면, 조수들은 이니스가 아까 조작하던, 고대어의 숫자가 쓰여있는 석판을 둘러싼 채로 끄응, 하는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교수님. 역시, 이 석판이 암호를 입력받아서 문을 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만..."

"암호에 대한 힌트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조수들의 말에 아티스는 머리를 긁적인다.

"뭐. 그야, 몇천 년도 더 전의 장소이니, 암호도 힌트도 남아있을 리 없지."

"어떻게 하죠?"

조수들이 그녀에게 행동방침을 물으면­ 아티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드론들은 이제 나오지 않잖아? 0부터 9999까지 전부 입력해봐."

"에엑!?"

"그러다가 다른 함정이 발동하면요!?"

당연하게도 반발하는 조수들을 바라보며, 아티스가 담배를 피우고 싶어졌다는 듯이 자기 주머니를 뒤지면.

클레온은 그들이 모여있는 문의 근처로 가까이 간다.

"아. 클레온 씨가 먼저 해보실래요? 클레온 씨 생일이라던가..."

"잠깐. 떨어져 봐."

클레온은 조수들의 제안을 들으면서도 그들을 물러서게 하더니, 허리춤에서 칼리번을 뽑아든다.

"엥? 자, 잠깐만요!"

"클레온씨!?"

일섬!

검성의 검기가 담긴, 클레온의 성검 칼리번이 인간이 통과하기 위한 사이즈의 문을 사선으로 베어내면.

잠시 후, 강철도 아닌, 무언가의 합금으로 만들어진 문이, 플람베르쥬에 베여가던 드론 처럼 잘려나가면서, 문의 아래에 펼쳐진 계단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암호를 하나하나 입력할 필요는 없어졌군."

"괴, 굉장해... 아다만타이트와 비슷한 강도를 가졌다는 원초 세계의 금속을...!"

"그, 그렇구나! 성검도 원초 세계의 유물! 비슷한 시대의 물질이니... 아, 아니, 하지만 그렇다면 양쪽 모두 파괴되어야 할 텐데...!"

"역시 클레온 씨가 굉장한 거야!"

조수들은 깊게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어쨌든 클레온 씨 덕분에 10000번 암호 입력 챌린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기쁨에 환호성을 올린다.

아티스는 그런 조수들과, 머리를 긁적이는 클레온들을 바라보더니, 후우 하고 담배 연기를 내뱉다가­

자신의 소중한 펜을, 옆에 서 있던 아멜리아에게 건네더니­

그대로 탁, 탁, 탁. 발소리를 내며 뛰어가­

"뭐하는 짓이야!! 너희들!"

하고, 조수와 클레온들을 향해 래리어트를 걸면서 뛰어드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주변이 왁자지껄해진 유물 터에서, 아멜리아는 얼떨결에 받아든 펜을 좀 바라보다가 사샤와 이니스에게 이야기 한다.

"...뭔가... 유물 발굴은 정숙하고, 좀 더, 세심한 작업의 연속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대충대충 이네요..."

"그, 그건 아마. 저희들이 끼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아, 하하..."

사샤는 죄책감에 그렇게 이야기 하지만, 이니스는 입술에 손가락을 얹은 채로 이야기 한다.

"음­ 하지만, 그냥 조용히 하는 것 보다, 이런 식이 훨씬 재밌을 것 같은데요? 자유롭게 하는 쪽이, 더 가능성도 높을 거고요."

"...자유롭게."

아멜리아는 이니스의 말을 듣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네요. 클레온같은 모험가들이 바라는 자유가, 바로 가능성일지도 몰라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도 긴 세월이 지나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 유물의 입구를 확인하기 위해 모두가 모여있는 곳으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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