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2화 〉 격납고와 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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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커덕, 하는 소리가 들리면 아티스의 눈앞에서 문의 잠금쇠가 풀려나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가 들고 있던 락픽도 한계에 도달한 것인지 똑, 하고 부러지는 것이었다.
"아슬아슬했네, 좋아. 열었어."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탁탁 터는 아티스를 바라보면서, 조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렇겠지.
조수들과 라일라, 그리고 아멜리아의 시선이 아티스의 발치를 향하면.
자신의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목숨이 다되어 부러진 락픽들이 발치를 굴러다니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것이 마지막 락픽이었고, 만약 이걸로도 실패하면 다음에는 문을 부숴야 하나 고민해야 했을 것이다.
"표정이 다들 왜 그래?"
"아니. 그렇게 자신 있게 락픽을 달라고 하길래, 나는 당신이 그런 일을 잘하는 줄 알고 있었어."
"하하.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고고학자지 도적이 아닌걸."
무엇을 당연한 것을 말하느냐는 듯이 반응하는 그녀를 보며, 라일라는 머리가 아파져 오지만, 일단은 문이 열린 것에 감사하며 한참을 기다리느라 아파져 오는 다리를 주무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 그러면, 드디어 격납고에 들어갈 수 있겠네. 과연, 안에 정말로 비행선이 있을지. 두근두근한걸."
그렇게 말하면서, 드디어 잠금이 해제된 문고리에 손을 걸어, 힘을 주면 간단하게 돌아가면서 몇천 년의 세월이 지나 문이 열리는 것이었다.
정작, 문을 여는 아티스는 어디까지나 즐거워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나머지들은 하나같이 긴장한 얼굴로 그 틈새에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으악!!!"
하고, 갑작스럽게 아티스가 비명을 내지르면서 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것이었다.
"뭐, 뭐야!?"
"함정인가요?!"
라일라와 아멜리아가 아티스를 향해 뛰어가면, 아티스는 그런 두 사람을 돌아보면서 이야기한다.
"아니. 그냥 다들 긴장한 것 같아서."
"주, 죽을래!?"
어처구니가 없는 대답에 라일라가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면, 아멜리아도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자. 안에 들어와서 뭐가 있는지 확인해 봐."
그렇게 말하면서, 일행을 안으로 안내하는 아티스.
라일라도 분노를 삭이면서, 그 안으로 들어가면 어두운 격납고의 안에 분명히 '그것'의 존재를 느낀다.
"이거"
"저기! 여기 뭔가 버튼이 있는데! 눌러도 돼!?"
그 때, 조용히 있던 이니스가 말하는 것을 듣고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라일라.
하지만 아티스는 그런 이니스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아. 아마, 그게 이 방의 조명 버튼일 거야."
"꾹!"
라일라가 뭐라고 말리기도 전에, 아티스의 허락이 떨어지면 그대로 이니스가 버튼을 누르고.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시설에 저장되어있던 전력이 다시 한 번 혈관을 흐르는 피 처럼, 전선을 타고 흘러가.
몇 개나 되는 거대한 전등이 켜지면서 일행의 눈 앞에 밝은 빛을 만들어 낸다.
어두운 곳에 있으면서, 어둠에 익숙해져 있던 눈에는 조금 고통스러울 정동의 불빛이었지만.
이내, 일행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숨을 죽인다.
그리고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아티스의 바로 옆에선 채로 눈을 크게 뜬 라일라였다.
"... 비행선이다...!"
기대가 현실로 다가온 놀라움에 가득 찬 그녀가 말한 대로.
일행의 앞 격납고의 중앙에는 비행선이 존재하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오래전에 만들어진 물건일까, 겉으로 보기에는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물건.
양쪽의 날개나, 유리창에는 먼지가 잔뜩 쌓여 있어서 안이 보이지도 않는다.
움직이고 있는 걸까 조차도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이게, 원초 세계의 비행선..."
아멜리아 역시, 세기의 대발견에 긴장하며 그 전모를 살피지만, 그 뒤,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어라. 하지만..."
"응... 뭐라고 해야 할까"
라일라도 아멜리아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는지, 팔짱을 끼고 그것을 바라보다가
"와! 귀엽다! 생각했던 것보다 작네!"
이니스가 '아하하'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것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녀가 말한대로, 눈 앞에 있는 비행선은 기록에서 보이던 것이나 현재의 기술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비행선과 비교하더라도 그 크기가 상당히 작았다.
사람이 탄다고 하더라도 조종간 석을 포함하여 5명 정도가 한계일까.
"뭐. 그런 비행선이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무기도 아무것도 달리지 않은 것 같네. 용도는 단순한 이동용이었으려나?"
아티스는 입에 담배를 문 채로 입꼬리를 올리면서 그것을 바라본다.
무기가 달렸지 않다. 라는 이야기에, 아멜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군사적인 이용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었으니까.
곡선형으로 뻗은 미려한 몸통, 그리고 그런 몸통을 지탱하여 하늘로 날아오르는 데 필요한 날개.
동력원은 무엇이 사용되는지, 그리고, 지금도 제대로 하늘을 날 수 있는지.
모든 것이 불명이었지만, 그 크기가 크지 않다면 그렇게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조사대원들이 뒤에서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로서는, 비행선의 크기가 작든 크든, 이번 발견만으로도 몇 년 치의 연구대상이 나타난 것이다.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었지.
라일라도 나쁘지 않은 결과에 고개를 끄덕인다.
"뭘 여기서 끝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아티스는 입에 물었던 담배를 절반 정도 핀 시점에서 일행을 돌아본다.
"비행선은 어디까지나 입구에 있는 물건이야. 저쪽을 봐."
그녀가 손을 가리키면, 격납고에서 이어지는 또 다른 통로가 보이는 것이었다.
"지상의 위치로 보자면 이곳은 아직 평원. 우리가 원래 조사하던 황야와는 아직 거리가 좀 있어. 그렇다는 건... 이 시설의 안이 그만큼이나 넓다는 거지."
즉, 아직도 새로운 장난감들이 많이 잠들어 있다는 사실에, 조수들은 다시 한 번 환호성을 내지른다.
"이 비행선을 조사하는 건 나중으로 하자! 우선은 이 시설이 얼마나 더 넓고, 뭐가 더 있는지. 그것부터 알아내는 것이 먼저야!"
"맞아! 어쩌면, 비행선이 이것 말고도 있을지도 모르고... 아~! 이 격납고에 임시 본부를 설치하는 게 좋은 생각일지도 모르겠어!"
"이, 일단 닥치는 대로 스케치! 그리고 표본 채집! 이곳의 성과를 전부 논문으로 바꾸면, 예산은 떼놓은 당상이야!"
젊은 조수들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아티스는 진정하라는 듯이 손을 들어 올린다.
"마음이 들뜨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진정하라고 젊은 친구들. 우리는 고고학자지, 도굴꾼이 아니니까 말이야."
"아니 이미 충분히 당신은 도굴꾼 같은데."
라일라가 그런 아티스에게 태클을 걸면, 아티스는 가볍게 무시하면서 웃어 보인다.
"우리들이 찾아야 할 것은... 이 안에 있을 '사룡 산맥'의 시설과의 연관성이야. 모두들, 기억하고 있겠지?"
"무, 물론입니다 교수님."
조수들의 그런 대답에 아티스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라일라는 손을 들어 올리며 아티스에게 이야기 한다.
"잠깐. 처음 듣는 소리인데."
"아 그야, 말한 적 없으니까?"
"당신 말이야..."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라일라에게, 아티스는 대답한다.
"원초 세계의 유적들은 가까운 곳에 있을수록 연관성이 강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니까 말이야. 이 안에서 사룡산맥과 연관된 것을 발견하면, 그곳을 합법적으로 연구 조사할 수 있도록 허락이 내려올 거라 생각한 거지."
"...당신의 아버지와 관련된 일의 연장선인 거야?"
"사적인 감정을 일에 가져오지는 않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 전혀 없다고는 하기 힘들겠지. 하지만 라일라, 아버지에 관한 것을 제쳐놓고도, 사룡 산맥에 있는 거대한 기계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
아티스가 그렇게 질문하면, 라일라는, 흥 하고 팔짱을 끼면서 대답한다.
"별로. 나는 마법사지 고고학자가 아니니까."
언제나 아티스가 도망치기 위해 사용하는 말을, 그렇게 라일라가 사용하면 아티스는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어쨌든. 계속해서 안쪽으로 들어가야 해. 이 비행선은, 우리가 찾고 있는 것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물건이야."
"그렇다면... 꽤나 긴 탐색이 되겠네요."
아멜리아의 중얼거림에, 아티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먼저 의욕이 넘쳐서 지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제군들. 기대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 아티스의 명령에, 조수들은 '네! 교수님!'하고 마치 군인들처럼 대답한다.
그녀에 대한 이상할 정도로 높은 충성심은, 아티스를 한 명의 학자로서 존경하고 있는 것도 있었겠지만
어쩌면, 그녀가 사람을 다루는 데에 도가 튼 인간일지도 모른다고, 라일라는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다.
001
하늘을 나는 악마의 날개를 꿰뚫기 위해, 지상에서 쏘아 올려진 화살들이 허공을 가른다.
백발백중의 사격 실력을 자랑하는 사샤일 터인데, 눈에 불이 붙은 각인의 힘을 이용하여 '명중한다'라고 확신한 화살마저, 보팔 래빗의 곁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식은땀을 흘리는 것이었다.
"어째서...!"
[침착해라 사샤. 저 녀석, 몸의 주변에 이상한 기류를 두르고 있군. 아마, 그것이 너의 화살의 궤도를 꺾는 것이다.]
사샤의 안에서 루벤이 그런 말을 하면, 사샤는 아랫입술을 깨문다.
날개가 돋아난 라플라스의 생물병기, 보팔 래빗은 그 날개를 이용한 고속 비행을 통해 일행이 있는 유적터의 위를 비행하면서.
손에서 만들어낸 흑마력의 마탄을 계속해서 쏘아 보내며 클레온 일행에게 수비적인 전투를 강요한다.
사샤의 화살이 빗나가는 것과 같이, 하늘로 따라 올라온 클레온의 검도 보팔 래빗의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분명, 뒤에서 사각에서 공격했을 터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 녀석은 공격을 피할 수 있지?
"뒤에도 눈이 달렸느냐고...!"
"궁금하단 얼굴이군 클레온! 그렇다면 알려주지!"
클레온의 중얼거림을 들은 보팔래빗은 그대로 빙글 하고 몸을 돌리더니.
자신의 등 돋아난 날개 사이에 수북한 털을 손으로 젖히면 정말로 그곳에, 눈알 같은 것이 달린 것이었다.
"아하하하!! 정답이야!"
클레온을 놀리듯이 웃어 보이면서 그 자리에서 회전하는 보팔 래빗.
"안타깝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너희들의 전투력은 이미 분석이 끝나있는 상태다! 네 검술과, 저 소녀의 사격술. 양쪽 모두 훌륭한 단계이지만, 학습하고 나면 맞는 것이 이상한 일이지."
라플라스는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 계속해서 달아들어오는 두 사람의 공격을 전부 회피하고는, 배가 아프다는 듯이 웃는다.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푸른 색의 창이 쇄도해 오면
휙, 하고, 그것조차도 종이 헌장차이로 피해버리고 만다.
"물론. 너에 관한 것도 마찬가지지. 네 능력, 네 기술을 누가 너에게 '설치'했다고 생각하는 거지?"
"큭..."
라플라스는 땅에서 자신에게 마혈의 창을 던진 크샤트를 바라보면서 비웃음을 보였다.
"과연. 그렇다면 네 능력은 우리들 각자의 싸움법을 확인했으니까. 라는 건가?"
"그래!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 너는 역시 머리가 좋은 편이로군."
다음 순간, 클레온이 자신의 허리춤에 칼리번을 되돌리고, 곧바로 보팔래빗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음!?"
라플라스는 갑작스럽게 변화한 클레온의 전투 스타일에 약간의 당황을 느끼면서도 양팔을 교차하여 클레온의 주먹을 막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돌려차기가, 보팔 래빗의 허리에 적중하면 끼긱, 하고 몸의 뼈 어딘가가 휘어져 끊어지는 듯한 충격이 그 몸을 덮쳤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몸이었기에 망정이지, 라고 라플라스는 불평하면서 재빠르게 클레온과 거리를 벌린다.
"하하... 마검사 아니었나 자네?"
"영업 비밀이야."
클레온의 주먹에 쥐어진 양손의 마력은, 건틀릿 처럼 그의 손을 보호한다.
그 자세는 데미스가 사용하던 동방국의 권법을 자신의 스타일로 녹여낸 것으로 어깨너머로 보는 것을 재현한 것이었지만.
리오메스와 연결된 각인에서 끌어온 정보가, 그의 권법을 더욱 정결하고 수준 높은 것으로 만들어 준다.
"설마, 권법까지 사용할 줄이야. 이건, 예상 밖이로군."
"나뿐만이 아니야."
클레온이 그렇게 대답한 순간 '화르륵...!'하는 뜨거운 불길이 라플라스의 등가에서 느껴졌다.
"아니!?"
"부정한 어둠을 집어삼켜라, 갈라틴!"
외침과 함께 화염의 날개를 가진 소녀의 타오르는 대검이 라플라스의 날개 중 하나를 베어냈다.
그 몸을 가득 채웠던 흑마력에 반응하여, 성검의 화염은 절단한 부위가 재생하지 못하도록 상처를 지지고, 잘려나간 날개를 곧장 재로 만들었다.
"성검이 또 한 자루!?"
라플라스의 놀란 목소리.
하지만, 한쪽 날개가 사라졌기에, 놀람과 동시에 그의 몸은 비행능력을 잃고 지상으로 떨어진다.
'큭. 이것은 정말 예상 밖인걸...! 그 아무것도 없어 보였던 소녀가, 성검과 계약하고 있었다니!'
회귀자로서, 또 다른 성검 유물과 만난 것은 기뻐해야 할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 끝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면 생사에 관련되는 일이니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그런 그의 눈에, 땅으로 떨어지는 자신을 추격하기 위해, 창을 들고 달려 들어오는 크샤트의 모습이 보였다.
"라플라스!"
자세를 제어할 수 없어서, 중력에 몸을 맡겨 떨어지는 라플라스.
당연하게도, 크샤트의 일격이 그의 몸을 꿰뚫을 것이라고 그곳에 있는 모두가 생각했지만.
"어이쿠! 자네에게는 당할 수 없지!"
라플라스가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한쪽 날개를 펄럭여서 궤도를 꺾어 크샤트의 창을 피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상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던 것은 크샤트만이 아니었다.
"GRRR...!"
낮은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려옴과 동시에, 은빛의 섬광이 그의 몸을 찢어발기듯이 꿰뚫고 지나갔다.
"음...!?"
라플라스 본인, 몸의 감각이 없으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는 데에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잠시 후, 그 몸의 표면에 몇개나 되는 베인 자국이 생긴 것을 확인하면서, 땅바닥에 철퍼덕 하고 떨어진다.
날개, 꼬리, 뿔과 같은 것들이 지면에 흩뿌려진 것은 물론이고, 한쪽 다리와 한쪽 팔이 저 멀리에 날아간 것이 보인다.
아직 죽지 않아 움직이는 그의 머리가 시선을 들어보면, 그곳에는 사샤 아까보다도 짐승적인 부분의 크기가 커져 있는 그녀가 양손에 단검을 든 채로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거 놀라운 일이로군... 기껏 모아온 데이터가 전부 무용지물이었다니 말이야."
라플라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더는 보팔래빗 마크 투의 몸을 가눌 수 없는 것에 분한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자네들. 어째서 그런 모험가 파티로 남아있는 거지? 그 실력이라면, 어딘가의 군대에 속하게 된다면 분명 높은 지위에 앉을 수 있을 텐데."
클레온은 그런 라플라스의 질문을 들으며 땅에 착지하고는, 칼리번을 다시 한 번 뽑아들었다.
"네 녀석도 알고 있겠지. '아담'을. 너희가 '추방 교단'의 하위 조직이라면 말이야."
클레온의 그 말에, 라플라스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크크, 하고 웃음을 보인다.
"아아. 물론이지 알고 있고 말고. 그리고 네가, 만물의 아버지와는 결코 서로를 용납할 수 없는 존재이며. 그것이 우리들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도 말이야."
"그렇다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모두 설명이 됐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클레온이 칼리번을 그의 머리에 찔러 넣으면.
정수리에서 턱을 일직선으로 관통하는 그의 검에, 보팔 래빗의 몸은 그대로 정지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보팔 래빗의 몸이 녹아내리려 할 때.
[아아. 나의 마크 투가... 자네들은 정말로 놀랍군. 나의 인생의 역작들을 그렇게나 차례차례, 쉽게 없애버리다니.]
분명, 생명활동이 정지한 보팔 래빗이 아닌 어딘가에서, 일행의 귀를 향해 직접 목소리가 파고들어 왔다.
"큭..."
마치, 안쪽에서 울리는 듯한 기분 나쁜 목소리에 그곳에 있는 일행들이 몸을 비틀거리면
[하지만 이곳에 크샤트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녀는, 근본적으로 '보팔 래빗'과 같으니까 말이야.]
"크샤트!"
다음 순간, 플뢰르의 외침이 들려오면, 크샤트의 몸에 아까와 마찬가지로 푸른색의 문양이 떠오른다.
"윽, 크읏... 아아...!! 내 안에서 나가...! 라플라스!!"
"크샤트...!?"
클레온도 그녀의 변화에 놀란 표정이 되어 그녀를 진정시키려 하면.
다음 순간, 그녀의 전신 근육이, 한 단계 부풀어 오르면서 클레온보다 조금 작았던 키가, 1.5배에 가깝게 성장한다.
늠름한 아름다움을 겸비했던 그녀의 얼굴 턱의 곳곳에 혈관 같은 것이 튀어나오며 일그러진 흉악한 얼굴이 되며.
짧은 머리카락은, 허리 부분까지 길어진다.
"...역시 그녀는...!"
클레온은 라플라스의 이름을 듣고 보였던 그녀의 반응과, 라플라스가 그녀에게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했던 것에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것을 확신으로 바꾸며 몸을 돌려 크샤트를 향해 무기를 겨눌 수밖에 없었다.
"어, 어떻게 된 건가요!? 크샤트 씨...!"
"라플라스가 그녀의 몸을 억지로 지배하려고 하고 있는거야. 몸의 문양은, 아마 그녀의 힘을 증폭시키기 위해 새겨진 것 일 거고...!"
클레온의 말에 라플라스의 목소리가 울린다.
[그래 맞아 클레온. 그녀는 인조적으로 만든 상어 아니, 메갈로돈 어인.]
그것은, 플뢰르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을까.
흉포한 어인의 형태가 된 크샤트를, 플뢰르는 시선을 고정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가면 밑의 얼굴은, 걱정 반, 그리고 두려움 반이었다.
[크샤트... 데카르트의 아가씨 빼고는 모두 죽여도 상관없다네.]
"───!!"
그리고, 라플라스의 그런 목소리가 들려오면 포효하는 크샤트.
"사샤, 쿠온. 그녀를 죽이지 않고 제압해야 해."
클레온의 그런 말에, 얼핏 보면 무모하다고 불평을 내뱉을 수도 있지만.
"으, 응...!"
"네!"
쿠온과 사샤 역시, 지배당하는 그녀를 구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크샤트의 몸 주변에 떠오른 푸른 액체로 이루어진 수많은 무구들을 바라보며.
클레온은 그녀를 막을 방법을 필사적으로 떠올리려 하는 것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