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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65화 (465/506)

〈 465화 〉 텔레파시와 태블릿

* * *

000

머리 위에 떠오른 지도를 따라 B 구역으로 향하면서 일행이 느낄 수 있던 것은 우선 첫 번째.

바로 시설을 경비하는 포드나 드론들이 더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곳까지 들어온 시점에서, 침입자로서는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어찌 되었든, 가는 길을 방해하는 존재들이 나타나지 않으니, 일행의 진행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교, 교수님! 저쪽에 특이한 에메랄드 태블릿이... 혹시, 이곳에는 트리스 메기스토스도 있던 것 아닐까요?"

"교수님! 이 기계, 아직 전원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다른 정보가 있을지도 몰라요!"

마치 길거리의 돌멩이 마냥 널브러져 있는 여러 가지 자료들을 향해 눈이 돌아가는 조수들은, 아티스를 불러보지만.

"... ..."

아티스는, 그저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발걸음을 멈추는 일 없이 지도가 가리키는 'B 구역'을 향해서 나아가기만 할 뿐이었다.

조수들은 그런 아티스를 보고는 '으으...'하고 할말은 많지만 하지 못하는 상황에 속만 타면서.

보물이나 다를 바 없는 원초 세계의 자료들을 내버려 두고, 그저 전진, 전진을 반복한다.

'아티스 녀석. 갑자기 초조해 져서는...'

라일라는 그런 아티스를 흘겨보듯이 바라보다가, 귀에 손을 올리면서 정신을 집중하여 지상에 있을 클레온을 향해 목소리를 던져보았다.

[클레온. 들려?]

그러면, 잠깐 대답이 돌아오지 않다가­

이내, 마력이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는 것을 느끼면서 그의 대답이 돌아온다.

[아아. 들려. 조사는 잘 되어가?]

[그럭저럭. 아래에도 드론 같은 녀석들이 있어서 조금 진행이 늦어졌지만. 겨우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왔어. 지상에는 별일 없었어?]

라일라의 그 질문에, 클레온은 그녀가 들어간 뒤의 일을 이야기하였고 그 이야기를 들은 라일라는 저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회귀자가... 그래도 크게 다친 사람이 없다니 다행이네.]

[그쪽도 조심해. 원초 세계의 유적에는 뭐가 숨어있을지 모르니까 말이야.]

[흥. 그런 건 나도 잘 알고 있어. 뭐, 이쪽에는 자신만만한 고고학자가 몇 명이나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말에, 클레온의 웃음소리가 너머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아~ 마스터. 파파랑 이야기하고 있지!"

그 때, 이니스가 옆에서 라일라를 향해 달라붙으면서 머리를 가져다 댄다.

"나도 파파랑 이야기할래!"

"잠깐, 이니스. 움직이기 힘드니까 떨어져. 그리고 그렇게 머리를 붙여서 텔레파시에 끼어들 수 있을 리 없잖아."

라일라는 그런 이니스의 행위가 짜증 난다는 듯이 밀어내려고 하면, 슬쩍 아멜리아가 두 사람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아­ 정말. 이니스 때문에 편하게 이야기도 못 하겠네. 나머지는 올라가서 이야기하자. 그 녀석이 또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고.]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니스를 완전히 밀어내고 한숨을 내쉰다.

"라일라, 클레온과 이야기한 거죠? 위에서는 아무 일 없다고 하나요?"

"응? 아아. 뭐. 회귀자에게 당할만한 녀석은 아니지만. 위에서 라플라스에게 공격을 받았다고 하나 봐."

라일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대답하면, 아멜리아는 당황하여서 라일를 완전히 돌아보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그런! 괜찮은 건가요!?"

그 목소리가 꽤 컸기에, 앞에서 걸어가는 조사대원들이나 아티스도 슬쩍 그쪽을 돌아보고.

아멜리아는 흠칫, 그 시선을 느끼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걷기 시작하면서 아멜리아의 옆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클레온이나 쿠온... 사샤도. 무사한 거죠?"

"무사해. 만약 무슨 일이 생겼다면, 내가 지금 여기 있겠어?"

라일라는 아멜리아를 진정시키려는 듯이 그렇게 이야기 하고, 그 대답을 듣고 나서야 아멜리아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방호부를 꼭 쥐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던 라일라는, 조금 고민하는 듯하다가 그녀의 이마에 손을 올린다.

"엣."

그러자,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온 마력의 흐름이, 아멜리아의 머리속으로 흘러들어 가면서 클레온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정보가 들어가는 것이었다.

"가, 각인을 이용한 텔레파시인가요?"

"그래. 나는 정식적인 마법을 사용하지만. 쿠온이나 사샤는 그런 게 불가능하니까. 아멜리아, 너도 클레온의 각인을 가지고 있지?'

아멜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가슴 쪽에 손을 올린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검은 수정의 상처를 입었을 때 루베라에게서 양도받았던 각인이 자리 잡았던 곳이다.

"그 각인은,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클레온과 너를 이어주는 증거야. 그러니까, 그 각인에 정신을 집중하고 클레온의 이름을 부르면. 언제라도 그 녀석과 대화할 수 있으니까."

"가, 감사합니다 라일라. 한 번, 해 볼게요."

아멜리아는 한결 얼굴이 밝아지더니 가슴에 올려져 있던 손을 주먹으로 쥐면서 눈을 꼬옥 감으며 정신을 집중한다.

라일라도 이니스도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아멜리아의 얼굴이 환하게 피는 것을 바라보고는 '후우'하고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잠깐. 따라 하지 마."

라일라는 이니스를 손가락으로 밀어내며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이니스는 흥­ 하고 볼을 부풀리며 이야기한다.

"따라 한 거 아닌걸. 나도 아멜리아 님이 걱정된 것뿐이야. 아멜리아 님은 마스터랑 다르게 친절하고 착하거든!"

"얼씨구."

그런 이니스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라일라가 내뱉으면, 이니스는 양손을 모으면서 눈을 반짝이고 아멜리아를 바라본다.

"아멜리아 님. 파파가 정말 좋은가 보네."

"... 뭐. 그건 그렇겠지. 일단은, 클레온이 그녀를 신경 써주고 있기도 하고..."

라일라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조금 어두운 얼굴이 된다.

"...저 아이는 아직 10살이야. 어른에게 보호받아야 하는 게 당연한 나이지. 그녀를 둘러싼 환경이, 너무나도 가혹했을 뿐."

라일라는 할아버지가 죽은 뒤의 자신을, 아멜리아에게 겹쳐 보는 듯 그렇게 이야기 한다.

이 세상에 부모가 없이, 보호자가 없이 지내는 사람들은 그 수가 적은 것도 아니고, 어딜 가더라도 흔히 보고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아멜리아는, 부모의 한쪽이 살아 있으면서도 학대에 가까운 형태로 지금까지 지내왔다.

거기에 더하여, 본인의 성격 역시 스스로를 희생하여 주변을 밝히는 '촛불'같은 소녀.

위태위태해 보이는 것은, 라일라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왕성을 벗어날 때의 사건의 상처가 전부 아물었는지도, 라일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고.

'...무언가를 계기로. 흉터 밑의 상처가 다시 벌어질 수 있으니까.'

라일라가 그렇게 조용히 생각하며 아멜리아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니스는 그런 라일라의 머리 위에 손을 얹더니, 쓰다듬는 것이다

"잠깐. 호문클루스가 왜 마스터의 머리를 쓰다듬는 거야."

"으응. 마스터도 아멜리아 님을 잔뜩 걱정하는구나~해서."

그런 이니스의 말에, 라일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흥 하고 고개를 돌리는 것이었다.

"거기~ 사이가 좋은 것은 훌륭한 일이지만. 지금은 유적의 안이란 것을 잊지 말라고."

그리고, 앞쪽에서 들려오는 아티스의 목소리.

어느샌가, 조사대의 일원들도 아티스도 발걸음을 멈춘 채로 서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고대어로 적힌 커다란 안내판이 적혀 있는 문이, 약한 빛을 반짝이면서 일행의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도착한 거야?"

"그래 맞아. 이곳이 B구역의 지휘실이야. 말하자면. '레비아탄'의 제작을 총지휘하던 곳. 이려나."

아티스는, 드디어 도착했다는 사실에 흘러나오는 고양감을 멈출 수 없었다는 듯이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면서 쓰고 있던 안경을 고쳐 쓰는 행동을 보였다.

안경의 렌즈가 빛으로 반짝이고 빛나면, 그 행동은 마치 악의 과학자 그 자체였다.

"너무 기대하는 거 아니야? 만약에 사룡 산맥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하면 어쩌려고?"

라일라가, 마치 필요한 일이라는 듯이 그녀의 기대감을 조금 낮추려고 그렇게 이야기하면, 아티스는 팔짱을 끼면서 라일라를 바라보고는 이야기 한다.

"그럴 일은 없어. 나의 감. 그리고 지금까지 조사해 온 자료에 바탕으로 생각해서 도출해낸 결론은. 이곳에, 반드시 그 사룡 산맥의 안에 잠들어 있는 것에 대한 정보가 있다는 거야."

"...뭐. 그렇다면 좋겠지만 말이야."

라일라는 그렇게 이야기 하지만, 그녀의 안에는 약간의 불안이 존재했다.

'아티스. 이 연구소의 이름이 뭔지는 기억하고 있겠지? '병기 연구소'라고. ...만약 정말로 사룡 산맥의 밑에 있는 것이 '레비아탄'이고. 이곳에 그 제작에 관한 정보가 잠들어있다는 것은 즉­'

라일라의 어두운 표정, 그리고 그녀가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티스는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들어 올려, 자신들의 머리 위에 떠올라있던 지도를 향해 이야기한다.

"B 구역의 지휘실의 문을 열어 줘."

[승인. 도어락을 해제합니다.]

다시 한 번, 기계음 섞인 여성의 목소리가 시설에 울려 퍼지고 나면 일행을 막고 있던 문에서 철컥,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자동으로 열린다.

"흐흥. 말이 통하는 녀석이 관리하고 있어서 다행이야."

아티스는 그 현상에 만족한다는 듯이 안경을 고쳐 쓰고, 조수들과 함께 지휘실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안은, 이 시설을 탐색하면서 지금까지 봐 왔던 기계들보다도 훨씬 복잡하고, 어떻게 써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물건들로 가득한 방이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방의 중앙에 있는 거대한 에메랄드 태블릿.

트리스 메기스토스가 발명한, 방대한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보 수집 결정체이다.

그리고, 그 에메랄드 태블릿의 받침대처럼 자리 잡고 있는 기계에서부터 여러가지 선들이 뻗어 나가, 방 곳곳으로 퍼져 나가 있었고.

그것들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것은, 정면에 자리잡고 있는 유리로 된 무언가였다.

"저건... 뭐죠?"

아멜리아가 그렇게 질문하면, 아티스는 안경을 고쳐 쓰면서 그녀에게 대답한다.

"저건 모니터라고 불리는 물건이야. 저 유리로 된 부분에, 환영을 투영하여 여러가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지. 기계에 연결되어 있으면, 기계 안에 있는 정보들을 투영하는 데에 사용되던 것이야."

"저게 전부, 투영 장치라는 건가요...? 엄청나게 커다랗네요..."

족히 성인 3명이 팔을 양옆으로 뻗어서 나란히 서야 할 정도로 넓은 가로 길이를 자랑하는 그것은, 새로 역시, 2m를 넘을 정도로 거대한 물건이었다.

"2.5m 정도 되려나."

라일라가 눈대중으로 그 모니터의 세로 길이를 이야기 하면­

"98인치 정도 되겠네."

아티스도 지지 않고 이야기 한다.

"아?"

"응?"

다음 순간, 라일라와 아티스의 사이에서 격렬한 화학반응이 일어난 듯한 살기의 충돌을 느꼈지만.

황급히 조수들이 끼어들면서 입을 벌린다.

"그, 그러면. 에메랄드 태블릿을 기동시켜서 정보를 추출해 보겠습니다 교수님."

"라일라 치프도 부디 쉬어주세요. 여기까지 저희들을 호위하면서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테니까요."

묘한 신경전이 벌어진 두 사람을 강제로 떨어트려 놓는 조수들은 재빨리 방의 곳곳으로 퍼지면서 이런저런 기계를 조작하면서 방의 시설들을 복구하기 시작한다.

라일라는 그러면, 지휘실에 있는 푹신한 소파에 엉덩이를 내려놓으면서 등을 기대고 한숨을 내쉰다.

"괜찮은 거야 마스터? 아무것도 조사하지 않아도."

"기계도 저렇게까지 많으면 질색이야. 엄밀히 따지면, 마도구도 아니고. 나는 원초 세계의 유적 보다, 계승 세계의 유적이 더 좋아."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기지개를 피고는,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손으로 건드리면서 아멜리아에게 눈빛을 보낸다.

"아멜리아도 조금 쉬면 어때? 여기까지 오면서 계속 긴장하고 있었잖아?"

"... ..."

그러면, 아멜리아는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대답하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아멜리아?"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낀듯한 라일라가 그렇게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 이니스는 라일라에게 이야기 한다.

"아직 클레온 파파랑 이야기 하고 있는 거 아니야?"

"응? 아아. 그런 건가?"

기껏 각인을 써서 클레온과 텔레파시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녀로서는 조금이라도 클레온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 것이겠지.

─라고 라일라는 판단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는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라일라의 몸도 이미 충분히 지쳐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상에서는 드론들을 상대로 마력 장벽을 최대로 전개하여 집중포화를 막아내기 위해 한번 마력탈진이 일어날 정도로 마력을 사용한 것이다.

아무리 라일라가 대마법사에, 마력 회복 속도가 빠르다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몸에 쌓이는 피로감이다.

결국, 라일라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조사 음이 서서히 작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잠시, 눈을 감고 잠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001

"라일라."

다음 순간, 라일라는 무언가가 자신의 어깨를 붙잡는 것을 느끼면서 퍼뜩 눈을 떴다.

잠들어 있던 것인가, 몇 분? 아니, 몇 시간?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은, 아티스였다.

라일라는 한 쪽 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붙잡은 그녀의 손을 가볍게 밀어내듯이 붙잡으면서 그녀에게 질문한다.

"...아티스. 조사는 끝났어?"

"그래. 방의 설비를 대부분 복구해서 에메랄드 태블릿을 기동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했어. ...그런데­"

아티스는 슬쩍, 시선을 돌려서 아멜리아쪽을 바라본다.

아멜리아는 아까 전, 라일라가 잠들기 전에 보았던 그 자리에, 똑같은 자세로, 멍하니 서 있는 것이었다.

"...잠깐. 아멜리아. 언제까지 클레온과 이야기 하고 있을 생각이야?"

라일라는 그런 아멜리아를 슬슬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 것인지,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라일라의 접근에도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고 정지해 있었다.

"...아멜리아!?"

라일라는 거기서, 아멜리아에게 무언가 다른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파악했다.

"역시,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란 거네."

아티스도 그런 라일라의 반응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깨우길 잘했다고 중얼거린다.

"그럴리가 없잖아, 기계도 아니고!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각인을 통해서 클레온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이건... 마치 정신이 어딘가에 끌려가 있는 것 같잖아. 안쪽이 비어있어."

라일라가 재빨리 마력안을 켜서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의 흐름을 살피면, 그 마력이 '에메랄드 태블릿'과 연결된 것을 확인한다.

"아멜리아의 정신이, 에메랄드 태블릿에...? 어째서..."

그녀는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아티스를 돌아본다.

"에메랄드 태블릿을 기동시켰다고 했지. 그 모니터인지 뭔지로 데이터를 출력해줘. 내가 태블릿을 조작해서 아멜리아의 의식이 어디에 연결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테니까."

"뭐... 알았어. 사룡 산맥에 대한 것을 조사하려 했지만, 이렇게 되면 아멜리아 쪽이 더 중요하니까."

아티스는 선뜻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일으켜 조수들에게 모니터를 켜도록 지시한다.

그러자, 검은색으로 보였던 거대한 유리벽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며, 검은 배경에 녹색으로 된 문자가 빠르게 흘러간다.

"아멜리아... 갑자기 왜 길을 잃은 거야...!"

라일라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그녀의 정신을 깊고 깊은 정보의 바다에서 꺼내오기 위해 손을 뻗는 것이었다.

002

"...? 여기는..."

아멜리아는, 어느 순간 자신이 검은 공간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클레온과 각인을 통한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이라도 더 대화를 길게 이어나가려고 했던 순간이었다.

눈 앞에서, 아티스가 지휘실의 문을 열고, 라일라와 무언가를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슬쩍 방 전체를 둘러보려고 했을 때 눈에 들어온 '에메랄드 태블릿'.

이전, 자신의 어머니의 고향에서, 머큐리가 있던 연구소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할 정도로 거대한 물건.

그것에 시선이 닿은 순간, 자신은 이곳에 와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보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뻗어있는 검은 공간들.

그리고, 때때로 반짝이는 에메랄드색의 빛 무리가 위로 올라가거나, 아래로 내려가거나 하는 어지러운 움직임을 보일 뿐.

다시 한 번, 각인을 이용하여 클레온에게 목소리를 전달하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듯이 그 목소리는 도중에 메아리와 함께 사라져 버린다.

"그런... 어째서 갑자기, 이런 일이..."

"그것은, 당신이 이 연구소에서 제작된 '마력 적응 인자'를 소유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 때, 갑작스럽게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아멜리아가 서둘러 몸을 돌리면.

그 자리에는 아멜리아와 똑 닮은 모습을 한­ 아니, 마치 아멜리아의 모습을 복사한 듯한 소녀가 선 채로 아멜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력 적응 인자...? 당신은 대체­"

그녀가 꺼낸 말에, 아멜리아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 너무 많았기에, 어디에서부터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우선, 눈 앞에 있는 존재가 자신의 적인지, 아군인지를 파악해야만 했다.

"갑작스럽게 이렇게 불러들인 것을 용서해주세요. 머나먼 미래의, 계승 받은 존재여. 나는 이 시설에 남아있는 인공 정령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올리면서,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하고. 이어서 이야기 한다.

"부디. 당신께 전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당신의 정신만을 에메랄드 태블릿으로 옮겨왔습니다."

"전해야만 하는... 이야기."

아멜리아는 그녀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네. 이것은, 당신. ...그리고 이 세계의 운명에 분명 크게 연관된 것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아멜리아를 향해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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