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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66화 (466/506)

〈 466화 〉 환영과 조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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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하고, 누군가가 책상을 강하게 내려치는 소리가 들려오면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붉은색의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어서 길게 늘어트린 여성이 선 채로, 자신의 상사라고도 할 수 있는 남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입고 있는 흰색 가운을 보면, 그들이 어딘가의 연구원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반대입니다. 아니... 위원회도 반대할 거에요. 말했잖아요. 해마다... 아니, 달마다. 아니­ 매일, 매분, 매초. 대기 중의 마력량이 감소하고, 지맥의 마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이마에 돋아난 핏줄만 보더라도, 그녀가 얼마나 화가 나 있는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미안하지만. 이것은 그 '위원회'로부터 최종승인을 받은 프로젝트다. 레비아탄은 이미 건조용의 자재를 건조지역에 운반하고 있어. 이봐 R.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종말'을 막을 수 있는 무기를 만드는 것이야."

남자는 피곤하다는 눈치로 그렇게 이야기하며, 자신의 의자에 등을 눕힌다.

"마나가 고갈되면 인간 역시 종말이에요...!"

"어디까지나 하나의 이론일 뿐이지. 그 이론을 제창하던 트리스 메기스토스가 모습을 감춘 이후로, 그의 연구 중에서도 마나에 관련된 부분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너도 잘 알지 않나."

남자의 말에 R은 책상을 내려친 손으로 주먹을 만들면서, 어깨를 부들부들 떨 정도로 크게 분노한다.

"R. 진정해. 이 연구소에서 막아야 하는 종말은, 네가 주장하는 것 같은 '사일런스 아포칼립스[정적인 종말]'가 아니야. '라이엇 아포칼립스[폭동적인 종말]'이지. 국가 간의 전쟁. 핵우산이라는 것이 만들어낸 칼날 위의 평화. 하지만 조금이라도 균형을 잘못 잡으면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르는 그런 자폭 버튼을 방석 아래 깔고 사는 이 세계에서 통제 기구는, 말 그대로 세계의 종말을 통제할 수 있는 병기를 원하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국제 조약이 규제한 기준을 초월하는 마력 병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만."

R이라고 불린 여성의 항의가 계속될 것만 같자, 남자도 더는 참지 않겠다는 듯, 손으로 책상을 강하게 내려치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자네가 이곳에 온 이유는, 바로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겠지. 우리들이 개발하는 무기에 동력원으로 사용될 마력. 그 마력을 효율적으로. 좀 더 적은 마력량으로도 커다란 효율을 볼 수 있도록. 그게 자네의 존재 의의 아닌가? 종말 대책 병기 연구소. 마력기관 개발 담당 부분 팀장. 라이자 R 플레임­."

쾅!

"... ..."

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풀넴이으로 부르려 하자, R은 다시 한 번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그녀의 손에는, 일렁거리는 아지랑이가 깃들어 있었으며, 입을 다물고 그를 노려본다.

"마력의 과한 소모가 문제 된다면, 자네가 그 부분을 해결하면 되는 것이야. 자네를 위해 준비된 연구실도, 자재들도. 모두 그것을 위해 있는 것이니까. 알았다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게. 가서. 이번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될 동력기관의 설계도를 구상해 와."

결국, 이야기는 거기에서 종료.

R보다도 지위가 높은 남성은 그대로 다른 이를 불러 프로젝트의 다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리는 소리에, R은 휙 하고 몸을 돌려, 자신의 연구실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R의 곁으로 비슷한 연령대로 보이는 소녀 한 명이 따라와 같이 걷는다.

"R.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마. 이쁜 얼굴이 다 찡그려졌네."

회색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그녀는, R보다도 조금 어른스러운 느낌이었지만 이 연구소 안에서도 유일하게 R을 챙겨주는 사람이었다.

"B. 내가 어제 계산해 놓으라고 한 건?"

"물론 해두었어. 생물의 유전자에 각인된 마력 적응 수치를 개찬할 수식이지? 하지만 그걸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트리스 씨의 공식을 재현하려고 하는 거야?"

"그래... 맞아."

R의 대답에 B는 조금 놀란 듯이 입을 열었다가, 눈앞의 자신들의 연구실이 문을 여는 것을 바라보면서 주변을 둘러보고는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모니터."

R이 그렇게 도구의 이름을 입에 담으면, 그것에 반응하여 실험실 안에 배치되어 있던 거대한 모니터에서 불이 켜진다.

에메랄드 태블릿에서 연결되어 데이터를 건네받은 기계가, B가 마무리 지어 놓은 계산의 결과를 표시하고 있었다.

B는 그것을 바라보면서 조금 자랑스럽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흐흥'하고 콧소리를 내었고.

R역시, 친구가 해놓은 실수 없는 일처리에 입꼬리를 올린다.

B의 수식을 적용하여, 생물의 유전자를 조작하면 그 생물이 본래 가지고 태어나야 할 마력 적응력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존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특성은 유전된다.

데이터만 완전하다면, 다시 만들어낼 수도 있다.

"마력 적응력을 이렇게 끌어 올려서 뭘 하려는 거야? R."

"마력 적응력이라는 것은, 마력의 친화력과 지배력을 종합한 수치야. 더 적은 마력으로부터 더 많은 효율을 이끌어낼 수 있지. ...만약, 세상의 사람들이 모두 지금의 수배 정도 높은 마력 적응력을 가지게 된다면. '마나 고갈'의 시간을 크게 늦출 수 있어."

"아하..."

B는 잘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B 역시, R 만큼이나 이 세상에서 자연 마력이 고갈되는 상황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금 이 행성에서는 일부 지역의 자연 마력이 고갈되어, 회복되지 않는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가 있었다.

일부 연구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마나 고갈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마력의 소비를 규제하는 국제 규정까지 만들어졌지만,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어기고 있는 이들도 있는 것이었다.

한 때. '트리스 메기스토스'라고 불리는 위대한 학자가, 그 마나 고갈을 해결하는 방안을 만들어 두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는, 국제적인 테러리스트의 배후로 지목되어, 국제경찰의 추적을 받아 체포되었다.

결국, 혐의는 누명이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나서, 그는 석방되었지만, 그 뒤로는 그의 소식이 사라졌다.

그것이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다.

모두가, 그가 국제경찰에게서 받은 고문으로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남겼던 연구 자료들의 대부분은 오직 '트리스 메기스토스'만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곳에 있는 'R'과 'B'를 제외한다면.

두 사람 모두, 천재라 일컬어질 정도로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자랑스럽게 국제 대학을 졸업한 인재로서, 그 뒤로는 엘리트로 사는 삶이 약속되어 있었지만.

R이 '누군가'에게 받은 연락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트리스 메기스토스의 유지를 비밀리에 이어가고 있었다.

B가 만들어낸 수식의 연산 결과를 적용하여, R이 만들어낸 '마력 적응 인자'.

모니터 안에서 반짝이는 유전자의 배열을 바라보며, R은 입가를 감싼다.

그리고, 조용히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리고?"

"마력을 이용한 병기나, 구조물의 제어권을. 강제로 강탈할 수 있어. 혹시라도, 인류를 향해 총구를 돌려, 오용될 가능성이 있는 병기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단 이야기야."

R의 이야기에 B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설마. 레비아탄을..."

"완성된다 면의 이야기야. 이 마력 적응 인자를 가진 인간이 만들어지려면, 이걸 '그 녀석'에게 보내야지.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며, R은 주머니에 있던 리모콘을 꺼내 들어, 통신 주파수에 방해 전파를 섞어, 재밍이나 도청을 방해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에메랄드 태블릿에 손을 얹으면서 오직, 그 태블릿을 통해서만 말을 건넬 수 있는 존재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머큐리. 이쪽은 R. 당신의 조언대로 유전자 정보를 수정한 결과를 도출해냈어. 지금부터 이 결과를 당신 쪽으로 보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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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아멜리아는 눈 앞의 그녀가 보여준 환상의 끝에서 어머니의 고향, 수정 협곡의 지하에 존재하는 고대의 존재를 떠올리며 그 이름을 불렀다.

그러면 자신을 연구소의 인공 정령이라고 소개했던 그녀는, 아멜리아를 향해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머큐리가, R과 B. 두 사람의 연구 결과를 받아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아멜리아. 당신의 선조입니다. 그리고 그 인자는 대대로 당신의 모계를 통해서 이어져 내려왔죠."

"저희들의 안에, 그런 것이..."

아멜리아는, 머큐리조차도 설명해주지 않은 사실에, 처음 알았다는 듯이 놀라운 얼굴이 되어 주먹을 쥐었다.

"그 뒤에, 두 사람은­ 원초 세계는 어떻게 되었나요?"

"─ 그로부터 몇년 뒤. 세계에 '검 형태의 강력한 신성 마력 병기', 즉. 성검이 나타나고. 그 성검을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이 출현하기 시작하면서. 세계는, 성검을 보유한 국가 간의 전쟁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녀의 말에 아멜리아는, 다시 한 번 이전에 보았던 것들을 떠올리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성검과 용사. 그리고 그 뒤에는­"

"네. 불행인지 다행인지. 세계는 R과 B가 예상하던 것처럼 '마나 고갈'로 멸망하지는 않았습니다. 멈추지 않고 퍼져 나가는 전화(戰火) 속에서. 인류는 결국 '별의 적'이 되었고. 차원의 틈을 찢으면서 나타난 황금의 혜성에게 멸망하였습니다."

"황금의 혜성. 용사, 레시아."

클레온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 두 사람의 운명은, 정말로 기구하게도 엮여있었고, 아직도 그 인연은 사라지지 않은 채로 있었으니까.

게다가. 얼마 전에 꿈에서 보았던 레시아의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

그녀의 육체는 이미, 세계의 적을 멸하는 방어기재로 변해 있어서,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다고 하였다.

만약­ 이 세계에 또다시 황금의 혜성이 강림한다면.

자신들은, 그녀를 막을 수 있을까?

끔찍한 오한이, 아멜리아의 등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만 했다.

"...바로 그래요. 아멜리아. 그리고 그것은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 흑마의 일족의 마검사와 그 동료들의 힘이 합쳐졌을 때만 가능해지는 일입니다.'

마치, 아멜리아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그녀에게 이야기 하는 인공 정령.

"말씀해 주세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건가요? 뭘 하면 되는 거죠?"

비록, 힘을 잃고, 펜던트도 없으며, 왕국에서 지낼 곳조차 잃었다고 하더라도.

아멜리아 칼데아리스는, 세인트 프린세스.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성전사인 것이다.

그런 아멜리아의 각오가, 인공 정령에게는 가감없이 전달되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아멜리아는 순수한정신체.

자신이 의도치 않더라도, 그 진실한 의도를 숨길 수 없었고, 인공 정령은 그녀가 만약 어두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기에, 인공 정령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면서, 아멜리아를 향해 감사를 표하듯이 허리를 꾸벅 숙여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아멜리아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레비아탄을 다시 기동시키려 하고 있는 이들을 멈추지 않으면 안 됩니다."

"레비아탄... 분명, 연구소에 들어왔을 때 B 구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라고 하였죠. 아티스도, 레비아탄이 사룡 산맥의 밑에 깔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멜리아의 대답에, 인공 정령은 고개를 끄덕인다.

"맞습니다. 그녀가 예상한 대로, 레비아탄은 건조 후 가동되는 일 없이 방치되어, 지금은 땅에 의해 가려진 채 사룡 산맥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바위 밑에 잠들어 있습니다."

인공 정령의 말에 아멜리아는 아티스가 기뻐할지, 아니면 당연하다는 듯이 우쭐해 할지 조금 머리속으로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회귀자들이, 바로 그 사룡 산맥의 어딘가에 숨어있다는 것.

"혹시, 회귀자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그 레비아탄을 가동하는 것, 인 건가요?"

아멜리아의 질문에, 인공 정령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저는,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구체적으로는 파악할 수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몇백 년에 걸쳐서 레비아탄에 접촉하여, 그 기능을 복구하려는 이들이 존재했다는 것밖에는. 레비아탄은 이 연구소의 조작을 직접 받지 않기 때문이죠."

잠시 뜸을 들인 후, 그녀는 아멜리아를 보면서 이야기한다.

"만약. 레비아탄의 기능이 정상화하여, 혹시라도 기동하게 된다면. 그것은, 빠른 속도로 이 대륙의 마력을 흡수하면서 거대한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재앙... 인가요? 어째서죠? 레비아탄은, 종말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병기가 아니었나요?"

"스스로를 멸망시킬 수 있는 존재가 된 인간을, 또 힘으로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병기. 그것이 바로, 레비아탄입니다. 당연하게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한 병기이지요. 그리고 그것보다도 문제인 것은. 그 레비아탄이 필요로 하는 동력원. 즉­ 마력입니다."

인공정령이 손을 휘두르면, 두 사람의 사이에 사룡 산맥의 환영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산맥의 밑에서 레비아탄이 꿈틀거리면서 지상으로 튀어나오면, 산이 무너짐과 동시에, 그 몸, 관절과 관절 사이에서 거대한 마력포가 발사되면서 하늘을, 땅을, 그리고 산을 갈라 불태우는 재앙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것과 동시에, 레비아탄이 몸을 걸친 땅이, 빠르게 말라 비틀어져 가면서, 황야로­ 사막으로 바뀌어만 간다.

"이건... 마력 고갈...!"

아멜리아는 그 현상이 무엇인지,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레비아탄이 사용하는 병기들은, 모두 마력을 동력원으로 하고 있었고, 주변의 마력을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소모하다 보니, 마치 그 땅의 부분만 시간이 빨리 가는 것 처럼 보일 정도로, 지상을 황폐화해나가는 것이었다.

"회귀자들이 이걸 가동시키려고 한다면... 정말로 그것 만큼은 막아야 해요..."

아멜리아의 말에, 인공 정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당신의 안에 있는 마력 적응 인자는. 각종 마력으로 구동하는 물건의 제어권을 탈취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힘이 숙달되는 데에는 아멜리아, 당신의 노력이 필요하지만요. 레비아탄의 잠을 깨우려는 자들로부터, 레비아탄을 지켜주세요. 혹시라도, 그 아이가 깨어난다면, 당신의 힘으로 그 아이를 다시 한 번 잠들게 해주는 겁니다."

인공 정령의 말에, 아멜리아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겠다는 듯. 주먹을 쥐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문득 그녀에게 자신이 궁금해한 사실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었다.

"제가 마력 결정의 힘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도, 그 마력 적응 인자라는 것 덕분인 건가요?"

"마력 결정의 힘... 아아. 그것 역시 맞습니다. 자신의 몸을, 마력 결정이 가지고 있는 마력에 적응시켜서, 빠르게 마력의 속성을 전환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죠."

그녀의 대답에, 아멜리아는 '역시 그렇군요'라고 대답하며 곰곰히 생각한다.

그렇다면, 성령의 펜던트나, 늑대 머리 펜던트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마력결정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클레온을 도와서 함께 싸울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아멜리아를 보면서 인공 정령은 이야기 한다.

"하지만. 반드시 당신에게 그 마력 결정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네?"

그녀는 인공 정령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아멜리아가 펜던트 같은 매개체 없이 힘을 발휘할 수 있던 것은, 신성 마력을 그대로 이용한 치유마법 정도였으니까.

"...인간의 신체 역시. 하나의 마력 매개체. 당신의 힘을 온전히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거기까지 그녀가 말한 순간,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흐려져 가며, 아멜리아의 시야가 점점 어둠에 가까워져 간다.

그리고­

[아멜리아!]

라일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생각하여, 아멜리아의 눈이 감겼다가 떠진 순간­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아까까지 자신이 있던 B구역의 지휘실.

에메랄드 태블릿과, 기계들. 그리고­ 걱정하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라일라였다.

"...다행이야, 못 돌아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어...!"

라일라가, 그런 아멜리아를 와락 안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 아멜리아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되어서 그녀에게 이야기 한다.

"죄, 죄송해요. 저도, 갑작스러웠던 거라서... 하, 하지만. 여러분께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어요."

"아아. 그거라면­"

"좋았어───!!!!"

그 때, 아멜리아와 라일라의 말을 끊듯이 바로 옆에서 커다란 목소리와 함께 손을 치켜드는 여성의 모습이 있었다.

바로, 아티스였다.

그녀는 아하하하! 하고 크게 웃으면서 주변의 조수들에게 뛰어가 헹가래를 받으려는 듯이 뛰어드는 것이었다.

"... ..."

아멜리아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지만, 라일라는 이야기한다.

"네가 그녀와 하는 이야기는, 에메랄드 태블릿이 연결된 모니터를 통해서 지켜보고 있었어.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사룡 산맥의 밑에서 레비아탄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고. 저렇게 된 거야."

"아, 아아... 그, 그렇군요."

아멜리아는 그런 그녀의 대답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또 이동하면서 듣자. 더 늦어지기 전에, 남은 곳­ A구역도 탐색을 하고 지상으로 돌아가야 해. 아까 본 것을, 클레온에게도 제대로 전달해야 하니까."

"...네!"

아멜리아는 라일라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마지막­

정령이 자신에게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인간 또한, 마력의 매개체.

자신의 힘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아멜리아의 머리속에는 그 목소리가, 여전히 맴도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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