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7화 〉 일각토와 위험한 상담
* * *
000
"흥흐흥"
콧노래를 부르면서 앞장서서 걸어가는 아티스.
그리고 그런 조사대의 대장을 앞에 두고, 조사대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이었다.
B구역의 지휘실까지 오는 동안, 단호하게 굴면서 아무것도 조사하지 못하게 해주었던 아티스의 기분이 한결 나아진 것 때문이겠지.
이유는 단순히, 그녀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
"아, 그렇지 아멜리아. 사탕 먹을래?"
이렇게,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당분 보충용의 사탕을 꺼내서 아멜리아에게 건네 줄 정도로 기분이 좋은 듯했다.
"알고 있겠지만, 우리들의 목적은 사룡 산맥의 밑에 있는 레비아탄이 기동하는 것을 멈추는 거야. 설마, 그걸 기동시키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라일라는 너무 기분이 좋아 보이는 듯한 아티스에게서 무언가 불길한 것을 느낀 것인지 그렇게 이야기하며 주의를 시킨다.
아티스는 그러면, 라일라를 바라보면서 입꼬리를 히죽, 하고 올리는 것이었다.
"물론이야. 지금 이곳에서, 나의 목적은 바뀌었어."
"바뀌었다고? 뭐로?"
그녀는 안경을 고쳐쓰고는, 시선을 다시 앞쪽으로 돌린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듯이 입을 다물고 있으면, 조사대원들도 궁금해진 것인지 그녀를 쓰윽 살피듯이 시선만을 돌리다가.
"레비아탄의 해체. 아무도 그것을 다시 만들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분해하고 해체해서, 사룡 산맥을 평평하게 만들어 버리는 거야. 어때. 재밌겠지?"
"하아?!"
아티스의 말에, 라일라가 놀란 듯이 목소리를 높이면 그 뒤를 따라가던 조사대원들도
"네에에에!?"
"교, 교수님! 하지만 레비아탄을 찾는 것이, 교수님의 목적이었던 게..."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조수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아티스는 '응'하고 뭔가 앓는 소리를 내며 주머니에 양손을 집어 넣는다.
그러면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면서 그녀가 이야기하는 것은
"내가 레비아탄 정확히는 기계 뱀을 쫓던 것은 어디까지나 아버지의 영향이었고. 그게 실존한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다음에는,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해야 하는 거잖아?"
아티스는 그렇게 말한 뒤, 슬쩍 고개를 돌려서 조수들을 돌아본다.
"하지만 너희도 봤지? 모니터에서 보였던 그 광경. 레비아탄이 기동하기 시작하면, 닥치는 대로 주변의 마력을 빨아들이고. 발사된 빛의 줄기가, 선악을 구분하지 않고 닿는 모든 것을 태워버리게 돼."
"그리고, 마력이 고갈된 땅은 빠르게 생명을 잃고 사막으로 변해갔죠..."
생각만 하더라도 소름이 돋는 광경에, 아멜리아는 자신의 양쪽 손을 꽉 쥐면서 얼굴을 어둡게 했다.
조사대원들은 '으음...'하고 각자 나름대로 생각하는 듯이 목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은 인간이 제어하고 제어하지 못하고의 범주를 떠나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저주. 재앙과도 같은 것이야. 나와 우리 조사대의 지식, 그리고 성과는 온전히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해. 너희들도 그 부분에는 동의하겠지?"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도덕적인 모습을 보이면 라일라도 조금 놀란 얼굴이 되지만, 조사대원들 역시 놀란 얼굴을 보이는 것이었다.
"잠깐. 어째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아티스가 조금 불만이라는 듯한 표정이 되어 그렇게 말하면, 조사대원들은 머뭇거리다가도 대답한다.
"아뇨. 저희는... 아티스 교수님이 매드 사이언티스트 같은 부류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설마, 교수님께서 그렇게 훌륭한 대답을 하실 줄, 꿈에도 몰랐어요."
"감동했습니다. 역시 교수님이세요."
그렇게, 차례대로 돌아오는 대답에 아티스는 멍하니 자신의 제자들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 보였다.
그리고 상냥한 목소리로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좋아. 너희 전부 감봉이야."
"네!?"
"어째서요! 지금, 분위기 좋았는데! 이건 보너스가 나오는 흐름 아니었나요!?"
경악에 소란을 일으키는 제자들과, 그런 제자들을 향해서 막말하는 아티스.
그런 시끄러운 상황에 이니스가 깔깔대면, 라일라도 한숨을 내쉰다.
"정말이지. 경계심이란 게 없다니까. ...그보다 아멜리아. 몸 상태는 어때? 몸을 움직이는 데 어색하다던가, 마력의 조율이 잘 안된다든가. 그런 느낌이 있으면 바로 이야기해야 해."
라일라가 자신을 걱정하면서 한 말에, 아멜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 네. 괜찮아요. 몸을 움직이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도 없고... 마력에 관해서도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말이야."
그렇게 대답하는 아멜리아였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마지막에 남겼던 인공정령의 말이 마음에 걸리고 있었다.
'그녀가 했던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나도 모두를 도울 수 있게 될 텐데...'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걷다 보니, 시선이 자연스럽게 낮은 곳을 향하게 되고.
정면을 보면서 걸어가는 다른 이들이 보지 못했던,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시야의 구석에서 포착한 아멜리아의 발걸음이,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 ...?"
갑작스럽게 그 자리에 멈춰선 아멜리아를, 라일라도 이상하게 생각한 것인가.
"왜 그래 아멜리아? 역시, 몸이 안 좋아?"
"아,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잠시만요!"
아멜리아가 그렇게 이야기 하며, 자신이 본 것이 헛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신하고 뛰어나가면.
라일라는 당황해 하면서 그녀를 뒤에서 부른다.
"아멜리아! 잠깐! ...정말!"
그렇게, 라일라도 그녀의 뒤를 따라 뛰어가는 것이었다.
"마스터!?"
당연하게도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이니스도 마찬가지였고.
자신의 제자들과 투닥거리느라 그것을 눈치채는 것이 늦어진 아티스가 보았을 때에는, 이미 세 사람이 대열에서 이탈하여 뛰어가는 도중이었다.
"잠깐잠깐. 멋대로 어디로 가는 거야 저 세 사람. 조수들. 우리도 같이 가자!"
"이야기를 돌리지 말아 주세요! 감봉은 없는 거죠 교수님!?"
"인권 보장! 최저 시급 보장!"
"알았으니까! 이 돈의 망자들 같으니라고!"
아티스도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 조금 늦게나마 세 사람을 따라서 이동하면,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무언가를 들고 앉아있는 아멜리아와, 그런 아멜리아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니스, 라일라의 모습을 발견한다.
"곤란하다고 라일라~ 그렇게 갑자기 없어지려고 하면."
"아아, 미안. 하지만, 아멜리아가..."
라일라는 조금 심각한 표정이 되어, 아멜리아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러면, 아티스도 입을 다물며, 시선을 그쪽으로 옮기고
"... ..."
놀란 얼굴이 되어,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노란 아니, 황금색의 털로 뒤덮인 작은 짐승.
귀가 길고, 꼬리가 짧고. 네 개의 다리가 달린 그것은, 어딜 어떻게 보더라도 색이 조금 독특한 '토끼'처럼 보였다.
하지만,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머리에서 자라난 뿔.
희귀한 마수, 유니콘과 같이 훌륭한 일각(一?)이 달려 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그 토끼가 평범한 토끼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몸의 어딘가에 상처를 입은 것인지 털 일부분이 붉게 물들어 있었으며, 새액 새액 하는 소리를 내면서 약해진 생명력을 아멜리아의 치유 마법으로 간신히 회복해 나가고 있었다.
자신의 손안에서 죽어가는 생명을 보면서, 표정이 어두워진 아멜리아.
하지만 라일라도 아티스도, 어쩔 수 없이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생명체에 눈이 가는 것이었다.
"알미라지."
라일라가 그렇게 중얼거리면, 아티스는 그녀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전설 속의 마수네. 다른 마수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 흉포함을 억제해서 사람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준다고 하는 마수. 화석이 발견되어서, 실존하고 있는 것으로는 예상되었지만, 이제는 멸종당했다는 게 정설이야."
아티스의 머리속에 저장되어있던 지식이, 그녀의 입을 통해서 거침없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저 뿔 토끼의 특징도. 전승 속의 알미라지와 똑같아."
"아마 맞을 거야. 마력의 반응도 느껴지고, 이건 마수야. ...멸종했다는 알미라지가, 어째서 이 연구 시설 안에..."
라일라는 잠시 입을 다물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다가
퍼뜩,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리듯이 아티스를 돌아보면서 입을 열었다.
"설마, A구역에 있다는 합성수?"
"그 가능성이 제일 크겠지만. 여기는 아직 B구역에 가까운걸. 몇천 년 동안 방치된 곳에서 이런 마수가 살아남아 있을 거란 거야?"
"... ..."
아티스의 대답 역시 일리가 있었기에, 라일라는 더더욱 알 수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 사이에, 아멜리아의 회복 마법을 충분히 받은 알미라지의 호흡이 안정되고 나면, 녀석은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나더니, 그 석류와도 같이 붉은색의 눈을 두 세 번 깜빡이는 것이었다.
사람의 말을 할 수는 없는 것인지, 평범한 토끼의 울음소리를 내면서 아멜리아의 손 위에서 움직인 그것은, 그대로 아멜리아의 손을 핥는다.
마치, 감사를 표하는 것만 같았다.
"다, 다행이다... 혹시라도 마수라서 회복 마법이 잘 듣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어요..."
아멜리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한쪽 손으로 그 마수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있지, 아멜리아. 그 토끼"
"어...?'
라일라가 그녀에게 무언가를 전하려던 그때. 아멜리아는 무언가를 발견한 듯이 알미라지로 추정되는 토끼의 목 부분을 살핀다.
그러면, 그곳에는 노란색의 태그 같은 것이 달려 있는 쵸커가 묶여있는 것이었다.
"라일라. 이 아이, 주인이 있는 걸지도 몰라요."
"주인?"
아멜리아의 뜬금없는 소리에, 라일라가 눈을 깜빡인다.
그러자, 아멜리아는 쭈욱 팔을 뻗어 마치 바라보라는 듯이 토끼의 배 부분이 라일라의 앞쪽을 향하도록 내밀어.
그녀석이 목에 걸고 있는 태그를 보여준다.
라일라도 잠깐 당황했지만, 그녀가 보여준 태그에 적혀있는 고대어를 읽고 나면 표정이 한껏 심각해지는 것이었다.
"합성수 프로젝트 001. 일각토 알미라지."
"그럼 역시, A구역에서 탈주해 온 녀석이란 건가?"
아티스 역시 얼굴을 찌푸리면서, 그것을 함께 바라보더니 이내 라일라와 시선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들이 이곳에 들어온 걸로 A구역에 무언가 문제가 발생했을 수 도 있어. 빨리 가서 확인해 보자. 상처를 입었다는 건... 공격적인 마수도 있다는 이야기야."
라일라의 말에 아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의 조수들에게 이야기한다.
"모두들. 무장상태를 점검.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도록 해."
"네. 교수님."
그리고, 아멜리아는 그런 두 사람의 반응을 보면서, 알미라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라일라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일단, 네가 데리고 있어. 전설대로라면, 알미라지는 사람에게 우호적인 마수니까."
"알미라지... 정말로 책에 나와 있는 그 알미라지일까요?"
아멜리아는 잘 모르겠다는 듯이 그 토끼를 내려다보면서 이야기 하면, 라일라도 이마에 손을 올린 채 대답한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털의 색이라던가, 뿔이라던가. 특징은 일치하니까. 어쩌면, 이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작품일지도 모르겠네. 그 마수는."
"... ..."
키메라를 만드는 것은 현대의 기술력으로도 가능한 것이지만, 이음새와 같은 부분이 남는 것을 생각하면.
눈 앞의 합성수 알미라지는 처음부터 그렇게 생긴 생물로서 태어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원초 세계의 기술력이 계승 세계와 비교해서 압도적이라는 것이겠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된 라일라는, 자연스럽게 아멜리아를 보호하듯이 그녀의 앞에 서며 각인의 너머 클레온에게 목소리를 던지는 것이었다.
001
[...응. 알았어.]
클레온은, 머리속에 흘러 들어오는 라일라의 목소리에 그렇게 답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크샤트를 옆에서 돌보고 있었지만, 라일라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은 것이었다.
그렇기, 텐트에서 바깥으로 나오면, 텐트 위에 올라가 앉은 채, 또 라플라스의 습격이 있지 않을까 경계를 계속하는 사샤의 모습이 보였다.
"사샤"
"으햣!"
다만, 너무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던 것일까, 클레온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깜짝 놀라 하면서 꼬리와 귀가 튀어오르듯이 하늘로 솟구쳤다.
이내, 그것이 클레온임을 알아채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텐트의 위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라일라가 불러서 말이야. 나도 가봐야 할 것 같아. 안쪽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군요... 제가 이곳을 지키고 있을게요. 클레온 씨. 다녀와 주세요!"
맡겨달라는 듯이 자신의 가슴에 주먹을 가져가는 사샤를 보면서, 클레온도 미소를 지었다.
"아아. 부탁할게. 하지만, 무리하면 안 돼.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모두를 데리고 도망치는 거야. 알았지?"
사샤는 클레온의 말에 알겠다는 듯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쿠온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면, 쿠온의 모습이 텐트의 근처에서 보이지 않았다.
"...어라? 쿠온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건가?"
"네. 아직도 아가씨와 이야기를 하고 계신 것 같아요."
크샤트가 쓰러진 뒤, 상심해 하고 있던 플뢰르를 달래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갔던 쿠온이었지만, 그 때로부터 벌써 몇십 분은 지난 상태이다.
아직까지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면
'생각보다도 두 사람의 성격이 잘 맞았나?'
가면을 쓰고 목소리를 내는 일이 거의 없는 플뢰르였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어쩌면 쿠온과는 평범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클레온은 그것을 방해하기 미안하니, 쿠온에게는 라일라와 마찬가지로 텔레파시로 목소리를 전하려고 한 것이었다.
[쿠온. 아직 플뢰르와 이야기 중이야?]
[크, 클레온!? 아 응! 아직. 조금, 이야기가 길어져서... 왜그래?]
클레온의 부름에 화들짝 놀란듯한 목소리가 되돌아오는 쿠온.
무언가 대답에서 이상한 것을 느꼈지만, 클레온은 갑작스러운 텔레파시에 놀란 것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라일라로부터 전달 받은 이야기를 전한다.
[응. 알았어. 그럼 우리들도 텐트 쪽으로 돌아갈게.]
[어디까지 가 있는 거야?]
[어? 음... 걸으면서 이야기하다 보니까. 조금 멀리까지 온 것뿐이야. 걱정하지 마.]
쿠온의 말에, 클레온은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클레온과의 이야기를 마친 쿠온은, 혹시라도 그 직전까지 플뢰르와 하던 이야기가 그에게 들리지는 않았겠지. 라고 걱정을 하면서 플뢰르를 바라본다.
그곳에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플뢰르가 서 있었다.
"클레온에게서 연락이 와서요. 아무래도 유적의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 같아요. 저희도, 텐트 쪽으로 돌아가도록 해요. 플뢰르 님."
플뢰르는 부끄러워하면서도 고개를 위아래로 흔드는 것으로 대답한다.
'너무 자극이 심했나...?'
쿠온은 그렇게 후회하면서, 아까까지 하던 이야기의 내용을 떠올린다.
처음에는, 플뢰르 스스로가, 크샤트를 위해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것을 자책하던 것을 위로하기 위해, 쿠온 역시 같은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는 것으로 시작했다.
비록 플뢰르는 아주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지만, 쿠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 것만 같았다.
그러다 보면, 플뢰르는 쿠온에게 크샤트의 치료 방법에 대해 무언가 짐작 가는 것이 있느냐는 듯이 질문했고.
자연스럽게, 지배의 각인과, 그것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게 된 것이었다.
플뢰르 역시, 그런 지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거야 말로, 바로 직전에 읽었던 로맨스 소설에도 정사 장면이 있었으니까.
그런 것은 사랑하는 남녀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쿠온의 생생한 클레온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무언가 들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으면서도 더욱 듣고 싶어지게 되어서.
정신을 차려보면, 클레온의 여성 관계나, 더 나아가 쿠온이 임신해 있다는 사실마저도 듣게 되면서.
그녀가 쓰고 있는 가면의 밑은, 완전히 새빨개 진채로 땀을 뻘뻘 흘린다.
"어, 어쨌든! 크샤트 양의 몸은, 클레온이 분명히 어떻게든 해줄 거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는 쿠온의 목소리에, 플뢰르는 고개를 끄덕끄덕 인다.
머리속에서, 클레온과 크샤트가 몸을 겹치는 것을 상상하게 되지만
어느샌가, 크샤트가 아닌 자신의 모습을 거기에 겹치는 상상을 하게 되면, 다시 한 번 머리에서 김이 올라올 정도로 부끄러움에 물드는 것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