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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68화 (468/506)

〈 468화 〉 상자와 합성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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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 진입조가 향한 연구소의 A구역은.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더라도 B구역과는 그 분위기가 정반대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각종 동물들의 버려진 케이지들, 그리고,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는 고대어가 적힌 종이 상자에는 호랑이를 모티브로 한듯한 마스코트 캐릭터가 엄지를 추어올리고 혀를 내밀고 있는 유쾌한 모습이 보였다.

“뭐, 뭘까요 이 상자들은…”

아멜리아가 조심스럽게 땅에 있는 상자들을 바라보면, 아티스는 아멜리아의 곁으로 다가와 함께 상자의 표지를 살펴본다.

“아아. 이건, 사료야. 애완동물들을 위한 사료. 영양 만점. 당신의 강아지가 호랑이처럼 변할 겁니다.”

“강아지가 호랑이로…? 그런 마법약이라도 들어간 걸까요…”

아멜리아는 신기하다는 듯이 종이 상자를 집어서 앞뒤로 살펴보는 것이었다.

“아마 비유라고 생각하지만…”

그 때, 아멜리아의 다른 쪽 팔에 안겨있던 알미라지가 코를 킁킁하고 울리더니­

샤악! 콰직!

갑작스럽게 자신의 뿔로 아멜리아가 들고 있는 사료상자를 꿰뚫어 버리는 것이었다.

“꺅…!”

녀석의 훌륭한 뿔은, 단번에 그 상자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냈지만, 너무나도 갑자기 일어난 일에 아멜리아가, 그 상자를 떨어트리고 만다.

“이 녀석…!”

라일라는 그 광경을 보자마자 손에 화염구를 만들어내 알미자리를 제재하려 하지만­

“잠깐 마스터! 저 상자 봐!”

그것을 옆에 서 있던 이니스가 황급히 말리면, 라일라도 이니스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이동시킨다.

그러면, 그 자리에 떨어진 상자가, 저절로 꿈틀거리더니.

촤악,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요란하게, 거뭇한 곤충의 다리 같은 것이 튀어나오더니 몸을 비틀어대는 것이었다.

[키긱! 키기긱!]

“읏…!”

그 너무나도 충격적인 광경에, 아멜리아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뒤로 물러나지만, 알미라지는 마치 아멜리아를 지키려는 듯 그녀의 품 안에서 버둥대는 것이다.

“뭐야 저 징그러운 건…!”

아티스도, 그런 생물을 본 것은 처음인지, 라일라의 뒤로 숨지만.

라일라는 벌레처럼 움직이려 하는 사료상자를 잠시 지켜보더니,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자. 손에서 튀어나온 작은 불씨가, 그대로 상자로 날아가 착탄 하더니­

화르륵! 하고, 화려하고 커다란 불꽃이 터지면서, 그대로 상자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키기기기깃!]

상자의 윗부분을 마치 아가리처럼 벌리고, 혀를 휘두르면서 불에 저항해 보지만, 그 몸이 종이로 된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었겠지.

그대로 다리마저 불타버려서 사라지고 나면, 라일라는 팔을 휘둘러서 마력을 갈무리하고는 이야기한다.

“미믹이야. 방금 건.”

“방금 게… 미믹? 내가 알고 있는 미믹이랑은 좀 많이 다른데.”

아티스가 라일라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그렇게 이야기하면, 라일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미믹.

대체로, 성격 나쁜 존재가 침입자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의지로 만들어내는 함정과 융합한 마물의 일종.

대부분은 보물 상자의 형태로 의태 하여, 침입자가 방심하여 자신을 열어줄 때까지 얌전하게 있으며.

열린 순간, 자신의 날카로운 이빨과, 두꺼운 혀로 침입자를 빨아들여서 씹어죽이는, 흉악하기 그지없는 마물이다.

막 모험가가 된 이들이 던전에 들어가서 사망하는 원인에서도 상당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모험가들은 미믹을 경계한다.

그래서 일까,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기 시작한 모험가들이 미믹에 당하는 경우는 빠르게 줄어들면서, 설령 함정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임기응변으로 입이 닫히기 전에 빠져나오기만 하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된다.

덕분에, 미믹은 중견 모험자들에게 있어서는 그저 살아 움직이는 보물상자(조금 위험함) 정도로 밖에 느껴질 정도로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

마법사나 마도구 중에는 미믹을 판별하기 위한 방법만을 연구하는 이들조차 있을 정도였다.

“...혹시, A구역에서 만들어 낸 합성수의 일종인 걸까요?”

아멜리아의 말에, 라일라는 ‘으으음…’하고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소리를 내다가­

“으응. 미믹은 엄연히 마수나 합성수 보다, 마물애 어울려. 미믹은 ‘미믹의 핵’이라는 기생형태의 마물핵을 개폐가 가능한 상자에 집어넣는 것으로 만들어지고… 내가 볼 때, 저 미믹은 그렇게까지 오래되지 않았어.”

라일라의 눈이 가늘게 띄어지면 치익, 하고 불이 꺼진다.

하지만, 아티스는 라일라의 말을 그냥 넘길 수 없다는 듯이 라일라에게 이어서 질문한다.

“오래되지 않았다니? 이 시설은 우리가 발굴해낼 때 까지 수천 년은 봉인되어 있었는데… 그럴 리가 없잖아.”

“내 마력시를 의심하는 거야? 라일라가 팔짱을 낀 채로 그렇게 이야기하면, 아티스는 고개를 끄덕일까 저을까 고민하다가 이마에 손을 올리는 것이었다.

“아니… 잠깐. 알미라지가 다친 상태로 널부러져 있었고.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미믹이 있었다는 건. …”

“설마, 우리들 말고, 누군가가 이 시설에?”

이니스가 아티스의 말을 이어서 하게 되면, 조사대원들은 술렁거린다.

그러면, 아멜리아는 아까 전, 이 연구실에 들어왔을 때 자신들 모두가 통과했음에도 한동안 닫히지 않던 문을 떠올린다.

‘전원이 입장하면 문을 닫는다’ 같은 말을 한 것 같았는데, 그러지 않았었다.

일행 중 누군가가 낙오된 것도 아니었기에, 시설 안에 있는 사람 모두가 모여있는 처리가 이루어져야만 했는데도 말이다.

아멜리아가 떠올린 그 사실을 일행에게 전달하면, 라일라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조금 생각하더니, 혀를 차면서 주변에 널부러져 있는 같은 종류의 상자들을 바라본다.

“젠장. 라플라스.”

그렇게 아멜리아가 중얼거린 순간, 사료 상자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더니 일행을 둘러싸듯이 기어오는 것이었다.

조사대원들은, 마치 바퀴벌레들이 진을 짜고 자신들을 포위해 오는듯한 그런 광경에 기겁해서 자신의 무기에 손을 올린다.

“안 돼! 지금 공격하지 마! 라일라 처럼 사살과 저지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공격 후의 간격을 노리고 뛰어들어 올 거야!”

하지만, 아티스가 그것을 말리는 것으로 겨우 공격행위를 멈추면 라일라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녀의 화염은, 상대에게 고통을 입혀 움직임을 막으면서, 동시에 강렬한 피해를 주는 것이 가능했다.

다만, 미믹은 기본적으로 마물. 아무리 재질이 나무나 종이라고 하더라도 평범한 마법의 불에 그렇게까지 불타오를 수 있던 것은 그 마법을 사용한 것이 어디까지나 라일라였기 때문이다.

[후후후… 하하하! 정답입니다. 역시 당신은 현명한 편이로군요. 주변의 범부들­ 실례. 어린 새싹들과 비교하면 말이죠.]

남성의 쇳소리 섞인 목소리가, 그 미믹들에게서 들려왔다.

일행 중, 누구도 과거에 라플라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 사람은 없었겠지만­

본능적으로, 그 목소리, 말투에서 느껴지는 광기 어린 분위기가, 그가 제정신이 아닌 인간이면서­

동시에, 위험한 인간임을 강렬하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 위에 있는 사람들의 발을 묶어놓고 당신은 아래로 내려온 거구나.”

[그렇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 덕분에 편히 이 가장 깊은 곳까지 올 수 있었죠. 이곳은 정말로 멋진 장소이군요, 제게 꼭 필요했던 생명의 비밀에 관련된 지식들이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좋은 소재들도 말이죠.]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괴악한 얼굴을 한 늙은 남성의 황홀해하는 표정이 머릿속에 떠올라, 라일라는 헛구역질을 한다.

“소재? 설마, 알미라지 말고도 살아남은 합성수가 더 있는 건가…?”

[당연합니다. 당신들은 모르겠지만, 원초 세계의 인류에게는 생명을 살아있는 채로 수천 년의 시간 동안 봉인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죠. 마법이 아니라, 과학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걸 풀어줬고. 그중에 알미라지가 있었다. 이건가…”

라일라는 대충 사건의 경위가 보인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린다.

[그렇게까지 전부 말해버리면 제가 이야기할 것이 없지 않습니까. 젊은 학도들이여.]

하지만 그런 라일라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라플라스에게 진절머리가 난 듯, 라일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미안하지만. 당신의 헛소리에 어울려 줄 시간은 없어. 우리가 직접 찾아낼 필요가 없다면 수고가 사라질 뿐이지. 당신이 이곳을 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가 있는 이 통로를 지나야 할테니까 말이야.”

[호오. 그럼 저는, 독 안에 든 쥐가 되었다… 그런 이야기군요.]

“바로 그거야.”

라일라의 말에, 아티스도 아멜리아도 라일라를 바라본다.

물론, 그녀의 말도 사실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철저하게 자신들이 라플라스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크흐흐…하하하하!]

그리고, 광인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웃음소리는 서서히, 그리고 숨이 차는 것이 걱정될 정도로 격렬하게 높아져서 시설 전체에 울려 퍼진다.

아멜리아의 품 안에 있던 알미라지는, 그 목소리를 듣고 몸을 움츠릴 정도로, 그 사악한 기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것은 아멜리아 또한 마찬가지여서, 오랜 세월 악마와 적대해온 소녀의 본능 속에 구역질이 날 정도의 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아스타로테의 악마 중에서도 이슈탈과, 이차원의 틈에서 만났던 드워프의 왕, 그리고 뱀파이어.

그 셋과 어깨를 견줄만한 사악한 기운이, 전달되어온다.

하지만, 그들은 말하자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이질적인 존재들.

그런 존재들과 비슷할 정도의 무언가를, 아직 인간의 범주 안에 있는 라플라스가 내뿜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멜리아는 인간의 악의에 한계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자신을 비웃는듯한 목소리에, 라일라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얼굴을 찌푸린 채로,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면.

화륵! 하고, 아까 전 미믹을 태웠던 것 같은 불씨가 터져 나와 화염의 고리를 그리며 그녀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조사대원들과 같은 아군의 몸을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통과한 그것은, 그대로 종이 상자의 미믹들에게 닿은 순간.

격렬한 화학반응을 일으킨 물질처럼, 순식간에 폭발하듯이 격렬한 화염을 일으키며 미믹을 전부 잿더미로 만들어버린다.

[크가가가기기기긱!!]

사방에서 들려오는 미믹들의 고통스러워 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면, 그 광경은, 마치 지옥에서나 볼법한 것이었다.

[아­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좋군요. 라일라 플레임워치. 역시 당신 같은 마법사들은 분에 넘치는 오만함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미믹이 죽었거나 살아있거나와 관계없이, 그의 목소리는 불타서 그 자리에서 꿈틀거리는 미믹의 안에서 흘러나왔다.

"오만? 이건 오만이 아니라 확신이야. 내가 지금까지 너 같은 새끼들을 몇 명 만나 온 줄 알아? 하나같이 그러더라고. 전부 자신의 계획대로 될 거라고."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휙 털어버린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더욱더 진한 스칼렛 레드로 물들어 오르며 그 끝이 마력에 반응하여 아지랑이를 일으키듯이 일렁인다.

[... ...]

"뭐. 그 안에서 우리들을 기다리면서 또 재미없는 실패작을 만들고 있겠지. 네 목소리를 들으니까 냄새가 나는걸. 피와 내장. 그리고 소독약과 마력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거부 반응의 냄새가."

강렬한 마력압에, 주변의 이들은 그런 라일라에게도 공포를 느끼지만.

동시에, 그 강력한 마법사가 자신들의 편이라는 사실에, 일말의 안도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라플라스의 도발을 받아쳐 낸 라일라에게, 다시 한 번 라플라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작품들이 실패작인지 어떤지는... 와서 직접 확인해 보시죠. 겁을 먹고 도망쳐도 상관없겠지만... 이 안에 있는 마수들이 워낙 소재로서 뛰어나니까요.]

그는 그렇게 한번 말을 끊었다가,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당신도 보고 싶겠죠? 땅의 제왕. 베헤이메스를.]

"─베헤이메스."

그의 말에 대답하듯이 중얼 거린 것은, 아티스의 쪽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마지막.

더이상 라플라스의 목소리도, 그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게 되면, 조사대원들은 참고 있던 숨을 내뱉듯이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각자 무기에 가지고 갔던 손을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것이다.

"흥."

라일라도, 퍼뜨려 두었던 마력을 갈무리하여 스스로에게 되돌리고, 아멜리아와 알미라지를 바라본다.

"괜찮아? 아멜리아. 내가 마력압을 좀 강하게 방출했지?"

"괘, 괜찮아요. 그보다... '베헤이메스'라는 것은 뭔가요?"

아멜리아 역시, 라플라스가 마지막에 자신만만하게 입에 담은 단어가 신경 쓰이는 것이겠지.

라일라는 그런 아멜리아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아­'하고 소리를 내면서 고민하면.

그 뒤에 서 있던 아티스가 대신이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땅의 제왕. 베헤이메스. 전설 속에 존재하는 마수 중에서도, 지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거대한 마수를 이야기 하는 명칭이야."

"지상에서...? 그러면. 드래곤보다도 거대하다는 것인가요?"

아티스의 설명을 들은 아멜리아가 그렇게 질문하면, 아티스는 푸풋 하고 웃으면서 입꼬리를 올린다.

"전설상에서는 그렇지.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설이야. 베헤이메스는 그쪽의 알미라지와 다르게 화석도, 그런 것이 존재했다는 증거도 남아있지 않아."

증거가 없는 이상, 실존했다고는 할 수 없지~라고. 아티스가 이야기 하면.

라일라는 그런 아티스에 이어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전설상의 베헤이메스는 처음에 달걀과 같은 크기의 알에서 태어나며. 매일 해가 오를 때마다 그 몸집이 두 배로 불어나는 짐승이라고 하는데... 그런 게 있었더라면 이 대륙은 이미 그 짐승에 의해서 가라앉았겠지. 그리고 그렇게까지나 커져 버린 몸을 유지하기 위한 먹이도 찾기 힘들어질 거고."

"그래서. 우리같은 학자들이 부르는 베헤이메스는 실존할 수 없는 상상 속의 동물. 터무니없이 거대하고, 지금까지의 여러 가지 생물로서의 법칙을 무시한 존재를, 전설에 빗대어서 그렇게 부르는 거야."

그러면, 그 설명을 다 들은 조수들과 아멜리아는, 라플라스가 그런 것에 빗대어 만들어낸 것이 존재한다는 것에 머리가 아파져 오지만.

"왜 그렇게 둘이서 번갈아가면서 이야기 하는거야?"

이니스 만큼은 그런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순수한 의문을 던져오는 것이었다.

그런 이니스의 질문에 라일라도 아티스도 입을 다물고 몸을 나가아야 할 방향으로 돌린다.

"있지 왜 둘이서 번갈아가면서 이야기 하는거야?"

"시끄러워 이니스! 저택에서 지낼 때처럼 입을 봉인 당하고 싶어!?"

"에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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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소란이 있었지만, 결국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된 이니스를 뒤로 한 채, 라일라는 가장 선두에 서서 A구역을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라일라의 눈앞에 선 것은, 마치 격리용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벽에 달린, 또 다른 문.

그 너머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라일라를 아까부터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은, 전방으로부터 느껴지는 강렬한 피의 냄새.

코를 자극하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그것에 섞인 것이, 적지 않은 마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잠시 후 눈 앞에 펼쳐질 광경이, 그리 어렵지 않게 상상이 된다.

라일라는 슬쩍 고개를 돌려 아멜리아를 보면서 이야기한다.

"아멜리아. 이 앞에는 아마... 조금 보기 힘든 장면이 펼쳐져 있을 텐데. 무리해서 따라오지 않아도 돼. 이 뒤에 클레온이 올 테니까. 그쪽에 합류하는 것도."

"괜찮아요 라일라. 악마를 사냥하면서 다녔던 저에요. ...어느정도는, 그런 참상에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그런 아멜리아의 대답에, 라일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잘 따라와야 해."

그리고 라일라가 그 문을 열어젖히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냉기'였다.

어디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 들어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착각하게 하는 냉기.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시설인 만큼, 그런 일은 없다고 생각해야 하겠지만, 이전에도 이런 부류의 냉기를 느낀 적이 있다고 라일라는 생각하는 것이었다.

바로, 머큐리가 잠들어있던 연구소에서였다.

그리고 다음은 시각을 지배하는 일면의 붉은 피바다.

땅바닥을 굴러다니는 것은 아까까지 생명이었던 것들이, 이제는 그저 단순한 고기조각이 되어 내장을 흩뿌리고.

신체의 일부분이 잘게 잘게 찢겨나가, 마치 그 생명체의 '훌륭한 부분'을 제외한 찌꺼기들만이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질처억, 하게 자신의 발에 달라붙는 그것이, 희생된 마수들의 피라는 것을 생각하면, 라일라는 정말로 기분이 안 좋아지는 것이었다.

"우읍...!"

조사대원들 중 일부는, 눈 앞의 광경을 견딜 수 없겠지.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나가, 안에 있는 것을 쏟아내려는 듯하고 있었다.

"아­ 아­. 화려하게 해놨네."

아티스도 기분은 좋지 않은 지, 눈쌀을 찌푸리면서 자신의 백의에 피가 묻지 않도록 아랫부분을 살짝 들어 올리나.

아멜리아는, 피 냄새에 흥분한 알미라지를 품에서 꼭 안은 채, 살짝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붙잡는다.

"...이것도, 회귀자가 한 것일까요?"

지금까지 봐 왔던, 악마 숭배자들의 의식에서도, 인간이나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것은 흔한 일이었지만.

이렇게까지, 방의 바닥부터 벽, 심지어 천장에까지 피가 튀어 오를 정도로 학살에 가까운 것을 벌인 것은, 처음이었다.

이차원의 틈 너머에서 보았던, 뱀파이어가 만들어낸 붉은 공간을 떠올리면 아멜리아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리고, 아멜리아의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하던 라일라가 대답한다.

"그렇겠지. 마수들로부터 신체 부위를 재료로 뽑아낸 걸까."

라일라는 자신의 몸을 감싼 방호부에 마력을 조금 더 불어넣어 막을 두껍게 한 뒤.

걸어가서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마수들의 시체들의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그것들을 살핀다.

"페가수스. 유니콘. 맨티코어. 오르트로스. 케르베로스."

시체들로부터 그 대략적인 정체들을 파악하면서 걸어가던 그녀는, 냉기가 느껴지는 것이 시체들의 주변에 배치되어 있던 철로 된 원통이라는 것을 눈치챈다.

"이 안에 들어가서 냉동되어 있던 건가..."

산채로 얼어붙어서 바닷속에 가라앉았던 고대 생물이, 탐사대에 의해 발견되어서 해동되자, 그대로 살아있었다는 이야기를 이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라일라는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잠시 고개를 돌린다.

"설마. 여러가지 동물의 특성을 하나로 가진 마수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졌다는 건가?"

"인위적인 설계가 아니면 존재하기 힘든 생명체들이 많기는 했지만 말이야... 그럼. 그 마수들도 키메라의 일종이야? 또 논문이 두꺼워지겠는걸..."

라일라의 추측에, 아티스가 조금 흥미롭다는 듯이 이야기하지만, 라일라는 얼굴을 찌푸린다.

"설마. 마수들이 사실은 과학적 키메라의 산물이었다니... 아니. 이런 말은 이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나."

이마에 손을 올린 채 무언가를 조금 생각하던 라일라.

그리고, 다음 순간.

쉬익, 하는 뱀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고 생각하면.

정신이 마수들에게 팔려 있는 라일라의 목덜미를 노리고, 무언가 채찍 같은 것이 날아오는 것이었다.

"라일라!"

아멜리아가 그것을 눈치채고 라일라의 이름을 외치면­

라일라의 몸에 펼쳐져 있던 마력막이, 순식간에 붉은빛을 띄더니 그 표면을 화염이 가득 채운다.

그녀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어 왔던 채찍은 그 불꽃에 닿자마자­

[KIAAAA!]

같은,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리면서 퉁겨져 나오는 것이었다.

"살아남은 마수가 있던 건가?"

라일라는 몸을 돌려, 어둠 속에서 자신을 노렸던 그것을 바라본다.

불에 화상을 입은 것인지, 몸을 비트는 그것은, 서서히, 자신이 튀어나왔던 어둠 쪽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부자연스럽게 불이 꺼져있는 천장의 전등을 바라보던 라일라는.

그 어둠을 향해서 손을 뻗더니, 그대로 화염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화르륵! 하고, 강렬한 화염이 분사되면 그것만으로도 빛이 만들어져 통로를 환하게 밝힌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였던 것은­

사자와도 같은 얼굴과 몸통.

등에서 튀어나와있는 염소의 얼굴.

꼬리는 뱀이었으며, 염소는 라일라가 내뿜는 불에 맞불을 일으켜 그것을 막아낸다.

"이건... 또. 전형적이네...!"

라일라는 그 광경을 보면서 혀를 차고는 곧바로 뒤로 물러선다.

콰직! 하고, 뱀의 꼬리가 다시 한 번 날아들어 온다. 이번에는 전신에 마력을 머금은 채.

강철보다도 단단한 몸통이 땅에 내려꽂히면, 그 부분이 움푹 파이는 것을 확인하고.

라일라는 혀를 차면서 다음 마법을 빠르게 준비했다.

아까 전, 라일라를 노렸던 것은, 그 사자의 꼬리. 즉, 뱀이었던 것이다.

"키메라!"

아티스도 그 짐승의 형상을 알아보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가 입에 담은 것은 '합성수'라는 의미의 키메라라는 단어가 아닌­

그 어원이 된. 고대에 존재했다고 하는 전설의 마수의 이름이었다.

그 형태가, 섞여 있는 동물의 특성이.

그 전설과 완벽하게 일치했기 때문이다.

"아티스! 멍하니 있지 말고 조수들을 데리고 방에서 나가!"

라일라는 그녀와 조수들이 옆에 있으면 키메라를 저지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한 화염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그렇게 외친다.

그러면 아티스는 잠시 조수들을 바라보다가.

"알았어! 하지만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면 안 돼!"

"그런 걸 신경 쓸 때냐고...! 이니스! 너도 도와!"

이니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라일라의 곁으로 가려고 하고, 아멜리아 역시 그렇게 하려 하지만­

"아멜리아는 이쪽...!"

"자, 잠깐만요 저도!"

"라일라의 방해가 될 뿐이야."

아티스는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 아멜리아의 팔을 잡고 방을 나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두가 나간 것을 확인한 라일라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억제해두었던 마력의 제한을 해제한다.

그러자, 그녀의 몸에서 강렬한 마력압이 방출되고, 그 마력압에 노출된 키메라는 조금 주춤하지만, 지지 않겠다는 듯이 사자의 얼굴이 크게 포효하는 것이었다.

"기세는 좋네. 너는 이곳에서 만들어진 합성수? 아니면, 라플라스의 장난감?"

그런 그녀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리 없는 키메라가 적의를 그대로 드러내면.

"...어느쪽이든 좋나. 그 뒤에 볼일이 있으니까. 그곳에서 비키지 않겠다면."

허공에 손을 휘두른 순간 나타난 그녀의 전용 지팡이.

그리고, 그녀의 몸은 한번 화염에 둘러싸여 변화한다.

추방교단과의 전투에서도 사용한, 그녀의 아바타 제2형태.

"그 세 마리를 동시에 불태워줄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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