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9화 〉 제왕과 왕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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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사용에서도, 차원의 틈의 외신을 불러내지만 않는다면 아바타 마법을 폭주시키지 않을 수 있어.'
그렇기에, 그녀는 우선 마도서를 꺼내는 것을 보류한 채, 창으로 변화한 마법 지팡이만을 가지고 키메라의 앞을 막아선다.
키메라에 붙어있는 세 개의 얼굴은, 피와 같이 새빨간 붉은 눈을 가진 채로 라일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흥. 보면 볼수록 비효율적인 구조네. 뇌가 세 개면, 몸을 조종하는 인격도 세 개라는 거잖아?"
라일라는 그런 키메라를 보면서, 그 구조의 결함을 지적하듯이 외친다.
물론, 이것은 키메라 나아가, 그것을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라플라스를 향한 도발이었다.
라일라가 그 키메라의 주인이 라플라스라고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도망친 것으로 보이는 알미라지를 제외하면 합성수들은 모두 죽어 있었는데, 그 키메라만큼은 어떤 상처도, 그리고 어떤 부상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녀석이 라플라스가 말하던 베헤이메스? 그런 것치고는,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 않는데.'
키메라는, 라일라의 도발을 이해하고 있는지 으르렁거리면서 이빨을 보이고, 당장에라도 덮치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태생적인 포식자인 그 마수는,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아까와 같이, 그녀의 화염에 데이기만 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대신 라일라의 마력시에 포착되는 것은 키메라의 안쪽에 존재하는 마력 덩어리가, 서서히 염소의 머리를 향해서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염소 머리는 분명, 불을 뿜을 수 있었지. 바보네. 내 앞에서 불이라니.'
라일라는 화염의 원소를 다루는 것에 특화된 원소 마법사이다.
그런 그녀에게, 불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아바타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동안.
그녀는 분노와 파괴, 그리고 정화의 상징인 화염 그 자체가 되는 것이었다.
──라고, 이전까지의 라일라라면 방심하고 있었겠지.
라플라스가 회귀자인 이상, 클레온과 주변의 동료들에 대해서는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런 그가, 라일라의 모습을 확인한 상태에서 만든 키메라에게 라일라에 대한 대비를 해두지 않았을 리는 없었다.
지하에 돌입한 조사대원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이 바로 라일라 플레임워치였으니까.
"이니스. 말해도 좋아."
"푸하!"
라일라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그녀의 옆에 선 채로 화염의 플람베르쥬를 든 채 키메라와 눈싸움을 하던 이니스의 입에서 숨이 튀어나왔다.
입은 재앙의 근원이라고, 그 근원을 막아두었던 것이었는데.
그것에서 겨우 풀려난 것에 대한 반동인지, 이니스는 라일라를 보면서 칭얼대는 것이었다.
"마스터 너무해! 갑자기 목소리를 막아버리고!"
"네 자업자득이야. 그보다, 준비됐어? 내가 신호를 보내면 같이 튀어 나가는 거야. 알겠지?"
이니스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 하면, 이니스는 눈을 크게 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 마스터를 지킬게!"
"바보. 누가 누굴 지킨다는 거야. 너는 네 몸이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해. 핵만 남으면 내 마력으로 수리할 수 있어도. 마력은 최대한 저 녀석을 상대하는 데에 쓰고 싶으니까."
라일라가 한껏 다운된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 하면, 이니스는 그녀가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마력을 쓰기 싫어서 그런 것인가? 하고 잠시 생각하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할까!'
그녀는 단순한 것이 좋았다.
"알았어! 작전은 '안전 제일'이구나!"
"그래그래."
라일라는 그런 그녀의 말을 대충 넘긴 뒤, 화염의 창을 잡은 자세를 낮춘다.
그리고, 마수와 마법사. 그리고 호문클루스의 사이에서 긴장의 끈이 팽팽하게 당겨지면
"지금!"
라일라의 외침이, 그 긴장의 끈을 풀면 그렇게 움직이기로 약속되어있던 이니스가 플람베르쥬의 불길을 추진력 삼아 앞으로 돌진한다.
그 돌진 속도는, 그야말로 전차와도 같아서 순식간에 땅을 긁어내며 튀어 오른 불꽃과 함께, 그녀의 몸이 강렬한 회전을 일으키면서 거대한 화염의 바퀴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마스터! 지금이..."
그리고, 이니스의 검이 키메라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키메라의 앞발이 들어 올려지며 이니스의 검을 막아냈고.
염소의 입이 벌리면, 그 안에서 마력이 터져 나오려고 한다.
"흐흥! 안됐지만 나도 마스터랑 비슷하게 화염에는 면역이라구! 자아! 마스터, 지금이야!"
그리고, 이니스가 그 상태에서 자신과 함께 달려들었을 라일라를 찾아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 자리에, 라일라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엣."
그리고, 그 뒤쪽 라일라가 창을 잡은 채 아까의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다음 순간.
염소의 목구멍을 통과한 마력이 만들어낸 것은, 맹렬한 화염이 아닌
"히잇! 차가워어어!"
설산의 높은 곳에서 불어닥치는 것만 같은, 강렬한 눈보라였다.
단순한 눈보라가 아닌, 얼음덩어리가 섞여 있고, 비바람이 같이 몰아치는 그야말로 소나기+우박으로 만들어진 물고문 그 자체였다.
불의 원소에 강하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물의 원소에 대한 저항력은 낮다는 것이고.
그것이 만약, 아바타르를 사용하고 있었다면, 치명적인 공격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휴우."
라일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을 들으면서, 물속에 잠겨있던 겨울의 개구리처럼 그 자리에서 꽁꽁 얼어붙어 버린 이니스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살아는 있을 것이다. 인간이 아니라 호문클루스니까.
하지만 이니스는 이 일을 기억할 것이다.
설마, 믿었던 마스터가 자신을 적의 수를 파악하려는 미끼로 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
[너무하군요. 라일라 플레임워치. 그녀는 당신의 피조물일탠데.]
그 광경을 멀쩡히 지켜보고 있던 것이겠지. 라플라스가 참지 못하고 그런 목소리를 내면 라일라는 코웃음을 친다.
"설마 너 같은 악당에게 설교를 들을 줄이야. 하지만 너도 나를 욕할 처지는 못 되는 걸."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머리 위에 세개의 화염 구를 떠오르게 한다.
그 화염구에서 뻗어나오는 스멀스멀, 붉은 불꽃의 가시가 기어나오면
"플레어 스파이크!"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총 24개나 되는 화염의 가시가 마치 창날처럼 쏟아지면서, 눈앞의 키메라를 노리는 것이었다.
키메라는 아까와 같은 얼음과 눈, 그리고 비의 숨결로 그것들을 막으려고 하지만.
염소의 머리가 마력을 모으는 것에 실패하고, 약한 숨결만을 내뱉자, 사자의 몸은 가시들을 피하고자 그 좁은 공간에서 몸을 재빠르게 움직인다.
하지만, 그런 것도 무의미하게 라일라의 몸이 아지랑이처럼 흔들린 다음 순간.
서걱!
그녀의 몸은, 어느샌가 키메라의 뒷쪽으로 돌아가 있어서, 화염의 창을 크게 휘둘러, 키메라의 뱀의 꼬리와 염소의 머리를 단숨에 베어내는 것이었다.
[GRAAAAAA!]
고열의 창은 그 몸을 베어내는 것과 동시에 태워버리면서 상처를 막아버린다.
만약, 몸통이 붙어서 재생하거나 하는 종류의 마수라면, 그 가능성조차도 막아버리는 것이었다.
키메라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지면서, 그 녀석이 몸을 크게 돌려 라일라의 몸을 앞발톱으로 베어내려 한다.
하지만 라일라는 다시 한 번 거리를 벌리면서 키메라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전승대로 만들어 놓고, 나를 죽이기 위해 상반되는 마력을 동시에 가지고 다룰 수 있게 해 놓았잖아? 당연히 몸의 안에서 반발을 일으키지. 아무리 마수라도, 거대한 화염의 마력과 물의 마력을 동시에 다루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말이야."
라플라스의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현명함. 칭찬하고 싶어짐과 동시에, 성가시기 짝이 없군요.]
"네 칭찬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 뭐. 이제 저 키메라는 염소도, 뱀의 꼬리도 없어졌으니 단순한 사자가 되어버렸네."
그렇게 되면 그저 조금 신체능력이 높고, 마력을 다룰 수 있는 사자일 뿐이다.
라일라는 방해되는 염소의 머리도 없어졌다고 생각하여 그대로 사자를 향해 한쪽 손을 뻗고.
영창 한 소절, 마법 발동을 위한 단어 한 음절 없이.
그 손에서 강렬한 화염의 분사를 일으켜 키메라를 뒤덮는 것이다.
[GAAA...!]
황금과도 같은 갈기는 불씨에 의해 말라 비틀어지면서, 녀석의 몸은 곳 숯덩이로 바뀌어 가겠지.
라일라는 그 광경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이내 주먹을 쥐면.
충분히 불에 찜질 된 키메라의 몸을 태우던 불길이 단번에 모든 것을 집어삼킬 정도로 폭발하듯이 커졌다가.
마치, 방금전에 보이던 불은 환상이었다는 듯이 단번에 사라져, 사그라지는 것이었다.
물론. 그 자리에는, 검게 변해버린 키메라의 시체만이 남아, 꿈틀거리지도 못한 채였다.
"녹아내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칭찬해줄게. 하지만 이게 당신이 말했던 베헤이메스? 허풍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그런 라일라의 질문에, 라플라스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면, 라일라는 흥, 하고 코웃음을 치고 얼어붙은 이니스에게 다가간다.
"너무 오래 얼어있으면 핵이 손상될 수도 있으니. 일단은 녹여줄까..."
그리고, 그 얼음표면에 손을 올려, 약한 열기를 흘려보내면 이니스의 몸을 얼게 하였던 얼음덩어리들이 녹아내리며 떨어져 나간다.
"으, 으으... 너무해, 마스터..."
그리고, 가장 먼저 녹은 얼굴 부분에서 그런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라일라는 이야기한다.
"너는 작전을 숨길 수 없을 테니까. 내가 그만큼 너를 잘 알고 있단 거지."
"...핫!? 그런 거구나!"
금새 또 마스터에게 인정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니스.
라일라는 그런 이니스에게 아주 조금은 미안한 기분이 들지만, 그것을 표현하지는 않는 것이었다.
"키메라는 쓰러트렸어. 자. 그러면 허풍쟁이를 잡으러 가보자고."
그렇게 말하며, 쓰러져 있던 이니스를 일으키려고 한순간─
"...읏!?"
라일라는, 뒷쪽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척에,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몸을 돌려, 그쪽을 향해 마법을 쏘아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현된 마법은, 가장 단순한 화염구.
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것이 라일라라고 한다면, 이미 그것은 거대한 폭탄과도 같은 것이어서.
그대로 일직선으로 날아가 폭발한다.
쾅!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화염이 퍼져 나가면 주변을 밝히지만.
도중, 아무것에도 부딪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의문을 느낀다.
"마스터! 아까 태워버린 키메라... 어디 갔어?"
"뭐?"
그리고, 이니스가 그렇게 이야기 한 순간.
까맣게 숯이 되어있던 키메라의 시체가 그 자리에서 사라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뒷편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 입구 쪽을 향해 둘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 그곳에는, 검게 변해, 생명활동이 정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고 있는 키메라가 보였다.
"어떻게... ─설마, 천장을 타고 이동한건가...?"
라일라는, 그 녀석이 뛰어올라 자신들의 시선을 피해, 뒤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에도 놀랐지만.
다음 장면에는,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GAAAAA!]
녀석은, 라일라와 이니스의 퇴로를 차단하듯이 그렇게 서더니, 갑작스럽게 크게 포효했다.
그러자. 마치 껍질과도 같이 달라붙어 있던 검은 숯들이 땅바닥으로 흩어지듯이 떨어지면서.
그 안에 감추어져 있던 그의 본래의 황금색 털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등과 꼬리에서, 염소와 뱀의 머리를 재생시키더니.
그 다음에는, 녀석의 옆구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듯이 요동치고.
촤악!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갑작스럽게 아까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흰색의 날개를 펼치는 것이었다.
"뭐야...!?"
라일라는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해 하면서도, 이니스를 일으켜 다시 한 번 전투 자세를 잡는다.
그녀의 마력시에 보인 것은, 키메라의 안에 존재하는 거대한 마력의 덩어리가 사실은 단순한 마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베헤이메스는 매일 해가 뜨면 그 크기를 두 배로 하는 전설의 마수. 땅의 제왕.]
그러자, 입을 열지 않고 있던 라플라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생각하면
쩌억, 하고 키메라의 입이 벌어진다.
"윽...!?"
거기에서 튀어나온 것은, 인간 남성 노인의 얼굴이었다.
키메라의 타액에 절여진 얼굴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면서 라일라를 향해 이야기 한다.
"말했죠. 베헤이메스를 보여 드리겠다고. 그는 해가 질 때마다, 더욱 강해져서 다시 한 번 일어설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땅의 제왕이 되겠죠. 그 전설처럼 말이에요."
"너... 자기 자신도 마수의 재료로 한건가...!"
라일라는 그런 라플라스를 바라보면서 경악을 감출 수 없었지만, 라플라스는 웃으면서 다시 키메라의 몸 안으로 돌아간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마스터...? 왜 이상한 할아버지가 저 키메라 안에 있는 거야?"
"...방법은 모르지만... 자신과 합성수들을 융합시킨 거야. 그리고 저 키메라의 안에는, 수많은 영혼이 섞여 있어."
마치 실타래처럼 뒤엉켜있는 영혼은, 육체에서 빠져나가려 할 때 서로의 인력에 이끌리듯이 다시 붙잡혀서 육체로 돌아간다.
그 때 마다, 영혼의 크기는 더욱 거대해지며 육체는, 그 영혼에 이끌려 변화한다.
몸 안에 있는 영혼의 모습이 육체에 반영되는 것은, 사샤의 마수화와도 비슷한 것이었다.
"본래 합성수들은, 한쪽의 영혼만을 남기거나, 재료로 사용한 모든 것의 영혼을 각자 그대로 남겨. 그래서, 영혼이 여럿인 합성수들은 그 영혼끼리 충돌해서 제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한쪽의 영혼만을 남기면, 반대로 자신의 몸이 아니었던 부위를 제대로 제어할 수 없지."
그렇기 때문에, 합성수는 여러모로 결합품들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만약 육체 뿐만이 아니라, 영혼까지도 하나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결함 없는 합성수. 그리고, 섞인 영혼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힘은 더욱 강해질 것이고.
"너, 그 키메라를 만드는데 대체 얼마나 많은 짐승을 사용한 거야."
[글쎄요.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탱크가 666번이었던가요.]
즉, 마수 666마리분의 힘을 가진 마수.
목숨이 끊어질 때 마다, 그 자리에서 되살아나 몸은 점점 변화할 것이다.
"위험한 거... 아니야? 마스터."
"... ..."
라일라는 그런 이니스의 말에 잠시 눈을 감았다.
이것을 없애기 위해서, 그 영혼까지 불태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외신의 힘을 사용할 수밖에 없나?'
이차원의 틈의 외신이라면, 분명 눈 앞의 존재를 말소시킬 정도로 강렬한 화염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바깥에 있는 조사대원들은 물론이고, 제어에 실패하면 이 일대에 지옥과도 같은 참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에, 라일라는 입을 다물고 이니스에게 텔레파시를 보낸다.
[클레온이 곧 이곳에 도착할 거야. 클레온과 나라면, 이 녀석을 어떻게든 할 수 있어.]
[그 그렇구나. 파파라면...]
이니스 역시, 클레온에게는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인다.
"인정할 수밖에 없겠네. 그게, 네 '베헤이메스'라는 것을."
[당신의 인정이라니. 감사히 받아야 할 것만 같군요.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해도 늦었답니다. 불꽃의 소녀여.]
그리고, 부활한 키메라는 아까보다도 1.5배는 몸이 커진 것처럼 보였다.
날개의 범위를 제외하고도 말이다.
다음 순간, 염소의 입이 벌려지면.
아까와도 같은 눈보라의 입김이 라일라와 이니스를 향해 쏟아지는 것이었다.
001
안 쪽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오면, 아멜리아는 몸을 움찔, 하고 떨었다.
알미라지는 아까부터 계속 흥분한 상태여서, 아멜리아가 자신의 뿔에 다치지 않게 조심하면서도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지, 진정해 줘. 부탁이야..."
아멜리아는 곤란한 얼굴로 일각토를 진정시키려고 하지만, 녀석은 바동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라일라가 질것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조수들, 너희들은 먼저 지상으로 돌아가 있는 게 좋겠어. 라일라가 클레온을 불렀다는 것 같으니까. 도중에 만나면 길이라도 안내해 줘."
"하, 하지만 교수님은요? 교수님도, 싸움은 못하지 않습니까...!"
아티스는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는 듯이, 입에 담배를 물면서 불을 붙이고 우물거리듯이 대답한다.
"나는 이 조사대의 책임자야. 그리고, 암룡 상회에서 클레온 일행을 제대로 수도까지 돌려보내라는 당부까지 받았어."
후우, 하고 담배 연기를 내뱉으면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는 것이다.
"게다가. 이 유적이 파괴되지 않도록 감시할 녀석이 한 명쯤은 있어야지."
"교수님!"
조사대원들은 바보 같은 말을 하지 말고, 자신들과 벗어나자고 하지만, 아티스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 것이다.
"아멜리아는 어떻게 할래."
"... 저, 회복마법은 사용할 수 있으니까. 여차하면 라일라에게 회복을 걸어줄 수 있어요. 그러니까"
"그래. 그러면 아멜리아는 남는 걸로."
고개를 끄덕이는 아멜리아에게, 사탕을 건네주면서 아티스는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조수들에게 이야기 한다.
"바깥으로 나가면 헤르티에게 통신을 보내.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이야. 너희가 안 나가고 여기서 다 같이 당해버리면, 이 안의 상황을 전달할 수 없어지니까 말이야."
"읏..."
그들은 그렇게 말한 자신의 교수의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발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멀어져가면 아티스는 다시 한 번 들이켰던 숨을 내뱉으면서 자리에 주저앉는다.
"후후. 훌륭하네, 아멜리아. 저 녀석들, 저래 봬도 꽤 겁을 먹고 있었을 거야. 그렇지만, 어린아이인 네가 앞에 있으니까 그럴 기색을 못 보인 거지."
"...저도, 무섭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아까의 그 광경은, 참혹했고. 그것을 인간이 한 것으로 생각하면 머리가 아찔해지니까요."
아멜리아는 아티스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면서, 품에 안고 있는 알미라지를 자신도 모르게 꼬옥 끌어안았다.
"하지만. 무서움을 이겨내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동료의 곁에 서는 것도요. 라일라가 혹시라도 제 힘이 필요할지도 모르니까요."
"...뭐. 그게 훌륭하다는 것이지만 말이야."
아티스는 그렇게 말하며, 담배연기를 크게 빨아들이려 한 순간
콰앙! 하는 폭음이 울리며, 두 사람의 옆에 있던 문과 벽이 동시에 터져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언가가 아멜리아와 아티스의 눈앞을 가로지르며 날아가.
복도의 벽에 처박힌다.
"아파아...!"
그것이, 이니스의 몸이었다는 것을 눈치챈 아멜리아와 아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돌렸다.
"읏!?"
그곳에는, 아까의 키메라가 몸집을 4배 정도 키운 채로 자신의 앞에 선 라일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이어이...! 뭐야 저거! 아까랑은 차원이 다르잖아!"
아티스도 그런 키메라의 변화가 어이없다는 듯이 몸을 일으키고 안경을 고쳐 쓴다.
날개에 더하여, 뿔, 그리고 몸의 이곳저곳에 돋아난 비늘.
게다가, 뱀의 꼬리에 더하여, 꼬리가 하나 더 돋아나 있었는데, 그 꼬리는 마치 전갈과도 같은 가시 꼬리였다.
"라일라!"
그리고, 라일라는 창을 붙잡은 채 슬쩍 뒤를 돌아보며 아티스와 아멜리아를 향해 외친다.
"괜찮아! 이니스는 발을 헛디뎌서 공격을 당했을 뿐이야. 아직 싸움 자체는 대등해!"
라일라는 그렇게 말한 뒤, 크게 창을 휘두르면.
붉게 타오르는 화염의 참 격이 키메라를 향해 쇄도한다.
게다가, 라일라는 한 사람이 아니어서, 여러 라일라가 동시 다발적으로 전 방위에서 키메라를 공격하며 착실하게 그 몸의 부위들을 베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GFAAAAAA!]
포효하며 다시 한 번 쓰러지는 키메라.
하지만, 두근! 하고 아멜리아나 아티스에게 들릴 정도로 큰 심장박동 소리가 들리면.
녀석은 순식간에 몸을 재구성하며, 이번에는 다리가 한 쌍 더 자라나고 몸의 크기는 더욱 거대해진다.
"...정말로 베헤이메스야...?"
아티스는 그 변화의 순간을 지켜보면서, 완전히 여러 가지 법칙을 무시하고 있는 생물의 형태에 할 말을 잃는 것이었다.
아멜리아 역시, 그런 키메라를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고 싶어지지만
다음 순간, 충격으로 팔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알미라지가 그녀의 품에서 빠져나오더니
그대로 베헤이메스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었다.
"아, 안 돼!"
아멜리아가 그를 재빨리 붙잡으려고 했지만, 녀석은 마수답게 인간의 달리기 속도로는 따라잡을 수 없었고.
다음 순간, 알미라지는 녀석의 머리 아래까지 도착하여 크게 점프하더니.
그대로 그 훌륭한 뿔을 베헤이메스의 턱에 박아넣으려 한 것이었다.
[음? 아아. 아까 도망친 마수로군요.]
라플라스의 목소리가 그렇게 들렸다고 생각하면.
갑작스럽게 키메라의 몸에 마력막이 만들어지면서 알미라지의 몸이 퉁겨져 나와 땅바닥에 처박혔다.
"알미라지!"
[약한 마수였기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흡수해 둘까요.]
그렇게 말하며, 키메라가 아가리를 벌려 알미라지를 단번에 집어삼키려고 하면
"그렇게 둘 것 같아!?"
라일라가 다시 움직여, 창으로 그 턱이 벌어지는 것을 틀어막고. 알미라지를 지켜낸다.
다만, 그 몸은 화염이어서, 알미라지에 닿을 수가 없었기에 아멜리아에게로 옮기는 것은 지금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아티스! 아멜리아를 데리고 더 멀리 떨어져!"
그리고, 라일라가 그렇게 이야기 하면 아티스는 퍼뜩 정신을 차리면서도 아멜리아의 팔을 다시 한 번 잡았다.
"...가자! 이미 우리가 있어도 될 수준이 아니야!"
그렇게 이야기하는 아티스의 말에도, 아멜리아의 몸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마력에 민감한 그녀이기에 알 수 있다. 라일라의 마력도 서서히 고갈되고 있다는 것을.
아바타 마법은 결코 만능이 아니다.
물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마법행사와, 신체의 변화를 일으켜 주지만.
당연하게도 그에 상응하는 마력을 소모한다.
라일라의 마력에도 한계가 있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이대로 여기서 도망치면, 라일라가...!'
클레온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만, 키메라가 나타난 순간부터 발생한 마력의 흐름을 차단하는 무언가 때문에, 그에게 아무리 각인을 통해 목소리를 던져 보려 해도, 닿지 않는다.
"아멜리아!"
"──!"
그리고, 아티스가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보기 드물게 식은땀을 흘리는 아티스가 다시 한 번 그녀를 이끌고 멀어지려고 했다.
아멜리아 역시,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인가.
펜던트가 없는 자신은, 아멜리아에게 짐밖에 되지 않는 것인가.
같은 것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기려다가
[인간의 신체 역시 하나의 마력 매개체. 당신의 힘을 온전히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인공 정령이 마지막에 남겼던 말이, 다시 한 번 머리를 스쳐 지나가며.
아멜리아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는 것이었다.
'펜던트가 없더라도. ...나는, 누군가를 지키고 싶어. 그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아.'
"미안해요 아티스. 저는, 라일라를 돕겠어요...!"
그리고, 아멜리아는 몸을 돌려 라일라의 곁으로 뛰어간다.
클레온을 기다리는 것도, 라일라를 두고 떠나가는 것도 자신을 속이는 일이다.
나는, 그 두 사람의 뒤에 숨고 싶은 것이 아니야.
그 두 사람의 옆에 서서, 함께 그들을 지키고 싶어.
그녀의 마력기관이, 그녀의 마음에 호응하듯이 전신에 마력을 흘려보낸다.
펜던트가 없을 때도, 이런 것이 가능했던 것은 처음이었다.
왕도의 영맥이 없더라도, 누군가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아멜리아!? 어째서 도망치지 않는 거야!"
"하아아아앗!"
라일라가 당황해 하며, 아멜리아를 향해 소리치지만, 그녀는 그런 라일라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뛰어나간다.
그녀의 몸의 주변에 신성한 마력의 빛 무리가 모이면 아멜리아는 다시 한 번.
누군가를 위해 싸우기 위해, 이번에는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처음으로, 자기 자신의 힘만으로, 마력의 각성을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다음 순간, 그녀의 전신이 빛에 둘러싸여 졌다고 생각하면.
[어리석은 소녀군요. 그 마력만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전갈과도 같은 꼬리가 휘둘러지며, 아멜리아의 몸을 꿰뚫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막아주려고 하는 라일라의 몸에는 뱀의 꼬리가 달려들어 방해한다.
"아멜리아!"
라일라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들리며, 그녀의 몸이 전갈 꼬리에 꿰뚫리려는 다음 순간.
쿵! 하는 철과 철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뭣...?]
라플라스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나면
쾅!
강렬한 충격이, 키메라의 턱에 작렬하면서, 키메라는 주춤하고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선다.
덕분에, 라일라를 방해하던 꼬리도, 전갈 꼬리도 튕겨 나와 키메라는 뒤로 쓰러질뻔하는 것이었다.
"하아... 하아...!"
그리고, 땅에 착지한 소녀.
"─아멜, 리아?"
라일라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만, 그렇게 불러도 되는지 고민하게 하는 것은.
그녀가, 아까까지의 10살 소녀가 아닌, 어림잡아도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의 모습으로, 성장해 있었기 때문이다.
"돼, 됐다... 정말로. 제 몸을 매개체로, 마력을..."
아멜리아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면서, 몸이 성장한 것과, 만들어진 무장을 보고
그것이, 서리 여왕이 보여주었던 꿈, 그리고 거울 세계에서 성장했던 자기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주먹을 쥐는 것이었다.
한 쪽 손에는 순백의 방패.
그리고 또 한 손에는, 순백의 망치.
전신에 신성한 기운이 흘러넘치는 동시에 왕족으로서의 기품이 느껴지는 갑주.
아멜리아가, 자신이 기억하는, 가장 강한 자신으로서의 모습.
[큭... 그건, 대체...]
비틀 거리는 몸을 겨우 일으키는 키메라를 노려보며, 아멜리아는 라일라를 지키듯이 그녀와 키메라 사이에 섰다.
"라일라. 괜찮아요. 저도, 함께 싸울게요."
"... ...후우. 나보다 키도 커져서. 정말이지..."
라일라는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를 뒤쪽에서 올려다보고, 다시 한 번 창을 돌려 잡으면서 말하는 것이다.
"좋아. 나를 지켜줘. 아멜리아. 내가 녀석을 최대한 많이 죽여볼 테니까."
"...네!"
마법사와 왕녀는, 각자의 무기를 잡고 다시 한 번.
몇번이고 되살아나는 땅의 제왕을 향해 달려드는 것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