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0화 〉 새로운 힘과 친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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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각성한 아멜리아의 힘.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조하며 마법을 쏟아붓는 라일라.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이 함께 키메라를 상대하는 것을 보았던 아티스는, 나중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것은 전투가 아니라, 미리 승자가 정해진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연극과도 같았다고.
"아멜리아! 오른쪽!"
"네!"
라일라가 키메라로부터 느껴지는 마력의 흐름을 감지하면, 아멜리아는 재빠르게 그 방향을 향하여 방패를 치켜든다.
순백의 방패는 순수한 아멜리아의 마력으로만 이루어져 있었지만, 물리적인 강도는 충분하였고.
무엇보다도, 아멜리아나 그 동료에게 적의를 가진 공격에는 미스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방어력을 자랑한다.
라일라가 말한 대로, 아멜리아의 오른쪽에서, 염소의 화염이 쏟아져나오면, 아멜리아와 라일라의 몸을 흰색의 투명한 구체가 감싸면서 그 화염을 막아내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렇게 공투하는 것이 그 수정 협곡에서 릴림과 벌였던 전투 이래 일터인데도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파티원인 것처럼 정확한 위치에서 움직이면서 키메라를 상대한다.
"굉장해! 마스터랑 아멜리아 님이 키메라를 압도하고 있어!"
벽에 날아갔던 이니스 역시, 몸을 회복하여 키메라와의 싸움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라일라로부터 아티스를 지키라는 명령을 받아 혹시라도 있을 일에 대비하여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하아앗...!"
아멜리아가 다리에 힘을 넣으면 그녀를 내려쳤던 키메라의 손이 밀려 나간다.
그 뿐만이 아니라, 아멜리아는 그 화염을 헤쳐나가듯이 점점 앞으로 걸어나가더니, 자신에게 불을 뿜고 있는 염소의 머리 바로 앞까지 다가가.
쾅! 하고 통쾌한 소리가 울리면.
다른 손에 쥐고 있던 망치를 휘둘러, 염소의 머리를 깨부수는 것이었다.
[크윽! 무슨 바보 같은...!]
라플라스는, 아까까지 보이던 여유를 잃어버린 채 몸을 크게 휘청거리는 키메라의 안에서 외쳤다.
그도 그렇겠지.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아멜리아라는 소녀가 행하는 힘의 행사는, 완전히 지금까지의 마력에 관련되어있는 법칙을 전부 무시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무구의 강도, 갑작스럽게 성장한 신체.
그런, '마력이 많으면 어떻게든 말이 된다'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라플라스의 키메라의 눈이 붉게 빛나면, 그 시야에도 마력시가 깃든다.
아멜리아와 라일라의 마력을 살피면, 역시 자신의 감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라플라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어째서 마력을 사용하는 공격에 마력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그녀의 마력의 양이 늘어나는 거지...!?'
처음 아멜리아가 그 모습으로 변하여, 키메라의 턱주가리를 쳐올렸을 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의 양은 그렇게까지 위협적인 것이 아니었다.
기백은 굉장했고, 그녀의 전신에서 발해지는 신성 마력의 기척은 분명히 농도 짙은 것이었지만.
마력량은, 키메라나 라일라에 비교하면 분명히 적은 것이다.
아니, 것이었다. 라고 해야겠지.
지금,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이 만들어낸 마력압은 라일라와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었으며, 이미 키메라의 마력량을 뛰어넘고 있었다.
라플라스의 키메라는, 죽었다 살아나면 신체의 모든 장애가 해소되고, 상처가 치유되며, 마력도 재충전된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성능을 가지고 있는 키메라인데, 어째서 이렇게나 압도당하고 있는 것인가.
게다가, 더욱 경악할만한 사안은 마력의 양이 늘어나고 있는 게 아멜리아뿐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분명, 자신과 키메라가 몇 번이고 되살아나면서 그것을 처리하기 위해 힘을 쏟아부었던 라일라.
마력의 고갈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을 텐데, 정신을 차려보면 그녀의 마력마저도 상당한 양이 회복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그동안 마법의 사용을 아낀다거나 한 것인가?
아니, 아까와 비슷한 수준으로 키메라를 몇번이고 불태워대면서 화염의 대마 법을 몇 개나 보여줬다.
그런 그녀가, 손대중으로 마력을 아끼고 있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애초에, 화신 마법이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완전히 마력량의 법칙을 위배하고 있는 상황. 무언가, 트릭이 있는 건가?'
그렇게, 아멜리아와 라일라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종의 현상에 집중하기 위해, 키메라의 마력시에 집중하면.
"뭘 쳐다보고 있는 거야!? 프로메테우스 게이트!"
라일라의 외침이 그렇게 터져 나오면서, 키메라의 머리 위에서 콰지직하고 공간을 찢는 소리가 들리면서 화염의 창이 비처럼 쏟아진다.
키메라의 몸이 충분히 거대해진 덕분에, 눈을 감고 쏘더라도 창이 내려서 몸에 박히면 그 부분에서부터 내장까지 타들어 가는 소리가 들려올 정도였다.
그 거체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앞발과 꼬리들을 마구잡이로 휘둘러대면, 분명 그것만으로도 위협적인 공격이었을 터인데.
아멜리아는 그것을 차분하게, 자세를 낮추고 방패를 들고 차근차근 막아내는 것이었다.
그 모습은 백전연마의 기사와도 같았다.
하지만, 아멜리아로서는 그저 눈보다도 먼저 몸이 움직여, 본능에 따라 적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고 있을 뿐이었다.
"바, 방패가 이렇게 편한 무기였을 줄이야..."
덤으로, 방패의 유용성에도 말이다.
"뭘 놀라고 있는 거야. 키메라가 재생하면 먼저 머리를 부수는 거야! 알았지!?"
"아, 네...!"
라일라는 그런 아멜리아에게 전투에 집중하라는 듯이 다그치면서, 자신 역시 마력을 갈무리하여 이번에는 마력을 최대한으로 쏟아부어 불타오르는 지옥의 사슬을 불러낸다.
"인페르날 체인!"
그러면, 그 외침과 함께 키메라의 모든 다리가 묶이면서, 균형을 잡을 수 없게 되고.
그대로 아멜리아는 라일라가 이야기 한 대로 키메라 베헤이메스의 머리를 계속해서 망치로 내려친다.
[크으으윽!]
라플라스는 그 손도 발도, 꼬리도 쓸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하면서, 분한듯한 목소리를 울린다.
베헤이메스는 자신의 걸작이자, 자기 자신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런데, 눈앞의 여자들은 그런 자신의 걸작을, 마치 장난감처럼 다루면서 박살 내고 있지 않은가.
[이런 일이... 이런 일이 있을 수는 없어...!]
비통함 섞인 라플라스의 목소리가 울리는 사이에, 아멜리아와 라일라의 협공으로 벌써 몇 번이나 되는 부활 기회를 잃어가면서 키메라의 몸은 점점 커지고, 강해져 간다.
거기서, 라플라스는 다시 한 번 자신의 몸에 힘이 흐르는 것을 느끼고 정신을 차리듯이 키메라의 몸을 움직였다.
그러면, 부풀어 오른 키메라의 다리를 묶고 있던 라일라의 화염의 사슬이 투둑 하고 마치 종이처럼 뜯어져 나가 마법이 해제되는 것이었다.
그래, 결국은 그녀들이 아무리 강하고, 마력을 또 회복한다 하더라도, 베헤이메스는 불멸의 짐승이다.
몇번이고 해가 지더라도, 다시 떠오르는 태양처럼, 우뚝 지상에 서는 땅의 제왕이다.
"아멜리아! 일단 한 번 물러나!"
라일라는 키메라에게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기척에 아멜리아를 자신의 곁으로 불러들인다.
아멜리아 역시, 가까이에서 키메라를 상대하면서, 그 몸이 거대해져 가는 것을 느낀 것이겠지.
라일라의 말에 주저하지 않고 거리를 벌린 아멜리아.
그리고, 키메라의 몸이 다시 그 자리에 서면, 자연스럽게 라일라와 아멜리아의 고개는 위로 향해진다.
"상당히 커졌는걸..."
"그, 그렇네요. 이거, 정말로 막을 수 있는 걸까요...?"
눈에 보이는 것만 하더라도, 키메라의 몸이 거대한 시설의 천장에 닿을 정도로 커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멜리아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라일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할 수 있어. 아멜리아가 같이 싸워주는 동안, 나도 마력을 회복할 수 있었으니까."
라플라스가 관측한 대로 두 사람의 마력이 점점 회복 아니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아멜리아가 마력적응 인자의 힘을 사용하여, 자신을 향한 공격에 사용된 마력을 제어하고 그것을 흡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흡수된 마력을 자기 자신 안에 전부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동료들 각인으로 연결된 클레온과 일행들에게도 전달할 수 있었다.
적이 마력을 강하게 사용하는 존재일수록, 아멜리아의 마력은 고갈되지 않고 더욱 강해진다.
물론, 상대방이 아멜리아보다 마력 제어능력이 더 강한 존재
라일라나, 클레온의 마검 갈라테아와 같은 존재라면 아멜리아에게 마력의 제어권을 빼앗기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존재는 손에 꼽았고, 또 지금 눈 앞에 있는 키메라는 그런 부류의 존재가 아니었다.
아멜리아는, 라일라와 함께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그녀의 능력은 그것을 이루어주었다.
그리고 라일라는 그런 아멜리아를 신뢰하는 눈빛을 보내면서 그녀와 함께 옆에 서는 것이었다.
그것이, 아멜리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거대해진 키메라와 라플라스는 그런 두 사람이 너무나도 방해였다.
[필사적인 발버둥은 싫어하지 않습니다. 저도, 당신들을 이용해서 이 합성수의 힘을 한계까지 시험해보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제 사치였던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당신들을 반드시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임해야만 했던 겁니다.]
다음 순간 감겨있던 키메라의 눈이 띄어지면 그것은 세로로 갈라진 공동을 희번득 거린다.
아까까지의 사자의 머리에 달려있을 법한 눈이 아닌, 독사의 눈과 같은 것이다.
그 꼬리에 있는 것과 비교하더라도 더욱 흉흉하고, 마력이 진득하게 담겨서 아멜리아와 라일라의 몸을 휘감는 것이었다.
"바실리스크의 눈! 아멜리아 저 눈을 정면에서 보지 마!"
라일라는 그 눈을 보자마자 정체를 파악했다.
바실리스크의 눈은 일등급의 석화의 마안.
마주치는 순간, 몸의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를 단단한 석회질 덩어리로 바꿔버리는 것이었다.
라일라는 아바타 마법으로 그것을 조금 저항해낼 수 있었지만, 아멜리아의 몸은 신성 마력으로 변화하긴 했어도 인간의 육체라는 범주 안에는 들어간다.
아멜리아는 라일라의 외침에 곧바로 방패로 자신의 머리 위를 감쌌다.
[역시 박식하군요. 하지만 눈을 보지 않고 어떻게 싸울 것입니까? 예고해 드리죠. 다음에는 '헤카톤케일'의 능력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 키메라의 전신에 '바질리스크의 마안'이 빼곡하게 들어서는 것을 보게 될 겁니다.]
"치잇..."
그것이 허풍이든 사실이든 키메라를 막아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만약에라도 그런 상태로 지상에 올라갔다간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될 지, 상상만 하더라도 끔찍했다.
라일라는 혀를 차면서 눈을 보지 않고 다리 사이를 뛰어다니며 화염의 마법을 난사한다.
화염 구, 사슬,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창들.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멀쩡하게 피해를 줄 수 있던 그것들이, 키메라의 몸이 거대해지면 그것에 맞추어 크기를 키우지 않는 이상 그렇게 큰 피해를 주지 못한다.
게다가 충분히 넓어 보였던 연구실의 일각도, 키메라의 몸집이 점점 커지면서 천장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함께 좁게 느껴졌다.
"마스터!"
"이니스! 나는 괜찮으니까 아티스 데리고 더 멀리 떨어져! 아티스가 실수로라도 그 키메라의 눈을 못 보게 해!"
"그런 거, 말 안 해도 알고 있어!"
아티스는 라일라의 말에 그렇게 답하면서, 이니스와 함께 그 자리를 벗어난다.
분하지만, 아티스는 정말로 전투에서는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아티스의 눈에 띄는 것은, 아까 전 아멜리아가 구해낸 알미라지였다.
키메라에게서 퉁겨져 나온 후, 정신을 차린 것인지 알미라지는 꿈틀거리면서 몸을 일으키고.
아까 전처럼 키메라를 향해 뛰어가려고 하는 것이었다.
"잠깐 잠깐! 저기에 끼어드는 건 자살이야!"
아티스는 그런 알미라지를 보면서 이니스의 팔을 떼어내고 그 쪽으로 달려가 알미라지의 몸을 잡는다.
그럼, 한껏 흥분한 알미라지가 아티스의 품에서 발버둥치지만, 아티스는 그것을 보더니 알미라지의 뿔을 움켜잡는 것이었다.
"끼잇!"
알미라지의 입에서 비명 같은 것이 흘러나오면, 아티스는 그런 알미라지에게 화내듯이 외친다.
"아무런 대책 없이 가봤자, 너는 방해가 될 뿐이라니까...! 얌전히 이곳에..."
그 때, 그녀의 머릿속에 알미라지에 대한 전승, 그리고 전설이 떠오른다.
'일각토 알미라지... 마수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흉포함을 억제하는 마수. 그리고 사람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준다고 하는...'
"...그런가! 네가 살아남은 것은, 우연도, 운이 좋았던 것도 아니야...! 저 키메라, 베헤이메스를 쓰러트리기 위한, 운명이었던 거야! 아하하!"
"가, 갑자기 왜 그래요 교수님?!"
웃음을 터뜨린 아티스를 바라보며, 이니스가 당황해 하면, 아티스는 이니스에게 이야기한다.
"이 일각토를, 아멜리아에게 데려다 줘. 그리고, 그녀에게... 알미라지의 마력을 제어하라고 조언하는 거야."
"...? 그,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요...?"
이니스의 질문에, 아티스는 입꼬리를 올린다.
"저 둘이 이길 수 있게 되는거지. 망할 라플라스 자식에게."
"... ...!"
아티스의 말을 들은 이니스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아티스로부터 알미라지를 건네받았다.
알미라지는 아티스의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들은 것인가, 이제는 얌전해져서 이니스의 품에서 가만히 아멜리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그러면. 갔다 올게요! 아티스 교수님은 떨어져 계세요!"
그리고, 이니스는 자신의 발끝에 화염의 마력을 집중시키더니, 순식간에 돌진하여 라일라와 아멜리아가 키메라와 싸우고 있는 곳으로 뛰어들어가는 것이다.
마치, 화염을 뒤에 달고 춤을 추는 것 같은 스텝을 밟으면서, 거대화한 키메라의 발밑으로 파고 들어가면.
그곳에는, 키메라를 상대로 비등하게 싸우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마스터! 아멜리아 님!"
"이니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둘이 동시에 그 쪽을 바라보면, 그 틈을 노리고 뱀의 꼬리가 라일라의 팔을 붙잡았다.
"큭, 이자식...!"
라일라의 몸은 화염이었기에, 분명히 그런 물리적인 속박에는 면역이어야만 했지만
뱀의 꼬리 역시, 강화된 키메라의 힘 덕분인가 물리적인 실체 없는 라일라의 몸을 잡아낸다.
"우왓...!"
그리고, 라일라의 몸이 하늘로 끌려 올려져 가면, 아멜리아는 당황해 하면서 그녀를 구하기 위해 손에 들고 있는 망치에 마력을 더욱 불어넣는다.
그러자, 그 한손 망치의 크기가 거대화하면서 이전에 휘두르던 망치만큼 커지지만.
그것으로 키메라의 발등을 내리찍어 발등뼈를 박살 내 봤자, 키메라의 몸의 균형만 흔들릴 뿐 꼬리에 묶인 라일라는 풀려나지 않았다.
"아멜리아 님! 이 괴물한테 이기려면, 알미라지의 힘이 필요하다고 아티스 교수님이!"
"아, 알미라지의 힘이요?"
그런 아멜리아에게 휙 하고 알미라지를 내미는 이니스.
아멜리아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 되지만, 반대로 표정은 없는데도 확신에 찬 눈빛을 하는 이니스를 보고.
아주 잠깐의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이고 품에 알미라지를 받아든다.
"... ..."
그리고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아! 그... 마력을 제어해 보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이니스는 그렇게, 겨우 생각났다는 듯이 아멜리아에게 이야기하고, 그때가 돼서야 아멜리아는 알겠다는 듯이 알미라지를 손에 든 채로 자신의 몸을 매개체로 마력을 제어한 것 처럼.
알미라지의 몸 안에 있는 마력을 제어하기 위해 그의 몸에 집중한다.
"마스터! 지금 구하러 갈게!"
그 사이에, 이니스가 플람베르쥬를 들고 라일라가 있는 곳으로 뛰어 올라가면, 다음 순간.
알미라지의 몸이 크게 빛을 내면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멜리아의 머리로 흘러들어온다.
[친구들을... 저 안에 갇혀 있는 친구들을, 구하고 싶어....!]
'이건... 알미라지의 목소리...?!'
마력을 제어하게 되는 것으로, 클레온과 자신의 정신이 연결되듯이, 아멜리아와 알미라지의 정신이 연결된 것이다.
[부탁이야... 내가, 저 안에 있는 친구들의 영혼을, 풀어줄게... 그러니까, 저 괴물을 막아 줘...!]
그런, 알미라지의 목소리를 들은 아멜리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알미라지의 부탁에 호응하듯이, 그녀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력을 넘겨주는 것이었다.
그것은, 라일라에게 마력을 넘겨주던 것과 비슷한 요령이었다.
"부탁해 알미라지!"
그리고, 아멜리아가 그렇게 외치면서 그를 품에서 놓으면
알미라지는 전신이 황금색으로 빛나는 상태가 되어, 몸에 가득 충전된 마력을 해방하면
마치, 빛의 화살과도 같이 자신의 뿔을 세워, 그대로 키메라의 배를 향해 날아올라, 그 뿔을 박아넣는 것이었다.
[크으윽!?]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이, 키메라와 안에 있는 라플라스에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키메라를 구성하는 영혼들에게, 알미라지의 마력이 닿으면.
[모두들! 진정해! 이 사람들은, 너희들을 구해 주려 하는 거야! 우리들의 적은... 그 안에 있는 나쁜 사람이야!}
알미라지의 목소리가, 키메라의 안쪽에 울려 퍼진다.
영혼들은 그 외침에 꿈틀대더니, 실타래 처럼 묶여있는 영혼들이 스르륵 풀리면서.
영혼과 영혼의 결합이, 천천히 해제되어간다.
[뭐, 뭐라고!? 무슨, 무슨 짓을 한 거지!?]
라플라스는, 그 상황을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키메라의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면서, 라일라를 묶고 있던 뱀의 꼬리에서도 힘이 빠져나갔다.
"하앗!"
이니스의 플람베르쥬가 뱀의 꼬리를 베어내면.
라일라의 몸은 해방됨과 동시에, 키메라의 몸에서 '뱀의 영혼'이 빠져나갔다.
[안 돼!!]
라플라스의 비명이 울려 퍼지면서, 키메라가 포효했다.
다음 순간, 알미라지의 몸이 키메라의 배에서 떨어지면, 아멜리아가 재빨리 그것을 받아내고, 고통스러워 하는 키메라를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 고마워, 알미라지. 이제, 다음은 우리가 할게."
더이상 알미라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지만,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아멜리아, 이니스, 그리고 라일라는 키메라를 쓰러트리고 그 안에 있는 영혼들을 해방하기 위해.
조금만 더 힘을 내기로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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