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9화 〉 복수의 맹세와 재회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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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를 타고 떠난 동지가 없어진 저택은, 정적 그 자체였다.
거실에서 울리는 오래된 시계의 태엽이 돌아가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노인은 언제까지고 계속되는 뜨개질을 반복했다.
다윈. 회귀자의 간부 중 한 명이자, 현존하는 멤버 중에서도 가장 긴 세월을 살아온 존재.
한 때, 절세의 미녀라고 칭송받던 그녀의 미모는, 늦춰진 노화에도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사그라져, 이제는 그 흔적밖에 남지 않았다.
아니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 본래의 나이에 비교하자면 살아있는 것 자체가 인간을 초월했다는 증거이겠지.
다른 회귀자의 간부들이 대를 교체하는 것을 몇 번이고 지켜봐 온 그녀에게 있어서, 지금의 간부들
맥스웰, 라플라스. 그리고 데카르트는 그저 어린애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디에 가서 실수하고 오더라도, 잔소리하는 것으로 웃어넘길 수 있었다.
바로 몇 달 전까지는 말이다.
맥스웰이 왕국 영토의 변방에서, 자신의 실험을 진행하던 도중에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절계수를 소환하는 것까지는 반쯤 성공했다는 소식과 함께 말이다.
물론, 그의 실험은 다른 이들의 실험에 비해서도 주변을 크게 휘말리게 하고, 본인도 위험에 처할 리스크가 컸던 것은 사실.
그러니까, 그가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은, 그 자신의 계산 안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죽음의 소식을 들었을 때 라플라스는 건조한 웃음을 흘렸고, 데카르트는 오래된 술병을 뜯었다.
그렇다면 다윈은?
동지를 잃는 것을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으로 동지를 잃었을 때 그녀가 느꼈던 것은, 슬픔도 아니고, 비애도 아니고, 절망도 아니었다.
자신과 동등한 위치의 인원이 줄었기에, 자신이 조금 더 넓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
그리고 불사의 존재라 생각되었던 간부 클래스의 회귀자에게도 죽음이라는 것이 찾아오리라는 것에 대한, 학술적인 충족감.
마치 라이벌이 준 것에 기뻐하는 것 같던, 야심 넘치던 여성은 수백 년 동안 이어진 탐구 끝에 나이를 들어버린 것인지 어느샌가 마음이 물러져 있었다.
그래. 다윈은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것은 전에 없던 충격이었다.
근 50년 동안 바뀌지 않았던 네 명의 의자에서, 한명이 굴러떨어진 것이었다.
뒤숭숭해진 마음. 자기 아들마저 실험의 재료로 사용하던 광기의 진화 술사는 어느샌가 그 나잇대에 맞는 '감성'이라는 것을 가지게 된 것일까.
그렇기에 그녀는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고, 무리는 하지 않는 주의인 '데카르트'와 다르게, 성향상 맥스웰과 가까운 '라플라스'에 대해서였다.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말하자면 맥스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맥스웰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 원인은, 다름 아닌 '흑마의 일족의 마검사' '지식의 아버지를 멸하려는 자' '전생을 거듭하는 악마'.
마검사, 클레온.
되도록이면, 모든 준비가 마쳐질 때까지, 라플라스에게는 그들과 접촉하지 않아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라플라스가 자신의 말을 들을 인물도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그저 조금 주의를 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지금쯤 유적에 도착해서... 그들과 접촉했을 시간인가.'
명상과도 같은 수행에 가까운 뜨개질을 반복하던 다윈은, 문득 시계 소리에 정신이 팔려 그쪽을 돌아보고 생각한다.
'클레온을 죽이거나 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라플라스가 무사히 돌아와 줄 수만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면서, 조용히 시계를 지켜보던 도중
덜커덩! 하고,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오면, 다윈은 어깨를 크게 떨었다.
늙은 몸은, 갑작스러운 소리에도 약해진 것이다.
그녀가 당황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돌리면 벽에달려 있는, 세 개의 문장 달린 접시에서
하나가 땅으로 떨어져 쪼개진 것이었다.
"아아... 그런, 라플라스...!"
다윈의 입에서 비명과도 같은 탄식과 함께, 동지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그 접시는, 회귀자들의 간부들이 자신의 생명을 링크해 놓은 유물.
네개의 걸이에서 이미 하나는 예전에 떨어져 사라져 있었고, 이번에는 또 하나가 떨어진 것이다.
마치, 커다란 짐승의 입에 의해서 박살 난 듯, 라플라스의 접시는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다윈은 떨리는 몸을 일으켜, 그곳으로 다가가 라플라스의 접시를 주워들었다.
"내 말을 들었어야지... 내 말을 들었어야지..."
그렇게 되뇌며, 동지의 죽음에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것을 막지 못했다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함께.
하지만 이내, 뚝 하고 울음을 그치더니 표독스러운 얼굴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니... 아니 아니. 이러고 있을 수 만은 없지. 반드시... 반드시 동지들의 원수를 갚아야지."
그녀는 그렇게 다짐하면서, 한동안 들어가지 않은 자신의 실험실로 향했다.
깨져나간 접시는, 그 자리에 방치된 채.
다시 한 번, 방에는 정적만이 남는 것이었다.
001
"...후우..."
캠프장에 설치된 샤워실에서 몸을 씻고 돌아온 크샤트와 클레온, 그리고 플뢰르.
시간을 단축한다는 이유로 셋이서 함께 들어가기에는 그 부스가 조금 좁았지만.
어쨌든. 넘쳐 흘렀던 마안의 마력도 진정되었고, 마안봉인용의 안경을 다시 얼굴에 걸치면 두 사람은 제정신을 차리고 아까까지 벌이던 자신들의 음탕한 행각에 얼굴을 붉히는 것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클레온 님. 저희도...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크샤트가 그렇게 고개를 숙이면서 사과를 하면, 플뢰르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는 어느샌가, 그 방독면 같은 가면을 다시 쓰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마안의 마력이 폭주한 이쪽의 잘못도 있으니까. ...아무래도, 이 마안은 조금 평범한 것이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해결책이 필요하겠는걸."
성가신걸 받았다고 골머리를 썩히는 클레온을 바라보며, 크샤트는 자신의 용건을 말해도 되는지 조금 우물쭈물해 한다.
하지만 그런 크샤트의 표정을 본 클레온이 이내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한다.
"알고 있어. 몸의 문양을 제어할 수 있게 하는 거지."
"아, 네... 잊지 않으셨군요."
"잊을 리 없지. 처음부터, 그게 목적이었으니까."
중간부터 플뢰르가 개입하게 되면서, 여러모로 일이 크게 번진 것이지만, 클레온으로서는 그녀의 안에 자신의 마력이 잘 스며들었으니 각인을 통한 제어도 수월해 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크샤트는 다시 입은 옷의 배 부분 위를 신기하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문지른다.
정신을 집중하고 있으면, 그 부분에 클레온의 마력이 깃들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이 마검사의 지배의 각인... 이라는 것이로군요. 그렇다면. 저는 이제 클레온 님의 명령을 받으면 그대로 수행하게 되는 것입니까?"
그런 말은 처음 들었다는 듯이 플뢰르가 당황하여 돌아보면, 클레온은 고개를 젓는다.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나는 내 동료에게도 그런 일을 한 적은 없어."
"네. 그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크샤트는 클레온의 되물음을 듣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체념한 듯이, 그리고 부탁한다는 듯이 대답하는 것이었다.
"만약에, 클레온 님의 도움을 받아 문양을 제어하게 된 후에라도 제가 아가씨의 해가 되는 날이 오면. 클레온 님께서 제 몸을 망가트려서라도 막아주셨으면 합니다."
"... ...!"
플뢰르는 그런 크샤트의 말에 매우 놀라면서 자신의 손을 들어 주먹을 쥐고 크샤트의 팔을 투닥투닥 내리쳤다.
"프, 플뢰르 아가씨. 진정해 주십시오. 이건, 어디까지나 보험입니다. 물론 저는, 최대한 저항해볼 것이고... 클레온 님이 문양을 제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혹시라도. 만약에라는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자신에게 화를 내는 플뢰르를 진정시키려는 듯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크샤트이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린 것은 비단 플뢰르만이 아니었다.
클레온 역시, 그녀의 이야기를 드고 질렸다는 듯한 표정이 되어 한숨을 내쉬는 것이다.
"너는 아까 전의 플뢰르의 이야기를 듣고도 그런 말을 하는 건가."
"...그것은..."
클레온의 말을 듣고, 변명거리가 생각나지 않는다는 듯이 웅얼거리는 크샤트.
"너의 충성심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은, 단순히 충성과 주종관계만이 아니야. 친구이면서, 가족과도 같은 관계... 네가 스스로를 망가트리겠다는 말을 하면, 그녀로서는 당연히 걱정할 것이고. 무엇보다 그렇게 해서 지켜진다 하더라도, 플뢰르는 기뻐하지 않아."
클레온의 말을 들은 플뢰르는 격하게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행복해지는 거야. 두 사람 모두. 그것이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는 일이니까."
"클레온 님..."
크샤트는, 클레온의 말을 듣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녀로서도, 오랫동안 자신을 이어왔던 주박에서, 드디어 풀려날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회귀자들과의 관계에 대한 불안이 교차하면서 많은 것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겠지.
클레온도 그런 그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그녀의 마음이 조금은 진정되기를 기다린다.
평소에 보이는 예의 바른 태도, 그리고 늠름한 모습에 착각할 수 있지만
그녀는 훌륭한 집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여성이다.
플뢰르는 그런 크샤트를 바라보며, 옆에서 조용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면 크샤트도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는 듯,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어 올리며 클레온을 바라본다.
"...죄송합니다. 조금, 못볼꼴을 보여 드렸습니다."
"아니아니. 이제 서로 볼꼴 못볼꼴은 다 보여준 관계니까"
그렇게 클레온이 그녀를 안심시키듯이 이야기하면, 예상치 못하게 크샤트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 그렇군요,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아까 전의 모습... 그것들은, 좋지 않은 마력에 당했던 것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무, 물론. 클레온 님을 향한 저와 아가씨의 호의가 거짓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점 점 말을 더듬어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클레온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알고 있어. ...자, 그러면 슬슬 시작하자. 원래 하려고 했던 것을 마무리 지어야, 우리들도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클레온의 그 말에, 크샤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침대에 앉은 채, 입고 있던 상의를 조심히 들어 올린다.
그 안에 갇혀 있던 여전히 훌륭한 복근의 위에 선명하게 새겨진 연보라빛의 각인.
그녀의 각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플뢰르는, 자신의 옷도 들어 올려 본다.
역시 플뢰르의 것은 크샤트와 같은 위치에 좌우 반전된 형태로 새겨져 있었다.
"... ..."
플뢰르는 그 각인을 내려다보며, 가면 밑에서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이것이, 자신과 클레온의 연결고리.
그리고, 이것이 있는 한, 자신은 클레온의 것이라는 증거가 된다.
마치 소설 속의 관계와도 같은 것을 클레온과 맺게 되었다는 사실이 플뢰르는 조금 기쁜 듯했다.
말 없이 양 볼을 손으로 감싼 플뢰르를 잠시 바라보다가, 클레온은 크샤트에게로 가까이 가, 그 각인의 위에 손을 올리는 것이었다.
002
연회의 밤이 지나가고,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밤 늦게까지 마시던 장소에 남아있던 것은 결국 쿠온 정도였던 듯.
어느샌가 벌겋게 달아오른 라일라와, 그런 라일라를 부축하며 돌아온 사샤.
그리고 어제의 일이 역시 피로로 남아있었던 듯, 금세 잠들어 버린 아멜리아는 클레온이 플뢰르와 크샤트를 데리고 가서 얼마지 않아 다시 텐트로 돌아가야만 했다.
클레온 본인, 그렇게까지 술을 즐길 생각은 없었기에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으으... 머리야... 아파~"
"그러게, 적당히 마시지 그랬어..."
"하지만, 아티스가 자꾸..."
라일라는 그렇게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클레온의 어깨에 자신의 몸을 기댄 채로 끙끙대고 있었다.
이니스는 그런 그녀가 재밌다는 듯이 뒤에서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런 호문클루스가 짜증 난다는 듯, 라일라는 휙휙 손을 휘둘러 쫓아내는 것이다.
어젯 밤 아니, 오늘 아침이라고 해야겠지.
아침까지 계속해서 마시고 있던 아티스의 조수들은 이미 전부 자신들의 텐트에 뻗어있는 상황이고.
아티스는 그런 와중에도 술에 완전히 깨서 멀쩡한 표정으로 입에 이미 담배를 물고 있었다.
"라일라는 어린애네 나는 멀쩡한데 말이야."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야... 분명 내 두 배는 마셨을 텐데..."
라일라는 괴물을 보는 듯한 얼굴로 아티스를 바라보다가도 머리를 움직이면 골이 울리는 것을 느끼면서 다시 클레온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비벼대는 것이었다.
"... ..."
"...왜 그래 아멜리아?"
"아, 아뇨..."
그런 라일라를 조금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던 아멜리아의 시선을 느낀 클레온이 그 쪽을 돌아보면,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그리고 플뢰르는 조심스럽게 쿠온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이야기 한다.
당연하지만 그 옆에는 크샤트가 함께여서, 플뢰르가 크샤트의 소매를 붙잡은 채로 무언가를 이야기 하면, 그 뒤에 크샤트가 쿠온에게 그것을 전달한다.
그런 언제봐도 독특한 두 사람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고 있으면, 쿠온이 깜짝 놀란 듯한 표정, 조금 곤란한 듯이 웃는 표정, 이내 허리를 숙여오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양손을 젓는 것을 보인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클레온으로서도 조금 짐작이 되기에 마음의 한구석이 찔려 와서 고개를 다시 아티스에게 돌린다.
"그러면. 우리는 이대로 아스테리스에 돌아갈게. 다음 유물이나 유적지에 갈 때 까지는 그곳에서 머물게 될 테지만..."
"뭐. 나도 이곳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면 수도로 향할 거야. 그리고 거기서 미염공에게 '사룡산맥'의 조사 허락을 받아야지."
어제 이야기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복습하듯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나면, 아티스가 스윽 하고 손을 내밀었다.
"... ..."
클레온은 그것을 바라보면서 조금 경계하는 표정이 되는 것이었다.
"아하하. 역시 세 번째나 되면 의심암귀가 생기는 건가?"
"그렇게 만든 것은 아티스. 네 쪽이지만."
그녀와 악수를 할 때마다, 입술을 들이밀던 아티스.
라일라도 그것을 알고 있길래 그녀가 손을 내밀면 으르렁대지만 클레온은 이내 한숨을 내쉬다가도 그 손을 내밀어 아티스의 손을 마주 잡았다.
잠시 정적이 흐르면 천천히 위아래로 손이 흔들리고 아무런 일 없이 두 사람의 손이 떨어졌다.
"자. 아무런 일도 없었지?"
"...그러네. 의심해서 미안하군."
"아니아니. 뭘. 이런 걸 가지고."
클레온의 사과를 받으면 아티스는 후후 웃으면서 안경을 고쳐 쓴다.
"플뢰르와 크샤트는 걱정하지 마. 책임지고 에라투스에 돌려놓을 테니까. 뭐, 그렇지 않더라도 곧 다시 만나게 될 수 있겠지만 말이야."
"...곧?"
그것은, 두 사람이 아스테리스에 오게 된다는 것일까.
"뭐. 그 부분은 수도에 도착하면 싫더라도 알게 될 거야."
"그런가... 그러면 그렇게 기억하고 있을게."
"작별인사는 따로 하지 않겠어. 나와도 금방 재회할 거고... 그런 '헤어지는 분위기' 싫어하니까."
아티스는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정말로 몸을 돌려버리고 조수들이 기다리고 있는 캠프로 향한다.
라일라도 클레온도,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조금 바라보다가 이내 자신들의 뒤에 있는 마차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마차의 뒤에는 이곳에서 충당한 짐수레가 연결되어 있어서, 그 안에 그리폰을 담아놓은 케이지가 실려 있었다.
사샤는 그 케이지를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이곳에서는 부화하지 않았네."
"네. 하지만 곧 부화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으니까, 수도에 도착해서 조금 만 더 기다리면 분명 알에서 나와줄 거에요."
사샤는 그것이 기대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양손의 주먹을 꼭 쥐었다.
"...저, 반드시 책임지고 돌볼게요."
"응 사샤를 믿고 있어."
클레온의 대답에 사샤는 조금 얼굴을 붉히지만, 이내 한발 먼저 움직여 마차로 향한다.
"...우리들도 탈까. 라일라."
"응. 그렇네... 드디어 이 평원에서의 노숙도 끝이야."
"그렇게 길지도 않았잖아."
클레온의 말에 라일라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이내 머리를 부여잡는 것이었다.
"어딜 가더라도, 사건·사고가 너무 많이 일어나니까. 실제 시간보다 길게 느껴져. 이번에도, 3일 정도밖에 안 있었는데, 한 달은 있던 기분이야."
"...듣고보니."
클레온도 그녀의 말이 맞는다는 듯 동의하면서, 그녀를 들어 올렸다.
"자, 잠깐! 어째서 이렇게 안는 거야!"
"그야, 혼자서는 못 걸을 것 같으니까."
라일라와 클레온이 그렇게 토닥대며 마차로 걸어가는 것을 본 아멜리아는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아멜리아."
클레온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아멜리아가 퍼뜩 정신을 차리며 클레온 쪽을 바라본다.
"돌아가자. 아스테리스로."
"...네!"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며 아멜리아도 마차에 올라타기 위해 그곳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003
"축제의 '신무'를 추기 위한 사람이 부족하다...라."
젊은 대무녀가 신관으로부터 받은 상소를 보더니 조금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가. 신무를 출 수 있는 무녀들은, 이제 얼마 안 남은 건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대무녀님."
그런 부하의 말에, 대무녀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접힌 부채로 자신의 입가를 가린다.
"괜찮아. 그 부분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그보다도, 너희는 결계와 '귀신 쫓기 의식'의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대무녀의 명령이 떨어지면, 신관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 나가는 것이었다.
"또. 한 해의 이때가 찾아오고 마는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내쉬는 그녀는, 걱정거리가 많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이번의 축제야말로, 누구의 피도 흐르지 않으면 좋으련만."
매년, 그런 바람을 담아 기도를 올리지만.
그런 것은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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