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81화 (481/506)

〈 481화 〉 [서브 스토리] 히로인즈 인 엘케르도 ­1­

* * *

000

클레온이 떠난 왕도 엘케르도.

승전 기념일의 참극으로부터 일주일 정도가 지난 시점.

왕도의 복구도 한창 진행되어 가는 와중, 백성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것은 '왕녀 아멜리아'의 행방이었다.

왕녀가 아닌 마녀라고 비난하는 자들은 그녀를 붙잡아 교수대에 올리는 것이 대륙과 왕국의 평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고.

그리고, 그녀를 보호하던 모험가들 역시 왕국의 반역자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클레온의 일행에 관해서 모르는 이들의 이야기.

조금이라도 클레온과 엮여있던 이들은 달랐다.

예를 들자면, 배틀메이드를 포함한 트로메이야 가문의 관계자들, 수도원에 갇혀있던 사람들, 왕국의 정보기사단.

그리고­ 램파트와 그 휘하의 모험가들은 클레온과 그의 행동과 이유를 의심치 않았다.

루베라, 그리고 아루루로부터 클레온과 관련 있는 이들에게는 대략적인 사정의 설명이 있었던 것도, 그에 대한 의심이 생기지 않는 데에 큰 이유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어찌 된 일인지, 본래라면 아멜리아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그녀를 추적하는 데에 집중해야 하는 성자의 가호 교단은 클레온에 대한 추적에 대해서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것이, 현 교황인 에스카의 뜻인지, 아니면 교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 뒤로도 침묵을 고수하는 그들만이 알 수 있는 일이겠지.

덕분에, 클레온들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이들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고, 아담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아담의 계획.

성검선별의 의식에 필요한 성검 일곱 자루가 모이는 것을 저지하고, 그와 동시에 왕성에서 이루어지는 아멜리아와 클레온의 탐색을 방해한다.

그 양쪽 모두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왕국­ 나아가 대륙에서 아담의 지배를 완전히 떨쳐내기 위해 행동한다.

본래라면 서로 엮일 일도 없었을, 다양한 신분, 다양한 출신의 여성들은 한 사람을 중심으로, 그리고 네 마리의 원소룡들에 의해 하나로 뭉쳤다.

조금씩이지만, 면식조차 없었던 이들 사이에도 동료라는 인식과, 협조심이 싹틀 무렵이겠지.

이대로라면, 아담의 계획을 막는 것도 마냥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다만, 역시 그녀들의 마음속에는 그와 한동안 만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쓸쓸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클레온'이라는 인물이 자신들의 생활 속에서 차지하는 부분이라는 것은, 이미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커져 있던 것이다.

이것은, 그런 클레온이 사라진 왕도에서 벌어지는 소녀들의 이야기이다.

001

"클레온과 만나고 싶어!"

쿠당탕! 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녀.

자신의 방은 이미 집무실이 되어서, 요양 중인 아버지를 대신하여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서류들을 읽고, 사인하여 넘기는 것도 며칠째 계속되다 보면.

아무리 참을성과 책임감의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그녀라 하더라도, 질려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일어났을 때의 충격으로 쓰러질 뻔한 서류의 산. 그것이 조금 흔들흔들 거리다가 이내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면, 원인을 제공한 소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소녀의 이름은 아루루 트로메이야.

공작가 트로메이야 가문의 영애이자, 차기 당주이며, 동시에 수정의 성검 아론다이트의 선택을 받은 용사이다.

평소에는 올곧은 자세로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얼굴에 한 점의 구름 없는 상쾌한 미소로 대하는 그녀이지만...

아카데미 검술과의 수석으로서 하던 서류 작업의 수 배는 되는 일을 하고 있자니, 어쩔 수 없이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물론 그 대상은 자신의 어머니나 아버지가 아닌, 지금은 왕도에 없는 한 마검사를 향한 감정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목소리를 내면서까지 자리에서 일어난 소녀를 바라보는 것은, 옆에서 그녀를 돕고 있던 메이드.

검은 머리에 검은 눈, 그리고 새하얀 눈과 같은 피부.

흑마의 일족의 피가 뚜렷하게 나타난 외견을 가진 그녀, 루베라는 트로메이야 가문의 안주인인 오렐리아의 사병이라고 할 수 있는 배틀메이드의 일원이었다.

유폐왕녀 아멜리아의 정체라고 할 수 있는 세인트 프린세스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를 바로 곁에서 보좌하며 밤의 왕도를 순찰하던 것이 바로 며칠 전 까지의 이야기.

아멜리아가 사라지고, 왕도의 혼란이 가속화되어가는 지금에는 일단 그 임무에서 벗어나, 클레온과의 일을 가장 많이 공유할 수 있는 아루루의 전속 메이드가 되었다.

"갑자기 일어나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루베라는 그런 아루루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고, 분류하던 서류를 잠시 책상 위에 내려놓는다.

그녀는 마치, 아루루의 말에는 공감되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였지만, 아루루는 역으로 그런 루베라를 보면서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 만나지 못하는 것은 쓸쓸한걸... 이전에는 이렇게까지 누군가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는 것에 불안을 느낀 적이 없는데... 혹시, 이것이 의존이라는 걸까?"

"그렇네요. 아루루 아가씨의 그 현상은 의존이라고 하더라도 문제가 없겠죠."

덤덤히 이야기 하는 루베라를 보면서, 아루루는 큿, 하고 주먹을 쥐는 것이다.

하지만, 루베라는 오히려 아루루에게 대답한다.

"클레온과 만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입니다. 이 저택에서 나가면 우리들의 행동을 일거수일투족 까지 감시하고 있는 왕성의 인간들이 있으니까요. 저희들의 역할은, 그들의 시선이 다른 이들에게 옮겨가지 않도록 최대한 붙들어 두는 것. 그렇죠?"

"...하지만. 나는 클레온이 걱정 돼. 클레온은 과묵하고 냉정해 보이지만, 가끔은 마음이 앞서서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때도 있으니까."

"그것은 아루루 아가씨도 마찬가지... 라고 생각됩니다만."

그런 식으로 아루루에게 이야기하면, 아루루는 내가? 라고 자신에게 손가락을 가리켰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클레온에 대해서라면 걱정 없겠죠. 지금쯤, 동방국에서도 여자를 만들어서 벌써 몇 명이나 새 여성들에게 각인을 새겨넣었을 것입니다."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슬프네."

루베라의 어딘가 날카로운 말에 아루루는 다시 한 번 푸욱, 하고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원래라면, 동방국에서 이루어질 축제인 '오행제'에 아버지 대신 내가 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되면 트로메이야 가문이 완전히 엘케르도를 비우는 일이 된다.

게다가, 아직 상처가 완전히 낫지 않은 것은 퍼시스 뿐만이 아니라, 아루루도 마찬가지이다.

그날, 아멜리아와의 싸움에서 다쳤던 다리는, 아직도 조금 상처가 남아있었다.

자연적인 치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지만, 격렬하게 움직이면 통증이 발생하는 것 때문에 만약의 일이 발생하면 전투에 참여할 때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지금은 엘케르도에 남아 치료에 집중하면서, 최대한 성검 선별 의식에 대한 정보를 모아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었다.

아루루는 그런 것을 포함하여 쓴맛을 본 것이 아직도 마음에 걸리는 것인지, 그날 이후로 조금 어두운 얼굴을 자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루베라는 그녀가 클레온과 닮은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 역시, 원래의 자신감을 회복할 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녀의 옆에서 그녀의 마음을 지탱해 주는 것.

두 사람은, 클레온이 곁에 없어진 지금, 그에 대한 가장 큰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서로에 기댄 채, 그 공백을 채우고 있었다.

"...지금 아루루 님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서류가, 오늘의 목표량입니다. 그것을 끝내면, 오늘은 외출하시겠습니까?"

"오, 드물게 루베라로부터 데이트 신청을 받는 건가?"

아루루는 루베라의 말에 조금은 기운이 돋은 것인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한다.

"...데이트라니. 그저, 종자로서 주인께 일정의 제안을 하는 것뿐입니다."

루베라는 그런 아루루의 말에 약간의 후회와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붉히면서 눈을 감았다.

"으응, 아니 좋아. 나도, 가고 싶은 곳이 있으니까."

"가고 싶은 곳...?"

루베라는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 고개를 갸웃하고, 아루루는 '후. 후. 후'하고 끊어지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더니 이야기 한다.

"이전에 클레온이 케이크를 가져온 적이 있는데­"

002

"아아... 이곳... 입니까."

루베라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조금 세련된 인테리어를 가진 건물을 바라본다.

이전의 참극에서도 가게에는 피해가 작았던 것인지, 건물 바깥의 도로에 상처가 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만한 손상은 보이지 않는다.

"알고 있었구나? 이곳에서 팔고 있는 한정 디저트가 엄청 달다는 것 같아!"

"... ..."

알고 있다. 라고 말한다면 아루루의 즐거운 표정에서, 즐거움의 원인을 하나 꺾는 일이 되는 것일까.

이전, 페르디아, 그레이, 그리고 유스테스와 함께 방문한 적이 있는 그 가게이다.

루베라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렇군요. 확실히, 단것을 먹으면 조금은 기분이 나아지니까요."

"그렇지? 자, 안으로 들어가자."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두 소녀의 비강을 스쳐 지나가는 것은, 역시나 달콤한 향과 동시에 풍겨오는, 은은한 커피의 쓴 향이다.

그런 향기를 맡기만 하더라도, 조금은 마음속의 한쪽이 즐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소녀의 숙명이었다.

"아."

적당히 자리를 잡기 위해 고개를 돌리던 루베라의 눈이 어딘가에서 멈추면­

그곳에는 자신의 얼굴의 길이보다도 기다란 유리컵 안에 잔뜩 아이스크림과 과자, 그리고 시럽과 과일이 올려진 것을 보고 눈을 반짝이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페르디아."

"응? 아아. 정말이네."

루베라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 아루루도 조금 눈을 동그랗게 뜨고 페르디아를­ 그리고 그녀가 앞에 두고 있는 커다란 디저트 잔으로 시선이 옮겨지는 것이었다.

"페르디아도 우리랑 비슷한 걸까?"

"그렇네요. 신전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지금, 그녀도 의원에서 사람들을 치료하는 격무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테니까요. 조금은 휴식이 필요하겠죠."

원래라면 이전의 참극에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은, 신전의 신관들이 해야 할 일이겠지만.

지금의 신전은, 그런 치료소로서의 업무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정도로 사람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결과, 넘쳐나는 부상자에 대한 대응은, 어쩔 수 없이 왕도 안에 있는 의원들에서 맡게 된 것이었고.

페르디아 역시, 의술의 지식이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도움이 되고자, 무료로 의료 봉사를 하고 있었다.

"동석할까?"

"잠시만요. ...기껏 그녀도 휴식을 만끽하고 있는데..."

아루루의 질문에 루베라가 그렇게 이야기하며 일단 말리려고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할까?'는 이미 '~~하자!'인 것이었다.

그것을 잊고 있었다는 듯이, 성큼성큼 페르디아를 향해서 걸어가는 아루루를 보며, 루베라는 한숨을 내쉰다.

"페~르디아~"

독특한 리듬과 멜로디로 페르디아의 이름을 부르면­ 드디어 첫 숟가락을 뜨려던 페르디아의 몸이 놀란 듯이 움찔하고 떨리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아, 아루루 님... 루베라 님."

그녀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

귀족에 대한 인사로서는 당연하였지만, 아루루는 그런 페르디아에게 괜찮다는 듯이 손을 흔드는 것이었다.

"아니아니. 그렇게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돼. 우리들은 동료잖아?"

"...동료..."

페르디아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확실히. 그분께서 이곳에 계시지 않더라도, 저희들의 목적은 같은 동지. 동료입니다."

무언가,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 하는 페르디아를 바라보며, '몇몇 어른들보다도 더 어른 같다.'라고 생각하는 루베라.

"우리들도 쉬러 온 거니까. 앉자. 우와, 그 파르페 엄청 크네."

"네... 점장님의 완치 스페셜... 입니다."

"완치?"

아루루가 그녀의 워딩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고 시선을 돌리면­ 카운터의 앞에는 이마의 붕대를 감고 있는 카페의 점장이 보였다.

언제나 처럼 화려한 손놀림으로 손님들께 제공할 디저트를 만드는 그였기에 건강에 더는 문제는 없는 것이겠지.

"...머리에 붕대가 감겨 있는데?"

"손이 나으면, 완치... 라는 것 같습니다."

루베라도 의문으로 느끼던 부분을 아루루가 지적하면, 페르디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한다.

점장으로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디저트를 만들 수 있는 양손이라는 것이겠지.

대단한 직업정신이라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그가 부상한 원인에 대해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도 저걸로 할까?"

"우리...?"

아루루의 말에 루베라가 어째서 자신까지 집어 넣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루베라가 되물으면, 아루루는 '체엣'하고 투정을 부리듯이 대답했다.

결국, 주문한 것은 아루루 혼자. 루베라는, 역시나 정도를 넘은 단 것에는 거부감이 있었기에 마음이 진정되는 커피와, 시나몬 쿠키이다.

업무와도, 지금의 상황과도 상관이 없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 보면 페르디아의 많아 보였던 아이스크림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작은 몸의 어디에 그렇게까지 단 것이 들어가는 것인가.

루베라는 신기하다는 듯이 그녀를 힐끗힐끗 쳐다보지만, 이내 페르디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루티 님께서 이야기하셨던, 대리자... 저는, 루티 님께 선택되었고. 루베라 님은 프로미스 님께 선택되었죠."

"그렇네요. 다른 용들도, 각각 대리자를 찾을 것이라고 하셨고..."

"중요한 것은­ 자취를 감춰버린 나머지 한 마리인가..."

용의 대리인이 되어, 세계의 균형을 맞추려는 계획.

하지만, 그 계획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인 다섯용이 모두 모여야 하는 부분에서, 마지막 한 마리­

토룡이 자취를 감추고 잠적한 탓에, 그녀와의 연락이 취해지지 않는 이상.

다섯 대리인이 모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행은 최대한의 정보망을 사용해서 토룡의 자취를 좇고 있었지만.

같은 종족인 용들조차 찾지 못하는 토룡을, 과연 인간들의 힘으로 찾아낼 수 있을지.

"하아... 의외로 이미 우리들의 근처에 있다던가."

"...설마요. 정말로 그렇다면, 어째서 정체를 밝히지 않는 것일까요."

아루루가 한숨을 내쉬면서 한 말에, 루베라가 부정하는 뜻을 섞어서 이야기 한다.

"으응­"

그 부분에 관해서는 아루루도 대답할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잠시 입을 다물면­

"루티 님께 들은 바로는­ 일부의 용들은... 스스로의 기억을 봉인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페르디아의 대답에, 아루루는 조금 놀란 표정이 되어 대답했다.

"토룡도 그랬을 거라는 건가?"

"네. 그럴 가능성은 크다고 합니다. 자신이 '드래곤'이었다는 기억조차 지워버리면, 은연중에 방출되는 드래곤으로서의 힘도 없어지기 때문에... 동족으로부터 기척을 지우고, 완전히 세계에 녹아들 수 있다고."

"그건... 정말 찾기 힘들겠네..."

아루루의 말에 페르디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무언가, 강제적으로라도 봉인을 풀어버릴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그것은... 클레온 님이 가지고 계시다는­"

페르디아가 거기까지 말한 순간, 또각. 하고 하이힐의 소리가 크게 울리게 되면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그 소리가 난 곳으로 향하게 된다.

"아니아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서 누구 신가 했더니, 아루루 트로메이야가 아닌가요? 평안하셨나요~? 오호호호호!"

"겍."

높은 목소리가 가게 안에 울리면, 아루루가 숨김없이 그대로 싫은 표정을 지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트윈테일의 머리카락을 지닌 화려한 드레스의 여성이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대체 얼마나 돈과 시간을 썼을지 모를 정도로 돌돌 말려 있는 그녀의 '드릴 헤어'이다.

사파이어 색으로 빛나는 커다란 눈동자.

오똑한 코, 연한 핑크색의 입술.

어디에서 어디, 파츠로 분리해 보아도, 전체를 합쳐서 보아도 남자라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기품과 동시에, 귀여운 소녀로서의 인상마저 겸비한 미소녀.

게다가, 드레스로 감춰진 몸으로도, 어느정도 눈에 띄는 굴곡이 보이는 것이었다.

"...메르카 님과 닮은 분이 튀어나왔군요."

루베라가 그렇게 이야기 하면, 아루루는 한숨을 내쉬면서 루베라에게 속삭인다.

"...메르카보다 질이 나빠. 저건­"

"...아루루 트로메이야? 이 '셀레나 리겐트'가 직접 당신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거에요! 같은 공작가의 영애로서, 예의에 맞는 대답이 있겠죠!"

가게 안에 울려 퍼지는 커다란 목소리에 다른 손님들의 시선도 집중되면, 아루루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입니다 셀레나 님. 설마 이런 곳에서 만나 뵙게 될 줄은 몰랐기에, 말을 고르려던 참이었어요."

"그렇군요! 아직 학생인 당신과는 다르게, 저는 이미 왕성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은 중역! 늘 왕성 안에 있는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에, 당신과 만나는 일은 거의 없지요~! 일을 잘하는 것도 흠인 것이와요~! 오호호호!"

"... ..."

페르디아도 루베라도, 너무나도 판에 박혀있는 그녀의 '영애 웃음소리'에 일종의 감탄마저 내뱉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시선 따위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이, 셀레나는 이야기 한다.

"그러고 보니! 들으셨나요 아루루 양. 올해의 동방국의 오행제에는 왕국의 사절로서 트로메이야 가문이 아니라, 저희 리겐트 가문이 가게 되었다고요!"

"...네에."

아루루는 조금 늘어지는 목소리로 맘에 안 든다는 듯이 대답한다.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요~! 퍼시스 경이 다치신 것도 그렇고, 당신이 다친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이니까요! 제가 당신이라면, 다치는 일은 없었겠지만요~!"

페르디아는 그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리며 손의 끝이 근질거린다는 듯이 손가락 끝을 움직이지만.

그런 그녀를, 아루루가 시선으로 말린다.

"그렇네요. 모두 저희들의 부족함이지요. 그렇다면, 이번에 사절로 가시는 것은­"

"물론! 바로 저! 궁중마법사 셀레나 리겐트랍니다~! 그런 변방으로 가는 것이 제 격에 맞는 임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이번에는 그 외에도 중요한 임무가 있으니까요~!"

"...중요한 임무."

아루루는 그녀의 말에 무언가 다른 것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느끼며, 조금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아루루의 표정이 어딘가 분한 것을 감추려는 듯한 표정으로 보였는지, 셀레나는 입꼬리를 올리고 손등으로 입가를 가리면서 이야기했다.

"네에~! 안타깝네요 정말로~! 뭐, 이번의 임무를 완벽하게 행하고 나면, 리겐트 가문의 위상은 더더욱 드높혀 지겠지요!"

"참고로, 어떤 임무인지 들을 수 있을까요?"

아루루가 웃으면서 이야기 하면, 셀레나는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면서 대답한다.

"그런 것, 가르쳐 드릴 리 없잖아요! 비밀 임무라는 것이 와요~!"

"... ..."

아루루는 조금 곤란해졌다는 듯한 표정이 되어 셀레나를 바라보지만, 이제야 그 표정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이야기 하는 셀레나.

"후후...! 좋은 표정이네요 아루루! 당신이 놓친 반역자의 뒷처리, 이것은 당신에게 빚을 달아두는 것으로 생각해도 되겠지요?"

"아."

루베라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소리를 내면, 페르디아도 눈을 크게 뜬 채로 셀레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확실히. 빚이 되겠네요. 그 비밀 임무를, 셀레나 님께서 완수하시면."

"... 아앗!? 저도 모르게 말해버리고 만 것이와요!? ...이, 이것은 달라요! 그래요! 사실 제 임무라는 것은, 동방국의 특산품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와요!"

"그랬군요. 저는 또, 도망친 아멜리아 왕녀를 붙잡아 오는 것인 줄."

"그~! 그럴리 없잖아와요~? 오호, 오호호호...! 저, 저는 이만 가보겠사와요! 그럼, 평안하시길!"

그렇게 말하면서 도망치듯이 카페에서 나가버리는 셀레나를 루베라는 조금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본다.

"...뭐였던 겁니까? 저건?"

"...저게 바로, 왕궁 마법사 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고 칭송받는 리겐트 가문의 차기 당주. 셀레나 리겐트야."

아루루의 대답에 루베라도 페르디아도 조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루베라는 조용히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리겐트 가문은 다음대로 끝나겠군요."

페르디아도 아루루도 그 말에 대해 부정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조용히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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