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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82화 (482/506)

〈 482화 〉 고양이와 상단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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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리스로 돌아온 클레온의 아침은 오늘도 어수선했다.

눈 앞에 있는 것은 정말로 못살겠다는 표정으로 곤란해하고 있는 칼리아.

그리고, 그런 그녀의 앞에 정좌한 채로, 죄책감이라는 것이 얼굴에 보이지 않는 헤르티이다.

"헤르티 님! 자꾸 이러시면, 잠자리에 드실 때 족쇄를 채우거나 밧줄로 이불에 묶어 드리겠습니다!"

"어머어머... 이상하네... 분명, 어제도 내 방에서 잤는데~"

칼리아가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는 분명했다.

오늘도 클레온이 자신의 침대에서 눈을 뜬 순간, 뒤쪽에서 들려오는 조용한 숨소리에 조용히 몸을 일으키면.

쿠당탕! 하는 소리가 크게 울리면서 칼리아가 자신의 방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온 것이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클레온 님...! 저희 당주님께서 정말 몇 번이고 폐를...!"

"아니, 아침이 이렇게 어수선해지는 것만 빼면, 이렇다 할만한 피해가 있는 것은 아니고..."

클레온은 괜찮다고 하며 칼리아를 진정시키려고 하면, 옆에서 하품하면서 태평하게 앉아있는 헤르티 때문에 칼리아의 인내심도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

결국, 덥썩! 하고 헤르티의 목 뒷덜미를 붙잡은 칼리아가 그대로 그녀를 끌고 가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

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형씨는 아침도 떠들썩 하네~"

어디에 가 있던 것인지, 열려있던 문지방에 슬쩍 얼굴을 보이는 것은 움직이는 고양이 인형의 호문클루스. '슈뢰딩거'이다.

"안 보인다 했더니,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건가."

"뭐. 정확히 말하면 나는 잘 필요가 없으니까. 모두가 잠든 동안 이 저택을 좀 살펴본 거지.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날개를 푸드덕대면서 날아온 그 녀석은 클레온의 눈앞에서 멈추면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좋은 곳이야. 관리도 잘 되어있고. 이런 곳을 그냥 빌려주다니, 저쪽은 형씨들이 마음에 무척 들었나 본데?"

"이곳의 숙소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들 뿐만이 아니니까. 상회의 직원들도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몇 개나 되는 저택을 상회의 담장 안에 지어놓은 암룡 상회의 부유함도 놀라운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어떻게 할 거지? 오행제인지 뭔지 하는 축제가 시작되면 또 바빠질 테니, 또 느긋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은 며칠 안될 것 같은데."

"그렇군..."

클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스테리스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떠올려본다.

쿠온은 아스테리스에 돌아왔으니, 이제 직접 신전에 가서 대무녀로부터 무녀의 기술을 배우는 수행을 받을 것이다.

라일라는 언제나처럼 자신의 공방에서 지내겠지. 자신이 만들었던 마안 봉인구의 봉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클레온으로부터 전달받고는 머리를 감싸는 모습은 조금 불쌍할 지경이었다.

사샤는 정원에 그리폰의 알을 놓고, 언제 깨어나도 괜찮도록 그 근처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금 과보호하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아무도 없을 때 그리폰이 깨어나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다.

3일만에 만난 갈라테아는 아직 회복 중이어서, 조금이라도 회복을 빨리하기 위해 칼리번과 살을 맞대고 있다.

살을 맞댄다고 하더라도 계속 손을 잡고 있는 것이었지만.

칼리번의 마력이 폭증한 것은 흑마력에 의한 자기방어 체계가 급격하게 활성화했기 때문. 그렇다면, 갈라테아도 그 반대가 가능할것이라는 라일라의 이론 덕분이었다.

갈라테아는 24시간 내내 칼리번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에 정말로 귀찮다는 표정을 하지만, 칼리번은 웃으면서 그런 갈라테아를 자신의 품에 안아버리고 한순간도 놓아주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결국 할 일이 없는 것은 클레온 정도였다.

"이곳이 왕도나 엘레시아였다면, 가벼운 의뢰를 받아서 모험이라도 다녀왔을 텐데 말이야."

"어이어이, 모험이 취미냐고."

슈뢰딩거는 클레온을 일 중독자라고 부르지만, 클레온 본인도 그리 부정할 방법이 없는 것이었다.

그 때, 헤르티가 떠나갔던 곳의 이불이 꿈틀거린다.

"우왓!?"

슈뢰딩거가 갑자기 움직이는 이불에 깜짝 놀라서, 그대로 튕겨져 나오듯이 움직여 클레온의 얼굴을 뒤덮듯이 부딪히면.

클레온은 한 손으로 슈뢰딩거를 떼어내고, 꿈틀거리던 이불을 뒤집어본다.

그러자­

"야­옹."

"고, 고양이!"

"...바하무트."

클레온과 슈뢰딩거의 눈에 들어온 것은 헤르티의 고양이인 '바하무트'이다.

녀석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클레온의 이불 위에 몸을 깔고 앉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클레온과 눈을 마주친다.

"야옹."

그리고 다시 한 번 울음 소리를 내고, 클레온은 그런 바하무트를 들어 올린다.

주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타인이 들어 올렸을 때 이렇게 얌전한 녀석이니, 상당히 사람에게 만져지는 것이 익숙한 것인가­

아니면.

클레온은 이전부터, 바하무트가 헤르티의 안내를 해주는 것이 조금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혹시 너도 사실은 마수라든지, 무언가가 변신한 것이 아닌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만.

아무리 눈의 안쪽을 들여다보더라도, 그런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야옹."

그리고, 그런 클레온을 마주 보면서 다시 한 번 울음소리를 내는 바하무트.

방금 것은 '뭘 보냐'라는 뜻이었을까.

뭔가, 그런 고양이와 눈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바보 같아져서, 클레온은 바하무트를 다시 침대 위에 돌려놓았다.

"헤르티를 따라온 것인지... 아니면, 네가 헤르티를 데리고 온 것인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돌려주러 가는 편이 좋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클레온은 드디어, 언제까지고 자신을 붙잡아 둘 것만 같은 침대에서 내려오는 것이었다.

001

"역시 그곳에 있었구나 바하무트."

클레온에게서 바하무트를 건네받은 헤르티는 그 잠깐의 사이에 벌써 언제나 입는 고풍스러운 옷으로 갈아입은 채.

화장도, 몸단장도 모두 끝낸 채로 업무를 시작한 상태였다.

다만 책상 앞에 앉아서 일할 때면 늘 무릎 위에 앉아있던 바하무트가 없어져서, 조금 불안해하고 있었다는 것 같았다.

바하무트야 워낙 영리한 고양이이니, 금방 돌아오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클레온이 그를 데리고 오자 상당히 안심한 것 같았다.

바하무트도 헤르티가 자신을 끌어안아 얼굴에 비비고 있으면 갸르릉 거리면서 기분 좋다는 듯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어딘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광경에, 클레온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사이가 좋군."

"네. 바하무트는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같이 지낸 친구니까요."

"... ..."

클레온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고양이의 평균 수명을 생각하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고, 헤르티가 사실은 열 몇 살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면­ 무언가의 농담? 그것도 아니라면­

"아. 그렇지. 클레온 님. 혹시, 오늘 일정은 있으신가요?"

클레온이 바하무트의 정체에 대한 고찰을 이어나가려던 도중, 헤르티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자연스럽게 사고가 중지되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사실은 이쪽도 뭘 하면서 지내야 할지 고민하던 중이야. 오행제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고, 어제 이야기하던 의상이라던가도 아직 준비가 안됐을 테니."

"그렇네요. 오행제에 관한 준비는 우선 저희에게 맡겨주시길. 클레온 님을 귀찮게 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헤르티는 그렇게 말한 뒤 입을 다물었다가, 이어서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클레온 님. 오늘 하루는 저와 함께 아스테리스를 돌아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헤르티와...?"

"네. 오늘은 오후에, 저희 상회에서 관리하는 점포들을 둘러보기로 되어 있습니다. 오행제에 관련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은 정기적인 점포 관리이지만요."

"상단주인 네가 직접 가는 것인가."

조금 의외라는 듯이 이야기하면, 헤르티는 입가를 손으로 가리면서 대답한다.

"물론이에요. 그분들은 저희의 이름과 함께, 신뢰를 빌리시는 분들. 그렇다면, 저희도 그에 상응하는 관리책임이라는 것이 발생하는 법이고..."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야기한다.

"눈이 보이지 않는 저이지만. 덕분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느낄 수 있어서요. 그런 문제에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답니다."

"...그런가."

확실히, 그녀는 맹목이지만 전혀 앞을 보는 데에 불편함은 없는 듯했고, 오히려 눈이 멀쩡한 사람들보다도 많은 것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헤르티는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차를 조심스럽게 마신 뒤, 후우 하고 따뜻한 숨을 내뱉고는 말한다.

"아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장부 같은 것은 제가 확인할 수 없으니, 평소에는 칼리아가 동행해주지만요."

"그럼... 오늘은 칼리아는 같이 가지 않는 건가?'

"네. 칼리아는 오후부터 다른 일이 있어서요. 오늘도 아침에 그 일을 준비하다가 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찾아와줘서... 바쁜데 미안한 일을 해버리고 말았네요."

클레온으로서는 그녀의 고생을 전부 헤아릴 수 없었지만, 확실히 상단주가 헤르티 같은 사람이라면 걱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힘들겠지.

그녀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는 듯,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그렇다면 동행할게. 일하는 헤르티의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와아! 감사합니다 클레온 님! 사실, 귀찮다고 하시면 어쩌나, 하고 조마조마했어요!"

손을 마주하며 기쁘다는 듯이 웃어 보이는 그녀를 보며, 클레온은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인가? 내가 볼 땐,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 ...후후♪"

그런 클레온의 말에, 헤르티는 조금 즐거운듯한 웃음소리를 낼 뿐이었다.

"그렇다면 저도 외출 준비를 할 테니, 클레온 님께서도 준비를 부탁합니다. 한 시간 정도 뒤에,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002

그로부터 한시간 뒤.

해가 하늘 높게 떠서,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되면 기온이 조금 올라가 이제 소매가 긴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은 조금 힘든 일이 되어간다.

덕분에, 클레온도 평소보다도 경장이 되지만, 잘 생각해보면 자신이 동행하는 것은 동방국의 경제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여성이다.

아무리 그래도, 무장 없이는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한 클레온이 허리춤에 든 것은 어째서인지 오랜만에 잡는 것만 같은 스승의 검이다.

마검도, 성검도 아니었고.

수많은 피를 머금은 낡은 검이었지만, 클레온의 손에는 더할 나위 없이 잘 맞았다.

그리고, 약속했던 장소, 상회의 정원으로 향하면 그곳에는 이미 헤르티가 먼저 나와 클레온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나의 길고 하늘하늘한 비단의 옷이 아닌, 오늘의 그녀는 어딘가 왕국풍의 행색이었다.

흰색의 통기성이 좋아 보이는 반소매의 셔츠는 면 재질인지 그녀의 상체에 조금 달라붙는 모습이 되어있어, 평소보다도 더 그녀의 몸의 굴곡을 확연하게 드러낸다.

풍만한 두 봉우리의 끝 부분에서부터­ 가파른 경사로 이어져 내려와 허리춤에 도달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치 그 부분이 텐트처럼 보인다.

하의는 이렇다할 특징 없는 푸른색의 스커트.

무릎의 아래까지 오는 길이의 그것은 어딘가 청량한 느낌을 주는 옷이었다.

머리카락은 평소처럼 비녀를 꽂고 있었지만, 목 뒤를 드러내는 포니테일로 바뀌어서, 평소보다 더욱 깔끔한 느낌이 되었다.

그렇게나 가벼운 모습이 되었는데도, 이 날씨에 바깥에 있는 것은 역시 더운 것인지.

조금 땀이 맺혀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 손에는 일광을 피하기 위한 양산이 하나.

그것만은 왕국에서 귀족들이 사용하는 듯한 것이 아닌, 동방국에서 사용되는 나무와 종이를 통해 만들어진듯한 물건이었다.

분홍색의 표면이 화사한 느낌을 주는 것을 느끼며 평소의 그녀와는 정반대되는 러프한 모습에 클레온은 자신도 모르게 헤르티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그런 그녀의 곁을 마치 보디가드처럼 지키고 있던 바하무트가 다시 한 번 울음소리를 내는 것에 정신을 차리는 것이었다.

"아아. 클레온 님."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변함없이 요령 좋게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챈 헤르티에게 클레온이 다가간다.

"왕국풍의 옷도 잘 어울려."

"그런가요? 후후. 감사합니다. 칼리아는 너무 복장이 가벼우면, 위엄이 떨어진다고 잔소리였지만요."

그녀는 웃으면서 양산을 들지 않은 손으로 자신의 입가를 가리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만, 그 얼굴은 조금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이었다.

"클레온 님께서도 좋아하시는 것 같아 다행이네요."

그렇게 덧붙인 뒤, 그녀는 마치 클레온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듯, 한 바퀴 천천히 그의 앞에서 빙글 하고 돌아 보였다.

스커트의 밑이 그 움직임에 맞춰 살짝 들어 올렸다 내려온다.

"사실 이 옷은 리오메스 양에게 조언을 받아서 맞춘 것이랍니다. 마음을 빼앗고 싶은 상대와 단둘이서 외출할 때를 위해서라고."

"...리오메스인가."

그녀답다면 답다고 해야 할지, 의외라고 해야 할지, 잠깐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는 클레온.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녀도 평소에는 청초함이라는 단어 그 자체가 마치 인간의 모습을 띄운 것만 같은 모습, 그리고 복장을 갖춘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녀의 언행, 그리고... '성벽'이겠지.

나중에 들은바로는 자신의 남자가 다른 여성을 안는 것에도 흥분을 느낀다고 했던가.

여전히 그녀에 대해서는 정확한 판단과 평가를 할 수 없었다.

"...잠깐, 클레온 님? 지금 놀랄 부분은 그쪽이 아니라고요?"

하지만 헤르티는 클레온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조금 불만이라는 듯 한쪽 볼을 부풀렸다.

"...응?"

"므읏... 이것은 강적이네요. ...후후. 하지만 그렇기에 도전할 가치가 있는 것이겠죠."

클레온은 그녀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듯 잠시 입을 다물지만.

이내 그녀는 몸을 돌리며 바하무트와 함께 먼저 걸어나간다.

"그럼. 가볼까요 클레온 님? 오늘은 분명, 즐거운 하루가 될 거에요."

어딘가 기대감에 부푼듯한 그녀의 말에­

"그래. 그랬으면 좋겠네."

클레온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 함께 상회를 나서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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