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3화 〉 다방과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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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티와의 동행은 그녀의 복장대로 생각보다도 사무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녀로부터 건네받은 리스트에 적혀 있는 가게에 찾아가, 주인과 함께 짧게 사업의 동향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가게에 보관된 장부와, 상회측에서 보관하고 있는 장부를 비교하여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만약에 차이가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헤르티가 점주에게 이유를 물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대로.
가게측의 실수거나, 공공연히 말하지 못할 이유 때문에 장부에 손을 댄 것이라면, 경고와 함께 수정을 명령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후자는 헤르티에게서 설명을 들은 사례 일 뿐.
지금까지의 순찰에서는 단 한 곳도, 부정적인 장부 조작이라던가 하는 것은 없었다.
회계의 투명함은 상회와 가계의 신뢰도로 이어진다고 하던가.
게다가 헤르티 외에도 칼리아나, 다른 이들이 주기적으로 가게들을 돌면서 확인하기 때문에 확인해야 하는 장부의 기간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최근에 왕국 승전 기념일을 다녀오면서, 조금 공백이 생겼음에도 2주일 치가 전부였으니까.
그렇게 함께 아스테리스의 거리를 걷다 보면, 클레온은 확실히 이전보다도 더욱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 간판에 장식을 더하는 곳이나, 아예 새롭게 가판대를 만들고 있는 점주들.
축제에 대비하여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해두기 위해 나온 주부들.
축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거리를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리고, 그런 곳에서도 언제든지 트러블에 대응하기 위해 곳곳에서 가만히 선 채, 그들을 응시하는 협객들.
"다들, 축제가 기다려지나 보군."
"맞습니다. 오행제는 저희 나라에서도 연말연시의 신년제를 제외하면 가장 큰 축제이니까요."
클레온이 그렇게 감상을 내뱉으면, 헤르티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헤르티와 함께 거리를 나아가면서 느낀 것은, 그러한 축제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즐거운 마음에 더불어
자신의 곁에 선 헤르티를 향한 사람들의 호의였다.
"헤르티 님! 저번에 특별히 구해주셨던 약초 덕분에, 저희 아들이 무사히 열이 내렸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헤르티 님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나무를 왕국 남쪽 숲의 검은 나무로 바꾸니까, 부패하는 속도가 확연하게 줄어들었습니다."
때때로 들려오는 사람들의 감사의 목소리.
헤르티는 그런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흔들어 대답할 뿐이었다.
왕도에서 일반적인 귀족이 평민 거리를 걷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겠지.
이런 환호를 받는 것은 아루루나 퍼시스와 같은 용사로서 백성들을 위해 싸우는 것이 명백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트로메이야 가문의 사람이거나
시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성자의 가호 교단의 교황, 에스카.
하지만, 클레온은 거기까지 생각하면 꿰뚫렸던 자신의 복부에서 뜨거운 감촉이 느껴지는 환상통을 느끼며 입가를 가린다.
속이 매스꺼워지고, 위액이 역류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잠시 눈앞이 어지러워지면
"클레온 님?"
퍼뜩, 하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클레온은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갑작스럽게 발걸음이 느려지면서 호흡이 흐트러진 클레온의 이상을 눈치채고, 자신을 돌아본 헤르티가 있었다.
어딘가, 걱정되는 듯한 눈빛으로, 우산을 내려 클레온의 얼굴을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게 감추듯 하는 그녀는.
클레온의 이마에 손을 가져간다.
조금 서늘한 감촉에, 클레온은 기분이 훨씬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아. 아아... 미안. 괜찮아."
헤르티 덕분에, 끔찍한 감각에서 몸을 겨우 건져 올리면 자신도 모르게 손에 식은땀이 생긴 것을 알 수 있었다.
"저희도 꽤 긴 시간, 서서 이동했으니까요. 벌써 2시간인가요...?"
헤르티는 클레온의 이마에서 손을 떼어낸다.
"조금, 휴식을 취하는 편이 좋겠네요. 동방국의 초여름은 왕국보다도 기온이 높으니까요."
"...그런가."
확실히, 생각해보면 왕국에서 지낼 때 보다 조금 기온이 높아진 것 같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기온 변화에 자신도 모르게 몸 상태가 좋지 않아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늘에서 쉰다고 한다면, 제가 좋은 곳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바하무트?"
"야옹."
헤르티의 말을 완전히 알아듣는다는 듯이 울음소리를 내는 바하무트는 꼬리를 살랑거리더니 몸을 돌려 한쪽으로 걸어간다.
방울 울리는 소리가 들려오면, 헤르티는 클레온을 향해 손을 내민다.
"예정과는 다른 루트니까요... 바하무트가 안내해준다고 해도 조금 불안하니, 손을 잡아주시겠나요?"
"아아. 물론이야."
클레온은 내밀어 진 손을 붙잡고, 이번에는 자신이 바하무트의 뒤를 따라 헤르티의 앞을 걸어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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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양이의 길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사람이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 거리에 있는, 조금 허름하다고 느껴지는 카페였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비위생적이라던가, 그런 의미가 아니라.
여기저기, 사람이 자주 오간 흔적이 남아있는 문틀, 그리고 정성스럽게 길러진 것을 알 수 있는 식물들이 자리 잡은 화분들이 가게의 주변에 배치되어 있고.
그래도 간판은 꾸준히 관리하는 것인지, 연식이 있으면서도 깔끔하게 닦여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간판이라고 하더라도, 적혀있는 것은 동방국의 고어(古?)인지라, 클레온으로서는 읽을 수 없었지만.
"이곳은..."
"제가 자주 오는 다방이에요."
가게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차의 향기에 헤르티는 조금 안심된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다방?"
"아, 왕국에서는 카페라고 하던가요? 차와 과자등을 즐길 수 있는 곳이죠."
그렇게 말하는 헤르티는 이번에는 클레온을 잡고 먼저 앞으로 나아가 가게의 문을 연다.
끼익 하고 조금 기름칠이 부족해진 듯한 문틀에서 그런 낮은 비명소리가 들리면, 그 위에 걸려 있던 방울이 딸랑거리면서 손님의 방문을 가게의 주인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클레온이 실내를 보고 처음으로 느낀 감상은, 허름한 외관에 비해서 내부는 깔끔하고 정갈하면서도, 어딘가 안심되는 분위기를 주는 공간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꽤 연식이 된 것인지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의 곳곳이 허름해진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은, 신발을 벗어서 올라가는 좌식의 바닥 위.
그리고, 혼자서 오는 손님들을 위해서 길게 만들어진 카운터 테이블의 앞에도, 의자가 놓여있는 것은 어딘가 동방국스럽지 않은 왕국다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것이었다.
"어서오세 뭐야, 헤르티였나."
그리고, 그런 손님의 방문을 받아들이는 것은 노인 남성의 목소리.
클레온이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는 진득하게 나이를 먹은 남성이, 여느 남성과 마찬가지로 동방국 의상을 몸에 걸친 채 컵을 닦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흰색의 머리카락을 올백으로 넘기고, 인중과 턱의 수염, 그리고 구레나룻을 하나로 이어 만들어진 와일드한 인상의 노인은.
한쪽 눈은, 연회색의 눈동자. 하지만 한쪽 눈에는, 세로로 만들어진 상처가 있어서 눈을 감은 채로 일을 하는 것이 보인다.
얼핏보기에도 60, 아니 70을 넘은 인상임에도, 벌어진 어깨와, 걷어낸 소매 밑에 보이는 팔의 근육과 굵기로 봐서는 상당히 건장한 체격임을 알 수 있었다.
원래는 군인, 아니면 모험가였을까. 아니, 동방국의 사람이라면 모험가는 아닐까.
자신도 모르게 노인의 과거에 대해 탐색하게 되어버리는 클레온은 이내 그런 것은 실례라고 생각하며, 사고를 중단하여 머릿속의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그는 헤르티의 뒤에 붙잡혀 온 클레온을 보자마자 조금 놀란 얼굴이 되었다가, 이내 다시 헤르티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놀랐군. 네가 남자와 함께라니."
"후후. 그런가요?"
헤르티는 작게 웃으면서 클레온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고 노인에게 이야기한다.
"소개할게요. 이쪽은, 클레온. 왕국에서 찾아온 손님이시고... 지금은 저와 함께 일을 해주시고 있는 분이에요."
"클레온입니다."
헤르티를 위해서라도,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서 인사하는 클레온을 바라보며, 노인은 턱수염을 조금 쓸어내리며 대답한다.
"그래. 나는"
"이 분은, 리오넬. 제 아버지 되시는 분입니다."
"...아버지!?"
클레온은 갑작스러운 헤르티의 발언에 놀란 듯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본다.
하지만, 어딜 어떻게 보더라도 닮은 부분이 없는 헤르티와 리오넬에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으면.
"어이. 태평하게 거짓말을 하지 마라. 그 녀석이 혼란해하고 있잖냐."
"어머. 거짓말을 한 적은 없어요 아버지."
리오넬은 그녀의 말에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내젓고는 클레온을 향해 이야기한다.
"이봐 청년. 그렇게 어지러워하지 않아도. 나는 이 녀석과는 혈연관계는 아니니까."
"피가 통하지 않았더라도, 아버지라고 할 수 있죠. 안 그런가요?"
클레온은 리오넬의 말에 겨우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양부와 양녀. 라는 것일까요?"
"비슷하군. 대부. 라고 하는 것이 좋겠지만."
리오넬의 말에 헤르티는 '후후'하고 웃으면서 클레온을 향해 돌아본다.
"제가 아버지라고 했을 때 깜짝 놀라서, 아까까지의 걱정은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사라졌죠?"
"...아, 아아. ...확실히."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분명히, 아까까지 몸을 조금 무겁게 누르던 것이 지금은 그 충격으로 날아간 것 같았다.
"뭐. 어쨌든 가서 앉아라. 보아하니, 청년도 우리들의 관계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설명도 해주고 말이야."
"네. 그러면. 주문은"
"녹차와 꿀과자. 겠지."
헤르티가 메뉴를 말하기도 전에, 리오넬은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며 두 사람에게 내올 차와 과자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이기에 알 수 있는 '당연한 것'이라는 듯.
헤르티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클레온을 이끌고 테이블로 가서 앉는 것이었다.
"...자, 그러면.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까요... 이 가게의 명물?"
"헤르티..."
질리지도 않고 농담을 하는 그녀의 이름을 클레온이 부르자, 그녀는 혀를 살짝 내밀고는 이어서 이야기한다.
"알았어요. 그러면 우선 리오넬 씨가 제 대부라는 것은, 어린 시절 제 친아버지... 그러니까, 선대의 암룡상회 상단주께서 리오넬 씨에게 저를 맡기셨기 때문이에요."
"어째서지? 무언가에 노려졌다던가..."
클레온의 말에 헤르티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선대의 시대는 여러모로 세계의 정세가 뒤숭숭한 시대였습니다. 대륙에서는 왕국과 제국이 패권 다툼을 계속했고 결국 그것이 전쟁으로 발전했으니까요. 제국과 왕국의 전쟁은, 사실상 제국이 대륙 전체에 건 선전포고에 대항한, 왕국과 그 동맹국들의 전쟁이었습니다."
클레온은 그 말에 표정이 어두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전생인자를 극복하고, 마검황제의 영향력을 떨쳐낸 클레온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완전히 타인이라고 분리하기에는 심리적인 부분에 쉽게 용납하지 않았다.
"아버지께서도 전쟁에서 동맹국인 왕국을 지원하고, 동방국을 보호하기 위하여 대륙 곳곳을 뛰어다니며 보급 물자들을 구하러 다니셨고..."
"나는, 그때 이 녀석의 아버지를 따라다니기 위해 고용되었던 용병. 이었다."
헤르티의 중간에서 이어가듯이, 차와 과자를 가지고 다가온 리오넬.
그는 테이블에 조심스럽게 녹차의 향이 피어오르는 컵과, 갈색의 쿠키와 비슷한 것 위에, 달콤한 꿀이 뿌려져 있는 접시를 내려놓았다.
"이 녀석의 아버지는... 뭐라고 해야 할까. 열혈남이었지. 그 때의 나이가 벌써 30대 중반. 결혼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쟁이 터진 것에 분노하면서 사방팔방을 뛰어다녔다. 때로는 위험한 곳도 돌아보지 않고 말이야. 덕분에 고생하는 것은 나였지만."
"훌륭하신 분이셨군."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며 헤르티를 보면, 헤르티는 조금 복잡한 표정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그 녀석은 나에게 동방국에 와서 정착할 것을 권유했다. 나로서도, 용병으로 할 수 있는 모험이란 모험은 그 녀석과 전부 했으니까 말이야. 어딘가에 정착해서 느긋하게 여생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걸 승낙했다."
"...그렇다면, 리오넬 씨는 동방국 출신이...?"
"아아. 나도 왕국 출신이야."
클레온은 그의 말에, 역시. 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허나 문제는 전후의 일이겠지. 동방국과 왕국의 승리에 적지 않게 공헌한 그 녀석을, 이번에는 제국의 잔당들이 직접 노린 것이다. 전쟁이 끝난 지 몇 년 후, 헤르티가 태어난 것에 녀석은 기뻐하는 것은 물론이었지만, 걱정도 함께했다."
제국의 잔당들은, 지금까지도 어딘가에 숨어서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할 정도로 과거의 제국의 영광에 집착하는 존재들이었다.
전후 몇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라면, 그 활동은 더욱 거셌을 것이고.
아무리 동방국 최고의 상회의 상단주라고 하더라도, 주의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헤르티가 태어나고 몇 년은 숨죽은 듯이 지내라고 조언했지만. 녀석은 그럴 수 없었다. 조국과 대륙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하며, 나에게 이 녀석을 맡겼다."
"상인으로서는 존경하지만, 아버지로서는 존경하기 힘든 분이셨죠."
헤르티는 보기 드물게 가시돋힌 말을 하면서 자신의 앞에 놓인 차를 들이킨다.
"태어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는 이 녀석을 키우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 뭐. 그래도 이렇게 훌륭한 상단주 님이 되어주셨으니까 말이야. 나로서도 다행인 부분이지. 그 뒤, 이 녀석의 부모가 마차 사고로 죽고, 이 녀석을 데리러 칼리아가 나타났다. 그 때 나이가... 열 넷이었던가?"
"네. 정확히 10년 전이네요."
클레온은 두 사람의 설명에, 대강의 사정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 사고는"
"나도 처음에는 제국의 잔당들의 일로 생각했다만... 정말로 단순한 마차사고였다고 한다. 다름 아닌, 미염공의 조사결과이니까 틀림 없겠지."
클레온의 의문도 당연하다는 듯, 예상하고 있던 질문이 날아오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헤르티도 리오넬도 미염공을 신뢰하고 있었기에, 그 대답에 납득한 것처럼 보였다.
"뭐. 이게 나와 이 녀석의 관계다. 이 녀석은 가끔 몰래 상회를 빠져나와 이곳에 와서 차와 과자를 퍼먹어 대니까 문제지만 말이야."
"퍼, 퍼먹는다니. 이렇게 가볍게 즐기는 정도잖아요?"
헤르티는 주먹으로 옆에 있는 리오넬의 옆구리를 정확하게 노린다.
눈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야옹."
"아아. 그렇지 미안하구나 바하무트."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울음소리를 울리는 고양이를 돌아보며, 리오넬은 헤르티에게 보이던 것보다도 훨씬 풀어진 얼굴로 바하무트를 들어 올렸다.
"너도 뭔가 줘야겠구나... 저번에 주고 남은 게 있었는데..."
아까까지의 진지하고 근엄한 노인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손녀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얼굴이 된 그를, 클레온은 조금 재밌다는 듯이 바라본다.
"바하무트가 가끔씩 돌아와서 밥을 안 먹는 경우가 있던데... 혹시?"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헤르티가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보지만, 리오넬은 금세 시치미를 떼는 것이었다.
그것만 봐도, 두 사람의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를 알 수 있었다.
"그보다, 요즘은 어떤가요? 여전히 낮의 손님은 적은 편인가요?"
자리에서 일어나는 리오넬을 향해, 헤르티가 물어오면, 리오넬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대답한다.
"그래. 귀여운 아가씨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 찾아오시던 노인분들은 다들 가버리셨고. 젊은이들도 이런 곳에는 잘 찾아오지 않으니까 말이야."
"귀여운 아가씨?"
"아, 저. 어릴 적에는 이곳의 점원으로 일했답니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가게의 구조를 외워서 차를 옮기는 것이나, 화폐를 받아서 계산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기에."
"...굉장하군."
클레온은 헤르티의 말에 순수하게 감탄하듯이 이야기하다가 문득 신경 쓰이는 단어를 잡아내고 되묻는 것이었다.
"잠깐. 낮의 손님?"
"아아. 이 가게, 밤이 되면 주점이 된답니다. 주점은 그래도 조금 인기가 있어서요."
그런거였나, 하고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혹시라도 용병 시절의 노하우를 살린, 조금 위험한 가게가 되는가 하고 기대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은 것이었지만.
"그쪽은 앞으로도 더 잘나갈 예정이다. 귀여운 아가씨를 아르바이트생으로 받았거든."
"아르바이트!?"
헤르티가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면, 클레온도 놀랐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본다.
"...뭐냐."
"아뇨... 제가 그렇게 도와줄 사람을 보내준다고 하더라도 받지 않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아르바이트를 받았다고 해서..."
"거야, 네가 보내주는 사람은, 네가 돈을 지급하는 거잖나. 내 가게는 내가 관리한다. 같이 일할 사람도 내가 뽑아."
클레온은 그의 말에, 확실히 리오넬의 말이 맞다고 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청년도 혹시 관심 있으면 해가 지고 다시 오라고."
"그건"
헤르티를 슬쩍 돌아보던 클레온은, 일단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제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답니다 클레온 님?"
"아니. 그건 아니지만... 어쨌든. 동료랑 같이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어머. 그 때는 부디 저에게도 같이 가자고 권유해 주세요."
클레온은 얼굴을 들이밀어 오는 그녀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며 고개를 돌린다.
사이가 좋아보이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리오넬.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헤르티에게도 좋은 사람이 생길것 같다는 안심과 함께, 조금의 불안이 섞인 채, 클레온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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