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86화 (486/506)

〈 486화 〉 스승과 제자의 검

* * *

000

"말도 안 돼!"

수정구 너머로 그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던 다윈은, 자신의 요통도 잊은 채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그리고,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하면 피가 날 정도로 잘근잘근 자신의 손톱을 씹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가.

자신의 연구 성과로 만들어낸 진화된 귀인­ 혈귀가, 클레온의 검에 의해 베여서 쓰러졌다.

귀인이라는, 영체와 물리적인 육체가 혼합되어 존재가 불안정한 존재.

때문에, 물리적인 공격에도, 마법적인 공격에도 일정한 파장이 맞지 않으면 절대로 데미지를 입지 않으며, 쓰러지지 않는다.

그 파장이라는 것은, 오로지 그 귀인을 만들어낸 다윈만이 만들어낼 수 있고, 제어할 수 있는 것이었을 터였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그 녹색의 불꽃. 그것이 클레온의 검에 깃든 순간 나의 귀인이 베어버리고 말았다."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다윈 역시 회귀자의 한 사람, 그리고 수백 년을 살아온 학자로서 자신의 연구 성과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온..."

클레온들을 상대하기 전에 맥스웰과 라플라스가 모아두었던 클레온 일행에 관련된 자료에서, 그녀의 이름을 떠올려냈다.

성자의 가호 교단 소속의 성직자로, 그녀에게는 그렇게까지 특출난 기재가 되어있지 않았다.

명색이 성직자였던 맥스웰조차도, 그녀는 따분한 인간이며 자신들에게 있어서 아무란 가치가 없는 소녀라고 평가했다.

그것이 쿠온의 신언송가를 듣기 전의 평가였다는 것은 차치해 두고서라도, 라플라스로서도 그녀의 육체에는 아무런 매력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코멘트했을 정도였다.

그저, 신성 마력을 가지고 태어난 평범한 소녀.

심성이 강한 것도 아니고, 지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몸에 신이 깃든 소녀, 아카데미에서도 역사에 남을 만한 천재 마법사.

그리고 전생인자로 인해 수많은 업을 짊어지고 자신들의 주인과 적대하는 흑마의 일족.

이 셋과 비교해보더라도, '성녀'라는 타이틀을 제외하면 쿠온에게 집중할만한 요소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설마... 그녀가 그런 힘을 가지고 있었다니."

아니면, 최근에 각성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까.

그녀 스스로, 자신의 힘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 것이다.

"...어느쪽이든, 그녀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군..."

예상밖의 장애물에 부딪힌 다윈은, 피가 흐르는 엄지에서 어느 순간 뚝 하고 피가 멎은 것을 보았다.

"...다음 플랜을 준비해서, 조금 더 많은 샘플 데이터를 모아야겠어. 오행제가 무사히 끝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니까 말이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듯이 중얼거리면서, 노파의 손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듯이 덮었다.

시선의 끝에서 보이는 것은­ 라플라스와 맥스웰의 유산.

그들의 연구자료였다.

001

클레온과 일행을 덮쳤던 귀인은 원래의 몸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귀인인 상태여서 그대로 해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우선 기절한 채로라도 신전으로 옮겨가 봉인 구역에 봉인해두기로 한 것이다.

야타와 카라가 낑낑대면서 기절한 남성의 몸을 끌고 날아가는 동안, 쿠온은 어깨를 추윽 늘어트린 클레온을 바라보았다.

"크, 클레온... 괜찮아?"

클레온이 그녀를 일으키면서 하려 했던 말을, 쿠온이 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클레온의 손에 들려있는 검 때문이다.

대체 몇 년을 사용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그 검의 붉은 검신은 깔끔하게 정중앙의 부분이 깨져나가, 칼날이 두 조각으로 쪼개지고 만 것이다.

탈체크로부터 물려받은 검, 비록 아무런 힘도 깃들어있지 않은 그저 낡은 검이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클레온에게 몇번이고 힘을 빌려주었고, 칼리번이나 갈라테아처럼 말하지 않는 도구로서의 검­

그리고 이오나와 함께 자신에게 남아있는 탈체크와의 인연으로, 그 검은 클레온에게는 소중한 검이었다.

"...괜찮아."

전혀 그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으면 쿠온은 어쩔 줄 몰라한다.

그 마이페이스인 바하무트 마저도 명백하게 풀이 죽어있는 클레온의 발밑으로 다가와 얼굴을 비벼대면, 마치, 클레온을 위로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야옹..."

"아아... 괜찮아 바하무트... 고맙다."

클레온은 그런 바하무트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무릎을 구부려, 검을 내려놓고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크, 클레온이 이렇게나 축 처진 것을 보는 건 처음이야...! 마치 비 맞은 강아지 같아서 조금 귀여울지도..'

쿠온은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도 '핫'하고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뒤, 클레온의 소매를 붙잡았다.

"그, 그 칼. 대장간에 가져가면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아­ 확실히. 부러졌다고 해서 칼의 수명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어지간히 소중한 칼이라면 대장간에 고쳐달라고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

옆에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토코요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게 이야기하면, 헤르티도 미소를 지었다.

"그러네요... 그럼. 마침 이 뒤에 가야 할 예정이었던 대장간이 있으니, 그곳으로 갈까요? 그곳의 장인분은 솜씨가 좋으시답니다."

"아, 혹시 거긴가요 헤르티 씨?"

눈을 빛내면서 헤르티를 바라보는 토코요.

"네, 맞아요. 후후, 역시 대무녀님도 그곳을 생각하신 것 같네요."

두 사람만이 공유할 수 있는 사실에 헤르티도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면 클레온은 그 두 사람을 슬쩍 바라보는 것이다.

"걱정하지 마시길 클레온 님. 분명 그분이시라면, 그 검도 고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맞아 클레온. 우리들이 신전에서 쓰는 방울이라든지, 여러 가지 물건들도 그곳에서 납품받거든? 그런 검정도야!"

두 사람이 열심히 자신을 격려하는 모습에, 클레온은 이대로 쳐져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크게 한숨을 내쉬고 등을 편다.

"알았어. 그럼 가보자."

클레온이 조금은 기운을 차린 것에, 쿠온도 '휴'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면. 대장간으로의 안내는 제가 하도록 하지요. 쿠온 님과 대무녀 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일의 연장선이기도 하였기에, 기꺼히 클레온을 안내하려고 하는 헤르티.

쿠온 역시 클레온의 검이 신경 쓰이기는 하였지만­ 토코요를 돌아본다.

"저는 토코요 님과 함께 신전으로 돌아가서, 신무의 수행을 계속하겠어요."

"오. 의외네, 나는 쿠온이 클레온을 따라가고 싶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토코요의 말에 쿠온은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물론 신경은 쓰이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빨리 제가 신무를 완성해서 영맥의 마력을 해방하는 것이잖아요? ...게다가, 아까 전 느꼈던 그 감각을 잊기 전에, 조금 더 연습을 해두고 싶어요."

그 감각­ 이라는 것은, 물론 클레온을 지키기 위해 힘을 사용하려 했을 때 그녀의 옆에 나타났던 초록색의 불꽃에 관한 것이다.

그것이, 신무를 출 때 모습을 보이던 자연령이라는 것은, 쿠온 역시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지만.

신무를 추지 않고 있을 때, 그리고 토코요의 조언대로 자신의 머리나 몸을 비우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힘을 빌릴 수 있었다는 사실에는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좋은 생각이야. 그럼, 나도 더 열심히 가르쳐 줘야겠는걸!"

토코요는 그런 쿠온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후후하고 웃어 보였다.

"그럼, 클레온. 나는 조금 더 신전에 신세를 지다가 돌아갈게. 저녁 시간에는 맞춰서 돌아갈 테니까."

"아아, 응. 알았어."

클레온은 그런 그녀의 결의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도 이내 작게 미소 지어 보인다.

"...열심히 해. 쿠온."

"응!"

클레온의 격려에 의욕과 기운이 100% 충전된 듯 양손을 불끈 쥐면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쿠온.

그리고 토코요와 쿠온은 그 길로 몸을 돌려, 신전 쪽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서로를 돕고. 서로를 격려하고. 서로를 생각하고. ...좋은 관계, 좋은 동료로군요. 두 사람이 다투는 모습을 상상하기가 어려워요."

그런 두 사람을 말없이 배웅하는 클레온의 곁에 서 있던 헤르티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클레온은 잠시 멍한 표정이 되어 헤르티를 돌아본다.

눈을 두 세 번 깜빡이고, 푸핫! 하고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웃음을 터뜨린 것이었다.

"왜, 왜그러시죠...?"

"아아... 아니... 큭... 하하!"

헤르티는 자신이 무언가 이상한 말을 한 것일까, 하고 고개를 갸웃인다.

'자신과 쿠온이 싸우는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 클레온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이렇게 함께하게 된 이유와, 그 과정에서 있던 일들을.

지금의 자신들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클레온은 순수하게 기쁘게 여길 수 밖에 없었다.

002

"무리구만. 이건."

그리고 조금은 나아졌던 클레온의 기분을 등 뒤로 살며시 다가와 뻥, 하고 걷어차서 나락 구덩이 저 밑으로 떨어트려 버리는 사망선고.

그것을 입에 담는 것은, 지긋한 나이를 먹은 노인이었고, 그는 건네받은 그의 붉은 검을 바라보고 혀를 차면서 곧바로 내뱉은 것이었다.

"그런... 당신의 실력으로도 어떻게 안되나요?"

"저의 실력으로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 헤르티 님."

노인은 들고 있던 부러진 검을 조심스럽게 책상 위에 내려놓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대장간에 찾아온 클레온의 앞에 나타난 것은, 클레온의 절반 정도의 키밖에 되지 않는 작은 키.

하지만, 그 배는 되어 보이는 굵은 팔뚝.

그리고 마치 바위를 깎아내서 만든 조각상과 같은 각진 몸을 가진 노인이었다.

그는 이 아스테리스는 물론이고 동방국에서도 제일가는 대장장이라고, 헤르티는 소개했다.

노인의 이름은 다타.

작은 키와 근육질, 그리고 뛰어난 손재주는 그의 몸에 흐르는 드워프의 피가 원인이기도 했지만, 길고 긴 시간 동안 스스로 단련해 온 기술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가장 먼저 클레온을 보자마자 눈쌀을 찌푸린 것은, 클레온이 '흑마의 일족'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가 손에 들고 있던 부러진 검을 보았기 때문일까.

어찌되었든 그는 헤르티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검을 살피더니 곧바로 고개를 젓는 것이었다.

"이 청년이 들고온 검은 무언가 특별하거나 한 검도 아닙니다. 제국에서 과거에 대량생산했던 양산품 검. 그저, 사용한 인간이 오랫동안 관리를 철저히 해온 것으로 수십 년 가까이 썼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지요."

부러진 부분은 정말로 깔끔하게 부러져 있어서, 그 부분에 덧댐을 한다면 어떻게든 사용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클레온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 자신은 대장장이로서의 지식은 없었기 때문에, 전문가의 의견에 의견을 내지는 못하는 것이었다.

"검날의 중심이 이렇게 부서져 버리면, 손잡이에서 날을 뜯어내, 다른 날로 교체하거나... 지금 이 날을 녹여 다시 검날을 만들거나 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의미가 없지요. 이 검의 가치는, 이렇게나 붉게 변색하여 버릴 정도로 긴 시간 무언가를 베어낸 것인데. 그것을 새롭게 한다니."

"... ...!"

클레온은 노인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거기까지 알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는 노인은 손가락의 끝으로 부러진 검의 훑어냈다.

"이 검을 원래 사용하던 것이 자네일 리는 없겠군. 자네는 이 검보다도 어려 보이니까 말이야."

"...이 검은 물려받은 것이니까."

클레온은 노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노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팔짱을 끼면서 클레온을 올려다보았다.

"...검성 탈체크. 그의 검이로군. 맞지?"

"탈체크를 아는 건가?"

검만으로 그 원래 주인을 알아낸 것은 물론이지만, 동방국의 사람이 탈체크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클레온이 되물으면, 노인은 수염을 쓰다듬는 것이었다.

"그래. 사적으로 친하거나 한 사이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잠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을 뿐이지. 제국과 왕국의 대전이 한창이던 도중, 용사의 일행이 이 나라를 찾았을 때 말이다."

"레시아가...?"

클레온은, 그 말에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저도 처음 듣는 이야기네요, 당시에는 저도 아직 없던 시절이었으니까..."

헤르티 역시, 그런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는 듯 노인에게 질문한다.

"당시에 왕국과 맞닿아있던 제국의 국경을 넘는 것이 아닌, 조금 험한 길을 통해서 제국에 빙 돌아가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제국에도 소문이 퍼지지 않게 하려고, 동방국에 찾아온 것 자체가 비밀스러운 것이었죠."

노인은 당시를 생각하면 마치 그때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는 듯, 눈가를 손으로 문지르고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당신은 어떻게 그가 탈체크인지를 알게 된 것이지? 그가 자신의 입으로 스스로의 이름을 떠벌리고 다닐 것 같지는 않아."

클레온의 질문에, 노인은 팔짱을 낀 채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나가듯이 대답했다.

"당시의 그는, 나에게 갑옷을 한 벌 준비해달라고 했었다. 원래 입고 있는 녀석이 어디서 어떻게 싸웠는지 모를 정도로 심하게 해져 있었지만, 이 검. 이 검만 큼은 조금의 날이 상한 부분도 없이 그의 허리춤에서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지. 나는, 그 검을 보고 그가 엄청난 실력의 검사이며­ 억양과 행동에서 제국 출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가 '검성 탈체크'­ 아니, 당시에는 아직 '검호 탈체크'라고 불리던 시절이었나."

탈체크가 검성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용사 레시아와 함께 제국을 완전히 쓰러트리고 난 뒤의 이야기.

그렇지만, '검호'라는 칭호 역시 당시의 강자 중에서는 검 실력 만으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이르른 사람 중 하나였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나는 젊었다. 그리고 오만했다. 분명 그 때 본 이 검은 특징이라고는 낡았다는 것밖에 없는 검이었고, 나는 '검호'씩이나 되는 남자가 그런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좀 더 좋은 검을 사용한다면, 더욱 강해질 수 있을 것이고. 그리고 제국과의 전쟁도 빨리 끝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니까."

노인의 말에 클레온은 입을 다물었다.

클레온 역시, 어린 시절에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탈체크는 검성이라는 칭호에 맞지 않게, 낡은 검을 고수했고 그것은 어린 클레온에게는 무언가 '촌스럽게' 보였던 것이다.

그런 이야기, 탈체크에게 하면 '마검사 같은 녀석들은 이 맛을 모른다'라고 어린애 취급해 버렸던 것이지만­

"나는 대장간에 쌓아두었던 검들을 전부 그 남자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탈체크는 이렇게 대답하더군. '좋은 검들이지만,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말이야. 마치, 그 붉은 검보다 못하다는 것만 같아서, 시험해 보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그 붉은 검 한 자루로, 다른 모든 검을 두 동강 냈었다."

"그건... 굉장하네요...!"

헤르티는 순수하게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인의 실력은 분명히 거짓없이 지상에서도 손꼽히는 장인이다.

미염공이 사용하는 무기도 그의 작품이었다.

그런 그의 무기가, 이 붉은 검 한자루에­

하지만 클레온은 그 이야기를 듣고, 표정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아아. 그런 거군."

"그래.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알겠지. 마검사."

"...무슨?'

클레온과 노인만이 알아챈, 두 사람의 대화 속에 숨겨진 이야기.

클레온은 조금 분하다는 듯이 주먹을 쥐면서 자신이 부러트리고만 검을 내려다본다.

"검이라는 것은 물론, 만드는 인간의 실력도 중요하다. 질 좋은 재료, 좋은 설비, 그리고 뛰어난 장인의 실력.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검이 '훌륭할'수는 있지만 '강한 검'이 되지는 않는다."

"강한 검..."

클레온은 아픈 말이라는 듯이 되새기면서 노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 검을 만드는 것은 대장장이가 아닌, 사용자이다. 그것은 비단 마검과 성검 같은 녀석들에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무것도 깃들지 않은 철 덩어리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말에 클레온은 책상 위에 내려놓았던 검을 바라보다, 그 손잡이를 잡았다.

눈을 감으면­ 클레온의 머리속에는 이것을 휘두르던 탈체크의 모습이 떠오른다.

탈체크의 검술은, 분명 난폭하고, 정형화되지 않은 아류이지만, 그럼에도 그의 '검술'이라는 것을 지칭한다면.

그의 검은, 물러서지 않고.

그의 검은, 부러지지 않고.

그의 검은, 막히지 않는다.

그것이 검성의 검.

일검 일섬 일자 일성(一? 一? 一者 一成).

누군가가 탈체크의 검을 그렇게 부르던 것을 떠올린다.

그 말 그대로. 탈체크는 검을 자신의 몸과 하나로 하여 휘두른다.

검이 부러진다는 것은, 곧 자신의 몸이 부서진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그는 검을 절대로 부러트리는 일 없이, 검성의 자리에 오를 수 있던 것이었다.

"...클레온. 괜찮나요?"

"아아. 그가 말한대로야. 이 검의 부러짐은, 내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 ...만약 검을 다시 고쳐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나 자신이 성장하지 않으면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겠지."

클레온의 말에 노인은 가만히 듣다가 입꼬리를 올리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래. 잘 알고 있지 않으냐."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헤르티에게 이야기한다.

"이 청년의 검을 고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새로운 검을 만들어 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검의 성능을 뛰어넘는 검을 만든다고 한다면. 헤르티 님, 당신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다타. 그것은 즉."

헤르티는 노인의 말에 조금 긴장된 얼굴이 되었다가, 이내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다가, 여전히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네요. 다타가 거기까지 이야기한다면, 허락하겠습니다."

"무슨 이야기야?"

클레온이 자신도 모르는 주제로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에 의문을 느끼면서 몸을 일으키면, 헤르티는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클레온을 위해, 새로운 검을 준비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다타. 그것을."

"네. 헤르티 님."

그리고 다타가 뚜벅뚜벅 걸어가, 자재들이 쌓여있던 곳에서 그렇게 크지 않은 나무상자 하나를 꺼내 들어 양손에 든 채로, 검이 올려져 있던 책상에 다가왔다.

그러더니, 그것을 조심스럽게 올려, 닫혀있던 상자의 안을 열면­

그 안에서 반짝이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광석'이었다.

어딘가 철과 비슷한 색을 가지고 있었지만, 철과는 다른 약간의 마력이 느껴지면, 그것이 심상치 않은 광석이라는 것과­

어딘가에서 느껴본 적이 있는 그 광석의 분위기에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이내, 그 정체를 눈치채고 눈을 크게 뜬다.

"─아다만타이트."

"맞아요. 동방국에서도 극히 일부분의 광산에서만 채취되는 희귀한 금속이며­ 오로지 암룡상회만이 유통하고 있습니다."

헤르티는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아다만타이트 코인'. 암살자의 집 아다만트에서 사용되는 화폐이다.

"이 코인도, 이 대장간에서 만들어지는 특주품이죠."

"...그럼. 그 때 그곳에 있던 건, 암살자의 집에 아다만타이트 코인을 납품한 것이로군."

"맞습니다."

클레온의 질문에, 헤르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다만타이트로 무언가를 만들 때는, 모두 암룡 상회 상단주의 허가가 필요하게 되어 있습니다. 미염공이 사용하는 언월도도 그러하고, 그 자제분들이 사용하는 무구에도 아다만타이트가 섞여 있죠."

즉­ 클레온에게, 그 세사람과 동등한 수준의 무구를 지급하겠다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괜한 참견이었을까요? 클레온에게는 마검도, 성검도 있으니까요. 사실, 일반 검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 ...고마워, 헤르티. 분명 나에게는 갈라테아와 칼리번이 있어. ...하지만, 때때로 나는 그 두 사람으로 '베고 싶지 않은' 것이 있어."

그것은 두 사람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인격체로 취급하기 때문.

그녀들이 더러운 피로 더럽혀지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들을 베어내기 위해서라도­ 나는 탈체크의 검을 이어가는 검이 필요해."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다타. 부탁할게요."

"알겠습니다 헤르티 님. 이 녀석의 ­ 클레온의 검을 만들어 보이지요."

그러면 클레온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다타를 돌아보면서 허리를 숙였다.

"...한가지 더. 부탁이 있다."

"뭐지?"

"...탈체크의 검을 녹여서, 새로운 검을 만드는 데 사용해 줘."

클레온의 말에 다타는 잠시 눈썹을 꿈틀거렸다.

"순도 높은 아다만타이트에, 저런 저질의 철을 넣었다가는 검의 강도는 약화되고 말 것이다."

"─알고 있어. ...하지만. 저 검은 아직도­"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면서, 탈체크와의 마지막 기억을 떠올렸다.

'네가 베어라.'

물론­ 그녀를 베어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러졌다고 해서, 두고갈 수는 없는 것이다.

스승을.

스승의 검을.

그로부터 물려받은 것을.

"... ...어쩔 수 없구만. 아까도 말했듯이. 강한 검을 만드는 것은 사용자이다. 그렇게 네가 이야기한 것을 기억하고 쓴다고 약속할 수 있겠나?"

"...물론이야."

클레온의 대답에 다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탈체크의 검을 잡아, 아다만타이트가 들어있는 상자 위에 올렸다.

"만들어주겠다. 네 녀석과­ 검성을 이어주는 검을."

노인의 말에 클레온은 겨우 허리와 고개를 들어 올릴 수 있던 것이었다.

'크흐, 징그러운 녀석.'

어디선가, 그런 고릴라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지만.

클레온의 미소를 지울만한 것은 아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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