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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87화 (487/506)

〈 487화 〉 마음의 그릇과 고양이의 꾀

* * *

000

신전으로 돌아온 쿠온과 토코요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아까까지 두 사람이 춤의 연습을 하던 연무장.

─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신전의 대 욕탕이다.

언제나 물이 데워져 있는데다가, 이 시간대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마음대로 신전 내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대무녀인 토코요와 그녀와 함께 물속으로 들어온 쿠온을 제외한다면, 아무도 없는 상태.

쿠온은 어째서, 곧바로 수행을 계속 하지 않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얼굴의 절반을 물에 담근 채 토코요를 바라보았다.

정작, 그 토코요는 욕조에 들어오자마자 머리끝까지 물속에 담근 채로 가만히 있었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부류의 수행일까.

다만, 그 시간이 10초­ 20초를 지나 1분이 지나가면­

"토, 토코요 님? 아무리 그래도 너무 오랫동안 있는 것이 아닌지­"

슬슬 숨이 차서 바깥으로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용히,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앉아있는 토코요.

그리고 1분 30초가 지나면 쿠온은 벌떡 일어나서 토코요에게 다가간다.

"토코요 님!? 설마 물에 빠지신 건 아니죠!?"

앉아 있는 상태에서 물에 빠진다니, 이상한 이야기지만, 자신도 모르게 너무 호흡을 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 물에 잠겨버린 채로 기절한 것인가.

그런 위험한 상황은 아닐까, 쿠온이 그녀를 끌어 올리기 위해 팔을 가져가면­

덥썩! 하고 토코요의 팔이 움직여, 쿠온의 팔을 잡았다.

"엣..."

쿠온은 약간 호러틱한 광경에 잠시 얼굴이 창백해 지지만, 이내 천천히 토코요의 머리가 물속에서 올라오면 쿠온과 같은 에메랄드색의 머리카락이 물에 젖은 채 길게 늘어져 물 위에 뜬다.

"푸...하..."

그리고. 참고 있던 숨을 크게 내뱉는 토코요는 반쯤 눈을 뜬 채로 머리를 저어 눈앞을 가리는 물기를 털어낸 뒤 입꼬리를 올렸다.

"알겠어."

"무, 무엇을 말이죠?"

수상하게 웃는 그녀의 표정에서 무언가 불안한 것을 느낀 쿠온이었지만, 일단은 정중하게 되물었다.

"쿠온이 어째서 신무를 평범하게 출 수 없던 것인지... 그리고. 어째서, 신무를 추지 않더라도 자연령을 부를 수 있던 것이었는지."

"아, 역시 아까의 그것은, 자연령이었던 거군요."

클레온과 헤어지고 나서 신전으로 돌아오는 길, '욕탕으로 가자'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토코요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진지한 그 모습에, 쿠온은 아무런 것도 물어보지 못한 채 이곳까지 온 것이었지만.

이제야 겨우, 평소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토코요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래! 자연령. 그것도, 처음 본 자연령이야. 말하자면 그것은 '신목'의 자연령은 아니었어. 어디서 온 걸까. 어쩌면, 늘 쿠온의 곁에 있었던 것일지도 몰라."

"늘... 제 곁에?"

토코요가 빠르게 쏟아내는 말에 겨우겨우 따라가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마지막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쿠온.

"그래. 신목의 자연령은 신무를 통해서만 우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 신목에 깃들어있는 자연령은 너무나도 그 수가 많으니까, 무녀를 그릇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쿠온. 너는 달라. 너는 너 자신을 비울 수 없어."

"...어째서요?"

분명, 뿌리는 같은 무녀일 것이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가르침이 있었기에, 토코요로부터 들었던 것을 이해하는 데에도 그리 시간이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쿠온과 토코요­ 아니, 이 신목의 무녀들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그건 바로. 어떻게 해도 네 가장 소중한 것이 가슴 깊숙한 곳에 남아있기 때문이야."

"─가장, 소중한 것."

토코요는 그렇게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쿠온의 가슴­ 정확히는 명치 윗부분에 검지를 가져가서, 꾸욱 누른다.

욕조에 의해 따뜻해진 손가락이 그곳에 닿으면 쿠온은 조금 몸을 움찔하지만 토코요는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한다.

"그래. 예를 들면­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이라던가."

"──!"

토코요가 싱글싱글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말에, 쿠온은 얼굴을 붉힌다.

"아아. 과연 그런 거였어. 맹점이었어. 알고 있어? 우리들 무녀는, 성인이 될 때까지 연애라는 것을 할 수 없어. 누군가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은, 자신의 안을 비울 수 없다는 거야. 어째서 어린 무녀들을 사회에서 단절시키며, 가면을 씌워서 자라나게 하는 것인지. 그것도 전부, 무녀들을 '그릇'으로서 유지하기 위해서인 것이야."

토코요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한다.

지금까지는, '그런 가르침'이었으니까 계속해서 이어져 온 전통이라고 생각했다.

대무녀인 토코요조차, 그것을 물려받았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 안에 남아있는 가장 강렬한 한 조각의 마음은, 어떻게 해도 지워지지 않는 강렬한 불꽃. 그 사람을 지키고 싶다는 소원은 순수하면서, 깨끗하고. 정결한 힘을 부여하는 법이야."

쿠온이 그 힘을 발휘했던 것은 클레온을 지키고 싶다는 일념으로 머리가 가득해 졌을 때.

"그리고 그 마음이 부른 쿠온의 자연령은, 분명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으로만 움직이는 거야. 신무를 추고, 머리를 비우려 해도 잘 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던 거지."

"... ..."

토코요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쿠온의 머릿속은 이해와 함께 약간의 부끄러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즉... 자신은 24시간 언제든지 클레온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평범하게 자연령을 부르는 것이 불가능하단 것이지 않은가.

그리고 토코요도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고.

"으으..."

조금 자신에게 질려버릴 정도가 된 쿠온이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붉히면, 토코요는 하핫 하고 웃어 보이면서 쿠온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원하는 타이밍에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 그게 가능해지면, 간접적이긴 하지만 자연령은 다른 자연령과 소통할 수 있어."

즉, 토코요가 말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일반적인 신무를 통해 자연령을 불러낼 수 있는 무녀들은 신목­자연령­무녀 의 순으로 이어지는 연결 통로를 만든다.

하지만 쿠온의 경우, 그런 식의 자연령을 부르는 것은 불가능하여서 신목­(신목의)자연령­(쿠온의)자연령­쿠온.

이런 식으로, 한 단계를 더 거치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클레온을 구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어요. 어째서, 지금까지는 나타나지 않은 걸까요?"

"그건. 쿠온이 '자연령'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인식하기 시작했으니까 아닐까? 그 존재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마음의 불꽃이 타올라도, 어떤 형태로, 누구에게 향해야 할지 몰랐던 것에 방향이 부여된 거야."

그녀의 말에 쿠온은 과연 그럴듯하다고 이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아까 전 클레온에게 보였던 것처럼, 양쪽 주먹을 힘껏 쥐고 의욕이 마구 샘솟는 듯이 서 기운찬 표정을 짓고 있으면­

토코요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면서 생각한다.

'하지만. 쿠온. 그건 굉장한 거야. ... 마음을 한 사람의 색으로 물들일 수 있다는 것은, 그 마음이 정말로 진실하다는 것이니까.'

그리고 언젠가, 자신에게도 그런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신무를 추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걱정과 함께, 기분 좋은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었다.

001

스승의 검을 대장장이 다타에게 맡기고 밖으로 나선 헤르티와 클레온.

이런 저런 일이 있다 보니, 벌써 저 너머에서 해가 지기 시작한 것을 볼 수 있었다.

"휴우... 오늘은 굉장히 보람찬 하루였네요."

헤르티도, 태양이 져가면서 느껴지는 기온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낀 것인지 입가를 가리면서 웃었다.

"돌아봐야 할 곳은 모두 돈 건가?"

"조금 남기는 했지만­ 오늘 꼭 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나머지는, 내일 칼리아와 돌도록 할게요."

"아직 시간은 있다만..."

클레온으로서도, 자신을 노렸던 귀인의 공격에 위험에 휘말렸던 헤르티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기에 최대한 그녀를 도우려고 하지만 헤르티는 고개를 젓는다.

"배려는 감사하지만, 정말로 괜찮답니다. 클레온 님도, 동료분들이 저택에서 기다리고 계실테니까요 ...하지만 오늘은 정말로 즐거웠어요. 마치, 데이트 같았네요."

헤르티는 한쪽 손으로 볼을 감싸면서 웃어 보였다.

"야옹."

"어머. 바하무트도 즐거웠다고 하네요."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고. 헤르티의 덕분에 좋은 사람들도 알게 됐고 말이야."

헤르티의 대부인 리오넬과, 대장장이 다타.

두 사람 모두, 헤르티 덕분에 얻을 수 있던 인연이었다.

잠시, 헤가 저물어 가는 아스테리스의 거리를 걸으며, 두 사람은 간지러운 침묵에 둘러싸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라고 말한 헤르티 본인도, 이대로 헤어지는 것은 조금 아쉬운 듯이 클레온의 바로 옆에 바짝 붙어서 얼굴을 붉힌 채 걷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무언가를 웅얼거리다가, 결심이 선 듯. 클레온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클레온 ㄴ..."

"클레온 님? 헤르티 님?"

그런 그녀의 목소리를 가로막듯이, 칼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리면, 정말로 그곳에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가벼운 경장 차림의 칼리아가 삿갓을 쓴 채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 두 분께서..."

"카, 칼리아! 벌써 일이 끝날 시간이군요?"

헤르티는 조금 당황한 듯이,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부채질했다.

"네, 오늘은 왕궁에서도 축제 준비를 위해 조금 일찍 퇴근을 허락해 주셔서... 헌데. 두 분께선..."

칼리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방해한 듯하군요."

무언가를 빠르게 깨닫고 몸을 돌리면 헤르티는 당황해 하면서 이야기한다.

"바하무트! 칼리아를 붙잡아!"

"야오!"

마치 맹수를 조련하듯이 그에게 명령하면, 바하무트가 쏜살같이 달려가 멀어지는 칼리아의 옷자락을 물어 잡아 끄는 것이었다.

그러면, 칼리아는 자신의 발밑의 바하무트를 조금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녀석을 들어 올리고 헤르티의 곁으로 돌아온다.

"헤르티 님... 아무리 그래도 임자가 세 분이나 있는 남성분과 함께 밀회를 즐기시는 것은 조금..."

"그, 그런 것이 아니에요! 그저, 제가 클레온 님께 일을 도와달라고 했을 뿐이에요."

"그런 것 치고는,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좋은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만..."

칼리아는 어른스러운 태도로 조심스럽게 헤르티를 타이르듯이 이야기하면, 헤르티의 얼굴은 점점 붉어져 가는 것이었다.

"잠깐 칼리아. 그녀가 말한 대로야. 어디까지나 그녀가 일을 도와달라고 해서 같이 외출했을 뿐이야."

클레온은 그런 헤르티를 도와주기 위해서 그렇게 이야기 하면, 칼리아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클레온을 바라본다.

그녀의 시선에서는­ '이 눈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지만.

헤르티는 금새 붉어졌던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조금 시무룩해진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가 없네요. 일단, 그런 것으로 해두죠. 그러면, 지금부터 돌아가시려던 건가요?"

"네. 오늘은 예정했던 곳을 다 돌지 못했지만. 중요한 가게들을 위주로 확인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칼리아도 왕궁의 일이 없으니 저와 함께 가면 되겠네요."

헤르티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하면, 칼리아는 조금 의외라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한다.

"어라. 저로 괜찮으신가요? 클레온 님께서 시간이 있으시다면, 클레온 님과 함께 가는 것이..."

"정말, 칼리아!"

"후후. 죄송합니다 헤르티 님."

상사를 놀리는 것이 즐겁다는 듯이 이야기 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클레온은 쓴웃음을 짓는 것이었다.

"...하아. 그러면, 저희는 상회로 돌아가도록 할게요. 클레온? 아마 지금쯤 아버지의 가게로 향하면 술집으로 바뀌어 있을 거에요. 신경 쓰이는 것 같던데,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한숨을 내쉬면서 클레온에게 그렇게 이야기 하면, 클레온도 잠시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클레온이 보기에, 그녀는 무언가 칼리아와 둘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아. 알겠어. 그러면, 혹시라도 또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으면 말해 줘."

그 뒤, 칼리아와 함께 멀어져가는 헤르티의 등을 바라보고 있으면­

"야옹."

하고 다시 한 번 자신의 발치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린다.

"...바하무트? 너는 안 가는 거야?"

"야옹!"

클레온의 말에 '그렇다'라는 듯이 이야기하며 눈을 반짝이는 녀석.

"...아. 그런건가."

그리고, 그 이유를 클레온은 겨우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 리오넬 씨에게 또 간식을 받을 셈이로군."

"야­옹."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마주치면서 이야기 하는 바하무트를 잠시 바라보던 클레온은 머리를 긁적인다.

"이 녀석 정말 똑똑하네."

"호문클루스 아니야?"

슈뢰딩거의 말에 클레온은 설마. 라고 웃으면서 바하무트를 앞장세웠다.

"가자. 리오넬 씨의 가게로."

고양이의 꼬리를 쫓아, 클레온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그의 가게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002

헤르티가 이야기했던 대로, 해가 저물고 나면 한산한 카페였던 곳은 술집으로 클래스 체인지한 상태였다.

바깥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안에 사람이 들어차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바하무트가 앞발로 문을 열려고 꾹꾹 눌러대는 것을 바라보다가 자신 쪽에서 문을 열어주는 것이었다.

아까도 들었던 방울 흔들리는 울림 소리가 들려오면, 카운터에서 술잔을 닦고 있던 리오넬이 고개를 입구 쪽으로 돌리며 이야기한다.

"어서 오­ 뭐야. 아까 그 청년이군. 클레온... 이었던가?"

"네. 저녁의 가게의 모습도 한번 보고 싶어서요."

"흐응."

클레온의 말에 리오넬은 어깨를 으쓱하고, 시선을 돌려 가게의 안쪽으로 향한다.

그러면, 그곳에는 이미 술잔을 늘여놓고 안주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려는 사람들이 꽤 모여있는 것이었다.

"확실히, 낮과는 분위기가 다르군요."

"뭐. 오늘은 특히나 사람이 많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소문이 난 것 같군."

"그러고보니. 그런 이야기도 있었죠."

그제서야 기억났다는 듯한 클레온의 말에, 리오넬은 피식 웃어 보이고는 말한다.

"뭐야. 그녀를 보러 온 게 아닌가?"

"아뇨. 헤르티는 칼리아와 할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서. 저도 원래는 돌아가려 했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클레온은 발치의 바하무트를 들어 올려서 보여준다.

"이 녀석이 꾀를 부리더군요."

"어이쿠. 너도 넘어가 버렸구먼 그래."

리오넬은 곧바로 표정이 풀어지면서, 바하무트를 받아든다.

"너한테 자꾸 간식을 주면 헤르티가 화를 내지만... 그럴 거면 자기가 간식을 주면 되는데 말이다. 그렇지? 바하무트."

"냐아~"

한껏 애교를 담은 목소리가 울리면, 클레온은 조금 복잡 미묘한 표정이 되어 바하무트를 바라본다.

"뭔가 리오넬에게만 울음소리가 다른 것 같습니다만..."

"기분 탓이 아니야. 이 녀석은 실제로 영리하니까."

클레온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바하무트는 확실히, 다른 고양이에 비해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지능이 높았다.

언제 사람 말을 하더라도 '역시'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을 정도였으니까.

다만­ 오래 살았다는 부분 역시 신경 쓰였다.

"...리오넬 씨. 바하무트는 헤르티가 태어났을 때 부터­"

"리오넬! 그래서 새 아르바이트 생은 어딨는 거야!? 설마 거짓말은 아니겠지!?"

클레온이 그에게 바하무트에 관한 것을 질문하려는 순간, 손님 쪽에서 술기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의 질문에 묻혀버린 것에 조금 표정이 구겨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를 낼수도 없었기에, 클레온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기다리라고. 유니폼으로 갈아입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린단다. 문 열자마자 찾아온 너희 잘못이야."

"뭐야. 유니폼이라니. 옛날에 헤르티 님이 입던 그건가?"

남자는 그립다는 듯이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의 헤르티 님은 지금과는 다르게 귀여웠지... 그 어린 것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던지... 그때는, 설마 암룡 상회 상단주의 따님이라는 것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야."

"어이. 헤르티가 지금은 귀엽지 않다는 거냐?"

손님에게 취할만한 태도가 아닌, 굵은 목소리로 위협하듯이 물어보는 리오넬.

"아, 아니! 물론 그런건 아니고. 지금은 귀엽다기보다는 요염하다고 해야 할까... 섹시한 타입이 되셨으니까 말야."

"헤르티를 그런 눈으로 보는 거냐?"

"어쩌라는겨!"

그녀가 없는 곳에서 딸 바보력을 전개하는 리오넬을 바라보며, 클레온은 쓴웃음을 지었다.

잠시 그렇게 손님들과 리오넬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보면­

쿠당탕!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카운터의 뒤편의 문이 열리면서 동방국풍의 의상을 몸에 걸친 한 소녀가 뛰어나왔다.

"죄송합니다...! 끈을 묶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 바로 일 시작할게요...!"

"천천히 해라. 동방국 출신이 아니니까, 의상이 불편할 수도 있지."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클레온이 앉아있던 카운터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소녀.

아름다운 은빛의 머리카락을 반짝이며 연거푸 고개를 숙이면서 손님들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던 그녀는.

문뜩. 발을 멈추고 시간을 되감듯이 뒷걸음질하면서 카운터의 옆으로 돌아와 클레온과 리오넬 쪽을 바라본다.

"...왜그러지?"

리오넬은 그런 소녀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 이지만.

소녀는 처음에는 의심­ 그리고 확신, 그리고 경악으로 바뀌는 순으로 표정이 바뀌더니­

이내, 입을 뻐금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 안에, 조금 날카로운 송곳니가 보였다.

클레온 역시, 그것을 보고 덜컹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모두 놀란 얼굴이 되어 서로를 바라보다가­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완전히 똑같은 대사를 내뱉고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클레온...!"

"일레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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