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8화 〉 재회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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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누와 크레온이 서로를 보며 놀라면서 목소리를 높이면, 그 장면을 보고 리오넬은 컵을 닦는 손을 멈추지는 않으면서도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냐. 서로 아는 사이냐?"
리오넬의 말에 클레온도 일레누도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거나, 머리를 긁적인다.
"아아. 아는 사이라고 해야 할까..."
"이전에 한 번, 같이 의뢰를 수행한 적이 있었던 것뿐이에요."
일레누와 클레온이 만났던 것은 잊을 수 없는 흡혈귀에 의해 지배되던 마을에서.
두 사람이 힘을 합쳐서 일레누의 아버지를 쓰러트리는 데에 성공했고, 그 뒤로 일레누는 또 다른 흡혈귀들을 사냥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났다.
그 뒤로 만난 적은 없는 것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서로의 모습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었을 것이다.
그도 그렇겠지, 흡혈귀에게 몸이 도넛이 되어버렸던 클레온을 치료하기 위해, 일레누는...
거기까지 떠올리고 나면 일레누는 얼굴을 붉히면서 크흠, 하고 팔짱을 낀 채로 클레온을 힐끗 바라본다.
리오넬은 그런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러면 우연히 다시 만났단 거로군. 거 질긴 인연이구만."
"그러게요... 설마 동방국에서 너와 재회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 몇 년 만이지? 4년 정도인가...?"
"그 정도... 된 것 같네."
일레누의 그 말에 클레온은 잠시 몸을 굳혔다가, 멋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레누'는 아니지만, 클레온은 바로 며칠 전에 일레누와 재회했었으니까.
이세계의 틈에서, 추방 영역에 갇혀 죽음의 여신이 되었던 일레누.
몸 안에 잠들어있던 흡혈귀의 피에 기생해 있던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의 몸을 지배하려고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모든 것을 잊어버린 존재.
결국, 그 사건은 어떻게든 해결해 낼 수 있었지만, 그것 역시 '건너편의 세계'의 일레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일레누에게는 아직 그 녀석의 피가...?'
클레온이 그런 것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으면, 일레누는 눈살을 찌푸린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응? 아, 아아. 아니. 미안. 오랜만에 봤지만, 전혀 변하지 않았구나... 해서."
"그건, 칭찬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 뭐. 담피르는 노화가 느리니까. ...그러는 너는 많이 변했네. 키도 컸고. 체격도 커졌고... 성장기가 늦게 온 거려나?"
머리를 어깨너머로 넘기면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일레누의 말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인다.
"뭐... 쌓인 이야기는 많지만, 일단 지금은 나 일하는 중이니까."
클레온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점장님. 저는 바깥에서 전단지 나눠주고 있을게요. 주문 들어오면 불러주세요!"
"아아. 그래."
일레누는 클레온도 전에 본 적이 없는 상큼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카운터의 밑에 쌓여있던 전단지를 집어들고 가게의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울 소리가 울렸다가 잦아들면.
"그래서? 둘이 어떤 관계인 거지?"
쪼르르르, 하고 컵에 술이 따라지면서 자신의 앞에 내어지는 술을 바라보면, 클레온은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가 받아들었다.
"아까 말한 대로입니다. 한 번 함께해서 위험한 의뢰를 해결했던 동료입니다."
"서로 주고받던 시선은 그 정도가 아니었는데 말이야."
리오넬은 그 부분이 신경 쓰인 다는 듯이, 클레온을 떠보는 것이었다.
"조금 복잡합니다만... 어쨌든. 일레누는 좋은 녀석입니다. 잘 부탁해요."
"흥. 말해주기 싫다 이거로군."
클레온을 흘겨 보면서 리오넬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클레온을 향해 이야기한다.
"나는 내 딸이 바람둥이랑 붙어 다니는 게 걱정돼서 그렇다."
"... ...그건. 죄송하다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군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일레누와 마찬가지로, 저와 헤르티 님은 같은 것을 목표로 하는 동료일 뿐이니까요."
"너..."
클레온의 그 100점 만점 중 10점 정도의 대답에, 리오넬은 진심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시선이 교차하고 있으면, 이내 리오넬은 '휴우'하고 한숨을 내쉰다.
"여난을 부르는 타입이로군. 너."
"... ..."
클레온에 대한 정확한 평론을 한 리오넬은 굵은 팔로 팔짱을 낀 채 이야기한다.
"나는 물론 헤르티를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 녀석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클레온은 그의 말에 감사해야 하는지 조금 고민하면서 볼을 긁적인다.
"분명 헤르티 녀석은 늘 웃고 있고. 누구에게도 먼저 다가가는 친절한 녀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야."
"그건"
"뭐. 네가 그럴 마음이 없다면 나도 상관하지 않는다만. 그렇다면 제대로 거절해둬라. 그편이, 그 녀석의 마음에 남기는 상처가 적어질 테니까."
분명, 리오넬은 클레온에게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알고 있음에도, 딸을 아끼는 마음이 더 강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뭐. 칙칙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여기서 끝내도록 하지. 그러고보니. 일레누가 나오기 전에 무언가 물어보려고 하지 않았던가?"
클레온이 질문하려 하던 것이 손님의 목소리에 의해 덮여 씌워졌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듯,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왔다.
"아아. 그건... 바하무트에 관련된 것입니다."
"...바하무트? 이 녀석이 어때서?"
벌써 몇 개인지 모를 간식을 접시 위에서 탐해대면서, 고개를 처박고 있던 바하무트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귀를 움찔하고 움직이면서 자신을 부른 클레온을 올려다보았다.
"아뇨. ...이 녀석, 고양이치고는 정말 똑똑한 것은 알겠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일반적인 고양이와 다른 점이 많아서요. 헤르티가 말하길, 그녀가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 해온 친구라고..."
"아아. 그것 말인가."
리오넬은 클레온의 말이 사실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네가 말한대로, 헤르티와 이 녀석은 벌써 20년이 넘게 함께 지내온 가족이다. 영리한 이 녀석이 있어준 덕분에 나도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었지."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하무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하지만, 클레온은 그 대답을 듣고 나서 더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이 되는 것이었다.
"...리오넬 씨. 하지만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20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설령 20살이 넘었다고 하더라도, 많이 기운이 없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이 녀석은 그렇지도 않지 않나요?"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 바하무트가 '야옹'하고 평소보다 조금 길게 울어 보인다.
그것은,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고 말하는 클레온에 대한 항의였을지도 모른다.
"하하. 무슨 이야기인가 했더니. 물론 그건 일반적인 고양이에 한정된 이야기지."
"...그럼. 바하무트는 일반적인 고양이가 아니라는 것인가요?"
"음? 아니. 이 녀석은 고양이다. 다만 조금 오래 살고, 조금 더 똑똑할 뿐인 고양이일 뿐이야."
클레온은 리오넬의 말이 어딘가 앞뒤가 이상한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바하무트의 장수에 대해 의구심이나 의문을 품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듯한 리오넬의 태도는 분명히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형씨... 이건 파고들려면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겠어."
클레온에게 들릴만한 목소리로, 그의 주머니에서 클레온에게 충고하는 슈뢰딩거.
클레온 역시, 슈뢰딩거의 말에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 그렇군요. 바하무트가 오래 사는 것은 당연한 일..."
"그래. 그런게 신경 쓰이다니. 너도 괴짜로구만."
그런 잡념은 잊어버리라면서 리오넬은 술을 한잔 더 건네오는 것이었다.
클레온은 말없이 그 술을 받아들고 들이킨 뒤 태평하게 꼬리를 흔들며 리오넬의 손길을 받아들이는 바하무트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바하무트... 너는 대체...'
클레온은 그 정체가 더욱 의문에 휩싸이는 것을 느끼면서 한숨을 내쉬려 한 그 순간.
가게의 바깥에서,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손님들과 리오넬, 그리고 클레온의 시선이 단번에 문쪽을 향했다.
"...트러블인가?"
리오넬이 조용히 컵을 내려놓고 카운터에서 나와, 문 바깥으로 향하려고 하면 클레온이 그런 리오넬을 말린다.
"제가 갔다 오겠습니다."
"네가?"
"네. 공짜 술을 받은 값은 해야죠."
클레온의 말에 리오넬은 잠시 두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큭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래. 그러면 실력 좀 보도록 할까. 보아하니 검은 없어 보이는데. 아까까지는 가지고 있지 않았나?"
리오넬의 지적에 클레온은 고개를 젓는다.
"괜찮습니다."
그러고는 어딘가 자신에 찬 모습으로 카페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면
그곳에는, 벌써 일레누가 웬 남자들과 대치한 채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게의 앞 사방에 일레누가 들고 나갔던 가게의 선전용 전단지가 흩뿌려져 있었으며.
딱 보기에도 이미 이른 시간에 한잔한 상태인 것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 셋 중 하나가, 땅바닥에 엎어진 채, 나머지 둘이 일레누를 노려보고 있다.
"젠장... 뭔 여자 주제에 힘이..."
쓰러져있던 남자는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입가를 닦아냈다.
그 남자와 친구로 보이는 옆의 두 사람은 얼굴을 찌푸린 채로 일레누를 노려보면서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이 녀석, 머리도 하얗고, 귀도 조금 뾰족한데... 혹시 귀인 아니야 귀인?"
"뭐? 그러면 신전에 신고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잖아..."
"어이가 없네."
클레온이 하고 싶은 말을 일레누가 대신 하고 있으면, 클레온을 눈치챈 남자들이 문득 클레온을 보더니 이야기한다.
"거기 형씨! 이 여자 좀 말려 줘! 사람을 갑자기 패고 있잖아!"
"형씨, 협객이지? 그때 신전 근처에서 귀인을 붙잡았다 풀어줬던! 이 여자도 귀인 같으니까 말이야!"
멋대로 떠들어 대는 남자들의 말을 무시하면서, 클레온은 터벅터벅 걸어가 일레누의 곁에 섰다.
"미안하지만, 이 녀석은 귀인이 아니라 조금 다른 녀석이다. 그런 것보다도. 그리고 누군가를 먼저 갑자기 때릴 만한 녀석도 아니고."
"...칫, 동료인가."
클레온의 말을 듣고, 남자들은 설마 일레누와 클레온이 동료일 줄은 몰랐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보면 몰라? 일방적으로 달라붙어 와서 한 대 팬 거야. 저기. 술 마시고 상대해 줄 사람이 필요하면 아스테리스 유곽이라도 찾아가면 되잖아?"
클레온은 일레누의 입에서 유곽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에 조금 미묘한 표정이 되지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바보냐. 네가 따라오면 유곽 가서 쓸 돈을 아낄 수 있는데."
"게다가, 유곽의 질 낮은 웬만한 여자들보다 더 꼴리게 생겼다고 너..."
저급한 말을 입에 담으면, 그것으로 드디어 일레누의 인내심이 끝에 도달했는지 한 발짝 앞으로 나서 그들을 전부 때려눕히려는 듯했다.
"잠깐 일레누."
하지만, 그런 일레누를 클레온이 멈춰 세우면, 일레누는 무슨 일이냐는 듯이 그를 돌아본다.
"뭐야, 말리지 마. 이 녀석들 전부 때려눕힌 다음에 거기를 잘라줘야겠어."
"...그런 짓을 하면 죽어버리니까. 웬만하면 트러블은 넘기는 편이 좋아."
"그럼 참으란 거야?"
"아니."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더니 가만히 서 있는 세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너희들. 지금 행패를 부리고 있는 가게가 어떤 가게인지는 알고 있는 거냐?"
"아? 뭔 상관이야, 이런 뒷골목에 있는 허름한 술집 따위."
그 말에 클레온은 피식 웃으면서 '역시'라는 표정이 되었다.
리오넬이 말했던 대로, 젊은이들은 이 주변을 지나가지 않으니, 이 가게가 어떤 가게인지도 모르는 듯 했다.
만약 알고 있고, 제정신이었다면, 이 가게에 폐를 끼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테니까.
"이 가게는 암룡 상회의 헤르티의 대부가 경영하는 가게다. 이 가게에 폐를 끼치는 건, 암룡 상회를 건드리는 것과 똑같아."
"... ..."
그 말을 들은 남자들은 잠시 눈을 두 세번 깜빡인다.
"무, 무슨 바보 같은 말을 하는 거야 이 자식!?"
"이런 곳에 헤르티 님의 대부가 있을 리 없잖아!"
하지만, 역시 말로만은 못 믿겠다는 듯이 녀석들이 소리를 질러대면.
그 때, 클레온의 클레온의 뒷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야옹'하는 울음소리가 울렸다.
"...고, 고양이? 저거, 헤르티 님의 고양이 아니야?"
"그, 그러면 헤르티 님도 이 안에 계실지도 모른다는 건가? 설마, 이 녀석이 한 말이 사실인 건가?!"
고양이 울음소리 하나에 순식간에 신빙성을 얻어버린 클레온의 말에, 그들은 우왕좌왕 하더니,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슬금슬금 뒤로 물러난다.
그러고는 거리를 좀 벌렸다고 생각하더니 꽁무니 빠지게 골목을 달려가면서 도망치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레누와, 팔짱을 낀 채 웃으며 지켜보는 클레온.
그리고
"어땠어. 형씨? 내 고양이 소리."
"완벽했다.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도, 고양이 울음소리만 듣고도 도망치다니. 어지간히 유명한가 보군."
클레온은 슈뢰딩거를 칭찬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러면 일레누는 그런 클레온을 돌아보더니 뭐라고 해야 할까 조금 머뭇거리다가
"고, 고마워. 클레온."
"아니. 내가 없더라도 너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겠지만... 아르바이트로서 이 가게에서 일하는 동안만큼은 최대한 트러블은 없는 편이 좋으니까 말이야. 가게 앞에서 사람이 피떡이 되는 것만큼은 없게 해야지."
"그, 그런 일은... 일으키지 않아. 아마도."
클레온의 말에 조금 발끈하면서도 완전히 부정하지 못하는 그녀.
"...역시 변했어. 클레온 너."
"...그런가?"
"그래. 예전이었으면 너도 나와 같이 주먹으로 때려눕혔을 텐데 말이야. ...유명해진 덕분인가?"
일레누는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클레온에게 그렇게 이야기한다.
"...유명?"
"그래 몰랐어? 너, 이제 모험가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해. 아카데미에서도 활약한 것 같고. 무엇보다도, 왕도에서의 사건 때문에 말이야."
클레온은 일레누의 말에 원하던 유명세는 아니라는 듯이 생각하면서 머리를 긁적인다.
그러면 땅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전단지들에 눈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우선 이것들부터 회수하자. 시간이 지나서 흩어지면 찾기 더 힘들어지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허리와 무릎을 구부리는 클레온을 바라보며, 일레누는 조금 당황해 하지만, 우선 그의 옆에서 같은 포즈를 취하며 땅바닥의 전단지를 줍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너는 왜 동방국에 와 있는 거야? 흡혈귀 사냥은?"
"아직 진행 중이야. 너와 헤어진 뒤에도 두 마리 정도 더 퇴치했어. ...나도 이제는 꽤나 등급 높은 모험가라구."
아직 명성은 너한테 밀리지만. 이라고 이야기하며 투덜대는 일레누.
그런 그녀를 보고 있으면, 역시 그녀도 이 세계에서도 싸움과 모험을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것은, 그녀와 함께 모험을 떠났을 동료에 관한 것이다.
"...그러고보니 일레누. '엠마'는?"
"──엠마는"
그 때, 클레온이 손에 집으려 하던 전단지가 조금 강한 바람에 흩날려서 저 멀리로 날아가 버린다.
클레온은 조금 당황하여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전단지를 잡기 위해 발을 움직이다 보면
"푸앗!"
날아가던 전단지가, 한 소녀의 얼굴에 부딪히면서 달라붙은 것이었다.
"뭐, 뭔가요!? 갑자기 앞이!"
당황해 하면서 달라붙은 전단지를 떨쳐내려고 하는 소녀를 보고, 클레온은 서둘리 다가가서 그 전단지를 떼어내 주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왕국 풍의 유아용 옷을 입고 있는 어린 소녀였다.
검은색의 머리에, 황금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아이는, 얼굴에서 전단지가 떨어지자 손으로 얼굴을 좀 비비더니 두 눈을 깜빡이며 클레온을 바라보았다.
"...괜찮니?"
클레온이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이야기하면,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금 뚫어져라 클레온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내 클레온의 뒤쪽에 서 있는 일레누를 보더니, 그쪽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이었다.
"일레누 언니!"
"─엠마!? 어째서 여기에 있는거야! 숙소에서 나오지 말라고..."
그리고 반사적으로 입에 담아버리고만 그녀의 이름에, 클레온은 끼기긱 하고 목이 천천히 돌아가면서 다시 한 번 소녀를 바라본다.
머리 색도, 눈의 색도.
확실히, 클레온의 기억 속의 엠마와 같은 것이었다.
일레누도 '아차...'하는 표정이 되어서 클레온에게서 시선을 돌리면, 클레온은 소녀에게 질문하는 것이었다.
"있지. 네 이름이 엠마니? 혹시, 나이가 어떻게 돼?"
"엠마, 6살이에요!"
"──."
클레온은 그렇게 해맑게 미소짓는 소녀의 표정에서, 그녀가 자신이 알고 있던 메이드 엠마와 동일인물이라고 확신하는 것이었다.
"미안 클레온. ...그거 엠마 맞아."
"...어째서 이렇게 된 거야..."
일레누에 이어서 다시 만나게 된 엠마는, 더는 클레온의 기억 속에 있는 그녀가 아니었다.
자신에 관한 것을 이야기하는 줄도 모르고, 꼬맹이 엠마는 그저 고개를 갸웃하며 싱글벙글 웃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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