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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89화 (489/506)

〈 489화 〉 마탄과 저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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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쏟아지는 천장 뚫린 고성의 안에서, 일레누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볼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냈다.

손에는 적지 않게 피가 묻어있었지만, 그 대부분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것이었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는 땅바닥에 쓰러진 채 꿈틀 거리고 있는 검은 복식의 여성이 한 명.

일레누와 같은 은발의 그녀는, 가슴 부분을 크게 드러낸 매혹적인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나, 심장이 있어야 할 가슴 쪽에 은으로 된 대못이 몇 개나 틀어박혀 있었다.

커헉, 하고 입에서 피를 내뱉는 그녀의 송곳니는 크게 발달해 있었으며 그녀가 인간이 아닌 존재­

즉, 흡혈귀라는 것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었다.

"됐다! 이 녀석도 무력화했어! 엠마, 잘했어!"

일레누는 이번 토벌에서 특히나 활약한 자신의 동료인 엠마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엄지를 치켜들었다.

"휴우! 다행이네요...!"

그리고 엠마 역시, 이마의 땀을 닦고 있었는데­ 그녀의 손에는 조금 독특한 무기가 들려있는 것이었다.

화약을 이용한 소형화기라고 해야 할까.

대포보다는 작고, 어딘가 석궁과 조금 비슷한 형태였다.

원통형으로 되어있는 몸통의 아래, 손잡이가 달려 있었고 방아쇠를 당기면 그 끝에서 강렬한 폭발음과 함께 마력을 담은 구슬이 날아간다.

그 구슬은, 날아가는 도중에 안에 새겨져 있는 술식이 발동하여 착탄 하기 직전에 '은으로 구성된 쐐기'의 형태로 변화하여, 대상에 틀어박힌다.

사이즈는 엠마의 한쪽 손보다도 조금 더 큰 크기.

흑녹색의 몸통에, 금으로 된 화염의 장식이 화려하게 얽혀있는 그것은 그야말로 '흡혈귀를 사냥하기에 특화된 마도구'였다.

이번에 사냥한 흡혈귀가 지배하는 영역의, 주인 없는 연금술사의 집에서 발견한 그것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일레누도 평소보다 손쉽게 흡혈귀를 제압할 수 있던 것이다.

"괜찮아 엠마? 다친 곳은 없고? 그 이상한 무기 덕분에 쉽게 쓰러트리긴 했지만... 역시, 위험한 물건인 거 아냐?"

그리고 일레누는 일단 무력화된 흡혈귀를 뒤로 한 채 엠마에게 다가와 그녀의 몸 상태를 살폈다.

이 3년 반이 넘어가는 여행 속에서, 일레누와 엠마의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고, 그동안에도 흡혈귀들을 계속 사냥해 오면서 사선을 넘어온 것이다.

파티원은 여전히 늘지 않고, 두 사람뿐.

이제, 두 사람은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파트너'의 관계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다만, 엠마는 마력을 거의 가지지 못하는 마력적성이 낮은 존재. 마력의 양이야말로 강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되는 이 세계에서, 그녀는 전투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엠마의 역할은 늘, 그 적은 마력을 이용해 일반인으로 위장하여 흡혈귀가 숨어있는 곳에서 정보를 수집하거나, 그 특유의 친화력을 통한 사람들과의 교류.

담피르인 일레누의 외견은, 어디에 숨어있을지 모를 흡혈귀들의 권속의 눈에 띄면, 곧바로 그 주인에게도 정보가 들어가기 때문에, 일레누는 마을 바깥의 근처의 마차에서 거주한다.

그동안 그녀는 엠마로부터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흡혈귀를 사냥하기 위한 무기의 준비를 하거나, 흡혈귀의 영향력이 없는 다른 마을에서 물자를 조달해 오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그런 역할 분담을 갖추고 흡혈귀를 제압하기 위해 영역에 들어와서 서로 떨어져서 조사하던 중, 엠마를 노린 흡혈귀의 권속들에게 습격을 받을 뻔한 것을 구해준 것도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마도구.

도망치다가 우연히 들어간 곳이, 사실 연금술사의 공방이었고.

그 연금술사는 흡혈귀의 존재를 눈치채고 그에 저항하기 위한 준비를 하다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그가 남긴 기록에 의하면, 그 마도구는 원초 세계의 유물을 고쳐 만들어낸 '마탄 발사장치 자미엘'라고 하지만, 이론이라던가, 학문적인 부분은 두 사람이 모두 그의 서적을 읽어보아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탄을 발사하는 데에는 마력이 필요하지 않지만, 그 탄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마력과 은이 필요했기에 엠마가 혼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무기라는 약점이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멀리서 정확하고, 빠르게, 게다가, 별 훈련을 받지 않은 엠마라도 쉽게 다룰 수 있는 무기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여행을 계속해 온 두 사람의 전력은 크게 상승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다만­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도구인 것은 분명하기에, 일레누는 엠마의 몸 상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괜찮아요...! 이 마도구 자체에서 제 마력을 요구한다거나 하는 것은 없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엠마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그 마도구를 쓰다듬어 주었다.

마치, 어딘가 살아있는 생명체 같이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았기에, 자신도 모르게 애완동물을 쓰다듬듯이 쓰다듬는 버릇이 생겼다고 하는 엠마이지만, 일레누는 그것을 보고는 역시 그 마도구에 대한 의심이 가시지 않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 물건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아카데미 같은데 가서 물어보면 어떨까?'

"그러네요... 어쩌면, 숨겨진 기능이 더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니, 위험한 것인지 아닌지 물어보려 한 건데... 엠마 뭔가 그 마도구의 성능에 빠져 있는 거 아니야?"

엠마가 설마 난사광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며 이마에 손을 올리는 일레누.

하지만 그때­

"끄...으으으..."

일레누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흡혈귀의 목소리.

이 마을에 숨어들어 사람들을 흡혈하고 있던 '아가테'라는 이름의 흡혈귀는, 자신의 남편을 비롯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불로불사'를 선사해주겠다는 것을 목적으로 분별없이 흡혈을 계속해 왔다.

다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은 질 낮은 권속들뿐.

그녀는 동족을 만드는 법을 모르는 흡혈귀였던 것이다.

다른 흡혈귀들처럼 신체능력도 그렇게 높지 않고, 특기로 하는 것은 비살상적인 목적의 저주들 뿐.

엠마의 새로운 무기에 더하여, 흡혈귀의 특징이 그런 부분도 있어서 이번에는 조금 더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일레누로서도 그녀에게 마무리를 지을 필요가 있었다.

흡혈귀는, 흡혈귀에 의해 흡혈 되어 그 영혼을 흡수당하는 것으로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이대로는 그저 재생도 못 한 채로 쐐기에 붙들려, 영원히 고정되어 은의 힘에 타들어 가는 육편으로 남을 것이다.

"...뭐. 당신이 사람들을 죽음의 고통으로부터 해방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방법이 잘못됐어. 원하지도 않는 사람들을 권속으로 만들었고. 권속들은 자신의 사고능력을 빼앗기고 살아 걸어 다니기만 할 뿐인 인형이 되니까."

일레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은색 검을 들고 땅바닥에 대자로 누워있는 그녀를 향해 걸어간다.

이 독특한 흡혈귀의 영역에서, 눈앞의 아가테가 행한 살인은 그 연금술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그녀의 힘으로 권속이 된 주민들이 주인을 지키기 위해 주인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나, 주인의 정체에 가까이 간 존재를 자발적으로 잡아.

마녀사냥으로 몰아 수십 명을 불태워 죽였다는 것 정도.

물론, 그것도 아가테의 무분별한 권속화가 원인이었으니, 그녀의 업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를 살려두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일레누는 자신의 은색 레이피어 치켜들어 그녀에게 내려 박아 완전히 무력화시키려 한순간.

"맥스... 어디야... 나, 추워... 무서워..."

"... ..."

그녀가 입에서 흘리는 인간적인 목소리에, 일레누는 순간 손을 멈추고 그녀를 내려찍는 것에 주저함을 보였다.

맥스라고 하는 것은 그녀의 남편의 이름일까.

이곳까지 오면서 그녀를 지키려 한 권속들은 전부 일레누가 아가테의 힘을 정화해 기절한 상태이다.

어쩌면 그 속에 맥스라는 남자가 섞여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때.

일레누가 잠시 그녀의 인간적인 부분에 닿아 움직임이 느려진 그 순간.

아가테는 마치 그 때를 노렸다는 듯이 손을 치켜들어 그 손에 검고 혼탁한 저주를 만들었다.

"...큭!"

그렇다 하더라도, 더욱 빠른 것은 일레누의 쪽이었다.

이미 약화할 대로 약화한 상태인 아가테의 팔이 움직이는 것 보다, 일레누의 팔이 그녀를 내려찍는 것이 더욱 빨랐기 때문이다.

공기빠지는 소리가 울리면서, 그녀의 몸이 이내 축 처진다.

정신을 완전히 잃고, 저항할 수도 없게 된 것이겠지.

이대로, 그녀의 피를 흡혈하여 영혼을 흡수하고 그것을 천천히 녹여내면 된다.

"잠깐이라도 흡혈귀를 인간 같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어."

일레누는 후회하듯이 그렇게 말한 뒤, 그녀의 목덜미로 자신의 입을 가져가려 했다.

"꺄앗...!?"

뒷쪽에서 들려오는 엠마의 목소리에 놀라기 전까지는.

"엠마!?"

일레누가 황급히 그녀의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는 검은 안개 같은 것에 둘러싸인 엠마의 모습이 보였다.

대체 어디서­ 같은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면, 그녀의 몸에 달라붙은 안개가 바로 아가테의 손에서 뻗어 나가, 그림자에 숨어 바닥을 타고 흘러간 것을 알 수 있었따.

"설마, 아까 사용했던 저주...!? 사용자가 정신을 잃어도 계속되는 거야...!?"

일레루는 서둘러 엠마를 저주로부터 구하기 위해 그녀를 은검을 휘둘러 아가테의 손을 절단했다.

그제서야 저주가 멈추는 데에 성공한 것이지만, 엠마는 완전히 검은 안개에 둘러싸여 그 모습이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달그락,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마도구도 떨어지면 엠마는 그녀를 향해 뛰어갔다.

"큭... 어떻게 하면­"

달라붙은 저주를 떼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일레누는 빠르게 머리를 돌리다가­ 땅바닥에 떨어진 마도구를 집어들었다.

"...은은 흡혈귀의 저주에도 유효... 그렇다면­"

그대로, 탄창에 해당하는 부분을 열어, 들어있던 몇개 남아있지 않은 은색의 구슬들을 꺼내 손 위에 올린다.

"크윽...!"

하지만, 마도구 안에 담겨있던 은탄은 그 정화의 힘이 다른 것들에 비해 강한 것인지, 담피르에 불과한 일레누의 손마저도 치이익 소리를 내면서 뜨겁게 반응하는 것이었다.

"엠마... 기다려! 구해줄게!"

일레누는 그것을 주먹으로 꽉 쥔 채, 자신의 손바닥이 타들어가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고 일레누를 감싼 안개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것이었다.

그러자, 은은 그 안개에도 확실하게 반응하여 일레누의 안개를 걷어내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아아앗!!"

격렬히 정화의 힘을 발하는 은의 힘에, 일레누 역시 휘말리지만, 고통을 견뎌내면서 은과 함께 검은 안개의 저주를 붙잡고 그것을 걷어내면­

"엠마!"

그 자리에, 엠마는 더는 없었다.

아니, 일레누가 알고 있는 엠마는 없었다. 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까.

엠마가 입고 있던 메이드 복이, 땅바닥에 흘러내린 채, 마치 그 내용물을 잃어버린 것처럼 방치되어 있으면­

거기에는 자신의 머리 사이즈에 맞지 않는 카츄샤를 쓴 채, 눈을 깜빡거리는 검은 머리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5살에서 6살 정도 되는 것일까.

"...엠... 마?"

검은 머리에 황금색 눈이라는, 엠마와 특징을 공유하는 그 소녀를 보면서, 일레누는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그러면 소녀는 두 눈을 깜빡이더니, 일레누를 올려보고 이야기한다.

"어라아...? 여기, 어디...? 언니, 누구야?"

"엠마!?"

001

"...그렇게 된거야."

엠마를 가게 안으로 들인 채, 클레온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일레누.

어린 아이가 되어버린 엠마는,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른 채 리오넬이 내준 쥬스와 과자를 싱글벙글하면서 즐기고 있었다.

"태평하다니까... 걱정하는지도 모르고."

일레누는 그런 엠마를 바라보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과연. 엠마는 그 흡혈귀의 저주로 어린아이가 되어버렸단 거군..."

클레온은 사정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저주라는 것은, '원망하는 마음'에 반응하는 힘이다.

죽기 직전에 발한 저주라면, 더욱 강력해져서 술자가 죽은 뒤에도 남아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어찌보면, 루베라에게 남아있는 그녀의 어머니의 보호술식과 비슷한 것이다.

방향성은 정반대이지만.

그리고 그렇게 죽기 직전에 짜낸 마력으로 만들어낸 술식이라는 것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수년­ 아니, 수십년이 걸려서야 겨우 풀리는 것도 있는가 하면.

평생이 지나도 그 마법과 함께 지내야 하는 인간들도 있다.

"요 몇 달, 엠마에게 걸린 저주를 풀려고 이곳저곳에 가봤어. 왕도라던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산속의 마을에도. 하지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더라고. 워낙에 저주가 강력하다는 것 같아서 말이야."

"아카데미에도 가봤나?"

리오넬의 질문에 일레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엠마가 이렇게 되고 바로 처음에요. 마도구에 관한 것도 조사할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양쪽 모두 꽝이었어요. 마도구에 관해서도 정체를 알 수 없음. 거기서 안내받은 다른 곳으로 가도 실패. 결국, 안내의 안내를 받고 마지막에 도착한 게, 이 동방국이에요."

"흡혈귀의 저주라는 것은 무섭구만. 그렇다면, 너희들이 노리는 것은 대신전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로군."

일레누의 말에 리오넬은 그녀들의 목적을 파악하고 수염을 쓰다듬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신전의 무녀들은 해주를 특기로 한다고 소개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치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엠마를 치료하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경비도 다 써버려서... 치료비를 벌 필요가 있던 거에요."

그녀의 말을 전부 듣고 나면 클레온도 리오넬도­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던 손님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뭘 엿듣고 있는 거냐 너희."

그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딴죽을 거는 리오넬이지만, 술집의 손님들은 팔짱을 낀 채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아니. 궁금하잖아. 대체 저렇게 아름다운 아가씨가 어떤 사정이 있길래, 이런 아저씨들이나 오는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지 말이야."

"흡혈귀 사냥이라... 역시 동방국 바깥에는 위험한 것들이 많구먼 그래. 아가씨도 고생이 많어."

"동정은 필요 없어요.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 하는 거니까요."

일레누의 자존심이 그들의 말을 용납하지 못한 것인지, 일레누는 조금 차갑게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그런 태도조차도 술집 손님들은 귀엽게 느껴지는 듯이 웃음을 터뜨린다.

"엠마는 그럼... 숙소에 혼자 있던 건가?"

"응... 맡아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런 지인은 없고. 사람을 고용할 돈도 없으니까."

일레누의 그런 말에 클레온은 그녀에게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묵고 있는 곳으로 올래?"

"... 하아?"

클레온의 제안에 무슨 소리냐는 듯이 눈을 찌푸리는 일레누.

"우리들은 암룡상회 안에 있는 숙소에서 머물고 있어. 엠마를 치료하려면 숙소비도 아끼는 편이 좋을 테니까 말이야. 방은 남아있고."

"아니... 으..."

일레누 본인의 프라이드와, 클레온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는 듯 고뇌하는 그녀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고민한다.

다른 것이었으면 바로 반발하고 거절했겠지만, 적어도 클레온의 숙소라고 한다면 자신이 일하는 동안에도 엠마를 쓸쓸하게 놔두지 않아도 된다.

조금 마음이 흔들리는 상황의 그녀는 핫, 하고 정신을 차리더니 이내 고개를 젓는다.

"아니아니. 너도 네 동료들이 있잖아. 네 독단으로 그렇게 정해도 되는거야?"

"윽... 아니 그것은 아니지만."

클레온 역시,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확실히 이곳에서 무책임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러면 적어도 동료들이랑 이야기하고 와 줘."

"아아... 그렇게 할게. 미안."

이런 상황이라면, 클레온이 그녀에게 신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토코요와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하겠군.

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적어도, 엠마는 내가 숙소까지 데려다 줄게."

"...뭐... 그 부분은 그러면 부탁할게. 위치는 알려줄 테니까. 엠마. 오늘은 이 아저씨랑 같이 숙소로 돌아가서 기다려 줄래?"

"응!"

처음보는 사람이기에, 거부할 법도 하지만 일레누는 밝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일레누의 말을 알아들었다.

"아저씨..."

한명이 약간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것 같았지만.

일레누는 그런 클레온에게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숙소에 대해 알려주고, 점장인 리오넬을 돌아보면서 이야기했다.

"점장님, 엠마가 먹은 것은 제 월급에서 까셔도 되니까요."

"됐다. 내가 그냥 간식으로 준 거고 이런 어린애들한테서 까지 돈을 받을 생각은 없어."

"하지만..."

리오넬은 그런 일레누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대답한다.

"너무 그렇게 모든 일에 책임을 지거나 할 필요는 없다. 나도 다른 녀석들에게 도움을 받아서 여기까지 왔으니, 그걸 타인에게도 똑같이 베풀어 주는 것뿐이야."

"... ..."

일레누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002

"후우..."

클레온은 등에 업고 있던 엠마를 침대에 내려놓았다.

아무리 어린아이라 기운이 넘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늦어졌고 배도 부르니 졸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 듯.

돌아 오는 길에 클레온의 손을 잡은 채 꾸벅, 꾸벅 졸고 있는 것을 클레온이 등에 업어서 숙소까지 돌아온 것이었다.

묵고 있는 곳은, 왕국에서 치자면 모험가들이 머물만한 저렴한 곳.

빈말로도 아이가 지내기에 좋은 곳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두 사람의 경제상황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이겠지.

"바로 돌아가서 모두와 이야기해 보자."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서, 방을 나가려고 할 때였다.

"킁... 역시, 냄새가 나는 구만."

"뭐...? 설마, 아저씨 냄새라고 하지는 않겠지..."

슈뢰딩거가 클레온의 주머니 안에서 얼굴을 내밀며 무슨 소리냐는 듯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런 게 나면 예전에 이야기했겠지. 동족. 호문클루스의 냄새가 난다는 거야."

클레온은 슈뢰딩거의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지만 그럴듯한 것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슈뢰딩거는 클레온의 주머니에서 빠져나와 날개를 펼치고 방의 안을 조금 돌아다니더니­

이내, 방 안에 있는 책상의 서랍으로 향한다.

"어이."

"이 안이야 형씨!"

클레온은 슈뢰딩거를 덥석 붙잡아 자신의 얼굴 앞으로 가져와 쭈욱 그 얼굴을 늘린다.

"남의 서랍을 그렇게 막 열 수 있을 리 없잖냐."

"그, 그것도 그런가."

클레온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는 듯이 얼굴이 늘려진 채 고개를 끄덕이는 슈뢰딩거.

그러면 클레온은 그를 놓아준 뒤 한숨을 내쉬면서 방문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엠마가 혼자 있는 것을 대비해서 준비해둔 것일지도 모르지. 우리도 그녀를 도울 방법을 찾아보자."

"역시 사람이 착하구만 형씨는~"

클레온은 질리지도 않고 떠들어내는 슈뢰딩거를 붙잡아 주머니에 쑤셔 넣은 뒤, 그 방을 나선다.

잠시 후.

방 안에는 엠마의 잠든 숨소리밖에 들려오지 않게 되었을 때.

드르르륵. 하고, 슈뢰딩거가 살피려 했던 책상의 서랍이 스스로 열린다.

달그락, 하는 소리가 들리면 그 안에서 흑녹색의 마도구가 공중으로 떠올라 문을 조금 지켜보더니­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서랍의 안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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