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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90화 (490/506)

〈 490화 〉 어린 마수와 어린 마검

* * *

000

자신들이 머무는 숙소로 돌아온 클레온은, 이제는 익숙해진 미닫이의 현관문을 열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시간대는 아직 8시를 조금 넘긴 상황 현관에 놓여있는 신발을 보면 쿠온은 이미 돌아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쪽의 주방 쪽에서 쿠온이 특기로 하는 요리의 향기가 풍겨져 온다.

"생각보다 늦게 되었는걸."

"뭐. 저녁에는 늦지 않은 것 같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하자고 형씨."

클레온에게 킬킬대면서 슈뢰딩거는 한발 먼저 주머니에서 빠져나와 앞쪽을 향해 날아갔다.

"... ..."

그런 슈뢰딩거를 뒤쪽에서 눈으로 쫓다가, 클레온은 무언가 묘한 위화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 그리고 저택 내부가 정적에 휩싸여 있다는 점이 신경 쓰이는 것이었다.

평소 같으면, 사샤가 자신의 귀환을 눈치채고 곧장 현관으로 뛰어나왔을 텐데...

뭔가, 자신이 그런 것을 기대한 것 같아서 스스로가 조금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면서, 클레온은 고개를 저으며 현관에서 거실로 통하는 통로를 지나간다.

그러면­ 거실에도 아무도 없고, 거실에서 정원으로 통하는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본다.

동방국 특유의 정원의 안에는 이전 클레온이 에라투스에서 구해온 마수용의 케이지가 놓여 있었고­

그 케이지의 안에는 마노와 같은 색의 거대한 알이 조용히 자리 잡은 채, 달빛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사샤가 케이지에 등을 기댄 채 잠들어 있는 것이었다.

"저런 곳에서... 그리폰이 부화하기를 정말 기다리고 있나 보군."

"아, 클레온."

그리고, 그런 클레온의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방에서 터벅터벅 걸어나오며 기지개를 켜는 라일라.

"돌아왔구나. 어땠어?"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 조금 모두랑 이야기해야 할 것도 있고. 그런데, 사샤가 저 상태이니까... 일단은, 방의 침대에 눕혀두는 게 좋을 것 같아."

클레온의 말에 라일라도 고개를 끄덕이면, 그는 조심스럽게 사샤에게 다가가, 소녀를 품에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 순간­

'까직.'

하고, 무언가 딱딱한 것이 깨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에 클레온의 발걸음이 멈추는 것이었다.

"클레온, 방금­!"

라일라 역시 그 소리를 들은 것인지 황급히 뛰어와 창살의 안쪽을 바라보면­

그리폰의 알의 표면에­ 금이 간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무언가가 조그맣게 꿈틀거리면서, 그 알을 깨고 나오려고 하는 것이었다.

"나, 나오려고 한다!?'

라일라가 당황하여 소리를 지르면, 클레온 역시 사샤를 품에 안은 채로 몸을 흔들어 보인다.

"사샤, 일어나!"

"으으...응..."

클레온의 목소리에, 낮게 목소리를 울리면서 몸을 비트는 사샤.

평소에는 쫑긋 솟아올라 있는 귀도 접혀있는 채, 마치 일어나는 게 귀찮은 듯했다.

"평소에는 잘만 일어나더니 왜 오늘은..."

라일라도 그런 사샤를 보면서 조금 걱정하는 듯하다가­

이내 좋은 방법이 있다는 듯이­ 사샤의 가슴 부분에 손을 쑤셔 넣는 것이었다.

"라일라!?"

"잠깐 기다려 봐... 분명, 여기였지?"

하고. 가슴의 조금 윗부분­

그부분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아힛!?"

하고, 사샤가 전신의 털을 곤두세우면서 곧바로 눈을 뜨는 것이었다.

"뭐, 뭔가요!? 라일라 씨?! 클레온 씨도...!"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주변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것인지, 혼란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사샤.

"라일라 그 깨우는 방법은..."

"깨어났으니까 됐잖아. 그보다 사샤! 그리폰이 깨어나려고 하고 있어...!"

클레온이 거는 태클을 대충 넘기고, 라일라는 사샤에게 말하면서 손가락의 끝으로 마수용의 케이지를 가리켰다.

세 사람이 그러고 있는 동안 알의 윗 부분은 거의 깨져나가고 있어서, 막을 뚫고 날카로운 독수리의 발톱이 튀어나온 상태였다.

"우와앗!? 태, 태어나는 거군요! 곤잘레스!"

"...곤잘레스?"

라일라가 사샤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에 당황하여 잠시 머뭇거리면서 되물으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네! 그리폰의 이름이에요!"

"정황상 그럴 거라고는 생각했어...!"

그리고 사샤의 절망적인 네이밍센스에 머리를 감싸는 것이었다.

"곤잘레스는 아니지...! 하늘과 땅의 제왕, 마수의 정점중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그리폰인데...! 곤잘레스는 아니지!"

"에에...?"

어딘가 이름에 굉장한 고집을 하고 있는 듯한 라일라의 행동에 클레온도 사샤도 조금 놀란 듯이 그녀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그러면, 라일라 씨는 어떤 이름이 좋다고 생각하시는데요?"

"... ..."

그리고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리폰이잖아...? 그러니까... 으으음... 마스터 오브 스카이... 라던가..."

"라일라 이름 짓는 거 그렇게 서툴렀던가...?"

클레온은 이미 그녀가 '이니스'라는 좋은 이름을 가진 호문클루스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놀란 얼굴이 되어 그녀를 돌아보았다.

"서, 서투르다니!? 하늘을 지배하는 마수니까 당연하잖아?! ...그러는 클레온은 뭔가 있어?"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폭탄을 넘겨오는 라일라의 말에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조금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사자수리..."

"──설마 사자랑 독수리를 합쳐서­"

라일라가 진심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되물어오면, 클레온은 팟 하고 자신의 입을 감싸며 그녀의 입도 막아버리는 것이었다.

"...아니, 응. 아무래도 곤잘레스가 제일 나은 것 같아."

"후허헤...(그러네)"

서로의 네이밍 센스가 없음을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이는 클레온과 라일라.

사샤도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역시 그렇죠?"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는 클레온과 라일라는, 이내 클레온이 그녀의 입에서 손을 떼어내자 클레온에게 이야기한다.

"...조금 떨어져 있자. 그리폰이 태어나면 바로 사샤를 인식할 수 있게 말이야."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클레온.

실수로라도 사샤가 아니라 자신들을 각인할수도 있다는 것을 걱정하여 조금 떨어지고 나면­

다음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알의 껍데기의 대부분을 깨부수면서­ 그리폰의 머리가 그 안에서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Kiee!]

전신에 빼곡하게 깃털과 털이 나 있고, 독수리의 면모와 사자의 면모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그 모습은 이미 훌륭한 그리폰이었다.

다만, 그 크기가 대형견의 새끼 수준으로 작았을 뿐.

"와, 아...!"

남아있는 껍질을 깨부수려다가, 목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는 그리폰.

그리고는, 사샤와 눈이 마주치더니 고개를 갸웃하고 날개를 퍼드덕거리다가 이내­

[Kia♪]

마치 사샤를 주인­ 혹은 그에 준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본다는 듯이 조금 높은 목소리로, 귀엽게 울어 재끼는 것이었다.

"크, 클레온 씨! 곤잘레스가... 저를 알아보는 걸까요!?"

"아아. 그런 것 같아. 그리폰은 알의 안에서 거의 모든 기관이 완벽하게 성장한 채로, 몇 달을 더 지낸다고 하니까. 어쩌면, 알의 안에서 네 목소리를 듣고 있었을 수도 있지."

"와아...!"

그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는 듯, 조금 감동한 표정을 짓는 사샤.

"...케이지에서 꺼내봐도 될까요?"

아무리 새끼에, 영리한 존재라고 하더라도, 마수는 마수.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꺼냈다가 스스로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리폰이 무언가를 부수거나, 사샤를 다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클레온도 라일라도 조금 걱정하려던 찰나.

"응. 괜찮지 않을까?"

하고, 쿠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쿠온씨!"

쿠온도 정원에서 들려오는 소란을 느낀 것인지, 식사를 준비하던 것을 마치고 이니스와 함께 걸어나온 것이다.

"마스터! 그리폰 태어났어?"

"그래. 있다가 보게 해줄 테니까 지금은 사샤한테 양보해."

"그, 그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자신에게도 눈치라는 것은 있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지만, 어딘가 조금 안절부절못하는 것이 라일라가 말하지 않았다면 당장에라도 그리폰을 만나러 철창의 앞으로 달려나갈 눈치였다.

그런 것보다도­ 모두의 시선이 쿠온에게로 향하면, 쿠온은 검지를 자신의 턱에 가져다 대며 짐짓 고민하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면서 사샤에게 이야기한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가 막아줄게. 치료도 할 수 있고, 그리폰을 진정시킬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하면 되니까."

"그거라면... 응 괜찮겠네."

라일라 역시, 쿠온의 그 제안이라면 그리폰을 케이지 바깥으로 꺼내도 괜찮으리라 판단한 것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설령 위험한 일이 있더라도, 자신과 클레온이 옆에서 지켜본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그럼..."

사샤는 조심스럽게 케이지에 걸려있는 잠금쇠를 풀어, 그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리폰은 영리한 짐승답게, 그것이 자신을 바깥으로 나와도 된다는 허락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남아있는 알껍데기에서 기어나와 천천히,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열려있는 철창의 문으로 빠져나오더니, 달빛을 받음과 동시에 커다랗게 날개를 펼친다.

"왓...!"

바로 그 앞에 있던 사샤는 조금 놀란 듯 뒤로 엉덩방아를 찧지만­ 그다음 순간.

새끼 그리폰이 그녀를 향해서 마치 먹이를 덮치는 맹수와도 같이 달려드는 것이었다.

그대로 그리폰에 밀려서 뒤로 벌러덩 넘어지고 마는 사샤.

"사샤!"

클레온과 라일라, 그리고 쿠온이 동시에 그녀를 향해 조처를 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하지만­

"괘, 괜찮아요!"

하지만 모두의 걱정은 기우라는 듯, 사샤는 모두를 진정시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잘 보면, 그리폰은 발톱을 집어넣은 채로 사샤의 품에 얼굴을 비벼대며, 그녀의 손길에 쓰다듬어지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아핫, 간지러워...!"

그리고, 날개를 푸드덕거리면서 사샤의 얼굴을 문지르는 것을 보면 그것이 그리폰의 애교라는 것을, 다른 이들도 알 수 있었다.

"휴우..."

그러면, 어른들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어이어이. 시끄럽다고 생각했더니 그리폰이 깨어난 거냐고~! 젠장 볼 수 있었는데!"

그 때, 휘릭 하고 거실 쪽에서 날아서 클레온 쪽을 향해가던 슈뢰딩거.

빙글, 하고 공중에서 방향을 꺾으려 한순간­

"꺗!?"

갑작스럽게 푸드덕하고 그리폰이 몸을 일으키더니, 번개처럼 날아가 슈뢰딩거를 공중에서 낚아채듯이 물어버리는 것이었다.

"그갸악!?"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한심한 비명을 내지르는 슈뢰딩거, 부리 안에 이빨이 없어서 질겅질겅 씹히더라도 잘려나가거나 터져나가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맹수의 입안에 갇힌 상황이라니,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면 무섭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사, 살려 줘 형씨... 누님들..."

"KiKiru♪"

하지만, 그런 슈뢰딩거를 재밌다는 듯이 입에서 떨어트리더니 이번에는 앞발을 이용해서 굴려대는 것이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면서 소리도 내는 봉제인형이라니, 그리폰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장난감일 것이다.

"아하하하!"

라일라는 그 광경에 배가 아프다는 듯이, 등을 구부릴 정도로 웃어댄다.

쿠온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금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

"괘, 괜찮아요 슈뢰딩거! 그리폰도 진짜로 먹으려고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슈뢰딩거가 마음에 들어서 망가트리지는 않을 거에요!"

"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아!"

"좋겠다~ 나도 슈뢰딩거로 놀고 싶었는데~"

"악마냐고!"

결국 슈뢰딩거의 시선이 향하는 것은 늘 자신에게 주머니를 빌려주던 클레온의 쪽이었다.

그럼, 클레온은 녀석과 시선이 마주치더니 이렇게 이야기한다.

"걱정하지 마라. 망가지더라도 고쳐 줄테니까."

"아니 악마냐고!!"

결국, 클레온에게서 마저도 버림받은 슈뢰딩거.

그렇게 한참을 그리폰에 의해 장난감으로 굴러다니면서, 슈뢰딩거의 비명과 라일라의 웃음소리만이 숙소의 안에 울려 퍼지는 것이었다.

001

"흐응... 그래서? 그 '엠마'라는 꼬마애를 맡아주고 싶다는 거지?"

라일라는 클레온이 설명한 엠마와 일레누의 사정에 대해서 한차례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어딘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숨기는 것이 서툴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숨길 생각이 없는 것일까.

절대로 평범한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이야기가 끝나고 난 뒤 클레온은 라일라의 질문에 대해 대답한다.

"응. 엠마는 원래는 성인이지만 흡혈귀의 저주를 받아서 아이가 된 상태야. ...보자하니, 어른이었을 시절의 기억도 없는 것 같고. 빈말로도 좋은 환경은 아니니까. 아이가 혼자서 방치되는 것은."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며, 조금 쓸쓸한 표정을 지으면 라일라는 클레온의 그런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알았어. 클레온과도 관련이 있는 사람인 것 같고, 아이를 위해서라고 말해버리면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고마워 라일라. 다른 사람은?"

"저는 괜찮아요!"

먼저 건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사샤.

머리카락이 다 헝클어진 상태였지만 그래도 즐거운 표정인 것은 역시 그리폰 때문이겠지.

그야말로 '잘 놀았습니다!' 상태인 그녀.

그리폰은 다시 케이지 안에 들어간 상태였고, 이니스가 옆에서 슈뢰딩거를 '사용'해서 잘 때까지 놀아주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쿠온 역시 클레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괜찮아. 하지만, 그 일레누라는 사람은 괜찮아? 숙소의 비용도 적지 않게 나갈 탠데, 괜찮다면 우리들의 숙소를 사용하는 것도... 방이라면 있으니까."

"그건 좀 힘들 것 같아. 헤르티에게 말을 하면 도와줄지도 모르지만... 아마, 그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거야."

일레누의 프라이드는 클레온도 잘 알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

"신전에 관해서도 도와주고는 싶지만... 우선 토코요에게 먼저 물어보는 게 순서겠지. ...사실, 공평성을 생각하면 조금 나쁜 짓인 것 같지만 말이야."

클레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쿠온.

신전에서 하루 수행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생각보다도 많은 사람이 무녀나 신관들에게 조언, 치료를 부탁하고 찾아온다는 것이었다.

다만, 입구에서 한 번 거르는 것도 그렇고, 약이 부족하여서 치료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라 사람들이 좀처럼 줄지를 않는다.

"...오행제에서 내가 토코요 님과 함께 영맥의 마력을 방출하는 의식에 성공하면, 상황도 조금은 나아질지도 몰라. 나, 열심히 할게!"

"응. 부탁할게. 쿠온. 그러면­ 일단은 다들 승낙한 것으로 알고­"

"잠깐 클레온."

그리고­ 거기서 태클을 거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칼리번의 무릎 위에 앉은 채 식탁의 앞에서 불만인 표정을 짓고 있는 갈라테아.

"...갈라테아?"

"자연스럽게 내가 승낙하는 것처럼 넘어갔지만. 나는 반대야. 흡혈귀의 저주를 받았다니... 그거 정말로 괜찮은 거야? 흡혈귀의 저주라면, 다른 저주에 비해서 여러모로 귀찮게 달라붙을 수 있단 말이야."

"...괜찮을거야. 아마. 이미 몇달 째 대륙 곳곳을 여행하고 다녔다고 했으니까."

클레온은 일레누가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갈라테아는 볼을 부풀리면서 팔짱을 낀다.

"...클레온. 잊지는 않았겠지? 클레온이 흡혈귀 때문에 죽을 뻔 했던 것을."

"엣­"

갈라테아의 말에 쿠온이 가장 크게 반응하면서 클레온을 돌아본다.

아마 그녀가 이야기하는 것은, 엠마와 일레누와 함께 했던 그 마을에서의 공투에 관한 것이겠지.

그 때의 클레온은 확실히 한 번 죽기 직전까지 갔었던 것을 일레누 덕분에 되살아날 수 있었다.

"그걸 말하자면, 그녀­ 일레누 덕분에 살아남기도 했잖아."

"윽... 그건 그렇지만..."

거기에는 갈라테아도 할 말이 없다는 듯이 반박을 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갈라테아는 요즘 클레온이 자신과 같이 다니지 않아 줘서 삐진 것 같아요~"

"그런 거 아니거든!"

"...미안 갈라테아. 조금만 더 참아줘. 곧 힘이 원래대로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클레온은 그런 갈라테아를 달래듯이 이야기하면 갈라테아는 '으갸­!'하고 팔을 하늘 높이 치켜들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흥이다 클레온! 어차피 나 말고 다른 검을 만들 거면서!"

"다른 검이라니­ ...아."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설마, 대장간에서의 일을 그녀도 눈치챈 것인가.

"내가 모를 줄 알아? 클레온과 나는 영혼으로 이어져 있으니까. 특히, '검'과 관련된 일이라면 나한테도 전부 정보가 들어온단 거야."

"... 그건­ 미안. 하지만, '탈체크'와의 남은 연결을 이어나가고 싶었으니까."

클레온의 말에 갈라테아는 무읏 하고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는, 칼리번의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정말... 생긴 대로 아이 같아졌다니까. 성격 자체가."

턱을 괸 채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라일라의 말을 듣고, 클레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것 같네. 내일은 온종일이라도 붙어서 달래줘야 할 것 같아."

아무래도, 내일의 행동은 오랜만의 갈라테아와의 데이트로 결정이 된 것 같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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