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91화 (491/506)

〈 491화 〉 각인과 작전

* * *

000

"읏..."

아멜리아는 무언가가 무겁게 자신의 몸을 누르고 있는 감각에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내면서 눈을 떴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어째서인지 쏟아지는 잠에 일찍 잠들었던 자신의 방이 아닌, 어디까지나 어둠만이 펼쳐져 있는 공간이었다.

최근에 이런 공간에 온 적이 있었던 것을 떠올리며, 아멜리아는 이것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다.

"또... 이런 환상?"

동방국에 온 첫날밤에, 그리고 유적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의 비밀을 들었을 때에.

요즘들어서, 이런 느낌의 광경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잦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때와 다른 것이 있다고 한다면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때 처럼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거나 하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정말로 검고 깊은 어둠만이 가득한 공간.

자신의 육체는 제대로 인식할 수 있지만, 서 있는 곳이 바닥인지, 아니면 그저 허공에 떠 있는 것인지조차 알아챌 수 없었다.

"누구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아... 이번에는 정말로 혼자인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멜리아는 우선 이 꿈에서 깨어날 때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려던 찰나­

그녀의 가슴 부분에서 무언가가 약하게 빛을 내고 있는 것을 느낀 아멜리아는 몸에 걸치고 원피스의 가슴 부분을 슬쩍 들어 올린다.

물론, 왕녀로서 지내던 시절에는 이런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오렐리아로부터 옷을 늘리는 행위는 금지당해있었지만.

어차피 이곳은 꿈속, 그리고 자신의 환상 속인 것이다.

그런데도 어째선지 나쁜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도 조심스럽게 그 아래를 살피면­

이제는 상처도 없어지고, 수정의 파편도 튀어나와 있지 않은 그곳에는 클레온의 지배의 각인이 새겨져 있었다.

처음으로 상처를 입었을 때, 그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루베라로부터 넘겨받을 수 있었던 그 각인.

계속해서 악화할 수도 있었던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 것도, 바로 이 각인이었다.

각인은 희미한 보라색 빛을 내면서 점멸을 반복하고 있었지만, 아멜리아는 그 각인이 조금 변화한 것 같은 것을 느꼈다.

"색이... 예전보다 희미해지고. 문양이, 짧아지고 있어..."

혹시 자신의 눈의 착각이 아닐까 걱정하며 아멜리아는 스스로의 눈을 손으로 비비고 다시 한 번 살펴보지만.

이전보다도 확연하게, 그 색이 연해져서 마치 물감처럼 서서히 사라져만 가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복잡하게 얽혀있던, 여러 개의 선으로 이루어진 문양도 그 길이가 점점 짧아지면서­

이대로 가다간, 그녀의 몸에서 클레온의 문양이 사라지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따.

"어째서... 읏..."

아멜리아가 그것을 눈치채고, 문양의 위를 문지르려고 하면, 갑작스럽게 그 부분에 날카로운 고통이 달렸다.

[외부 요인에 의한 마력제어 기능의 권환 탈취 요소를 검출. 인자의 활성화에 따른 요소 제거가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것은 자신의 안쪽에서 들려오는 의문의 목소리.

어딘가, 아멜리아 본인의 목소리와 비슷했지만, 그것은 굉장히 기계적이고, 또, 인간미가 없는 차가운 목소리였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평소의 아멜리아라면 그것이 무슨 뜻인지 몰랐겠지만.

지금의 아멜리아는 어째서인지, 그 문장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자, 잠깐만요! 클레온은 제 몸을 조종하거나, 힘을 이용하려고 각인을 새긴 게 아니에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치료를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고요!"

아멜리아의 필사적인 목소리­ 그러자 다음 순간 아까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울리는 것이었다.

[경고. 이 각인은 본 개체의 체내에 항상 일정량 이상의 흑마력이 머물게 하고 있음. 해당 현상은 본 개체의 마력 인자에 악영향을 끼칠 것.]

"악영향이라니... 대체 어떤..."

[예상되는 악영향 다수 존재. 가장 대표적이라면, 해당 각인을 새겨 넣은 존재에 대한, 무의식적 의존도의 증가. 그에 따른, 대상에 대한 집착도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함.]

그러면, 그 이야기를 듣고 아멜리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 목소리를 향해 다시 질문하는 것이었다.

"어... ──그게 뭔가 문제라도?"

[... ...]

아멜리아의 대답은, 아무리 머릿속의 목소리라고 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것인지 잠시 입을 다물고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것이었다.

둘 사이에서 조금 침묵이 흐르고 나면, 머리속의 목소리가 다시 이야기를 계속한다.

[정정. 이미 본 개체는 해당 각인의 소유주에게 '친애'이상의 감정을 품었음. 따라서 각인의 부작용에 무의식적인 감정의 심화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예상됨. 속어로 '홀딱 반한 상태']

"누, 누가 홀딱 반했다는 건가요!? 저는 그저, 클레온을 소중한 동료이자, 그리고... 저를 몇 번이고 구해준 둘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자신의 목소리에 스스로 태클을 건다는 귀중한 경험을 하는 그녀이지만, 필사적으로 반박을 해보아도 그리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언. 이 상태로는 본 개체의 몸 상태가 각인 때문이 아닌 '상사병'으로 약해질 가능성을 감지함. 따라서 본 인격은 개체의 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연애 허접'을 위한 어드바이스를 실시하겠음.]

"연애... 허접...?"

설마 그것은 자신을 말하는 것인가?

분명 아멜리아 본인은 아직 10살이고, 유폐의 탑에서 지내고 있었으니 연애라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은 없었지만 '연애'라는 것 자체를 사랑할 나이인 꽃다운 소녀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자신의 머리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참을 수는 없었다.

"아까부터 대체 뭔가요! 사람이 듣고 있으면... 어째서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을 보이세요!"

드물게 큰 목소리를 내면서 화를 내는 아멜리아.

그러자 주변의 공간이 스르륵, 하고 그 형태를 바꾼다.

어디까지나 검은 공간은, 조금 화려하면서도 무기질적인 침실­

이전, 유폐의 탑에서 아멜리아가 지내던 방으로 바뀌어 있었다.

"여긴..."

"개체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본 인격에 일시적인 '아바타'를 부여함."

아멜리아가 주변을 둘러보려다가, 이번에는 바로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곳을 돌아보면­

그곳에는, 아멜리아와 똑 닮은­ 아니 마치 거울에 비친 상과 같은 아멜리아가 무표정하게 서서 아멜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적에서도 자기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는 경험을 했었는데... 또 인가요..."

"해당 개체와 본 인격은 별개의 존재. 아멜리아라는 존재가 마력 제어 인자의 힘을 끌어내기 시작하면서, 그 힘을 조율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격의 일부임."

여전히 기계적인 말투로 이야기하는 또 하나의 자신을 보고 아멜리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이 방인 건가요?"

"이곳이야말로, 아멜리아 칼데아리스가 타인에게 들리고 싶지 않은 모든 것을 감추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 이곳은 '자아의 안의 가장 깊숙한 곳'. 아멜리아 칼데아리스의 의식의 '감옥'이다."

"...감옥."

그 말대로다, 라고 아멜리아는 생각하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래서... 당신은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힘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인자 안에 잠들어있던 제 분리된 인격... 이라는 것이로군요?"

"정확하다."

아멜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또 하나의 아멜리아.

"평소라면 이해할 수 없었을 일뿐인데, 자신에게 관련된 일이라서 그런지 묘하게 듣는 족족 이해가 되네요..."

"나에 대한 정보는 네 안에도 존재하고 있다. 그것을 꺼내오는 트리거로서, 이 대화가 필요한 것일 뿐."

아멜리아는 그런 그녀의 말에 조금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하다가 이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아까의 이야기를 계속하도록 하지. 아멜리아 칼데아리스. 네가 만약 클레온의 각인을 받아들이고 싶다면, 어찌 되었든 지금의 각인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어, 어째서죠? 부작용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아멜리아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젓더니 아멜리아의 거울상으로 만들어진 아바타의 가슴 부분을 슬쩍 내리면서 아멜리아의 것과 똑같은 각인을 보인다.

지금의 아멜리아의 육체를 복제한 것이니, 그녀의 각인 역시 아까 본 것처럼 희미해지고 사라지려 하고 있던 것이다.

"이것은. 애초에 우리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그런 그녀의 말에 아멜리아는 잠시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알고 있겠지. 이것은 본래, 루베라를 위해서 클레온이 그녀에게 새겨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본 개체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급하게 그녀가 자신의 것을 우리에게 양보했던 것일 뿐."

"... ..."

그녀의 말에 이해해 버리고 마는 아멜리아.

"애초에 '우리'를 위해 준비되었던 각인이 아니니, 이 몸에 있어도 부적합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판단."

"과. 과연... 그 부분은 맹점이었어요!"

말하자면, 언니가 입던 속옷을 여동생이 물려받아서 입고 있었지만,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은 몸에는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는­ 그런 부류의 안건이라고.

아멜리아는 쉽게 이해하고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본 개체의 머리속에서 이루어지는 비유가 꽤나 서민적인 것에 대해. 어디서 그런 지식이 생겨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음."

"그. 그런 것은 아무래도 괜찮죠...! 중요한 것은, 이 각인은 루베라의 것을 빌려서 쓰고 있는 것이라, 제 몸에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고... 하지만, 이 각인이 사라지면 저와 클레온은..."

아멜리아가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어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 또 하나의 아멜리아는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 부분의 걱정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음. 어째서, 클레온과의 각인에 그렇게 집착하는 것인지. 그는 각인의 유무로 사람을 차별하거나 할 존재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음."

"...그건... 그렇지만."

또 하나의 아멜리아는, 인간적인 부분을 최대한 절제하고, 주어진 상황과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그녀가 내린 판단은, 아멜리아가 그의 각인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클레온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에 조금도 변화가 없으리라는 것.

그런데도, 주인격은 어째서 이렇게나 각인에 대해 집착하고 있는 것인지, 합리적인 사고가 우선되는 또 하나의 아멜리아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게다가. 이것이 있으면, 그로부터 새롭게 각인을 받을 수 없음. 본 인격은 본 개체에는 본 개체를 위한 각인을 받는 것이 바르다고 판단됨."

"저, 저를 위한 각인을 받는다니..."

아멜리아는 또 하나의 자신이 한 이야기에 퍼뜩 놀라더니, 이내 얼굴이 점점 빨개지는 것이었다.

그녀의 머리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은, 루베라와 클레온의 정사.

그리고, 꿈에서 보았던 어른이 된 자신과 클레온의 행위였다.

"크, 클레온과 그렇고 그런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잖아요...?"

"그렇다. 지배의 각인을 받기 위해서는, 섹스가 필요하다. 그의 정액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

"셋!?"

"섹스다. 성교. 교미. 성행위. 성교섭. 어떤 쪽으로든 좋다."

역시 감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수치심 없이 그런 단어를 입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었겠지만, 아멜리아 주인격 쪽은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그렇지만. 클레온은 저를 그런 눈으로 보지 않는걸요...! 그런 클레온과 세... 세... 으..."

세, 세... 하고 그 단어를 입에 담으려다가, 이내 포기하고 마는 아멜리아.

"당연하다. 그는 성인 남성이고 수비범위가 넓다고 하지만, 10살짜리인 우리와 행위를 할 만큼 도착적이지는 않다."

"그러면 안 되잖아요! 클레온의 각인을 받을 수 없다면 지금 각인을 지우는 것은 반대예요!"

아멜리아가 자신의 얼굴 앞에서 두 팔을 크로스시키면, 부인격의 아멜리아는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거기서. 새롭게 얻은 힘을 사용할 때이다 주인격. 본 개체가 그때 그 거대한 합성수와 싸웠을 때. 스스로를 마력 매개체로 삼아서 힘을 사용했었지."

"그, 그랬었죠...?"

"잘 생각해봐라, 그때의 우리 지금의 너와는 다른, 적어도 10대 후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정도면 라일라 플레임워치나 사나시아와 비교하더라도 지지 않아. 오히려, 쿠온과 경쟁할 수도 있을 정도의 훌륭한 신체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멜리아는, 잠시 멍하니 두 눈을 깜빡이다가 그녀가 말하는 것의 의미를 깨닫고는 펄쩍 뛰어오르며 뒤로 물러서는 것이었다.

"그, 그건 모두를 지키기 위한 세인트 프린세스로서의 힘이잖아요!? 그런 걸, 클레온과, 그, 그렇고 그런 일을 하기 위해 사용한다니...!"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들이 만들어낸 것이지. 그런 의무는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아멜리아의 말에 아멜리아는 얼굴을 새빨갛게 하면서 볼 위에 손을 올렸다.

화끈화끈 달아오른 볼의 온도 때문에 얼굴이 타오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이것은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나?"

"기회...?"

"그래. 언제나 우리를 걱정하고 있는 클레온이지만, 그래서는 우리들의 연애감정은 성취되지 않는다. 그리고, 클레온에게 우리들의 존재를 강하게 새겨넣어, '단순한 여자아이'가 아닌, '그를 연애적인 의미로 사랑하고 있는 소녀'라는 이미지를 심어 넣는 것이다. "

또 하나의 아멜리아는, 마치 유혹해오는 악마와도 같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무리 클레온이라도 어른 모습이 된 저와 그런 일을 해줄까요...? 안쪽이 저라는 것을 알면 분명 거절당하고 말 거에요..."

거절당하는 것이 두렵다는 듯, 아멜리아가 조금 풀이 죽어 자신의 양팔을 끌어안듯이 몸을 웅크리면.

또 하나의 아멜리아는 그런 아멜리아에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렸다.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해 둔 것이 있다. 남은 것은, 그 계획에 올라탈지. 아니면, 이대로 각인이 삭제되는 것을 기다릴 것인지. 그것을 정할 뿐."

"... ..."

그리고, 자신의 앞에 내밀어 진 또 하나의 자신이 내민 손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그것을 잡는 것이었다.

001

"흐앗."

그 순간, 꿈에서 깨어나는 아멜리아.

클레온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기에, 기다리고 있었던 도중에 깜빡 잠이 들었던 것을 떠올리며 눈을 비빈다.

"... 방금 건, 단순한 꿈이 아니었던 거지...?"

아멜리아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자신의 옷 밑에, 지금은 빛을 내고 있지 않은 클레온의 각인을 살핀다.

꿈에서 보았던 대로, 각인은 색도 모양도 크기도, 소멸할 것만 같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었다.

"응..."

아멜리아는 그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뒤 잠시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이전, 유적에서 했던 것 처럼 스스로의 몸을 매개체로 힘을 제어하는 스위치를 넣으면­

파앗, 하고 그녀의 몸이 강렬한 빛에 감싸이더니, 그 안에서 소녀의 몸이 여성의 몸으로 성장한다.

길어진 팔다리, 그리고 머리카락.

어린아이스러운 부분이 떨어져 나가면서, 어엿해진 얼굴과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

잠시 후 그 빛이 사그라지고 나면, 아멜리아는 높아진 시선이 조금 어색한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에 설치된 전신 거울로 향한다.

이렇게 힘을 사용하면 입고 있던 옷도 마력으로 재구성하는 것인지, 원피스도 몸의 크기에 맞게 커져 있었다.

"...이게, 어른이 된 나..."

자신이 이렇게 성장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또 무엇을 해야만 했을까.

마치, 그 과정을 전부 건너뛰어 버린 것 같은 감각은 그리 틀리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멜리아는 머릿속으로, 이 모습이 된 자신과 클레온이 옆으로 나란히 서서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성인이 된 아멜리아는 장신이어서, 클레온보다 조금 작은 키.

분명, 둘이 함께 거리를 걸으면, 어울리는 한쌍으로 보일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입가가 위쪽으로 향하고, 부끄러운 듯이 웃어 보인다.

하지만 문득, 얼굴을 바라보면 무언가 부족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

그것이, 숙녀라면 소양으로서 하게 되는 '화장'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아멜리아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한다.

유폐의 탑에서 지낼 때는 물론이고, 스스로 화장이라는 것을 배울 기회도, 해볼 기회도 없었으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역시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지만, 라일라도 쿠온도 화장을 최소한으로만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에게 묻는 것은 조금...

게다가, 이 모습으로 물어보더라도 어째선지 거절당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그 때, 아멜리아는 거실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들었다.

"...클레온이 돌아왔나 보네."

그러면 그대로 그를 만나러 방을 나서려다가, 이내 다시 한 번 거울을 보더니.

도리도리 고개를 저은 뒤, 마력을 해제하여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클레온에게 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은... 준비가 끝난 다음.'

[바로 그겁니다.]

머리속에서 들려온 것 같은 목소리에 아멜리아는 잠시 발을 멈추었다가.

어째선지 평소보다도 발걸음이 가벼워진 채, 거실을 향해 가는 것이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