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4화 〉 신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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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룡상회의 대문을 지나가면, 일레누는 조금 신기하다는 듯이 주변을 둘러본다.
이 근처까지 나온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열린 문 너머에 보이는 광경은 언제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칼리번과 갈라테아에게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마침 그 앞을 지나고 있던 칼리아가 두 사람을 발견하는 것이다.
"음? 클레온 님의 마검님과 성검님. 다행이군요, 무사하셔서. 클레온 님께서 찾고 계셨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의 텔레파시를 받지 않는 둘을 찾기 위해, 클레온은 칼리아에게도 부탁을 했던 듯했다.
"괜찮아요. 오는 길에 연락했으니까."
"그러십니까... 하지만 되도록이면 동료분들끼리는 연락을 꼭 해주십시오. 아무리 아스테리스라고 하더라도, 여러분들을 노리는 자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칼리아는 다행이라는 듯이 대답한 뒤, 가볍게 두 사람에게 주의를 한 뒤 그녀들의 뒤에 서 있는 일레누와 엠마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하고 기울인다.
"이분들은...?"
"클레온의 손님이에요~ 이전에 함께 모험했다는 것 같아서요~"
그러면 칼리아는 자연스럽게, 직업적인 습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레누와 엠마의 인상을 빠르게 살피더니 이내 미소를 짓는다.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저는 또, 그녀가 클레온의 딸인 줄 알았어요."
일레누는 그런 칼리아의 말을 듣더니 두 눈을 깜빡이다가 '그럴 리가'하고 고개와 손을 흔들어 부정하려 하지만.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엠마는 눈을 반짝이면서 일레누에게 물어온다.
"클레온! 어제 일레누를 도와줬던 그 아저씨 맞지? 그 아저씨가 우리 아빠야?"
"...그러면 내가 엄마가 되는 거야!? 아니, 잠깐! 틀려! 클레온은 그냥 아저씨!"
"누가 아저씨라는 거야..."
어째선지 그 말에 혹할 뻔했던 일레누가 전력으로 부정하는 목소리를 내면, 뒤쪽에서 들려오는 기억에 있는 목소리.
휙 하고 몸을 돌리면, 그곳에는 클레온이 지친 얼굴로 서 있었다.
"클레온."
일레누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직전 그녀의 발 옆에 서 있던 엠마가 클레온에게 달려들어 그의 다리에 달라붙는다.
"아저씨!"
엠마는 완전히 클레온이 마음에게 마음을 연 것인지 클레온에게 얼굴을 비벼대고, 클레온은 그런 엠마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된다.
"일단은... 엠마 쪽이 연상인데 말이야..."
"지금은 6살이니까. 6살로 대해 줘. 원래는 어른이라고 말해도 이해하지를 못하니까 말이야."
일레누는 그런 클레온에게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가까이 가려다가
"클레온~!"
하고, 또 다른 소녀가 그녀의 옆을 스쳐 지나가듯이 뛰어가 클레온의 비어있는 다리에 달라붙었다.
"갈라테아..."
"미안 클레온. 내가 너무 심술 맞게 굴었지...! 앞으로는 안 그럴게!"
그런, 눈에 뻔히 보이는 듯한 갈라테아의 가식.
하지만 클레온은 그런 갈라테아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알았어."
"후후~."
마치 이겼다는 듯이 웃음을 지어 보이는 갈라테아를 칼리번은 '우와...'같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숙소로 가자. 엠마의 짐을 풀어야 하니까 말이야. 쿠온은 벌써 신전에 가 있을 테니, 이니스에게 방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정신 나간 호문클루스에게...? 진심이야?"
"그래도 가사는 우리 중에서 쿠온 다음으로 잘하니까."
믿기지 않는다는 갈라테아의 말에 클레온도 이해는 된다는 듯이 대답하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불안해지는 것은 일레누의 쪽이었다.
"지금 그다지 넘겨들을 수 없는 단어를 들은 것 같은데..."
"아, 아니야. 괜찮으니까 안심해 줘."
클레온은 그런 일레누를 진정시키려는 듯이 손사래를 친 뒤, 일행을 데리고 숙소로 향하려고 하면
자신의 손을 꼬옥 잡아오는 감촉에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러자, 그곳에는 엠마가 해맑은 얼굴로 웃으면서 클레온의 손을 잡고 있었다.
"... ..."
클레온은 그 해바라기와도 같은 밝은 얼굴을 보고 무어라 할 기분도 들지 않는 듯, 말없이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아 주었다.
생각해보면, 엠마에게는 건너편의 세계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녀가 없었더라면 지금 클레온은 이곳에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엠마가 그녀와 같은 엠마인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그녀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히 있었다.
"므읏."
그러면, 그런 클레온의 마음이라도 읽은 것인지, 다른 쪽 손에는 갈라테아가 자신의 존재감을 내뿜듯이 손을 붙잡아 온다.
"그래그래. 알았어. 하지만 이렇게 달라붙어서 손을 잡고 있으면 걷기 힘드니까."
갑자기 주변에 이렇게 어려진 사람이 많아지니, 무언가 동화 속의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자신도 자주 어려지는 것이니, 이 타인이 어려지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구나, 같은 것을 생각한다.
'이대로 반대로 누가 나이를 먹어서 밸런스를 맞춘다든가... 같은 일은 없겠지.'
그런 실없는 것을 생각하면서, 양손에 어린 소녀를 붙잡고 가족 서비스를 하는 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숙소로 나아가는 클레온.
칼리아는, 그런 클레온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저렇게나 데리고 다니시는 여자분들이 많으니... 그것도 어린아이들을."
어쩌면, 헤르티에게는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닐까.
그런 것을 생각하며, 칼리아는 고개를 저으며 상사에 대해 걱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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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클레온, 돌아왔네."
그렇게 말하면서 일행을 현관에서 맞이한 것은 라일라였다.
그녀는 평소에 쿠온이 걸치는 앞치마를 대신 걸친 채, 한 손에는 빗자루, 다른 한 손에는 쓰레받기를 든 상태였다.
"청소중?"
"아 응. 뭐. 그렇지."
라일라는 무언가 의미심장한 듯이 애매한 표현을 쓰더니, 이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뒤로 돌리고 슬쩍 클레온의 뒤에 있는 처음 보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먼저 엠마에게 그리고, 일레누에게 시선이 돌아가면, 라일라의 눈은 반짝인다.
"당신이 일레누네! 처음 뵙겠어 일까? '월하의 혼혈귀'."
"...월하의 혼혈귀?"
클레온은 처음 듣는 칭호에 조금 고개를 갸웃하지만, 일레누는 그것을 듣더니 잠시 몸을 움찔하곤, 입꼬리를 올리면서 라일라에게 이야기한다.
"아아. 그렇다면 당신이 라일라 플레임워치... '홍염의 마도사'."
"홍염의 마도사? 너희들 무슨 이야길 하는 거야?"
클레온의 의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마치 잘 만났다는 듯이 악수를 나눈다.
"모르는 거야 클레온? '이명'이야 '이명'. 왕국 모험가 길드에 등록할 수 있는 이명."
"아, 아아. 그건가."
클레온도 일단은 자진 신고제로 길드에서 불리고 싶은 이명을 정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 이명을 등록하고 나면, 그것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 흠인 제도이다.
이명을 멋지게 짓는 데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2, 3년 후에는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것을 후회하는 젊은이들이 꽤 많다고 한다.
'흑마의 마검사'같은 이름으로 등록할 뻔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숨고 싶어진다.
"이전에 잡지에서 소개되었던 '멋진 이명 랭킹'의 랭크 10위 안에 있는 모험가들은 전부 기억하고 있었어. 일레누라는 이름을 듣고 혹시나 했는데, 정말로 '혼혈귀(담피르)' 였네."
"나도, 라일라. 당신의 이름을 본 적이 있어. 아마 같은 잡지겠지만 말이야."
아무래도, 둘은 그런 쪽의 취향이 맞는 것만 같았다.
다만, 클레온으로서는 라일라의 이명이 '홍염의 마도사'라는 것은 처음 아는 사실이었지만 말이다.
다들 아카데미 출신의 마법사. 마법학과 수석 같은 이름으로 부르다 보니 그런 것이겠지만.
어찌됐든, 처음 만났는데도 의기투합한 두 사람을 멍하니 클레온이 바라보고 있으면, 안쪽에서 사샤가 뛰어나온다.
"클레온 씨! 돌아오셨군...요?"
클레온이 일레누와 라일라를 바라보면서 무언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이상했던 것일까.
사샤는 잠시 발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하지만.
그 사이에
[Pya!]
더욱 울음소리가 귀여워진 그리폰이 타닷하고 바닥을 뛰어오더니 그대로 클레온에게 날개를 펼치고 달려들어왔다.
"우옷...!"
아무리 새끼라지만, 대형견의 유체 정도의 크기는 있는 그리폰이 자신의 품으로 날아들어 오면 묵직한 무게에 클레온의 몸도 휘청거린다.
"뭐, 뭐야? 클레온 너. 마수까지 기르는 거야?"
일레누는 라일라와 악수를 하다가도 갑작스럽게 자신들이 있는 쪽으로 날아온 그리폰을 보더니 조금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아아. 어제 막 부화한 참이야. 영리한 녀석이니까, 다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벌써부터 발톱을 숨길줄 알고, 사람들을 인식할 줄 아는 것을 보니, 엠마가 다칠 걱정은 안해도 될 것만 같았다.
클레온은 그러면, 자신의 옆에 서 있던 엠마를 슬쩍 내려보고, 그녀가 두 눈을 반짝거리면서 그리폰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방은 준비 됐어?"
"네. 지금 이니스 씨가 마지막으로 침대를 정돈하시는 중이에요."
클레온은 사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엠마를 돌아본다.
"그리폰을 보고 신기해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일단 방부터 들리자. 사샤, 곤잘레스를 부탁해."
"네!"
그렇게, 클레온이 들고 있던 그리폰을 그녀에게 넘기자, 일레누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클레온을 돌아본다.
"...걔 이름이 곤잘레스야?"
"...그런데?"
무언가, 그리폰이 그런 이름이라니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일레누에게, 쓸데 없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눈으로 말하는 클레온.
그도 그럴게, 그 이름을 붙인 것이 바로 눈앞에 있는 소녀 사샤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어도 자신이나 라일라가 생각했던 이름보다는 훨씬 나았다.
일레누도 그 정도의 눈치는 있었던 것인지,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넘어간다.
"후아. 아침 일찍 일어났더니 졸리네. 나는 그럼 이만 낮잠이나 자러 갈게."
"저도에요~ 그러면 클레온. 또 나중에 봐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갈라테아와 칼리번.
칼리번이야 자는 것이 일상이지만, 갈라테아까지 그러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혹시, 바깥에서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마력을 심하게 썼다던가.
같은 생각을 하지만, 우선은 엠마의 방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여, 클레온은 두 사람, 그리고 라일라와 함께 이니스가 정리하고 있을 방으로 향한다.
그러자
"흥흐흥"
콧노래를 부르면서, 사용하지 않던 방을 깔끔하게 정리해 놓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는 이니스가 보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나면, 그녀는 곧바로 입구를 돌아보고 클레온을 보자마자 목소리를 높였다.
"파파! 일찍 왔네? 어라, 그 뒤에 있는 여자아이가 엠마야?"
"파파...?"
일레누는 이번에야말로 의심스럽다는 얼굴로 클레온을 바라보지만 클레온은 엠마에게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일레누에게는 아니라고 부정하기 위해 바쁘게 머리를 움직였다.
"그녀는 내 호문클루스야. 재료에 클레온의 일부가 들어가서 저렇게 부르는 거고."
"일부라니 정읍!?"
그대로 있는대로 말해버리려고 하는 이니스의 입을 강제로 확실하게 틀어막아버리는 라일라.
"애 있는 앞에서 무슨 소리야!"
덕분에 언제나 처럼 입을 벌릴 수 없게 된 이니스가 읍읍대고 있으면, 클레온은 그녀가 정리한 방을 둘러본다.
침대나 가구 같은 것들은 원래 있던 것이니 어쩔 수 없지만, 문고리나 가구의 모서리 등에,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부드러운 재질의 덮개가 끼워져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이니스의 가사능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쁘지... 않네."
이니스도 클레온의 시선을 따라서 방을 훑어보고 나면,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겠지.
"엠마를 맡기기에는 안심이려나?"
"...저주를 풀 때까지는 아니야. 하지만. 나와 지내는 것보다야. 제대로 돌봐줘야 해. 어른이 되면 잊어버릴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건 바로 지금이니까."
일레누는 그렇게 클레온에게 당부하듯이 이야기하면, 그다음에는 엠마에게도 이야기한다.
"엠마. 오늘부터는 한동안 이 아저씨의 집에서 지낼 거야. 여기가, 오늘부터 엠마 방이야."
"와아...! 이렇게 넓은 방 써도 되는거야? 그럼 일레누도 같이 지내는 거야?"
"어? 아니, 나는..."
엠마의 이 질문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일레누가 당황해 하면 클레온을 돌아본다.
하지만, 클레온으로서도 어깨를 으쓱할 수밖에 없었기에, 일레누는 다시 한숨을 내쉬며 엠마에게 눈높이를 맞추어 설명을 이어나갔다.
"으응. 아니. 나는 원래 지내던 방에서 계속. 이곳은 아저씨의 집이고, 엠마랑 일레누가 둘 다 지내기에는 조금 어려우니까 말이야."
"그럼, 나 일레누랑 같이 있던 원래 방이 좋아."
잠깐의 고민도 없이 그렇게 대답하는 엠마.
일레누는 역시 그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당황해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하지만, 이곳이 더 넓고... 엠마도 밤에 혼자 있지 않아서 좋잖아."
"나, 일레누 기다리는 거 좋아하니까 혼자 지내는 것도 괜찮아... 그러니까, 일레누랑 같이 지내고 싶어."
"으..."
도와달라는 듯이 다시 한 번 클레온을 돌아보는 일레누이지만, 거기서 라일라가 목소리를 낸다.
"뭐야. 그러면 역시 일레누도 여기서 지내는 게 좋겠네."
"읍읍으!"
뭐라고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겠지만 '맞아요'라고 하고 있는 것일까.
라일라와 이니스의 말에 일레누는 당황한 듯이 고개를 저으려다가
"어제 리오넬 씨가 말했잖아. ...나도 다른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아서 이곳까지 올 수 있었어. ...특히 일레누. 네게는 목숨의 빚이 있고. ...그걸 돌려준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거야?"
"그, 그건..."
일레누는 클레온의 말에, 과거 함께했던 흡혈귀 사냥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겠지.
어제, 자신이 리오넬의 호의를 받아들인 것을 떠올리면, 클레온에게만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는 것은 오히려 그를 의식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혼자서 고민에 고민을 반복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네."
결국 클레온의 제안을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레누도 여기서 지내는거야?"
"응.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 ...설마, 여기까지 내다보고 넓은 방을 준비한 건 아니겠지?"
"그럴리가. 이 집은 방 크기가 다 똑같아."
클레온은 일레누의 의심에 어깨를 으쓱인 뒤 대답할 뿐이었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만. 뭔가, 형편 좋게 속아 넘어간 느낌이네."
일레누의 표정은 미안함 반, 그리고 고마움 반으로 뒤엉켜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것은 이차원의 틈에서 보았던 죽음의 여신. 그녀의 얼굴이다.
일레누와 그녀는 결국 뿌리는 같은 인물.
얼굴이 다르거나 하는 것은 이상한 이야기였지만
"...그렇지. 사실은 한 명 더 만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었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클레온은 문득 떠올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일레누에게 이야기한다.
"만나게 해주고 싶은 사람?"
"응. 아마, 일레누는 처음이겠지만... 그쪽은 일레누를 알고 있거든."
"의미심장한 말인데... 아, 혹시 라일라 처럼 이명으로 알고 있다던가? 그 사람도 멋진 이명을 가지고 있는 거야?"
클레온은 일레누의 말에 잠시 두 눈을 깜빡이다가 고민하듯 턱에 손을 올린다.
"...세인트 프린세스...?"
"클레온. 그거 이명이 아니라... 아니 맞나. 모험가 소속이 아닐 뿐이지."
라일라도 클레온의 이야기를 듣고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가도, 이내 일리가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레누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하지만, 클레온은 그런 그녀를 두고 '불러오겠다'고 말한 뒤 몸을 돌려 엠마의 방을 나선다.
'그러고보니 아멜리아. 어제저녁부터 조금 들떠있는 것 같았지. 건강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방에서 잘 나오지 않는 것은 이유가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클레온이 아멜리아의 방으로 향한 뒤, 닫혀있는 방문에 노크하자 안쪽에서 아멜리아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클레온?"
"응. 일어나 있었구나. 일레누와 엠마가 왔어. ... 우리가 아는 두 사람과는 다른 사람들이지만, 일단은 그래도 만나보는 편이 좋은 것 같아서."
"두 사람이! 잠시만요, 금방 나갈게요!"
그렇게 말하자, 잠시 안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방문이 열린다.
그러자 그곳에는 13살 정도로 되어 보이는 아멜리아가 순백의 옷을 입은 채로 클레온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하지만 그것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리 없었다.
"... 아멜리아. 뭔가 키가 큰 것 같은데? 조금 나이가 든 것 같기도 하고."
"... 역시 알아보는군요."
그런 클레온의 말에 아멜리아는 조금 기쁜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잠시'라고 말하더니 다시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문을 열면 10살의 아멜리아로 돌아가 있었다.
"...아멜리아, 방금 그건?"
"새로운 힘을 조금 시험해보고 있던 거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헤헤."
아멜리아는 베시시 웃어 보이면서 클레온에게 다가가 그 손을 잡는다.
"클레온. 혹시 괜찮다면, 오늘 오후는 저와 함께 아스테리스를 둘러보지 않을래요?"
"...괜찮은거야? 혹시라도 왕국에서 온 사람이 있더라면."
"걱정마세요. 아까처럼 제 몸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이용하면, 알아보지 못할 거에요."
아멜리아는 자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클레온도 그녀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이라고 생각한 뒤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드디어 기운을 차렸다면 다행이지만 말이야.'
클레온은 그녀의 변화가, 단순히 왕국에서 있던 일에 대한 상처를 털어내고,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지만
아멜리아는 그런 클레온의 생각보다도 훨씬 더 치밀한 계획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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