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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496화 (496/506)

〈 496화 〉 이론과 묘지

* * *

000

일레누와의 이야기가 끝난 오후는, 그렇게까지 바쁜 일은 없었다.

엠마와 사샤는 정원에서 그리폰과 열심히 놀아주고 있었고, 쿠온은 아직 신전.

일레누는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잠들어, 밤에 일을 나가기까지 휴식을 하는 중이었다.

라일라는 엠마가 혹시라도 다치는 일이 있을까 봐 그들이 잘 보이는 거실에 나와 있는 상태.

그러면서도, 한가지.

일레누가 잠들기 전에 했던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러고 보니 저 방은 사용하고 있는거야? 뭔가. 안쪽에서 흑마력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일레누가 가리켰던 것은­ 숙소에서도 가장 안쪽의 방.

바로, '릴림'이 잠들어있는 방이었다.

릴림은 이 동방국에 오고 나서도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쿠온과 클레온이 번갈아가면서 상태를 보고 있었지만­ 몸의 상태는 완전히 회복되어 있었어도 안쪽에 무언가 자물쇠라도 걸린 것처럼.

그녀의 인격이 표면으로 떠오르기까지에는, 무언가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경우, 기억은 돌아와 있지만 몸은 여전히 인간이야. ...그런데도 긴 시간이 흘렀는데 몸이 쇠약해져 가는 것 같은 증상은 보이지 않아.'

라일라는 그런 부분에서 역시 위화감을 느끼고 있겠지.

릴림은 실험 때문에 악마화하여 인간을 초월한 전생자이다.

본래 흑마의 일족이었던 그녀는 그러한 존재로 전생할 자질이 높았던 것도 있었겠지.

그렇다면, 봉인한다고 해서, 그 봉인이 완벽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인간의 마력은 감정에 의해서 크게 변화한다.

그리고, 그 감정에는 당연하게도 '기억'의 부분이 관여하는 부분이 넓은 것이다.

기뻐했던 기억. 분노했던 기억. 슬퍼했던 기억. 즐거웠던 기억.

인격을 형성하는 기억이 감정의 파장을 요동치게 하고, 마력의 파장을 함께 변화시킨다.

그리고­ '악마'는 실체를 가지지 않는 마력형성체.

마력의 파동이 요동치면, 다른 존재에 비해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

그녀가 본래의 '릴림'으로서의 모든 기억을 되찾게 되면서, 그녀를 '인간'으로 고정해두었던 봉인에 적지 않은 영향이 갔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라일라가 내린 '가정'은­

'릴림은... 다시 한 번 악마로 우화하려고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라는 것.

그 부분을 눈치챈 것은 파티 안에서도 아직까지는 자신밖에 없다.

허나, 다른 이들도 머지않은 시일 내에 그 사실을 눈치채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특히 아멜리아의 경우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겠지.

물론. 악마라고 한다면 처단 후 역소환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것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것이 정말로, 최선의 방법이라고 한다면의 이야기지만 말이야.'

하지만, 악마라는 것은 현실에서의 육체가 붕괴, 파괴되더라도 지옥으로 소환되었다가 소환자만 있다면 다시 소환될 수 있다.

이슈탈과 아스타로테가 붕괴한 지금, 어쩌면 릴림이 재소환 될 확률은 지극히 낮을 수 있지만­

강력한 악마들은 지옥에 있는 동안에도 의지만을 이쪽 세계로 보내서 자신을 소환하도록 인간들을 유혹하고는 한다.

클레온에 대한 집착을 가진 릴림이,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도, 보장도 존재하지 않는 지금.

자신들이 관리할 수 없는 '지옥'으로 보내버리는 것은, 그다지 상책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시 봉인하는가?

그렇기 위해선 '머큐리'를 불러올 필요가 있다.

수정협곡 지하연구소에 있을 트리스 메기스토스의 인공정령.

지금은 살아있는 육체를 손에 넣었기에,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문제가 있다면 그곳이 왕국이며, 이쪽에서 연락을 취할 방법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과.

봉인을 행하는 것으로, 결국 문제를 한 번 더 뒤로 미루는, 부채의 돌려막기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근본적인 해결을 해야 해. 그걸 위해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머리에 손을 짚고 끙끙대면서, 노트와 마도서를 펼쳐 놓은 뒤 이런저런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하나하나 부정하면서 지워가며.

릴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론을 몇 번이고 세웠다가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던 도중 정원에서 퍼드덕­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생각하면, 라일라는 그리폰의 것과는 다른 날갯짓 소리에 위화감을 느끼며 그쪽을 돌아보았다.

그러면, 그곳에는 슈뢰딩거가 그 작은 날개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하늘에서 내려와 거실로 들어와 라일라에게 다가온다.

"헥...헥... 빨간머리 누님! 형씨 있어?"

"혼자서 어디 갔던 거야? 클레온이라면 조금 전에 아멜리아와 함께 외출했어. 가족 서비스지."

"뭐어!? 아니 왜 이렇게 엇갈리는 거야 진짜...!"

슈뢰딩거는 더는 나는 것은 지쳤다는 듯이 책상 위에 올라오더니 라일라를 보면서 이야기한다.

"꼭 전달해야 할 내용이 있어. 누님은 형씨랑 '텔레파시'로 이야기할 수 있지?"

"뭐... 그렇지."

라일라가 고개를 끄덕이면, 슈뢰딩거는 자신이 오늘 오전동안 겪었던 일을 이야기 한다.

갈라테아와 칼리번을 따라가서 보았던 일, 그리고 돌아오려다가 이상한 여자에게 붙잡혔던 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집에서 보았던, 장신의 여성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가난한 소녀와, 피를 뽑고 돈을 주는 여자라... 무언가 냄새가 나긴 하네. 그런데 그게 클레온에게 전달할 정도의 일이야?"

"당연하지! 왜냐하면, 그 여자는 바로 다윈이니까!"

"... ... 다윈이 아스테리스에 있단 말이야!?"

그 이야기를 듣고 잠시 멍한 표정이 되었던 라일라는 당연하게도 벌떡 일어나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마에 손을 올리고 눈을 감으면서 클레온을 향해 텔레파시를 보낸다.

[클레온! 큰일이야! 지금 왕도에 회귀자의 간부인 다윈이...]

[... ...]

[...클레온?]

클레온을 부르더라도 돌아오지 않는 목소리.

뻗어나가 있는 마력의 줄을 잡고 나아가다 보면, 도중에 그 마력의 줄이 희미해지더니 서서히 보이지 않게 되어서 목소리가 닿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클레온, 아멜리아와 함께 대체 어딜 간 거야...?"

"뭐야, 연락이 닿지 않는 거야...? 큰일인걸... 어쩌면 다윈과 만났을지도 몰라...!"

"──좋아. 그러면 찾으러 나가보자."

라일라가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뻗으면 허공에서 붉은색의 마법사 망토가 나타나 그녀의 몸에 걸쳐진다.

"사샤! 잠깐 나갔다 올게. 엠마랑 그리폰 잘 보고 있어!"

"어? 아, 네!"

갑작스러운 라일라의 부름에 몸을 움찔한 사샤는 이내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힘차게 대답했다.

라일라와 슈뢰딩거는 그 발로 정원에 나가더니, 곧장 하늘을 향해 날아올라, 클레온을 찾으러 가는 것이었다.

001

시간을 조금 되돌려서, 클레온과 아멜리아가 숙소를 나선 직후의 이야기이다.

아멜리아가 성장한듯한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는 칼리아를 뒤로하고, 암룡 상회의 건물 바깥으로 나오면 클레온은 아멜리아를 돌아본다.

클레온의 옆에 있는 아멜리아는, 원래의 아멜리아에서 3살 정도 나이가 올라간 모습.

아직은 원래의 아멜리아로서의 면모가 조금 남아있었지만, 몸에 걸치고 있는 동방국 풍의 흰색의 옷과­

땋은 머리를 하고 있으면 그녀의 '왕녀로서의 기품'에 '활달한 소녀'같은 분위기가 더해져서 그녀의 매력이 더욱 증폭되는 것만 같았다.

"괜찮나요?"

"아아. 문제없어."

그렇게 말하며, 클레온은 손에 들고 있던 삿갓을 그녀에게 건네준다.

이 동방국에서는 남성도 여성도 구분 없이 착용하는 물건으로, 햇빛을 가리는 용도도 물론 있었겠지만.

바깥에서 보면, 얼굴 위쪽 절반이 가려지는 크기이기 때문에, 눈가를 가리는 데에 쓰이기도 한다.

아멜리아가 그것을 써서 조심스럽게 턱 끈을 묶어내면, 겉으로 보기에는 동방국의 귀한 집 자제 정도로밖에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조금 아쉽네요. 기껏 이런 모습이 되었는데, 클레온에게 잘 보이지 않게 되니까요."

삿갓을 쓰고 나면, 키가 클레온보다 작은 아멜리아로서는, 그가 고개를 돌렸을 때 삿갓 부분 밖에 보이질 않게 된다.

동방국의 수도라고 해서 방심할 수만은 없는 것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걱정하지마. 제대로 보고 있으니까."

"──"

하지만, 클레온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아멜리아는 두 눈을 깜빡이다가 볼을 조금 붉혔다.

물론, 그것이 '애정'이라던가 그런 의미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보호자로서의 발언이라는 것 정도는 아멜리아 본인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착각하게 하는 대사를 듣고 나면, 손이나 발끝이 간지러운 감각과 함께, 헛기침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 그러면 가보도록 해요. 사실은, 가보고 싶은 곳은 정해 두었거든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꺼내 든 것은, 작은 책자이다.

표지에 쓰여 있는 것은 '처음이라도 걱정 없는 아스테리스 관광 가이드'.

왕국어로 씌여있는 것에서, 관광객들을 위한 물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 아스테리스 남쪽에 있는 이곳에 가고 싶어요."

라고 말하면서, 그녀가 책자를 보여주면서 가리키는 것은­

아스테리스 공동묘지였다.

"... ...공동 묘지를?"

"...네!"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하길래, 유명한 관광명소나, 신전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그런 곳을?

"이곳에는 이전의 대전에서 왕국을 도와 제국과 싸웠던 분들을 기리는 위령비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곳에 들려보고 싶어서요."

아멜리아의 그런 말에 클레온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그러면, 우선 그곳에 들려보도록 하자. 혹시 또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미리 생각해 줘."

"네. 고마워요 클레온."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인 아멜리아는 클레온의 곁에 붙어 함께 길거리를 나아간다.

그러면­ 그녀의 머릿속에는 또 다른 아멜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잘했습니다 아멜리아. 아스테리스의 공동묘지는 그 음산한 분위기 때문에 연인들이 자주 찾아가는 장소라는 정보를 미리 수집해 둔 것이 좋은 수였군요.]

그래. 아멜리아가 공동묘지에 가자고 한 것은, 물론 그 위령비에 찾아가 영혼들을 위해 기도를 할 생각인 것도 있었다.

아니, 그 부분은 진심이라고 하더라도 거짓말이 아니겠지.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의 안에 있는 또 하나의 아멜리아.

분리된 자아의 아멜리아는, [두근두근 거리 좁히기 계획]을 수립하여 아멜리아에게 제안한 것이다.

바로, 심령스폿. 무서운 장소에서 연인들끼리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계획.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 늘어진 그림자, 음산한 안개.

[베스트 플랜은 '꺄악!'하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클레온의 팔을 붙잡고 밀착하는 것입니다.]

[그... 너무 그런 말을 하지 말아 주세요. 정말로 저는 위령비를 찾아가고 싶은 것이니까요.]

자신의 또 하나의 자아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에 아멜리아는 조금 불편하다는 듯이 이야기하지만, '훗'하고 목소리가 돌아옵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종합적 자아인 당신의 결정. '클레온과 거리를 좁히고 싶다'라는 부분에 관해서는 저의 어드바이스를 전적으로 신뢰하시면 됩니다.]

[신뢰하라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당신도 저잖아요?]

[... ...]

아멜리아에게 털이 나 봤자 아멜리아.

연애에 관해서 허접한 것은, 어느 쪽이든 똑같을 것이라는 '아멜리아'의 판단.

[하지만 제가 더 적극적이죠.]

[... ...]

그 말은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걷다 보면­

"아멜리아."

"... 네?"

옆에서 클레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아멜리아는 그의 목소리에 대답한 순간, 주변에서 느끼는 시선, 그리고 기척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설마, 제 정체를 알아본 사람들일까요?"

"아니­ 이건 아무래도. 나를 노리고 있는 것 같은데."

클레온은 조금 눈쌀을 찌푸리며,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존재들의 정체에 예상을 해보지만.

특이하게도, 적의가 느껴지지 않는 것에 의문을 느끼면서 우선은 움직이는 발을 멈추지는 않는다.

"...사람이 적은 곳으로 이동하자. 이대로, 공동묘지까지."

"네."

클레온의 말에, 아멜리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녀의 안에는 자신들의 계획을 방해하려는 의문에 존재들에 대한 약간의 분노를 느끼는 것이었다.

[버, 벌써 계획이...? 이건 내 데이터에는 없었는데...!]

002

클레온과 아멜리아가 아스테리스의 안을 움직여 공동묘지로 향하면, 묘지의 입구에 가까이 갈수록 주변에 펼쳐진 '안개'가 짙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음산한 기운... 영맥으로 흘러들어 간 망자의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인가."

"묘지라고 하면, 이차원의 틈에서 보았던 일레누 씨의 영역이 기억나네요... 그곳은 이곳처럼 음기가 가득하지는 않았지만요."

아멜리아의 말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슬쩍 뒷쪽을 돌아본다.

아직까지 사람들이 있었지만, 기척은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까지 쫓아올 생각인 것인지... 하지만 저쪽도, 주변에 사람이 줄어들면 모습을 드러낼지도 몰라. 아멜리아. 전투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네."

클레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묘지의 입구­ 경계선에 발을 내디딘 그 다음 순간.

클레온과 아멜리아는 자신들이 '결계'를 통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계?"

"...이건, 저희를 쫓아오는 이들이 펼친 걸까요?"

클레온은 아멜리아의 말에 입구를 경계로 펼쳐진 결계의 마력을 확인하지만, 그것이 자신도 잘 알고 있는 마력의 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이 마력은 알고 있어. 신전­ 무녀들의 마력이야. 아마, 이 묘지에 쌓여있는 음기에 섞여서 망령이 흘러나오지 못하도록 펼쳐둔 것이겠지."

클레온의 말에 아멜리아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

다음 순간. 그들의 앞을 가로막듯이, 세 그림자가 나타나 클레온과 아멜리아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

그들은, 몸 전체를 검은 모포로 감싼 채, 머리에 삿갓을 깊게 눌러쓰고, 허리춤에는 긴 장도를 걸치고 있었다.

삿갓 밑으로 펼쳐진 긴 머리카락이나, 가벼워 보이는 몸놀림으로.

그 셋이 전원, 여성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어디에서 어딜 보더라도, 민간인으로는 보이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아멜리아는 조심스럽게 손을 펼치면서 전투를 준비하려 한다.

"...걱정하지 마시길. 저희는, 아멜리아 칼데아리스 님과, 클레온 님을 적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중 대표라고 해야 할까.

세 사람 중 가운데에 서 있던 여성이 양손을 들어 올리며 이야기 한다.

거기서, 그녀들이 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눈치챈 클레온은 그녀들에게 질문하는 것이었다.

"...너희들은?"

"저희는 동방국 왕궁의 '은밀기동부' 소속. ...즉. 동방국 소속의 '첩보부대'입니다."

클레온은 그 말에 눈을 크게 뜬다.

"...미염공의 부하들. 이라는 것인가?"

"소속으로는 그렇습니다만. 저희는 미염공이 아닌, 다른 분의 명령을 받아 행동합니다."

왕궁 소속인데? 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클레온의 머리속에 떠오르지만, 그들에게도 사정이라는 것이 있겠지.

"...그래서. 그 은밀기동부가 어떤 일이지?"

클레온이 조심스럽게 그녀들에게 다시 한 번 질문하면, 그들은 아멜리아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한다.

"...우선은, 아멜리아 님께서 원하시던 대로, 위령비로 가도록 하지요. 저희들이 전달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왕국과 동방국. ...그리고 제국에도 큰 관련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제국에도­?"

아멜리아는 그녀들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지만, 클레온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좋아. 그럼. 거기서 이야기를 듣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면, 클레온은 아멜리아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걱정하지 마 아멜리아. 그녀들은 적이 아닐뿐더러... 혹시라도 무언가 하려고 하면. 내가 지켜줄 테니까."

그녀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이야기 하는 클레온.

아멜리아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녀가 그렇게 된 것은 딱히 그녀들을 위협으로 느껴서가 아니라.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다른 플랜을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어... 그러니까... 으응...]

머리속에서 당황해서 오버플로된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기 때문이었다.

'하아... 아무래도, 오늘은 틀린 것 같네요.'

아멜리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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