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500화 (500/506)

〈 500화 〉 극약과 부적

* * *

000

리오메스로부터 대략적인 클레온과 그 일행들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타마모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일행들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과연. 그렇다면 그쪽의 여장 변태가, 요즘 들어 이 대륙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는 마검사로구나."

햐햣 하고 특이한 웃음을 내뱉으면서 클레온을 부채의 끝으로 가리키는 그녀의 말에, 클레온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여장이 아니라, 여자로 변신하는 마법을 사용한 거다."

"그쪽이 더 변태 같은데...?"

"... ..."

잘 생각해보면, 확실히 그렇다는 느낌이 들어 부정할 수 없게 된 클레온은 그대로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것이었다.

"뭐. 하지만 여장만으로는 유곽의 문을 통과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리오메스가 옆에 있더라도, 법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 낮에 이곳을 돌아다닐 수 있는 남자라고 한다면­"

타마모는 촥, 하고 부채를 펼쳐 자신의 입가를 가린다.

"남자로서의 기능을 잃은 불쌍한 녀석들, 혹은 나이도 차지 않은 어린 가여운 소년들 정도인가."

"소년들이 유곽에서 일한다고요...?"

아멜리아가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면, 사샤 역시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그건 그러니까..."

아멜리아와 사샤­ 어린 두 사람의 의문에 라일라가 얼굴을 밝히면, 클레온도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과연, 부채의 뒤에 가려진 타마모의 입은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나, 나에 관한 이야기는 이제 괜찮겠지?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최근 들어 이 구역에 나타났을 '제국의 잔당'­ 흑거성 폴투크에 관한 정보이다."

"흑거성 폴투크... 아아, 이름은 들은 적이 있군.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말이야... 헌데, 이미 죽은 녀석 아니던가? 왜 그런 녀석을 이 유곽에서 찾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는걸?"

타마모는 잘 모르겠다는 듯이 이마에 부채를 접은 상태로 톡, 톡 두드리면서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클레온은 그런 그녀의 입가에 그려진 미소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 태도는, 도저히 모르는 사람의 반응이 아닌데."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타마모는 일부러라는 듯이 '어이쿠'하고 목소리를 흘리고는 다시 한 번 부채를 펼쳐 입을 가리는 것이었다.

"타마모 님, 알고 계신 것이 있으시다면­"

리오메스가 클레온을 돕기 위해 입을 열지만, 클레온은 그런 그녀를 막듯이 어깨에 손을 올리며 고개를 젓는다.

이 타마모라는 요호는, 아무리 상대가 리오메스­ 자신의 제자이며 동시에 동방국의 왕인 미염공의 장녀라고 하더라도­

그녀 역시, 이 유곽의 실세인 아인들의 정점에 서는 자로서, 머릿속에서 주판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겠지.

"원하는 게 뭐지?"

클레온이 단도직입적으로 타마모에게 그렇게 질문하면­

"아아. 별로 심술을 부릴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쪽도 조금 곤란해져서 말이야."

타마모는 입가를 가린 채로 미간 사이에 주름을 만들고는, 성가신 상황이 되었다는 대답했다.

"곤란해졌다고?"

"그래. 그대들이 찾고 있는 제국 녀석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야기지만­ 최근들어서 폭주하는 어린 동족 녀석들이 많아졌다고 해야 할까."

그녀의 말에 반응하는 것은, 리오메스의 쪽이었다.

"...그런 보고는 왕궁에는 올라오지 않았는데요..."

"당연하지. 폭주하는 요호들에 대한 것은, 우리들이 처리한다. 그런 약조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폭주하는 아해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기껏해야, 일주일 정도일까."

리오메스는 타마모의 말에, 무언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지만, 우선은 그런 사소한 것을 따지기보다도­

정말로, 요호들의 폭주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면, 그 부분의 해결책에 관해서 이야기 할 필요가 있었다.

"원인이 폴투크에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

"아아. 물론.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런 말을 꺼낼 리 없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옷의 품에서 무언가 작은 유리병을 꺼내 들어 보였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검고 반짝거리는 가루로, 마치 사철조각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건?"

"이것이 요즘, 이 유곽에 돌아다니고 있는 약이다."

"...약?"

사샤가 고개를 갸웃하면, 클레온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대답한다.

"─물론, 몸에 좋은 약은 아니겠지."

"햐햣! 그래, 물론이다. 내 입에서 '약'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면, 대부분이 '나쁜 약'을 가리키는 것이니까 말이야. 이것은, 두 가지 약을 혼합하여 만들어진 '극약'이라고도 할 수 있지."

"뭐... 마약이 유통되는 것은 어느 나라의 뒷세계나 마찬가지니까."

라일라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지만, 클레온은 그 약을 바라보면서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알겠다는 듯이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제국산의 약이로군."

"정답이다. 블랙 메이커와 소울 인쥬어를 혼합해서 만들어진­본래라면 인간이 사용하는 순간 100% 죽음에 이르게 될 끔찍한 녀석이다."

아멜리아도 사샤도, 그 이야기를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가를 가린다.

"하지만... 그런 약이라면 사용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 약을 사용해도, 결국 사용자가 죽게 된다면, 폭주가 일어날 일도 없을 것 같은데요."

리오메스가 당연한 의문을 품고 그렇게 질문하면, 타마모는 조용히 고개를 젓고 대답했다.

"말했잖느냐. '인간이 사용하면 죽는다'고. 우리들 요호라면, 이 약을 '한 번'은 견뎌낼 수 있다."

이번에는 클레온과 라일라가 동시에 눈을 찌푸리는 것이었다.

"우리들 요호에 관한 것은, 리오메스에게 어느정도 들었겠지?"

"아아. 주술이 특기인 여우 수인들이라고. 그리고­ 마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남자와 몸을 섞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유곽을 만들어 생활하고 있다는 것도 말이야.

클레온의 대답에 타마모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에 들고 있던 병을 바닥에 놓고 이야기한다.

"그래.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대의 요호들에 과한 이야기다. 과거의 요호들은 스스로 마력을 만들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군. 그렇기에, 일방적인 포식자의 위치에서 수많은 종족을 학살하고, 지배했던 종족이었다고 말이야."

"...요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그런 역사 때문이죠."

리오메스는 타마모의 말에 조금 어두운 얼굴이 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그것도 오래전의 이야기이고."

"물론. 다만­ 그렇게 된 것은, 우리들 요호들이 체내의 마력기관을 활성화하고, 강화하는 의식의 방법이 유실되었기 때문이니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그 훌륭한 꼬리를 움직여 자신의 앞쪽으로 가지고 온다.

"우리들 요호의 마력기관은 바로, 이 꼬리. 꼬리가 많은 자일수록, 더욱 많은 마력과 강대한 주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전승이 내려오고 있지."

사샤는 그 말에 자신의 꼬리가 여러 개로 늘어나는 상상을 하지만, 여우의 꼬리가 아닌 평범한 개 꼬리가 늘어나 봐도 이상하게 보일 뿐이라 생각하고 고개를 붕붕 젓는 것이었다.

"요호의 꼬리는 그만큼 중요한 것이지만... 블랙 메이커와 소울 인쥬어가 합쳐진 이 약을 사용하면, 강제적으로 꼬리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윽고 타마모의 입에서 터져 나온 말에, 라일라가 휙 하고 손을 들어 올리며 손바닥을 보인다.

'멈춰'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로 나머지 한쪽 손으로 눈 사이를 짚은 다음 잠시 침묵하다가.

"아니. 역시 모르겠어. 어째서 그런 일이 가능하단 거야? 블랙 메이커는 흑마의 일족의 피를 이용해서 만든 '마력기관을 폭주시키고, 흑마력에 오염되게 만드는 약'. 그리고, 소울 인쥬어는 '영혼을 상처 입히는 약'이야. 그 두 개를 동시에 복용하는 게, 어째서 '요호'들의 강화로 이어진다는 거야...?"

"이론 따위는 모른다. 실제로 그렇게 되는 모습을 보았으니,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뿐. 어쩌면 그 유실된 의식이라는 것이 요호의 영혼을 상처입히는 것일지도 모르지."

타마모는 라일라의 말을 가볍게 이렇게 받아치고는, 클레온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한다.

"우선은. 이 약을 사용한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분명히 너희들이 그 제국 녀석을 잡으러 갈 때, 방해가 될 거다. 녀석들은 낮에는 다른 요호들 처럼 숨어지내지만, 밤이 되면 따로 떨어져 나와 있는 남자들을 습격하여 죽기 직전까지 정을 빨아들인다."

"아직 죽었다는 사람이 나왔다는 일은 없는 거군요...?"

"그래. 우리들이 어떻게든 대응하고 있지만. '독을 해독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타마모는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턱에 부채를 가져갔다가 클레온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거기서.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지."

"──. 설마 각인을 쓰라는 건가?"

클레온의 말에 리오메스를 제외한 일행은 '움찔'하고 몸을 떨었고, 타마모는 바로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잠깐! 바로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이 녀석의 각인은 모든 것을 맘대로 할 수 있는 편한 능력이 아니라구!"

"마, 맞아요! 게다가, 각인을 새긴다는 것은, 그렇고 그런 일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라일라와 사샤가 반발하면서 몸을 일으키자, 타마모는 두 눈을 깜빡이더니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뭐, 뭐가 우습다는 거야?"

"아니. 뭐,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절조 없이 몸을 섞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보니, 꽤나 '순수하구나'라고 생각해서 말이다."

"그렇네요~"

리오메스도 타마모의 말에 동의하면, 라일라는 싫다는 표정이 되면서 두 사람에게 이야기한다.

"그건 너희 둘이 그냥 비치인 것 뿐이잖아..."

사샤 역시 라일라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애초에 폭주한 녀석들과 몸을 섞으면 일방적으로 정을 빼앗겨서 각인을 세길 수 조차 없을테니."

"그러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죠?"

아멜리아가 고개를 갸웃하자, 타마모는 웃음을 지으면서 금색으로 빛나는 부적을,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만들어내듯이 뽑아내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부적?"

라일라가 그것을 바라보고 정체를 바로 파악하자, 타마모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네 녀석에게는, 이 '부적'에 각인을 새겨줘야겠다!"

"... ..."

클레온은 잠시 타마모와 부적을 번갈아 보다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아닌 것에 지배의 각인을 새기란 건가? 그런 일은 해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즉, 클레온이 물건에 그렇고 그런 짓을 해야 한다는 말이 되니까.

하지만 라일라는 잠시 생각하는 눈치를 보이더니 클레온에게 이야기한다.

"아니.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야. 생명이 아닌 마력체에 각인을 새기는 거라면, 이미 클레온도 해봤잖아."

"...내가?"

클레온 본인도 모르는 일을, 어떻게 라일라가 알고 있는 것인가.

하고 그녀를 돌아보면 라일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갈라테아와 칼리번. 그 둘은 '인간'도 '생명'도 아니잖아?"

"─아."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잊고 있었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면서 탄성을 내뱉었다.

확실히­ 확실히 그렇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인간보다도 인간처럼 행동하는 둘이어서 잊고 있었지만, 양쪽 모두 성검과 마검을 핵으로 하는, 마력체.

살아서 숨을 쉬고 움직이는 유기체­ 즉 생명체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둘이 '인간처럼 생겼으니까', 각인을 새긴다는 발상에 다다른 것이겠지."

라일라는 이어서, 클레온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클레온이 저 부적을 가지고 자가발전을 해도, 각인을 새기는 것은 어려울지도 몰라."

라일라의 입에서 '자가발전'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아멜리아는 얼굴을 붉히는 것이다.

"보고 싶어요!"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리오메스를 클레온은 진심이냐는 듯이 바라본다.

"햐햣! 재밌는 녀석들에게 둘러싸인 재밌는 녀석이구나. 걱정하지 마라. 부적에 각인을 새기는 데에 필요한 행위에는 사람이 개입하더라도 문제가 없으니까 말이야. 그렇지 리오메스?"

"... ..."

클레온은 타마모의 말에 눈을 가늘게 떴다.

라일라는 입을 다물었고, 사샤는 고개를 갸웃한 뒤, 아멜리아는 얼굴을 양손으로 감싼다.

그리고 리오메스 역시 두 세번 눈을 깜빡이더니 '아~'하고 알겠다는 듯이 탄성을 내뱉는 것이었다.

"그렇네요!"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만면의 미소를 띤 상태로 타마모에게서 금색 부적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다른 한쪽으로 클레온의 뒷덜미를 잡는 것이다.

"잠깐!?"

"안쪽의 방, 조금 빌릴게요 타마모 님."

클레온의 '멈춰'를 무시하고, 리오메스가 타마모에게 그렇게 이야기 하면.

"그래. 마음대로 하여라."

타마모는 손쉽게 그것을 용납하고는 부채를 펼쳐 자신의 입가를 가리는 것이었다.

뚜벅뚜벅 걸어가서 방문을 열고 클레온과 함께 사라져 버리는 리오메스와 클레온.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채 어색한 침묵에 휩싸인 세 사람과 타마모.

타마모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햐햐햐햐햐!!"

하고 특이한 웃음을 크게 터뜨리더니 손으로 바닥을 치면서 웃어 재끼는 것이었다.

"우, 웃을 일이 아닌 거 같은데요..."

"아니. 하지만 너희 반응이 너무 웃기잖느냐... 왜, 저 장지문에 손가락으로 구멍이라도 내서 훔쳐 볼 테냐?"

"그, 그런 짓을 누가 해!"

라일라가 버럭 하고 목소리를 높이면, 타마모는 큭큭 하고 웃음을 겨우 참아내면서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다시 한 번 입을 다물었다가­ 조금 날카로운 표정이 되어서 세 사람을 향해 이야기한다.

"...녀석이 없는 동안 이야기를 해야겠군."

"...─무슨 이야기?"

라일라가 그녀의 진지한 태도에 잠시 눈을 크게 떴다가,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되묻는다.

"물론. 마검 황제와 그 충복들에 관한 이야기지."

타마모는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 조용히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세 사람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