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3화 〉 몽환탑과 화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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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온과 리오메스가 뒷쪽 방으로 들어가고 나면, 타마모는 부채를 탁. 하고 접은 뒤 나머지 일행들을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검 황제... 그 녀석은, 우리들에게 있어서도, 큰 적이었다. 아니. 이 대륙에서 그와 적이 아니었던 인간은 제국인과 그들에게 협력했던 '소수 부족'들을 제외하면 없다고 보는 편이 좋겠지."
타마모의 그 말에, 라일라도 아멜리아도 고개를 끄덕인다.
클레온과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그들 역시 마검 황제를 비판하는 것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뭐. 당연한 이야기지. 대륙 최고의 개새끼라는 별명은, 허투루가 아니니까."
어깨를 으쓱이며 이야기하는 라일라, 타마모는 그 별명이 웃기다는 듯이 햐핫 하고 또다시 특이한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동방국은 직접 큰 피해를 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완전히 무사할 수 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제국인들은 동방국 안의 아인들을 눈독 들이고 있었었지."
"아인들은 각자 그 능력이 특출나니까 말이야. 제국에서 분명도 '슬레이브 비스트'라는 이름으로, 수인 계열의 아인 부대를 만들어서 부렸었지. 물론, 자의로 전장에 투입되는 이들은 거의 없었지만."
라일라의 입에서 나온 '슬레이브 비스트'라는 단어에, 타마모는 조금 눈썹을 '움찔'하고 떨지만, 이내 훗하고 웃으면서 다시 한 번 부채를 펼쳐 자신의 입가를 가린다.
"박식하구나. 역시 지식의 보고, 아카데미의 수석이라는 것인가."
"제국에 대해서 공부한 건 최근이야. ...그럴 이유가 있었거든."
물론, 그 이유라는 것은 클레온의 전생이 마검 황제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클레온 본인이, 스르로의 운명을 떨쳐내더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존재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던 것이었다.
실제로 나타난 제국의 잔당들이, 바로 그런 부류였으니 말이다.
어떻게든 그들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정보를 모아두는 편이, 나중에라도 대비할 수 있겠지.
"그 슬레이브 비스트라는 부대는. 동방국의 아인들을 납치해서 만든 부대다. 전쟁 도중에 개조되고, 물약에 의해 세뇌되어 격전지에 불려 나가. 같은 국가, 같은 부족의 일원에게 '평온'을 선사 받았다."
"... ..."
그녀가 말하는 평온의 의미를, 일행은 굳이 설명하거나 질문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었겠지.
"물론. 그때 그 세뇌와 개조를 진행한 것이야말로. 지금 이 유곽에 숨어 들어와 있는 흑거성 '폴투크'. 요호를 포함한, 많은 이들을 자신의 장깃말로 써버린 장본인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하지만 그렇다면. 당신이야말로 '폴투크'에게 엄청나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거 아니야?"
라일라의 질문에 타마모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손에 들려있던 부채가, 콰직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부러진다.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마력이, 분노에 호응하여 일렁거리는 아지렁이를 만들어낼 정도이다.
"마, 마력압..."
사샤가 몸을 움츠리면, 타마모는 핫하고 놀란 얼굴이 되어 이내, 이마에 손을 올렸다.
"미안하구나.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이해해요. 타마모 님의 분노는, 정당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멜리아도 요호의 장로이자 더 나아가서는 동방국의 아인들의 중심이 되는 존재인 그녀가, 과거 동족들의 비극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옹호하는 것이었다.
"...고맙군. 허나, 나는 이미 한 번 복수를 이루었어."
"복수...? 제국에게 말인가요?"
사샤가 고개를 갸웃하면, 타마모는 버릇처럼 부채로 입을 가리려다가, 그것이 부서졌다는 것을 보고는 혀를 차며 바닥에 내려놓는다.
"아니. 폴투크 본인에게 말이지."
"폴투크 본인? 어떻게? 그것도 왕국과의 대전 도중의 이야기인 건가?"
궁금하다는 듯이 라일라가 질문하자, 타마모는 끄덕이고는 대답을 이어나갔다.
"그래. 흑거성 중 가장 먼저 쓰러진 것은 폴투크... 제국의 전력 증강을 막기 위해서는, 각종 발명을 반복하는 그 녀석을 먼저 제거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용사 레시아가, 첫 목표로 그 녀석이 있던 제국의 과학기술 연구소를 향한 것이고."
"...용사 레시아!"
아멜리아는 그녀의 이름이 나온 사실에 놀라워하면서도 얼마 전에 꾸었던 꿈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그 이야기. 클레온과 있을 때 해 주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르겠네."
"응...?"
라일라는 타마모에게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젓는 라일라.
타마모는 흠 하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옛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그 때. 나도 동행했다. 용사에 대한 소문과, 그녀가 제국의 연구소로 향한다는 정보통의 소식을 들어서 말이야."
"그럼 당신도... 생전의 레시아를 만난 적이 있는 거구나!"
라일라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아멜리아는 라일라의 발언을 지적한다.
"아, 아니, 딱히 레시아 님은 죽지 않으셨으니까요."
"아 미안. 그렇지..."
라일라도 말실수를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 타마모는 다시 한 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이고.
"뭐. 어쨌든. 아직 풋내기였던 당시의 레시아로는, 폴투크가 만들었던 마도 아머를 상대하는 것이 힘들었지. 게다가, 개조 중이던 슬레이브 비스트들을 자신의 호위로 붙여놓고 수로 밀어붙이니... 완전히 각성하지 않았던 용사로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전설의 용사님께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 것이로군요..."
사샤는 조금 믿기 어렵다는 듯이 고민한다.
"...전설이나 옛이야기에 따르면, 성검을 뽑은 그 순간부터 인간을 초월한 존재처럼 표현되곤 하니까 말이야."
라일라도 사샤의 느낌에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 타마모는 '그럴 리가 있나'라고 대답한다.
"연구소에서 만났던 그녀는 그야말로 햇병아리였다. 검술은 기본이 되어 있었고, 성검의 힘도 어느정도 쓸 수는 있었지만. ...너무 상냥했어. 적도 아군도 구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싸우던 아이었다. '목숨을 소중히!'라고 말하며, 성검에 신성마력을 둘러서 검이 아니라 둔기처럼 사용해서 녀석들을 기절시키기만 했거든."
"그건 그것대로 굉장한데..."
라일라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지만, 타마모는 '훗'하고 웃어 보였다.
"너무 싸우는 게 위태로워 보여서... 원래는 폴투크와의 싸움 외에는 도와줄 예정이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나서버리고 말았지."
"...그럼. 타마모 님 덕분에 레시아 님도 무사히 폴투크를 쓰러트리고 연구소를 무너뜨릴 수 있었단 거네요?"
아멜리아가 그렇게 질문 하면, 타마모는 '뭐, 그렇지'하고 대답한다.
"폴투크와 싸울 때. 마도 아머의 구동계에 우리들의 주술이 조금 섞여 있어서. 그 부분을 공략해서 움직임을 멈춰주었지. 덕분에, 레시아는 그 녀석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레시아가 불살주의를 꿈꿨다면. 폴투크를 죽인 건"
"녀석은 자살했어. 우리가 보는 앞에서."
라일라의 의문에 그런 질문이 나오리라는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대답하는 타마모.
그녀의 얼굴은, 당시를 떠올리는 듯이 어둡고, 증오에 가득한 표정이었다.
"레시아가 녀석을 죽이지 말고 왕국에 데리고 돌아가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것에는, 나도 동의했다. ...물론, 녀석에 대한 살의는 진심이었고, 이미 많은 동족이 죽은 상황. 그래도 녀석은 제국의 중역이고, 당연히 전쟁에 필요한 정보들을 잔뜩 가지고 있었겠지. 그 정보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감정에 휩쓸려 그 자리에서 죽이는 것은 분명히 실책이다. 물론, 레시아가 거기까지 생각했을 리는 없었겠지만─"
타마모는 그렇게, 마치 변명하는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자신의 복수에 스스로 끝맺음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일까. 아니면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 막지 못했다는 점이 분해서였을까.
"─그 때의 레시아는... 슬퍼 보였다. 대륙의 증오를 한몸에 받는 공적 중 하나가, 죽었다는 사실에. 조금 전까지, 자신을 죽이려 했던 남자가 그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야."
"... ..."
아아. 그런 것이라면,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금방 마음이 무너져 내렸을 것일지도 모른다.
'마검 황제'의 대적자로서 성검을 뽑은 용사 레시아가, 어느 순간부터 적을 죽이는 데에 거리낌이 없어졌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스스로의 이상의 일부를 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레시아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지. 그래. 폴투크... 녀석은 죽으면서 시체도 남기지 않았다. 여러가지 약을 스스로의 몸으로 실험한 결과, 죽으면서 그 자리에서 녹아버렸거든."
"으엑..."
그 모습을 상상한 것인지 싫은 표정을 짓는 사샤.
"족음은 확인했다. 시체도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들 앞에 나타난 것은 대체 무엇이지? 그것은 정말로 흑거성인가?"
타마모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툭, 툭, 일정한 리듬으로 두드리는 것이었다.
"그 흑거성은 가짜...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부활할 리 없는 인간이 나타나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다. 어떤 사령 술사도, 시체 없이 실체가 존재하는 언데드를 만들 순 없어."
그렇게 이야기하는 타마모, 하지만, 아멜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왕국에서 이뤄지던 승전행진 도중에 나타난 흑거성... '오티스'도 본인이라고 들었습니다. 아버... 국왕 폐하도 그런 오티스에게 겁을 먹으셨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그래. 그러나 폴투크, 오티스를 비롯한 모든 '흑거성'은 사망했다. 그것은 확실하게 확인되었던 사실이야. 그리고 대부분이,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여 시체조차 남지 않았지."
용광로에 빠진 자. 기르던 마수에게 잡아먹힌 자. 몸이 녹아 사라진 자. 그리고 그 몸을 제물로 바쳐 주인을 지킨 자.
"즉... 부활하였다 하더라도. 그들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의 기억을 가진 별개의 존재... 혹은,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일지도 모르지."
타마모의 가설에, 일단 입을 다물며 생각에 잠기는 라일라.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에서 무언가 걸리지만, 일단은 그 가능성에 관해 탐구하는 것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아. 그 실체 있는 망령들을 막아야 하지."
라일라가 그렇게 말하면, 타마모 역시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 말대로다. ...그러니까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옥으로 보내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 ..."
이번에야 말로, 내 손으로 말이다.
라고 말하듯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는 타마모.
"...폴투크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지. 먼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유곽에 있는 폴투크의 거점은. '몽환탑'이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열려있는 문 너머로 유곽에 존재하는 가장 큰 탑을 가리켰다.
"...어째서 몽환탑이죠?"
"저곳을 목표로 나아가려고 하면, 길을 잃게 되기 때문이지. 마치, 꿈이나 환상과도 같은 건조물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아멜리아의 질문에 타마모가 대답하면, 라일라는 '겍'하고 싫다는 표정이 되었다.
"...어떤 원리인 거야."
"그런 주술이다. 아지랑이 환영의 주술과, 길을 잃게 하는 '방향치'의 주술. 양쪽의 주술을 섞어서 만든 장소. ...유곽에 찾아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였지. 이런 장소이니만큼,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치안을 어지럽히는 녀석들은 있었으니까 말이야."
골칫거리라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하는 타마모.
"그런 곳에, 어떻게 갈 수 있던 거야? 그 녀석은."
라일라가 그렇게 질문하면, 타마모는 팔짱을 낀 채로 대답했다.
"몽환탑으로 가는 '열쇠'가 있다. 그 열쇠가 있으면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어. ...그 열쇠를 가지고 있던 요호를 폴투크가 죽이고 탈취한 것이다."
"... ..."
그 말에, 라일라를 포함한 모두의 눈쌀이 찌푸려졌다.
"...예비의 열쇠는?"
"없다."
"그럼, 우리도 몽환탑에 가지 못하는 거 아니야...?"
"그렇지."
그녀의 덤덤한 말에, 라일라는 이마에 핏줄이 돋는다.
"어떻게 하자는 거야!? 가까이 갈 수 없는 탑 같은 것을 만들어놓고 거길 뺏기면 공략할 수 없다니...!"
라일라의 머리가 붉게 변하면서 타오르는 화염처럼 일렁거리면, 사샤가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라, 라일라 씨' 하고 어깨를 주무르듯이 누른다.
"없애버리면 된다."
"...바깥에서 공격은 통한다는 거야?"
"아니. 바깥에서 행하는 마법을 포함한 원거리 공격 없이, 왜곡으로 궤도가 뒤틀려. 하지만... 그것은 확실하게 그 자리에 있다."
타마모의 말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샤, 그리고 아멜리아.
하지만 라일라는 그 말을 듣고 눈을 가늘게 뜨더니 그녀를 바라본다.
"...진심이야?"
"그래. 이미, 모두에게는 이야기해 두었다. 몽환탑을 둘러싼 주변에 사는 녀석들에게는 말이지. 충분히 보상도 해줄 생각이야."
라일라의 질문에, 타마모는 그 쪽을 보고는 덤덤히 대답한다.
"말했잖느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라고."
"저, 저기. 대체 어떤 방법을 쓰시려는 건가요?"
사샤의 질문에, 라일라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이야기한다.
"방금 그녀가 말했지? 찾아갈 수도 없고, 노리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몽환성은 확실하게 그 자리에 있어. 그러니까... 그 주변을 초토화하면 되는 거야."
"초, 초토화...!?"
아멜리아가 놀랐다는 얼굴이 되면, 타마모는 '햐햣!'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초토화라니,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기껏해야. 불을 지피는 정도다."
"불!?"
이번에는 사샤 역시 놀란 얼굴이 되지만, 라일라는 그런 타마모를 보면서─.
"종이 위의 점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점이 있는 종이 자체를 태워버리는 것이지."
"탑이 붕괴하게 된다면, 녀석은 반드시 바깥으로 나온다. 하지만 우리들 요호나 아인족들 만으로는, 녀석이 나왔을 때 대처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너희가 와준 것에는 감사하고 있어."
라일라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들이 온 것으로, 그 작전을 실행할 결심이 섰다...는 거네."
"그래. 폭주해버린 어린 요호들도, 인질이나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선, 마검사의 지배의 각인의 힘이 필요하기도 했고."
"자, 잠깐만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 그것도 자신들의 터에 불을 지른다니... 제대로 된 생각이 아니에요!"
아멜리아가 그런 타마모의 결정에 반발하여 목소리를 높이면
타마모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대로, 제대로 된 판단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한다. 그것이 몇 없는 방법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다면 말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변하는 것은 없을뿐더러... 그 사이에도, 피해는 번져가니까."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아멜리아를 응시하면서 이야기한다.
"나에게는 이 유곽의 모든 이들의 목숨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그리고 지도자로서 내려야 하는 결정은 늘 '만인'을 위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
"... ..."
아멜리아는 그녀의 말에 조금 충격을 받은듯하면서도, 그것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에 고개를 떨궜다.
"...그렇게 풀이 죽을 필요는 없단다. 어린 왕녀. 물론. 너의 생각은 당연해. 그리고 그 생각을 잃지 않는 것이 선한 지도자의 덕목이니까."
"감사...합니다."
자신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상냥한 목소리로 들려오는 타마모의 말 역시, 진심일 것이다.
그것을 모두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그녀에게는 해야만 하는 일을 하기 위해.
그녀도 '결심'과 '각오'를 한 것이라고, 아멜리아는 느낄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네. 당신이 그렇다면, 우리들도 그 작전을 따르는 수밖에."
"고마워. 이방인들."
라일라의 대답에, 타마모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러면. 불을 지르기 전에 필요한 어린 요호들의 정화 작전을 위해. 두 사람이 방에서 나오는 걸 기다릴까? 특히 그쪽의 '신을 깃들인 소녀'! "
"으엑!? 저, 저인가요?"
자신을 거창한 이름으로 부른 타마모에게 깜짝 놀란 사샤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타마모는 웃으면서 손을 까딱까딱하더니 자신에게 다가오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한다.
사샤는 슬그머니 긴장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가까이 간다.
그러면
타마모는 팔을 쭈욱 뻗어, 자신의 쪽으로 사샤를 끌어당기더니, 그 납작한 가슴 부분에 그녀의 얼굴을 묻는다.
"우읍!?"
"자, 내 냄새를 요호의 냄새를 제대로 기억해 두어라. 있다가 '어린 요호'들을 사냥할 때, 네 코가 도움이 많이 될 테니까."
"읍읍읍!"
사샤는 발버둥치다가도 코를 가득 채우는 요호들 특유의 향냄새 섞인 체취에 취한듯이 얌전해지는 것이었다.
"...사샤, 위험한 향이라도 맡은 얼굴이 되었는데."
라일라가 그런 사샤를 보면서 이야기하면, 타마모는 입꼬리를 올린다.
"햐햣! 너도 맡아볼 테냐?"
"... 아니, 사양할게."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고 다리를 쭈욱 뻗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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