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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505화 (505/506)

〈 505화 〉 옛 인연과 추격하는 소녀

* * *

000

동방국에 밤이 찾아오기 몇 시간 전.

붉은 색의 눈에 띄는 모자를 쓴 여성이, 동방국의 북쪽으로 향하는 대문을 빠져나갔다.

대문의 바깥에는 '기계로 된 말'이 이끄는 마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마부는 등이 굽은 흉측한 형태의 소인이었다.

그는 신문을 손에 든 채로 읽으면서 있다가, 여성이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신문을 접어서 품에 넣었다.

그리고 땅에 내려와서는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다.

"오, 오셨습니까... 주, 주인님..."

말을 더듬으면서 그녀를 주인이라고 부르는 남성을 보면서, 여성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원하던 것은 손에 넣었다. 이대로 저택으로 돌아가자꾸나."

"네, 네 안전히 모시겠습니다... 자자... 마차에 올라타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다리를 절면서 마차의 문으로 가까이 가, 그것을 열어젖히면 주인이라 불린 여성은 천천히 걸어가서 그 마차에 올라타는 것이었다.

"후우... 역시 약을 사용해서 일시적으로 회춘하는 것은, 여러모로 지치는걸..."

문이 닫히면, 모자를 벗으면서 얼굴을 가리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는 여성.

조금 지나면, 탱탱했던 피부에, 빠른 속도로 생기가 사라지면서 세월을 가속한 듯 주름이 생겨난다.

머리카락에서도 색이 빠져나가고, 옷도 그것에 맞추어서 드레스에서 할머니들이 입을법한 의상으로 바뀌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노화하는 본인의 모습이, 거울에 비쳐 보이면 다윈은 잃어버린 세월을 그리워하듯이 자신의 얼굴을 만져본다.

"훗. 과거의 미녀라는 영광은, 역시 일시적이로군. 미... 명예. 이런 것은 영원한 게 아닌 법이야. 역시 영원한 것은­"

"지식이지. 그렇지? 다윈."

다윈은, 마차 안에 울리는 자신 외의 목소리를 듣고 몸을 움찔한다.

어디에서 소리가 나는 것인가.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면­ 마차의 천장.

그 부분에, 검은색의 그림자와 같은 것에서 눈이 번뜩이며 자신을 내려보고 있는 '무언가'를 본다.

"그 목소리... '폴투크'인가."

"아아. 기억하고 있었군. 오랜만이로군. 거진 40년 만인가? 당신에게 있어서는. 후후. 늙었군 너도."

자연스럽게 찡그려지는 다윈의 얼굴에, 폴투크는 입꼬리를 올린다.

"네 녀석이 '마검 황제'의 수하였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더라면... 네 녀석에게 가르침을 주는 일은 하지 않았을 텐데."

"즐거웠던 시절이었잖아. 안 그래? 물론, 나에게만 말이야."

"지랄을...!"

다윈이 입에서 욕지거리를 뱉으면, 폴두크는 진정하라는 듯이 그녀를 달래는 것이었다.

"뭐. 어찌 됐든 이렇게 다시 만나서 반갑군. 나를 봐도 놀라지 않는 것은 우리들의 부활은 이미 알고 있었다...라는 것일까?"

"... ..."

다윈은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지만, 폴투크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훗'하고 웃었다.

"침묵은 긍정이라고 받아들여도 되겠지... 하지만 뭐.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야. 당신에게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다."

"병신이냐? 내가 너를 도와주게? 너는 '만물의 아버지'의 적이다. 그것을 돕는 것은 '회귀자'의 규율에 어긋난다. 아니­ 규율에 관계없이 너라는 배신자를 도울 일은 절대로 없어!"

다음 순간, 다윈이 자신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려고 하면­

덜컹! 하고 마차가 흔들리더니, 다윈의 늙은 몸은 거기에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게 된다.

"크윽..."

"노인이... 무리하지 말라고. 그 몸은 불편하겠군그래. '진화'의 기술로는 불로는 이루지 못한 건가?"

그녀를 놀리듯이 목소리를 내뱉는 폴투크의 그림자는, 천장을 타고 이동하니 마차의 문을 열어젖힌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뭘. 직접 나가서 확인해 보라고. 친절하게 문도 열어줬잖아? 아아. 다리가 풀려서 움직이지 못하는 건가?"

"이 개자식..."

그렇게 말하는 다윈은 마차의 의자를 집고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힘들게 걸어나왔다.

그러면 그곳에는 자신의 기계 말들이 쓰러져 있고, 마부인 소인이 찌그러져 죽어있는 것이 보였다.

상공에서 느껴지는 기척.

하늘을 올려다보면­ 아룡으로 보이는 것이 머리 위를 돌면서 비행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

"이런! 돌아갈 수단을 잃어버리고 말았군! 참 안됐어 하하하!"

비웃는 목소리가 울리는 폴투크를 조용히 돌아본 노인은 그 그림자에게 날카로운 안광을 보내면서, 조용히 분노를 삭였다.

폴투크가 설마 이곳에서 나타날지 몰랐던, 자신의 패배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원하는 것이 뭐지?"

"당신이 늘 가지고 다니는 '그 비약'이 필요하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겠지?"

"... ..."

폴투크의 말에 다윈은 피가 날 정도로 손을 꽉 쥔다.

그리고는 자신의 가방에서 그가 원하는 물건을 꺼내 폴투크의 그림자에 쥐여주는 것이었다.

"그래 이거야... 역시 잘 알고 있지 않나. 고맙게 쓰도록 하지."

"어디에 쓸 생각이지?"

"그야 물론. 우리들의 영원한 지도자. '황제 폐하'를 위해서 사용해야지."

그렇게 말하면서, 폴투크의 그림자는 사라지려고 한다.

"설마... 그 클레온에게 그걸 사용할 생각인 건가!? 그런 짓을 하면, 정말로 그 녀석이...!"

"당연한 것을.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것이니까."

"큭..."

분한듯한 그녀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는 폴투크와 와이번.

다윈은 잠시 자신의 마차를 바라보다가 가방 안에 남아있던 회춘의 물약을 다시 한 번 들이켜 모습을 바꾼다.

"...아무래도. 당한 것을 돌려줘야 할 필요가 있겠군. 게다가­ 그 비약을 그 남자에게 사용하더라도..."

잠시 자신의 부하였던 것의 잔해를 내려보던 다윈은, 얼굴에 검은 안경을 뒤집어쓰고 아스테리스로 향하는 것이었다.

"네 계획이 성공될 가능성은. 없다. 폴투크."

001

가벼운 몸놀림으로 코를 울리며 냄새를 쫓아 달려나가는 사샤.

'환술로는 시각을 조종할 수 있더라도, 냄새를 기억한 나의 후각을 속일 순 없어요...!'

아까부터 느껴지는, 마력의 잔향에 그녀의 감각이 날카롭게 반응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진짜'를 발견해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사샤의 동물적인 부분이었다.

[루벤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요!?]

[계속 유지되고 있다. 쫓아오는 것을 파악하고 이동하고 있는 듯하군. 게다가 속도도 빨라. 이대로 추격전을 이어가더라도, 녀석이 탈진하게 될 때까지 쫓는 게 될 거다.]

루벤이 그렇게 대답하는 것을 들은 사샤는, 슬쩍 자신의 뒤를 돌아본다.

그곳에는 전속력을 다해서 사샤의 뒤를 쫓아오고 있는 클레온, 라일라, 그리고 아멜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앞으로 돌아가야 해요!"

"찬성이지만, 지금 그녀를 쫓을 수 있는 건 사샤 뿐이야!"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사샤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클레온 씨. 눈, 빌릴게요!"

그렇게 말하면서 사샤가 자신의 눈 한쪽을 가리고, 그곳에 '사냥꾼의 각인'을 강렬하게 띄우면­

클레온의 한쪽 눈에서도, '각인'이 공명하듯이 빛을 밝힌다.

그러면­ 클레온의 시야는 한쪽 눈은 사샤의 시야를, 다른 한쪽은 자신의 시야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왓...!"

그 익숙하지 않은 감각에 클레온은 넘어질 뻔 하지만, 재빨리 사샤와 이어진 쪽의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인다.

"가! 사샤! 따라갈 테니까!"

"네...!"

그렇게 클레온이 사샤에게 맡긴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이면, 사샤의 머리 위, 그리고 허리에 달린 루벤의 귀와 꼬리가 쫑긋 털을 새우면서.

그녀의 다리의 근육이, 강화된다.

"Grrr...."

사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짐승 같은 낮은 울음소리.

동시에, 루벤의 기척이 강해지면서 사샤의 몸은 '짐승 신'의 그릇으로서의 포텐션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린다.

다음 순간, 그녀의 몸이 마치 스프링처럼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그리고 놀랍게도, 공중에서 몇 번이고 점프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비행 마법?"

하늘을 달리는 사샤의 모습에, 아멜리아가 놀랐다는 듯이 이야기하면 라일라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 공중에서 마력으로 발판을 만들어서, 그걸로 달려가고 있는 거야. 게다가, 박찰 때마다 가속하는 걸 보니, 저걸 우리들이 그대로 따라가는 건 무리네."

언제 저런 걸 연습했대, 라고 말하며 감탄하는 라일라.

쭉쭉 앞으로 나아가면서 멀리 떨어지는 사샤를 보며, 클레온은 각인을 통해서 목소리를 보낸다.

[루벤. 사샤. 너무 무리는 하지 마. 각인에 침식되지 않도록 조심해.]

[쿠후후. 잘 알고 있느니라 클레온 님. 이 정도는 별거 아니지. 안 그러느냐 사샤?]

[네... 네! 앗! 보였어요!]

그리고 돌아오는 사샤의 '보였다'는 목소리에, 클레온은 닫아두었던 사샤와 연결된 쪽의 눈을 열어젖힌다.

그러면­ 그의 눈에도 쿠즈노하의 뒷모습이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역시 하늘을 날고 있네. 저쪽은 제대로 비행 마법인가."

"얼마나 빨리 날고 있는거야. 높은 건물이 없다고 자기 마음대로인가... 내가 비행마법으로 쫓을까?"

"아니. 마력을 온존해 줘. 여기선, 사샤에게 맡기자."

그렇게 대답하는 클레온의 말에, 라일라도 고개를 끄덕이고 나면, 클레온은 다시 한 번 사샤에게 목소리를 보낸다.

[앞으로 돌아갈 수 있겠어? 너무 거리가 멀어지면,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사샤 혼자서 싸워야 해. 가능한 한, 빨리 멈추는 게 좋아.]

[네...! 가능해요...!]

자신있게 대답하는 사샤의 목소리, 그리고 사샤의 눈을 통해 보이는 클레온의 시야에는­ 달려나가던 사샤가 더욱 높이 올라가더니­

그대로, 공중에 만들었던 발판을, 전력으로 차내더니.

마치, 돌풍과 하나가 된 듯이 앞쪽으로 튕겨져나가는 것이었다.

'뭐, 뭐야!?'

쿠즈노하는 뒤쪽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뒤를 돌아보고는 자신에게 접근해 온 사샤의 존재에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입 모양으로 뭐라고 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사샤의 몸이 공중에서 몇번이고 회전하더니­ 그 회전을 살리듯이 다리를 쭈욱 핀다.

강화된 각력을 가진 그녀의 다리.

"'울프즈 팽!'"

사샤의 목소리가 이곳까지 들릴 정도로 울려 퍼지면 다리에 마력을 심은 채로, 사샤가 쿠즈노하를 향해 뒷꿈치를 내려찍는다.

그 궤도가 금빛으로 빛나면, 마치 늑대의 송곳니처럼 보일 정도였다.

"커흑!"

쿠즈노하는 설마 달리기로 자신에게 따라붙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인지, 무방비한 상태에서 사샤의 공격을 허용하고는 그대로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사샤! 잘했어!]

[죄송해요...! 기절은 못시킨 것 같아요...! 땅에 떨어트렸으니, 이대로 견제와 구속을 우선해서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무리하고 있던 각인의 사용을 해제한 것으로 자신의 시야 공유를 푸는 사샤.

하지만, 각인의 공명으로 그녀가 있는 위치를 대략 파악하고 있는 클레온은 사샤를 향해 빠르게 달려나가는 것이었다.

"큭... 젠장... 어린 주제에, 무슨 힘이...!"

케흑케흑, 기침을 내뱉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녀. 쿠즈노하.

방금 전의 공방의 충격으로 옷의 이곳저곳이 나가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옷가지가 가리고 있는 것은, 꼭지와 중요한 부분 정도가 되어 있었다.

"으으..."

그런 옷의 상대와 싸우는 것은 거북하다는 듯이 신음을 흘리는 사샤.

그녀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활을 다시 한 번 들면서 화살을 겨눈다.

"이번에는 쳐내지 못할 거에요."

"흥... 정면 승부란 말이지. 요호인 나에게는 너무 불리한걸."

쿠즈노하는 사샤의 선언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손톱에 마력을 불어넣고 주변에 호위용의 불꽃을 몇 개 띄웠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화살을 쳐내 주겠다는 생각이겠지.

다음 순간. 사샤의 손가락이 놓이면서 화살에 걸려 있던 세 개의 화살이 세 방향으로 퍼지면서 쿠즈노하의 발밑을 노린다.

하지만 쿠즈노하는 곡사로 이루어진 느린 사격에 입꼬리를 올리면서 손톱들을 휘둘러 그것들을 모두 쳐낸다.

"뭐야, 쳐내지 못한다는 거 아니었­"

기세등등해진 쿠즈노하가 사샤의 허풍을 질책하듯이 목소리를 높이면­

다음 순간, 그녀는 '사샤'가 손에 들고 있는 화살에 걸린 '마력' 화살을 본다.

그것은 이미, 사샤의 활에서 떠나고 있었다.

'마력 화살­ 설마, 첫 번째 실체 화살은 '미끼'...?'

그렇게 생각하면서, 방심을 풀고 그대로 손톱을 휘두르려 하는 쿠즈노하 이지만­

"세 발로 부족하다면, 여섯 발..."

그 수가 배로 늘어나서 달려 들어오는 것에 놀라고는 몸의 움직임을 가속해야만 했다.

"여섯 발로 부족하다면, 열두 발..!"

"잠깐 잠깐 잠깐!"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샤의 손가락에 맞추어서, 쿠즈노하도 어떻게든 그것을 받아내고는 있지만.

점점 늘어만 가는 마력의 화살이, 마치 고슴도치의 바늘처럼 군을 이루어서 자신을 덮친다.

"스물넷, 마흔여덟...! 당신이 쳐내지 못하는 순간이 올 때 까지...! 멈추지 않을 거에요!"

"어, 어떻게 되먹은 거야 그 마력 속사는...! 그냥 인간이 하기에는 너무 많잖아...!"

쿠즈노하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눈에 마력시를 키고, 어떻게든 몸의 가속 주술을 몇 중으로 걸어야만 대처할 수 있는 사샤의 속사에 식은땀을 흘린다.

하지만 다음 순간, 사샤와 눈이 마주치면 그녀의 안쪽에 있는 '거대한 늑대'의 존재를 느끼고는

"히익!"

쿠즈노하는 겁먹은 듯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녀의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멈췄다고 해도 되겠지.

[지금이다 사샤!]

타이밍을 눈치챈 '루벤'이 사샤에게 이야기하면, 사샤는 다시 한 번 마력 화살이 아닌 실체 화살을 걸어, 이번엔 하늘로 점프해서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발밑을 향해­ 이번에는 '곡사'가 아닌 '직사'.

즉­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은 급감한다.

파파팍...! 하고 세 개의 화살이 동시에 찍히면.

"발을 묶는 소나기!"

사샤의 시동키가 다시 한 번 울린다.

"크으윽!"

분한 듯한 쿠즈노하의 소리가 울리지만­ 그녀는 자신의 주변에 펼쳐지는 결계가 완성되기 전에­

격렬한 마력 사용으로 지쳐있는 듯한 사샤를 보더니, 그대로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자, 잠깐!?"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활을 떨어트려 버리고 마는 사샤.

그대로 쿠즈노하에게 붙잡혀, 함께 결계에 갇혀 버리고 만다.

결계의 안 쪽에 피어오르는 푸른 화염들.

만약, 이 안을 가득 채우게 된다면 사샤는 물론이고, 쿠즈노하라고 무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거 풀어... 풀지 않으면. 너와 함께 여기서 죽을 거야."

"큭... 그럴 순 없어요! 클레온 씨가 저에게 맡긴다고 하셨으니까...!"

자신을 협박하는 쿠즈노하의 말에도 짓눌리지 않고, 그대로 받아치는 그녀의 눈에는­ 클레온에 대한 신뢰가 가득했다.

"...게다가, 당신은 죽고 싶은 마음 따윈 없어요. 그렇죠?"

"미, 미쳤어...!"

쿠즈노하는 그런 그녀의 의지에 어울려줄 수 없다는 듯이 대답하지만.

그것은 상관없는 일이었다.

"사샤!!"

클레온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면, 다음 순간 다시 한 번 손에 부적을 가지고 나타난 클레온.

쿠즈노하는 절망의 표정을, 사샤는 희망찬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클레온 씨!"

"제, 젠장...!"

쿠즈노하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팔을 교차하여 이마를 가리려 하지만­

클레온의 부적은 그대로 '그녀'의 배에 닿았다.

"구엑!"

강력한 충격의 싸대기가 쿠즈노하의 배 부분에 울리면, 그녀는 꼴사나운 비명을 내지르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부적 위에 떠오르는 클레온의 지배의 각인.

아까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요호의 몸을 장악하여 그 안에 있는 모든 부정한 것을 배출시키려고 한다.

"아, 안 돼. 내, 내 꼬리가...!"

쿠즈노하는 발버둥치면서 자신의 몸을 움직이지만, 이내 클레온의 각인 때문에 몸 안에 쌓여있던 독소가 사라지고.

그리고­ 영혼의 상처가 치료되면서 꼬리들도 줄어가는 것이었다.

"안 돼─!!!"

크게 비명을 내지르는 여성. 덕분에 주변에서는 오해할 수 있었지만, 이것은 다름 아닌 그녀를 위한 일이었다.

사샤도 그런 쿠즈노하를 가엽다는 듯이 바라보고는 각인에 의한 수정이 끝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결계를 해제하는 것이었다.

"으...윽..."

쿠즈노하는, 그대로 땅바닥에 엎드리듯이 기절해 버리고 만다.

"...사샤 덕분에 어려움 없이 이길 수 있었네."

"그, 그런가요?" 에헤헤..."

기절한 쿠즈노하의 몸을 한쪽 팔로 지탱하며, 동시에 사샤의 어깨를 두들겨 주는 클레온.

하지만 사샤는 머뭇거리면서 클레온에게 이야기한다.

"크, 클레온 씨. 머리를..."

"응? 아아... 그게 좋다면­"

클레온도 사샤가 원한다면야, 라는 생각으로 머리쪽으로 손을 옮기려 한순간.

펑!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우스꽝스러운 폭발과 함께 클레온의 손에 들려있던 그녀­ '쿠즈노하'의 모습이 바뀌었다.

"...엥?"

그것은 바로­ 꼬리가 달렸지 않은 '인간' 소녀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에엥!?"

그것을 옆에서 보고 있던 라일라 역시 큰 소리를 높이면, 유곽의 골목에는 당황함만이 남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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