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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506화 (506/506)

〈 506화 〉 그릇과 혼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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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에 세겨진 클레온의 각인 때문에 폭주가 멈췄을 터인 쿠즈노하.

하지만, 봉인으로 꼬리가 줄어드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아예 꼬리가 사라져 버린 그 모습은, 어딜 어떻게 보더라도 인간 그 자체였다.

머리도 은색에서 검은색으로 돌아와 있었고, 머리 위에 돋아났던 귀조차 사라져 머리카락을 치워 보면, 사람의 귀가 있어야 할 부분에 인간의 귀가 있는 것이 보인다.

"뭐야 이거... 어딜 어떻게 보더라도... 인간, 이잖아?"

라일라 역시 클레온과 같은 생각을 한 것이겠지.

"쿠즈노하는... 요호가 아니었던 건가?"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까까지 느껴지던 냄새는, '요호' 그 자체였는데..."

사샤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제는 요호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두 사람에게 전한다.

"타마모... 그녀가 우리를 속인 것 같지는 않고, 이 쿠즈노하가 '가짜'일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닌가?"

서로 이야기를 하더라도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눈앞에 쓰러져 있는 이 쿠즈노하... 일 테지만.

"각인으로 몸을 뒤적여진 덕분에, 기절해 버렸는걸... 어떻게 하지. 타마모에게 물어야 하나?"

머리를 긁적이며, 리오메스를 각인으로 부르려고 하는 클레온.

하지만, 그 전에 클레온의 소매를 붙잡는 손길에, 그쪽을 돌아보면.

사샤가­ 아니, 루벤이 클레온을 저지하고 있었다.

"아니, 클레온 님. 그럴 필요는 없느니라."

"루벤. 뭔가 알겠어?"

클레온의 질문에 루벤은 눈을 잠시 감고 무언가를 느끼려는 듯 정신을 집중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클레온을 돌아보고는 이야기한다.

"그래. 이 아이는... '사샤'와 같은 것이로군."

"사샤와... 같아?"

그녀가 말하는 '사샤와 같다'라는 것은 어떤 부분을 지칭하는 것일까, 클레온은 잠깐 생각하다가 이내 표정을 바꾼다.

"...짐승신­ 여우신에 씐 건가."

"뭐어 비슷하지. 정확히는, '여우신이 되다 만 것'에 씌인 것이지만."

루벤의 말에 클레온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내려다본다.

"짐승신은 마수들뿐만이 아니라 '수인'계열의 '아인'들과도 관계가 있는 것인가."

"마수나 수인이나 사실 크게 다를 바는 없지. 더 인간답게 생긴 녀석들을 '수인'이라고 부를 뿐."

루벤은 그렇게 말하면서 쓰러진 쿠즈노하의 몸에 걸쳐져 있던 옷가지를 뒤적거린다.

"잠깐잠깐! 무슨 짓이에요!?"

아멜리아가 그런 루벤의 행동에 경악하면서 그녀를 멈추려고 하면, 루벤은 피식 하고 웃으면서 아멜리아를 돌아본다.

"무슨 짓이긴.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이지. 분명 어딘가에, 사샤의 '사냥꾼의 각인'과 비슷한 각인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여긴가?' 하고 감겨있던 쿠즈노하의 눈꺼풀을 강제로 열어보는 루벤.

하지만 그곳에 그런 것은 없었고, 클레온은 그런 루벤의 손기를 따라가다가­ 그녀의 잘려나간 새끼손가락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루벤. 우선 그 녀석을 치료하자. ...자기 새끼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도주하는 녀석은 처음 봤어. '도마뱀'도 아니고."

"하하! 도마뱀과 여우는 생물로서의 분류조차 다르지만!"

자신의 말을 웃음으로 받아들인 듯한 루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 클레온은 아멜리아에게 이야기한다.

"손가락을 재생하지 못해도 괜찮아. 일단... 상처 부분을 막아두도록 하자. 아멜리아. 부탁해."

"...네."

아멜리아도 클레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깔끔하게 잘려나가, 뼈의 부분이 보일 정도인 새끼손가락을 보고 아멜리아는 간단한 회복마법을 사용한다.

그러면, 절단면에서 흘러나오던 피가 천천히 멈추면서, 그 윗부분에 신성 마력으로 이루어진 막이 덮어씌워 진다.

이것으로, 안쪽으로 세균이 침투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겠지만, 잘려나간 손가락은 다시 자라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걸로 괜찮을까요? 역시, 손가락은 치료하는 것이..."

아멜리아가 쓰러진 쿠즈노하가 걱정된다는 듯이 이야기하면 클레온도 안심하라는 듯이 대답했다.

"쿠온이라면 간단한 신체조직의 재생은 할 수 있을 거야. '엠마'를 보고 있어야 할 사람이 한 명은 필요하니까 부탁할 수 있는 건 내일쯤이려나..."

그러는 사이에, 다시 한 번 쿠즈노하의 몸을 뒤적이던 루벤은, 이내 쿠즈노하의 입을 벌리더니 혀 위에 새겨진 복잡한 문양을 발견한다.

"오. 여깄네. 클레온 님. 이게 바로 '여우 아신(??) 하쿠멘'의 각인이니라."

'아신'. 신이 되다 만 존재라는 뜻으로 쓰이는 그 칭호는, 정령에서 신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신격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신앙'을 잃은 존재이다.

신도들이 전부 없어졌거나, 신으로서 섬기길 거부했거나... 아니면, 다른 신에게 신앙을 모두 빼앗겼거나.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쉽게 말하자면, 자격 미달로 신으로 불리기에는 조금 부족한 존재. 라는 것이다.

클레온도 루벤의 말에 그 쪽을 보았다가, 기절한 여성의 입을 강제로 열어서 혀를 당기고 있는 루벤을 보고는 몸을 움찔하고 떨 수밖에 없었다.

그에 비해, 라일라는 흥미롭다는 듯이 오히려 더 가까이 가서 그 각인의 문양을 살핀다.

"그런 데에 있었구나. 목소리에 환술이 섞이던 건, 그 각인 덕분인 건가?"

"뭐. 그렇겠지."

뭔가 대충인 대답에 라일라가 흐음 하고 침음성을 내뱉으면, 클레온은 루벤에게 질문한다.

"어떤 신이지? 아는 사이인가?"

"뭐. 여우와 늑대는 가까운 신격이면서도 성향이 정반대니까 말이다. '이름만 알고 있는 정도'의 신. 이려나."

"같은 개과... 니까요."

아멜리아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 라일라도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아카데미로 치면 같은 과의 사람인 건가..."

라일라가 이상한 비유를 들면 루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도, 그게 가장 그럴듯한 비유라고 생각하는 듯이 꺼림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그녀가 그 하쿠멘이라는 여우신에게 씌인 '인간'이라는 건가?"

"뭐. 그렇지. 인간에게 씌여서, 내 특징이 발현한 사샤처럼 여우의 귀, 꼬리, 그리고 능력을 갖춘 것이다. 어떤 것을 계기로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타마모는 사샤 안에 있는 나의 존재를 느낄 정도였으니. 쿠즈노하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겠지."

클레온은 루벤의 말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역시 처우는 타마모에게 맡기는 게 좋겠는걸. 지금 리오메스를 불렀어. 우리들은 나머지 요호들을 꾀어내서 마저 봉인하자."

클레온의 말에 동의하는 제스쳐를 취하는 라일라.

"아직도 몇 명 더 남았으니까. 귀찮은 일은 빨리 처리해 버려야, 저 탑에 있는 녀석을 잡지."

거기에 마찬가지로 의욕을 불태우는 아멜리아.

루벤도 어깨를 으쓱이고 나면 쫑긋 세워져 있던 귀가 내려앉으며 사샤에게 몸을 돌려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절한 쿠즈노하를 조금 바라보는 것이었다.

"...왜 그래 사샤?"

"아, 아뇨... 그녀가 '신'님이랑 하나가 된 계기...라고 해야 할까요. 뭔가, 그런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면... 조금 궁금해져서요."

그렇게 말하는 사샤에게,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샤의 각인이 루벤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강력해진 이유.

원래라면 엘레시아에서 완전히 짐승이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사냥꾼의 각인'을 쓴 그녀가, 아카데미에서 클레온을 떠올리겠다는 의지에 호응해서였다.

그 뒤에, 클레온의 도움을 받아 루벤과의 주도권 싸움을 어느 정도 진정시키고, '계집'이라고 부르던 루벤도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사샤를 이름으로 불러주는 것을 생각하면.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 특이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녀­ 쿠즈노하는 어떨까.

'...만약, 하쿠멘이 그녀의 몸을 강제로 조종하여, 약을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때는, 그녀의 안에 있는 '신'을 빼내는 것이 맞겠지.

"무엇이 됐든. 일어난 뒤에 물어볼 수 있겠네."

"네."

사샤는 클레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멀리서 손을 흔들면서 뛰어오는 리오메스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001

쿵! 하는 소리가 울리면서, 요호가 땅에 엎어지듯이 쓰러졌다.

"휴우...! 이걸로 끝이네!"

라일라가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내면서 이야기하면, 옆에 서 있던 사샤도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세 사람 다. 고생했어."

"아, 아뇨! 고생은 클레온 씨가 가장 많이 하셨죠...! 다치신 곳은 없나요?"

사샤가 걱정된다는 듯이 곧바로 작은 가방에서 붕대와 포션을 꺼내 들면, 클레온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타마모가 말한 대로, 어린 요호들이 대부분이라 그런지, 기습에 제대로 저항을 못하더라고. 나는 다친 곳 없고... 너희들은?"

"저희도 괜찮아요 클레온. 그러면, 이제 타마모 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갈 건가요?"

"그래. 돌아오면 '쿠즈노하'와 '하쿠멘'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줄 거라고 했으니. 돌아가자. 사샤."

"네...!"

사샤는 어딘가 조금 들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조금 앞으로 먼저 나아간다.

마지막 요호는 클레온이 직접 어깨에 들쳐메고 돌아가기로 했다.

리오메스에게 심부름을 시키듯이 왕복시키는 것도 미안한 일이었고 말이다.

그 때, 라일라가 클레온의 옆구리 쪽으로 붙으면서 팔에 자신의 팔을 감아온다.

그것을 본 클레온은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가, 아멜리아를 돌아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이었따.

"...아멜리아. 사샤가 너무 멀리 가지 않도록 옆에 붙어줘."

"...? 네, 그럴게요."

갑작스러운 클레온의 부탁에 아멜리아는 한번 고개를 갸웃했다가도 별다른 의심 없이 조금 앞의 사샤의 옆으로 다가간다.

라일라는 기지개를 쭉 켜는 것이었다. 그리고,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조용히 입을 연다.

"'여우 아신'... 뭐. 학자로서 궁금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번 일에 그렇게 관계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말이야."

"라일라."

"알고 있어. 사샤가 나보다도 더 알고 싶어하는 거지?"

클레온이 라일라의 이름을 타이르듯이 부르면, 라일라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대답한다.

"그래. ...어쩌면, 사샤의 지금 저 상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지도 몰라. 쿠즈노하는 기절하니까 귀와 꼬리가 없어졌잖아? 사샤와 다르게."

"...그건 그래... 사실, 우리들이 아카데미에 갔던 이유가, 사샤의 몸 상태를 고치기 위했던 것도 있었으니까."

클레온의 말에 라일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원래라면. 좀 더 적극 치료에 임해야 했을지도 몰라."

조금의 후회­ 그리고, 미안함을 간직한 라일라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면서 이야기한다.

"지금에 와서는, '루벤'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보다도... 사냥꾼의 각인이 제어를 벗어나는 상황이 오기 전에, 해결법을 찾아둬야 한다는 것에 가깝지만 말이야."

그런 라일라에게 클레온이 조용히 이야기하면, 그녀는 내려보던 손의 주먹을 쥐었다.

"동료에 대한 마음이 강해질수록... '지켜야만 한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해. 그건... 전에는 없던 타입의 압박감이야."

"... 좋은 경향이라고 생각하는데?"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라일라와 눈을 마주치면 라일라는 눈을 두 세번 깜빡이다가 '아핫!'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압박감을 좋아한다니, 마조히스트도 아니고!"

"그런 뜻으로 이야기한게 아니야..."

"푸훗... 알고 있어."

라일라는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클레온의 곁에서 떨어져서 조금 앞으로 걸어나간다.

그리고 손을 허리 뒤로 돌리더니 클레온을 돌아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오늘처럼 말이야. 언제까지라도 클레온을 지켜줄게. 내가."

"...아아. 부탁할게. 나도, 너희들을 지킬 테니까. 약속이야."

그 약속은, 다른 어떤 계약보다도 '가볍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마음에는 그 어떤 '맹세'보다도 무겁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002

타마모의 가게로 돌아오면, 그곳에는 이미 저녁상 차림이 차려진 상태로, 타마모와 리오메스가 준비를 마쳐놓은 상태였다.

"오~ 돌아왔구먼 그래! 고생이 많았어!"

"쿠즈노하를 제외하면 그렇게까지는 위험하지 않았어. 이 녀석이 마지막이야."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서 어깨에 들쳐매고 있던 요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타마모는 '음'하고 대답한 뒤, 뒷방­

아까 전, 리오메스와 클레온이 몸을 섞었던 방에 눕혀두라고 이야기한다.

"아, 그렇다면 제가. 강사님은 먼저 식사해 주세요. 오늘 하루 고생하셨으니까요."

그런 타마모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클레온에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리오메스

클레온은 그런 리오메스의 호의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리오메스에게 마지막 한 사람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타마모는 클레온과 나머지 셋에게 상 앞에 앉으라고 재촉하는 것이었다.

"먼저 술이라도 마시고 있으려 했는데, 저 녀석이 네가 돌아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니까~"

"뭐. 먼저 마시고 있는 모습을 봤으면 화났을지도."

라일라가 그렇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답하면 타마모는 혀를 내두르면서, 손에 들고있던 술병을 들어 올린다.

"자자. 고생했으니까 잔들 받으시고..."

라일라, 사샤, 클레온의 잔에 술을 따르고 아멜리아 쪽으로 가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저, 저는 아직 미성년이라서..."

"아아. 그랬지."

캠프에 이어서 이번에도 혼자만 술을 못 마시는 상황.

아멜리아는 마력을 써서 몸을 성장시키면 마실 수 있을까 잠깐 고민하다가도 이내 다시 한 번 고개를 젓는 것이었다.

"저기..."

그런 상 앞에서, 건배하기도 전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샤였다.

"쿠즈노하 씨에 관한 것을... 여쭙고 싶은데요. 대답해 주실 수 있다고 하셨죠?"

"으음... 그래."

타마모는 사샤의 질문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우선은 그녀석의 '정체'에 대해서 이야기해야겠지. 그녀는 요호와 인간의 혼혈이다."

타마모는 한쪽 손에는 술잔을 들고, 나머지 손으로 턱을 괸 채로 옛날 일을 떠올리는 듯한 표정이 되어서 이야기했다.

"헤에. 반 요호인가. 그런 것치고는, 인간으로 밖에 안 보였는데 말이야."

"뭐, 그야 그렇겠지. 정확히는 '4분의 1 요호'니까. 그녀의 어머니가 반 요호였고."

라일라의 의문에 깔끔하게 대답한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녀는 유곽에서 태어나, 아인 보다도 인간에 가까운 몸을 가지고 태어났다. 보통 타종족 간의 '혼혈'이라고 하면 양쪽 종족의 '장점'을 이어받아서 태어나는 경우가 많지?"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흡혈귀'와 '인간'의 혼혈인 담피르. 일레누를 떠올렸다.

확실히, 그녀는 '흡혈귀'의 강함과 그 약점을 '인간으로서의 특성'으로 견딜 수 있는 종족이었다.

"하지만, 요호와 인간의 혼혈은 아니란다. 마력 생성 기관을 가지지 못하는 '요호'. 그리고, 요호보다도 훨씬 노화가 빠른 '인간'. 그 양쪽이 합쳐졌지. 반 요호는 물론, 그 자손은 생물로서는 불합격인 종족이다."

"... ..."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자연스럽게 눈이 찌푸려졌다.

"아아. 미안하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가장 괴로운 것은 그들 본인이야. 어머니와 아버지가 사랑해서 나온 관계­라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요호'들이 규칙을 어기고 피임을 하지 않아서 태어난 것이 반요호에­ 또다시 실수를 거듭해서 태어난. ...그런 존재들."

그것이, 쿠즈노하라는 여자아이의 실체.

라고, 타마모는 이야기했다.

"그런..."

사샤의 심란한듯한 표정을 보며, 타마모는 한숨과 함께 쓴웃음을 지었다.

"알고있다. 너무한 이야기라는 것은.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요호와 인간 사이에서 아이가 만들어질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아. 지금 이 유곽에 존재하는 요호와 인간의 혼혈은 '그녀 한 사람' 뿐이다. 그래서­ '특례'를 허용한 것이고."

"특례?"

아멜리아가 그녀의 단어를 되풀이하듯이 물어보면, 타마모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요호들에게 내려오던 마력 결정­ '하쿠멘 님의 곡옥'을 맡긴 것이다. 그 곡옥은 주변의 마력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요호가 아닌 쿠즈노하라도, 주술을 쓸 수 있게 되는 물건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곡옥을 가지게 된 쿠즈노하는 곧바로 주술사로서의 재능을 꽃피웠다. ...마력은 없는데, 주술을 사용하는 재능은 있었던 것이야."

'아비의 핏줄 덕분인가' 라고 덧붙이는 타마모.

"그러면­ 그 뒤에 하쿠멘 님과­"

사샤가, 그 뒤의 이야기를 질문하기 위해 입을 연 순간.

구당탕! 하는 소리가 안쪽 방에서 들리더니,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정신을 차린 듯한 쿠즈노하가 뛰쳐나온다.

"머, 멋대로... 남의 이야기를 하지 마... 망할 할망구..."

쿠즈노하는 비틀거리면서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타마모에게 이야기하지만, 뒤쪽에서 걸어나온 리오메스가 한숨을 내쉰다.

"죄송해요. 제가 소리를 낸 바람에 일어난 듯해요."

"쿠즈노하..."

타마모는 그런 그녀를, 마치 가여운 손녀를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지만, 쿠즈노하는 입꼬리를 비틀면서 이야기한다.

"그녀가 나에게 곡옥을 맡긴 것은, 결코 '정'이라던가, '가여워서' 따위가 아니야.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 내 몸을 '하쿠멘 님'의 그릇으로 쓰려고...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거라고!"

"... ..."

타마모는 그녀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고 고개를 떨어트린다.

"...그건 진실인가 보네."

"거짓말을 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그건 정말로 '처음'에는 그랬다...라는 것이지. 지금은­"

"됐어!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할 것 같아? ...기만자... 위선자... 그게 바로 당신이야. '하쿠멘 님'이 부활하게 두지는 않아. 내가 오히려 힘을 키워, 집어삼킬 거야."

쿠즈노하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타마모의 집을 나서려고 했지만­

다음 순간 다시 한 번 비틀 거리면서 쓰러지는 것이었다.

"으...윽..."

그러면 그것을 본 클레온이 일어나, 쿠즈노하의 몸을 일으키기 위해 다가간다.

"...그 몸으로는 무리야. 우선 몸을 회복하도록 해."

"나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 주제에... 하하... 오빠도, 타마모랑 같은 부류인 건가...?'

"──"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고개를 저었다.

"어떤 일도, 성급하게 판단할 수 없어. 하지만 사람은 변한다. 변할 수 있어."

"그게, 무슨..."

클레온은 그렇게 말한 뒤, 쿠즈노하의 이마에 손을 얹고 수면 마법을 사용한다.

그러면, 쿠즈노하는 빠르게 눈이 감기면서, 그 자리에서 기절한다.

"...내가 눕혀두고 올게. 타마모,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줘."

"...아아. 그렇게 하도록 하지."

클레온은 타마모의 대답을 들은 뒤, 그녀를 품에 안고 다른 요호들이 잠들어있는 방으로 데려가 그녀를 눕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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