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화 〉 224.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224.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귀신은 있다.
몬스터로서 존재한다.
그리고 기숙사에 귀신이 있었다면 교수가 나설 필요도 없이 학생들이 없앴을 것이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일정수준 이상의 전투력을 갖추고 있으니까.
‘기숙사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은 대충 학생 중 한 명이 장난삼아 퍼트린 거겠지.’
현실의 학교에도 이런 비슷한 소문 몇 개가 있었다. 그리고 그 소문은 어느 순간부터 사라져 들리지 않게 된다. 귀신에 대한 소문이란 그냥 유행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자정이 약간 넘었을 무렵.
나는 터틀 기숙사 앞에서 멜리사와 만났다.
“터틀 기숙사라….”
“회장은 여기 기숙사에 와보신 적 없으십니까?”
“없다. 내가 사용하는 기숙사는 여기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터틀 기숙사는 기숙사 건물 중에서 가장 큰 기숙사다.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이 터틀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터틀 기숙사에 다니는 학생들 대부분이 평민들이다. 따라서 개인에게 할당 된 방은 건물과 다르게 크지 않다.
‘아카데미는 신분에 따라 학생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새빨간 거짓말이지.’
당장 왕국 자체가 신분사회다. 아카데미가 그걸 정면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아카데미가 사람을 신분으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건 교수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만 한정된다.
‘평민들의 입장에서도 귀족과 함께 사는 것보다 자기들끼리 사는 게 더 낫지.’
아카데미도 그걸 알고 있으니 귀족과 평민의 기숙사를 나눈 것이다.
“……자정이 넘었는데도 기숙사 곳곳에 불이 켜져 있군. 자지 않는 건가?”
“내일은 휴일이니까요.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거나, 방에 친구를 불러 놀고 있겠죠.”
“흐음. 이러면 조금 더 늦게 오는 편이 낫지 않나? 귀신이 실재한다면 모두가 잠들었을 때 나타 날거라 생각된다만.”
“여기 저기서 소문을 수집했는데 귀신은 자정쯤에 나타난다고 하더군요.”
나와 멜리사는 조용히 터틀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연스레 발걸음을 신경 쓰게 됐고, 목소리도 낮추어 소곤소곤 대화했다.
“터틀 기숙사와 관련된 소문은 3가지가 있었습니다.”
“3가지나? 1가지가 아니었나?”
“3가지다 전부 비슷비슷한 소문입니다. 우선 지하부터 확인하죠.”
3가지 중 2가지는 학생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이고, 나머지 1가지는 내가 지어낸 소문이다.
“지하? 거긴 창고이지 않나.”
“밤이 되면 울부 짓는 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지하 창고에 들어갔다. 멜리사가 터틀 기숙사의 마스터키를 가져왔기에 어려움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지하는 어둡고 먼지 냄새를 풍기는 곳이었다. 울부짓는 소리? 그런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조금 으스스하긴 하지만 귀신같은 건 없군.”
멜리사가 마법을 사용했다. 그녀의 손바닥 위에 빛의 구가 나타나 주변을 밝혔다. 창고에는 잡동사니들이 가득했다.
“구석구석 살펴보죠.”
나는 왼쪽 손목에 낀 광명승천도로 강화한 럭키 스케베 부적을 오른손으로 쓰다듬었다.
‘오늘 잘 해줄 거라 믿는다.’
섹스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불가능하겠지.
“크윽?!”
우당탕 거리는 소리와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가 뒤쪽에서 들렸다. 내가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멜리사가 바닥에 넘어진 상태였다.
“회장?!”
블라우스와 속옷이 찢어져 E컵의 빵빵한 가슴이 드러났다.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손으로 블라우스를 잡아 당겨 가슴을 가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별거 아니다. 옆에 튀어나온 물건에 옷이 걸려 넘어졌을 뿐이다. 다친 곳은 없… 윽.”
멜리사가 비틀거렸다. 나는 그녀가 다시 넘어지기 전에 달려가 부축했다.
“많이 다치신 것 같습니다. 치료실로 가는 편이….”
그녀의 가슴이 내 몸에 닿아 뭉개졌다.
“괜찮다. 발목에 약간 통증이 있을 뿐이다. 이 정도면 조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멜리사는 붉어진 얼굴로 내 부축을 거절했다. 내게서 멀어졌는데 찢어진 블라우스 사이로 분홍색의 유두가 잠깐 보였다. 그녀는 빠르게 블라우스를 가리고 내 앞을 걸어갔다.
나는 그녀의 뒤태를 보고 살짝 입을 벌렸다. 치마 뒤쪽이 약간 찢어져서 하얀 팬티가 보였기 때문이다.
‘럭키 스케베 부적이 아주 제대로 일하는군.’
나는 군침을 삼키면서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쏴아아아!
“흐읍?!”
선반위에 놓여 있던 물뿌리개로부터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뿜어져 멜리사의 몸을 덮쳤다.
“회장!”
나는 손을 뻗어 멜리사의 어깨를 붙잡았다. 젖은 블라우스가 그녀의 몸에 착 달라붙었다. 풍선처럼 빵빵한 가슴의 윤곽이 드러나고, 그 위에 앙증맞은 분홍색 유두가 비추었다.
유방이 커서 그런지 그녀의 유륜은 5cm 정도로 꽤 컸다. 놀라운 점은 유륜이 앞으로 약간 돌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오늘따라 운이 안 좋군.”
“설마 귀신의 소행일까요?”
“우연이다. 저 마법 물뿌리개의 측면에 새겨져 있는 마법진인 손상되어 있다. 애초에 고장난 마도구를 누군가가 폐기하지 않고 창고에 넣어둔 거지. 골치 아프군. 나중에 터틀 기숙사 학생들에게 창고 정리를 하라고 해야겠어.”
멜리사는 내 부축을 밀어냈다.
나는 그녀의 의지를 존중해 부축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야 야한 일이 잘 일어나니까 말이지. 크크.’
멜리사는 왼팔로 가슴을 그렸다. 그러나 치마가 찢어진 건 아직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다. 하얀 팬티가 젖어서 피부에 착 달라붙어 엉덩이의 둥근 형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거의다 둘러 봤….”
쏴아아아아!
물뿌리개로부터 물이 또 다시 뿜어져 나왔다. 완전히 방심하고 있던 멜리사는 정면으로 물을 맞아 내 쪽으로 쓰러졌다.
‘여기선 나도 쓰러져야 해.’
멜리사를 받아내는 척하며 뒤로 쓰러진다.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쳤다. 나는 그녀가 정신을 못 차리는 틈에 입안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후읍?!”
멜리사가 당황하며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바닥에 고인 물에 발이 미끄러지고 다시 나를 향해 쓰러졌다. 내 얼굴의 그녀의 빵빵한 가슴이 닿는다. 찢어진 사이로 분홍색 유두가 빼꼼히 인사했다.
“미, 미안 하다…!”
그녀가 일어나서 가슴을 가리며 사과했다. 치마가 말려 올라가서 팬티가 보였다. 물에 젖은 팬티 위로 보지의 형태와 거뭇한 보지털이 보였다.
“회장님이야 말로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그보다… 그, 이번에 한 키스는….”
“말하지 않으셔도 압니다. 잊겠습니다.”
“그래. 고맙군.”
“오늘은 일진이 안 좋은 것 같으니 돌아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멜리사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기왕 온 김에 확인하고 가지.”
지하 창고는 구석까지 꼼꼼히 확인했다. 이상한 물건들이 제법 있었지만, 귀신같은 건 없었다. 그녀에겐 불행히도 옷 같은 건 없었다.
“내 추측으로는 소문의 울부짖는 소리는 고장 난 마도구들이 원인인 것 같더군. 아까 그 물뿌리개처럼 말이다.”
“음. 소문의 진상은 별거 없었군요.”
“다음 소문은 뭐지?”
“기숙사 공용 화장실과 목욕탕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입니다.”
나와 그녀는 기숙사 공용 화장실로 향했다.
남, 녀 화장실이 서로 다른 곳에 있었기에 우선 가까운 남자 화장실부터 빠르게 수색하기로 했다.
항상 관리를 하는지 화장실은 깨끗했다.
문제는 여자 화장실에서 발생했다. 여자 5명이 화장실로 들어온 것이다.
“이런!”
당황한 멜리사는 나를 데리고 화장실 칸막이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들리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의아한 눈으로 멜리사를 쳐다봤다.
“회장은 같은 여자니 굳이 숨을 필요는 없지 않나요?”
“이 꼴로 말이냐?”
멜리사는 아직도 흠뻑 젖은 상태다. 상의는 찢어져 있고, 본인은 아직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치마 뒤쪽도 찢어져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오해하기 딱 좋은 모습이었다. 우리는 조용히 숨을 죽이며 밖의 여자들이 화장실을 나가는 것을 기다렸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그녀들은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에 나온다는 귀신의 소문도 역시 가짜군. 마법진도 없다.”
“네. 죄송합니다. 생각해보면 굳이 회장을 부를 필요는 없었는데….”
“괜찮다. 아카데미 내에 떠도는 소문을 확인하는 건 내 일일기도 하고 너는 마법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지 않나. 다음은 목욕탕인가?”
우리는 여자 목욕탕을 확인한 뒤에 남자 목욕탕으로 향했다. 마법으로 관리되고 있는 목욕탕은 24시간 내내 사용할 수 있다는 모양이다. 그래도 이 늦은 밤에 목욕탕에 올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안심하고 목욕탕을 확인했다.
‘남자 목욕탕이나 여자 목욕탕이나 구조는 똑같군.’
내 저택에 있는 목욕탕보다 별로였다.
“회장. 뭔가 마법적인 게 있습니까?”
“목욕탕의 마법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다. 애초에 목욕탕과 화장실은 기숙사 사감이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두 번째 소문도 모두 확인했으니 밖으로 나가죠.”
나는 밖을 쳐다보다가 멈칫했다. 욕탕 밖의 탈의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힐끗 멜리사를 쳐다봤다. 멜리사의 얼굴은 시체처럼 창백해져 있었다.
유서깊은 아르헨 공작가의 장녀가 아카데미 남자 목욕탕에서 남자와 목욕을 하고 있었다는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그녀의 인생은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진다.
“회장. 이 위기를 벗어날 마법은 없습니까?”
“……나는 공격 마법에 한정되어 있다. 하다못해 환상 마법이라도 쓸 수 있었다면… 큭.”
나는 주위를 살펴봤다. 탁트인 목욕탕이다 보니 마땅히 몸을 숨길 곳이 없었다. 딱 한 곳을 제외하면.
“어쩔 수 없군요. 회장. 숨을 수밖에 없습니다.”
“…숨을 곳이 있나?”
나는 손가락으로 구석에 있는 열탕을 가리켰다. 천장을 바치고 있는 기둥. 사람의 몸을 숨길 곳은 거기뿐이었다.
“기둥 뒤에 2명이 숨기에는 너무 작지 않나?!”
“회장! 전 남자니까 괜찮습니다! 그리고 방법은 이것뿐입니다!”
“…알았다.”
나와 그녀가 수중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는 열탕으로 들어갔다.
“자, 잠깐. 갑자기 왜 벗는 거냐?!”
“목욕탕에 옷을 입고 있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괜한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벗는게 좋습니다. 회장이 제 옷을 가지고 있어주십시오.”
멜리사는 내 몸을 보지 않기 위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나체가 된 나는 옷을 멜리사에게 넘기고 탕안에 들어갔다.
얼마지나지 않아 욕탕의 문이 열리며 남자 넷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니까 내가… 응?”
“누가 있잖아. 우리처럼 밤에 목욕탕을 찾는 사람은 오랜만이네.”
“처음 보는 사람인데….”
“그 사람이야. 1달 전쯤에 편입해온 사람.”
그들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렸다.
기둥에 등을 기대어 앉아 있던 내가 천천히 그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선배님이 이곳엔 어쩐 일로….”
내 소문을 들었다면 내 정체를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남작의 작위를 가진 귀족이고, 그들은 아마도 평민이다.
“터틀 기숙사의 목욕탕이 넓다고 해서 한 번 찾아왔다.”
“아. 네….”
“나는 신경쓰지 말고 목욕을 즐겨라.”
그리 말하며 힐끗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내 옷을 손에 쥔 멜리사는 찢어진 블라우스 틈으로 보이는 분홍색 유두를 가리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긴장하고 있다.
‘가슴이 물 위에 떠있네. 풍경 좋다.’
10분 정도 지나자 남자들이 열탕쪽으로 다가왔다.
“저… 저희들이 열탕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여기서 그들에게 호통을 쳐서 내보낼 수 있었다. 허나 지금 상황이 꽤 재밌었다.
“이 목욕탕은 내 것도 아닌데 왜 허락을 맡나? 알아서 해라.”
“…그럼 잠깐 들어가겠습니다.”
4명의 남자들이 탕에 들어왔다. 탕의 물이 한 차례 출렁거렸다.
멜리사의 얼굴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녀의 몸와 입술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조용히 속삭였다.
“괜찮아요. 회장. 쟤들은 제 가까이 안 올거에요.”
“…….”
멜리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선배님. 괜찮으시다면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질문? 괜찮다.”
“감사합니다!”
남자가 나를 향해 다가온다.
첨벙첨벙.
멜리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렀다. 기절하는 게 아닐까 걱정 될 정도다.
첨벙첨벙.
남자가 계속해서 다가온다. 이건 좀 위험하다. 이대로라면 들키고 만다.
나는 탕에서 벌떡 일어났다.
“선배님?”
“탕에 좀 오래 있다 보니 몸이 좀 뻐근하군.”
나는 팔을 흔들면서 그들에게 육체를 과시했다. 균형 있게 잡혀 있는 근육과 묵직한 거시기. 남자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멈추고 그대로 탕에 주저앉았다.
나는 다시 탕에 앉았다. 옆을 보니 멜리사가 소리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선배님 기둥에 뭔가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