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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3 - 233.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13/2,000)

〈 233화 〉 233.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233.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하늘에 떠있는 남자가 나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파이어 볼.”

그의 손바닥 앞에 불덩어리가 생성되어 나를 향해 날아왔다.

‘젠장. 피할 수도 없고….’

내 등 뒤에는 진영을 뜻하는 깃발이 있다. 경기 규칙상 이 깃발이 파괴되면 진영이 빼앗긴 것으로 되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

나는 검을 양손으로 쥐고 검면으로 화염구를 향해 휘둘렀다. 야구 선수가 야구공을 쳐내는 것처럼 화염구를 쳐낼 속셈이었다.

검면에 화염구가 닿는 순간 허리를 한껏 비틀었다.

양손에 묵직함이 느껴지고, 화염구가 반대로 남자를 향해 날아가는 감각을 느낀 순간이었다.

퍼엉!

화염구가 폭발했다.

“크윽!”

뒤로 물러나며 거칠게 몸을 흔들어 왼팔에 붙은 화염을 빠르게 꺼트렸다.

내 왼팔은 어깨부위까지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고통은 별로 없었다.

‘왼팔은 못 쓰겠다.’

완전히 불구가 된 게 아니다. 이 경기에 한해서다.

경기장에는 대결게가 쳐져 있어서 피해를 입은 신체부위가 검게 변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경기가 끝나면 원래대로 검게 변한 부위는 원래대로 돌아온다. 일종의 안전장치라 보면 된다.

“파이어 볼을 쳐내려고 해? 어리석긴.”

하늘에 떠있는 남자가 날 비웃었다.

‘원작의 카일이 이런 방식으로 마법을 쳐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특별한 방법이 있나.’

오러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괴물들이라면 지금쯤 우리 진영에 도착했겠지. 시간 없으니 빨리 끝내자. 파이어 볼.”

그의 손앞에 화염구가 만들어진다.

나는 그를 향해 검을 내던졌다. ‘사격’ 특성의 효과를 보정 받은 검은 정확하게 놈의 머리로 날아갔다.

“허억!”

기겁한 남자가 고개를 숙여 검을 피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두 다리에 마나를 폭발적으로 집약시켜 점프했다. 오른 주먹을 치켜들고 놈의 머리를 후려칠 준비를 한다.

“파, 파이어 볼!”

코앞에서 날아오는 화염구.

나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맞아 줄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어차피 고통도 별로 없고, 경기가 끝나면 멀쩡해지니까.

펑!

화염구가 터지며 온몸에 화염이 들러붙었다. 내 주먹이 놈의 머리를 강하게 후려쳤다.

나와 놈은 한데 뒤엉켜 바닥으로 떨어졌다.

화염이 사라지자 내 몸은 시커멓게 변해서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놈의 몸도 허공에서 떨어진 충격으로 시커멓게 변했다.

결론적으로 나와 놈은 사이좋게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으으…. 이 어처구니없는 놈….”

“이것도 다 전략이야.”

놈이 어떻게 날아온 건지는 몰라도 나는 진영을 지켜냈다. 진영을 공격하는 다른 팀원이 없는 이상 게임은 이미 끝났다. 적 진영으로 공격하러 간 카일과 샤르넬을 막을 수 없을 테니까.

그렇게 2분 후.

검게 변했던 내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상처는 없고 옷에 그을린 곳도 없었다.

-경기 끝! 홍팀의 승리다! 다음 경기를 준비해라!

쓰러져 있던 남자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원…. 그 둘을 어떻게 막으라는 건지….”

그가 투덜거리며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이해한다. 나도 그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결승전은 3전 2선승. 2번째는 미궁 필드에서 진행되니 방금 쓴 날아와서 공격하는 전략을 더 이상 쓰지 못하겠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루비는 깃발에 결계를 쳤고, 나는 가만히 서서 미궁 입구만을 노려봤다.

“어떻게 될 까요? 아까처럼 공격해올까요?”

루비가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여긴 미궁 필드야. 정면으로 밖에 올 수 없으니 아까처럼 허를 찌르는 수법을 사용하는 건 불가능해.”

우리가 할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기다리기면 하면 카일과 샤르넬이 적의 진영을 점령할 것이다.

-경기 끝! 홍팀의 승리다! 경합 대회는 여기서 끝난다! 홍팀은 시상식을 준비하도록!

주위에 있는 미궁의 벽들이 진흙으로 변해 땅으로 무너져 내리며 평지로 변한다.

‘결계를 해제했나.’

저 앞에선 카일과 샤르넬이 당당하게 걸어오고 있다. 아카데미 학생 수준으로는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멜리사 정도다.

“카일 씨! 샤르넬! 수고하셨….”

나는 앞으로 뛰쳐나가는 루비의 어깨를 붙잡았다. 루비가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유진 씨…?”

“…….”

루비의 말에 대답해줄 틈은 없었다.?내 눈은 하늘을 쳐다보며 심각하게 굳어져 있었으니까.

“뭐, 뭐야 저게. 검은 돌…?”

마름모 모양의 검은 돌이 하늘에 떠있었다. 크기는 3M 정도에 새까만 기운을 내뿜고 있다.

마석문(魔石門).

다르게 데몬즈 게이트라 불리는 것으로 마계의 생물들을 불러오는 힘과 주위를 오염시켜 서서히 마계와 비슷한 환경으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저게 지금부터 나온다고?’

마석문은 악마와 관련된 물건으로 원작 후반부에 나온다.

‘원작이 틀어진 건 알았지만… 설마 이 정도 일 줄이야. 마석문을 발동한 건 아카데미에 숨어 있던 악마가 틀림없겠군.’

마석문 주위의 허공이 일렁이더니 8개의 팔을 가진 검은 괴물 원숭이들이 무수히 많이 튀어나왔다. 마계에서 서식하는 마수 중 하나인 팔완원숭이다.

최소 오러 익스퍼트는 되어야지 무리하지 않고 상대할 수 있다.

지금은 팔안원숭이만 소환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팔완원숭이 이상의 강력한 마수들이 나타날 것이다.

-긴급 상황이다! 골드웨이 아카데미 전 학생들에게 알린다!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개인 행동을 금하며, 동료들과 함께 방어와 생존을 최우선으로 목표해라! 우리 교수들이 최대한 빨리 상황을 수습하겠다. 다시 알린다! 이건 긴급 상황이다! 사태가 종료….

마계의 마수인 팔완원숭이가 마석문을 통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악마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악마가 나타났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면 교수들의 힘으로 수습할 수 있다.

‘아니… 악마가 나타났다면 프리실라가 움직였겠지. …프리실라는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프리실라는 바로 발견했다. 교수들이 앉아 있는 관중석에 있었으니까. 그녀는 팔짱을 끼고 마석문을 맹렬히 노려보고 있다.

‘망할년. 나설 생각이 없나? 그리고 숨어 있던 악마는 어떻게 프리실라의 눈을 피해 마석문을 꺼내고 발동시킨 거지?’

불쾌하게도 무엇 하나 명쾌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유진, 루비!”

카일과 샤르넬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그들의 얼굴도 심각했다.

“카, 카일 씨. 우, 우린 어쩌죠?”

루비가 당황해 물었다. 카일은 심각한 얼굴로 마석문과 팔완원숭이를 노려보고는 말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교수님들이 움직이더라도 피해는 점점 커질 거야. 가서 도와야 돼.”

샤르넬이 동의했다.

“카일의 말이 맞아. 저것들은 팔완원숭이. 마수들 중에서도 특히나 난폭한 마수들이야. 특히 위험한 점은 집단행동을 한다는 거야. 모이기 전에 숫자를 줄여야 돼.”

“그… 교수님의 말로는 방어와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그냥 여기에 있는 게 좋지 않을까요? 여기엔 결계도 있고….”

안전을 위해서라면 여기에 있는 게 낫다. 경기장에 쳐진 대결계는 오러 마스터급의 실력자가 아니면 파괴하기 힘들 정도로 단단하다. 정해진 출입구를 통해서가 아니면 팔완원숭이라 하더라도 결계안으로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하. 나와 카일의 힘이라면 이야기가 달라. 우리가 나서야 더 빠르게 사태를 수습할 수 있어. 너랑 유진은 구석에 숨어 있도록 해.”

샤르넬의 건방진 태도는 이 긴급한 상황에서도 유지되고 있었다. 한 대 치고 싶은 욕구가 솟아오른다.

카일은 마수를 소환해대는 마석문을 노려보며 샤르넬에게 물었다.

“샤르넬. 저게 원인인 것 같은데… 뭔지 알아?”

“모르겠어. 저런 건 들어본 적도 없어. 스승님이라면 알지도….”

프리실라도 모를 것이다.

마석문은 최근에 마계에서 만들어졌으니까.

“유진. 유리아…. 메이드들은 어디 있어?”

카일이 내게 물었다. 유리아가 걱정되는 모양이다.

“얼마 후면 내가 떠나잖아? 그 준비를 위해서 메이드들은 도시에 나가 있어.”

“도시에 저게 나타난 게 아니라면… 메이드들은 안전한 거야.”

카일의 얼굴이 약간이지만 밝아졌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유리아를 제외한 리젤과 켈리가 도시에 있는 건 맞지만, 유리아는 현재 아카데미 도서관에 있다.

‘유리아는 오늘의 습격을 예측했어.’

유리아가 말하기로 악마의 입장에서 오늘 같은 습격하기 좋은 날은 없다고 했다. 악마의 목적이 도서관에 있는 금지된 마도서인 이상, 경합 대회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좋은 이벤트기 때문이다.

‘나는 습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었는데.’

현재 아카데미에는 악마에 대한 소문이 은밀히 나돌고 있다. 악마의 입장에선 나서기 껄끄러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악마는 나섰다. 목적은 당연히 마도서겠지.’

유리아가 걱정된다. 아무리 그녀라도 혼자서 악마를 상대하는 건 힘들 테니까.

“유진, 루비. 우리는 교수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일 거야. 너희들은 여기에 있는 게 좋겠어.”

“카일의 말이 맞아. 너희들의 실력으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여기에 있어.”

카일과 샤르넬은 그리 말하며 바쁘게 대기실 쪽으로 향했다. 긴급 출입구를 이용해 결계 밖으로 나가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떠나고 몇 십초 뒤에 루비에게 말했다.

“루비. 볼일이 생각났어. 넌 여기에 있어. 혼자 있기 뭐하면 청팀 쪽으로 가.”

“네, 네? 지금 상황에 어딜 가시려고요?! 여기만큼 안전한 곳은 없어요!”

“중요한 볼일이 있다니까 그러네!”

나를 막아서는 루비를 뿌리치고 달려 나갔다. 목적지는 당연히 도서관이다.

???

“끼, 끼긱?! 끽끽끽!”

도서관을 향하는 도중에 8개의 팔을 가진 검은 원숭이, 팔완원숭이 한 마리와 마주쳤다.

2M가 넘는 놈은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원숭이 새끼가 비웃기는.”

인벤토리에서 화련비도를 꺼내 손에 쥐었다.

팔완원숭이는 웃음을 멈추고 내 손에 쥔 붉을 칼을 빤히 쳐다봤다. 그 시뻘건 눈동자에 탐욕이 서린다.

“끼익! 끽끽!”

놈은 오른쪽 4개의 손의 검지로 내 칼을 가리켰다. 무슨 뜻인지 대충 맞춰보자면 칼을 내놓으라는 뜻 같다.

나는 피식 웃으며 팔완원숭이를 향해 왼손 중지를 들어올렸다.

“끼익?”

눈알을 굴리던 놈은 이내 자리에서 펄떡 뛰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내가 자신에게 욕을 했음을 대충 알아들은 모양이다.

“끼이이익!”

팔완원숭이가 손톱을 빛내며 나를 향해 달려온다.

‘찰나를 쓸 필요는 없어.’

파지직.

칼날에 붉은 전류가 흘렸다.

나는 팔완원숭이의 왼쪽을 스쳐지나가면서 팔 2개와 옆구리를 베었다.

“끼끼익?!”

팔완원숭이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면서 나를 향해 다시 달려든다.

파직.

칼에서 붉은 뇌전이 튀자 놈이 흠칫거렸다. 적뢰(赤雷)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마수면 뭐하나. 대가리가 짐승 수준인데.’

틈을 놓치지 않았다. 놈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가슴팍에 깊숙이 칼을 찔러 넣었다. 강화된 화련비도는 놈의 질긴 가죽을 손쉽게 베어 갈랐다.

파지지지직!

적뢰가 꿈틀거리며 팔완원숭이의 몸에서 뛰놀았다. 이윽고 칼을 빼내자 놈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놈의 시체에서 타는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하하.”

입에서 웃음이 나왔다.

신체능력만 따졌을 경우 팔완원숭이가 나보다 더 뛰어나다.

허나 경험적인 면에서 내가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마계에서 생활하던 놈은 나같은 상대는 만나보지 못했을 것인 반면에 나는 헌터로서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 단련해왔고, 고대 전사 훈련소의 전투 인형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았다.

나는 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다.

“끼익?!”

“끼이이익!”

“끽. 이끽!”

5마리가 넘는 검은 원숭이들이 붉은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내 몸에서 동료의 피냄새라도 맡은 모양인지 살의를 뿜어내고 있다.

“고작 5마리냐. 전부 죽여주지.”

칼을 역수로 쥐고 몸을 낮추어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끼이이이이익!”

놈들이 포효를 내지르며 일제히 달려든다. 2마리는 정면. 3마리는 오른쪽과 왼쪽 측면으로 움직였다.

“쓰읍.”

숨을 깊게 들이키며 근육을 긴장시켰다. 몸의 자세를 바닥에 눕히듯이 낮추며 반원을 그리듯 칼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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