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6화 〉 236.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236.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머리를 터트리기 전에 비켜라.”
살벌한 목소리에 두 눈을 번쩍 뜨며 상체를 일으켰다.
내 아래에 파란 머리의 파란 눈동자를 가진 알몸의 미녀가 깔려 있었다.
프리실라. 에이션트 블루 드래곤이다.
“허억! 죄송합니다.! 프리실라 님!”
나는 벌떡 일어나 프리실라로부터 멀어졌다.
“명심해라. 무례함을 용서하는 건 한 번뿐이다.”
프리실라는 부끄러움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담담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눈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몸을 훑고 있었다.
F컵의 거대한 가슴이 출렁이고, 복부는 군살하나 없이 매끈 한다. 사타구니 쪽에는 놀랍게도 털이 없었다. 핑크색 보지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1자로 붙어져 있다.
‘털을 밀었나? 아니, 저걸 보면 애초부터 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녀의 정체가 드래곤이란 걸 떠올린다.
저 모습은 폴리모프로 인간으로 변한 상태이니 어떻게 보면 가짜라고도 할 수 있다.
‘털이 없는 건… 취향인가?’
어쩌면 폴리모프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뭘 그리 빤히 보는 거냐. 여자의 몸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닐텐데.”
“아니. 그…. 털이 없어서.”
말하고도 아차 했다. 그녀의 입장에선 성희롱으로 받아들이기 충분한 발언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내 예상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털?”
내 말에 손을 뻗어 파랜색 머리카락을 만지던 그녀는 곧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털하나 없이 매끈한 자신의 음부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인간으로 변하면 음모가 없더군.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프리실라 님이 직접 마법을 사용하신게 아닙니까? 그런데 모르신다니….”
“폴리모프는 외형을 바꾸는 마법이 아니다. 종족을 바꾸는 마법이지.”
“즉, 지금 그 몸은 프리실라 님의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것입니까?”
“그래.”
프리실라가 긍정했다.
“내가 여성체의 몸을 하고 있는 건, 내가 암컷이기 때문이다. 그 외의 이유는 없다.”
“과연! 프리실라 님은 암컷이라 엘프로 변해도 여자 엘프가 된다는 것이군요!”
“맞다. 근데… 왜 거길 세우고 있는 거지?”
내 자지가 발기해 있었다.
“이건… 여자의 알몸을 봐서 그렇습니다. 본능입니다! 그리고… 프리실라 님이 말한 암컷이란 단어가 좀 야해서….”
“미친놈.”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욕한 그녀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확인했다.
부끄러움을 느껴서는 아니었다. 그녀는 나체인 상태로 당당하게 팔짱을 끼고 있다. 몸을 가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드래곤이라 그런지 인간의 사고 방식과는 좀 많이 다른 것 같다.
나는 그녀를 따라 주위를 둘러봤다.
커다란 나무가 가득한 숲속이었다. 도서관이 아닌 것은 확인한다. 베젤에 의해 어딘가로 날려진 것일까?
“프리실라 님. 돌아가실 때 저도 같이 데려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나는 그녀에게 바로 고개를 숙였다. 프리실라라면 텔레포트 마법을 이용해 단숨에 아카데미로 돌아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현재 옷은 물론이고 스마트폰도 없으니 숲을 헤매다가 죽을 수도 있어. 그건 피해야 돼.’
자존심은 상하지 않았다. 남자 새끼였다면 피를 토할 정도로 자존심이 상했겠지만, 상대방은 미녀였다. 나는 미녀에겐 얼마든지 고개를 숙일 수 있다.
발을 핥으라면 핥겠다. 물론 깨끗하다는 조건 하에.
“……돌아갈 수 없다.”
“네? 텔레포트를 이용하면 순식간에 아카데미로 돌아갈 수 있지 않습니까?”
“여긴 중간계가 아니다. 아니, 현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 증거로… 마나를 사용할 수 없고, 마나가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게 무슨….”
나는 프리실라의 말을 의심했지만 곧 진짜라는 걸 깨달았다. 내 몸속에서 마나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나가 없다.
그 사실에 나는 땅속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허나 곧 이를 악물었다.
‘여긴 현실이 아니라 유희 속 세계야. 그걸 잊어선 안 돼.’
기분이 좋아졌다. 설령 이 세계의 내가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현실의 나는 사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킬은 사용할 수 있나?’
스킬을 실험 해볼 겸 프리실라에게 성감 탐지를 사용했다.
[프리실라의 성감대: - ]
스킬은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결과가 의외였다.
‘……성감대가 없다고? 스킬이 잘못 된 건가? 성감 탐지!’
[프리실라의 성감대: - ]
‘똑같군. 이러면 인정할 수 밖에 없지. 프리실라는 성감대가 없어.’
짐작가는 건 하나 뿐이다. 그녀가 인간이 아니라 드래곤이라는 것.
‘성감이 없어도 돼. 내가 개발해주면 되니까.’
문득 나는 이 상황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프리실라는 따먹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지금 프리실라는 마나를 잃었다. 마법의 종주라고 할 수 있는 그 드래곤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뒷일은 생각하지 말고 덮쳐서 따먹어 버릴까? 내 자지 전용 육변기로 만들어 버리는 거지. ……가능성 있는데?’
프리실라가 숲을 걸어갔다.
“프리실라 님! 같이 움직입시다!”
나는 그녀의 뒤를 빠르게 뒤따랐다. 발바닥에 낙엽이 밟혀 사박거린다. 날카로운 나뭇가지나 돌을 밟지 않게 주의했다.
‘크큭. 당장 잡아뜨려 내 전용 좆집으로 만들어주마!’
크르르르!
늑대가 나타났다. 사람 머리통은 한 입에 씹어 삼켜 버릴 정도로 컸다. 늑대는 다짜고짜 프리실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니 날 평범한 인간으로 판단한 건가. 귀찮구나.”
프리실라가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다.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늑대가 뒤로 날아가 나무에 부딪혔다. 우지끈. 나무가 바닥으로 쓰러진다. 터무니 없는 힘이다.
프리실라에게 뻗어가던 손을 내렸다.
‘마나만 사용할 수 없을 뿐이지 육체능력은 인간을 초월한 드래곤이잖아….’
덮치려 했다간 내가 그녀에게 얻어맞아 죽을 것이다.
아까보다 얌전해진 걸음걸이로 프리실라의 뒤를 따라가다가 멈칫했다. 늑대와 부서진 나무가 천천히 투명해지더니 사라졌기 때문이다.
“프, 프리실라 님. 방금 보셨습니까?! 늑대랑 나무가 사라졌습니다!”
“호들갑 떨지 말거라. 여긴 현실이 아니라고 내가 말했지 않느냐.”
프리실라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약간의 동요도 느껴지지 않는다.
“현실이 아니라면 여긴 어딥니까?”
“몽상 세계다. 베젤의 발치에 있던 고양이, 몽상의 악마 레브스의 능력이다.”
몽상의 악마 레브스. 기억에 없다. 원작에 나오는 악마가 아니었다.
“…여기가 몽상 세계라고 하셨는데 현실로 돌아갈 방법은 있습니까?”
“있다. 여긴 너와 나의 정신세계라고 할 수 있다. 몽상 이란 것은 다르게 꿈을 뜻하기도 하니, 꿈은 깨기 마련이다. 출구를 찾으면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 거다.”
“그 출구는 어디에 있습니까?”
“모른다. 지금 찾고 있지 않느냐.”
“…….”
프리실라는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다.
이곳을 꿈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생생했다. 숲에서 느껴지는 바람, 나뭇잎의 촉감, 돌을 밟으면 느껴지는 고통. 어딜 보나 현실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 하나를 쥐었다. 몇 십초가 지나자 손에 쥔 나뭇가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부서지거나, 정해진 장소에서 멀어지면 물건들은 사라지는 것 같았다.
‘옷을 못 입는다는 뜻이 잖아. 좋네.’
정면을 보면 알몸의 프리실라가 걸어가고 있다. 걸을 때마다 탐스러운 엉덩이가 실룩거린다. 어쩌다 큰 걸음을 하면 보지가 엿보였다. 다른 건 몰라도 눈호강은 제대로 되고 있다.
‘……유리아는 무사하겠지?’
우리가 이곳에 있으니 베젤과 1대1로 싸우게 될 것이다. 유리아가 이길테지만 큰 상처는 입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유리아는 내 명령대로 마도서를 챙길 것이다. 그 마도서는 광명승천도를 이용해 강화한 뒤 유리아에게 줄 것이다.
‘마도서의 효과를 생각하면 오러 마스터나, 아크메이지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근접해질 수는 있겠지.’
프리실라의 걸음이 멈추었다. 앞에는 숲이 아니라 마을이 있었다. 나무로 만든 볼품없는 집 12개가 따닥따닥 붙어있었다.
갑자기 숲이 끝나고 마을이 나타난 것이 이상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프리실라의 말대로라면 여긴 몽상 세계니까.
“작은 마을이네요. …프리실라 님?”
프리실라의 반응이 이상했다. 그녀는 조용히 마을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집을 쳐다보고 있었다.
프리실라가 보고 있던 집에서 대략 10살 정도로 보이는 한 남자 아이가 나왔다. 꾀죄죄한 몰골에 비쩍 마른 그 아이는 볼품없는 목검을 들고 있었다. 그러다 남자 아이와 우리가 눈이 마주쳤다.
남자 아이는 프리실라를 향해 목검을 겨누었다.
“너희는 누구냐?! 우리 마을에 찾아온 목적이 뭐야?!”
나는 이상함을 눈치 챘다. 우리는 알몸인데 남자 아이는 개의치 않고 적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선 알몸인 것이 신경 쓰여야 정상이다. 아무리 아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
“너희들 도적이지?! 마을은 내가 지키겠어! 아아아아아!”
남자 아이가 프리실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는 말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남자아이의 몸이 20M 넘게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즉사였다.
남자 아이의 시체는 아까 늑대가 그랬던 것처럼 사라졌다.
‘…피, 피도 눈물도 없는 년.’
프리실라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프리실라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렇게 마을을 지나쳤다.
나는 슬쩍 마을을 돌아봤다. 마을은 거리가 멀어지자 사라지고 있었다. 대신 그 자리에 숲이 생겨났다.
프리실라는 앞으로 걸어가다가 방향을 틀었다. 정면으로 걸어가던 그녀가 방향을 트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궁금증이 생겼다.
“프리실라 님. 갑자기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레어로 간다.”
“네?”
“…….”
대답은 없었다. 내 주제에 드래곤인 그녀를 추궁할 수는 없었기에 잠자코 따라갔다.
우리는 어느 동굴에 들어갔고, 그 동굴에는 거대한 드래곤이 잠들어 있었다. 파란색 비늘을 가진 드래곤이었다.
“블루 드래곤…. 혹시… 저 드래곤은 프리실라 님 입니까?”
“어느 때의 나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맞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여기가 몽상 세계이기 때문입니까?”
“그래. 꿈이라는 것은 기억의 재해석이기도 하다. 이 세계에서 과거에 있었던 일을 보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닐 테지.”
블루 드래곤의 눈이 떠진다. 파란 눈동자가 프리실라와 나를 쳐다봤다.
-꺼져라.
드래곤이 용언을 사용한다.
시야가 확 바뀌었다. 우리들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곳은 초원이었다.
두 명의 남녀가 작은 바위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들은 코앞에 있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다.
‘우리를 인식하고 있지 않군. 아까 드래곤이 프리실라를 알아보지 않는 것도 그렇고…. 상황마다 우리를 인식하는 방법이 다른 건가?’
힐끗. 프리실라의 눈치를 살폈다. 프리실라는 남자를 지긋이 쳐다보고 있다.
검푸른색의 머리카락의 남자는 모험가 차림을 하고 있었다. 허리춤에는 검을 착용하고 있다. 옆에 있는 여자는 긴 금발머리에 드레스위에 망토를 걸쳐 입고 있는 미녀다. 귀족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아까 그 마을에서 본 남자아이 인가?’
꽤 비슷하게 생겼다. 그 아이가 청년이 된다면 딱 저렇게 될 것이다.
“아르헨. 정말 그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거야?”
“걱정 할 필요 없어. 쥬라. 스승님은 조금 까칠하지만 내 부탁은 잘 들어주시거든.”
아르헨과 쥬라. 나는 그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랐다.
‘멜리사의 성씨! 코발트 왕국의 공작가인 아르헨 가문!’
영웅, 아르헨의 아내 이름이 쥬라이니 틀림없다.
나는 멜리사를 따먹기 위해 아르헨 가문에 대해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초대 가주인 아르헨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게 됐다.
‘지금 시점은 800년 정도 전이겠군. 이건 프리실라의 기억이 분명해. 프리실라랑 아르헨의 관계는 뭐지?’
내가 물으려는 찰나였다. 아르헨과 쥬라가 휴식을 끝내고 일어났다.
“가자. 쥬라. 해가지기 전에는 도착해야 돼.”
“응. 아르헨.”
그들이 초원을 걸어갔다. 나는 금발을 찰랑이며 걸어가는 쥬라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돌부리에 발이 걸려 자빠져서 치마가 뒤집혀 보지가 보이지 않으려나?’
영웅의 아내의 보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차라리 지금 달려나가서 옷을 벗겨 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옆에 프리실라만 없었다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꺄아악!”
길을 가던 쥬라가 앞으로 자빠졌다. 다리가 벌어지며 치마 속이 드러났는데 속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황금빛 수풀 아래에 있는 보지가 보였다.
‘……어?’
갑자기 넘어진다고? 그것도 내가 보기 딱 좋게 다리를 벌리며? 속옷도 입지 않은 상태로?
‘우연…?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나? 지금은 럭키 스케베 부적도 없는데?’